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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똥개 (곽경택, 2003)

두사부일체를 보고나니 왠지 영화를 한 편 더 보고 싶어졌다. 원래 조폭 영화 별로 곱게 보지 않는 편인데, 왠지 오늘이라면 한 편 더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갑자기 얼마 전 정우성의 리즈 시절 짤방이 떠오르면서... 그래, 비트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비트는 보지 못했고 대신에 정우성이 달리 나오는 (...) 영화 <똥개>를 골랐다.


(1) 솔직히 말해서 감독이 곽경택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보지 않았을 것이다.  (2) 영화 <똥파리>와 제목을 헷갈려서 <똥개>를 보게 되었다. 뭐 이런 두 가지 오해가 있었지만, 덕분에 영화를 감상했고, 덕분에 이 영화는 언제 한 번 더 보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인상깊었다.  






사실 이 영화를 보면서도 불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정우성의 연기가 가장 큰 불만이었다. 애매모호한 캐릭터까진 좋았는데, 정우성의 묘한 바보 연기가 좀 극단적인 바보연기와 멋있는 척 하는 연기(후자는 사실 똥개 캐릭터를 생각하면 멋있는 척 하면서도 멋있지 않았기 때문에 적절했다)를 오가면서 엄청 혼란스러웠다... 사투리 연기나 그런 건 다 자연스러웠는데 (다만 내가 밀양 사투리를 잘 몰라서 그런가, 영화 속 인물들이 다들 미묘하게 다른 사투리를 구사해서 조금 혼란스럽긴 했다. 어떤 건 경남 어떤 건 경북 사투리... 밀양이 중간지점이라 그런가...) 목소리 연기가 좀 이상했다. 약간 더 담백하게 했어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 쬐끔 아쉽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마음에 들었던 가장 큰 이유는


1. 일단 다들 연기가 출중하다. 정우성 연기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나름 개성이나 역의 이해 방식이 다르다고 말할 만큼 정도는 된다. 지금 와서 스틸컷들을 찾아보니 츄리닝을 입고 있는데도 무슨 화보 찍은 것 같지만, 영화를 보면서는 한 번도 TV나 잡지 같은 데에서 보는 멋있는 배우 정우성이 아니라 그냥 왠지 무게는 잃고 싶지 않아하는,무언가를 분출하고파 하는 동네 청년 똥개 같았지, 정우성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니 왜 화보를 찍고 있는겨... 영화 볼 땐 분명 아니었는데...




화보...까진 아니고 광고 찍는 건가....굴러다는 양말이 참 리얼하다.



정애 역을 맡은 엄지원의 연기도 전혀 뒤지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차 반장 역할을 맡은 김갑수의 연기는 정말 빛났다. 솔직히 말해 김갑수 재발견 영화같은 느낌! 더 이상 할 말도 없을 정도로.


*** 스포일러 등장할 수 있음 *** 


2. 경남 지방 도시 밀양의 면면이 잘 드러났다. 영화 <친구>도 물론 부산+영화 하면 떠오르는 영화일진 몰라도, 솔직히 어떤 부산의 감성을 담아냈다는 생각은 특별히 들지 않았다. 우리 친구 아이가라든가, 거친 바닷가의 모습 같은 것만 부각되었지, 삶의 면면들이 드러난다는 인상을 받진 못했다. (어쩌면 친구라는 영화가 이미 너무 많이 회자되어 그런 걸 수도 있겠다. 나중에 다시 보면 생각이 바뀌려나.) 


그렇지만 이 영화의 경우, 아, 이것은 정말 경남의 지방도시다라는 생각이 아주 강하게 드는 영화였다. 특별히 밀성고라든가, 밀양 시내나 밀양의 시장이나 밀양의 다리들 같은 것들을 보여주어서가 아니다. 이러한 장소성들은 영화의 이야기와 인물들이 얽히고 섥혀 발현되는 것이다. 각 인물들이 내비치는 시간과 공간의 경계에 대한 감각이라든가, 서로 미묘하게 알듯말듯하게 얽혀있는 인간관계, 오토바이를 타고 천가와 골목을 질주하는 씬, 부산-대구 고속도로 개통과 얽힌 부동산 이야기와 비닐하우스의 화투판 같은 것들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물론 곽경택 감독답게 조폭과 폭력이 난무하는 이야기지만, 어디까지나 철저하게 'B급'을 지향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예컨대 그 어느 싸움도 멋지게 마무리 짓지 못하고, 구치소에서의 싸움은 철저히 '똥개'스러운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점, 그리고 그것들을 다소 길고 지루하게 보여준다는 점 (어디까지나 관객이 용인하는 범위 내에서!) 등이 매우 훌륭하게 연결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 서울이나 부산이 아닌, 부산과 대구 사이에 낀 밀양이라는 지방 도시의 똥개라는 설정이 영화의 이야기와 연출에 일관성을 부여하면서 일종의 신선함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솔직히 지방도시를 근간으로 하는 영화 중에, 이 정도로 진지하게 지역의 삶을 대하는 메이저 영화가 몇이나 있느냐 이 말이다. 지방은 너무나 쉽게 희화화 되고, 다른 것들이 일어나는 희안한 곳으로 설정되지 않는가. 사투리는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굳이 밀양일 필요도 없었지만, 밀양이 아니어서도 안되는 그런 장소성을 지닌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밀양 사람들의 입장은 어떨지 모르겠다. 적어도 내 눈엔 그리 보였다.)



3. 두사부일체와 비슷하지만, 일종의 시간성의 문제도 있다. 2003년 영화라는 점에서 일종의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걸지도. 




할머니댁이 떠오른다....ㅎㄷㄷ


인물들도 생각만큼 전형적이지 않았고, 특히 똥개/철민의 역할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정애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똥개의 정곡을 찌를 때 마다, 별 볼일 없는 똥개라는 인물의 내면과 현실이 새로이 보였다. (그만큼 영화는 친절하기까지 하다.) 그 누구의 입장도 단순하지가 않아 마음이 편치 않았고, 똥개라는 영화 역시 2015년에 다시 나온다면 상당히 다른 영화가 되어 있겠지만, 어찌 되었건간 곽경택 감독의 스타일이 정말 똥개라는 인물 설정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좋은 영화였다. 쉬려고 영화 봤다가 이것저것 배우고 많이 생각하게 되어버렸습니다. 다음에 한 번 진지하게 펜 들고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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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두사부일체 (2001, 윤제균)

이대로는 뇌가 파업 선언을 할 것 같아 오랜만에 오락영화를 하나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연구 주제와 관계가 없고, 별로 생각 안 해도 되고, 웃긴 영화가 선정 기준이었다.

스트레스를 풀 심산이었으니 로맨스 이런 거 말고 무조건 액션! 코메디! 빵빵 터지는 거! 


그래서 오래 전부터 제목만 들었고 실제로 보지는 않았던 <두사부일체>를 보게 되었다. 무언가 다른 영화랑 미묘하게 헷갈려서 보게 된 것이지만, 결론적으로는 잘 골랐다 싶었다. 

왜냐면 선정 기준에 잘 맞았으니까. 그리고 영화의 시간이 빛바란 만큼,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무언가가 있었으니까.




감독: 윤제균

출연: 정준호 (계두식 역), 정웅인 (김상두 역), 정운택 (대가리 역), 오승은 (이윤주 역), 송선미 (이지선 영어 선생님 역) 등등 이하 생략



이 영화는 어떻게 보면 참 뻔한 이야기와 뻔하고 전형적인 인물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그 뻔하고 전형적인 인물들을 적절하게 사학비리(...)와 엮어 내면서 훌륭한 코미디로 탄생한 것 아닌가 싶다. 특별히 그 누구 하나 빠지지 않는 인물들의 연기와, 섬세한 감정선 같은 거 웬만하면 다 가볍게 넘기고 진행속도를 내는 것이 포인트! 


이실직고 하자면 내가 정말 좋아하지 않는 소위 조폭 코미디긴 하다만, 어쨌든 스트레스 풀기엔 적절했으니 불만은 없습니다. 리뷰 읽어보니 2편, 3편은 안 봐도 될 듯. 처음에 정준호 나오고 조폭 싸움 장면부터 나오길래 이 영화 보지 말아야겠다 했는데, 정웅인이 출연하길래 참았다. 그리고 이메일 드립 덕분에 또 참았다. 그리고 전형적이라고는 해도, 오늘날의 조폭 영화에서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종류의, 과거의 전형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분명 어디선가 많이 보았던 영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나오기 어려운, 또 한 편으로는 나와서도 안 되는 그런 장르의 영화가 되어버린 듯하여 기분이 몹시 이상했다. 




그나저나 영화를 보고 고향 동네의 아주 유명한 사학재단이 두 어개 떠올랐다. 하나는 동생이 중학교 진학할 적 뺑뺑이로 당첨되어서 내부 비리 이야기를 귀에 딱지가 앉게 듣던 곳이고, 다른 한 곳은 그냥 동네에서, 아니 전국구로도 가끔 이름을 떨치는 사학재단으로, 소속 고등학교 뺑뺑이에서 당첨되면 애들이 서로를 붙잡고 엉엉 울던 그런 학교였다. 거긴 요즘도 지방 뉴스를 간혹 장식하는 것 같았는데, 요즘도 엉망이려나. 사실 영화가 나온 2001년이면 그렇게 옛날도 아닌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적 허용까지 포함하여 영화에서 비춰지는 모습은 너무나 옛날이라는 묘한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과연 요즘도 저럴까 싶으면서도, 요즘에도 저럴 수 있겠다는 절망감 같은 게 들기도 했다. 


어느새 과거의 장르가 되어 버린 영화를 보면서, 왜 사람들이 옛날 영화를 찾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뭐, 거기다 덧붙여 적어도 당시 학교를 나온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학교 생활의 면면들, 그리고 누군가는 분개하며 공감할 만한 학교의 비리 같은 것들도 깨알같았지만 말이다.


오늘의 결론: 스트레스 풀기에 적절했습니다! 근데 두 번 볼지는 잘 모르겠다. 내게는 조폭 코미디!라기 보다는 2001년을 추억하는 향수용 영화가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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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 요리] 무사카 Moussaka 혹은 메사아 Messa'aa

왠지 이번 학기에는 유난히 룸메들끼리 밥을 자주 먹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든다. 아마 지난 몇 년 간 룸메 교체 등등의 험난한 여로 끝에 좀 집이 안정이 되고 있다는 시그널일까.


우리집에서 단체 요리를 하면 글루텐프리+채식 메뉴여야 한다. 어쩔 수 없다.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먹으면 아파서 못 먹는 자들이 있다. 그래서 또 다른 요리를 고민하던 와중, 여름 쯤에 이집트 친구가 해줬던 요리가 떠올랐다. 어렴풋한 기억에 맛도 있었고, 재료도 간단했고, 그리고 친구가 만들기 쉽다고 했던 것 같아서 낼름 친구에게 메일을 보냈다. 레시피 좀...


아쉽게도 친구의 요리책은 다른 친구가 빌려간 상태여서, 대신 다른 링크를 받았는데, 내가 먹었던 것과는 좀 많이 다른 레시피였다. 

여태 무사카는 두 종류 먹어봤는데, 하나는 이집트 친구가 만들어준 것이고, 하나는 집 근처 그리스식당에서 먹어본 것이었다. 그리스식당 버전은 고기고기고기!!!!스러운 엄청난 음식이었고 (삶은 마카로니를 막 끼워넣음) 이집트 친구 건 병아리콩과 가지와 토마토가 어우러져서 정말 상큼하면서도 맛있었다. 


친구가 보내 준 링크는 베샤멜 소스에 뭐 재료도 많고, 친구가 했던 것과는 달라보여서 열심히 검색을 하였다. 그리고 몇 가지 레시피들을 수합해서 내 멋대로 만들어보기로 했따.


주로 참조한 레시피는 다음 링크. 

http://kitchenani.com/2012/11/09/messaaa-egyptian-moussaka/ (여기 레시피가 가장 좋은 것 같음.)

http://www.myrecipes.com/recipe/vegetarian-moussaka (향신료 양 가감이 필요한 레시피)

http://www.messyvegetariancook.com/2010/02/26/lebanese-moussaka/ (석류넣은 버전!!! 먹고 싶다!!)

http://abissadacooks.blogspot.com/2010/03/dinner-masa-ha-moussaka.html (병아리콩 들어간 레시피)

http://tableya.blog.com/2012/01/17/egyptian-moussaka-healthy-version/ (아마 좀 더 달달한 버전)



언젠가 고기랑 베샤멜 소스 넣고 해보고 싶긴 한데... 이번에 만들고 나니까 뭔가 무척 힘들어서 다시는 만들지 않을래!!!하는 마음이 샘솟았다. 사실 어려울 건 아닌데, 중간에 좀 망해서 룸메이트 둘이가 더 달라붙어서 도와줬다. 


과정샷은 없다. 왜냐면 너무 마음이 바빴거든...




오른쪽의 커다란 팬에 보이는 것이 내가 만든 무사카. 만들고 나서 보니, 아, 이거 집마다 레시피가 다른 소울푸드 같은 거겠구나 싶었다. (참고로 왼쪽에 보이는 스프 같은 것은 벵갈식 달요리다. 룸메이트가 홈레시피로 만듦.)



중간에 만들면서 재료여부와 룸메이트들의 의견 수용 등을 통해 이것저것 조정이 많이 되었다. 


만들고 나니 약 7~8인분 정도 나온 것 같다. (다른 요리들도 함께 한다는 전제 하에)

* 없는 재료는 그냥 건너뛰면 되고, 넣고 싶은 재료도 더 넣어도 된다. 자세한 건 하단에 따로 메모. 

* 오븐이 없어도 만들 수 있다! 자세한 것은 역시 하단에 따로 메모.


재료:


[구이용]

가지 큰 것 3개 (길게 찢어쓰는 종류의 길쭉한 가지 말고 통통하고 큰 가지임)

붉은색 혹은 녹색 피망 2-3개

감자 2.5개 정도

토마토 1-2개

올리브오일, 소금

 

[소스용]

양파 1/3개 (반개를 썼는데 너무 많았다)

마늘 양껏 

토마토캔, Diced tomato, unsalted로.

토마토 1개

올리브오일

소금, 후추, Ground Coriander (갈은 고수씨), 허브(타임 등)


[조립용]

치즈 (아시아고라고 되어 있었는데, 우리는 그냥 파마잔 강판에 갈아서 사용)


이 레시피는 기본적으로 채소를 손질하고 굽는다 + 소스를 만든다 + 둘을 조합한다로 가면 된다. 



1. 먼저 시간이 많이 잡아먹는 구이부처 처리한다. 피망을 씻는다. 피망의 씨를 제거하고 길게 썰어준다. 어떻게 저떻게 칼집을 내면 껍질 벗기기가 수월하다는데, 하는 법을 몰라서 그냥 포기했다. 


2. 가지를 씻는다. 3cm 정도 두께로 다소 두껍게 가지를 썬다. (가지 껍질을 벗겨라는 레시피도 있었는데 귀찮아서 그냥 씀) 


3. 팬에 호일이든 유산지든 뭐든 깔고 기름칠을 잘 해준다. (매우 중요!!! 제대로 안해주면 가지가 달라 붙는다...) 팬 위에 썰은 가지를 올리고 올리브오일을 바른 후 소금으로 간을 해준다. 가지를 뒤집어 다시 반복. 


4. 400~425F (204~220C)로 예열한 오븐에 가지와 피망을 넣고 익힌다. 피망은 15-20분 정도면 되고, 가지는 좀 더 오래 걸리는데(과자구울 때 쓰는 팬은 총 20~25분 정도 걸렸고 세라믹 용기는 30+분 걸린듯), 적당히 보고 중간에 한 번 뒤집어 준다. 바짝 익힐 필요 없다. 나중에 또 익힐 거라서. 


5. 채소를 굽는 동안 소스를 만들기 시작한다. 그냥 토마토 소스 생각하면 된다. 우선 마늘을 편으로 썰든 다지든 알아서 준비하고, 양파도 다진다. 


6. 팬/냄비에 올리브오일을 올리고 중간불에 데핀 후, 마늘을 넣고 30초~1분 간 볶아준다. 이후 양파를 넣고 투명하게 갈색이 돌때까지 볶아준다. 


7. 토마토 캔을 투척하고, ground coriander을 뿌려준다. 나는 여기다 토마토도 하나 더 투척했다. 그냥 토마토 캔 두 캔 써도 될 듯. 


8. 필요에 따라 물을 넣고 (나는 물 넣다가 거의 스프가 되어 대참사 발생함, 물은 아주아주 조금만...) 소스가 되도록 졸여준다.  


9. 소금과 후추, 타임 등으로 간을 한다. (Allspice 반스푼, 시나몬 반스푼, ground cloves 1/4스푼을 투척하려 했는데 룸메들이 그것은 베이킹용이라며 못하게 막았다.) 


10. 채소가 익고 소스를 끓이는 동안 감자를 씻은 후 얇게 썰어준다. 감자칩만큼 얇을 필요는 없지만 얇으면 빨리 익으니 더 좋음. 토마토도 썰어준다. 


11. 채소도 다 구웠고, 소스도 얼추 완성이 되었다면 이제 신나는 탑쌓기 시간. 큰 오븐용 팬에다가 토마토 소스를 조금 붓는다 -> 피망 -> 가지 -> 토마토 -> 감자 -> 소스 -> 피망 -> 가지... 이런 식으로 반복해서 레이어를 만든다. (원하면 다른 재료 얼마든지 추가 가능) 


12. 치즈를 맨 위에 끼얹고 375F~400F (200C?)로 감자가 익고 치즈가 녹을 때까지 익힌다. 




오랜만에 무척 힘들게 만든 요리였다. 몇 번 실패와 좌절의 순간이 왔었으나, 사공이 많은 덕분에 무사히 강으로 배가 갔다고 합니다. 


여기서 특기할 만한 노트:


- 향신료의 역할을 잘 모르겠으니, 없으면 과감히 생략해도 될 것 같다. 있는 걸로 돌려막자 있는 걸로...


- 고수풀을 썰어서 위에 뿌려먹어도 괜찮을 것 같다.사람에 따라 아마 레몬도...? 


- 견과류를 넣어도 아주 맛있다고 한다. 아몬드와 잣을 주로 쓰고, 건포도나 대추야자를 쓰기도 한단다. 이 경우 오븐용 팬에 조립/탑쌓기 할때 중간에 어딘가에 뿌려주면 되겠다. 향신료로 내 룸메들이 반대했던 올스파이스, 시나몬, 클로브 등을 사용해도 좋은 조합이 될지도?


- 치즈는 원래 레시피에는 잘 없다. 보통 베샤멜 소스를 끼얹는게 일반적. 베샤멜 소스는 있으면 무사카의 중후함과 버터버터함을 더해준다. 치즈를 넣어도 맛있긴 한데, 유당불내증인 나는 이걸 먹고 삼일 간 고생했다...ㅋㅋ


- 소스를 만들 때 소고기나 양고기 등의 갈은 고기를 넣어서 만들면 본격적인 식사요리 같은 느낌이 더 들겠다. 한마디로 미트소스로 만들면 된다는 뜻. 굉장히 맛있을 것 같다.


- 단백질원이 필요한데 고기는 싫다면, 병아리콩을 불려서 삶은 후 사용해주면 될 것 같다. 즉, 조립 및 탑쌓기를 할 때 소스-삶은 병아리콩을 맨 밑에 깔아주고, 중간중간에 병아리콩 같이 넣어주면 될 듯. 양은 2컵 분량 정도.


- 근본적으로 깔끔하게 썰어서 먹는 종류의 요리는 아니다. 오븐 팬에서 건져냈는데 지저분해 보인다고 좌절 금지.


- 감자는 소스 물기가 좀 있어야 잘 익으니 소스랑 가까운 곳에 까는 것도 전략적으로 좋은 방법일 듯. 감자는 안 넣어도 된다. 이건 요리의 무게를 더하기 위한 궁여지책이었을 뿐...


- 오븐에 넣으면 편하지만, 모든 과정을 후라이팬으로 대체 가능하다. 가지도 후라이팬으로 굽고, 피망도 후라이팬으로 굽고....다만 그러려면 조립할 때 넓고 깊이가 좀 있는 후라이팬이 필요할 것이고, 모든 것을 다 익힌 후 그냥 한꺼번에 데핀다는 느낌정도로 조립해야 한다.



레시피 쓰고 나니 이건 다음에 사진이나 그림으로 한 번 더 올려야할 것 같다. 익숙치 못한 요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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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 요리] 퀴노아 샐러드

우리 룸메 중에 글루텐을 못 먹는 친구가 있다. 소위 글루텐프리만 먹을 수 있는 건데, 문제는 한국요리에서 글루텐 프리 찾기 진짜 어렵다는 점이다. 주적은 간장이다.... 간장이 밀 발효 제품이라 뭐가 어떻게 안된다...ㅠㅠ 각종 장류 중 간장과 함께 발효된 것들도 당연히 자동 제외고... 국수류나 파전류 절대 안되고, 심지어는 보리차도 대접해줄 수 없는 비정한 현실이다. 


그래서 룸메끼리 저녁을 먹게 되면 늘 한국요리가 아닌 다른 레시피를 실험하게 된다. 


그렇게 강제로 만들게 된 퀴노아 샐러드. 과정샷은 없지만 제법 괜찮은 음식이 나왔다.





요리법은 다음 사이트를 참고했다:


http://allrecipes.com/recipe/229156/zesty-quinoa-salad/


준비에 손이 좀 간다. 하지만 막상 준비가 끝나면 그냥 다 섞으면 됨. 


재료: 퀴노아 한 컵, 물, 올리브오일 1/4컵, 라임 2개, 큐민 2tsp, 소금 1tsp, 고추가루 1/2tsp (정확히는 red pepper flakes지만 나에겐 고추가루가 많으므로), 반으로 자른 방울 토마토 1.5컵, 검은콩 삶은 거, 파 (대파 말고 쪽파류), 고수풀 1/4컵, 소금, 호추


1. 검은콩을 불려둔다. 불려둔 걸 삶는다. 이 과정이 귀찮다면 검은콩 캔을 사용해도 좋음. 


2. 퀴노아 한컵 분량을 냄비에 넣고 물을 부어 끓인다. 퀴노아가 잠길 정도로 물을 부으면 된다고. 일단 물이 끓기 시작하면 중불로 뚜껑 덮은 채 10-15분 끓이면 된다고 하는데, 자세한 건 퀴노아 포장지를 참조....


3. 토마토를 반으로 썬다. 파를 종종 잘게 썬다. 고수풀도 알아서 잘 다듬는다. 


4. 올리브오일, 라임 짠 거 (2개는 좀 많을 수도 있으므로 적당히 보고 가감), 큐민 2tsp, 소금 1tsp, 고추가루를 섞는다. 난 밥그릇에 섞음.


5. 퀴노아, 토마토 반으로 자른 거, 삶은 콩, 파를 넣는다. 4번 소스를 붓고 잘 섞는다. 고수를 투척하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춘다. 바로 먹거나 혹은 냉장고에 잠깐 보관하여 차게 만든 후 먹는다. 



다른 따뜻한 음식들이 있다면 냉장고에 보관한 후 차게 먹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없다면 따뜻하게 먹어도 맛있음. 


모든 소스용 향신료는 알아서 가감. 


우리 집 애들은 착해서 내가 어떤 괴랄한 음식을 만들어도 오 좋아! 맛있어 보여! 이런 반응을 보여준다. 심지어는 된장찌개를 끓여도 음 좋은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이러기 때문에 별로 안 믿는다. 하지만 솔직히 퀴노아 샐러드는 퀴노아와 고수풀과 라임이라는 평소에 쓰지 않는 함정 재료 때문에 돈이 들어서 그렇지, 실패하긴 좀 어렵다. 큐민도 없는데 걍 룸메꺼 훔쳐 씀... 다 같이 먹는 거니까...


암튼 결론은 파티용 음식으로 좋습니다 유학생 여러분!!!!!


만들 때엔 뭔가 되게 힘든 느낌이었는데 레시피 쓰고 나니까 왜 이리 쉬워 보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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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마 카르타 개봉기 및 2주간 사용기 (알라딘 해외배송 이용)

나는 정말 매일같이 PDF 파일을 끼고 산다. 모니터 뚫어지게 보고 있으면 눈도 아프다. 블루라이트 차단하는 소프트웨어도 깔아봤지만 떨어진 시력은 어디 돌아올 생각을 안한다. 예전엔 모니터로는 도저히 공부가 안돼서 단행본들도 시원하게 지르곤 했는데 잔고도 걱정되고 나중에 이사갈 때의 짐의 양도 걱정되고, 그리고 무엇보다 여기저기 이동이 잦은 상황에서 책을 매번 들고다닐 수가 없다는 점에서 타블렛이든 이북리더든 뭐든 하나가 필요하다고 생각이 되었다.


그렇게 자기 합리화를 마치고 나니 아마존의 킨들 페이퍼화이트가 눈에 들어왔다. 프라임멤버 30불 할인! 89.99불의 저렴한 가격! 하지만 아마존 킨들 페화는 PDF보기에 불편하다는 친구들의 말이 마음에서 떠나질 않았다... 실제로 한밤중에 결제까지 했다가 다음 날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도로 물렀다.


그렇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와중 한국에 새로 출시된 크레마 카르타에 대해 알게 되었다. 어디까지나 PDF머신이 주요했기 때문에 귀찮은 탈옥을 감수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거기다가 알라딘은 US도 있고 해외배송도 된다! 많은 사람들이 리디페이퍼 얘기도 했지만 물량 조절 실패, 해외배송이 어렵다는 점, 나는 리디북스 알라딘 열린책들 세계문학 등 여기저기 책들 질러둔 게 있다는 점, 그리고 PDF를 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점에서 별 어려움 없이 크레마 카르타로 마음이 기울었다. 아니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선택지가 없었다... 그리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번에 리디북스 쪽에서 리페가 QC를 좀 실패한 모양이다. 해외에서는 수리도 어렵고 반송도 어려우니 무조건 양품을 뽑아야하는 내 입장에선 정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미국에서는 알라딘을 이용해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크레마 카르타를 배송받을 수 있다. 하나는 알라딘 US를 이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 알라딘에서 해외배송을 선택하는 것이다. 원래는 별 생각없이 알라딘 US를 선택하려고 했는데, 자세히 뜯어보니 배송비를 포함해도 한국 알라딘이 조금 더 쌌다. 아마 환율 문제인 것 같은데, 한화로 약 10,000원 이상 차이 났던 것 같다. 게다가 한국 알라딘은 DHL로 금방 배송해주지만 알라딘 US는 LA로 DHL 배송 후 집까지 육지 배송이었다. 물론 알라딘 US가 배송비가 들지 않아 좋지만, 크레마 카르타는 관세 대상이 아니었고, 책들과는 달리 무게가 그닥 나가지 않으므로 DHL 배송을 해도 배송비는 12,000원 쯤 되었다. (이걸 포함해도 US보다 쌌다.) 거기다가 해외배송 혹은 알라딘 US 주문 시 12,000원짜리 이북 쿠폰도 해당사항이 없고, 케이스 할인권도 쓸 수 없었기 때문에 나는 이런저런 선택의 여지 없이 그냥 한국 알라딘에서 해외배송을 택했다. 마침 한국 알라딘 쪽에 마일리지도 있어서 살짝 할인도 받고...(둘이 마일리지 연동이 안된다.)


주문하고 얼마 안되어 파주에서 출고가 된 나의 크레마 카르타는 48시간이 되기도 전에 이곳에 DHL로 총알 배송되었다. 빠르다는 소리는 들었어도, 한 일주일은 걸리겠거니와 했는데, 월요일 밤에 주문한 걸 수요일 오전에 받으니 매우 정신이 얼얼했다. 아마존에서 프라임으로 주문하는 것보다 물건이 더 빨리 배송되었어.... 굉장한 충격이었다. 한국의 택배 문화란... (물론 DHL은 한국 회사가 아니다)


아무튼 물건을 수령할 때 정말 근시일에 이렇게까지 기뻤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마음이 두근거리는 게 느껴졌다. 1. 택배 도착의 기쁨 2. 한국에서 무언가가 옴 3. 염원하던 물건의 지름의 콤비네이션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좀 아파서 골골대고 있었는데 아픈 것도 싹 나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ㄷㄷ




무려 파주에서 왔다.




저 사진을 찍은 것은 11월 11일. 영수증에 표기된 주문일은 11월 10일. 한국시간과 미국시간의 차이는 있다고 하지만 이는 실로 미친 속도...




포장은 보다시피 뾱뾱이 바닥과 공기주머니(저거 이름 까먹음)로 대충 채워왔다. 사실 DHL이라 뭐 험하게 구르진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알라딘 박스 자체도 테이프로 칭칭 감아져 있었다. 박스는 별 이상 없이 튼튼하게 도착함. 왼쪽의 레디 잇츠 쇼타임 박스를 집어든다. 




씰이 뭔가 범상찮다. 그래도 씰 역할은 하는 듯하다. 깔끔하게 안 떼진다. 




열면 또 뾱뾱이가 들어있고, 중앙에 크레마가 들어있는 박스가 또 들어있다. 



다른 블로그에서도 많이 보았을 크레마 카르타 박스다. 




뒷 껍데기. 별거 없다. 한국 이퍼브에서 디자인하고 대만에서 만들었다고 되어 있다. 

안드로이드 4.0.4에 용량은 8GB, 램메모리는 512MB다. 안드로이드 버전이 내 폰보다 높다.... ㅠ





박스 옆면. 백라이트가 켜지고, 터치 기능이 탑재되었으며, 안드로이드 기반의 기기고, 와이파이 사용이 가능하며, 이잉크 + HD 기계란다. 몇 년 사이에 이북리더가 엄청 발전했음을 느꼈다. 




박스를 또 열면 크레마가 예쁘게 잠들어있다. CREMA라고 찍힌 보호필름이 덮혀 있다. 글씨가 없었으면 그냥 붙인 채 썼을 텐데... 이북 카페에선가 어디서 들었는데 아세톤으로 글자를 지울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난 아세톤이 없으므로 fail. 





구성품은 단촐하다. 크레마, 사용설명서, USB 케이블. 사이즈 비교를 위해 쓰던 문방구 칼을 옆에 둬봤다. 6인치는 작은 크기다. 사용설명서에는 기본적인 주의사항과 전원 켜는 법, 보증서 등이 들어있다. 더욱 자세한 기능에 대한 정보는 크레마 안에 PDF 형식으로 설명서가 포함되어 있다. 




내 손은 작은 편인데, 그럼에도 한 손으로 잡는 데에 크게 문제가 없다. 그리고 정말 놀랍도록 가볍다! 뒷면의 우레탄 같은 재질 덕분에 미끄럽지도 않다. 2주일간 써본 뒤 지금 생각엔, 세로로 파지하는 데엔 전혀 어려움이 없고 가로로 볼 때엔 하단의 버튼이 조금 불편하다. 




크레마의 하단. 충전을 하면 맨 왼쪽에 붉은 등이 들어온다. 그 옆은 전원버튼인데,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가 손이 자동으로 가는 위치는 아니다. 그 옆으로 리셋 구멍, 미니 USB 단자, SD 슬롯이 들어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그냥 다 고무패킹으로 막아둔 다음에 방수 기계를 만들었으면 어떨까 하는 망상도 안해본 것은 아니다...ㅋㅋ 




크레마 뒷면이다. 별 거 없이 깔끔하다. 




크레마를 켜니 배터리가 조금 들어있다. 백라이트를 켜고 끄려면 패널 하단의 버튼을 오래 눌러주면 된다. 와이파이를 켜고 펌업을 했다. 업그레이드 전이라 배터리 잔량 표기가 안 되어 있는데, 업그레이드 후에 보니 약 47% 정도 충전된 상태에서 왔다. 충전 하면서 이것저것 만져봤는데, 충전 속도는 나쁘지 않다. 전기 먹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비율로 따지면 훌륭하다. 




이것은 약 2주 뒤의 사진이다. 크레마의 Sleep 폴더에 이미지를 넣으면 슬립화면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이미지도 제법 선명하다. 흐려보이는 것은 1) 이미지가 원래 해상도가 낮음 2) 카메라 포커스로 인해 배경 날림 발동...



이렇게 영화 포스터 넣어두면 괜히 뿌듯하다. 개인적으로는 자객섭은낭 미국 버전 포스터가 가장 예뻤다... 그거랑 영화 촬영 스틸컷.... ㅋㅋ 

이북 카페 이런 곳에 가면 사람들이 이런저런 재밌는 이미지들 많이 올려준다. 




보다시피 배터리 잔량이 표기된다. 

파일 제목 부분에 보면 잔상이 남아있는데, 이처럼 어두운 화면에 대한 전환을 거듭할 때 잔상이 많이 남는다. 그냥 흰 배경에 글자만 있을 경우, 잔상이 신경 쓰인 기억이 없다. PDF로 스크롤 해서 봐도 딱히 잔상제거를 위해 깜빡깜빡 하는거 쓸 필요가 없었다. 





PDF 파일은 이렇게 화면을 가로로 두고 본다. 그냥 종이 읽는 것 같다. 영어야 뭐 글자가 단순해서 어려움이 없는데, 한글은 어떨지 모르겠다. 중국어나 일본어는 조금 활자를 많이 키워야 할지도. 



책상에 굴러다니던 모나미 볼펜과의 비교컷. 6인치는 작다. 사진의 크레마가 보여주는 글자 크기는, 인쇄 사이즈로는 워드 기준 한 폰트 8~10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원래도 종이 아끼려고 작게 인쇄해서 별로 힘들지는 않다. 2단 논문은 좀 힘들 것도 같다. 




메뉴 구경. 알라딘에서 질렀으므로 알라딘 ebook앱이 탑재되어 있다. 인터넷은 와이파이 로그인할 때만 쓴다. 속 터지므로. 전자사전은 국어사전/영한/한영이 있는데, 한번 다운로드 받으면 그 뒤로는 온라인이 아니더라도 사용이 가능하다. 나쁘지 않다. 열린서재 탭도 있는데, 앱 5개 등록이 가능하다. 물론 이는 좀 적어서 다른 서랍장 앱을 깔아서 사용한다. 자세한 것은 하단에...





크레마 카르타를 고민할 때 가장 큰 부분이 바로 열린책들 세계문학이 돌아가느냐의 문제였다. 그래서 인증샷. 열린책들에서 작년에 내놓은 eink용 앱인데, 업데이트가 안돼서 좀 애로사항이 꽃폈지만 그래도 결국엔 해냈다. 




솔제니친의 수용소군도. 그냥 책 종이 같다. 활자가 제법 크니 한글도 읽기 어렵지 않다. 활자가 작거나 크면 기본적인 조절은 된다. 한마디로 작년 이맘때쯤의 열린책들 안드로이드 앱을 떠올리면 된다. 




진짜 책 같다. 뿌듯뿌듯. 




사용 후 소감 


- 앞서서 말했지만 고무패킹 보완해서 방수되면 좋겠다... 그리고 이잉크가 워낙 설탕 액정으로 유명하여 쓸 때마다 바짝 긴장하게 된다. 심장이 약하시다면 케이스 구매도 고려해볼만하지만, 케이스는 무겁다고 한다. 케이스 없이 쓰면 밤에 이부자리에 누워서도 어렵지 않게 들고 볼 수 있다. 팔 하나도 안 아프다.


- 최근의 펌업 이후로 터치 감도와 반응도 많이 개선되어서 스크롤도 훨씬 수월해졌으며, 약간의 인내와 정신집중을 통해 하이라이트도 할 수 있다. 펌업 전에는 터치 정확도가 정말 처참했다. 특히 기계의 가장자리로 갈수록 노답 수준... 나는 A를 쳤는데 S가 입력되는 건 기본... 지금도 기계 가장자리의 터치 정확도는 다소 떨어진다. (PDF에서 밑줄 긋다보면 느낌이 온다.) 화면 가로로 돌리고 타이핑 하면 그만큼 키보드도 커지므로 아무 문제 없다.


- PDF 파일보단 이북 읽는 게 당연히 좋다. 하지만 PDF도 볼만하다. 단, 1단 논문이고 도표나 삽화가 많이 없다는 전제 하에. 나는 대부분 1단 논문이라 큰 문제 없이 애용하고 있다. 눈이 편하기도 하고, 기계를 잡고 있어서 뇌가 착각해서 그런가 크레마로 읽으면 집중도도 높은 편이다. 


- 다른 사람들 말대로 알라딘 앱과 리디앱은 훌륭하다. 특히 알라딘 앱은 정말 매끄럽다. 크레타 기본 앱은 좀 별로였는데 펌업 후 좋아졌다. 제법 쓸만하다. 


- 해외배송인 만큼 보호필름을 살 여건이 되지 않았다. 원래는 적당히 아무거나 보호필름 사서 오려 쓸까 했는데, 그냥 써도 상관없다. 오히려 빛도 반사되지 않고, 묘하게 매트한 것이 종이 느낌도 살짝나고 해서 만족중. 어차피 깨질 액정은 깨지게 되어있다. 특히 이북리더라면.... 손톱으로 긁어대면 스크래치가 생기겠지만, 그 외엔 크게 뭐 기스 걱정 안해도 될 것 같다. 


- 전원 버튼이 조금 불편하다. 2주가 다 되어가고 정말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기기를 썼는데 아직도 손에 안 익는다.


- 페이지 넘김 물리키 같은 거에 미련은 없다. 하지만 펌업 등을 통해 페이지 홀드 버튼 같은 게 있으면 진짜 좋을 것 같다. 책이라 생각하다보니 자꾸 화면에 손이 가는데, 손이 가면 터치가 작동한다 ㅠ_ㅠ 홀드 버튼을 켜면 화면에 손을 대도 책이 움직이지 않는 걸로! 


- 펌업을 통해 안드로이드의 백버튼 및 메뉴버튼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다음 버전의 크레마가 나온다면 별도로 최소한 백버튼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백버튼 켜기 위해 기기 하단을 스와이프 할 때마다 원하는 백버튼은 뜨지 않고 페이지가 넘어간다.... 


- 한국 이퍼브가 공밀레를 시전 중이다. 무슨 각오가 섰는지 미친 펌업과 피드백을 제공 중인데, 얼마나 갈지 지켜봐야겠다. 


- 언젠가 8인치 정도 되는 이북리더가 나오면 지를 지도 모르겠다. PDF 보기 좋다.


- 백라이트 진짜 좋다! 물론 그냥 스탠드를 켜도 되지만 이불 속에 들어가서 책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 화면 상단의 상태바를 터치하면 와이파이와 백라이트 조명 기능이 나온다.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유용하게 쓰는 중.


- 내 크레마의 인터넷 창이 좀 미친 것 같다. 학교 와이파이 연결을 하려면 인터넷 브라우저로 진입해서 아이디와 비번을 입력해야하는데, 매번 브라우저가 다운된다. 아마도 소프트웨어적으로 유도된 사이트가 아닌 다른 사이트 접속이 막혀 있는 것 같다. (즉 A사이트 주소가 자동으로 B사이트로 이동되는 게 막혀있는듯? 확실친 않음.) 그래서 찾은 해결방법: 알라딘 앱에 진입하여 서점 -> 신간을 조회한다. 그러면 알라딘 앱 내에서 인터넷 브라우저를 구동시키므로 해당 창을 통해 로그인이 가능하다. 굿굿. 



깔아둔 앱


처음에 어떤 앱을 깔아야하나 매우 방황했으므로 어떤 앱 깔았나 공개합니다:


1. 화면 회전 제어

카르타 기본 앱에서도 가로 전환이 되지만 한 방향으로만 된다. 그리고 다른 앱에서도 가로보기를 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앱을 사용하는 수 밖에 없다. 광고버전이므로 앱구동 후 약 3초 간 기다린 후 메뉴 선택을 하는 것이 좋다. PDF는 가로로 보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 세로로 보면 작은 글씨 때문에 눈 나빠질 것 같음.

네이버 이북 카페에서 앱을 찾았다. 


2. AppDrawer

역시 네이버 이북 카페에서 찾았다. 열린 서재에는 앱이 5개 밖에 등록이 안되는데, 그보다 많은 앱을 설치하게 되면 앱 교체가 매우 귀찮아진다. 따라서 이런 앱을 통해 한번에 깔린 앱을 모두 보는 게 좋다. 다만 바로 사용할 것은 못되고, 카페의 해당 앱 올려주신 분의 설정을 따라한 후 사용할 것을 강력하게 권합니다.


3. Smart Booster 등 메모리 관리 프로그램

512MB의 처참한 메모리를 자랑하므로 램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자동 종료 프로그램 같은 것보다는 수동으로 프로그램 종료 및 정리가 가능한 앱이 좋은 것 같고, 무조건 용량 작은 게 답이다. Smart Booster를 쓰는 이유는 1. 화이트 리스트 관리가 용이하고 2. 화면 상단에 상시 버튼을 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버튼 누르면 메모리 정리가 됨. 


4. 리디북스 앱

좋다. 잘 돌아간다. 카페랑 구글 어디 검색하면 e-ink용 앱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5. 열린책들 세계문학

세계문학을 지른 사람 한정이겠지만, 2014년인가 열린책들/북잼 측에서 업로드한 e-ink용 앱을 사용하면 된다. 작년 이맘 때쯤 열린책들 세계문학 앱과 같은데, 조금 귀찮다. 일단 업데이트가 필요하다고 뜨는데, 그냥 확인 누르고 넘어가면 아무 이상 없다. 어차피 구글 플레이가 없으므로 업데이트도 안된다... 그리고 클라우드 계정 연결할 때 조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나는 발생했다. 도대체 어떻게 책들을 다운받은 건진 모르겠지만, 자꾸 구매서적 열람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덧붙여 혹시 신간을 구입할 예정이라면 아마 별도로 폰이나 타블렛 통해 구입한 후 조회해야 할 것 같다. e-ink용 앱으로는 구매가 안된다. 


6. Adobe Acrobat

다른 사람들은 각종 뷰어를 쓰지만 나는 그냥 어도비 아크로뱃을 깔았다. 램 관리만 잘한다면 어도비도 잘 돌아간다. 앱도 그냥 구글로 검색 가능. 하이라이트와 메모 때문에 사용한다. 드랍박스를 통해 연동하면 굿.


7. 드랍박스

잘 돌아간다. 컴퓨터랑 PDF 연동해서 쓰면 훌륭하다. 드랍박스 내 뷰어보다는, 다른 프로그램으로 열기를 통해 어도비로 문서를 열람한다. 이때 문서가 기계에 다운받아지는 것 같다. 즉, 온라인 연결이 되지 않아도 파일 열람에 문제가 없으며, USB 연결해서 보는 것보다 편함.


8. 기타: 난 안 깔았지만 만화책이나 이미지를 본다면 퍼펙트뷰어 등이 사용이 가능하며, 이름은 까먹었는데 폰에 깔린 앱을 크레마에 전송시키는 앱도 있다고 한다. 


나도 처음에 헤맸기 때문에 한 줄 더 첨언하자면, apk 파일들은 크레마를 컴퓨터에 연결했을 때 따로 폴더를 생성시키지 않은 채 바로 복붙하면 열린서재에서 선택 및 설치가 가능하다. 



케이스


남들은 크레마카르타 정식케이스다, 지마켓 발 2500원짜리 국민케이스다 뭐다 하는데 나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며칠이고 페화 케이스들을 들여다 보다가 돈도 아끼고 할 겸 아마존에서 7인치짜리 기본 파우치를 질렀다. (http://www.amazon.com/dp/B00I8T4J5C/ref=twister_B00DS4G2AW?_encoding=UTF8&psc=1)

음, 다시 사라면 안 살 것 같다. 파우치 자체의 퀄리티는 괜찮은데 6인치 기기를 넣기엔 너무 커서 불안불안하다. 결국 뾱뾱이를 파우치에 함께 집어넣고 다닌다. 가방에 여러번 넣고 다녔는데 여지껏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늘 심장에 좋지 않은 듯.... 

만약 다시 사라면 10불 내외의 페화 전용 파우치 (케이스는 사용이 안됨)를 살 것 같다...




업데이트 (2015/12/15)

->> http://hyvaamatkaa.tistory.com/193


업데이트 2 (2017/1/29)

->> http://hyvaamatkaa.tistory.com/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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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A Trip Through China (1916, Benjamin Brodsky)

어제 저녁에 재미있어 보이는 영화 기획이 있어서 보고 왔다. 




A Trip Through China 

1916

Benjamin Brodsky

DCP, 108 min



스틸컷[각주:1]을 어디서 구해야할지 몰라서 그냥 행사 공지에서 빌려왔다. 


이 영화는 브로드스키라는 러시아계 미국인이 만든 영화로, 1912년부터 1915년까지 중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촬영한 기록영상들을 모아 편집한 영화다. 어디까지가 직접 촬영한 것이고, 어디까지가 다른 사람들의 촬영본을 따온 것인지 좀 불분명하다고 듣긴 했지만 기본적으론 그가 만든 것이 맞다. 브로드스키는 이민자로, 때로는 폴란스키라고 번역되기도 하지만 미국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한 영문 이름은 Brodsky니 브로드스키가 맞는 이름이겠다. 


원래 세일즈맨이자 투자가에 가까웠던 그가 미국에 유학온 중국인 유학생의 권유로, 중국 현지에서 찍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이 영화를 중국의 서양인들에게 상영했을 뿐 아니라, 따로 강연가를 고용하여 미국에서도 순회 상영을 다녔다고 한다. 당시 1917년에 공개 상영된 후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공개상영되는 자리였다고 한다. 2년 후였으면 100주년 기념이었을듯...뿐만 아니라 싱가폴 등 해외의 다른 나라에서도 상영을 했지만 뭐 좀 기록들이 불분명한 것 같다.


무성영화여서 따로 음악가 두 분이 동행하셔서 라이브로 신디사이저 반주를 해주셨다. 우리가 본 버전은 2013년 대만의 국가전영중심, 한국으로 치면 영상자료원 같은 곳에서 복원한 버전이다. 총 108분으로, 홍콩에서 시작하여 광저우, 수저우, 항저우, 상하이, 티엔진, 북경까지 여행하며 찍은 영상들을 모은 작품이다. 중간중간 코멘트들 (무성영화니까 화면상 글자로)이 등장하는데, 몇몇은 관찰을 전달하는 내용이었지만 나름 재밌게 하려고 만든 코멘트들도 있었다. 복원본의 한계인지, 원래 편집이 그랬는지, 혹은 당시 상영되었을 때엔 강연가와 본인이 함께 영상을 동반했기 때문에 그런지는 몰라도, 초반을 제외하고는 장소들이 마구 섞인다. 그러니까 화면상으로는 천진에 있어야하는데 홍콩이나 광저우의 장소들이 나온다거나, 앞에서 쓴 화면들을 자꾸 재활용한다거나. 아마도 브로드스키의 사고와 관심사를 영상으로 표현한 것 같은데, 맥락이 조금 부족한 오늘날로서는 파악하기 힘든 부분들도 없잖아 있었다. 





완결된 글을 쓰기 귀찮으므로 여기서부터 짤막한 감상.


1. 

아는 장소들이 나온다는 것이 무척 재밌었다. 특히 홍콩의 경우 대부분의 장소들은 거의 다 대략적으로 분간이 갈 정도였고, 생각보다 다르면서도 비슷한 100년전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와 동시에 심천을 떠올리며 아, 나도 저렇게 역사가 좀 긴 곳에서 연구를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순간 들었음을 부정하기가...ㅋㅋㅋ 뭐 홍콩 땅덩어리가 작은 탓도 있겠지 싶다. 상하이의 와이탄의 경우 참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북경의 전문과 자금성이었다. 전문의 경우 그 모습이 정말 완벽히 그대로 싱크로가 되어서 그 익숙함에 놀랐고, 자금성의 경우 익숙하지 않아서 놀랐다. 궁내야 익숙할지 몰라도, 자금성을 둘러싼 풍경이 오늘날과 너무나 달랐기 때문. 천안문광장을 비롯한 각종 정치중심기구들이 없는 고궁 주변을 상상해본 적이 있는지? 정말 담장 너머로 궁궐이라는 것, 그리고 내가 아는 그 천안문 광장의 모습이 없는 고궁은 생각보다 낯설었다. 


2. 

중국의 값싼 노동력과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언급이 제법 있었다. 미국 관객들에게 상영했을 때, 그들이 당시 미국에 대거 유입되었던, 동시에 역사 속에서 지워버리려고 했던 쿨리들을 어떻게 상상했을지 너무나 궁금하다. 애초에 당시 미국인들은 중국의 쿨리 노동자들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이 영상 자료는 어떤 상상을 촉발시켰을까? 진짜 제일 궁금했던 부분. 


2-1.

'노동'에 대한 감독의 입장이 흥미롭다. 한편으로는 칭송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희화의 소재로 삼는다. 물론 이는 '중국인'이라는 몸의 존재를 통해 바라본 노동이므로 한층 더 복잡하지 않았나 싶다. 


3. 

앞서 언급했지만 몇몇 장면들은 정말 미친듯한 재활용의 향연이었다. 무엇을 표현하고 싶어했는지 무척 궁금하다.


4. 

친구의 말대로 영화 속에는 강과 바다, 물 위의 교통수단(다양한 배)이 매우 빈번하게 등장하였다. 

한 편으로는 '움직임'에 초점을 맞추어 다시 영화를 보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무성) 영화 카메라가 담기에 좋은 그림'에 대해 다시금 고민하게 되었다


5.

영화는 근본적으로 러시아계 미국인인 그의 호기심, 그리고 미국의 관객들이 가질법한 호기심을 만들고 풀어나간다. 그곳의 서양인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곳의 중국인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등 말이다. 다소 파편적이어서 깊이는 부족할지 몰라도, '본다'라는 감각을 가장 충실하게 충족시키고 있는 영상 중 하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차원에서 브로드스키가 중국을 세계의 어딘가에 위치시키는 언어적, 비언어적 코멘트들이 흥미로웠다. 예컨대 다른 나라들을 언급하거나, 미국과의 차이를 언급하는 방식들 말이다. 


6. 

몇몇 장면들은 자연스럽게 촬영된 것이 아니라 대상을 카메라 앞에 세운 것임에 틀림없었다. 예를 들어 원세개 아들 세명이 인사 몇 번씩 하는 장면... 요즘같으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장면이다. 당시 세계에 카메라라는 물건과 인간이 관계하던 방식이 궁금하다. 물론 카메라라는 물건을 쥐고 있던 백인/미국인의 존재 또한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카메라를 들이댄다는 행위가 무엇을 의미할까. 가장 놀랐던 장면은 사형수의 형집행장면을 고스란히 담은 것이었고 (결국 난 버티지 못하고 눈을 가림 ㅠ), 그 장면에서 또 한 번 놀란 것은, 누군가가 카메라 앞을 얼쩡거리는 바람에 안보이게 되니까 다른 사람이 카메라 찍게 비켜라고 손짓하는 장면이었다. 사형장면을 영화 카메라에 담는다고?!

 

7. 

영화를 보다보니 예전에 한국에 대한 영상을 봤던 기억이 났다. 독일 신부였던 베버가 촬영한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라는 무성영화였는데, 배급용 영화, 즉 상업영화적 성격이 강한 브로드스키의 중국 영상과는 달리 영상기록의 성격에 가까웠기에 마냥 보는 것이 쉽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한편으로는 같이 영화를 본 중국인 친구가 100년 전 칭화대의 모습이 나오자 사진을 찍는 걸 보고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나에게 익숙한 무언가의 100년 전 모습을 본다면 더더욱 신기해할 것 같다. 




 


  1. http://filmstudiescenter.uchicago.edu/events/2015/trip-through-china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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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객 섭은낭 (刺客聶隱娘The Assassin, 2015)

업데이트 된 리뷰 -- http://hyvaamatkaa.tistory.com/204


시카고 영화제에서 놓친 영화가 꽤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자객 섭은낭이었다. 놓쳤다기 보다는 그냥 관람을 포기했다. 상영시간은 단 두 타임에, 칸 영화제에서 수상하고 갈라 프레젠테이션으로 나오는 영화표를 내가 구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심지어 지아장커 영화도 매진으로 결국 못 봤으니...


불행 중 다행으로, 자객섭은낭이 미국 전역에 개봉하였다. 대규모 개봉은 아니고 몇몇 도시들 극장들 위주로 하는 개봉인데, 이곳에서는 약 1~2주만 스크리닝한다고 했다. 그래서 할로윈날 할로윈 파티는 안 가고 영화관에 냉큼 다녀왔더란다. 




<자객섭은낭 刺客聶隱娘> 

대만 2015

허우샤오시엔 候孝賢  

출연: 서기, 장진, 사흔영, 츠마부키 사토시 등



1. 


이 영화는 시네마토그래피 하나만으로도 영화관 가서 볼 것을 강추할 만하다. 영화 공부하는 분들과 같이 갔는데, 다들 영화 끝나고 제일 처음 한 말이 영상감독 누구냐는 질문이었다. 필름 영화에서 어디까지 표현할 수 있는가, 그리고 영상미에 대한 각종 실험으로부터 얻은 노련함을 집약해둔, 황홀한 영화였다. 일단은 당나라가 배경이고, 고증이 충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중국에서 조금 욕을 먹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고증이 뭐 대수일까, 필름 카메라로 저렇게까지 표현할 수 있는 것을. 예전에 타셈 싱 감독의 <더 폴>을 보았을 때 발로 뛰어서 만들어 낼 수 있는 영상의 아름다움에 대해 탄복한 적이 있다. 허우샤오시엔은 이를 훨씬 넘어섰다. 발로 뛰고 인간이 만들어내고 인간에게 주어진 환경을 온갖 감각으로 마주했을 뿐만이 아니라, 그것을 자신의 철학과 노련함으로 담아내 새로운 지평을 개척한 느낌이다. 더 폴이 예쁜 사진들을 잔뜩 모아서 황홀한 상상의 세계를 만들어냈다면, 자객 섭은낭은 이 세계를 정말 장엄하면서도 섬세한 수묵화로 담아냈다고 해야할 것이다. (그렸다는 표현보다는 담았다는 표현이 맞겠다.) 이것은 감독과 제작진의 집념이 없이는 이뤄낼 수 없는 산물이다. 


영화를 보고 난 후 허우샤오시엔의 인터뷰를 읽었는데, 납득이 갔다.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100%, 아니 120%로 담아내는 능력이 부럽다. 


(대신에 영상미가 강조되어 영화 속 식생이 좀 장난 아니라는 것이 함정... 냉대~온대에서 자라는 자작나무부터 남쪽 열대지방에서 날 것 같은 나무들까지 막 다 나온다....참 넓은 동네에 사는구나 너희들... 어라 그러고보니 무협영화의 단골 대나무가 안 나왔네?!)



포스터의 수묵화도 멋지지만 영화는 더 멋있습니다 여러분. 역사와 전통의 수묵화가 나타내고자 하는 바를 영화로 배운 기분입니다...




2. 

사운드 또한 매우 인상적이었다. 중간에 배우가 악기 뜯는 장면은 매우 거슬렸지만 그것은 내가 소싯적 국악동아리에 몸담았기 때문에 예민해서 그런 것이고... (실제로 우리 동아리 친구들은 영화관에 가서 사극 영화를 보면 악기에 매우 집중한다. 예컨대 미인도를 보는데 배우의 가야금 연주 때문에 다들 확 깼다며 투덜투덜 했음...)  

각종 바람 소리, 새소리, 옷자락이 사부작거리는 소리, 발걸음 등등 여러 소리들이 한없이 증폭되어있었다. 소리의 증폭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매우 조용했고, 관객의 입장에서도 나의 소리가 때로 매우 신경쓰였다. 소리를 증폭시킴으로써 소리가 없는 것, 혹은 조용한 것에 대한 감각 또한 증폭시킨 셈이다. 조금 이상한 비교일 순 있겠지만, <마루 밑 아리에티>에서 미야자키 하야오가 작은 생물체 아리에티가 느끼는 시끄럽고 거대한 세상을 통해 고요함을 소리로 채웠다면, 허우샤오시엔은 소리를 고요함으로 채운 것이다. 즉, 관객들로 하여금 고요함에 대한 감각을 인지하게끔, 또한 날카롭게끔 만든 것이다. 어디까지나 '자객'의 이야기이니 이만큼 적절할 수가 없다. 


덧붙여 이는 (어떻게 보면 허우샤오시엔이 공언한) 무협영화라는 장르기 때문에 더욱 빛을 발한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무협영화에서는 칼이 부딪히는 소리, 기합 소리, 맞는 소리 등등이 매우 강조되곤 한다. 허우샤오시엔은 무협영화에서 일종의 리얼리즘을 추구하면서도, 이러한 영화적 문법을 부정하지 않았다. 익숙한 문법을 새로운 감각을 통해 경험케 함으로써, 한편으로는 영화를 보는 지침을 제공하기도 하였고 (일단 익숙하니까 보면서 마음이 편하다), 익숙한 것을 달리 생각할 여지도 제공하였다. 나도 언젠가 다른 매체를 통해 응용해보고 싶을 정도로 매우 놀라운 전략이다. 


배경 음악의 사용도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때로는 매우 낯선 음색들, 전혀 익숙하지 않은 음색들이 연주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적절하다고 느꼈다. 언젠가는 음악 사용에 집중해서 영화를 다시 보고 싶을 만큼 말이다. 



이것은 영화 속에서 볼법한 장면입니다.



그리고 이 장면은 이렇게 만들어졌습니다. 어머 미쳤어




[이하 스포일러가 등장할 수 있습니다. 의미가 있는진 모르겠지만.]


3. 

영화에서 등장하는 액션 씬들은 이 영화가 분명히 무협영화임을 나타내준다. 그렇지만 무협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현실적이다. 자객 섭은낭은 조용히, 우아하게, 그리고 매우 효율적으로 움직이며 상대를 제압한다. 장풍을 쏘거나, 허공답보를 하며 날아다니거나, 말도 안되는 괴력을 과시하거나, 검 끝에 서있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갈고 닦은 현실 속 절정고수라면 저렇게 할 것 같다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협의 규칙을 따른 이펙트 사운드 덕분인지, 혹은 섭은낭이라는 말수 적고 자객다운 캐릭터 덕분인지는 몰라도 무협영화의 냄새가 짙게 나며, 기존의 무협 영화들을 비웃지도 않는다. 다른 것들을 비판함으로서 리얼리즘을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하나의 장르를 만들어간다고 느낀 부분이 아마 이런 점들 때문일 것이다. 


또 한 가지 특기할 점은, 액션 씬들의 호흡이 다소 짧다는 것이다. 기존의 무협 영화는 액션씬을 매우 강조하여 보는 이를 즐겁게 하지만, 이 영화는 그 호흡을 짧게 함으로써 오히려 액션 씬들을 부각시킨다. 대체로 매우 고요요하다가도, 화면이 전화되며 날카롭게 칼 부딪히는 소리가 등장할 때마다 흠칫 놀랐다. 액션 씬들도 거창하거나 화려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진한 인상을 남기는 이유는 바로 정중동(靜中動)과 같은 배치 덕분일 것이다.


누군가는 영화가 느리다고 말했는데, 내 생각엔 '느리다'기 보다는 다른 시간성(temporality)을 강조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무협 액션이 탄생할 때까지의 빚어져야 할 관계성과 자객의 그림자 같은 존재를 부각시킨 것일 뿐이라고. (사족: 실제로 일본의 자객과 같은 닌자忍者는 인내하는 자다...그나저나 일본판 제목은 검은 옷을 입은 검은옷의 자객...黑衣の刺客) (사족2: 그런 의미에서 스토리는 참 느슨한데 인물 간의 관계는 참 복잡하게 얽혀있다...)




4. 

허우샤오시엔의 영화는 다소 파편적인 스타일을 가졌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전혀 산만하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은 아마도 선택과 집중을 매우 잘했다는 것의 방증이지 않을까. 사람마다 느끼는 점이 다르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자객'이라는 캐릭터에 영화의 모든 감각을 집중시켰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섭은낭이 자객을 수행하는 것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영화 속 모든 것을 조용히(영화가 조용해서 나도 반드시 조용히 봐야한다) 지켜보는 내가 자객이 된 것처럼, 영화의 화면과 그 너머에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감각을 예리하게 다듬어내는 그런 영화다. 


이 영화는 아무리 고요하지만 모든 화면이 새소리,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 바람 소리와 같은 소리들로 가득 차 있다. 특히 바람은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비단 소리 뿐만이 아니라 차양막이나 비단, 촛불, 나무, 풀잎, 구름 등 시각적인 매체들도 총동원 하였다. (특히 티엔지안田季安이 방에 있을 때 섭은낭이 시야에 들어오는 장면은 정말 이전에는 본적이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장면이다. 매우 충격 받았다.) 이러한 감각의 확장 덕분일까, 관객은 스크린에 비쳐진 풍경 이상의 넓이와 깊이를 느낄 수 있게 된다. 내가 써놓고도 나중에 읽으면 무슨 미친 소리야 할 만한 문장이긴 한데, 정말 이렇게 밖에 표현하지 못하겠다. 앞서 말한 <더 폴>이 아기자기한 프레임 속의 판타지 세계를 상상케 했다면, 자객 섭은낭은 프레임은 그저 눈길이 가는 곳일 뿐, 마치 내가 그 속에 빨려들어가 영화 속 세상의 일부가 된듯한 느낌을 준다. 스케일과 화려함으로 압도하기 보다는, 그 우아함에 압도되는 느낌? 



5.

이 영화를 보고나서 왕가위의 <일대종사 一代宗師, 2013> 생각을 간간히 했더란다. 둘다 무협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느낌인데, 그 지평이라는 것이 사뭇 다른 듯 하다. 일대종사의 화려함과 다소 난잡한 스토리(반드시 엽문 이야기를 알아야만 이해가 갈 정도로...)는 기존 무협영화를 정면 돌파하여 새로운 길을 만드는 느낌이었다. 슬로우 모션의 활용, 거대한 눈밭의 붉은 꽃과 같은 영상들은 무척 세련되었고 신선한 느낌이었다. 없는 것도 만들어낼 것 같은 영화 감독의 패기가 느껴졌다고 해야하나. 반면 허우샤오시엔의 자객섭은낭은 기존 무협영화를 품어내며 새로운 지평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는 느낌에 가깝다. 없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을 한껏 담아내는 듯했다. 그래서인지 암만 눈씻고 봐도 중국 건축양식이 아닌 것 같은 건물들이 등장하고, 실제로 촬영도 대만, 중국, 일본(교토)을 오가며 촬영했다. 그렇기 때문에 당나라를 제대로 재현 못했다고 욕 먹는거지만, 세트가 아닌 세계를 담아냈다는 것만으로도 뭐 상관없다. 재현 못하면 어때, 어차피 당나라 소설인데. 

요컨대 왕가위 영화만큼의 충격적인 느낌보다는 조용히 압도당하는 느낌이랄까. 일대종사를 보고나니 다른 무협영화에 대한 실망감이 들었다면, 자객섭은낭을 보고나니 다른 (분위기 있는) 무협영화가 보고 싶어졌다. 물론 일대종사를 본지 2년이자 지났기 때문에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언제 한 번 연속으로 보고 비교를 해보는 것으로...



6. 

나는 허우샤오시엔 영화가 그간 무협영화에 대한 훌륭한 변이라고 생각했다. 무협영화라는 장르가 모색할 수 있는 또다른 길을 제시하면서도, 기존 영화들을 비판하기 보다는, 이 영화는 어디까지나 그런 영화들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무협영화의 풍경들은 늘 아름다웠다. 대나무숲, 멋진 기와건물들, 첩첩산중의 안개 등... 하지만 너무나 정형화된 나머지 관객들은 이들을 보면서 신비로운 중원의 이미지를 소비했을 뿐,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다는 생각을 별로 해보지 않았을 것 같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무협영화는 일단 액션이 멋지잖아....)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러한 무협의 이야기들이 탄생할 수 있는 배경을 한껏 보여준다. 그리고 그러한 세계 속에서 일종의 리얼리즘을 추구한다. 따라서 이 영화 속 인물들은 날아다니지도 않고, 번개나 비바람을 동원하는 등 자연을 호령하지도 않는다. (사족인데, 자연 속을 거니는 인물들을 보면, 의도적으로 이들을 축소시켜 촬영한듯 했다. 예컨대 갈대라든가 길가의 관목 등의 크기, 그리고 배경의 암벽 등은 그 크기가 극대화 된 반면 인물들은 아주 작아보이는 장면들이 종종 있었다.) 이러한 차원에서 영화 자객섭은낭이 무협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말이었다. 영화사적으로 역사적인 순간을 경험한 듯해 내가 다 영광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7.

이 영화의 관람을 추천하냐고 묻는다면, 글쎄 잘 모르겠다. 영화를 보는 목적에 따라, 추구하는 지향점에 따라, 익숙한 템포에 따라 영화에 대한 감상이 많이 다를 것 같다. 일대종사보다는 조금 더 접근하기 수월한 영화일 것 같지만 기본적으로 지루해서, 답답해서, (자막 퀄리티에 따라 - 영문 자막은 헬이다 헬) 이해가 안 가서 상영관을 떠나는 사람들도 생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영화 관람을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있습니다...ㅋㅋ 나는 허우샤오시엔 영화를 많이 보지 못했지만, 특히 과거 그의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추천하고프다. (같이 관람한 분들에 따르면 기존 영화작과의 비교가 제법 쏠쏠하다고 한다.) 덧붙여 혹시 보고 싶다면 꼭 영화관에서 볼 것을 권한다.



덧:

스토리에 대해 무언가 말하고 싶은데 슬프게도 영어 자막 덕분에 스토리를 거의 이해하지 못했다. (중국 사극이나 중국 무협영화를 영어 자막으로 보는 것은 지옥이다.) 심심하면 고문 쓰고 (하지만 고문을 가장 많이 쓴 섭은낭 스승님의 연기는 국어책 읽기 style... 초반에 몰입도 떨어져서 혼났다), 애초에 대사가 적은 영화라 나의 일천한 중국어를 믿을 수가 없어서 자막 열심히 봤는데 혼돈의 무아지경에 빠졌다... 혹시 나처럼 불쌍한 영혼이 있을까봐 인터넷에서 건져온 인물관계도를 첨부합니당...


(지금도 이해가 안가는 거 몇 개가 있다...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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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커버 사진의 정체

지금 쓰고 있는 블로그 커버 사진의 정체:




더 큰 오리지날 사진이 있는데, 일단 그걸 크롭 (+번호판에 모자이크)한 것이다. 


홍콩과 심천 사이에는 여러 세관이 있는데, 그 중 심천만 (深圳湾) 세관 쪽에서 찍은 사진. 

세관을 건너는 수단도 다양한데, 이때는 매우 마음이 급했고 다행히도 인원이 잘 모여서 미니밴을 이용했다.


홍콩과 심천 사이에는 이렇게 두 개의 번호판 (중국/홍콩)을 달고 오가며 사람을 수송하는 미니밴들이 많다. 

가격은 목적지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한화로 약 3만원 정도면 심천만에서 홍콩공항까지, 혹은 그 반대의 편도요금이 나온다. 


사람이 세관 통과를 하듯, 저렇게 차들도 줄 서서 통과를 하는 것이다. 

물론 택시나 큰버스(大巴)를 타면 차량용 세관이 아니라 사람용 세관을 거쳐야한다. 


미니밴 정차소가 아닌 주차장에서 얻어타서, 혹시 헤이처(黑车)냐고 헛소리를 해보긴 했는데, 생각해보니 이런 차들이 택시회사처럼 관리되는 것 아니지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적어도 내가 본 밴들은 홍콩식으로 오른쪽에 운전석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 그리고 중국 사람들이 홍콩 출입하는 것보다야 그 반대가 수월한 것을 생각하면 죄다 홍콩에 차량이 등록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데,

세금은 어디다 내며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지 조금 궁금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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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남 지방의 성년식

올해도 칠석을 중국에서 보냈다. 

우리야 칠석이라고 하면 오작교가 열리고 견우 직녀가 만나는 날이며 비가 오는 날 정도지만, 중국에서는 칠석을 중국식 발렌타인 데이라고 해서 꽤나 거하게 쇤다. 

여기 저기 하트에 내걸리고, 초콜릿이 오가고, 커플들을 위한 상품이 팔리는 날이다. 



아무튼 이 날, 하문 항구 (정확히는 샤포웨이 沙坡尾)에서 있었던 16세 성년식 (做十六岁)을 보러갔다. 

항구 근처의 마조궁 (妈祖宫)에서 행사가 열렸고, 대만의 타이난 측에서 관계자들이 함께 공동으로 주관한 행사였다. 

하문은 아무래도 복건성(민) 내에서도 민남이고, 대만어라는 것이 근본적으로 민남어랑 거의 같기 때문에 교류가 매우 많은 편이다. 

더군다나 하문은 경제특구로 대만 기업가들에게 혜택을 주는 곳이기도 하고 말이다. 




하문역의 하문 특산품을 파는 곳은 대만 특산품도 같이 판다ㅋ 

시내에 나가면 "민태 (민타이, 闽台)" 특산을 파는 곳이 매우 많은데 민남지방+타이완 지방 특산이라고 보면 되는 듯 하다. 실제로 천주 (취앤저우 泉州)에 가면 중국민태연박물관이라고 해서, 민남지방과 대만 간의 관계성을 매우매우 강조한 국가 1급 박물관이 있다. 참고로 여타 1급 박물관으로는 자금성의 고궁박물관, 수도박물관, 천안문 광장의 중국 국가박물관 등 굵직굵직한 박물관들과'하북성 박물관', '산서성 박물관' 등의 성급 박물관과 상해 박물관, 심천 박물관 등의 대도시 박물관들이 들어간다. 다시 말해 여기 박물관장은 파워가 좀 있다는 뜻인데... 결론은 대만은 중국의 일부! 뭐 이런 곳이라서 중요한 듯. 여기 가본 이야기는 다음에... 




샤포웨이의 길거리. 하문섬 중 남쪽이 가장 먼저 개발되었고, 샤포웨이가 바로 이런 가장 처음 사람들이 정착한 지역 중 하나다. 그만큼 길도 좁고 구불구불하고, 오래된 냄새가 팍팍 나는 곳. 



샤포웨이 항의 풍경. 사진만 잘 찍으면 예쁠 것 같다. 대형 선박이 들어오는 곳이 아니라 정말 고깃배가 출항할 것 같은 느낌. 



그러나 현실은!!! 하문시에서 새로 짓는 쌍둥이 건물이 들어와서 경관은 안드로메다로...

새로운 랜드마크라고 짓기 시작한 건데, 대체적으로 거주민들이나 근방 하문대 학생들의 반응은 경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썩 좋진 못한 듯... 



중국 농촌 사회의 기틀이 마을(촌)이라면 오늘날 중국 도시 생활의 기틀이자 가장 기본 단위는 사구(社区)다. 원래 성년식은 가정 내에서 이뤄지는 행사지만, 문혁시대를 거치면서 수많은 의례가 없어졌고, 다시 부활하는 과정에서 사구주의와 함께 결합하여 탄생한 것이 이 성년식이다. (라고 교수님이 술자리에서 말씀하셨지만 나는 이미 민남어와 보통화가 반반 섞여 난무하고 끊임없이 권주하는 테이블에서 이미 귀머거리 벙어리가 되어 있었다.)  

따라서 성년식 자체도 사실은 마조와는 크게 관계가 없지만, 굳이 장소를 고르다보니 가장 대중적인 신이 바로 마조고, 그리고 사람들이 모여서 행사를 할 수 있는 마조궁 앞에서 식을 거행하게 된 것이다. 

참고로 중국 남방 해안가 지방 및 동남아 화교사회에서 마조는 정말 제1신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중국 인기 넘버 원 관우보다 더 많이 보인다는 생각도 간혹 들 정도.



이것이 샤포웨이의 마조궁. 가운데에 마조가 모셔져 있다. 


아무튼 이름을 호명하고, 제사를 지내고, 용춤을 비롯해 각종 춤을 동반한 거리 행진, 마조궁 참배, 지역 유지들의 격려의 말(...), 집안 어르신께 찻잔 올리기 등의 활동들이 있었다. 

물론 그 마지막은 단체로 둥그런 테이블에 앉아서 밥먹기... 



제사를 지내는 모습. 민남어로 제문을 읽고 16살이 된 아이들의 이름을 호명한다. 물론 나는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다ㅋ 하... 애증의 민남어...라고는 하지만 아마 제문이라면 보통화로도 못 알아들었을 가능성이 농후.



길거리 행진의 선두. 



중간에 개도(开道), 우순(雨顺) 등 아이들의 출세가도, 순탄한 인생 등을 기원하는 팻말들을 든 아저씨들도 있었다. 가장 충격과 공포는 조국에 이바지하는 인물이 되자 정도의 문구였던 듯. 금색 판은 아니고 깃발에 새겨져 있었다. 


모처럼 날씨가 조금 시원해서 버틸만했고, 형형색색의 옷들과 깃발들 등으로 눈이 호강한 날이었다. 


운좋게 교수님의 도움으로 여러 사람들도 만나보아서 각종 민남어로 귀...도 호강한 날이었다. (체력 게이지가 0이 된 날이었다) 맛있는 것을 얻어먹었지만 이게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근본적으로 민남의 행사고, 오래된 동네의 행사다보니 하문 집안 사람들이 참석하는 행사였다. 즉, 외지인들은 없고, 행사 진행자들도 심심하면 그냥 민남어를 내지르는 곳이었다는 뜻. 



올해 16살이 된 아이들. 얼굴이 너무 잘 나와서 친절하게 블러 처리. 원본 사진은 내가 이번에 중국서 찍은 사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 3장 중 하나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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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의 음식목록 (기록용)

그간 해먹었거나, 혹은 앞으로 해먹어봐야겠다 싶은 음식 목록. 기록용. 

(2015/10/10 수정)


Baked Red Potato

1. 붉은 감자와 고구마를 씻고 눈을 제거한다. 

2. 깍둑썰기 한 후, 큰 볼에 넣고 올리브유 + 소금 + 후추 + 허브 (로즈마리가 좋겠지만 타임도 나쁘지 않음)로 버무린다.

3. 450F로 예열한 오븐에 넣고 25~30분 기다린다. 


-> 제대로 된 락앤락을 쓰지 않으면 감자가 빨리 맛이 간다. 제대로 된 걸 썼다고 쳤을 때 최장 1주일 정도 버티는 듯. 


깻잎무침 

 - 실패 전적이 있음.


Rosolli 

 - 이거면 될 것 같다. http://www.food.com/recipe/rosolli-finnish-beetroot-salad-196322


터키식 샐러드

 - 드레싱 필요 없어서 짱 좋다. 한 번 해서 쟁여두고 먹되, 토마토는 방울 토마토 사서 그때그때 넣어먹는 게 좋을 듯. 1주일 정도가 맥시멈. 


페스토

 - 바질 페스토 사먹었는데 작은 병으로 약 5~6끼 이상 먹을 수 있었다. 사먹는 것도 나쁘지 않고, 여유가 되면 직접 해먹어도 될 듯. 대안으로 깻잎 페스토가 있지만 귀한 깻잎으로 그런 짓을 할 수는....ㅠㅠ 소스 끓여 먹는 것보다 쉽고 좋다.

 - 숏파스타로 하는 게 맛있다. 길쭉한 것들 다양한 굵기로 시도해봤는데 영... 심지어 엔젤헤어로 해먹었을 땐 내가 파스타를 먹는 건지 비빔국수를 먹는 건지 분간이 안 갔음.


돼지고기 토마토 스튜

 - 이름을 뭐라고 해야할 지 모르겠다. 삼겹살 같은 부위가 있으면 제일 좋고, 없으면 뭐 있는 걸로 요리하면 된다. 마늘 볶고 돼지고기 볶고 버섯 볶고 거기다가 와인을 들이 붓는다. 레드와인 화이트와인 중 뭘 썼는지는 좀 아리송하군 ㅠ 약 20~30분 정도 은근하게 끓이다가 홀토마토 1캔 들이붓고 마저 끓인다. 아마 간은 안해도 될거고 후추와 허브 첨가. 참고로 홀토마토 캔 아니어도 상관 없음. Diced도 써봤는데 오히려 편했다. Unsalted로 사는 게 심신에 좋은 것 같다. 


우동 국물

 - 대량작업이 요구되지만 한 번 끓이면 마음이 편하다. 대신에 육수가 5일 정도밖에 못 버텨서 가끔 간이로 해먹기도 하는데, 확실히 소량은 맛이 좀 덜하다. 근본적으로 가쓰오국물이므로 각종 소스나 다른 육수로 사용 가능. 


다마고야끼 

 - 나름의 정식 버전과 간단 버전이 있는데, 간단 버전도 맛이 나쁘지 않았다. 간단 버전이 시간을 확 아낄 수 있음. 간단 버전은 인터넷 검색을 해봐야 할듯.


톳 무침 

 - 슈퍼에서 어렵지 않게 마른 히지키를 구할 수 있다. 불리는 데 시간이 약 1시간 정도 소요되므로 미리미리 준비할 것. 소스는 귀찮으면 유자폰즈소스를 쓰면 되고, 정말 각잡고 할 일 있으면 가쓰오로 다시를 내서 만들면 된다. 각잡고 만든 것이 압도적으로 소스가 맛있기는 하다. 


아게도후 

 - 두부 + 녹말 -> 튀긴 후 소스를 끼얹는다. 이게 진짜 별민데 기름을 너무 많이 먹어서 해먹기가 어려움. 톳 무침과 같은 소스 쓰면 얼추 된다. 


각종 초밥류

 - 간단하게 초 만들어서 해도 되는데 속이 받쳐주질 못하므로 가능하면 초밥용 초를 사서 쓰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초는 놀랍게도 슈퍼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브랜드는 좀...) 가능하면 초밥류는 만들지 않는 걸로. 달걀초밥 40개인가 만들었다가 허리 끊어질 뻔했다. 


감자전

 - 쉽다. 비건이다. 맛있다. 파티용으로 굿. 


유과 

 - 요리는 아니지만 글루텐 프리에 비건 조건을 모두 갖춘 훌륭한 간식. 의외로 미국 애들도 잘 먹는다. 


딸기 찹쌀떡

 - 절대로 다시 안 해먹을 거임. 주방이 개판이 되었다...


단팥죽 

 - 앙꼬용으로 만든 것도 가끔 죽처럼 잘 먹었다. 얼리니까 비비빅 같았다. 천연 비비빅 올ㅋ 하지만 팥 쑤는 것이 너무 고달팠다. 


각종 크림소스 파스타

 - 헤비크림으로 소스를 다 쓰면 맛은 있을지언정 부담스럽다. 우유나 혹은 커피에나 넣어먹을 법한 half & half를 써도 큰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 루를 만들어서 해먹어본 적은 없는데, 이건 다음에 잉여력과 요리력이 꽉 찼을 때 해먹는 것으로...

 - 닭, 판체타, 버섯이 제일 좋다. 아스파라거스는 판체타와 제일 잘 어울렸다. 의외로 베이컨은 매우 귀찮다. 소고기는 이런 곳에 낭비하지 말자. 


명란젓 파스타

 - 김과 파가 없으면 먹기 힘들다. 아니 애초에 명란젓이 없어서 fail... 명란젓 한 번 사면 진짜 줄창 해먹어야 한다. 

 - 명란젓은 소량을 구워서 밥이랑 먹어도 맛남. 


중국식 만두

 - 돼지고기, 배추, 식용유, 버섯 등이 들어갔던 것으로 기억. 다음엔 샐러리를 넣어보아야겠다. 

 - 레시피 어디 쟁여뒀을 건데, 생각보다 맛있었다. 하지만 개노가다.


한국식 만두

 - 의외로 재료 공수에 약간의 애로사항이 있다. 아직까진 안 해먹어봤는데 언제 한 번 시도해야겠다. 


김치국밥

 - 김치가 있다면 해먹고 싶다. 김치가 없다. 


돼지고기 보쌈

 - 안 어렵다. 고기는 Picnic이나 Shoulder 사면 되고, 적당한 크기로 자른 후 가능하면 요리할 때 쓰는 실로 묶어서 고정해주는 것이 좋은 것 같다. 

 - 다른 건 모르겠고 계피가루와 커피가루는 바로 물에 타지 말고 꼭 면포 등에 싸서 넣을 것. 계피는 좀 덜한데, 커피가루가 고기에 덕지덕지 묻어서 무지 고생했던 경험이 있음.

 - 제일 좋은 고기는 역시 삼겹살인 것 같다. 한인마트 ㄱㄱ 


돈까스

 - 미국애들이 스테이크용으로 먹는 고기도 가능. 크기가 좀 작지만 열심히 두들겨주면 된다. 그런데 왜 튀김옷을 만들 때마다 튀김과 고기가 분리되는 거지. 

 - 한번 할 때 잔뜩 해놓고 냉동실에 쟁여 두면 좋다. 

 - 튀김옷 입힐 때 마늘 넣으니까 튀김옷과 고기가 분리는 될지언정 맛은 진짜 베리굿. 화이트 와인에 고기를 재웠던 것 같다. 싼 와인 나오면 알뜰하게 질러둬야겠다. 역시 요리용은 화이트 와인이지 암... 


된장고추무침

 - 꽈리고추 대량으로 한인마트에서 구입했을 때 해먹었다. (내가 된장이 있었던가..?!) 전자렌지 레시피가 존재하는데, 생각보다 엄청 괜찮았다. 그렇지만 정작 쟁여두고 안 먹어서 나중에 울면서 버림. 


된장찌개

 - 그간 가련한 룸메이트들을 고려하여 된장을 사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에라이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된장을 질렀다. 언젠가 꼭 끓여먹어 봐야지. 

=> 해먹었다. 겁나 맛있었다. Silken 두부 정도가 적당하고, 의외로 생식용 두부도 나쁘지 않다. 된장에 달걀을 넣어먹진 않지만 한 번 넣어봤는데 반숙으로 밥이랑 먹으니까 굿ㅋㅋ 비결은 아마도 육수인 것 같다. 육수에 심혈을 기울이니 겁나 맛난 된장찌개가 완성! (된장은 어차피 마트서 구하는 게 한계다.) 주키니를 넣으면 시각적으로 더 만족할 순 있지만, 묘하게 맛이 별로인 것 같다. 주키니 비추. 된장은 밥숟갈 세 숟갈 정도로 하면 된다. 


마카로니 그라탕

 - 친구가 알려준 쿡패드 출처의 레시피. 맛있었다. 칼로리는 지옥일듯.

http://cookpad.com/recipe/292873

=> 유사한 걸 해봤는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생각보다 손쉬운 레시피. 다만 친구가 준 다른 레시피가 있는데, 우유 대신 아몬드 밀크와 크림으로 대체했다. 아몬드 밀크만 100%하면 이 망할 미제 아몬드밀크들은 가당되어 있기 때문에 역한 맛이 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우유나 크림을 같이 쓸 것.


밀푀유 나베

 - 한때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그것. 재료만 구할 수 있으면 정말 놀랍도록 쉽게 만들 수 있다. 특히 깻잎을 넣으니 생각보다 개운한 맛이 나서 무척 좋았다. 문제는 재료다. Paper-thin cut과 깻잎을 어디서 구하느냐가 관건... 


무사카 



퀴노아 샐러드 



떡볶이

이렇게 된 이상 육수로 승부한다!! 끓인 후 바로 먹으면 떡이 쫄깃해서 맛있고, 좀 놔뒀다 먹으면 국물이 진하게 베어서 맛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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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름신 기록 - 웬디 1TB 외장하드 + 키보드 + LED 스탠드

개강 스트레스 때문에, 갑자기 미친 지름신이 들어서 아마존에서 꼭 필요한 것만은 아닌 물건을 엄청 사댔다... 


1. WD My Passport Ultra 1TB 


http://www.amazon.com/Passport-Ultra-Portable-External-WDBGPU0010BBK-NESN/dp/B00W8XXRPM/ref=sr_1_1?ie=UTF8&qid=1443016629&sr=8-1&keywords=wd+my+passport+1tb


외장하드는 어차피 살 거였다. 문제는 시게이트를 다시 사느냐 마느냐의 문제였지...

사실 나의 외장하드 역사는 매우 길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학에 입학했을 적 아버지의 노트북을 물려받았는데 그 노트북의 HDD 용량은 자그마치 40GB. 400이 아니라 40기가였다. 

운영체제를 깔고 남은 20기가도 채 안되는 컴퓨터로 아무리 갖은 수를 써봤자, 용량의 압박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 사이에도 해프닝은 많았다. 1TB짜리 외장하드를 사서 대학교 4-5학년 시절의 사진을 넣어뒀는데, 미국에 비지팅 올 때 TSA가 빼가서 그대로 대학 졸업 전 마지막 2-3년치의 사진이 몽땅 소실되는 매우 유감스러운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었다... 


아무튼 미국에는 총 두 개의 외장하드를 들고 왔던 것 같다. 무려 대학교 2학년 때부터 사용한 히타치 (?) 300GB HDD와 시게이트 1TB짜리. 

히타치라고는 썼는데 뭔지 잘 모르겠다. 왜냐면 하드랑 케이스를 따로 샀는데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하지만 멍청하게도 제작년에 룸메이트와 침대에 컴퓨터와 외장하드를 올려놓고 영화 가위손을 보다가 300기가 짜리가 바닥으로 낙하하였고 그렇게 사망하셨다... 정말 용케 오래도 버틴 하드였는데.


하지만 이 때를 대비하여 나는 모든 자료를 시게이트 1TB짜리에 백업해 둔 상태였기 때문에 매우 안심하였다. 

그리고 나는 곧 1TB짜리를 또 하나 질러서 이중백업을 했다.


그리고 또다시 비극이 반복되었다. 교훈을 체득하지 못하고 침대에서 이번엔 영화 화양연화를 보다가 1TB짜리 외장하드가 낙하한 것이다. 그리고 외장하드는 그렇게 사망하시는가...하였으나 용케도 살아남으셨다! 이때의 일 뒤로는 절대 침대에서 영화를 보지 않았다고 한다. 


아무튼 내게는 두 개의 1TB짜리 외장하드가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둘다 시게이트였고, 모델은 살짝 달랐지만 뭐 근본적으로 큰 차이는 없는 모델들이었다.  그러나.. 낙하를 하기 전부터 한국에서 가져온 외장하드는 조금 이상했다. USB 연결 인식이 아주 제멋대로여서, 한 다섯 번 꼽았다 뺐다 꼽아야 간신히 연결이 되곤 했다. 낙상을 입은 뒤로는 증상이 더 심해졌다. 불안함을 느낀 나는 나머지 외장하드에 자료를 몽땅 카피해서 집어넣어 이중으로 백업을 해뒀다.


그리고 작년 겨울, 친구들이 놀러와서 같이 무간도를 보던 와중, 무간도 3편의 초입에서 외장하드가 그대로 뻑나버렸다. 떨어트리지도 않았고 그저 컴퓨터에 연결해뒀는데 거짓말처럼 맛이 가버린 것이다. 복구 비용을 알아봤지만 너무 비싸기도 했고, 내 기억에는 새로 마련한 외장하드에 웬만한 건 다 백업이 되어있었기 때문에 그냥 방치하였다.


그리고 올해 여름, 사정이 생겨 잠깐 외장하드를 뒤지면서 꺠달았다. 백업되지 않은 자료가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바로 다름 아닌 나의 졸업식 사진들. 


친구들과 찍은 사진들 이런 것들이야, SNS에도 친구들이 올려줘서 괜찮은데 문제는 가족 사진이었다. 부모님이 먼 길 차를 끌고 오셔서 졸업식에 와주셨다. 가족이 다같이 찍은 사진이 고등학교 졸업식 이후로 없다시피한데, 그 사진을 홀랑 날린 것이다. 우리 세대의 부모님께 자식의 대학 졸업의 의미가 각별하다는 생각이 들어 너무나 속상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고, 미국에서 복구를 하기에는 너무 비쌌다. 내년이 될지, 내후년이 될진 모르겠지만 한국에 들어갈 때 복구의뢰를 해봐야겠다는 마음만 먹었다.


일단은 지금 백업이라도 된 자료를 위해서라도 외장하드를 하나 더 사야겠다 싶었던 것이었고, 그래서 질렀다. 안전 백업이 무조건 우선인 상황인지라, 시게이트에겐 이미 뒤통수 맞아본 적도 있고, 위험 분산 차원의 의미에서 고심 끝에 WD를 사게 된 것이다. 물론 컴퓨터에 백업 소프트웨어가 두 개나 있는 것은 매우 싫었지만 (그래서 여태껏 시게이트만 줄창 사댄 것이었다.) 프로그램 목록이 길어지더라도 백업은 안전히...가 중요하니까. 원래는 NAS 구축을 해볼까 했지만 나의 비루한 컴퓨터 실력과 우리 집 인터넷 성격상 그냥 관뒀다.


아무튼 그래서 받았다. 예전엔 태국 홍수 나자마자 외장하드 사서 진짜 비쌌는데, 요즘엔 가격이 많이 내려왔다. 





상면만 반짝반짝 유광처리가 되어있다. 작정하고 잡으면 지문 좀 생길 듯. 




왼쪽부터 옵지폰, 시게이트 1TB 외장하드, WD마이패스포트 울트라 1TB. 다들 사이즈는 아담하다. 시게이트가 살짝 더 작지만 메탈 케이스라 다소 무겁다. 그래도 다들 가볍고 작다. 시게이트가 더 슬림하고 잘빠진 느낌이 들긴 한다. 마이패스포트 처음 봤을 땐 예쁘다 생각했는데 시게이트 옆에 두니 오징어....

하지만 어차피 백업 기능이 중요한 것이므로 상관 음슴. 




핸드폰과 마이패스포트 두께 비교. 마이패스포트가 살짝 더 두껍지만 그래도 뭐 훌륭하다. 갑자기 접속불량 증세를 보였던 예전의 고플렉스 외장하드를 생각해보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ㅠㅠ


백업 소프트웨어의 경우, 시게이트가 이것저것 조작도 편하고 기능도 많이 제공한다. 그에 비해 WD 소프트웨어는 단촐하고 예쁘진 않지만, 그래도 백업 기능만 있어서 프로그램이 매우 가볍게 느껴진다. 뭐가 어찌되었든간         부디 둘다 잘 버텨주세요...


그러고보니 WD 마이패스포트 사면 애드온으로 케이스가 무료인데 이걸 신청하지 않았다.... 하.... 머리가 이렇게 안 돌아가는 거니...



2. 로지텍 K360 키보드 


http://www.amazon.com/Logitech-Wireless-Keyboard-K360-Glossy/dp/B007PJ4PN2/ref=sr_1_1?ie=UTF8&qid=1443019265&sr=8-1&keywords=logitech+k360




노트북 화면 들여다보면서 타이핑하려니 목 상태가 너무 안좋아질 것 같아 키보드를 마련하였다. 

어제 24시간 동안 타임세일 했는데 그 전에 결제해서 무려 7불을 아낄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ㅋㅋㅋㅋ

외장하드 케이스 못 산 것도 슬픈데 ㅠㅠ


그저 가격과 리뷰만 보고 질렀다. 맨날 노트북 키보드로 치다가 이거 치니까 좋긴 하다. 

특히 키보드 상단의 음악 재생 정지 버튼과 볼륨 버튼, 그리고 몇몇 펑션키가 제법 유용하다. (물론 몇몇만...)

사이즈가 살짝 작아서 책상 공간 조금 아낄 수 있고, 예쁘게 생긴 것도 좋다. 





그러나 단점도 명확하다. 


1. 키가 작고 간격이 넓다. 키 크기가 노트북 키패드만한데, 그 간격은 더 넓어서 적응이 잘 안된다. 키감도 썩 훌륭하진 않다... 뭐 이건 적응의 문제라고 생각하기로 하고


2. 진짜 한 5초간 반품을 고민했던 것은 다름 아닌 키소음. 진짜 시끄럽다. 룸메들과 공동생활 해서 가능하면 좀 조용한 키보드를 사고 싶었는데, 뭐에 혹해서 이걸 샀는지 싶을 정도다. 키스킨이라도 사야하는가.... 

무소음과는 굉장히 거리가 먼 키보드다. 아오 빡쳐. 


그래도 이왕 샀으니 열심히 써야지. 배터리가 3년 간다고 하니 한 번 두고봐야겠다. 

그나저나 로지텍 키보드를 샀더니 이번엔 로지텍 마우스가 사고 싶네...

소중한 손목 (예전에 IT회사서 정말 잠깐 있을 때 손목이 나갔다)을 생각해서 참아야한다. 참을 인 참을 인.  




3. 다이아소닉 DL-51 혹은 Lumiy Lightline 1250 (Artic White)


http://www.amazon.com/Lightline-1250-Lumiy-Diasonic-Brightness/dp/B00FE3H6YQ/ref=sr_1_13?ie=UTF8&qid=1443019695&sr=8-13&keywords=diasonic


사실 얼마 전 한인마트 뉴스레터로 LED 스탠드 한국 직수입품 광고가 왔다. 

평소 쓰는 스탠드에 좀 불만이 있었던지라 (아니 일단 전원 터치 스위치가 전혀 먹히지 않아서 매번 전기 코드를 꼽았다 뺐다 하면서 사용 중이다) 눈이 팽팽 돌아갔다. 

물론 새로운 품목의 물건들을 써보고 싶은 마음이 한 80%쯤 됐을 것이다...


포엘디자인 제품이었는데, 예쁜 것도 좋고 LG LED를 쓴다 어쩐다 하는 것도 다 좋았지만 일단 한국에 비해 가격이 두 배 이상으로 좀 셌고, 크기가 좀 작아서 공부용으로 얼마나 적합할 지 감이 오질 않았다. 그리고 스탠드 목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 너무 치명적인 결함이었다. 기왕이면 좀 상위 버전으로 수입하지...


아무튼 그래서 그때부터 아마존과 구글을 까뒤집는 과정에 다이아소닉 제품을 발견하였다. 물론 한국 제품인지는 전혀 몰랐지만, 포엘디자인사 거와 가격도 비슷하면서 목조절이 된다는 것이 큰 장점이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검색을 해보니, 미국에는 루미이...라는 기괴한 이름으로 유통이 되지만 암만 봐도 한국 회사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지름. LED는 전구를 갈지 않아도 될 것이야! 난 눈이 더럽게 나쁘니까 내 눈을 보호해야지! 이런 말도 안되는 자기 합뢰화를 통해서 거금 50불...(ㅎㄷㄷ)을 주고 질렀다. 



혹시 사이즈가 궁금한 분들을 위한 친절한 사진. 모니터의 글들은 부끄러우니 블러 처리. 

광원 사이즈가 대략 13인치 노트북 가로 사이즈보다 조금 짧은 수준이고, 우려했던 것만큼 어둡지는 않다. 사이즈가 사이즈다보니 여태껏 쓰던 미제 형광등 스탠드 (...)보다야 덜 밝을 수 밖에 없지만 어차피 방에 불켜두고 작업하니 쓸법할 것 같다.


그리고 USB 충전단자가 내장되어 있어서 핸드폰 충전도 할 수 있다. 이제 원래 쓰던 충전헤드는 외장배터리 충전용으로... (50불짜리 충전헤드를 구입했습니다) 


아무튼 며칠 더 써보면 대충 각이 나오지 싶다. 공간 차지가 적어서 매력적이긴 하다. 


그나저나 아마존에서 박스를 받았을 땐, 심지어 Lumiy라는 이름은 눈을 씻고도 볼 수 없고 누가 봐도 한국 제품인 박스가 왔다. 겉면이 죄다 한국어. 

순간 내가 아마존에서 주문한 건지, 지마켓에서 주문한 건지 구분이 가질 않았다..





이제 대량으로 질렀으니 공부를 해야겠다. 그리고 긴축재정 돌입...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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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기록 - 요시노야

먹을 게 없을 땐 요시노야 (吉野家) 만한 게 없다. 

적절한 가격과 적절한 맛과 적절한 위생...


에어비앤비의 하우스메이트였던, 아시아에 난생 처음 왔다는 미국애는 요시노야만 줄창 먹고 다녔다는 후문이...




무슨 C세트인데 영수증 글자가 많이 날아가서 잘 보이질 않는다. 아마 닭고기나 오리고기일 것이고, 계란찜과 정체불명의 아이스티를 마셨던 것 같다. 27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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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기록 - 면점왕광장 面点王广场

면점왕광장은 여기저기 있는 체인인데, 조리가 진행 중인 주방 앞에 가서 이것저것 시켜 먹는 시스템이다. 무언가를 주문하면 자신의 카드에 도장을 찍어주고, 나중에 나갈 때 그 도장이 찍힌 곳에 따라서 가격이 매겨진다. 


차라리 메뉴 이름이 적혀져 있으면 뭔지라도 알겠는데, 눈앞에 음식을 보고 고르다보니 그냥 쩌거 쩌거 이렇게 시켜서 뭘 먹는지 잘 모르고 먹었다. 영수증에도 그저 면교"面饺" 이런식으로만 찍혀져 나왔을 뿐...


전반적으로 맛은 있었지만 가격이 결코 싸지는 않다. 역시 심천의 물가는 사악해...




뭔지 모르고 먹은 칼국수刀削面. 제법 맛있었다. 



한그릇에 22원. 싸진 않다...



갯수 잘못 시켜서 겁나 많이 나왔다. 튀긴 만두였던 것 같다. 내가 뭘 먹은걸까.  煎包子이런거일까? 가격이 사악했다. 무려 20원. 몇 개가 있었는진 기억이 가물가물. 




아마도 빤미엔+자장미엔인듯. 내가 북경서 짜장면을 못 먹어봐서 그런가, 이쪽서 시키는 짜장면이 짜장면이라는 자신이 없다. 짭조름한데다 콩나물과 잘 어울려서 맛있었다. 



22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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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넛 닭 샤브샤브와 광동식 솥밥

올 여름 가장 인상깊었던 음식 중 하나. 바로 코코넛 닭 샤브샤브(椰子鸡)와 광동식 솥밥(煲仔饭). 


사실 복짜이는 많이 익숙한 음식이지만 오랜 만에 먹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예즈지는 처음 먹어봤는데, 맑은 탕에 코코넛, 닭 등을 넣고 끓이는 음식이었다. 원하는 만큼 채소나 다른 고기도 더할 수 있는데, 우리는 닭과 마티(马蹄)라고 하는 뿌리채소를 넣어 먹었다. 마티는 찾아보니 올방개라고는 하는데, 진짜 우리가 생각하는 그 올방개인지는 좀 자신이 없다. 아무튼 이렇게 끓여서 장에 찍어먹는데, 코코넛이 들어가서 국물이 살짝 달콤하면서도 묘한 맛을 낸다. 


결론: 이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남방의 음식... 


사진은 맛없게 나왔지만, 혹시라도 남쪽에 갈 일이 있다면 먹어볼 것을 권장! 하이난 음식이라고는 하는데, 하이난에 다녀온 친구는 정작 그곳에서는 못찾았다고 투덜거렸다... 의외로 정작 부산 사람들은 부산 음식이라고 생각도 잘 안하는 냉채족발 같은 음식일지도... 




사진은 무슨 튀김 기름 처럼 나왔지만 사실은 아니다! 사실 진짜 맛있다...




이 소스도 진짜 맛있다. 남쪽답게 라임을 매우 많이 쓰는데, 진짜 상큼하다.





내 사랑 복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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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유행 중인 Nice Meeting You 식당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크게 환영받고 있는 한한(韩寒)이라는 작가가 있다. 고등학교 때인가 학교를 때려치웠고, 여러 소설들을 발표했고, 나름 훈훈한 외모로, 그리고 최근에는 딸바보 노릇을 하면서 높은 인기를 구가한다고 한다. 계속 크다보니 음악도 하고, 영화도 찍고 (작년의 후회무기后会无期 영화가 한한 감독), 요즘엔 레이싱을 한다고. 뭐 대충 여기까지 들으면 어떤 인물인지 알 것도 말 것도 같은 느낌적인 느낌. 아무튼 최근에는 이 사람이 개업한 식당이 인기가 많다고 해서 친구랑 먹으러 갔다. 


식당의 이름은 무려 Nice Meeting you 很高兴遇见你. 진짜 말 그대로 나이스 투 미츄. 




우리 앞에 무려 16테이블이나 있었다...배고파서 혼났다...


내부 사진을 찍지 못했는데, 뭐랄까, 좀 괴랄하다. 벽에는 찰리 채플린의 영상이 흐르고 있고, 그 주변엔 미국 50개주의 자동차 번호판이, 카운터 쪽 벽에는 한한이 레이싱 때 입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레이싱복이 유리케이스에 담겨 있었다. (내 친구는 살아 있는 사람으로 무슨 박물관 만드냐고 호들갑을 떨었다.) 우리는 미처 보지 못했는데, 그곳에 가본 다른 친구의 말로는 벽쪽에도 무슨 뭐지 싶은 문구들이 적혀있었다고. 그 밖에는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것이 흡사 카페 같았다. 식탁은 제법 있어보였다. 



아, 그리고 또 찍지 못한 것이 메뉴판! 메뉴판에는 중국어와 영어로 음식 이름이 적혀있다. 영어 이름의 경우 대부분 그냥 평범한 요리 이름들인데, 중국어 이름들이 좀 빡세다. 예컨대:





나름 이곳 식당의 최고 인기를 구가하는 두부 요리 : 你没吃过我的豆腐. 직역하자면 너는 나의 두부를 먹어 본 적이 없다....지만, 사실 吃豆腐란 남자가 여자를 성희롱...한다는 의미도 있다.

차가운 순두부에 새콤한 칠리새우 소스 같은 것을 올린 건데, 생각보단 괜찮았다. 왠지 집에서 해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누가 레시피 좀...





이것은 영어로는 페스토 소스를 버무린 버섯 링귀니 정도로 해석되겠지만, 중국어로는 森女系罗勒菌菇意面으로, "모리온나계 바질 버섯 파스타"다. 모리온나는 일본에서 유행해서 중국으로 건너왔다고 하는 화장법으로, 마치 숲에서 나온 것처럼 청초하고 꾸밈 없는 수수한 화장법을 의미한다... 뭐 이렇게 들은 것 같다. 친구는 내게 아오이 유우가 모리온나의 대표라고 거듭 강조를.... 

그래서인지 아주 맛이 은은한 것이, 뭔가 거부감은 없고 고소한 것 같으면서도 무슨 맛인지 도저히 모르겠는 이상한 파스타였다. 추천은 못하겠고, 만약 기회가 생긴다면 도대체 뭘 넣은 건지 알아보기 위해 한 번 더 먹어볼 듯... -_-ㅋ






즉흥적으로 시켰는데 밥과 술을 부르는 맛이었다...! 그리고 고기는 죄다 비계여서 친구가 조금 분노했던 것 같다.

메뉴 이름은 도저히 모르겠다. 나중에 영수증 뒤져봐야지... 




두부 요리 다음으로 인기를 구가한다는 오리고기 퀘사디야. 北京味儿的亚馅饼. 무슨 풍자가 있는진 잘 모르겠지만 뭐 무난무난한 맛이었다. 좀 더 맛있을 수도 있었을텐데. 



자, 우리가 시킨 메뉴를 보면 각이 나오겠지만... 우리는 이날 포크, 숟가락, 젓가락 죄다 사용했다. 무슨 일본식, 이탈리식, 중국식, 멕시코식 메뉴를 다 먹은 기분... 하나하나가 그리 나쁘진 않지만, 메뉴를 시킬 때 라인업을 좀 잘 고려해야할 것 같다.


그리고 점원들이 음식 갖다줄 때마다 이 긴 이름들을 다 외우면서 주는데 참 마음이 그랬다...ㅋㅋㅋ 

튀긴 닭고기 주면서 "별에서 온 닭고기(来自星星的炸鸡,아마도 요즘 중국서 유행하는 한국식 치킨)" 같은 어이없는 이름이라든가, 음식 갖다 주면서 한한의 소설 이름을 읊고 있다는 것이 참... 재미난 아이디어긴 하지만 그래도 참 기분이 묘했다 ㅋㅋㅋ


아무튼 재밌는 경험이었다. 가격대가 좀 있는 편이라 언제 또 가게 될진 모르겠지만, 음식도 크게 나쁘지 않고 선택폭이 넓다면 넓은 것이 장점이려나.

한한이라는 사람의 소설은 안 읽어봤지만, 슬프게도 식당을 다녀온 후에도 별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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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자주 듣게 되는 말

중국에서 지내다 보면 종종 듣게 되는 말들이 있는데, 재미도 있고 무언가 지금 당장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그 중 기억에 남는 것들 몇 가지만 나열해본다. 


*  한국은 중국보다는 민주적인 나라다

  생각보다 매우 자주 듣게 되는 말이다. 물론 이 '민주'라는 단어가 갖는 어감이 미묘하게 다르다는 생각은 든다만, 근본적으로는 아래로부터 위로의 결정이나 좀 더 공개된 소통의 장과 같은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가 중국의 민주주의에 대해서 논한다면 공산당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시작할지 모르나 (이는 냉전과 분단현실에 있어서의 한국의 특수한 경험과도 관계가 있겠다. 원론적으로는 공산당의 존재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내가 만난 중국인들이 운운한 '민주'라는 개념은 근본적으로 공산당이라는 존재와 대척된다기 보다는 언론의 자유에 좀 더 초점이 갔다는 느낌이었다. 


* 한국은 남존여비 사상이 덜 하지 않느냐. 무려 여성 대통령도 있지 않느냐

  아마도 이것은 작년인가 제작년 쯤 시진핑이 한국을 방문하는 등 한중관계가 좀 괜찮았을 때의 언론플레이와도 관계가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처음에는 이 말을 들으면 20대 지지율이 무려 9%나 되는 우리 대통령님(아직 임기가 반이나 남았다...)을 여성 인권 신장의 상징으로 삼는 데에 많은 무리가 있음을 지적하곤 했는데, 이젠 그마저도 귀찮아질 정도로 생각보다 제법 자주 듣는 말이다. 


* 한국은 그래도 여기보다는 살기 좋지 않은가. 

  이는 최근 중국의 치솟는 물가와 열악한 노동환경, 사회불안, 환경문제 등과 결부되어 언급되곤 한다. 예컨대 '적어도 한국은 음식은 더 안전하지 않은가'라고 말하면 정말 할 말이 없다. (중국 사람들은 우리보다 유난히 음식안전 문제를 많이 언급한다. 진짜 일상적으로 위생卫生이라는 말을 쓴다.) 중국인들은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할 때, 한국 사람들의 불안한 노동환경에서 겪는 비참함과 스트레스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여태껏 나에게 이 말을 했던 사람들은 교육의 혜택을 충분히 받지 못한, 농촌에서 도시로 상경한 이주공민들인 경우가 많아서 그냥 입을 다물고 한다. 내가 그분들의 삶의 어려움과 고단함을 헤아릴 도리가 없으니 말이다. 


* 한국은 드라마를 참 잘 만든다. (김수현)

  예전에는 성형수술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오히려 그 소리를 별로 못 들었다. 그 보다는 '한국은 드라마를 잘 만든다' '한국 여자들은 예쁘더라' '한국 남자들은 잘생기지 않았느냐' 등의 말을 제법 듣는다. 작년에 히트 친 별그대 덕분에 사람들 열심히 만나고 다닐 땐 거의 1일 1김수현 수준이었다. 옛날에는 장나라를 언급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김수현이 원톱. 정작 그 드라마를 보지 않는 나는 고통받음... 얼마나 대박을 쳤는지, 이는 비단 한드에 관심을 가진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등의 젊은 여학생들 뿐 아니라 중학교까지만 졸업한 농민공부터 시작해서 전문대를 졸업한 아저씨, 택시 기사 등등 별별 사람들이 다 얘기를 꺼낸다... ㅎㄷㄷㄷ  


* 한국 사람들은 중국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건 내가 한국인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말 통하는 외국인들에겐 다 묻는 질문인 것 같다. 지금은 광동 지방에 있으므로 그냥 홍콩의 예를 들면서 중국의 경제력 등에 대해 사회적인 공포(?)와 반감이 있다는 정도로만 말한다. 과거에는 수교관계가 없고 이데올로기 진영이 달라서 중국을 잘 모르거나 일방적으로 무시했다면, 최근에는 중국의 비약적인 발전도 있고 또 한국에 워낙 중국인들이 많이 들어와서 인식도 많이 변했다고도 부연설명하곤 한다. 


* 결혼은 했니, 한국 사람들은 몇 살에 결혼하니

  왠지 무례한 질문 같은데 중국에선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렇다보니 진짜 조금만 오래 대화하면 이 소린 꼭 듣는다. 물론 대화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서 이 질문이 들어오는 타이밍이 묘하게 다르다. 예컨대 나이 좀 있으신 어머니뻘 아주머니들은 거의 초반부터 이 질문이 들어온다. 결혼하지 않은 내 손을 잡고는 아이고 어쩌니, 어서 좋은 사람 찾으렴하고 호들갑 떠는 것도 이젠 놀랍지 않다... (심지어 미국 차이나타운에서는 그래, 어서 미국인과 결혼해서 시민권을 따렴...하는 소리도 들어봤다...) 남자 분들은 이 질문이 나올 때까지 좀 시간이 걸리는 편이지만 그래도 거의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등장했던 것 같다. 오히려 학력이 높거나 외국인을 많이 만나본 사람들은 이런 질문을 잘 하지 않는 것 같다. 한국 사람들은 언제 결혼하냐고 물을 때 30대 앞뒤라고 하면 늦다고 놀란다. 그냥 요즘엔 이 모든 과정을 건너 뛰기 위해 내가 선수 칠 때도 있다. 중국 사람들은 몇 살에 결혼하나요, 왜 그리 빨리하나요 (호들갑)


* 한국은 어디가 놀러가기 좋니

  보통은 제주도라고 답한다. 가끔 외국에 대한 감이 정말 없는 분들, 예컨대 정말 깡촌에서 올라온 분들 등은 한국을 미국과 비슷하다고 여기는 경우도 있다. 한국 도시는 중국 도시랑 더 비슷하게 생겼다고 친절히 알려주곤 하는데, 어디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지 참 궁금하다. 


* 중국에는 미래가 없다 혹은 중국 젊은이들은 너무 이기적이다

  보통 내 나이 또래의 젊은 친구들을 만나면 이 소리를 종종 하곤 한다. 빈부격차, 도농격차 등의 현실을 실감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일본과 한국이 밟아간 전철을 중국도 슬슬 밟아가는 걸까 싶기도 하다. 후자의 말은 나이 많은 사람들이 아니라 젊은 사람들이 자조적으로 하는 말에 가까운데, 삶의 팍팍함이라든가 사회적 발전 등에 대해 논할 때 주로 언급되는 것 같다. 이 두 가지 이야기는 여러가지 맥락에서 나오기 때문에 다음에 좀 더 상술하는 것으로...


이 밖에도 그냥 한국에서 할 만한 질문들도 듣곤 한다. 너 학위 과정은 도대체 얼마나 걸리니라든가... 뭐 물론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밥 먹었니'. 이상하게 상해선 별로 못 들었던 것 같은데 이곳에 오고나서 진짜 인사 대신 듣는 것 같다. 처음 보는 사람도 다들 밥 먹었냐고 물어본다...


아마 나와 성별과 나이, 지위 등이 다른 사람들은 조금 다른 얘기를 듣지 않을까 싶다. 또 누구와 대화를 하느냐도 물론 중요하고 말이다. 언제 중국을 연구하시는 다른 선배가 이와 관련해서 글을 써야겠다고 하신 적이 있는데, 과연 선배는 보통 초면인 중국인들과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되는지 무척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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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요리] 초간단 대용량 샐러드를 만들자

난 터키 음식을 매우 좋아한다. 

터키 음식은 밥과 샐러드조차 맛있다...(물론 터키 요리에서 밥은 하나의 요리다)


그래서 만들어보기로 함.


대용량으로 만들어두고 매 끼 꺼내 먹었다. 한 4~5일 정도는 문제가 없긴 한데 확실히 숨이 죽긴 죽는다.


재료: 샐러드채소 (귀찮아서 박스로 된 거 삼), 오이, 토마토, 양파, 피망, 생파슬리, 올리브오일, 소금, 후추(통후추 추천)





양파는 썰어서 물에 담군다. 왜냐면 매우니까. 매운 양파를 좋아한다면 스킵해도 좋습니다. 




큰 볼에 샐러드 채소를 털어넣는다. 그리고 오이를 썰어넣는다. 하나 통째로 썰어넣었는데, 이거 몇 번 더 해먹으면 오이 썰기의 장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토마토를 후드리찹찹 썰어넣는다. 이건 토마토 두 개치. 근데 토마토는 물이 자꾸 나오므로 먹을 때마다 토마토 썰어넣어도 될 듯. 토마토는 진짜 중요하다. 토마토가 없으면 맛ㅇ ㅣ없다. 



피망을 썰어넣는다. 피망은 은근 마법의 채소다. 계란샐러드 참치 샐러드 할 때도 오이 같이 물 많이 나오는 것보다 피망 넣는 게 훨씬 물도 덜 나오고 감칠맛도 내준다. 




마트에서 다발로 파는 파슬리를 또 썰어준다. 파슬리가 두 종류 있던데 잘 모르겠어서 그냥 아무거나 집어옴. 




파슬리도 투하. 



올리브오일에 소금과 후추를 넣는다. 나는 후추를 매우 좋아하므로 후추를 많이 넣었다. 소금은 적당히 간봐가면서. 이것이 드레싱입니다. 




샐러드 채소에 드레싱을 적당량 투하한다. 먹는다. 



느끼하지도 않고 특별히 질리지도 않는다. 양파는 매운기를 좀 더 뺐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쁘지 않다. 파슬리가 생각보다 궁합이 좋았다. 


복잡해보이는데 그냥 야채 다 썰어넣고 올리브오일과 소금 후추 넣고 끝. 필수재료는 파슬리, 토마토, 오이인듯. 







다른 거랑 곁들이면 되게 있어보이게 나온다.

사실 곁들인 감자구이도 정말 손 안가고 대용량으로 만들 수 있는 요리... 이건 다음에 업로드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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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항공 장거리노선 이코노미석 찬양

미국과 한국을 오갈 때 늘 아메리칸 항공을 탄다. 그저 시간대가 좋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기 때문인데...

아메리칸 항공은 기체가 상대적으로 낡았고 인플라이트 프로그램도 영 엉망이라서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특히 창가석을 선호하는 나에게 좌석 밑의 미디어 박스는 헬... 가뜩이나 좁은 좌석인데 발 뻗을 곳이 줄어든다. 물론 나는 신체건강하고 돈 없는 대학원생이므로 한국에 오고 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함.

하지만 이번에 매우 운이 좋게도 아메리칸 항공을 일본항공 코드쉐어 편으로 탑승할 수 있었다. 내가 아메리칸을 타는 것이지만 아메리칸이 아니야!


원래 일본항공도 아메리칸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승무원들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친절하다는 것과, 기내식이 좀 더 내 입맛에 맞는다는 것을 제외하면 뭐 좌석 등에서 큰 차이가 없었는데, 작년인가 제작년쯤 일본항공이 기내를 뜯어고치면서 상황은 반전...




이번에 탑승했던 일본항공. 보잉 777-300ER. 


비행기 기내 촬영하는 것을 까먹었는데, 자리에 앉자마자 감탄이 절로 나왔다. JAL 기내 잡지에도 좌석의 두께를 줄여 레그스페이스를 확보했다고 되어있는데, 실제로 체감되는 공간이 굉장하다. 미국 갈 때 다시 AA 탈 걸 생각하니 벌써 멀미가...



비행기 탑승 후 음료수와 간단한 스낵이 나왔고, 곧이어 점심이 나왔던 것 같다. 치킨과 뎀뿌라가 있기에 나는 망설이지 않고 뎀뿌라 선택. 미소 국물도 따로 내어준다. 샐러드는 그저 그렇고, 저 발사믹 소스는 매우 짜므로 적당량만 먹을 것을 추천. 과일은 뭐 그냥 과일이고, 햄과 참치샐러드도 햄과 참치샐러드 맛. 




기내식에서 뭐 크게 바라지 않는다. 바삭한 튀김옷 이런 거 바라지 않고 그냥 맛있으면 장땡. 일식 답지 않게 간도 적당히 짜지 않고, 적당히 달달하다. 채소들 배합도 무척 좋고, 진짜 신의 한수는 밥. 찹쌀로 지은 밥인데, 이게 일식에서 뭐 드물거나 한 건 아니지만 찹쌀이 일반 백미보다 소화가 잘 된다는 점에서 기내식이 찹쌀인 건 정말 신의 한 수. 비빔밥 같은 것에는 무리일지 모르겠지만, 국내 항공에서도 밥에 찹쌀을 섞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 

그간 먹은 기내식 중 베스트 쓰리에 꼽힐 듯. 참고로 이때 나는 아침 점심 다 굶어서 매우 배고픈 상태였다...ㅋㅋㅋ




하지만 우동은 완전 망함. 뭐 있으니까 먹는 건데, 면이 아니라 무슨 굳은 가래떡 꺾어 먹는 기분. 예전에 아시아나인가 대한항공에서도 소바 먹어봤는데, 아직 국수로는 JAL은 좀 멀었다... 

참고로 사이드 메뉴에 대한 꼼수? 함정?이 하나 있다. 나는 '아시안 메뉴'인 뎀뿌라를 시켰기 때문에 참치샐러드와 햄이 좀 뜬금 없었는데, 옆자리 서양식인 치킨을 시킨 미국인은 이 우동 때문에 좀 멘붕했을지도. 

JAL에서 좋았던 것은 미리 그림메뉴를 보여준다는 것이었다.




별로 특별할 것 없는 샐러드. 아예 와쇼쿠로 밀어부칠 거면 샐러드 드레싱도 오리엔탈이나 일식에서 자주 나오는 그걸로 안 되겠니...ㅋㅋㅋㅋ저 발사믹 소스가 싸우전 아일랜드보단 낫지만 그래도 너무 짜다...




디저트는 하겐다즈 바닐라. 



이상하게 도착지인 나리타도 미국도 낮시간대인데 다들 창문 덮개를 내려놓고 자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급 스튜어디스의 방송! 바깥에 알래스카를 지나가는데 맥킨리 산이 정말 아름답게 보인다고. 갑자기 기내가 웅성거리며 다들 덮개를 올렸다. 






사실 산맥 사진 자체는 더 멋진 걸 본적도 있는데, 반쯤 얼은 강이 굉장히 멋있었다. 옆의 할머니는 계속해서 어느게 맥킨리 산이냐고 묻는다. 내가 어떻게 알아.... 





곳곳에 사람들이 서서 창밖을 감상 중이다. 비행 중 맥킨리 산맥을 보고 싶다면 기체 북쪽으로 앉기를....




이것은 저녁. 나를 화나게 했던 실망스러운 메뉴. 주니까 먹는다는 마음으로 꾸역꾸역 먹었다. 그냥 들이밀면 들어가는 맛. 






내가 이코노미석을 찬양한 본격적인 이유. 

1. 매 좌석마다 USB를 이용한 충전기와 핸드폰 거치대가 있다. 다만 당신의 폰이 5인치 이상의 대형스크린 폰이라면 거치대 이용은 좀 무리일 듯 합니다. 아이폰 크기임. 나의 오래된 옵G는 간신히 들어갔다. 


2. JAL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 그새 또 업그레이드 되었다. TV쇼는 좀 볼 게 없지만 뭐 그래도 화면도 크고 터치도 잘 먹고 훌륭하다. 나는 이 날 두 번의 JAL 비행기를 타며 테트리스의 신이 되었다. 


3. 리모콘이 앞좌석에 스토우 되어 있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보통 팔걸이에 보관되어 있는데, 그러면 옆 사람한테 자꾸 양해를 구해야해서...


4. 넓은 레그룸. 지인짜 넓다. 나처럼 키 작은 사람은 간간히 다리도 쭉쭉 뻗을 수 있다. 그리고 몹쓸 AA처럼 미디어박스가 좌석밑을 크게 차지하지 않는다. 


5. 영화를 내리 네 편이나 보느라 써보지는 못했지만 타는 순간 흥분했던 것은 다름 아닌 매 좌석마다 존재하는 콘센트!!!!! 일본/미국의 11자 모양 플러그만 지원하지만, 노트북을 충전할 수 있다!!!!! 꺄 이건 진짜 감동이었다. 다만 좌석 두 개에 걸쳐 위치해있기 때문에 옆좌석에 승객이 탑승하면 양해 좀 구해야할듯.





물론 JAL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이것은 JAL의 새로운 기체플랜이 적용된 장거리 노선에나 해당되는 것이고, 한일 노선 같은 단거리는 어림없다...ㅋㅋ (심지어 한일노선의 소라벤은 맛도 없어짐... ㅠㅠ) 


아아아아 JAL도 AA만큼 가격후려치기를 시전하면 내가 AA 마일리지 갖다 버리고 JAL로 갈아탈텐데 ㅠㅠ 

가격 앞에 장사 없다.... 보통 코드쉐어로 일본항공 타면 AA보다 수백불 더 내야하는데 이번엔 정말 운이 좋았다. 만약 AA보다 한 100불 정도 더 내고 JAL을 탈 수 있다면 왠지 탈 것도 같다. 물론 이번 탑승 경험은 옆좌석이 비었기 때문에 퀄리티가 월등히 올라간 측면도 있지만서도, 그간 느껴보지 못한 하드웨어의 위력을 느꼈다. 이제 AA와 JAL의 태평양횡단 노선 간 기체의 격차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인듯... AA가 표를 싸게 푸는 이유가 다 있었던 것인가...


아무튼 JAL이 아주 파산까지 갔다가 발버둥 치는 덕에 나는 덕보고 삽니당



이제 언젠가 기회가 되면 우리의 날개도 좀 타보고 싶다. A380을 타보고 싶은데 가격 때문에 쉽지 않을 것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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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 예원

내가 사는 이곳은 봄을 건너뛰고 삼일 만에 겨울에서 여름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올려보는 다른 곳의 봄 사진들...


상해 예원의 사진들.







이때가 좋았다...

상해에 정말 순수하게 놀러갔던 이때가 좋았어... 꺼이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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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ud Gate






여기서 사진 찍은 중 베스트샷에 들어간다.

허구한 날 사람 말고 풍경만 찍고 다니는데, 가끔 사람도 이렇게 찍어주고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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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의 갈매기

이곳은 미국의 내륙지방.

하지만 갈매기가 서식하지.





갈매기가 사진 좀 찍힐 줄 안다. 사진찍으러 다가가니까 얌전히 포즈 취해줌. 


근데 아무리 갈매기가 날아다녀도 호수가 바다로 보이지는 않는다. 

바다와는 묘하게 무언가가 다르다... 무언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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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고기 국수

자취생활 카테고리에는 맞지 않지만....음식을 어디에 넣어야할지 모르겠어서...


차이나타운에서 사먹은 오리고기국수. 6불도 안되는 저렴한 가격!

돈만 많으면 오리고기를 아예 세트로 시켜서 밥이랑도 먹고 빵에도 끼워먹고 볶음밥도 해먹고 탕도 해먹고 할텐데...

제발 이런 식당 하나만 우리 동네 들어왔으면 좋겠다... 




보고 있으니 또 먹고 싶다...

이번 주말에 차이나타운 슈퍼에 가서 오리고기 한 팩 사와야겠다. 무려 3불이면 두 세끼는 너끈하게 먹을 수 있는 오리고기를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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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여행자 (2009)




여행자 / Une vie toute neuve (A brand new life) 

감독: 우니 르콩트

출연: 김새론, 박도연, 고아성, 설경구, 문성근, 박명신 등등



기말 페이퍼를 완벽한 미완성의 글로 냈다. 아직 연구가 부족해서 도저히 내용을 채워넣을 수 없었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내용과 문장의 공백마다  말줄임표로 도배를 해뒀다. 항상 떨어지는 글의 퀄리티에 노심초사했지만, 이번엔 그저 미완이라는 점에 대해 너무나 송구스럽다. 


하지만 이미 장시간 좌탁에서 글자만 바라보고 있었기에 앞뒤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그냥 생각하기도 싫었고 암것도 하기 싫어서, 그냥 가만히 앉아서 보기만 하면 되는 영화나 드라마를 봐야겠다 싶었다. 무심코 들어간 아마존 프라임에 추천영화가 떴고, 이것저것 뒤지던 와중 이 영화까지 왔다.


사실 여행자라는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 전혀 모르고 봤다. 알았으면 이미 지친 오늘 같은 날 이 영화를 봤을까 싶지만서도. 


감독의 첫 작품이라고 들었는데, 자신이 관심 있는 것, 자신이 잘 아는 것, 그리고 최선을 다해 생각을 했다는 점의 힘은 정말 놀랍다는 것이 첫 인상이었다. 보면 볼 수록 무척 영리한 영화면서도, 정말 좋은 조합을 만난 영화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사실 영화의 큰 줄기는 누구나 다 알만한 그런 이야기다. 하지만 이 영화가 빛날 수 있었던 것에는 바로 작은 디테일들과 주변의 여러 디테일들을 놓치지 않는 세심함에서 비롯된다. 모두가 아는 큰 줄기에 살을 붙이는 것만으로도 영화가 흡입력을 가진다.


좋은 조합이라고 했던 것은 바로 카메라 연출, 음향,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 부분이었다. 이 영화에서 카메라는 복잡한 기교를 부리는 도구가 아니라, 정말로 주인공과 고아원의 원생들을 시각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살아있는 그 어떤 무언가라는 느낌을 준다. 일관되게 주인공 진희의 눈높이에서 접근하면서, 동시에 간섭이나 "난 너를 이해해" 의 경계를 넘지 않는 노련함이 잘 어우러져있다. 


이는 음향의 사용에서도 드러난다. 각종 음악이나 사운드를 '수입'해서 사용하기 보다는 영화 속 현장의 소리들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한다. 소리만으로도 오후의 고아원 운동장의 느낌 같은 것이 전달될 정도로 말이다. 당신은 모르실거야라는 노래를 변주해서 활용한 것도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카메라와 마찬가지로 음향도 상당히 일관성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영화를 밋밋하게 만들지 않은 것에는 배우들의 연기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영화에 출연한 모든 사람의 연기 하나하나가 정말 빛이 났지만, 무엇보다도 주연을 맡은 김새론 양의 연기의 폭과 깊이는 전대미문 수준. 김새론 양이 없었다면 이 영화는 그저 그런 영화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덧붙여 굉장히 무거운 주제를 따뜻한 인간미가 존재하는 고아원을 통해 그려냄으로써 한결 진중하면서도 비교적 가볍게 (경박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짓눌리는 무거움의 반의어다.) 풀어냈다는 것을 높이 사고 싶다. 한국어 제목 선정 또한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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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리 선희 (2013)




CEAS 필름 도서관에서 이 DVD를 집은 데에는 홍상수표 영화가 무엇인지 알아보기는 해야겠다는 의무감이 어느 정도 작용했다. 사실 그 동안 강원도의 힘 정도를 제외하고는 홍상수 감독 영화를 본 적이 없고, 그나마도 홍상수 감독 영화인지 모르고 봤다... 그 밖에 한국어에 대한 갈망과, 한국의 풍경을 보고 싶다는 갈망, 다른 DVD 하나가 연구주제와 관련 있는 영화니 최대한 지금 내 삶의 어느 것과도 관계 없는 무언가를 보겠다는 생각도 작용했다. 그래서 우리 선희, 봄여름가을겨울그리고봄, 나쁜 사마리아인 같은 영화들을 집었다 놨다 했다. 결정적으로 우리 선희를 집어든 이유는 단 한가지였다. DVD 뒷면의 작품 소개에, 선희라는 인물이 유학을 가기 위해 추천서를 받는다는 설명이 있었다는 점이었다. 정말 별거 아닌 계기인데, 이토록이나 어디선가 공감을 바라고 있었던 걸까 싶기도 하고. 

아무튼 그간 홍상수 감독 스타일에 대해 들었던 말들이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우리 선희는 엄청나게 몰입을 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니었고, 실제로 감독의 연출 자체가 그런 몰입을 방해하는 느낌이 컸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찌질한 일상 속에 관객인 내가 녹아들어가는 느낌이기도 했다. 영화라고 생각하면 거슬리는데 오히려 그런 장치 때문에 내가 더욱 더 이 사람들을 훔쳐본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해야하나. 인물들의 찌질한 감정들에 동화되지 않으면서 내가 찌질해진 순간이었다. 물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영화 설정상 나와 나이가 비슷할 선희를 보면서, 그리고 좁은 사회에서 엮여나가는 몇몇의 인물들을 보면서 나의 지난 학부 때의 술먹고 헛소리 하던 기억들과, 여기서의 찌질함과, 지금 여기 미국에 있음으로써 성립되지 않을, 다른 이들은 공유하지만 나는 공유하지 못할 조각들의 형상들이 자꾸 마음 속에서 떠올랐다. 문수(이선균)라는 인물의 섬세한 손연기, 구부정한 선희(정유미)의 목과 어깨 같은 걸 보노라면 나와 주변 사람들의 자그마함과 위축된 몸짓이 떠오르면서도, 비슷한 나이대일 선희에게 결정적인 순간에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저런 인물이 있단 말이야? 

 정말 오랜만에 그냥 '한국' 아니라 '서울'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서울말을 쓰는, 어딘가 새침할 것만 같은 서울사람들과 좁은 거리에서 군중 속의 고독을 느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어떻게 보면 정말 처음 들었던 것 같다. 서울은 내게 늘 낯선 곳이었고, 평생 살진 못할 곳이었는데, 잠깐 머무르겠다고 다짐한 곳을 그리워하는 법도 있구나. 

처음에는 감기기운으로 인한 두통 때문에 조금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계속 보다보니까 좋았다. 음악 사용도 좋았고. 내가 용인할 수 있는 찌질함의 한도 내였고, 그래서 좋았다. 지금 마음 상태로는 이것보다 더 하면 못 볼 것 같아... 소품 같은 영화라고 하긴 어렵지만 뭐 그런 말이 떠오르긴 했다. 노란 밝은 분위기를 내내 유지하는 것이 참 인상깊었다. 좋다. 저건 나도 지향하는 바다.밝은 노랑, 밝은 연두, 밝은 보라, 이런 색깔들로 덧칠해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제법 그럴듯하기도 하고 세련되기도 하고 심지어 산뜻하기까지 해서 이걸 찌질함이라 불러야하는가에 대해서도 살짝 고민이 들긴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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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분노케 했던 상해 예원의 남향만두

부모님과 상해에 갔을 적. 

난샹만두가 워낙 유명하다고 해서 줄까지 서가면서 먹으러 간 적 있었다. 실제로 난샹에 간 것이 아니라 예원(=관광지...) 옆의 난샹만두에 갔던 것이 우리의 패착이었을까...

아니면 상해 음식을 잘 몰랐던 게 죄였을까...


아무튼 상해에서 먹은 최악의 음식 중 내 마음 속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곳이다. (1위는 길에서 사먹은 복건식(진짜??) 빤민엔...)


사진은 그럴듯해보이지만

가지마!!!! 



특히 빨대 꼽아 먹는 저 만두는 최악이다. 


길에서 아침밥 대용으로 사먹은 샤오롱바오도 난샹만두 만두들보다 한 다섯 배는 맛날듯!! 






줄 서는 거 다 부질없는 짓이다. 

느긋하게 얌차...가 아니라 뭐라고 해야하지 암튼 뭘 즐길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고... 

그리고 일단 비싸다!!!

차라리 난샹이나 치바오 같은 곳을 직접 가는 게 나을지도....


가는 날이 장날이었을 수도 있고, 그냥 우리 가족 입맛에 그냥 안 맞았던 것일 수도 있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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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료시스템은 쓰레기임

지난 한 달 간 고통받은 경험의 요약:


1. 급성치수염 (당시엔 뭔지 몰랐음)이 상당히 악화되었음. Nurse Advice Line에 전화를 했더니 상태가 안 좋아지면 응급실에 가라고 조언을 해줌.


2.월그린에 정말로 울면서 가서 갖가지 진통제를 사왔지만 하나도 들지 않음. 간호사가 알려준 응급처치 방법을 써봤다가 지옥을 봄. 결국 상태가 매우 안 좋아져서 간호사의 말을 잘 들은 나는 응급실에 갔음. 잠을 자거나 밥을 먹는 건 고사하고 이미 말도 하기 힘든 상황.  앰뷸런스 같은 건 타면 안되니까 학교 셔틀 타고 감. 


3. 새벽에 4시간 반을 기다림. 난 누구 여긴 어디.


4. 우여곡절 끝에 의사를 만남. 그러나 하필 우리 학교 응급실에는 치과의나 치과전문장비가 없어서 의사가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음. 의사가 처방해준 가장 강력한 약도 쓸모가 없었음. 


5. 결국 일요일 오전에 20군데 넘는 치과에 전화를 함. 기적적으로 한 곳과 연결이 되었고, 그날 오후에 치료를 받음. 의료보험은 있지만 치과보험이 없어서 쌩돈으로 성수기 한국행 직항 왕복 비행기값이 날라감. 비보험자라고 나름 할인도 받은 건데 이 사단이... 미국애들은 왜 기초의료보험과 치과보험, 안과보험을 다 분리해둔줄 모르겠다. 눈이랑 치아는 안 중요하냐 이 미친 놈들아... 


6. 응급실 청구 비용이 고지됐는데 미친 보험회사가 minor illness라서 copay를 안해주겠다고 함. 총액으로 비수기 비행기값이 나옴. 참고로 청구 금액은 의사 본 금액과 순수하게 응급실 들어갔다 나온 비용임. (병원에 치과 장비가 없어서 검사고 뭐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음.) 도대체 illness의 기준이 뭔데 이 미친 놈들아


하...

월요일부터 보험회사랑 싸울 준비해야겠다. 최저생계비도 안되는 돈으로 생활하는 내가, 그것도 집세도 아끼려고 룸메이트 3명 더랑 살고 도시락 싸서 다니는 내가 무슨 수로 그 많은 돈을 내냐... 

코스웍에 연구에 정신없어 죽겠는데 돈으로 사람 때리니까 버틸 수가 없다. 한 30불 정도면 쿨하게 돈 내고 다툴 시간에 연구를 그랜트 신청이라도 하겠지만 이건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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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X7] 렉칠이로 찍은 사진들

렉칠이를 크리스마스 기간동안 시험삼아 써봤다.

매우 만족.

확실히 렌즈가 밝으니까 밤에도 쓸만한 사진들이 찍혀서 기쁘다. 낮 사진들은 수동조작하면서 얻는 사진들이 아니고서야 FX38이로도 충분한데, 밤사진은 FX38이가 날고 기어도 소용 없는 사진들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진짜 좋은 렌즈 쓰는 사람들은 레벨이 더 낮은 디카로 절대 못 돌아올 것 같다....


그리고 생각보다 LX7이는 무겁지 않다! 


(EXIF 정보를 다음 업로더로 넣는 법을 몰라서... 하는 수 없이 그림에다 박아넣음...)




크리스마스 포인세티아의 빗방울들. 거의 얼음방울이나 다름 없었다...





회전차. 흑백으로도 한 번 찍어볼 걸. 색감이 꽤 그럴싸하게 나왔다. 

저거 타봤는데 고소공포증이 있다면 비추...






미술관의 관람객들. 포커스고 뭐고 다 안드로메다로...




고흐의 붓터치. 아주 가까이선 찍을 수 없으니 줌을 당겨보았다. 깨알같은 공장 그림들. 




비구름이 자욱한 도시.




창문에 아예 렌즈를 갖다대고 찍어보았다.




한밤의 기차. 셔터스피드를 늦추고 밝기는 최대로, ISO를 있는 힘껏 끌어올렸다. 사진 확대해보면 노이즈가 장난이 아니지만 아무튼 죄다 시커멓게 안 나오는 것만 해도 그저 반가울 뿐... 




파나소닉으로는 역시 쨍한 대낮을 찍어야 한다!









카메라 내에 있는 흑백 기능을 써봤다. 라이카 렌즈의 위력인진 몰라도 그럴싸하다. 

흑백 기능엔 그냥 흑백기능이 있고 무슨 다이나믹 어쩌고 하는 흑백이 있다. 후자가 더 그럴싸하다.

흑백 사진 좀 더 시험해봐야지... 




이것도 카메라 내의 무슨 기능을 쓴 건데 무슨 기능이었는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호숫가에 나타난 고래.




천장에 반사된 빛을 담기 위해 일부러 셔터스피드를 늦췄다. 

는 개뿔, 그냥 찍다보니 건졌음. 사진 잘 모릅니다. 

스테인드글라스가 예쁘게 나온 사진은 천장의 저 오묘한 빛깔들이 표현이 안된다. 

둘을 합성해야 둘 다 잡힐라나?? ㅠ




야경 사진. 삼각대가 없어서 손을 벌벌 떨면서 찍은 건데...

확대해보면 제법 흔들렸지만 뭐 이 정도면...




어두운 실내 사진. 




렉칠이를 써보니 lf1을 안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LF1이 내 fx38보다야 좋은 카메라였겠지만, 렌즈 밝기는 못 당하지 않았을까..

LX100 이런 카메라들이 탐이 난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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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기차역

대륙은 뭐든 사이즈가 장난 아니다.


고향에 돌아가는 친구가 상해에서 환승한다고 하기에, 잠깐 만날 요량으로 상해 홍차오 기차역에 간 적이 있었다.


어릴 적 여행할 적 빼곤 그간 중국서 기차를 탈 이유가 별로 없어서 어떤지 몰랐는데 갔다가 식겁했다.


서울역, 부산역의 한 수 배는 될 것 같은 크기....




일단 출입장...부터 장난 아니다. 대합실에 가려면 저렇게 짐 체크를 해야한다. 처음엔 뭐 이래 빡빡해라고 생각했는데, 대합실에 우글우글 모여 있는 사람들을 보고는 뭔가 이해가 가기 시작함....




사이즈가 장난 아니다. 사람들 수도 장난 아니다. 이것은 참고로 토요일 오후의 사진이다. 별로 감이 안 오는가?




... 친구 승강장이 저 끝에 있어서 저 사람들을 뚫고 지나갔는데 미춰버리는 줄 알았다. 


홍차오 자체가 상해시에서 세운 교통 중심이라서, 기차역, 공항, 지하철역, 버스터미널 등등 온갖 교통수단이 다 몰려있다.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지하철역에서 기차역으로 오는 것도 고난의 행군이었다. 

평범한 토요일 오후가 이 모양이면... 도대체 춘절 때는 어떻다는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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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식 정리 - 3

이번에도 씐나게 비행기를 탔으니 기내식이나 올려봅니다.

예전에는 비행기 타는 거, 기내식 먹는 거 참 좋았는데 이제는 기내식 그냥 안 먹기도 하고, 반만 먹기도 하고...




AA (ORD > NRT) 석식

닭고기. 별 기억은 없는 걸ㄹ 봐서 무난했던 모양. 





AA (ORD > NRT) 조찬

조찬. 생각보다 괜찮았다. AA는 빵류만 안 나오면 아침밥은 평타는 치는 듯. 감자 등등이 들어있는데 뜨끈뜨끈해서 참 좋았다. 





JL (NRT > PUS) 


내가 엄청 좋아하는 일본항공 소라벤. 일본 각지 식당들과 제휴하고 메뉴를 내는 것 같다. 이번엔 도쿄 시부야 나스비테-의 메뉴. 달가슴살, 양파와 피망이 들어간 밥과, 채소튀김, 채소절임, 모찌.






나쁘지 않았다. 난생 처음 먹었던 소라벤 때 충격을 많이 받아서 그런가, 그 뒤로 딱히 기억에 남는 소라벤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동방항공 (PUS>PVG) 

의외로 메뉴가 괜찮게 나와서 굉장히 당황했다. 그림에서도 보듯이 메뉴 선택권은 주어지지 않았다. (기내식으로 소고기는 웬만하면 먹지 않는 편) 기내식 단골 손님 샤니 소프트롤, 한진쪽에서 내놓는 제주생수, 무슨 종로 떡방 떡인가?랑 에 무려 농협 김치. 기내식에서 김치 안 먹는 편인데 궁금해서 먹었다. 포장 김치 치고는 엄청 맛났다. 

결론적으로 근래에 먹은 기내식 중에 가장 놀라웠다... 뭐 그렇다고 해서 와 이거 짱이야! 이런 건 아닌데 동방항공에 대한 기대치가 워낙 낮았다보니.... 




대한항공 (PVG>PUS)

동방항공이 나에게 빅엿을 안겨준 덕분에 (공항에 갔는데 비행기가 취소 되어있었음. 그래놓고 통지를 안해줌 ㅗ) 대한항공을 타고 귀국했다. 정말 근 몇 년만에 타본 우리의 날개...라서 기내식 은근은근 기대했는데 비루한 샌드위치가 나와서 좀 실망. 맛은 괜찮았지만 그래도 슬펐다. 물론 단거리 비행이라지만 그래도 정확히 저녁 시간이었는데....





JAL (PUS > NRT) 

이번에도 나스비테- 에서 나온 소라벤이다. 대신에 가을메뉴로 바뀜. 커버에는 가지가 예쁘게.... 




밥과 반찬들이 좀 시큼해서 생각보다는 별로...였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닭고기 완자가 맛있어서 좋았다. 어서 완자와 소스 만드는 법을 익혀야할텐데. 별로라고 생각은 했지만 또 맛있게 싹싹 긁어먹기도 했고, 일단 미국 오고 나니 이것마저 그립다. 젠장 ㅠㅠ




AA (NRT > ORD)

피쉬 올 비프. 닥치고 피쉬다. 연어 크림 파스타가 나왔다. 기내식에서 크림 파스타들은 훌륭하진 않아도 엔간해서는 실패하지 않는 듯 하다. 뜨끈한 걸 잘 먹긴 했는데, 딱 한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면 샐러드에도 크림인지 마요인지 뭔가에 버무린 파스타가 나와서 이중으로 먹어야했다는 거... ? 느끼해서 혼났다. 




AA (NRT>ORD) 조찬

프렌치토스트. 프렌츠토스트와 닭고기밥을 물어왔다. 닥치고 프렌츠 토스트.... 닭고기와 밥이라고 하면 딱 그림이 나오지 않는가 ㅠ_ㅠ 

엄청 달고 짰다. 웰컴투 아메리카라고 기내식이 외치는 것 같아 기분이 이상했음. 

하... 내가 또 이렇게 엄청 달고 짠 음식의 나라 미국에... .아아아아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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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 어느 시장

한국인들이 상해 가면 한번씩은 들린다는 상해 모 상가의 건물 입구.

곳곳에 붉은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법치문화를 배양하자라든가, 지적재산권을 보호하자 등등...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하여 시장경제 질서를 규범화하자...라고 한다. 





위의 플래카드에는 새로운 상표법을 실현하여 지적재산권을 보호하자라고 되어있다.

하지만 현실은 짝퉁시장입니다...



예전엔 타오바오청인가 암튼 그런 걸로고 불렸는데 대대적 단속 뜨고 이름을 한청으로 바꿨다고 한다. 좀 더 이것저것 물어보려고 했는데 쫓겨나다시피 함...

워낙 긴장감도는 분위기라 사진도 에스컬레이터에서 되게 몰래 찍었다.... 


그렇습니다. 이곳은 상해의 그 유명한 짝퉁시장입니다....

가면 외국인 밖에 없음. 나같이 중국인처럼 생긴 애는 관심도 안 갖다가 외국인이 짠하고 나타나면 호객해댄다. 





이곳은 또다른 짝퉁시장. 대규모 리모델링인데... 분위기 봐서는 한번 단속 떠서 대대적으로 털린 것 같기도 하고....

아예 한국어로는 "짝퉁시장"이라고 크게 써져있다. 물론 중국어로는 얌전하게 이름만 쓰여있을 뿐.... 누군지 몰라도 번역 한 번 찰지게 했다. CG 작업도 한국스러워.... 참고로 이곳은 한인들이 많이 사는 동네. 

그래도 유난히 한국관이니, 한성이니 하는 이름이 눈에 밟힌다. 한국 스타일이 유행해서 그런가, 뭐 이렇게 한국이라는 이름을 많이 차용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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