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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 요리] 푸에르토 리코식 치킨 앤 라이스 (아로즈 꼰 뽀요 Arroz con Pollo)

난 이제 유학생이 아니라 외노자지만... 뭔가 유학생 요리 시리즈가 된 것 같으니 계속 유학생 요리로 가겠다 ㅋㅋ

 

오늘 소개할 레시피는 푸에르토 리코식 치밥이다.

스페인어로는 Arroz con pollo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밥과 닭"이라는 뜻임.

약간 라틴 아메리카식 빠에야...?라고 생각하면 된다.

오늘 사용한 레시피는: https://www.ambitiouskitchen.com/puerto-rican-chicken-and-rice-arroz-con-pollo/

 

Mama's Puerto Rican Chicken and Rice | Ambitious Kitchen

Mama's famous Puerto Rican chicken and rice, or arroz con pollo, is made in one pan with homemade seasonings & savory rice. The best dinner!

www.ambitiouskitchen.com

어느 날 뭔가를 검색하다가 걸려든 레시피다.

 

조리 난이도: ★★ (역시 대충 우당탕 재료 넣고 익히면 된다. 다만 향신료 배합에 약간 신경을 써야함.)

재료 난이도 (미국): ★ ★ ★  (일반적인 한국인이 갖추고 있지 않을 것 같은 향신료가 좀 있고,  "비둘기콩"은 미국 일반 마트에서 구하지 못할 수도 있음. 하지만 다른 콩으로 대체는 가능.)

재료 난이도 (한국): ★ ★ ★ ★ ★  (향신료 갖추기가 많이 빡셀 것 같다. "비둘기콩"은 검색해보니 인도 식재료 수입상 쪽에서 파는 것 같긴 한데... 마른 콩을 파는 것 같다. 마른 콩은 아마도 불려서 써야할 것 같음)

 

카리브해 음식에 거부감이 없는 미국 유학생이라면 시도해보는 걸 추천한다! 향신료만 갖춘다면 재료값도 엄청 착한 편임. 

이미 두 번 해먹었고 조만간에 또 해먹으려고 재료도 사뒀다 ㅋㅋ

참고로 위 링크에 나오는 레시피가 정말 말 그대로 따라하면 되도록 아주 세심하게 잘 작성되어 있다. 혹시 영어에 거부감이 없다면 직접 링크 참고를 하는 걸 추천한다.

 

재료 다듬는 시간과 불 위에 올려두고 기다리는 시간까지 모조리 합쳐서 조리 시간은 약 5-60분 정도 걸리는 것 같다.

향신료와 쌀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 재료는 그냥 대충 설렁설렁 맞춰도 된다. 향신료 배합이 약간 빡셈.

위 링크에 나오는 양은 4인분이라고 되어 있는데... 이건 미국 사람들 기준인 것 같다. 난 한 번 만들어서 6끼 정도 먹은 것 같다.

 

<재료>

재료가 엄청 많아 보이는데 향신료가 중복으로 나열되어 있다. 향신료 빼면 별거 없다.

참고로 밥을 지어야 하므로 뚜껑이 있는 깊이가 있는 팬/솥/큰 냄비가 필요하다. (아무거나 하나면 됨.)

 

닭고기

- 올리브 오일 2큰술

- 뼈없는 닭고기 1 1/2 lb (약 700 g, Chicken thigh/넓적다리를 추천하지만 닭가슴살도 가능함) 

 

"아도보" 시즈닝 (adobo seasoning) : 카리브해나 라틴 아메리카, 필리핀 요리 등에서 종종 사용된다. 참고로 간혹 마트에서 미리 배합된 아도보 시즈닝을 팔기도 한다.

- 큐민 가루 1 작은술

- 파프리카 가루 3/4 작은술

- 칠리 파우더 1/2 작은술 (따로 없어서 고추가루 사용함. 일반적으로 카옌을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고추가 섞인 가루다.)

- 카이엔 고추 파우더 1/2 작은술 (카이엔 Cayene 고추만 사용한 가루다. 근데 솔직히 칠리랑 카이엔 차이는 잘 모르겠...)

- 양파가루 (onion powder) 1/2 작은술

- 마늘가루 (garlic powder) 1/2 작은술

- 코리앤더 가루 1/4 작은술

- 소금 1/2 작은술

- 후추 약간

 

소프리토 (sofrito)를 활용한 밥 짓기용 재료: 소프리토는 중남미 및 지중해 지역에서 사용하는 재료로 양파, 마늘 등을 사존(향신료 배합)과 섞어 저온에서 볶아 익힌 것이다. 지역마다 주된 배합재료가 약간씩 다르며, 푸에르토리코에선 배합된 향신료는 사존 (sazón)이라고 불린다. 대단한 뜻은 아니고 그냥 시즈닝이라는 뜻인 걸로 암.

- 마늘 3쪽 다져서 준비

- 다진 피망 1/4 컵

- 다진 양파 1/4 컵 (white onion이라고 되어 있지만... 알게 뭐임 그냥 아무거나 씀.)

- 다진 고수 1/4 컵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는 아닌 것 같지만 가능하다면 culantro 사용을 추천한다고 나와있음. 쿨란트로는 실란트로랑 약간 다르다고 하는데 사실 뭔지 잘 모른다.)

- 할라페뇨 고추 1개 다져서 준비 (선택사항이라고 되어있지만 한국인 입맛엔 넣는게 답임.)

- 코리앤더 가루 1/4 작은술

- 큐민가루 1/4 작은술

- 강황가루 1/4 작은술 (turmeric)

- 마늘가루 1/4 작은술

- 마른 오레가노 1/4 작은술 (집에 오레가노가 없어서 오레가노가 포함된 Italian seasoning을 넣었다.)

- 소금 1/4 작은술

- 후추 1/4 작은술

- 토마토 소스 1컵 (tomato sauce)

- 물 1 1/4컵

- 바스마티쌀 1컵 (현미 사용 금지--익히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림. 해먹어보니 자스민 정도까진 괜찮을 것 같고 한국이나 일본에서 사용하는 찰기가 도는 단립종 쌀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 후 불면 날라가는 종류의 흰 쌀을 사용할 것.)

- 비둘기콩 2/3 컵 (Pigeon peas라고 하는데 열대와 아열대 지역에서 많이 먹는다. 한국에서는 주로 인도 요리에서 사용되는 걸로 소개된 모양. 미국에서도 히스패닉 물품이 많은 마트에 가야 구할 수 있을텐데, 혹시 구하기 힘들다면 그냥 냉동코너에 파는 얼린 완두콩 frozen peas을 사용해도 됨. 난 멕시칸 마트 옆에 살아서 비둘기콩 캔을 매우 쉽게 구함ㅋㅋㅋ)

 - 올리브 1/2 컵 (선택사항이라고 하는데 넣고 안 넣고 맛 차이가 좀 나는 것 같다. 있다면 넣는 거 추천.)

 

가니쉬

- 라임

- 고수풀

 

<조리방법>

1. 닭 재우기

큰 볼에 닭을 넣고 올리브 오일 1큰술, 아도보 시즈닝 (큐민, 파프리카, 칠리, 카이엔, 양파가루, 마늘가루, 코리앤더, 소금, 후추)을 넣는다. 닭을 잘 양념한 후, 그릇을 랩으로 씌워 나머지 재료를 다듬고 준비하는 동안 재워둔다.

 

2. 재료 다듬기

재료를 다듬는다. 채소를 다지고 썰면 됨.

 

3. 닭 굽기

- 크고 깊은 팬에다가 올리브 오일 1큰술을 두르고 중불로 가열한다. 그런 종류의 후라이팬이 없다면 솥이나 큰 냄비를 이용한다. (난 무쇠솥을 활용함.)

- 기름이 달궈지면 재워둔 닭을 넣고 굽는다. 닭을 구우면서 소금과 후추로 약간 더 간을 한다.

- 4-5분 정도 구워 한 면이 익으면 다시 뒤집어 반대쪽 면을 4-5분 정도 구워준다.

- 닭이 다 익으면 그릇에 닭을 옮겨둔다.

 

4. 소프리토 만들기

- 닭을 구운 팬/솥/냄비에 남아있는 기름을 활용하여 마늘, 할라페뇨, 다진 피망, 다진 양파, 고수풀 (cilantro)을 2-3분 정도 볶아준다. 

- 2-3분 정도 볶은 후 사존 (큐민, 강황가루, 코리앤더, 마늘가루, 오레가노, 소금, 후추)를 투하하고 30초 정도 볶는다.- > 소프리토 완성

- 소프리토에 토마토 소스와 물을 넣고 잘 섞어준다.

 

소프리토에 토마토 소스오 ㅏ물을 넣으면 대충 이런 느낌이다.

 

5. 쌀과 닭고기 조합하기

- 냄비의 재료가 살짝 끓기 시작하면 쌀, 콩, 올리브를 넣어서 재료가 골고루 분산되도록 잘 펴준다.

- 쌀+콩+올리브 조합 위에 익힌 닭을 얹어준다.

 

6. 쌀 익히기

- 약불로 줄이고 팬/솥/냄비 뚜껑을 덮는다. 약 20-25분 정도 그대로 익혀준다. -> 밥 완성!

 

완성 후 모습

 

7. 음식 대령!

접시에 밥과 닭 넓적다리 한 점을 얹고 라임즙을 약간 뿌린다. 고수풀을 얹어서 내면 된다.

 

배가 고파 허겁지겁 먹었기 때문에 예쁜 플레이팅 따위 하지 않았다...

 

카리브해 음식을 먹어봤다면 너도 알고 나도 아는 그 맛이 난다.

난 여기다가 플렌테인 (plantain)이라고 하는 요리용 바나나를 구워서? 튀겨서? 같이 곁들어 먹었다. 단짠단짠 최고임.

바나나까지 같이 먹다보니 살 무지 찔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다.

 

이 레시피는 언젠가 따로 올려보겠음.

 

취향에만 맞고 향신료만 어느 정도 갖춰지면 쉽게 할 수 있는 요리다.

 

미국 오래 살다보니 이런 것도 해먹고 산다 싶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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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 요리] 레몬향 새우 콩 스튜 (Lemony Shrimp and Bean Stew)

외노자로 너무 오래 지내다보니 어느새 한국에서는 시도하기 어려운 종류의 레시피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최근에 따라해 본 레시피 중에 성공한 음식이 여럿 있어서 몇 개 올려봄.

오늘은 뉴욕타임즈 쿠킹 섹션에 올라온 레몬향 새우 콩 스튜 (Lemony Shrimp and Bean Stew).

 

조리 난이도: ★ ★  (대충 우당탕 썰고 익히면 되는데 약간 낯선 재료가 있을 수 있음, 시간은 넉넉잡아 45분 정도)

재료 난이도 (미국): ★

재료 난이도 (한국): ★ ★ ★ ★  정도...? 한국에서 구하기 까다로운 재료가 두세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신선식품.

다시 해먹어 볼 생각 있음.

 

뉴욕타임즈 쿠킹페이지에는 댓글로 사람들이 팁을 전수해주는데, 댓글 팁 참조해서 기존 레시피를 변형함.

4인분짜리 레시피라고 하는데 기존 레시피에서 콩을 두 배로 늘려서 만들었기 때문에 실제로는 최소 6인분 정도 가능.

처음에 새우 시즈닝 하는 부분 정도 제외하면 정량을 엄격하게 지키지 않아도 대충 선방할 수 있는 요리인 것 같음.

 

재료:

- 레몬 1개: 레몬 껍질과 레몬즙 모두 활용합니다.

- 파프리카 가루 (Paprika): 미국에 사신다면 구입 추천. 여기저기 요긴하게 사용 가능.

- 마늘 2-3알

- 소금, 후추

- 내장, 껍질, 꼬리 제거한 새우 1lb (약 500g): 난 이미 내장이 제거된 냉동 새우를 찬물에 해동한 다음에 껍질 벗겨서 사용함. 신선한 새우였으면 더 맛있었을 것 같은데 그러면 요리 난이도가 올라가니까 판단은 알아서...

- 버터 4큰술 (미국 기준 반 스틱)

- 리크 (Leek) 큰 거 2개: 난 리크 크기가 좀 작아서 3개 썼는데 사실 양은 대충 때려맞추면 되는 것 같다. 없을 시에는 샬럿 (Shallot)이나 양파로 대체 가능한데 완성품 먹어보니 리크가 답인 것 같긴 함.

- 흰 강낭콩 (카넬리니콩) 900 g (30-ounce): 미국에선 "Canellini beans" 혹은 "white beans"라고 치면 나옴. 난 캔으로 된 거 사서 씀. 한 캔에 425g (15 ounce) 정도 되는가본데 나는 18 ounce 짜리 두 캔 씀. 원래 레시피에는 한 캔만 넣어라고 되어 있는데 댓글에서 이구동성으로 두 배로 넣어라고 해서 따라함. 댓글 말대로 한 캔 보다는 두 캔이 정답인 것 같음.

- 치킨 스톡 혹은 채수, 혹은 새우껍질로 만든 육수 2컵: 댓글에 새우껍질 육수가 좋다고 해서 따라했음. 새우껍질 육수에 필요한 재료는 화이트 와인 1/4컵, 샐러리 잎, 레몬 껍질 간 거임. 하단에 기입 예정.

- 생파슬리 약간: 까먹고 안 삼, 없어도 그만인데 있으면 더 맛있을 것 같긴 함.

- 구운 빵 (식빵, 브리오슈 등등): 없으면 섭섭할 것 같음.

 

리크는 미국 그로서리에서 파는 큰 대파모양의 채소인데, 의외로 대파나 쪽파랑은 용도도 맛도 다르다.

 

이미지 출처: https://www.simplyrecipes.com/a-guide-to-leeks-how-to-store-prepare-and-cook-7494997

사이즈만 남다르고 생긴 건 완전 대파 같다. 하지만 대파 아님.

 

나도 사실 리크를 직접 사서 해먹어본 건 처음인데 뭔가 감자와 양파...의 중간 느낌이었다. 혹시 리크가 없다면 양파나 샬럿 사용을 추천.

 

최소한의 살림살이를 유지하는 유학생이시라면... 냄비, 그릇 몇 개, 칼 도마... 정도 외에 강판이 필요합니다.

 

강판은 치즈, 레몬, 생강, 무 등을 갈아먹을 때 좋으니 하나 구매해봅시다. 개인적으론 플라스틱으로 된 한인마트에서 파는 강판 말고 스뎅으로 된 서양식 치즈 강판을 추천함. 무는 스뎅에서 갈리지만 치즈는 플라스틱에서 갈리지 않음.

 

 

조리법:

해당 레시피의 댓글을 참조해 만들었으니 오리지널 레시피를 원하신다면 이 글 맨 위의 링크로 이동하십셔. 유료구독 페이지지만 한 번은 공짜로 보는 거 가능함.

 

1. 냉동 새우 해동하고 다듬기

- 난 이미 머리와 내장이 제거된 (deveined) 냉동 새우를 사용했다.

- 새우 500g 정도를 찬 물에 해동시킨 후, 껍질과 꼬리를 벗겨서 따로 그릇에 담아 둠. (육수 낼 때 사용 예정)

- 국수 사발 정도 되는 그릇에 레몬 제스트 (레몬 껍질 간 거) 1 tsp (작은술), 파프리카 가루 1 tsp, 마늘 2-3알 간 거, 소금 3/4 tsp, 후추 3/4 tsp를 넣고 섞어준다. 

- 섞어 둔 양념에 새우를 같이 넣고 새우에 양념이 되도록 잘 섞어준다.

 

2. 새우 육수 내기 (치킨 스톡이나 채수 사용 예정이라면 스킵 가능)

- 널찍한 팬에다가 기름을 한 큰 술 두른 후, 적당히 뜨거워지면 모아둔 새우 껍질과 꼬리를 넣고 약 3분 정도 볶는다. (이때 진심 생새우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함.)

- 화이트와인 1/4 컵, 물 1 3/4컵, 샐러리 잎 약간, 레몬 껍질을 넣고 끓인다. 샐러리잎과 레몬껍질은 옵션인 것 같으니 있으면 넣고 없으면 말자. (레몬은 있겠지)

- 약 10분 정도 졸여준 후 체에 걸러 따로 빼둔다. 

 

3. 나머지 재료 다듬기

- 리크 2개는 잘 씻은 후 다듬는다. 흰색에서 초록색으로 넘어가는 부분 정도까지만 사용한다. 리크를 반으로 쪼갠 후 어슷썰기를 해주자. 사실 레시피 설명을 읽었는데 내가 멍청한 건지 이해를 잘 못했으니 대충 잘라주자. 모양은 중요하지 않은 듯. 양파 (1개)나 샬럿(1-2개)을 사용할 예정이라면 다져준다.

- 흰 강낭콩/카넬리니 콩 두 캔 을 딴 후 체에 걸러 물로 헹궈준다.

 

4. 새우 익히기

- 큰 냄비를 중강불에 데운 후 버터 4큰술 (1/2 스틱)을 넣고 녹혀준다.

- 버터가 녹아서 미세한 거품이 일 때 쯤 양념해둔 새우를 넣고 구워준다. 약 2-3분 정도 새우가 둥글게 말리기 시작할 때 정도까지 구워주면 된다...고 되어 있는데 레시피 만든 사람은 생새우를 쓴 것 같다. 내 냉동새우는 이미 둥글게 말려있었으므로... 적당히 핑크핑크 할 때까지 익혀주자.

- 새우를 건져서 다른 접시에 담아둔다.

 

5. 스튜 만들기

-새우를 구웠던 냄비에 그대로 다듬어 둔 리크를 투하하고 소금이랑 후추를 살짝 뿌려준다. (정확한 양은 모름, 그냥 대충 뿌림.) 리크가 살짝 갈색기가 돌때까지 4-5분 정도 중불에 익혀준다. 간간히 휘휘 저을 것.

- 냄비에 흰 강낭콩과 새우 육수 (혹은 치킨 스톡이나 채수) 2컵을 넣어준다. 난 새우육수 넣고 MSG효과를 노리면서 치킨 스톡 아주 약간 더 넣어줬고... 간맞추는 용으로 액젓 쪼끔 넣음. 왜냐면 액젓이 눈에 띄어서ㅋㅋㅋㅋㅋ 육수가 끓어오를 때까지 강불에 익혀준다.

- 육수가 끓기 시작하면 약불로 줄여 8-10분 정도 졸여주는 느낌으로 끓인다.

 

6. 마무리

- 따로 빼뒀던 새우를 투하한 후, 레몬 주스 2큰술을 넣어준다. 대충 작은 레몬 반 개 정도 짜넣으니까 딱 좋았음.

- 파슬리 뿌리고 소금, 후추로 부족한 간을 더 한다.

- 구운 빵이랑 같이 먹으면 됨.

 

 

 

 

사진은 정말 별로 같이 보일 수 있지만... 그래도 은은하게 부드럽고 맛있다.

 

뭔가 은근 익숙한 맛인데 일단 단백질 폭탄인 건 확실하다.

 

무엇보다도 대용량으로 만들어서 쟁여두기 좋은 것 같다. 냉장고에서 그래도 이삼일은 무난히 가지 않을까 싶고, 얼리기도 좋아보임. (다만 한번 익힌 새우를 다시 익혀야 하므로 나중엔 새우가 좀 질겨질 수 있다.)

 

빵 종류를 꼭 하나 토스트 해서 같이 먹는 걸 추천하고, 상황에 따라 숏파스타 같은 거 넣어서 누들스프 느낌으로 먹어도 좋을 것 같다.

 

크게 어려운 요리는 아닌데 리크 다듬는 게 좀 낯설었고, 새우까지는 그래도 냉동실에 보관 중이었는데 흰 강낭콩이나 리크 등은 평소 먹는 음식이 아니라서 따로 구매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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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us 제피러스 G14 (2023) 간단한 인상

 

베스트바이에서 G14 (Ryzen 7940HS, NVIDIA RTX 4060, 램 16GB, SSD 512GB)이 상당히 할인된 가격에 나왔다.

2024년도 G14모델이 발표되면서 과거 재고를 떨구려고 하는 것 같음. 1-2주 간격으로 세일가와 정상가를 오가면서 나오는 중이니 혹시 구매 생각이 있다면 세일가에 다시 돌입할 때까지 잠깐 기다리는 걸 추천한다.

 

아직 2017년 초에 산 XPS 15 9550이 제 기능을 해주고 있는 중이긴 한데, 8년 째 쓰다보니 무거운 작업이나 프로그램은 힘들어하기도 하고 G14 가격이 너무 좋아서 결국 한 대 영입했다.

원래는 무려 871.99불이라는 엄청난 가격의 Open box 재고를 살 생각이었는데, 사람들이 귀신같이 다 사가면서 주문 강제취소 몇 번 걸린 후 결국 그냥 신제품을 샀다. 참고로 신제품은 택스 미포함 $1,050 정도였음.

ASUS 워런티는 미국에서도 쓰레기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래서 양품 걸리면 애지중지 아껴 쓰고 문제 생기면 내가 수리하면서 쓰겠다는 생각으로 구매했다.

 

1. 개봉

한국 건 PD 충전기도 넣어주는 모양인데 미국 건 그딴 건 없고 그냥 노트북과 벽돌 충전기, 워런티 카드가 전부였다. 대신에 윈도우 홈에디션이 이미 포함되어 있긴 함.

그나저나 충전기가 진짜 정말 거대한 벽돌이다. 8살 된 XPS 15 9550 충전기보다 크고 무겁다...

 

2. 세팅

원래는 노트북 사면 윈도우 클린설치부터 한다. XPS가 아직 멀쩡하고 심지어 작년에 SSD 대란 때 2TB로 업그레이드 시켜뒀기 때문에 G14는 당분간 무거운 프로그램이나 게임을 위한 서브로만 활용 예정이라서 그냥 클린 설치는 하지 않았다.

혹시나 G14 구매 후 윈도우 한 번 밀어야 하는 분이 계신다면 공장에서 세팅되어 나오는 모니터 캘리브레이션 값과 돌비 비전 세팅값 (C:\Windows\System32\spool\drivers\color의 PQConfig.dv 파일)은 반드시 따로 백업하시길 바랍니다. 공장에서 각 기계에 맞춰서 세팅되어서 나오는데 노트북 밀어버리면 수복할 방법이 없음.

 

G14 구매 후 세팅:

1) 바이오스와 윈도우를 포함해 모든 업데이트를 실시함. (이때는 MyAsus앱 사용함.)

2) 업데이트 완료 후 MyAsus, 아머리 크레이트 (Armory crate) 삭제, G-Helper 설치 (https://github.com/seerge/g-helper). 아머리 크레이트 삭제 시에는 전용 프로그램 활용 (G-Helper github 페이지에 링크가 있음)

참고로 G-Helper 사용법은 이 비디오 (https://www.youtube.com/watch?v=6aVdwJKZSSc)가 도움이 되었다. 영어주의.

3) 기타 다른 불필요한 소프트웨어 삭제 (예: Virtual Pet, Glide X 뭐시기 등등, 대충 https://github.com/sammilucia/ASUS-G14-Debloating 참조해서 적당히 걸러가면서 삭제함.)

 

 

3. 간략한 소감

 

1) 화면:

외부에서 작업하거나 출장다닐 땐 LG 그램 (16인치, 외장그래픽 없는 버전)을 사용 중인데, 16인치 쓰다가 14인치로 오니 화면이 작게 느껴진다.

화면 퀄리티는 괜찮은 것 같다. 일단 스펙상으로는 500니트라고 하니 내가 갖고 있는 그램이나 XPS보단 많이 밝다...만 낮에는 안 써봐서 모르겠음. 집에서 너무 밝게 해두면 눈이 아프기 때문에 어둡게 해두고 쓰는 중이다.

 IPS 패널이라 번인은 크게 걱정이 없고, 일단 체크를 해보니 불량화소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빛샘 문제가 많은 기종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내 거 역시 빛샘이 모니터 우측 하단에서 발견됨. 하지만 어두운 방에서 밝기를 많이 올리지 않으면 크게 눈에 띄지 않아서 그냥 품고 가기로 했다. 빛샘을 핑계로 교환하면 분명 빛샘 상태가 더 안 좋은 게 올 게 뻔했음.

 

2) 키보드와 터치패드

타건감은 꽤 괜찮다. 솔직히 그램이나 XPS보다 나은 것 같다. 미묘하게 키 배치 간격이 내 손에 맞지 않는 느낌이긴 한데 (손이 작은 편이라서 그런가 간격이 약간 더 넓게 느껴짐), 그래도 키보드는 매우 마음에 든다. 일할 때는 평소에 기계식 키보드를 쓰기 때문에 나름 타건감에 까다로운 편임.

참고로 G-Helper를 사용하면 몇몇 키는 값도 재할당 할 수 있고 원래 키보드에는 없는 Fn-lock 기능도 사용 가능함.

게임용 노트북 답게 볼륨키가 따로 상단에 마련되어 있는 점, 그리고 전원 버튼이 나머지 키보드랑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건 마음에 든다.

사실 키보드 백라이트 잘 쓰지도 않고 번쩍번쩍한 RGB 라이팅 이런거 매우 싫어하는데, G-Helper에서 CPU온도에 따라 라이팅 바꾸는 옵션이 있었다. 시각적으로 온도 체크한다고 생각하고 설정해둠ㅋㅋ

 

터치패드도 솔직히 그램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그램 터치패드는 넓기도 하고 반응성도 좋은데, 반응성이 지나치게 좋아서 내가 원치 않을 때 스크롤이 들어가는 일이 너무 잦음. 뭔가 팜리젝션이 없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반면 G14 터치패드는 약간 더 부드럽고 부들부들(?)한 느낌이 들고, 반응도 괜찮다.

 

 

3) 만듬새

생각보다 작은데 또 묵직해서 견고한 느낌을 준다. 디자인이 내 취향은 아니지만 그래도 게임 노트북 같지 않아서 좋음.

그램과 비교하면 좀 무겁게 느껴지긴 하는데, 그래도 XPS보다는 약간 가볍다. (하지만 G14는 14인치고 XPS는 15인치기 때문에 XPS가 약간 더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레딧 유저 선생님들께서 다들 하나같이 발열 문제를 지적해서 약간 걱정했는데, 아직까지는 무거운 프로그램을 돌리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한 3-4년 째 플레이 중인 디비니티 2를 드디어 엔딩을 볼 수 있게 되어서 주말에 풀옵으로 한 8시간(?) 돌려봤는중간에 갑자기 꺼져서 식겁하긴 했다. 아마도 발열 문제로부터 엄청 자유로운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적당히 옵션 타협하고 잘 조절해서 쓰면 크게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어차피 뭐 게임할 시간도 없어서...

 

폼팩터가 작다보니 발열이 걱정될 순 있을 것 같은데, 그냥 웹서핑하고 간단한 오피스 프로그램 쓰는 정도로는 발열감 느낄 일은 없다. 그냥 타건감 좋은 평범한 노트북 같음. 균형 모드로 충전기 물리고 그냥 웹서핑 할 때, CPU 온도는 약 45도 정도로 유지되고 팬은 안 돌아간다.

 

뭔가 좀 더 빡센 프로그램을 돌리면 팬이 돌아가는데, 팬이 꽤 시끄럽기 때문에 고사양 프로그램이나 게임을 할 땐 헤드폰끼는 걸 추천한다. 외부에 나가서 쓰기엔 좀 부담스러울 정도의 소음임. 영상 렌더링 돌릴 일 있으면 그 때 다시 후기 보충해보겠음.

 

4) 하판 분리

램 증설하려고 하판을 분리했다. 나사가 좀 많고 몇 개는 잘 빠지지 않긴 하는데, 하판 분리 자체는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다. (나사 헤드가 약간 유약?한 것 같으니 나사랑 잘 맞는 드라이버 사용을 추천한다.)

하판 오른쪽 하단 나사는 아예 보드에 고정되어 있는데, 나머지 나사를 다 분리하면 고정된 나사 쪽에 유격이 생긴다. 그 유격을 따라서 손톱이나 얇은 카드, 기타 피크(...) 등으로 살짝 들여올려주면 금방 분리할 수 있다.

램 슬롯은 하판 열자마자 바로 접근 가능하니 간단하게 증설 가능. 원래 달려있는게 16gb라서 16gb 램 추가 증설해줌.

참고로 난 미국이라서... 내가 산 램은 Crucial 16GB DDR5 4800 MT/s 램 (https://www.amazon.com/gp/product/B09S2MN8JH)이었음. 램 인식 무난하게 잘됨.

 

원래 달린 램은 하판에 솔더링 되어 있는 걸로 아는데, 기판 어디에 붙어 있는지는 모르겠다.

G14와 관련된 수많은 후기를 섭렵해보니 하판 분리시, 배터리 선이 연결되어 있는 금속 거치대가 분리되어 쇼트가 발생하는 일이 꽤 잦아보였다. 기판 쇼트가 두려워서 배터리 선 분리를 안하고 만지다가 금속 물체나 나사를 기판에 떨궈서 쇼트내는 경우도 종종 있는 모양. 기판 쇼트나는게 무서워서 나도 램만 끼워넣고 얼른 닫아버렸다. (2024년 모델에선 드디어 배터리 선 연결된 거치대가 플라스틱으로 바뀌었다고 들었다.) 

XPS 15 9550은 하판 설계가 매우 잘 되어 있어서 밥먹듯이 하판 분리했는데, 요즘 노트북들은 하판 따기 점점 더 어려워지는 느낌이다.... 그래도 G14는 뭐 아예 못 뜯을 정도는 아니라서...

아무튼 업그레이드 할 때 금속 물체가 기판과 닿는 것에 주의하시길 바랍니당. (가끔 금속 핀셋 쓰는 분들 있는데 큰일납니다요.)

 

 

5) 총평

게임용 노트북은 처음이긴 한데, 예상보다는 꽤 견고하게 잘 만들어진 느낌이다.

 

그리고 미래의 나한테 남기는 메모: 써멀의 경우 CPU는 리퀴드 메탈이 도포되어 있다고 하는데, 이게 일반 써멀이랑은 좀 다르다고 하니 미리 검색해보고 건들 것. 참고로 히트싱크를 분리하면 워런티가 무효처리 되니까 워런티 접근성이 괜찮은 분들은 AS센터로 보내는 게 좋지 않을까 싶음.

 

그래서 G14 추천하냐고 묻는다면...

이 기기가 목적에 맞고 (작은 화면 + 외장 글카를 달았음에도 휴대가 가능한 정도의 무게), 할인 중이고 (이걸 굳이 200주고 산다고?), 윈도우에 익숙하며, 노트북을 직접 만지는 데에 거부감이 없다면 조심스레 추천할 수 있긴 하다.

하지만 한국이라면 LG 그램을 추천할 것 같다ㅋㅋ 일단 그램이 가볍다. 그냥 오피스 프로그램 사용하고, 인터넷 서핑 하고 동영상 보는 게 목적이라면 그램도 사실 과하고 그냥 더 싼 거 사도 됨.

물론 들고다니면서 게임하는 컨셉도 좋지만 팬 소음이 장난 아니고 충전기가 너무 말도 안되게 무겁기 때문에 추천하기 어렵다. 충전기 없이 장시간 쓸 수 있다고는 하지만... 고사양 게임을 돌리는데 충전기를 안 물리고 돌린다고? 물론 PD 충전기 따로 구해서 물리면 된다고는 하지만, 벽돌 충전기랑 성능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그리고 고사양 아닌 몇 년 된 게임은 인텔 내장그래픽 정도에서도 대충 돌아간다. (예: 디비니티 2 정도는 그램에서 하위 옵션으로 돌아감, 8살먹은 내 XPS 15는 외장글카가 달렸다는 이유로 심지어 중하까지 야아악간 옵션 올릴 수 있음.)

아, 참고로 일반 충전기와 달리 PD 충전기는 바이패싱이 적용이 안된다고 한다. 어차피 배터리는 소모품이기 때문에 크게 신경쓸 필요는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서 적어둠.

 

혹시 영상 편집을 위해 이고지고 다니신다면 고려할 수는 있을 것 같은데... 그냥 간단히 5분, 10분짜리 정도는 요즘 인텔 내장 그래픽 잘 나와서 그럭저럭 돌릴 수 있지 않나 싶기도 하고. (4K는 좀 힘들 수 도 있을 것 같다.) 이 부분은 아직 안 써봐서 모르겠으니 나중에 기회가 되면 업데이트를 해보겠음.

 

혹시 미국에 계신가요?

그래도 그램을 추천한다ㅋㅋ 한국에선 모르겠는데 미국에선 Costco에서 가끔 그램이 정말 파격적인 가격에 나온다. (주로 15나 17인듯, 16은 할인이 좀 덜 들어가는 편인 것 같음.) 그냥 서핑+영상감상+오피스 작업 정도의 휴대용 노트북을 찾으신다면 그램 추천. 그램은 가볍기도 하지만 PD충전기도 너무 잘 나와서.... (미국에서도 개별 충전기 따로 팔아주세요...ㅠㅠ) 물론 미국에서 LG 워런티 쓰레기인데, 사실 Asus도 워런티 쓰레기로 유명해서 그 놈이 그 놈.

그리고 그램과 g14 이외에도 옵션이 많다. 사실 나도 당장 비슷한 가격에 나온 리전슬림5과 G16, 심지어 4070을 단 스트릭스는 왜인지 G14보다 더 싸게 나와서 같이 두고 고민했는데 이런저런 디테일 따지다가 G14로 흘러 들어옴.

 

 

6. 아수스 G14 vs 레노보 리전

참고로 정말 반품 가능한 마지막 순간까지 G14와 레노보 리전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눈여겨봤던 레노보 리전 모델은 코스트코에서 무려 999불에 나왔던 레노보 리전 프로 5i 16인치 (인텔 i7-13700HX, 지포스 RTX 4060, 1TB SSD, 32GB 램)과 베바에서 G14과 같은 가격인 1,050불에 나온 레노보 리전 슬림 5 14.5 인치 (라이젠 7 7840HS, 지포스 RTX 4060, 1TB SSD, 16GB 램) 모델이었다.

무게나 기동성, 전성비 같은 게 고려대상이라면 G14가 분명히 답이긴 했지만, 나는 사실 데스크탑 대용의 노트북을 찾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리전프가 답이긴 했다.

게다가 영상 렌더링 쪽은 인텔 칩이 무조건 낫다는 게 레딧 선생님들 중론이었다. 일단 어도비 프리미어 쪽의 경우 인텔 칩을 써야 퀵싱크가 가능하고, 무조건 코어 수가 많은 게 장땡이라고 했다. 라이젠9보다는 인텔 i7이 코어 개수가 더 많았음. Resolve의 경우 유료버전인 스튜디오는 GPU도 끌어쓰기 때문에 라이젠도 괜찮은데, 무료버전은 CPU에 전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에 역시 인텔이 약간 낫다는 게 의견이었다.

 

G14 반품하고 새로 노트북 주문 배송하는 과정이 너무 귀찮아서 엄청 고민만 했다. 그런데 아무리 고민을 해도 리전프를 사는게 훨씬 합리적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그래서 G14 반품신청을 하고 구매를 하려고 카드를 꺼냈을 땐 이미 코스트코에서 리전프가 품절이었음ㅋㅋㅋ

 

이렇게 999불 짜리 리전프가 날라가고 나니까 약간 다 귀찮아져서 그냥 리전 슬림도 빠르게 포기했다. G14으로 열심히 세팅 다했는데 새 컴퓨터 또 공부하기가 싫었음.

그리고 어차피 내구성은 복불복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어차피 둘다 AS는 없는 거라고 생각하기로 함.

 

참고로 G14의 경우 리퀴드 메탈 문제가 종종 언급된다. 리퀴드 메탈 도포 상태가 영 좋지 않아서 가끔 기판으로 흘러넘쳐 쇼트를 일으킨다고 함. 이거 솔직히 너무 무서운 단점이라서 가끔 반품했어야 하나-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G14의 장점으로는 (라이젠이므로) 훌륭한 전성비, 상대적으로 가벼운 무게, 썬더볼트/USB-4 단자의 존재, 마이크로 SD 카드 슬롯의 존재, 그리고 리전 시리즈에 비해 훨씬 나은 색 정확도 (DCI-P3: 100%, 리전은 약 7-80프로 이쪽 저쪽) 정도가 있다. 리전에는 없는 G-sync가 있다고 들었는데 리전에 정말 없는지는 확인 안해봄.

 

반면 리전프와 리전슬림의 단점으로는 충전기 및 충전단자가 헐거워지는 문제가 있는데, 이 경우 역시 기판의 충전단자를 납땜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고 함. 이것도 영 무서운 단점인데... 장점으로는 G14에 비해 훨씬 나은 쿨링, 넘치고 흐르는 각종 포트 (심지어 이더넷 포트도 있음 근데 왜 SD카드 슬롯은 없냐), 만듬새, 영상 렌더링을 위한 인텔칩, 그리고 약간 더 관대해보이는 보증프로그램 정도가 있는 것 같다.

 

내가 둘 다 써보거나 한 건 아니고 그냥 인터넷에서 수집한 정보인데 대체로 가격이 같거나 비슷하다면 들고 다닐 일 있으면 G14, 거치해두고 쓸 거면 리전을 사라는 게 중론이었다.

 

아무튼 G14는 당분간 더 만져보고 8년 째 동고동락 중인 XPS 15 9550 퇴역 여부와 시기를 결정해 봐야겠다. 사실 컴퓨터 다시 세팅하고 하는 거 만사 귀찮기 때문에 XPS가 오래 버텨주면 좋겠다. 그리고 G14도 기왕 영입한 거 XPS만큼 오래 잘 버텨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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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절임 맛있게 먹는 법

얼마 전에 고오급 식당에 다녀왔다.

휴스턴에는 맛있는 이태리 음식은 없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식당 음식도 분위기도 다 좋았다.

Restaurant Week 행사 일환으로 간 거라 요즘 물가에 어울리지 않게 상당히 저렴한 가격으로 이것저것 맛 볼 수 있었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Restaurant week을 챙기는구나 싶었다. 시카고에선 뭔가 비싼 느낌이라서 이런 행사에 다니지 않았는데... 도시가 다른 것도 있고 어쩌면 인플레로 인한 물가 보정 효과인 걸지도 모르겠다.

 

이 날 먹은 음식은 다 인상적이었는데, 그 중에 집에서 내가 해볼 만하다 싶은 조합이 있었다.

구운 비트에 이것저것 얹은 전채요리였는데, 이 요리 덕분에 비트와 민트잎이 굉장히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참고로 식당 요리 자체는 집에서 그냥 해먹기엔 좀 번거로운 조합이었음. (서양배, 피스타치오, 발사믹 소스, 매콤한 labneh 등등)

 

아무튼 그래서 마트에서 비트 절임과 민트 잎을 사와서 같이 먹어봤는데 진짜 훌륭한 조합이었다.

심지어 물컹물컹한 그냥 마트산 병 속 비트절임이었는데 민트잎 조금과 같이 먹으니 상쾌한 게 딱이었다.

혹시나 해서 민트 잎도 따로 먹어보고 비트도 따로 먹어봤는데 같이 먹는 게 최고시다.

앞으로 정기적으로 비트와 민트잎 구매할 예정. 다음에는 병조림 말고 실제로 비트를 사와서 한 번 구워봐야겠다.

 

블로그도 너무 뜸했고 맨날 뭐 산 후기 이런 돈 쓰는 얘기만 쓰게 되는 것 같아서 최근에 얻은 미세팁 공유해보고자 블로그 써봄.

참고로 위에서 말한 전채메뉴는 여기서 볼 수 있다: https://www.trattoriasofia.com/menu (Verdura의 Barbabietole Arrosto라는 메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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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국에 미국에서 자동차 산 후기 - 2

이 시국에 미국에서 자동차 산 후기 - 1

 

 

지난번 포스팅에서는 왜 자동차를 사게 되었는가, 왜 중고차가 아닌 새 차를 사게 되었는가에 대해 구구절절 늘어놨다.

그리고는 바빠서 한동안 포스팅을 못했는데... 혹시나 정보가 필요한 사람들이 있을까봐 가능한 짧게 신차 구매 과정을 정리해봅니다.

 

1. 현금 vs 대출

현금 박치기를 할 것인가 대출을 할 것인가..?

레딧에 가면 현금 박치기보다는 낮은 연이율로 대출을 해 자동차를 구매한 후 할부금을 갚을 것을 권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출을 권하는 데에는 크게 세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신용기록을 쌓기 위해서다.

미국은 신용점수가 무척 중요하게 작용하는 사회기 때문에 신용기록을 차근차근 쌓아두는 게 중요하다.

보통은 신용카드 기록으로 점수를 쌓곤 한다. 하지만 자동차라든가 주택 구매 등 좀 더 덩치가 큰 대출이 필요할 경우, 대출기관에서는 신용점수 숫자 그 외에도 신용점수의 성질과 기간 등 다각적으로 신용기록을 검토한다. 

예를 들어 나는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연체 기록이 전혀 없는 신용카드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역으로 신용카드 기록밖에 없었기 때문에 좀 더 규모가 크고 성질이 다른 종류의 대출을 신청할 경우, 대출기관 입장에서는 내가 돈을 잘 갚을 거라고 판단할 근거가 조금 부족하다고 여기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건 본인이 현금 부자면 아무 상관없지만 자본주의의 노예에 해당하는 대부분의 우리들은 언젠가는 큰 빚을 져야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신용점수의 다각화를 위해서라도 약간의 빚을 내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 미국의 기묘한 빚 경제 논리다. 

 

두 번째는 물가상승률 및 주식상승률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라는 것은 원래 폭탄 돌리기인 법... 물가와 주식은 항상 우상향을 그린다고 상정할 경우, 현금의 가치는 계속 떨어지므로 목돈으로 차라리 주식투자를 하는 게 이득이라는 것이 레딧 사람들의 주장이다.

즉 자동차 구매시의 대출금리가 장기적인 주식투자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율보다 낮다면, 차라리 대출을 하고 그 목돈으로 주식을 하라는 말이다.

사실 올초만 해도 이게 전혀 말이 안 되는 점은 아니었던 게, 미국 국채인 I-bond가 무려 9%의 연이자율을 자랑했다. 만약 그보다 낮은 연이율로 할부를 할 수 있다면 차라리 국채를 사는 게 금전적으로는 이득이긴 할것이다. 그리고 주식 시장이 계속 상승곡선을 그릴 때 역시 비슷한 논리로 빚을 지는게 타당한 선택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달리 말해 존버만 노리는 거임. 

 

세 번째는 현금 유동성 문제다. 한국도 그렇지만 미국에서 살다 보면 생각지도 못하게 큰돈이 필요한 일이 생긴다. 의료비나 주거비 방면에서 갑자기 큰 지출이 생길 수도 있고 혹은 예상치 못한 해고를 당해 수입이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대비해 항상 통장에 어느 정도의 현금을 마련해 둘 필요가 있기 때문에 손에 든 현금을 모두 자동차 구매에 쓰지 말고 차라리 할부로 갚아라는 조언이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부분은 할부금의 연이율 (APR)이 상식선에서 이뤄졌을 때에나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서 연이율이 10%, 20% 이런 상황이라면 장기적으로 잃는 돈이 너무 많기 때문에 현금으로 구매하는 맞다.

예를 들어 24,000불을 10% 연이율로 48개월 대출을 받을 경우, 한 달에 내는 돈은 600불이 넘게 된다. 그리고 10% 연이율이 복리기 때문에 이를 48개월 동안 낼 경우 실제 총 지불한 금액은 29200불 정도로 거의 5000불 이상을 더 쓴다는 결론이 나온다.

한국에서 갓 미국으로 오신 분들은 신용기록이 거의 없으시기 때문에 대출도 어렵고, 대출승인이 나도 연이율이 미쳤기 때문에 자동차 현금 구매를 많이 하는 편인 걸로 알고 있다.

 

과거에 자동차 수급이 원활 했을 때엔 현금이 왕이라고, 현금으로 딜러랑 네고를 해서 자동차 가격을 낮추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같이 딜러가 우위를 지닌 상황에서는 다들 손님을 유치하려고 급급해하지 않을뿐더러, 딜러샵 입장에서는 대출상품을 연결해줄 때마다 수수료를 얻기 때문에 어떻게든 대출상품을 파는 것이 이득인 상황이다.

따라서 지금은 현금을 쥐어준다고 가격을 깎아주지도 않고, 딱히 현금 손님을 환영하는 것 같지도 않다.

 

만약 신용기록이 안 좋아서 대출 이율이 안 좋은데, 현금 유동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라면? 그럴 때는 신차를 사면 안된다. 우버나 리프트, 대중교통, 카풀 등 다른 수단을 알아보거나, 정말로 자동차가 없어서는 안되는 상황이라면 연식이 오래된 중고차를 알아보는 수밖에 없다.

물론 요즘 중고차 마켓 상황이 좋지 않아서 신차를 사는 것이 유리하다고는 하지만, 이는 그에 상응하는 돈을 지출할 여유가 있을 때에나 해당하는 말이다.

 

아무튼 결론적으로 자동차 구매에 있어 현금 vs 대출 부분에 있어서는 딱히 정해진 답은 없고, 현재 본인의 자금상황과 신용기록 등을 고려해 대출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2. 자동차 브랜드 및 모델 결정

애초에 내게 자동차란 그저 목적지 A에서 B까지 이동하는 운송 수단이었기 때문에 최소한의 옵션을 갖춘 가장 싼 자동차를 살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돌고 돌아 도요타 신차를 사기로 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내가 살던 곳에 도요타 딜러가 정말 많았다. 그래서 여기저기 비교해서 살펴보기 좋아보였음.

2) 자동차를 중간에 팔아야 하는 상황이 올 경우, 도요타가 대체로 잔고장이 적은 편이라는 인식 덕분에 중고가 방어가 잘 되는 편임.

3) 대체로 잔고장이 적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중고차를 살펴볼 때 도요타랑 혼다만 열심히 들여다봤다. 도저히 새 브랜드를 다시 공부할 자신이 없어서 그냥 보던 거 계속 봄. (중고차 값이 너무 비싸져서 10년은 물론이고 15년 이상의 자동차를 보고 있었기 때문에 현대는 대체로 제외한 상황이었다. 현대는 신차의 경우 10년 워런티를 달고 나오기 때문에 9년 차 자동차가 마켓에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4) 원래는 하이브리드를 사고 싶어서 도요타를 봤음. (하지만 현실은 하이브리드 신차는 대기가 미친 상황이었다...)

5) 도요타는 워낙 차량 판매량이 높고 중고차도 많기 때문에 부품 수급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구매를 고려하던 당시, 공급망 문제로 인해 자동차 차량뿐만 아니라 부품 수급도 문제가 많은 편이었다. 특히 유럽제 차량의 경우 부품값이 비싼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수급 자체가 안되어서 수리를 못하고 있다는 신세한탄 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자동차 모델의 경우 코롤라 휘발유 모델로 아주 간단하게 결정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프리우스 같은 하이브리드 차량도 사고 싶었지만 코롤라와 가격 차이가 너무 많이 났다. 물론 환경을 생각하면 하이브리드겠지만 나는 지갑 사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프리우스나 코롤라 하이브리드와 같은 하이브리드 차량은 내연기관 차량보다 연비가 압도적으로 우수하다. 하지만 그만큼 가격 차이도 많이 나기 때문에, 나는 대충 연간 주행량을 생각해서 내가 최소 몇 년 동안 하이브리드 차량을 운전해야 내연기관 차량과의 가격 차이를 역전할 수 있는가를 계산해보았다. 결론적으로는 코롤라 휘발유 모델이 답이었음.

그리고 사실 무엇보다도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수요가 너무 어마어마해서 도저히 구할 수가 없었다.

당시 러시아 놈들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바람에 가스비가 너무 올라 다들 하이브리드를 원하는 상황이었다.

난 시카고에 있었는데, 집 앞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5불 넘어가 6불대에 근접하는 걸 이때 정말 처음 봤다.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모두가 하이브리드를 알아보고 있었음...

 

돈이 있어도 차를 살수가 없음

 

코롤라의 경우 현대로 치면 아반떼와 같은 모델로 경차는 아니지만 준중형에 해당하는 세단 차량이다. 난 정말 자동차를 모르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세단이 뭔지도 몰랐는데, 혹시 이 글을 읽고 있을 과거의 나랑 비슷한 자들을 위하여... 세단은 그냥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런 자동차들이 대부분 세단이다. 문 4개 달리고.. 앞에 코 있고 뒤에 트렁크 있는 그런 자동차...

가족이 있거나 사람 많이 태우는 사람들은 본격적인 중형 세단인 캠리로 가는 걸로 알고 있는데, 나는 어차피 뒷좌석에 사람 여럿 태울 일이 없을 것 같아 그냥 코롤라로 결정했다.

미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SUV는 가격도 비쌌지만 하이브리드처럼 수요가 미쳐 돌아가서 구하려해도 구할 수가 없었음.

 

아무튼 그래서 돌고돌아 코롤라.

코롤라에도 옵션에 따른 여러 등급/트림이 있는데, 나는 내가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옵션만 갖춘 선에서 가장 낮은 트림 (=가장 싼 가격)을 원했다.

나는 오로지 후방카메라만 있으면 됐는데, 2022년 모델은 가장 하위 트림에도 후방카메라가 설치되어 나오기 때문에 무조건 최대한 하위 트림만 찾아봤다.

저는 어차피 운전을 오래전 파란색 포터 트럭으로 배웠기 때문에 후방카메라만 있어도 그저 감사였음...

사실 사각지대에 차량이 진입했을 때 알려주는 사각지대 모니터(blind spot monitor)도 조금 갖고 싶었지만 그냥 내가 운전 습관을 잘 들이는 걸로 타협 봤다.

 

그리고 실제로는 원하는 차량을 구매했냐고 하면은.... 네니오.... ㅎ

이건 딜러샵 컨택 부분에서 좀 더 설명해보겠음.... ㅠㅠ

 

 

글이 생각보다 너무 길어져서 다음 화로 넘기겠음.

다음 화에서는 예산 책정, 대출 서류 준비, 딜러샵 컨택 등의 부분을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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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국에 미국에서 자동차 산 후기 - 1

#1. 결심 과정

그간 시카고에서는 쭉 뚜벅이로 지내왔다. 물록 한국이랑 비교하면 볼품없지만, 그래도 시카고 권역은 버스, 기차, 지하철 등 여러 대중교통 인프라가 잘 갖춰진 편이다. 물론 원하는 곳을 마음껏 갈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우버가 도입된 이후로는 대중교통에 우버를 끼얹어 그럭저럭 어렵지 않게 이곳저곳 다닐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텍사스로 이사오게 되면서 눈물을 머금고 자동차 구입을 결심하게 되었다. 텍사스행이 결정된 이후에도 한동안 자동차는 웬만하면 구입하지 말자!로 마음이 많이 간 상태였다. 하지만 텍사스 땅 한 번 밟아보고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ㅎ 

 

이사오게 된 동네는 대도시면서도 정말 눈물날 정도로 대중교통이 빈약하다. 그래도 억지로 어떻게든 대중교통으로 오피스까지 통근가능한 곳에 집을 구했으나... 집을 구하러 다니는 과정에서 차가 없으면 출퇴근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시카고처럼 주변에 공원이나 각종 근린시설이 잘 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나마 존재하는 식당, 가게, 마트 등도 죄다 대형 주차장을 갖춘 쇼핑몰 형태라 걸어갈만한 곳이 아니었다. 인근 카페까지 걸어서 1분컷, 홀푸즈 4분컷, 공원 5분컷, 호숫가 10분컷에 살던 내게는 너무나 낯선 이 환경... 그리고 무엇보다도 행인을 위한 인프라가 너무 빈약했고 (나무그늘조차 없는 한줄짜리 시멘트 인도 극혐...) 기후도 따라주지 않았다.

 

이래저래 불 타는 거는 매 한가지...

 

 

#2. 중고차 vs 신차

 

2-1. 예산은 얼마?

그간 집카 같은 거나 간간히 운전해왔지 특별히 차를 가져본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나마 집카도 사실 잘 운전 안해서 장롱면허나 다름 없었다. 이쯤되면 면허가 있는 게 놀라울 지경. 그래서 중고차를 사는 것으로 대충 마음을 먹었다. 이게 2022년 4월 말이었을 것이다.

 

그때부터 Craigslist와 Facebook Marketplace 앱을 하염없이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대충 1-2주 살펴보면서 시세나 분위기를 파악해볼 심산이었다. 목표는 2010년 전후에 생산된 도요타 프리우스. 연비도 좋고 마일이 높아도 대체로 잘 굴러간다고 들었다. 처음에는 예산을 5-10K 정도로 잡았다.

 

하지만 현실은 정말 참혹했다... 5K 밑으로는 도저히 쓸만한 자동차가 보이지 않았다. 내가 자동차 잘 모르지만... 5K 밑으로 올라오는 차들은 부식정도가 심하거나 박살난 걸 수리한 소위 "salvage title" 자동차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금액대가 내려가니 허위매물이 너무 말도 안되게 많았다. 그렇게 그냥 살펴보겠다는 기간동안 늘은 것은 거짓말 탐지능력, 흰머리, 주름, 스트레스, 식성, 뭐 그런 것들이었다.

 

그래서 예산을 더 올려잡아 15K로 잡았다. 왜 15K였냐면... 내 통장에 저금되어 있는 금액이 작고 귀여운 이유도 있지만 일리노이에서 중고차 거래시 납부하는 세금을 고려한 부분도 있었다. 일리노이의 경우 15K 미만으로 개인간 중고차를 거래할 경우에는 자동차 연식에 따라 비교적 적은 액수의 세금을 납부하면 된다. (자세한 금액 산정은 RUT-50이라는 서류를 참고하면 된다.) 예를 들어 최종거래가가 15K 미만의 10년된 차라면 일리노이에는 115불만 납부하면 된다. 물론 쿡 카운티에 속한 시카고 시에 산다면 거기에 카운티랑 시티 택스가 더 붙지만, 그래도 10년쯤 된 차는 카운티에는 90불, 시에는 50불을 납부하면 끝이다. 하지만 15K가 넘는 순간 택스가 850불대로 뛴다. 물론 이는 개인간 거래에만 적용되는 세율이다. 딜러에게 중고차를 살 경우에는 딜러에게 지불하는 수수료에 일리노이 (6.25%) +카운티 세금 (1%)을 더해서 7.25%라는 금액을 내야한다. 만약 10K 자동차를 산다면 세금으로만 750불이 나간다.

 

2-2. 사기꾼들의 향연

돈을 조금이라도 아껴보고자 애초에 딜러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는데...중고시장에 개인인척 하면서 광고 올리는 딜러놈들도 너무 많고 그냥 사기꾼들도 진짜 개 많다.나중에는 지쳐서 여기저기 메시지도 보내봤는데 아무리 거르고 걸러도 반 이상은 사기꾼이었다. 그리고 판매하는 차량에 접근하는 딜러들도 많은 모양인지, 멀쩡한 판매자 중에서도 내가 딜러인지 여부를 계속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내가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던 2-3일 만에도 온갖 군상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중고차를 살 때는 무조건 vin을 받아서 도난 및 사고 이력과 타이틀 상태, 그리고 수리이력을 살펴보라고 인터넷의 온갖 유저 선생님들이 알려주셨다. 카팩스는 돈이 드니까 일단 무료로 가능한 범주 내에서 vin을 받아 체크하고 있었다. 도난여부와 타이틀 상태는 ncib에서 (다만 일일 개수 제한이 있는 모양), 사고나 수리 이력은 대충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각종 vin check 웹사이트 (주로 vehiclehistory.com과 vincheck.info를 봤던 것 같다)를 이용했다. 그런데 이 정도만 해도 아무나 하나 걸려라고 내던지는 사기꾼들이 걸러진다. 예를 들자면... 어떤 사기꾼놈은 Clean title이라고 나에게 박박 우겨댔으나 ncib에서 조회해보니 salvage title인 차량이었다... ㅎ

 

다음으로는 일리노이 차량 한정이긴 한데, 일리노이 주 Secretary of State 웹사이트에서 vin 넘버를 조회하면 차량 등록 및 타이틀 상태를 조회할 수 있다. 여기서도 한 두 어명 걸러졌다... 한 명이 상태가 상당히 좋아보니는 프리우스를 팔고 있어서 연락을 해봤다. 하지만 vin넘버를 받아서 사이트에 조회해보니 자동차가 애초에 일리노이에 등록도 안되어있길래 도대체 차는 어딨냐고 물어봤더니 피츠버그에 있고 판매가 결정되면 자기가 몰고 온다고 했다. 차를 보여줄 생각도 없이 팔 생각이었다고...? 다른 한 명은 자신이 소유권자(owner)라고 했는데 일리노이 주 DB에서 조회해보니 은행 소유였다... ㅎ 이걸 꼬치꼬치 캐물으니까 더 이상 내게 답장을 주지 않았다.

 

그 외에는 그냥 계속 살펴보거나 연락해서 대화를 해보는 수밖에 없다. 여러 번 해보니 제일 좋은 건 직접 통화해서 이런저런 대화를 해보는 거 같았다. 자동차를 팔게 된 계기도 물어보고, 수리이력도 알아보고, 또 구매 전 점검(pre-payment inspection, 혹은 ppi)이 가능한지도 물어보고 하면 도움이 된다. 쓸데없이 사연이 긴 경우, 느낌이 이상한 경우, ppi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 만나는 장소가 영 수상한 경우 등등은 아예 구매선상에서 제외하는 걸 추천한다. 혹시 올라온 사진이 폰에서 캡처된 사진이거나 화질이 묘하게 떨어지면 그냥 창을 닫자. 페이스북 마켓의 경우 판매자 프로필을 눌러볼 수 있는데, 판매자 위치가 판매하는 도시가 아닌 경우도 그냥 창을 닫자. 그리고 가급적이면 판매지역을 잘 살펴보고 치안이 거시기한 곳이면 피하자. 이런게 중요한 이유는 남들이 올린 사진을 도용해서 허위 광고를 올리는 사기꾼놈들이 정말 많기 때문이다.돈만 뺏기면 그나마 다행인데 괜히 이상한 곳으로 끌려가서 맞거나 다치면 안되잖아... 

 

나도 온라인 중고시장에 잠복한 사이 몇 번이고 사기꾼들 게시글을 목격했다. 자동차 판매자가 시카고에서 판다해놓고 정작 본인은 일주일 전에 러시아, 동유럽, 서아프리카 등등 말도 안 되는 곳에서 친구들과 즐겁게 일상을 보내는 사진을 올린 경우가 생각보다 많았음...ㅎ 한 번은 좀 오래된 프리우스가 꽤나 좋은 가격에 올라와서 주인에게 연락을 해봤다. 하지만 올라온지 1시간도 안되었는데 이미 차량이 팔렸다고 해서 무척 슬펐다. 그리고 다음 날, 다른 사람이 똑같은 차량 광고를 올린 것을 봤다. 판매자에게 연락하면서 차량 사진을 굉장히 유심히 봐서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원래 판매자에게 연락을 해보니 실제로도 사진이 도용된 경우였다. 신고를 넣었지만... 이미 페이스북 마켓을 넘어서 Craigslist, Offerup 등의 사이트에서 똑같은 사진도용 매물을 봤다.

 

 

2-3. 미쳐 날뛰는 중고가

사기꾼 거르고 허위매물 거르느라 이미 멘탈이 가루가 된 상태에서 결정타를 날린 건 미쳐 날뛰는 중고가였다. 도저히 프리우스 만으로는 매물수가 충분하지 않아 10년 이쪽저쪽 된 코롤라, 시빅, 캠리까지 모두 고려사항에 넣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격이 너무 말이 안됐다. 10년+에 마일리지가 100k를 훌쩍 넘는 세단이 10K는 물론이고 심지어 15K 이쪽저쪽에서 팔리고 있었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CarMax도 찾아봤는데 애초에 15K를 밑도는 가격의 자동차는 존재하지 않는 수준이었다. (이 와중에 Carvana는 일리노이에서 딜러 라이센스 정지된 시국이었음...ㅋ) 아니... 그 엄청난 금액을 주고 차를 산 다음에 수리비가 또 몇 천불 깨질 것 같은데... 이런 차들을 사라고?

 

 

 

 

#3. 신차를 사자... 신차를 사자...!

상황이 이쯤 되니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 분명 이 미친 중고차 시장은 언젠가 내려갈 듯했고, 그때가 되면 내가 쏟아부은 돈이 그냥 휴짓조각이 될 게 너무 불보듯 뻔했다. 게다가 잔고장에 시달리면 거기에 드는 시간이나 돈도 감당할 자신이 업었다. 그래, 그 돈이면 차라리 5-6K 더 붙여서 깡통 신차를 사자! 어차피 빚의 나라 미국인데 빚내서 갚으면서 신용점수나 쌓지 뭐!

 

예전부터 하우스푸어는 몰라도 왜 사람들이 카푸어가 되는지 이해를 잘 못했는데, 내가 딱 그 신세가 되었다. 하지만 도저히 10K-15K라는 복불복 중고차 뽑기에 투자할 자신이 없었다. 자본주의 시스템 하에서 사람들이 이렇게 카푸어가 되는구나...

 

 

다음 편에서는 저처럼 헷갈리는 사람들을 위해 미국에서의 신차 구매 과정을 자세히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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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스펜시온 (Suspensión, 2020)

 

서스펜시온 (Suspensión), 2020년 개봉, 콜롬비아. 75분. 스페인어 (영어 자막).

감독: Simón Uribe.

자세한 정보는 배급사인 이카루스 필름의 페이지 참조: http://icarusfilms.com/if-susp

 

영상, 글, 음악 등을 막론하고 창작활동을 하다보면, 활동의 형식과 장르의 특성의 한계에 닿는 순간들이 온다. 어떤 소재나 문제 의식을 탐구하고 표현하는 데에서 과연 내가 채택한 표현방식이 최선일까? 라는 질문이 샘솟는 것이다.

 

그렇다면 영화라는 형식으로 인프라를 좇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인프라라는 것은 물리적으로 존재하기는 하지만 본디 거대한 시스템과도 같고, 또 특별히 문제가 생기기 전에는 눈에 띄지 않는다는 특성을 지닌다. 더군다나 긴 시간을 들여 구축하거나 교체한다. 그렇다면 인프라와 그 역사라는, 카메라 화면에 담기에는 복잡하면서도 거대한 대상을 어떻게 주어진 1-2시간의 시간 내에 담을 수 있을까?

 

왕빙(王兵)의 철서구(铁西区, West of the Tracks)라는 영화는 무려 551분의 러닝타임이라는 긴 시간을 통해 인프라가 해체되는 역사를 담아냈다면, 우리베는 조금 다른 접근을 취한다. 우리베는 훌륭한 촬영과 편집, 그리고 정말 눈부신 사운드 편집을 통해 인프라의 부재와 그에 대한 욕망이 재생산되는 환경을 감각적으로 재현한다. 정글의 끈적끈적하면서도 불쾌한 습도, 철골의 물성, 시멘트의 건조함, 그리고 잘 설계된 인프라가 주는 쾌적함에 대한 상상 같은 것이 아주 섬세한 편집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된다. 그리고 이 영화의 중심이 되는 콜롬비아 남부 정글 지역의 고속도로 문제의 역사는 압도적인 자연 환경을 마주한 사람들 간의 위태로우면서도 지리한 일상을 통해 전달된다.

 

서스펜시온은 소위 민족지 영화(ethnographic film)에 해당하는데, 민족지 영화라는 표현이 낯설다면 대충 다큐라고 이해하면 된다. 인류학 연구 재단인 웨너그렌 재단에서 촬영자금을 댔다. 민족지(ethnography) 작성에 있어 가장 특징적이면서도 문제가 되는 부분이 바로 체화(emboddied)된 지식과 감각의 문제다. 민족지는 대체로 글의 형식으로 많이 작성되는데, 연구자가 어느 순간, 어느 현장에서 느낀 감각들을 어떻게 정제된 글의 형태로 재현할 수 있을까? 또한 문화적으로든, 환경적으로든 체화된 지식이라는 것도 분명히 인간과 인간사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일텐데, 이러한 감각이나 체화된 지식을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게 가능할까? 이러한 소재나 질문들은 특히 자연과학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재현 가능성라는 요소를 만족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늘 쟁점이 되어 왔다.

 

그렇다보니 인류학 내에서도 감각을 다루는 다양한 방법들이 고려되어 왔는데, 특히 민족지 영화는 바로 이러한 문제 의식들을 아주 첨예하게 다뤄왔다. 그리고 서스펜시온은 이 어려운 문제에 대해 아주 설득력 있는 방식으로, 세련되면서도윤리적인 방식으로 접근한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말하긴 어려운데, 특히 마지막 10여 분의 편집은 정말 감독이 얼마나 첨예하게 고민해왔을까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장르나 소재 특성상 한국에서는 개봉이 요원하긴 한데, 영어 자막 버전은 배급사인 이카루스 필름을 통해 비메오나 도큐시크 (DocuSeek)에서 감상 가능하다. 비메오 버전 (https://vimeo.com/ondemand/suspensionofficial)으로 스트리밍 하면 5불 정도로 가격이 저렴한 편이기도 하고, 대사가 대단히 많지는 않기 때문에 영어가 너무 부담스럽지 않다면 정말 강추한다. 노트북 스피커 이런 걸로 듣지 말고 꼭 이어폰 끼고 감상하자.

 

 

 

PS 내 논문도 이렇게 세련되면 좋겠다... ㅠ 그리고 나도 언젠가 이런 걸 찍고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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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요리] 태국풍 코코넛 치킨 레드커리

트레이더 조에 갔다가 뭣에 홀린 듯이 코코넛 밀크를 샀다. 그냥 막연하게 코코넛 맛이 나는 커리류가 먹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재료를 샀으니 소진해야하지 하는 마음으로 레시피를 뒤적이고, 또 장을 본 끝에 만든 야매 코코넛 치킨 레드커리. 태국식이라 쓰지 못하고 태국풍이라고 쓴 이유는 애초에 만들 때 참고한 레시피가 태국 레시피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원래 참고하려고 한 레시피를 다시 찾지 못해서 그나마 비슷해 보이면서 간단한 레시피를 썼다. (https://www.averiecooks.com/thai-chicken-coconut-curry/) 그 와중에 시금치 안 사온 거 실화냐...

 

레시피는 중요하지 않다! 사진도 중요하지 않다! 맛만 있으면 장땡이지!! 사진은 좀 이상하지만 그래도 맛은 괜찮았다!

 

 

몇몇 재료가 한국에서 구하기 쉬워보이지 않기 때문에 철저히 유학생 요리 카테고리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뭐 대충 이것저것 섞다보면 먹을만한게 나오지 않을까 싶다. 어차피 요리는 해놓고 먹을만하면 그만인 거 아닌가...

 

재료

- 올리브 오일 혹은 식용유 2-3 밥숟갈 (원래는 코코넛 오일을 쓰라고 되어 있는데 이거 만드려고 새 기름을 한 통을 살 순 없으니...)

- 중간 사이즈 양파 1개 (난 양파가 작아서 1.5개 씀)

- 닭가슴살 500g 가량 (1파운드, 혹은 대충 닭가슴살 2개 정도)

- 마늘 5알 (원래 레시피는 3알인데 우리는 마늘의 민족이니 마늘 더 써도 상관없지 않을까?)

- 생강 엄지 손가락 반만큼

- 코리앤더 가루 2 작은술 (ground coriander)

- 코코넛 밀크 한 캔 (난 저지방 코코넛 밀크 씀. 약 400ml 정도?)

- 당근 1-2개 (인생 쉽게 살고 싶다면 처음부터 채썬 당근shredded carrots을 사자...)

- 시금치 이파리 (가 있으면 확실히 좋을 것 같은데 없어서 안 넣음)

- 파프리카 (있어서 넣었음)

- 타이 레드커리 페이스트 2 밥숟갈

- 강황가루 (Turmeric, 없어도 됨, 난 걍 집에 있어서 넣음)

- 후추

- 소금 혹은 액젓 (태국식 피쉬소스 그런 건 없어서 걍 멸치액젓 씀)

- 라임 반 개

- 고수 (없어도 됨)

- 황설탕 혹은 미림 (난 미림 넣음, 안 넣어도 됨)

 

만드는 법

1. 재료를 준비한다. 늘 그렇듯이 이게 제일 시간 많이 잡아 먹는다.

- 양파는 잘게 썬다. 

- 닭가슴살은 한입에 들어가는 크기로 깍뚝썰기 한다.

- 마늘과 생강은 다진다.

- 당근은 채썰어서 약 1.5컵 분량을 준비한다. (대충 얄쌉한 당근 2개 정도 됨.)

 

2. 깊이 있는 후라이팬 혹은 널찍한 냄비를 중간 세기 불에 올린다. 올리브 오일 2-3 밥숟갈을 넣고 양파를 넣는다. 5분 정도 종종 양파를 섞어주며 볶는다.

 

 

3. 썰어둔 닭가슴살을 투하해서 골고루 익힌다. 약 5분 정도 걸림.

 

4. 마늘 5알 정도 으깬거, 생강 으깬 거 약 밥숟갈 1개 분량, 코리앤더 가루 2 작은술을 넣고 추가로 1분 정도 볶는다.

 

5. 코코넛 밀크 1캔, 타이 레드커리 페이스트, 액젓 약 2 밥숟갈, 후추 적당량을 넣는다. 레드커리 페이스트랑 액젓은 대충 간 조절하는 느낌으로 맛을 봐가면서 넣으면 되는 듯하다. 나는 여기다가 강황가루도 반 밥숟갈 정도 넣었다. 양이 중요한 게 아니라 대충 내가 먹을만한 맛을 만드는 게 포인트.

 

 

6. 당근 채썬 것과 파프리카를 넣는다. 파프리카는 걍 냉장고에 있어서 넣었다. 없어도 그만인 듯. 중간불에 원하는 농도가 될때까지 끓인다. 난 약 5분 정도 끓였다.

 

7. 시금치 이파리 (없어서 못 넣음ㅋㅋ)를 넣고, 라임 반개 분량의 라임즙을 짜서 넣는다. 사실 정확한 양이 중요한 건 아니고 원하는 정도의 신맛 만큼 넣으면 된다. 1-2분 정도 추가로 끓여주고, 맛 기호에 따라 황설탕 (난 미림 한숟갈 넣음), 커리 페이스트, 소금, 후추 등을 넣어 간을 한다.

 

 

8. 카레 위에 고수를 썰어 얹고 라임과 곁들여서 낸다.

 

 

레시피 보니까 밀폐용기에 넣으면 1주일 정도 보관 가능하다고 한다. 생각보다 간단하고 맛이 있었다. 추천함. 다음엔 시금치 이파리 꼭 넣고 해봐야징... 닭 대신 새우 넣어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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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 요리] 녹차 크랜베리 비스코티

홀푸즈에서 파는 비스코티를 종종 사먹곤 했다.

그런데 역시 홀푸즈 비스코티는 비싸기도 하고, 또 홀푸즈 베이커리에서 파는 제품들은 하나같이 설탕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있는 듯해서 셀프로 한 번 만들어보기로 했다. 미국에서는 좀체 먹기 힘든 녹차맛으로 베이킹 달려봤다.

 

사실 버터류를 별로 안 좋아해서 버터 없는 걸로 구워볼까 했는데, 예전에 봤던 버터 없는 레시피를 찾지 못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본 녹차 크랜베리 비스코티 레시피 (https://aby73.tistory.com/458)랑 뉴욕타임즈에 올라온 아몬드 비스코티(https://cooking.nytimes.com/recipes/10766-biscotti) 레시피를 짬뽕해서 만들어 봤다.

 

베이킹 실패 경험이 하도 많아서 매번 이번만큼은 계량이랑 시간 다 지키면서 만들어야지!하는데, 이번 건 레시피를 두 개 짬뽕해버렸으니 시작부터 망한 듯했다. 하지만 의외로 성공함ㅋㅋ 이야 살다살다 내가 베이킹을 성공하는 날이 오네ㅋㅋ 코로나 어메이징하다 정말...

 

 

하지만 레시피를 짬뽕했기 때문에 계량은 근본이 없다.

 

재료:

중력분 2컵 (400 ml)

설탕 대충 3/4컵 (대충 110 g이었던 것 같지만 모르겠다... 더 적어도 될 것 같다...)

버터 60g (사실 잘 모르겠다... 다음에 다시 해봐야 알 것 같다. 포인트는 달걀+버터 조합으로 반죽 농도를 조절한다는 점인 듯)

달걀 작은 거 2개

녹차가루 10g (matcha라고 되어있는거 싼걸로 집어오자. 마차 가루 생각보다 비싸지만 또 그렇게 많이 필요한 건 아니다...)

베이킹파우더 밥숟가락으로 반숟갈 정도

소금 차숫가락으로 반숟갈 정도

바닐라 익스트랙 2 차숫가락

건크랜베리 100g 정도 (정확히 모르겠다... 그냥 대충 반죽 크기 보고 먹을 만큼 때려넣자)

 

 

만들기:

 

1. 버터를 잘게 썰어 20초 정도 전자렌지에 돌려준다. 따뜻한 버터를 거품기로 휘저어 크림화 시켜준다. 도깨비 방망이로 하면 더 좋은데, 이도저도 귀찮으면 그냥 녹인 버터 써도 될듯. (아마 비슷한 원리로 버터 대신 올리브유를 써도 되지 않나 싶다.)

 

2. 크림화된 버터에다가 달걀 2개를 깨뜨려 넣고 풀어준다. 바닐라 익스트랙 2 작은술을 넣고 함께 섞어 준다.

 

3. 2에다가 설탕 3/4 컵 넣고 섞어준다. 다 잘 섞여서 좀 부드러운 크림 느낌이 나면 중력분 2컵, 녹차가루 10g,베이킹 파우더 1/2 큰술, 소금 1/2 작은술을 같이 넣어서 주걱으로 섞는다. 섞다보면 금방 반죽처럼 된다.

 

4. 오븐을 화씨 325도 (섭씨로는 160도라고 한다)로 오븐을 예열한다. 그 와중에 오븐팬에다가 유산지를 깔고 살짝 밀가루를 뿌려준다. 반죽을 두 덩이 정도로 나눈 후 넓찍한 직사각형의 블록처럼 매만져준다. 두께는 약 2cm정도로 잡으면 된다. (뉴욕타임즈 레시피가 설명하는 반죽 모양이 도저히 상상이 안가서 위에 링크한 네이버 블로그 반죽 모양 참고함.) 둘은 좀 떨어져서 둔다.

 

5. 오븐 중간 렉에서 30분 구워준다. 뉴욕타임즈 레시피에서는 위가 갈색으로 그을러진 색이 날때까지라고 했는데, 대충 비스코티 아래쪽이 먹음직스러운 갈색이 나면 되는 것 같다. 난 정확히 30분 구웠다.

 

6. 비스코티 꺼내서 약간 식힌다. 네이버 블로그에서는 완전히 식혀라고 나와있지만 성격이 급해서 조금만 식혔다...

 

7. 칼로 힘을 빡 줘서 무를 썰듯이 잘라준다. 뉴욕타임즈에서는 톱날칼로 슥슥 썰어라고 나와있는데, 그랬다가는 비스코티 가루 날 듯...

 

 

8. 썬 비스코티를 다시 오븐팬에 쭉 늘어놓고 아까 그 오븐에 15분 추가로 굽는다. 온도는 그대로로도 상관없는듯. 나는 320도로 한 것 같다.

 

9. 구운 걸 꺼내서 식힌 후, 밀폐용기에 담아서 보관한다. (썬 조각으로 약 20조각 나옴.)

 

 

보관을 해야하는데 계속 주워먹고 있다. 생각보다 괜찮게 나왔는데 아마도 설탕의 힘이겠지... 녹차향이 은은하게 나서 좋다. 솔직히 홀푸즈 거 보다 내거가 맛있는 것 같은데, 평소 베이킹 같은 거 안 하는 자로서는 뭐랄까... 재료비가 좀 많이 들었다 ㅋㅋㅋㅋ 건크랜베리 좀 좋은 거 썼는데 그래서 그런가?

 

아무튼 생각보다는 쉽게 성공했다! 녹차가루나 크랜베리가 아니더라도 아몬드든, 피스타치오든, 오렌지 껍질이든 뭐든 원하는 거 넣고 대충 반죽 농도만 맞추면 크게 실패는 안하는 레시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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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 요리] 레바논 지역 가지요리 바바가누쉬

인터넷에서 레시피 주워서 만들어봤다가 너무 맛있어서 먹다 말고 바로 블로그에 올려본다.

 

"바바 가누쉬" (Baba Ghanoush 혹은 Baba Ghanouj)라는 레바논 인근 지역 가지 요리다. 채소나 크래커 등의 디핑소스로도 활용되고, 샌드위치나 피타용 소스로도 활용되곤 한다. 이곳 미국에서는 지중해 요리를 다루는 식당이라면 거의 백에 백 갖추고 있는 요리다. 한국에도 허머스(hummus)가 소개됐던 것 같은데, 허머스랑 비슷하지만 덜 퍽퍽한 편이다. 원래 내가 시저 드레싱이나 마요네즈 류의 소스를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인데, 이 소스는 가지로 만들었기 때문에 느끼하지도 않고 맛있다. 내일 (재택이지만) 출근만 아니면 크래커랑 야채 스틱 늘어놓고 화이트 와인 한 잔 달리는건데!! 요즘 홈파티가 대센가요? 홈파티용으로 아주 빈번하게 등장할 정도로 쉬운 메뉴입니다!!

 

레시피는 cookieandkate.com/epic-baba-ganoush-recipe/ 에서 가져왔다. 거의 그대로 활용함.

재료 특성상 한국에서는 조금 구하기 어려울 수도 있고 오븐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거야 말로 유학생 요리다. 일단 재료와 오븐만 갖춰진다면 만드는 건 진짜 쉽다. 미국에서라면 재료 구하기 난이도는 0에 수렴. 아, 그리고 원래 레시피에는 생마늘을 다져 넣지만 난 마늘을 다지는 게 너무 귀찮기도 하고, 생마늘 씹는 게 싫어서 마늘 구워서 으깨버렸다. 긴 말 하지 않고 바로 넘어가겠음.

 

재료 (계량은 밥 숟가락 기준)

- 유산지, 오븐

- 가지 중~대로 2개 정도 (오리지날 레시피에는 이탈리안 가지라고 나와 있는데, 그냥 구해지는 가지 쓰면 될 것 같다. 그래도 선택지가 있다면 길쭉한 가지 말고 둥글고 통통한 가지를 사용하자.)

- 마늘 취향껏 2-4알

- 레몬즙 2 숟갈

- 타히니 소스 (참깨 소스인데, 야매로 만드는 법이 있는 모양이니 구할 수 없다면 검색ㄱㄱ) 2 숟갈

-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 생파슬리 취향껏 많이 혹은 적게

- 소금 약간

- 큐민 가루 약간

- 파프리카 가루 (Smoked paprika) 약간

 

만드는 방법:

 

길고 복잡해 보일 수 있는데, 레시피를 요약하자면 구운 가지 속을 긁어내 으깬 후 나머지 재료랑 섞으면 끝이다.

 

1. 오븐을 450F (230C)로 예열한다.

2. 가지를 씻어서 반으로 가른 후, 자른 단면에 올리브 오일을 약간 발라준다. 마늘 2~4알 정도를 깐다. (참고로 미국 마늘은 알이 작은 편이니 적당히 가감한다. 나중에 먹어보면서 만들면 되니까 적정량에 대한 걱정은 안해도 됨.)

3. 오븐 팬에 유산지를 깔고 단면이 밑으로 가도록 엎어둔다. 예열된 오븐에 넣고 35~40분 정도 굽는다. 안쪽이 물렁물렁할 때까지 굽는게 포인트. 시간 다 되기 5-10분 정도 지점에 깐마늘도 같이 넣고 살짝 구워준다. 생마늘 다져 넣을 거라면 마늘 굽는 건 생략 가능.

 

4. 다 구운 가지는 밖에 내놓고 약간 식힌 후, 숟가락을 이용해 속을 긁어낸다. 껍질은 버린다. (긁어내는 거 해보면 되게 쉽다.)

5. 긁어낸 속을 체반에 받쳐 물기를 빼준다. 물기가 적을 수록 좋다고 하니 숟가락으로 꾹꾹 눌러준다. 물기는 버리고 남은 가지를 큰 그릇에 넣는다.

6. 가지에 (구운) 마늘을 으깨 넣고, 레몬즙 2~3숟갈 정도의 양을 넣어준다. 난 생레몬을 짠건데, 시판하는 레몬즙이라면 조금 적게 넣는 게 좋을 것 같다. 나중에 레몬즙은 추가할 수 있으니 먹어보면서 취향껏 조절하면 된다. 숟가락 포크 같은 걸로 전체를 섞어 으깨준다. 물론 믹서나 도깨비 방망이 사용도 가능한데, 숟가락 휘휘 젓는 것 정도로도 충분히 가능한 정도의 물렁임임.

7. 가지, 마늘, 레몬즙이 한데 섞여 으깬 모양이 되었다 싶으면 거기에 타히니 소스 2숟가락 정도를 넣고 열심히 저어 섞어준다. 맛을 보면서 타히니 소스 가감 가능.

8. 올리브 오일을 2-3숟가락 분량 정도를 조금씩 흘려 넣으면서 계속 또 섞어준다.

9. 생파슬리를 다져 넣고, 약간의 소금과 큐민을 아주 조금, 밥숟갈로는 한 1/8 정도 되는 양을 넣어준다. 소금은 원래 레시피대로 가면 좀 짤 것 같고, 큐민은 맛이 강해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니  맛을 봐가면서 취향껏 진행하는 걸 추천한다.

10. 이렇게 완성된 바바가누쉬를 그릇에 담고 위에 올리브 오일을 약간 뿌린 후, 파프리카 가루 (smoked paprika)를 뿌려서 서빙한다.

 

 

사진은 구려보이지만 일단 찍어 먹어보면 꽤 고소하고 맛있다. 보통 당근이나 오이, 파프리카를 스틱으로 썰어서 찍어 먹기도 하고, 피타칩 같은 걸 찍어 먹기도 한다. 난 집에 쟁여둔 크래커 찍어 먹었는데 완전 꿀맛. 평소 와인 잘 먹지도 않는데 와인이 따고 싶어지는 맛....

 

근데 이거 만드는 과정에서 타히니소스와 올리브오일 같은 기름들이 많이 들어가서 칼로리 끝판왕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이렇게 만들면 한 6인분 된다고 하는데, 내 기억에 바바 가누쉬 상하는 속도가 좀 빠른 편이므로 가급적 빨리 먹는 걸 추천한다. 냉장고에 넣어도 3-4일 정도 밖에 못 갔던 것 같다.

 

앞서 언급했지만 식당이나 가판대 같은 곳에 가면 샌드위치나 난, 피타브레드 등에 바바가누쉬를 넣고 채소나 고기, 팔라펠 등을 넣어 샌드위치로 만들어 파는 것도 볼 수 있다. 나도 내일은 이거랑 냉장고에 있는 거 다 때려넣고 샌드위치 해먹을 예정임. 코로나 때문에 아시안 마트를 가지 못하다보니 진짜 별걸 다 해먹는다....

 

미국 (그리고 유럽)에 사시는 여러분, 크래커는 영국산 Carr's 추천드립니다 ㅋㅋㅋ

옛날에 핀란드에서 살 때 연어스프레드+오이 조합으로 진짜 열심히 먹던 크래커 브랜드인데, 오리지널도 맛있고 로즈마리도 맛있다. 미국서는 왠지 값이 좀 세서 홀푸즈에서 나오는 더 싼 크래커도 먹어봤지만 맛이 없었다... Carr's 다른 맛은 안 먹어봐서 모르겠지만 진짜 기본기가 탄탄한 크래커고, 바바가누쉬 한정 로즈마리 맛이 매우 잘 어울리는 것 같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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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드라마] 붉은 여왕 (Красная королева, 2015)

사실 드라마 보는 게 연례행사 급일 정도로 시리즈물은 잘 안 보는데, 갑자기 뭐에 꽂혔는지 요즘 이것저것 챙겨보기 시작했다. 코로나 시국에 연말이라 미쳐가나보다.

 

러시아산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우크라이나산인 드라마 <붉은 여왕>을 봤다. 우크라이나산이라고는 하지만 주요 무대는 소비에트 시절 모스크바고, 대부분의 주연 배우가 러시아어를 쓰기 때문에 러시아 드라마인 줄 알았다. 시즌은 한 개로 완결이고 총 12화까지 있다. 아마존 프라임 있으면 <The Red Queen> 검색해서 무료 시청 가능한데, 광고가 진짜 10분에 하나씩 떠서 정말 드라마 리듬과 무드 다 망치는 느낌적 느낌. 광고도 하나도 아니고 3개씩 똑같은 놈들만 나와서 보다가 집어 던지고 싶을 정도였다. IMDb TV에서도 볼 수 있는데 이놈도 광고가 대단하지 않을까 추측 중. 한국에선 놀랍게도 왓챠에서 볼 수 있다. 아니 이런 것도 있어... 그런 느낌? 아, 그리고 아마존 판 한정 자막이 좀 부실하다. 특히 화면으로 등장하는 글귀들은 죄다 번역이 안되어 있어서, 이야기 전개 상 중요한 내용들도 번역이 안된채 지나가곤 한다.

 

붉은 여왕이라든가 레드퀸이라는 단어가 여기저기서 제목으로 많이 사용 되어서 은근 검색하기 어렵다. 하지만 제목 자체는 아주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정보 찾기가 은근 어려워서;; 링크 몇 개 걸어둔다:

제작사 페이지: film.ua/en/production/filmsandseries/projects/274

IMDb: www.imdb.com/title/tt5924966/fullcredits/?ref_=tt_ov_st_sm

왓챠: pedia.watcha.com/ko-KR/contents/tlLrZge

아마존: www.amazon.com/Part-9/dp/B01GU8D4IK/

 

 

스탈린 사후의 소비에트 연방을 무대로 하며, 주로 모스크바가 배경이다. 레기나 즈바르스카야Regina Zbarskaya라는 실존인물의 생애기에 각색을 더해서 제작한 작품이라고 한다. 아니 소비에트에 이렇게 화려한 패션모델???이라는 호기심에 보기 시작했던 것 같다. 참고로 드라마보다는 실존 인물의 이름을 검색해보니 이런저런 영문자료는 더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일단 이쪽 드라마를 난생 처음 보는 거긴 한데... 톨스토이나 도스도옙스키가 괜히 이쪽 사람들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또 워낙 구소련 시기가 빡센 시기라서 보통이 아니다. 화려하긴 한데 여러모로 암울한 분위기를 진하게 풍기므로 삶이 우울하신 분들에게는 추천 못하겠다. 

 

 

 

드라마에서 돈냄새도 많이 나고, 일종의 예술성을 성취하는 것에 대한 제작진의 욕심도 잘 묻어나온다. 레기나가 패션모델로 활동하는 부분들은 특히 화려하고 눈요깃거리가 많다. 소비에트 시절의 삶에 대해 구경하는 모습도 재밌는데, 중국 연구하는 내 입장에서는 여러가지로 오버랩되면서도 또 다른 면들이 많아서 진짜??이런 느낌도 여러번 받았다. 로케이션도 은근 다양하고, 아무튼 시각적으로 보는 즐거움은 있다.

 

하지만 보다보면 뭐지??하는 신비한 촬영기법들이 자꾸 등장한다... 예를 들자면 뜬금없는 줌인 줌아웃, 약간 느닷없는 목소리 에코처리, 사선으로 기운 화면, 약간 납득하기 어려운 커트 편집 등등... 어떤 건 세련되어 보이지만 다른 것들은 뭔가 좀 미묘하다. 그리고 세트 구성이나 각본 등에서도 아주 미묘한 구석에서 매너리즘...은 아니고 약간 정형화 된 무언가의 냄새가 난다. 이런 것들이 합쳐져서 미묘하게 촌스러운 느낌이 나는데, 그게 또 엄청 쩌는 부분들과 같이 버무려져 나오다보니 아, 이게 마더로씨아의 시리즈물 감성인가, 뭐 그런 느낌을 준다. 특히 초반에는 한 10년 전 한국 드라마를 해상도와 스케일을 엄청 키워서 보는 느낌을 여러번 받았다.

 

음악은 굉장히 괜찮은 편. 연기도 다들 안정적이고, 뒤로 갈수록 더욱 인상적이게 되는 것 같다. 한 인물의 긴 서사를 다뤘기 때문에 여러 배우들의 연기의 폭을 넓혀가는 걸 보는 듯한 기분을 받을 수 있다.

 

실제 레기나 즈바르스카야의 사진. 출처는 https://rtd.rt.com/stories/the-kremlins-prettiest-weapon-story-of-regina-zbarskaya/

 

 

줄거리는 어.... 실존인물의 일대기를 다뤘다고 하니 진행에 대해서 태클을 걸기가 좀 어려운 면이 있는데... 음... 좀 뭐랄까, 아니 이 교훈도 꿈도 희망도 없는 이야기는 뭐지? 이러면서 봤던 순간들이 있었다... 약간 보다 보면 한국 드라마에서는 조금 보기 힘들고 왠지 러시아에서는 자주 등장할 것 같은 테마들이 있다. 개막장 음주중독자 남성들에 빡쳤으면서도 포기한 모녀 혹은 여성들간의 유대감 같은...? 아, 그리고 간혹 접하는 냉전시절 동유럽이나 구소련권 영화나 소설, 연구물들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경찰국가로 인해 모두가 함께 겪는 정신분열증적 집단 심성이랄까, 그런 게 레기나라는 패션모델의 성격과 충돌하면서 빚어지는 갈등 지점들이 매우 흥미로웠다. 이처럼 소비에트 역사도 러시아에 대해서도 잘 모르지만 보다보면 이건 진짜 러시아의 향기가 난다 싶은 부분들이 있음.

 

아무튼 흥미로운 경험이었고, 한 2/3 정도는 그냥 앉은 자리에서 쭉 달렸다. 당분간 다시 볼 멘탈은 못될 것 같으니 이 작품은 물론이고 이쪽 작품은 손대지 말아야겠다.

 

 

아, 그리고 캐릭터와 배경들은... 난 러시아어를 읽지 못하니 영문 로마자어로 남겨둔다. 감독은 Elena Semenova고, 메인 캐릭터인 레기나 (Regina 혹은 Zoya Kolesnikova)역은 Ksenia Lukyanchinkova가 담당했다. IMDb에도, 아마존에도 그 어디에도 다른 배역들 제대로 정리된게 없다... 그리고 러시아어 이름 체계를 잘 모르겠는데 한 명이 불릴 수 있는 방법이 엄청 무궁무진한 느낌이었다.

 

도저히 캐스팅도 캐릭터명도 다 알 수가 없어서 여기저기서 모은 이름들만 나열해본다... 접어둔 걸 펴주세용.

더보기

- Ksenia Lukyanchinkova (레기나 혹은 조야, Regina 혹은 Zoya Kolesnikova 등등 호칭이 다양한 주인공)
- Anatoliy Rudenko (Volodya, Vladimir 역)
- Artyom Tkachenko (Lev Barsky, 료바 역)
- Ada Rogovtseva (할머니 Avgsta Leyontyevna 역)
- Larisa Domaskina (레기나 어머니 역)
- Elena Morozova (디자이너 Vera Ippolitovna Aralova 역)
- Boris Shcherbakov (Volodya 아버지 역)
- Tatyana Orlova (인사부 부장 역)
- Yanina Studilina (Tata 역)
- Anna Zdor (캐릭터 이름은 떠오르지 않지만... 레기나 친구...)
- Anna Sagaydachnaya (마리나 Marina 역)
- Valeriy Barinov (볼때마다 빡쳐있는 상사 아조씨)
- Sergey Bachurskiy (볼때마다 멍청한 상사 아조씨 니콜라이)
- Anna Vasileva (아마 젊은 모델 역...)
- Galina Petrova (아방가르드 예술 하시는 아주머니)
- Alesya Pukhovaya (디자이너 옆에서 눈 크게 뜨고 있는 다른 디자이너)
- Bastien Ughtettp (로스차일듴ㅋㅋㅋㅋㅋ)
- David Holt? David Evans? (영국 외교관... 왜 여기저기 뿌려진 크레딧 명이 다르냐...) 
- Oleg Vasilkov (KGB 직원 ㄷㄷ)
- Vladimir Chuprikov (흐루시초픜ㅋㅋㅋ)

다 부질없는 이름들이지만 혹시나 해서 써봤다... 러시아어를 하시면 위키에 정리가 잘되어 있다.
ru.wikipedia.org/wiki/%D0%9A%D1%80%D0%B0%D1%81%D0%BD%D0%B0%D1%8F_%D0%BA%D0%BE%D1%80%D0%BE%D0%BB%D0%B5%D0%B2%D0%B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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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메탈...?] 항가이 (Hanggai) - 주가(酒歌)

한때 한국 인터넷도 뜨겁게 아주 잠깐 달궜던 중국 내몽골 록 밴드 항가이(Hanggai)의 노래를 하나 들고 왔다. 인터넷에 엄청 돌던 비디오는 어느 경연 대회에 나왔던 "윤회"(轮回)라는 곡인데, 밑에 가사랑 같이 붙여뒀다. 빡센 느낌의 (하지만 순한 맛의) 몽골 메탈락을 보고 싶으신 분들은 스크롤을 내리시면 되고...

오늘은 왠지 같이 즐겁게 초원에서 마유주(에리히) 술 쳐묵쳐묵 해야할 것 같은 노래를 들고 왔다. 미안하다, 제목은 페이크였다. 진짜 몽골 메탈은 다음에 올리겠음. 비록 메탈은 아니지만 보컬 아조씨가 술 한잔 들이키고 노래한다! 제목도 주가(酒歌)!

가사는 뒤져도 뒤져도 몽골어 음차도 다르고 중역도 살짝 달라서 그냥 옮겨오는 걸 포기했다...  대충 중역된 내용만 읽고 요약해보면... 농익은 마유주를 다같이 신나게 마셔대자, 뱃속에 호랭이를 붓자 (...), 신나게 노래 부르고 건배하고, 절대 술에는 취하지 말자, 신나게 마시자... 뭐 그런 뜻이다. 이거야 말로 노래 자체와 리듬과 공연과 가사가 혼연일체 한 느낌! 제목 안 보고도 어, 이거 술 쳐먹어야할 것 같은 노랜데?라는 느낌을 받았다. 진짜로!

항가이의 다른 노래로는 경연대회 초반에 불렀던 항가이(www.youtube.com/watch?v=ZBmePaevQow) 추천한다. 항가이가 이 밴드의 아기자기한(?) 락 색깔이 더 잘 드러나서 좋은 듯 한데, 윤회가 더 빠밤!빠밤! 느낌도 나고, 온라인에서 워낙 히트를 쳐서 맨 밑에 윤회 비디오 첨부함요...

뽕짝 삘의 미묘한 몽골 웨스턴...? 몽골 컨트리...? 감성의 뮤비라면 아름다운 초원은 나의 집(www.youtube.com/watch?v=sT80YNQ_0XE)이라는 노래를 추천해본다. 그 밖에도 정제된(...) 몽골 초원 노래를 보고 싶다면 Baifang 이라는 뮤비 (www.youtube.com/watch?v=nNJ_FtYbTtc)를 보면 되겠다. 

출처: https://www.facebook.com/hanggai/

항가이란 나무와 풀이 많고 물이 많은 아름다운 풍경...쯤을 뜻한다고 한다. 지명에 많이 들어가 있고, 몽골의 대표적인 산맥 중에도 항가이 산맥이 있다. 항가이 밴드의 멤버는 총 6명이고, 주로 베이징에서 활동한다. 멤버 중에는 텁쇼르라는 서몽골 쪽 악기 연주하는 보컬 아조씨랑 마두금(머링 허르) 하면서 회메이/목노래 치는 아조씨가 있다. 모두가 몽골인인 건 아니고, 일부는 한족이라고 하는데... 이름 쓰고 싶었는데 중국어에 몽골어 다 섞인 게 너무 어려워서 생략합니다 ㅠㅠ

 

한때 몽골 락에 빠졌던 적이 있으니 조만간에 몽골식 사회주의(...) 락하고... 더 몽골!! 몽고오오오올!!!한 느낌의 빡센 메탈과 락도 들고 오겠음...


여기서부터는 항가이의 <윤회> 노래당.

내가 알기로 중국의 유명한 가수나 밴드들 불러서 경연하는 나가수 느낌의 프로그램인데.. 중간에 올라와서 중국어로 춘하추동 하면서 노래하는 사람은 리우환 (刘欢)이라는 경연대회 심사자다. 중국에서는 대단히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약간 중국 가요계의 대부 같은 존재라고는 하지만... 제발 심사자 뺀 노래를 들려달라.... 아무튼... 당시 미션이 24시간 이내에 심사위원이랑 콜라보해서 노래를 만드는 거라고 하는데, 짧은 시간에 튀어나온 노래 치고는 꽤나 노래가 잘 빠진게 나온 듯?! 중국어 중역본 가사 투척해본다.

Hanggai - <윤회(轮回), feat. 리우환刘欢>

몽골어 가사(중역) / 중국어 가사

飞鸟 鲜花 万物众生都一样
날짐승과 들꽃, 만물 중생이 모두 같으니

共生 共享 时间空气与阳光
시간과 공기와 햇빛을 모두가 공생하고 함께 누릴세

年轮在流转 薪火代代相传
연륜은 항상 돌며 흐르며 깨달음은 대대손손 전해지네

今天虽短暂 过去的就是永远
오늘은 짧지만 지나간 것은 영원하다네

*[春夏秋冬四季轮回 花开花落命运轮回
춘하추동 사계는 윤회하네 꽃이 피고 꽃이 지며 운명은 윤회하네

年月更替 兴衰轮回 宇宙永恒 青春却一去不回
시대는 바뀌고 성쇠는 윤회하네 우주는 항구하고 청춘은 한번 가면 돌아오지 않네]

去年的太阳今年仍挂在天上
작년의 태양은 올해도 그대로 하늘에 걸려있네

前辈的歌谣后人依然高唱
선배의 노랫말을 후대가 여전히 큰 소리로 부르네

有限的生命 传递着无限荣光
생은 유한하나 무한한 영광을 전달하고 있다네

变幻的世界总有些不变的信仰
변환하는 세상에도 불변하는 믿음이 있다네

* 반복

春夏秋冬四季轮回 花开花落命运轮回
춘하추동 사계는 윤회하네 꽃이 피고 꽃이 지며 운명은 윤회하네

岁月更替 青春却一去不回
세월은 바뀌고 한번 간 청춘은 돌아오지 않네

* 반복

* 반복 (몽골어)

 

출처: https://www.facebook.com/hangg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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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구르 음악] <미라지한 (مىراجىخان 米拉吉汗, Mirajihan)> 다양한 버전

예전에 우연히 홍콩 라디오에서 들었던 알리푸의 <미라지한> (hyvaamatkaa.tistory.com/264)이 오랜만에 땡겨서 유투브에 들으러 갔다가 건져온 다양한 커버버전을 모아봤다. 커버 종류가 진짜 엄청 다양한 걸로 봐서 한국의 <아리랑> 위치 쯤에 있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하나의 노래가 다양하게 변용되는 걸 보고 듣는 재미도 있고, 우리에겐 많이 낯선 위구르 악기나 춤, 복장 등이 어떻게 유투브용 음악으로 바뀌는가를 보는 재미도 있다. 그 와중에 위구르 사람들 무슨 현악기에 접신했나... 기타 같이 생긴 엄청 다양한 악기들이 여기저기서 등장한다. 음악하는 일본인 친구가 위구르 족의 현악기를 배우겠다며 신장 같이 여행가자고 한적이 있는데, 그때 따라갔어야 했어...

위구르 족에게는 아주 중요한 노래라고 짐작이 가고, 또 가사 추상적이라서 아주 시의적으로 해석될 여지도 풍부하기 때문에 더더욱 애절한 노래지 않을까 싶다. (주변 사람들이 수용소로 끌려가는 마당이라고 생각한다면...) 하지만 어쩐지 영어나 중국어나 자료가 부족하다... 그래서 가사는 저번에 알리푸 노래의 중역 버전을 복붙해둔다.

가사보기:

더보기

미라지한 - 알리푸
(중국어 중역본)

너는 이렇게 가버리는 거니
나를 여기에 홀로 남겨두고
아, 나의 미라지한이여
내 마음은 떨고 있네
너는 그리도 너 스스로만을 생각하는구나
아, 나의 미라지한이여
나는 울음을 멈추지 않는 검은머리방울새와도 같아
목소리가 갈라져 잘 울지도 못하는구나
아, 나의 미라지한이여
다가오는 그림자도 너가 아니구나
나의 검은 눈이 빠지도록 바라보지만
아, 나의 미라지한이여

종다리야 어디 있느냐
뻐꾸기야 어디 있느냐
내가 사랑하는 이여 어디 있는가
다시 그대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아, 나의 미라지한이여



출처: https://hyvaamatkaa.tistory.com/264 [디디의 블로그]

hyvaamatkaa.tistory.com/264

 

알리푸(阿力普) - 미라지한 (米拉吉汗, Mirajihan)

한줄 요약: 라디오를 듣다가 어느 노래에 꽂혔는데, 진짜 역대급으로 힘들게 찾아냄. 그래서 사설이 길다. 본문삽입한 유툽 비디오가 뜨지 않는 것 같아서 별개로 링크 달아둠: 알리푸 미라지한

hyvaamatkaa.tistory.com

 

1. 미라지한 비트박스(!) + 위구르 전통악기 (이름은 모르겠당 아마도 두타르?인듯?) + 기타

위구르 악기는 전혀 아는 바가 없는데, 영상에 나온 악기는 오른쪽으로 스트로크 하면서 왼손으로 동시에 피킹(?)을 하는 것 같다?! 어떻게 연주하는거지?? 아저씨 다재다능하시네여... 2013년도에 올라온 영상인데 당시 우루무치 어느 미디어 회사 소속이라고 마지막에 레이블이 뜬다.

 

2-1. 광할한 카스 배경을 볼 수 있는 알리푸의 미라지한

자세한 건 저번 포스팅 참조요.

 

2-2 카페에서 들어도 손색 없을 것 같은 알리푸의 미라지한 어쿠스틱 버전

이것도 자세한 건 저번 포스팅 참조요...

 

3. 영상만 봐도 딥빡하는 고구마 백개 비주얼 드라마 미라지한

시작 보고 동백꽃인 줄 알았는데 이거 뭔 춘향전도 아니고 이게 뭐여 싶은 90년대 갬성의 전래동화 뮤비 느낌. 아무래도 미라지한 이거 약간 구전 민요 이런 거 아닌가 싶은데... 중간부터 영상이 반복이 되니까 뒤는 안 봐도 된당.

 

4. 좀더 축축 처지는 현악기 삼중주 (기타 + 두타르? + 후쉬타르?) + 여보컬 버전의 미라지한

악기 잘 모르겠다 진짜... 위키피디아와 온갖 블로그 다 펼쳐놓고 뒤지는 중. 기타와... 목이 진짜 어어어어어어엄청 긴 악기와, 역시 목이 어어어엄청 긴데 활로 켜는 비올라같은 악기 삼중주다. 비오는 날 들으면 딱 맞을 것 같다. 뭔가 처음 음색이 듣다 보면 이상하게도 마야 진달래꽃이 생각나는데요... 왜죠...  아무튼 악기 연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5. 마 이게 이 정도는 되어야 오리지날이지를 외치는 듯한 서역 전통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비주얼과 음악의 미라지한.

오로지 위구르 전통 악기 + 아저씨 목소리에 의존해서 쭉 간다. 중간에 아저씨의 눈물도 나오고.. 근데 중간에 전화번호도 나오는데 이 전화번호들의 정체는 뭔지 모르겠다... 뒷쪽 번호들은 중국번호인 것 같은데 앞의 7자리 번호는 어디 번호지... 위구르어(?)로만 나와 있어서 뭐가 뭔지 모르겠음.  민요에 정답이 어디있겠나 싶지만, 악기 하나 + 목소리 조합이니 레퍼런스로 올려본다.

 

 

그 밖에 예쁜 무용수 언니들이 하늘하늘하고 애절하게 춤추는 영상들도 여럿 보였지만 화질이 너무 떨어져서 일단은 생략한다. 악기 보는 재미가 크군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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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 요리] 요리는 아니고 라면 리뷰

내가 사는 동네는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한인마트는 고사하고 아시안마트 접근성도 제법 떨어진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에는 그래도 날잡아 대중교통이나 남의 차 이용해서 다닐 만도 했는데, 코로나 터지고 다 조졌다. 내가 해먹고 싶어도 신선식품의 한계 때문에 못해 먹는 음식도 많다. 미국 사람들은 고기를 다르게 잘라서 취급하고 (죄다 스테이크... 아니면 스튜...), 채소류도 많이 다른데다가, 여긴 내륙지방이라 해산물 접근성도 많이 떨어지는 편이라서... 가끔 동부나 서부의 한인마트 체인의 온라인 배송 시스템을 이용하는데, 신선식품은 언감생신이고 냉장이나 냉동보관이 필요한 반찬류 등도 배송이 힘들다... 그래서 내가 시켜먹을 수 있는 것이라곤 주로 라면류나 건조식품, 가공식품을 사먹곤 한다. 참고로 우리가 먹는 쌀, 라면 등의 부식은 아마존보다 한인마트에서 주문하는게 그나마 싼 편이다. (아마존은 가격 뻥튀기 심한 경우가 너무 많다...)

아무튼 미국 라면 값도 싸지 않고, 코로나도 한동안 갈 것 같으니 앞으로 온라인 쇼핑에 참고하기 위해 한 번 써봅니다. 미국에서 사먹는 (수출용) 한국 라면 리뷰! 다음에 또 새로운 라면 시도하면 업데이트 해서 올려 보겠음. 예전에 가끔 아시안마트 다녀오면 일본 라면들도 가끔 쟁여뒀는데, 요즘엔 도대체 어디서 구해야하는지 모르겠다. 일본인 친구들도 아시아 식재료들은 그냥 H마트나 중국계 마트에서 주문해먹던데... 한국라면들이 다양해져서 다행 ㅋㅋㅋ

* 비빔라면 계열

1. 팔도 비빔면: 한국 거랑 맛 똑같다. 양도 똑같아서 하나 먹으면 은근 배가 고프기 때문에 삶은 달걀에 오이 채썰어서 같이 얹어 먹으면 내가 한국에 있는 것 같다! 참고로 피클용 오이 사먹고 그 맛에 놀랐다면 English cucumber을 사먹자... 조금 비싸도 이게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 오이 맛이 납니다.

2. 농심 찰비빔면: 한국 거는 안 먹어봐서 모르겠고, 팔도 비빔면보다 덜 새콤하고 약간 참기름 맛 더 나는 느낌이었던 것 같다. 난 입맛이 까다롭지 않고, 한인마트는 언제 어떤 재고가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걍 있는 거 아무거나 사먹는데, 팔도가 좀 더 기억에 잘 남는 맛인듯.

3. 농심 짜왕: 수출용이라 그런가? 어째 3년 전하고 면도 바뀌고 맛이 많이 바뀐 듯? 면은 예전 면이 더 내 취향인데, 어라? 바뀌었네? 한 것 외에는 별 기억이 안 났던 걸로 봐서 사먹어도 안 사먹어도 그만이 아닐까 싶다. 짜왕은 좀 비싼편이라서... (참고로 지금은 어째 전혀 안 보이는 농심 우육탕면 엄청 좋아했는데, 그때 짜왕이랑 우육탕면 면발이 같았던 걸로 기억한다. 되게 괜찮았는데 왜 이제 안 나오니...?) 중국인 마트 쪽에서도 구하기 쉬운 편.

4. 팔도 일품 짜장면: 걍 무난하다. 가끔 달달한 거 땡길 때 달걀 오이 넣고 짜장면 흉내내서 먹는다.

5. 오뚜기 진짜장: 아시아계 캐나다 친구 하나가 이 라면이 맛있더라고 추천해줘서 사먹어봤는데 면이 괜찮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짜장 시리즈 중에는 이게 내 취향인데, 좀체 한인마트 쇼핑몰엔 안 들어와서 걍 팔도 것만 계속 사먹게 되는 듯.

6. 농심 짜파게티: 나도 알고 여러분도 아는 그 짜파게티다. 유성스프도 들어있다. 은근 잘 안 팔던 것 같은데 짜파구리 때문에 요즘 좀 잘 보이는 듯. 일요일은 짜파게티지!

7. 청수 비빔냉면: 라면 아닌 거 아닌데, 일단 배송 가능하다는 점과 값이 라면들과 또이또이 하다는 점에서 라면이나 다름 없다. 너도 알고 나도 아는 그런 아주 흔하디 흔한 고명없는 비빔냉면의 맛. 농심 둥지냉면 그런 거 구하기 힘드니까 그냥 이거 사먹자.

8. 대만 아샤 하카 라면客家板條): 동부의 H모 체인 홈페이지에 올라와있길래 한 번 큰 맘 먹고 시켜봤다. 원래 중국계 라면은 잘 안 시켜먹는데, 비빔면이라고도 하고, 면발도 좋아보이고, 내가 객가 음식을 좋아하기도 해서 시켜봄. 대만 라면이라는데, 음 제 점수는요....

값도 안 싼데 이걸 굳이...???라는 생각이 드는 라면이었다고 한다. 나도 중국서 기름비빔면 많이 먹고 다녔고 좋아하지만, 아아아주 순한 나트륨 맛(?)에 가깝다. 맛이 없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해서 있다고 하기도 미묘한 그런 맛? 그리고 양도 적음... 진짜로 라면 사이즈가 그냥 작다.

아, 근데 면 자체의 퀄리티는 괜찮은 편이라서 다른 거 해먹을 때 사리로 써먹든가, 아니면 여기에 내가 재료 더 추가해서 비빔면 해먹어도 괜찮을 것 같긴 하다. 유탕면이 아니라 건조면 같은 삘임. 하지만 가격이 싸지도 않은 라면을 굳이...?

맛이 여러 종류가 있는데 내가 시켜먹은 건 매운기름맛임.

 

그래도 혹시 사먹어 보고 싶은 분들을 위해서 끓이는 법 번역해드림. 자비 없이 중국어로만 나와 있음...
1) 팔팔 끓는 물에 면을 집어 넣고 30초 정도 익힌다.
2) 젓가락으로 가볍게 저어서 면을 풀어준다.
3) 면이 익은 후 꺼낸다. (약 4분 끓임)
4) 그릇에 넣고 조미소스를 넣어 비벼 먹는다.

칼로리가 봉지당 295kcal로 낮다는 게 인상적인데, 그건 양이 적기 때문이다... 진짜야...

- 사실 신라면과 육개장 정도를 제외하면 불닭라면 계열이 해외에서는 비교적 구하기 쉬운 편에 속하는데, 내가 불닭라면을 전혀 안 먹어봤다....

* 국물라면 계열

1. 오뚜기 진라면 매운맛, 순한맛: 한국 거랑 맛 다른 거 잘 모르겠음. 순한 맛은 가끔 간식으로 생라면으로 먹는다 ㅋㅋ

2. 농심 신라면: 미국서 제일 구하기 쉬움. 심지어 일반 슈퍼에도 종종 들어와있다.

3. 농심 너구리 (순한 맛, 매운 맛): 난 순한 맛을 더 좋아하지만 이상하게 매운 맛이 더 구하기 쉬운 것 같다. 원래도 일반 슈퍼에도 가끔 보일 정도로 그렇게 구하기 어려운 라면은 아니었는데, 짜파구리 덕분에 더 구하기 쉬워진듯. 많이들 알려져있지만 한국 버전과는 다르게 다시마가 따로 안 들어있고 분쇄되어 스프안에 들어가있다. 아, 다시마가 아니라 미역인가 싶을 때도 있음. 그래서 맛이 미묘하게 다른 것 같은데, 굳이 따지면 난 한국버전이 더 좋음... 그래서 걍 내가 내 다시마 넣어 먹는다 ㅋㅋㅋ 볶음 너구리는 안 먹어봐서 모르겠다.

4. 오뚜기 진짬뽕: 인터넷 추천 믿고 질러봤는데, 앞으로 내 짬뽕 라면은 이거다. 해산물도 구하기 힘들고 그래서 짬뽕은 정말 먹어볼 기회가 없었는데, 그간 먹어본 짬뽕 라면 중에 이게 제일 괜찮았다. 다만 이건 진짜 값이 세서 자주 먹기는 무리...

5. 팔도 불짬뽕: 예전에 주로 먹었던 짬뽕계열 라면인데... 그냥 무난하다. 구해져서 먹은 거에 가까움... 불맛? 같은 게 나긴 한데 약간 인공적이다.

6. 농심 얼큰 장칼국수: 이게 따로 수출용인가는 기억이 잘 안나는데, 면발 먹어보고 놀랐다. 면발 진짜 괜찮고, 마지막에 넣는 별첨 스프 넣기 전에는 삼삼한 칼국수 맛 나서 괜찮다. 별첨 스프 넣으면 되게 빡세지는데, 자연스러운 매운 맛은 아니지만 그래도 땀 뻘뻘 흘리면서 먹기 괜찮다. 하지만 역시 값이 좀 세다...

6. 농심 안성탕면: 어릴 때 신라면이 아니라 주로 안성탕면을 먹고 자라서... 나에겐 가장 기본적인 라면이라는 인상인데 신라면 만큼 쉽게 구할 순 없다. 안성탕면 먹으면 고향 온 기분이다 ㅋㅋ 걍 한국거랑 맛 똑같은 듯.

7. 농심 감자면: 맛있고 잘 질리지 않는 맛. 한국서 먹던 그 감자면 맛이다. 면이 쫄깃쫄깃하고 해장용으로 좋을 듯. 사실 무파마를 더 좋아하지만 무파마 요즘 잘 안 보인다...?

8. 농심 감자탕면: 친구가 추천해줘서 비싸지만 한 번 사먹어봤다. 2% 부족한 감자탕의 맛이 나는데, 2%고 자시고 감자탕 자체가 없는 동네에 사니까 이 정도로도 대리만족이 가능하다. 감자랑 시래기 넣고 끓이면 아주 훌륭할 듯. 시래기는 없으니 감자라도 넣고 끓여봐야겠다.

9. 풀무원 육개장 칼국수: 면이 건조처리 된거라서 좀 덜 더부룩한 느낌. 근데 국물 맛이 아련하게 생각이 안 나는 걸로 봐선 별로 인상적이진 않았던 것 같다. 값이 비싸서 잘 못 사먹음;;;

10. 농심 멸치칼국수: 안 매워서 안 질리고 잘 먹는 편. 내가 칼국수 해먹기는 귀찮으니까....

* 기타

1. 청수 물냉면: 비빔냉면과 마찬가지로 값도 라면이랑 별 차이 없어서 그냥 넣어봄. 육수는 그 흔하디 흔한 식초 양파 캐러멜 조합이기 때문에 별로 특이할 건 없지만, 이런 면 자체를 먹는 데에서 오는 기쁨이 큰 편. 오이, 삶은 달걀 등의 토핑 얹어 먹으면 훌륭한 대용 식품이다. (이 동네 무/다이콘 구하기도 힘든 거 실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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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 요리] 이란식 가지스튜 (Khoresh bademjan)

오랜만에 블로그 들어와봤다. 얼마나 오랜만이냐면 로그인 하는데 휴면계정 전환 메시지가 떴을 정도... 그리고 보통은 데드라인 때문에 바빠서 미칠 것 같을 때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쓰러 들어온다. 그렇다. 코로나로 락다운 걸리고 시간이 흐르는 감각을 느끼지 못하다가 모처럼 아주 긴박한 데드라인 맞이를 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이 글만 쓰고 다시 일하러 가야지.

코로나가 터진 이후 그간 사본 적이 없는 재료들로 요리하는 일이 늘었다. 미국 상황이 너무 엉망이라 버스타고 장보러 나가기가 너무 두려워서 줄창 온라인으로 장을 보다보니 익숙한 재료를 구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번 요리는 난생처음 양고기를 써본 요리다. 미국 기준으로 재료 수급이 비교적 수월한 편이며, 아아아아주 낯선 식재료도 딱히 없고, 또한 조리가 어렵지 않고, 조리시간의 대부분은 그냥 기다리는 시간이므로 양고기에 거부감 없으시다면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요리법은 www.unicornsinthekitchen.com/khoresh-bademjan-persian-eggplant-stew/에서 가져왔다. 해당 사이트에 아주 자세하게 조리법 및 대체 가능한 식재료 (예: 가지 종류에 대한 질문 등)가 잘 나와있으니 영어에 부담 없는 분들은 직접 확인하는 걸 추천합니다.

재료 (5-6인분 정도 됨):
- 식용유
- 양파 두 개 (마트에 여러 종류의 양파가 있다면 yellow onion으로 고르자)
- 양고기 1파운드 (약 4-500g, 뼈가 붙어있다면 알아서 양을 늘리자... 뼈없는 부위가 다루기 쉽다. 양고기는 진짜 아무것도 몰라서 그냥 마트에서 가장 싼걸로 주문함.)
- 강황가루 1/2 티스푼 (turmeric이라고 불립니다)
- 소금, 후추
- 계피가루 1/4 티스푼
- 토마토페이스트 4 숟갈 혹은 토마토캔 하나 (약 500g정도 됨, unsalted면 될듯). 생토마토도 사용 가능할 것 같음.
- 물 6컵
- 가지 4개 (반드시 Chinese eggplant를 사용하라고 나와 있다. 뚱뚱하고 동그란 가지 말고 길쭉길쭉한 가지임.)
- 라임 (말린 페르시아 라임을 준비하라고 되어 있으나 없으므로 그냥 라임 사용)

- 토마토 1-2개 (나중에 밥과 함께 먹는 것이므로 필수는 아님.)

조리법:
1. 재료를 다듬는다.
- 양파는 잘게 다진다.
- 양고기는 사방 주사위 모양으로 깍뚝썰기한다. (대충 카레 먹는 기분으로)
- 가지는 깨끗하게 씻어서 반으로 자른다. 껍질을 벗겨라고 되어 있지만 난 귀찮아서 그냥 사용.

2. 큰 냄비에 식용유 2 숟가락 (밥숟가락)을 넣고 중불에 양파를 볶는다. 5분 이상 열심히 볶는다.

3. 같은 냄비에 양고기를 투하하고 고기가 갈색이 될때까지 익힌다 (라고 쓰고 여전히 양파가 있으므로 계속 볶는다...) 처음 이거 만들어 봤을 적 멍청하게 뼈있는 고기로 사서 난감했는데, 뭐 결론적으로는 괜찮았음. 뼈 없는 부위로 했을 때 더 먹기 편했다.

4. 강황 1/2 티스푼, 소금 1 티스푼, 후추 1/2 티스푼, 계피가루 1/4 티스푼을 투하한다.

5. 토마토 페이스트를 넣는다. 두번째 요리할 때엔 토마토 페이스트가 없어서 임기응변으로 canned diced tomato캔에 든 토마토를 넣어봤는데 오히려 더 맛있었던 것 같다...ㅋㅋ

6. 물 6컵을 넣고 내용물이 끓으면 불을 줄인다. 1시간 반 이상 불 위에 올려두고 약불로 졸인다.

7. 대충 시간이 다 되었다 싶을 때쯤, 후라이팬에 식용유 2큰술을 두르고 중불에 가지를 양면으로 잘 구워준다. (원래는 튀기기도 한다고 한다.)

8. 먹을만큼의 가지를 스튜에 넣고 5분 정도 더 끓인다.

 

9. 당장 먹을만한 양의 토마토를 썰어 후라이팬에 4분 정도 굽는다.

10. 밥에다가 가지스튜와 구운 토마토를 곁들어 낸다. 라임이나 레몬 등을 약간 뿌리면 느끼함도 잡을 수 있다!

 

한국 쌀밥보다는 불면 날리는 종류의 쌀로 지은 밥과 함께 먹으면 훠ㅓㅓ어얼씬 맛있을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먹는 쌀밥도 괜찮다. 해보면 진짜 카레보다 더 간단하면서도 맛있다. 아, 그리고 냉장고에 남는 버섯이 있어서 양고기 볶을 때 같이 넣어봤는데 상당히 괜찮았다. 난 버섯 넣는 것도 추천. 오히려 구운 토마토를 생략해도 아무 상관이 없는 것 같다.

그리고 혹시 냉장보관하면서 먹을 예정이라면, 이미 구워둔 가지는 따로 보관하고, 먹기 직전에 스튜와 함께 데워서 먹는 게 좋다. 물론 나는 매번 냄비 꺼내서 데우는 게 귀찮아서 그냥 그릇에 스튜랑 가지 넣고 전자렌지 돌렸다. 헿. 카레 보관하듯이 하면 되는 듯 하다.

이 레시피를 알려준 친구를 보아하니 요구르트 소스까지 끼얹어서 먹던데, 나는 그런 짓은 귀찮아서 하지 않았고 파슬리를 조금 뿌려서 먹었다. 라임을 뿌려먹으면 김치가 없어도 생각보다 잘 넘어갑니당. 한국에서는 양고기 구하기가 어려워서 좀 시도하기 힘들 것 같은데, 소고기나 닭고기 등으로 시도해도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요리가 아닌가 싶다. 아, 그리고 레시피에 나온 "중국가지"는 뚱뚱한 가지말고 길쭉한 가지니 꼭 맞는 걸로 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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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카/객가어 밴드음악] 구련진인 (九连真人) - 북풍 (北风)

중국의 표준어 정책은 나날이 엄격해져왔다. 그래서일까, 중국의 소수민족을 제외하고는 현지 방언을 이용한 노래를 대중매체에서 접하는 게 마냥 쉽지만은 않다. 많은 젊은이들은 더 이상 부모나 조부모가 사용하던 언어를 더 이상 구사하지 못하고, 심지어는 조부모와 직접적으로 언어 소통을 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조부모가 보통화를 구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광동 지방이나 복건 지방 등 중국 남방 지역은 그래도 비교적 지역 언어를 이용한 음악이라든가 영화, 소설 등이 종종 나오곤 한다. 아마도 홍콩, 마카오, 대만 등의 영향 및 동남아 화교들의 존재, 수도에서 멀다는 이유 등이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그렇다고 해서 아주 활발한 건 아니고, 조금 눈에 띄는 건 차오산 쪽에서 나오는 것들인데... 차오산 본토 친구들도 부끄러워 할 정도의 퀄리티를 자랑한다고 한다....

서설이 길었다. 오늘은 광동 허위앤/하원(河源) 지역 출신 밴드의 객가어/하카어 노래를 하나 들고 왔다.

구련진인 (九连真人) - 북풍 (北风): https://www.youtube.com/watch?v=EyNRTlKLdt0

광동성 하원시 구련 출신의 밴드, 구련진인(九连真人)의 "북풍"(北风)

 

작년 여름 대륙에서 나름 히트를 친 <乐队的夏天> (밴드의 여름)이라는 프로그램에 출현한 밴드인데, 내 기억이 맞다면 베이징 (혹은 쓰촨) 출신 밴드들이 꽉 잡고 있는 프로그램에서 유일하게 보통화가 아닌 언어로 노래한 밴드다. 메인보컬 및 메인기타 아롱(阿龙), 서브보컬 및 건반/트럼펫에 아마이(阿麦), 베이스에 완리(万里)가 결성한 그룹이다. 하카어를 몰라서 이들의 이름을 보통화로 쓰는 게 좀 그렇긴 한데, 남방에서 자주 보이는 "아"자가 앞에 붙은 이름들은 본명이기 보다는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호칭에 가깝다고 보면 되겠다.

이들은 모두 고향 친구들인데, 구련/지우리앤(九连) 출신이라고 한다. 구글 검색을 해보니 광동성 하원/허위앤(河源)시 연평/리앤핑 현(连平县) 일대를 일컫는 모양이다. (동네에 구련산이라는 산이 있다.) 광동성 내에서도 매주/메이저우(梅州), 혜주/후이저우(惠州) 등 객가어(客家语)를 구사하는 객가인/하카인(客家人)들이 집중적으로 모여 사는 지역이 있는데, 허위앤 역시 그 중 하나다. 객가인이라는 정체성 자체가 한국에서는 좀 낯설어서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는데, 크게는 한족에 해당하면서도 객가어라는 언어 및 객가가족 출신이라는 출신으로 구분되는, 그러나 공식적으로는 인정받지 못하는 카테고리라고 할 수 있겠다. 생각하면 할 수록 묘한 카테고리임. 이들은 자신들을 소개할 때 반드시 "객가인"이라고 소개하면 소개했지, 한족이라고는 소개하지 않는 듯 하다.

사실 이 객가어/하카어라는 언어는 동네마다 상당히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객가어를 구사하는 사람들끼리도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내가 이 노래를 메이저우 출신 객가인 언니에게 들려주니 알아듣는 것도 있고 못 알아듣는 것도 있다고 하더라. 아무튼 중국에서도 흔하지 않고, 한국에서는 더더욱 접하기 어려운 만큼 한 번 소개해본다. 영상을 보다보면 가수들이 눈물을 글썽이는데, 아마 전국에 방송되는 메이저 프로그램에 나와서 고향어로 노래를 부르는 감회가 새롭지 않을까 싶다. 다음에 시간나면 더 듣는 재미가 있는 또 다른 노래 하나 더 들고 오겠음.

가사는 프로그램 자막에 달려있는 보통화 자막을 중역함. 발번역 죄송합니다, 지적은 언제나 환영. 보통화 혹은 객가어 구사하시는 분들을 위해 객가어 음차 가사, 보통화 번역 가사도 모두 달아둡니다.
객가어 음차 / 보통화 가사/번역 / 보통화-한국어 중역

<북풍> (北风)

思想起 烦恼入梦里
생각이 일어나 걱정이 되어 공상으로 잦아든다
身心较小而努力
몸과 마음은 작지만 노력은 한다
北风起 寒冷入夜里
북풍이 불어와 냉기가 밤속으로 잦아든다
行走要需要勇气
걸어 나아가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

市场路 北门路市场北门路
시장 북문길
行稳去扶着自行车行走叮叮咚叮
자전거를 잡고 걸어가네, 딩딩동딩
清早做 端滚几一大清早天没亮起床 把小吃
어느 이른 새벽, 빛도 없는데 침대에서 일어나 간식거리를 쪄내니
争够入哧 人人想吃 (香味引诱路人想吃
향긋한 냄새가 길가는 사람들을 유혹해 입맛을 돋군다

望唔到哦 望唔到哦 (看不到呀 看不到出路
보이지 않는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卖油果 卖叶板哦
유과*를 팔고 엽반**을 판다네
望唔到哦 望唔到哦 (看不到呀 看不到出路
보이지 않는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卖油果 卖叶板哦
유과*를 팔고 엽반**을 판다네

市场路 北门路市场北门路
시장 북문길
行稳去扶着自行车行走叮叮咚叮
자전거를 잡고 걸어가네, 딩딩동딩
清早做 端滚几一大清早天没亮起床 把小吃
어느 이른 새벽, 빛도 없는데 침대에서 일어나 간식거리를 쪄내니
争够入哧 人人想吃 (香味引诱路人想吃
향긋한 냄새가 길가는 사람들을 유혹해 입맛을 돋군다

做事
일을 한다네
定外翻身定会翻身), 定外翻身定会翻身
[처지가] 더 나아질 것이야, 더 나아질 것이야
做事
일을 한다네
囊来翻身真的会翻身吗
정말로 나아질 수 있을까

市场路 北门路市场北门路
시장 북문길
行稳去扶着自行车行走叮叮咚叮
자전거를 잡고 걸어가네, 딩딩동딩
四叔婆 阿伯公 阿太太爷***
넷째 시숙모, 아저씨,  할머니 할아버지***
人人想吃
모두들 먹고 싶어하네

做事
일을 한다네
定外翻身定会翻身), 定外翻身定会翻身
[처지가] 더 나아질 것이야, 더 나아질 것이야
做事
일을 한다네
囊来翻身真的会翻身吗
정말로 나아질 수 있을까

* 유과 (油果): 동그란 튀긴 빵의 일종으로, 객가인들의 간식거리다. 도나쓰 생각하면 얼추 맞음.
** 엽반 (叶板): 모시풀과 찹쌀가루를 이용해 속을 넣고 쪄낸 납작한 떡 같은 음식으로 역시 객가인들의 간식거리다. 아주 간혹 홍콩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내 기억에 주로 좀 외진 곳에서 할머니들이 만들어서 내다 파는 것을 봤던 것 같다. (람마섬, 란타우 등에서 본적 있음.)
*** 阿太太爷: 객가어 호칭 체계를 알지도 못하고 검색을 해도 안 나와서 그냥 할아버지 할머니라고 번역했다... 阿伯公은 연배가 좀 많은 아저씨(老先生)에 해당하는 호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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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구르 음악] 알리푸(阿力普) - 미라지한 (米拉吉汗, Mirajihan)

한줄 요약: 라디오를 듣다가 어느 노래에 꽂혔는데, 진짜 역대급으로 힘들게 찾아냄. 그래서 사설이 길다.

본문삽입한 유툽 비디오가 뜨지 않는 것 같아서 별개로 링크 달아둠:
알리푸 미라지한 (어쿠스틱 버전): https://www.youtube.com/watch?v=6IF4R3G0eUI
알리푸 미라지한 공식 MV: https://www.youtube.com/watch?v=--3SSRq-KKc

 

알리푸(阿力普)의 미라지한(米拉吉汗) (어쿠스틱 버전) https://www.youtube.com/watch?v=6IF4R3G0eUI

자취 생활이 길었기 때문일까, 삶의 공간에 소리가 없으면 좀체 견디기가 힘들다. 그래서 방구석에 앉아 있으면 끊임없이 음악이나 라디오를 튼다. 최근 몇 달 간 가장 좋아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은 홍콩 라디오 RTHK-2 채널이 현지 시각 일요일 새벽에 송출하는 음악 프로그램이다. 홈페이지에서도 들을 수 있고 각종 라디오 앱으로도 쉽게 들을 수 있는데, 한밤 중의 프로그램 답게 차분하거나 듣기만 해도 기분 좋은 노래들을 많이 틀어주기도 하고, 한국에서 좀체 접하기 어려운 노래들을 배울 수 있어서 무척 즐겁게 듣고 있다. 게다가 시차 덕분에 북미에 있을 때엔 일요일 아침을 내가 좋아하는 노래로 시작할 수 있어서 참 좋다. (RTHK 홈페이지에 가면 재방송 청취도 가능하다: https://www.rthk.hk/radio/radio2/programme/keepuco)

그런데 어제 노래를 한창 듣고 있는데 완전 취향 저격의 노래가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도대체 무슨 나라 말인지 조차 분간이 안 가는 가사였다. 보통 RTHK 채널에서 나오는 노래들은 광동어, 보통화, 영어, 한국어, 일본어 정도기 때문에 DJ 의 멘트를 못알아들어도 적당히 가사를 검색하는 방법으로 노래를 알아낼 수 있는데, 이 노래만은 정말 예외였다. 몇 번이고 돌려들어도 어느 노래인지 감조차 오지 않았다. 심지어 러시아어인가 싶어서 러시아어를 하는 친구에게 클립까지 보내줬는데 러시아어가 아니라는 확답을 받았다. DJ가 가수의 이름을 말하긴 했는데, 애초에 광동어로 외국어 이름을 말하는 거라서 엄청 까마득했다. 구글 번역기도 무슨 언어인지 알려주지 않았고, 샤잠이나 사운드하운드에서도 검색을 못하는 것이었다. 어쩌지, 홍콩 친구들에게 좀 들어봐달라고 해야하나, 라디오 채널에 문의를 넣어야 하나.. 별 생각을 다했다. 그 정도로 세게 꽂혔는데...

에라 모르겠다 하고 한 번만 더 잘 들어보자 하면서 라디오 채널 홈페이지에 올라온 녹음본을 다시 듣는데, 마지막에 노래가 끝나기 전에 DJ가 광동어로 멘트를 치는 것이다. 혹시 힌트가 있을까 해서 사전을 동원하고 최선을 다해서 들어보니... 알고보니 신장 위구르 출신의 가수였다! 아... 위구르어였구나... 그럼 당연히 검색이 될리가 없지. 정신을 바짝 가다듬고 멘트를 듣고 있으니 신장의 가수라며 잘생겼다, 찾아볼 사람은 이러이러한 글자를 검색해보라면서 가수 이름 쓰는 법을 불러주는 것이었다. 광동어 어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내게는 진짜 어려웠는데, 그래도 용케 찾아냈다! 바로 알리푸(阿力普)라는 가수로, 주로 인디 쪽에서 활동하는 것 같다. 대부분의 노래들은 보통화로 부르는 듯하며, 대만에서도 활동하는 것 같기도 하고... 무려 터키를 다녀온 영상도 봤지만 대륙 쪽 활동 영상들이 많이 보여서 뭐가 뭔지 잘 모르겠음.

출처: 알리푸 페이스북 (https://zh-tw.facebook.com/%E9%98%BF%E5%8A%9B%E6%99%AE-575098499503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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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지한은 신장 지역 위구르족의 전통 민요 중 하나다. 알리푸의 어쿠스틱 버전 외에도 수많은 버전들이 존재하며, 유투브에 "Mirajihan"이라고 검색하면 여러 가지를 볼 수 있다. 전체 가사 번역은 뒤지고 뒤져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다만 어느 모녀에 대한 이야기인데, 딸의 이름이 미라지한이라고 하며, 어머니가 딸을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을 표현한 노래라는 설명을 접했다. 딸이 시집을 간 건지, 죽은 건지, 여행을 떠난건지는 전혀 모르겠다. 추측컨대 아마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할 여지들이 있지 않나 싶다. 

어쨌든 내가 구할 수 있는 가사라곤 알리푸 미라지한에 등장하는 중국어 해석 버전 밖에 없어서... 그거라도 해석해서 올려본다. 난 어쿠스틱 버전에 꽂히긴 했지만 알리푸의 뮤비 버전도 꽤나 인상적이고 음악의 결이 또 미묘하게 다른 느낌이 나서 같이 링크를 올려본다. 가사는 이 뮤비를 참고해서 작성함.

밑의 뮤비는 위구르어 가사 번역은 무딩(穆丁)이 작성했고, 크레딧을 보아하니 촬영 장소는 카스인 것으로 보인다. 무딩이라는 이름 역시 위구르어 이름의 음차일 가능성이 높... 촬영 회사 자체가 베이징 회사라서 약간 놀랐다. 이런 영상이 2017년의 중국 대륙에서 나왔다고?! 하지만 자막은 또 번체라서 혼돈 그 자체. 한참 전세계가 신장 위구르족 탄압에 대해서 난리를 치던 시기에 중국 관영 통신에서 신장 음악가들로 영상 만든 곳에 나오기도 해서... 아 모르겠다. 다른 건 모르겠고 일단 노래가 좋음. 역시 돌고돌아 클래식(?!)으로 가는 이유가 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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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푸 미라지한 공식 MV ( https://www.youtube.com/watch?v=--3SSRq-KKc)

미라지한 - 알리푸
(중국어 중역본)

너는 이렇게 가버리는 거니
나를 여기에 홀로 남겨두고
아, 나의 미라지한이여
내 마음은 떨고 있네
너는 그리도 너 스스로만을 생각하는구나
아, 나의 미라지한이여
나는 울음을 멈추지 않는 검은머리방울새와도 같아
목소리가 갈라져 잘 울지도 못하는구나
아, 나의 미라지한이여
다가오는 그림자도 너가 아니구나
나의 검은 눈이 빠지도록 바라보지만
아, 나의 미라지한이여

종다리야 어디 있느냐
뻐꾸기야 어디 있느냐
내가 사랑하는 이여 어디 있는가
다시 그대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아, 나의 미라지한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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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라피네 (Marco Raffine) 72색 색연필 사용기 + 색 명칭 일람

얼마 전에 타오바오에서 충동적으로 마르코 라피네(Marco Raffine) 72색 색연필을 주문해봤다. 

할인 쿠폰 먹여서 한 85위안 주고 샀으니까 한화로 약 14000원 쯤 되겠다. 

그리고 도착해서 며칠 써봤다. 그림 그리는 것 자체가 한 몇 년 만인 것 같기도 하고, 학창시절 이후로는 특별히 미술 도구 같은 걸 살 일이 없었던지라 다른 색연필과 비교하거나 할 처지는 못된다. 

아, 한 4-5년 전에 프리즈마 색연필 24색짜리인가를 사본 적이 있긴 한데, 사놓고 감 하나 그려본 후 다시는 꺼내지 않았던 것 같다. 

색연필로 그림 그리는 것도 딱히 배워본 적이 없어서 전문적인 코멘트는 못한다. 

그림이 작아서 죄송합니다. 귀찮아서 그냥 타오바오 구매평에 올린 그림 재활용.



장점:

- 미친 듯한 가성비. 15000원도 안되는 가격에 72색이면 솔직히 그냥 문방구에서 아무 색연필이나 주워도 값 차이 크게 나지 않을 것 같다. 

- 싼 값 치고는 퀄리티가 그렇게 형편없거나 하지 않다. 내 먼 기억에 정말 싸구려 색연필은 안에 나무질이 매우 좋지 못해 깎을 때 애로사항이 꽃피는데, 라피네는 잘 깎이는 편이고 안의 나무질도 제법 고른 편이었다. 심도 그럭저럭 단단한 편이라 깎을 때 엄청 쩍쩍 갈라지고 그러지는 않는다. 최상급의 색연필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본은 한다. 

- (중국 국내 한정) 상하이 마르코(马可) 회사의 공식 타오바오/티엔마오 페이지에서 구매했는데, 포장이 아주 튼튼하게 잘 되어서 왔다. 라피네 심 자체가 좀 단단한 편이긴 한데, 한 자루도 부서지지 않고 잘 담겨져 왔다. 심지어 틴케이스 아니고 종이 케이스였음. 

- 배송 빠른 편. 주문 넣으면 제법 빨리 배송을 시작하는 편이다. 

-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가성비. 아래에 서술할 단점들을 모두 상쇄시키는 것이 이 색연필의 미친 가성비다. 


단점: 

- 다른 색연필 안 써봐서 잘 모르겠지만, 색이 그렇게 잘 올라가는 편은 아니다. 어두운 색 위에 밝은 색 올리는 건 애초 글렀기 때문에 잘 계획해서 색칠해야 한다. 

- 색 섞이는 건 그저 그런 편이다. 나는 주로 흰색, 하늘색, 살구색, 연회색 따위의 색연필로 죽어라 뭉개서 색칠했는데, 면적 넓으면 답없다. 블렌더나 솔벤트라도 들여볼까 생각했는데, 중국에서 블렌더 색연필은 값이 좀 비싸기도 하고, 이 취미가 얼마나 갈지 솔직히 자신도 없고 해서 그냥 말았다. 언젠가 색연필 한 통 다 쓸 날이 오면 그 때 다시 생각해보는 것으로...

- 색깔 별로 발색에 편차가 좀 있는 편이다. 어떤 색은 아주 잘 칠해지는데, 어떤 색들은 색깔이 충분히 나오지 않아서 힘 빡주고 몇 번이고 덧칠을 해야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색 올리는 게 그리 쉽지는 않기 때문에, 발색 상태가 별로 안 좋은 색으로 칠하다 보면 정말 화가 난다. 위의 그림에서도 배경 칠하다가 진짜 입에서 욕 나왔다. 계속 덧칠하다보니 종이 다 밀리고 난리도 아니었다. (548번 너 이 놈... )

- 색이름이 나와 있지 않아서 번호를 찾아봐야 한다. 적응하면 할 만한데, 자꾸 칠했던 색깔의 번호를 까먹는 게 흠. 어느 색연필이나 다 비슷할 것 같긴 한데, 색연필에 표기된 색깔과 실제 색깔 편차가 크므로 반드시 색상표를 만들어서 사용하는 게 좋다. 



기타사항:

- 색연필 심이 단단한 편이기 때문에 종이는 두꺼운 걸 쓰는 게 속이 편하다. 종이가 종류가 있다는 생각 자체를 못해서 처음에는 그냥 타오바오에서 가장 싼 소묘지를 사서 썼다. (지금 보니 120gsm이라고 나와있다.) 근데 종이가 얇다보니 칠하다가 종이 찢어질까봐 쫄았다. 위의 그림에서도 닉의 왼쪽 눈 옆을 보면 찍힌 자국이 있다. 색은 안 올라가고, 칠은 해야겠고 해서 힘을 빡 줬더니 종이가 눌렸다... 결국 다시 타오바오에서 160gsm짜리 도화지 제일 싼 거 사서 썼는데, 120gsm 소묘지 쓸 때 보다 훠얼씬 마음이 편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중국산 도화지는 값 차이도 얼마 안 나는데 아예 더 두꺼운 종이를 사볼 걸 그랬다. 

- 색연필 색상에 번호가 붙어 있는데, 쓰다보니 너무 헷갈려서 이름표를 만들어봤다. 타오바오 페이지에 올라와있는 중국어 색상표를 참조해서 대충 번역하거나, 번역에 애로사항이 꽃피는 이름들은 적당히 갖다 붙였다. 특히 갈색 계열 이름은 번역도 마땅찮아서 대충 짓다가 머리 터지는 줄.... 일부는 영어도 내가 마음대로 지었다... 참고로 마르코 라피네와 르누아르는 색의 이름이 1:1로 대응되지 않는 모양. 

- 종이 케이스가 틴 케이스보다 값이 많이 싼 편인데, 추가로 연필통이나 연필케이스 같은 거 하나 구입하는 걸 추천한다. 난 20위안 주고 파버카스텔 색연필 케이스 샀는데, 65색만 꽂힌다는 점 빼고는 아주 만족 중. 80개 꽂히는 걸 샀어야 하는데...

- 타오바오에서 라피네 72색, 혹은 르누아르 라인을 살 경우 한 5-7원만 더하면 소묘용 라피네 연필 (2B, 4B, 6B, 8B), 지우개, 소묘할 때 문때는 종이, 칼, 작은 필통 등이 따라온다. 도화지도 따라오는데 접어서 오므로 무용지물... 참고로 연필 역시 라피네와 르누아르로 갈린다. 


마르코 라피네 색연필 색 명칭표: 

번호 

영문명 

한글명 

번호 

영문명 

한글명 

501

 White

하양 

502 

Desert Yellow 

모래색 

 503 

 Lemon Yellow

레몬노랑 

504 

Yellow 

노랑 

505

Chrome Yellow 

크롬노랑
(바나나색)

506 

Orange 

오렌지 

 507 

Tangerine 

귤색 

508 

Vermilion 

주홍 

509

Light Red 

연홍 

510 

Red 

빨강 

511

Geranium Red 

제라늄 

512 

Carmine 

담홍색 

513

Dark Pink 

진분홍 

514 

Rose 

장미색 

515

Coral Red 

코랄레드 

516 

Pink 

분홍 

517

Salmon 

연어 

518 

Apricot 

살구색 

519

Light Apricot 

옅은 살구색 

520 

Cream Ivory 

미색 

521

Light Purple 

연보라

522 

Lilac 

라일락 

523

Hydrangeas Pink 

분홍수국색 

524 

Red Purple 

자홍 

525

Deep Red Violet 

진자홍 

526 

Red Violet 

 제비꽃색

526

Violet 

바이오렛 

528 

Purple 

보라

529

Prussian Blue 

프러시안 블루

530 

Ultramarine 

군청

531

Cobalt Blue 

코발트 블루 

532 

Light Turquoise 

밝은 터키옥 

533

Blue 

파랑 

534 

Kingfisher Blue 

파란 물총새색 

535

Light Blue 

연파랑 

536 

Green Blue 

청록색

537

Sky Blue 

하늘색 

538 

Turquoise

터키옥색 

539

Emerald 

에메랄드 녹색

540 

Brilliant Green

밝은 녹색

541

Peppermint 

박하/페퍼민트

542 

Bottle Green

암녹색/
사이다병색

543

Grass Green 

풀색

544 

Olive Green 

올리브색 

545

Jade Green 

비취색 

546 

Green 

녹색 

547

Sea Green 

바다녹색 

548 

Moss Green 

이끼색 

549

Yellow Green 

황록색 

550 

Lime Green 

라임색 

551

Mustard Green 

겨자색 

552 

Yellow Brown 

연황갈색 

553

Burnt Ochre 

황토색 

554 

Light Ochre 

연황토색 

555

Brown Ochre 

흙색 

556 

Sienna 

황갈색/시에나 

557

Burnt Brown 

카라멜색 

558 

Brown 

갈색 

559

Red Brown 

적갈색/와인

560 

Brick 

벽돌색 

561

Chocolate 

초콜렛 

562 

Chestnut 

밤색 

563

Dark Brown 

암갈색 

564 

Light Grey 

연회색 

565

Silver Grey 

은회색 

566 

Warm Grey 

웜그레이 

567

Blue Grey 

청회색 

568 

Grey 

회색 

569

Dark Blue Grey 

진청회색 

570 

Black 

검정 

571

Gold 

금색 

572 

Silver 

은색 


 - 번역할 적 중국어 이름을 우선시 했고, 중국어 이름을 직역하는 게 영 마땅찮은 경우 르누아르 색연필의 영어 이름을 참고했으며, 이도저도 아니다 싶으면 그냥 적당히 창작했다.  
 - 갈색 계열은 죄다 무슨 시에나 황토 오커 이런 이름들이고, 녹색 계열은 죄다 비취 옥 터키석 (다들 그게 그거 아닌가...) 이런 이름들이었는데, 뭐가 뭔지 잘 몰라서 그냥 적당히 갖다 붙였다. 524~527 바이올렛 계열도 마찬가지. 
 - 중국의 밤은 자색 고구마색인가보다... (562번) 우리가 생각하는 밤색 아님.
 - 561의 초콜렛은 무슨 99% 카카오쯤 되는 것 같다...
 - 분홍 계열 중 한 2-3개에 각종 피부색 이름(피부색, 얼굴피부색 뭐 이런 식으로...)이 붙어 있었는데 좀 아닌 것도 같고 무슨 소린지도 모르겠어서 다 적당히 갈아치웠다. 하지만 520는 원래 미색임. 520보단 519나 502가 미색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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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동성 샨터우 (汕头)

작년 연말, 비오는 밤 홍콩 센트럴을 헤매고 다니는데 매우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았고 그렇게 급하게 샨터우(汕头)에 다녀왔다. 

홍콩서 국경을 넘어 선전으로 들어가 선전베이(深圳北)역에서 차오저우(潮州)행 고속철도를 탔다. 샨터우 역은 아직 공사 중이라 이용은 불가능하고, 차오저우 역으로 가서 1시간 정도 걸리는 10위안 짜리 버스를 타면 샨터우 시내까지 들어갈 수 있다. 버스 타고 오가면서 발견한 특이한 점. 버스 방송은 기본적으로 보통화인데, 종점에 도착하면 차오샨말도 같이 나온다. 원래 차오저우랑 샨터우 쪽 지역 사람들이 자기 고장에 대한 자부심도 엄청 세서 심지어 차오산말로 만든 영화도 있다고 한다. 영화적으로 굉장히 엉망인 작품이라며 현지인 친구가 매우 깠다. 


남쪽에서 기차를 타면 저렇게 착착 지어져있는 집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차오저우 깡촌 가보니까 막상 정말 오래된 가옥들은 저렇게 질서 있게 지어두지 않았던데...
개혁개방 시기에 새로 지은 집들인가?
아님 70년대 도시에 신촌(新村) 지을 때 시골에 저렇게 지은 것인가...
누가 좀 가르쳐주세요.... 


차오저우 역은 생각보다 볼 것도 없고 할 것도 없다. 전에 왔을 적 같이 온 친구가 늦잠을 자는 바람에 기차를 놓쳤고, 그 바람에 차오저우 역에서 2시간 기다려봤는데 진짜 앉을 곳도 없고 갈 곳도 없었음.
중국 기차역들은 표 없으면 못 들어가게 하기 때문에 대합실 이용도 안 된다 ㅂㄷㅂㄷ
역이 작기 때문에 오고가는 기차들도 대부분 광동과 복건성 기차들이다.
그 와중에도 홍콩 가우롱까지 가는 기차가 있긴 하네...
그나저나 선전베이에서 상하이 홍차오까지 가는 저 열차는 몇 시간 짜리 열차일까...


샨터우 시내, 항구쪽을 거닐어봤다. 
승객을 실어나르는 항구는 아니고 수산물들이 오가는 항구인 것 같다. 
이쪽 바다는 심해가 아니기 때문에 큰 배가 진입이 되질 않는다. 
건물들 뒤로 큰 다리가 보이는데, 저 다리엔 말이야... 슬픈 전설이 깃들어 있어...




조금 걷다보니 몇 년 전 새로 생겼다는 시디공원(西堤公园)이 나온다. 

나름 바다스러운 배들도 보이지만 어쩄거나 여긴 다 수심이 얕은 편이다. 




이 시디 공원에 생각지도 못한 화려한 전시가 설치되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해외로 나간 화교들이 고향에 써 보낸 편지들을 전시해둔 것이다.
이렇게 화교들이 해외에서 보내온 서신들을 차오샨 말로 "꼐포이"(뭐 그런 발음이었음) 라고 한다.
이를 보통화로는 "桥批"라고 표기하긴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르는 단어다.
아무튼 이 서신들을 기념하는 공원이었다! 화면 위로 물이 흐르는데, 꽤나 잘 해뒀음.


그래서 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Memory of the World)로 등록도 해둠ㅋ


슬픈 전설이 있는 다리 밑 쪽으로 가면 화교들이 진출한 각지의 지명들과 이들까지의 거리가 해리(海里)로 표기 되어있다. 필리핀 마닐라가 627해리로 의외로 제일 가깝고 버마 양곤이 가장 먼 것으로 나온다.
육로나 상공으로 이동하는 게 아니라 바다로 이동하는 거리라서 그런 것 같다.

아, 그리고 다리의 슬픈 전설은 별 건 아니고 리카싱과 관련된 이야기다. 
홍콩의 리카싱 역시 차오샨 출신 화교인데지라 샨터우 곳곳에는 리카싱이 투자한 건물, 설비 등이 제법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이 샨터우 대학교고, 샨터우의 가장 큰 병원도 현지에서는 리카싱 병원으로 통한다.
이 다리 옆에는 다른 다리가 하나 더 있는데, 그 다리 역시 리카싱이 투자한 다리라서 "리카싱 다리"라고 불린다고 한다. 당시 리카싱 다리가 개통했을 무렵, 샨터우 시정부와 리카싱은 일종의 딜을 했다고 한다. 리카싱이 다리 건설을 전액 지원하는 대신, 수익 보장 (다리 통행세) 차원에서 향후 X년간은 해협을 건너는 다리를 짓지 않기로 했단다. 하지만 불과 1년 뒤 샨터우 시에서는 위 사진에 나오는 다리를 지어 버렸고, 그 뒤로 리카싱을 비롯한 해외의 화교들과 샨터우 시의 관계가 매우 미묘해졌다는 후문. 그래서 리카싱도 학교와 의료 외에는 큰 투자를 안한다고 얘기를 들은 바 있다. 


공원 담 쪽으로 가면 사당도 하나 있는데 이 사당에서 모시는 신을 세보았더니 한 20 명 쯤 되는 것 같았다. 사당의 현판에는 천후궁(天后宫)이라고 해놓고 정작 틴하우(天后)/마주(妈祖)는 찾지 못했음...



샨터우는 폐쇄적인 동네라고들 많이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에서 가장 먼저 개항한 항구도시 중 하나다. 아편 전쟁으로 인해 당시 청나라는 서방과 여러 개의 불평등한  조약을 맺게 되는데, 그 중 하나인 티엔진 조약의 조건으로 11개의 항구를 열면서 1860년에 샨터우 항구가 개항되었다. 샨터우는 이때부터 급속도로 개발된다. 그리고 1979년, 선전, 샤먼, 주하이와 함께 최초의 경제특구로 지정되지만 제일 망한 곳이 샨터우라는 게 중론.

아무튼 일찍이 개항한 영향으로 인해 샨터우 시내의 항구 주변에는 이러한 서양식 건물들을 정말 어어어엄청 많이 볼 수 있다. 그리고 시는 이들을 어떻게든 관광자원화 하려고 겉에 폭풍 보수 공사를 하고 있다.  주로 정말 큰 길가에 보이는 부분만 새로 색칠하고 조명을 창 안 쪽이 아닌 창문 *바깥*에다 설치해서 밝히는 식이다. 참고로 페인트 색깔이나 칠 퀄리티는 거리마다 매우 들쑥날쑥한 느낌. 돈 많은 도시라면 진짜 예쁘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다 못해 샤먼 만큼만 되어도 진짜 멋질텐데...


대부분의 이 유럽풍 건물들은 거의 관리가 안 되어 있다. 원래는 돈 많은 사람들이 살던 곳이었는데 문화대혁명을 겪으면서 다 망했다고 함. 그래서 이제는 오도가도 못하는 사람들이 이곳에 많이들 산다는 얘기를 들었던 것 같다.
 많은 건물들에 안전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위험건물(危房)이라는 표기가 되어 있지만 안에 잘 살펴보면 사람들이 많이 들 살고 있다. 관리는 정말 안 되었지만 창틀이나 건물들 장식들, 조각들을 살펴보면 굉장히 정교하게 잘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규모 보수/개조 공사 중인데 공사하거나 말거나 사람들은 여전히 살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기도 했다.


건물 꼭대기에도 가건물을 세워 살마들이 살고 있다. 


장장 과거 100여년의 서로 다른 건물들이 한데들어있다. 오른쪽 뒤로 살짝 보이는 멋드러진 지붕을 가진 건물은 19세기에 개항한 후 지어진 유럽풍 건물이고, 앞쪽에 철판으로 만들어진 가건물 밑의 건물은 아마도 문혁 시절 건물일 것이다. 왼쪽의 아파트는 개혁개방과 함께 지어진 아파트들이고, 그 뒤로 보이는 고층 건물들은 2000년대 이후 지어진 고층 아파트. 


유럽풍 건물들의 개조 보수가 매우 들쭉날쭉하고 정말 바깥만 칠한다고 했는데,
이 사진을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보통 중국의 작은 도시로 가면 외국인이 주숙 가능한 숙소의 수가 제한되어 있어서 무척 스트레스를 받을 공산이 크다. 하지만 샨터우는 나름 경제특구였고 수많은 화교들의 고향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시 전체에 널리고 널린 게 외국인들 투숙가능한 숙소들이다. 
숙소들 리뷰를 보면 주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서 온 투숙객들의 리뷰를 많이 볼 수 있다. 

그리고 차에 미친 고향답게 호텔 방에도 다구 풀셋트와 티백들이 준비되어 있다ㅋ 
근데 티백들 대홍포 이런 거던데, 마시면 엄청 비쌀 것 같아서 손도 안 댐...
이 동네 사람들 진짜 차 어어어어ㅓㅓㅁ청 마셔댄다. 쉬지 않고 마심. 동네 구멍가게에도 찻잔 다 마련되어 있고 찻잎 박스 수준이 아니라 포대 수준으로 사두고 마시더라. 


호텔 입구의 전광판에 흘러가는 무지갯빛 화려한 글자는 다름 아닌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과 산터우정신 홍보 문구. 도대체 호텔에서까지 왜 이러는거니...



산터우에 간다고 하니까 다들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오라고 했다.
그래서 맛있는 거 많이 먹었는데 먹느라고 사진을 하나도 안 찍었고, 딱 한 장 찍은 게 바로 이 창펀(肠粉)이다. 미국 차이나타운 딤섬집의 창펀,부터 홍콩의 창펀, 광저우 얌차집의 붉은색 창펀, 차오저우 깡촌의 땅콩 소스 끼얹은 창펀까지 별별 창펀 다 먹어봐서 솔직히 별로 기대  안했는데

이건
내 인생 창펀이었다.
특히 가장 오른쪽의 소고기 창펀은 두고두고 기억날 맛이었다.
피도 정말 얇은 게 야들야들하고, 소고기와 채소도 실하게 들어있는데다가 소스까지 꿀맛!! 
위생상태는 답없는 식당이었지만 진짜 핵맛 꿀맛 요즘 말로 JMT이었다!!!
또 먹어볼 날이 오려나?! 


기승전창펀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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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절맞이 항저우(杭州) 다녀온 후기

10월 초, 국경절을 맞아 긴 휴일이 생겼다. 그래서 오랜만에 친구도 볼 겸 해서 항저우에 한 3일 정도 잠깐 다녀왔다. 

구구절절 쓰면 쓰는 나도 보는 사람도 지겨울테니 몇 가지 인상적이었던 것만 나열해봄. 


1. 국경절에 항저우 가는 것은 미친 짓임. 

특히 서호(西湖)와 영은사(灵隐寺)는 사람 뒤통수만 보다가 왔다. 

영은사 부지 입장구역 


영은사 경내


서호에서는 사진 찍을 엄두도 못냈고 시내에선 만차+교통 체증 때문에 버스를 탈 수가 없어서 무작정 걷기만 했다. 

그래서 서호 간 날 20 km 넘게 걸었다 ㅋ


2. 영은사는 입장료가 두 번임.


말 나온 김에 영은사 한 마디 더.

영은사 일대에는 무림산 비래봉, 연화봉 등 일부 구역, 영은촌, 영복사 등 여러 구역들이 포함되어 있다. 여기 입장할 때 입장료 한 번 내야함. 참고로 위의 사진이 영복사.

그리고 영은사 자체에 들어갈 때 또 별도로 입장료를 내야한다. 사람이 많았다, 절이 엄청 크다 등등 이외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영은사 입장티켓를 넣고 게이트를 통과하면 기계에서 "아미타불"이라고 말한다.... 

비래봉 (飞来峰), 연화봉(莲花峰) 등으로 오를 수 있는 계단이 있는데 항저우에서 이 계단들 오른 게 최대의 실수였다고 생각함. 길도 안 좋고 볼 것도 없는 와중에 낚여서 올라가는 관광객은 많다. 경치 그 딴 것도 없다. 그냥 볼 게 없음. 차라리 동네 뒷산 산책 가는 게 훨배 낫다. 


3. 중국식 자본주의 노답...

2년 전인가 항저우에서 G20 열렸을 적 장예모(짱이머우张艺谋)가 서호에 "인상서호"(印象西湖)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솔직히 말해 빛공해나 다름 없는 이 유료 불빛쇼를 위해 공연시각이 다가오면 해당 구역에 검은 천을 두른다. 

서호가 마냥 좁지도 않지만 상당히 요지에 검은 천을 둘러 다른 사람들은 물 구경 하지도 못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그것도 무슨 개인이 소유한 호수도 아니고 항저우의 랜드마크인 서호인데....

아주머니들 몇 명이 검은 천을 세우고 있는 작업반이랑 말다툼 하는 것도 보았다. 

이쯤 되니 장예모 꼴보기도 싫음. 



영은사 쪽에 위치한 서호 안쪽 호변을 갔는데 (지도를 보니 아마도 서리호西里湖 쪽은 것 같다) 사람은 없고 새는 많고 풀벌레 소리 낭랑하고 해지는 풍경은 멋져서 기분이 좋았다. 

다른 곳들은 사람이 너무 많음. 


4. 와이포지아 (外婆家) 처음 먹어봤다. 


중국여행 한국블로그에 보면 와이포지아 얘기가 꼭 나와있던데 사실 와이포지아(혹은 외할머니집 정도 됨...)는 항저우 요리 식당이다. 

서호변의 외할머니집....이 컨셉임. 

그래서 항저우에 도착하니 친구가 바로 와이포지아에 데려가줘서 난생 처음 말로만 듣던 와이포지아를 먹어봤다. 

가성비는 정말 독보적이긴 하더라. 우리는 달랑 두 명이라서 냉채(冷菜)를 포함해 요리 세 종류와 밥 두 그릇, 맥주 한 병만 시켰다. 

참고로 가운데에 있는 생선 튀김은 송슈위(松鼠鱼)라고 해서 직역하면 다람쥐...생선인데 비교적 잘 알려진 강소성 요리인 것 같다.

아마 생선살을 튀긴 모양이 다람쥐 털 같아서 그런 것 같다. 새콤달콤한 소스에 생선튀김인데 맛 없긴 좀 힘들지. 

가지는 그냥 무난하게 채소 하나 먹으려고 시켰고, 오른쪽은 산마(山药)에 계화꽃(桂花) 소스를 뿌린 것인데 시원하고 향긋해서 입맛 돋구기 좋다. 

항저우에 가니 도처에 계화꽃으로 만든 식품과 기념품들이 널려 있었고, 길에도 계화꽃이 잔뜩 펴있었다. 계화꽃 진짜 향그러움. 

음식이 아주 인상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일단 정말 싼 축에 속해서 만족. 다만 앱으로만 주문이 가능하다고 해서 좀 짜증났다. 항저우는 앱 주문만 가능한 곳이 지나치게 많다...


5. 항저우의 비밀주점...!

첫 날 밤, 친구와 맥주 한 잔을 하러 나섰다. 친구는 나를 데리고 웬 뒷골목으로 들어갔다. 어두컴컴한 뒷골목에 홀연하게 빛이 보이는 한 작은 건물이 있었는데, 그곳에는 킹오브파이터 97의 네오지오 오락기 한 대가 놓여있었다. 

친구가 오락기 앞에 섰다. 나는 반가움에 오락이나 한 판 하려는 걸까 하며 오락기로 다가갔다. 친구가 스타트 버튼을 누르자 오락기 오른쪽의 벽이 열리기 시작했다 (!) 벽 뒷쪽으로는 위로 향하는 계단이 하나 있을 뿐이었다. 주변을 둘러 봤지만 이 계단이 어디로 향하는지 그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았다. 건물 안 팎을 뒤져보아도 말이다. 

친구가 계단을 올랐고 나는 조금 긴장한 채 친구를 뒤따랐다. 

계단을 오르니 정말 멋진 바가 나왔다. 이 바에는 메뉴도 없어서 그날 그날 마시고 싶은 종류의 맛이나 음료 등을 주문하면 바텐더들이 뚝딱 하고 한 잔을 내어준다. 벽면에는 수백 병의 다양한 리큐어, 술 등이 도열해 있었고 우리가 자리잡은 좌석 옆 장식장에는 손님들이 킵해두고 간 듯한 여러 위스키가 늘어져 있었다. 

조금 이른 시간에 가서 그런지 꽤나 조용하고 분위기도 좋았다. 시간이 늦어지자 손님들이 한둘 늘어났고, 느지막한 시간에는 제법 만석이었던 것 같다.

아마 친구가 직접 데려온 게 아니면 영영 볼 일 없는 그런 술집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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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겐 하이브리드 할드 (Skagen Hybrid Hald) 11개월 사용기

시계 유리에 기스가 어마어마하게 난 바람에 수리를 위해 검색하다 보니 이 시계에 대한 리뷰가 하나도 안 보여서 내가 해봄. 작년 12월 초인가 샀고 거의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차고 다녔다. 

https://www.skagen.com/en-us/hald-connected-leather-hybrid-smartwatch-skt1205

모델명은 Skagen Connected Hybrid Hald고 모델번호는 SKT1205, 무슨 슼 폰 같다. 스카겐 커넥티드(Connected)라고도 불린다. 당시에 할인가에 샀는데 정확히 얼마였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시계 크기나 두께가 영 감이 안와서, 또 이런 반쪽짜리 스마트워치가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서 주저주저 했던 기억이 난다. 

딴에는 리뷰 쓸 거라고 개봉샷도 찍어놨네...




뒤로는 아마 예전에 차던 카시오 시계인 듯. 스카겐 직전에 찾던 카시오는 이마트에서 산 만원짜리였는데 무난해서 괜찮았다. 


이것저것 기능이 많은 척 하고 있지만 사실 그렇게 많지는 않음.


나름 고급지게 포장되어서 왔다. 뒤에는 두꺼운 설명서와 품질보증서였던 것 같음. 


요렇게 생겼다. 시계줄이 실리콘 같이 나왔는데 가죽이다. 분명히 가죽인게, 무더운 여름에 차고 다녔더니 노답이었다...

일단 여성용으로 분류해두긴 했는데 손목 가는 편인 남성도 무난하게 쓸 수 있을 것 같다. 시계 사이즈는 40mm로 큰 편에 속한다. 두깨가 무려 10mm라서 스카겐답지 않게 상당히 두꺼운 편. 시계줄은 20mm짜리 표준사이즈로 줄갈이도 얼마든지 가능. 배터리는 CR2412로 얇은 원형 배터리를 쓰는데, 그냥 슈퍼가서 사면 한 1500원 2000원이면 살 수 있고, 경험상 짧게는 3개월 정도, 길게는 5-6개월 정도 버티는 것 같다. 포인트는 얼마나 자주 폰과 블투 연결을 해서 데이터를 받느냐인 것 같다. 2년 전세계 워런티인데 시계유리나 줄 등은 대상이 아니니 그냥 시계 자체에 문제가 생길 때 받는 것으로. (게다가 우편으로 부쳐야해서 귀찮음...) 

이 사용기를 검색해서 들어온 사람들이 궁금해만한 것들을 한 번 작성해본다. 당시 나도 궁금했거든...


1. 시계 두께는 어떤지, 무게는 어떤지, 시계 페이스가 너무 큰 건 아닌지? 

처음에 받았을 때엔 두께에 놀라긴 했다. 평범한 시계에서는 볼 수 없는 두께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사람은 적응의 동물인지 일단 차고다니니 별 생각이 들지 않는다. 실제로 시계가 예쁘다는 소리는 들어봤어도 (예전에 수업할 때 학생 하나가 유난히 이 시계를 마음에 들어함) 시계 두께 때문에 코멘트 받아본 적은 없으며, 무게도 두께에 비해 그다지 무겁지는 않다. 보통 이 시계가 스마트워치임을 눈치채는 포인트는 크게 1) 시계에 세 개나 달린 버튼 혹은 2) 시계바늘이 혼자 돌아가는 것을 목격한 경우였다. 별 생각 없이 살면 시계 무겁다!!라고 생각할 일은 없는 듯.

시계 페이스가 그렇게 작은 편이 아닌지라 손목이 정말 매우 가는 여자분이 차기에는 조금 애매한 부분이 있을 것도 같다. 참고로 내 손목은 가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까지 굵지도 않은 평범한 굵기의 손목...인 것 같다. 남자로 치면 약간 가는 편일 것 같다. 일단 차고 다니면 디자인이 그렇게 튀지 않기 때문에 생각만큼 눈에 띄지는 않으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아, 다만 버튼이 상당히 튀어나와 있어서 초반에는 가끔 손목 젖히다가 버튼을 누르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고, 아주 간혹 부피가 크고 무거운 짐 같은 거 들고 다닐 때엔 시계의 두께가 느껴지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그래서 격한 노동을 해야할 때엔 꼭 빼고 다님. 

다만 평소 시계차는 습관이 없는 사람이 갑자기 이 시계로 시작하면 손목이 조금 무겁다고 느낄 수는 있을 것 같다. 

전신샷 그런 건 좀 거시기하고 시계 착샷 크롭해서 올려봄. 실제로 내가 차고 다니던 사진들 크롭한 것들이다. 보통 내가 내 카메로 내 자신을 찍을 일이 없어서 사진이 그리 많지는 않은데 그래도 대충 시계나온 것들 엄선해봤다. 참고로 팔에 걸린 분홍끈 파란끈은 머리끈이다. 


워터마크 빡세게 박아서 좀 그렇긴 한데 사진 보면 대충 크기는 감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알리 타오바오에서 물건 사다보면 별별 사진 영상들 다 퍼와서 자기네들 꺼인 척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된다... 이렇게라도 워터마크 박지 않으면 이런 착샷들은 펌질 당하기 딱 좋고, 펌질 당해도 그냥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음... 

사진에서 보듯이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두께가 그렇게 튀지는 않는다. 대충 어떤 느낌인지 도움이 되려나. 


2. 하이브리드 스마트시계의 용도

사실 하이브리드 스마트시계라고 하는데 그냥 시계라고 생각하고 산다. 이 시계는 스카겐 커넥티드라는 앱을 사용해서 몇 가지 기능을 설정하고 열람할 수 있는데, 크게 다음 정도의 기능이 있다. 

- 걸음수 측정기 

- 수면시간 측정기

- 물 마시기 혹은 운동 목표 측정기

- 버튼에 기능 설정하여 사용하기: 앱 알림, 음악제어, 듀얼타임존, 사진 촬영, 폰 찾기 등

- 배터리 정보 조회 (대략적인 잔량, 모델명 등) 

앱과는 블루투스로 연결하며, 측정된 걸음 수 및 수편시간을 앱에 업데이트 하려면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어야하고 GPS도 켜져 있어야 한다. 블루투스 연결 자체가 시계 배터리를 많이 먹는 것 같진 않은데, 이 업데이트가 엄청 배터리를 먹는 것 같다. 그래서 잘 업데이트 안함.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내가 쓰는 기능은 가끔 걸음수 측정 (V20에서도 자동측정해주는데 걸음수에서 아주 드라마틱한 차이는 나지 않는다), 폰 찾는 버튼, 앱 알림 정도다. 예전엔 음악제어도 썼는데 이것도 약간 골치 아픈 점이 있어서 때려치웠다. 

앱 알림을 설정하게 되면 최대 4개인가 6개인가까지 설정된 앱에 알림이 올 때마다 시계가 진동을 한다. 진동은 미약한 편이지만 그래도 아주 정신 팔고 있는 게 아니면 대충 느껴지는 정도다. 안 느껴질 때도 있긴 함. 원래는 카톡이랑 위챗 같은 것들 설정해놨었는데 너무 자주 오는 것도 귀찮고 그래서 그냥 이메일만 설정해뒀다. 이메일도 이미 많음. 어차피 폰에 블루투스 연결해둬야 알림이 오니까. 배터리 잔량은 그냥 간단하게 초록색-황색-빨간색 정도로 체크가 가능한데, 빨갛게 되면 뭐 대충 배터리 갈 준비를 하면 된다. 

버튼에 설정한 기능 중에 사진 촬영은 무슨 스파이를 연상하지만 사실 거의 쓸 일은 없는 것 같다. 멀리서 찍거나 하는 건 타이머가 차라리 낫다. 음악제어의 경우 잘 쓰면 괜찮을 수도 있지만, 버튼 한 개에 할당할 수 있는 것은 한 기능 (예컨대 음악재생/볼륨업/볼륨다운 등) 밖에 없고, 또 기본 음악앱에서만 사용가능하다. 멜론 등으로 스트리밍해 듣는다면 재생 등은 크게 의미가 없지 않나 싶다. 

그나마 꿀기능은 폰찾기 알림이다. "전화걸기"라고 되어 있는데 이 기능은 사실 폰에다가 알람을 걸어줘서 소리가 나게 하는 기능이다. 맨날 폰 어디있는지 잘 찾지 못하는 내게는 나름 유용한 기능.

사실 이 시게를 쓰면서 가장 만족하는 기능은 여행할 때 시계 조절이 폰에 맞춰서 알아서 된다는 점이다. 여행지나 출장지에 도착해서 시계 바늘 돌리는 것도 나름 운치가 있지만 이것도 한 두 번이지, 한 쪽으로만 돌아가는데 11시간 돌려야 하고 그러면 사람 미친다. 하지만 폰만 있다면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시계가 알아서 시간을 맞춰줘서 참 편하다. 출장이 잦거나 이동이 잦은 사람에게 좋을 것 같다. 

스카겐 하이브리드 라인은 다 같은 앱을 쓰고 기능도 대동소이하니 다른 블로그들 찾아보면 자세한 앱 후기 찾아볼 수 있다. 


3. 결론

결론적으로 "스마트"한 시계가 아닌 그냥 시계를 산다는 마음으로 사야 만족도가 높은 것 같다. 손목시계를 샀는데 뭔가 기능이 한 두 개 더 붙어있네? 뭐 딱 이 정도 느낌. 

시계줄이 20mm 규격이고 무난한 디자인이라 줄질하기도 좋은 듯. 

결론적으로 난 할인 때 싸게 잘 산 것 같고, 잘 차고 다닌다. 간단한 생활방수 정도는 되니까 그냥 평소 다른 시계 차고 다니듯 있는 듯 없는 듯 하게 잘 차고 다니고 있다. 두께나 크기 등에서 스포츠시계 찬 느낌이긴 한데, 그래도 스포츠시계는 아니라서 험한 환경에서는 좀 걱정되는 면이 있긴 하다.

아닌 게 아니라 얼마 전 몽골 여행 갔을 때, 멍청하게 모래 바람 엄청 날리는 사구에 시계 차고 갔다가 시계유리 다 갈고 왔다. 기스가 어마어마한데 수리할만한 곳도 딱히 못찾겠고 자가수리하다가 방수 안될 까봐 겁나서 기스난 대로 그대로 쓰고 있음. 최근엔 싸구려 나토밴드 하나 구해서 갈아끼웠는데 무난한 디자인 덕분에 얼추 다 어울리는 것 같다. 



그나저나 기스 엄청 난 이 시계유리를 어쩌면 좋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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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에서 기타와 우쿨렐레 산 후기

일단 지난 몇 년 간 나의 생활 베이스는 미국이었지만, 당분간 중국에 거주하게 된 만큼 그간 살림을 새로 마련하고 있었다. 미국에서는 장기간 거주해야하니 꼼꼼하게 따져가며 조금 비싸더라도 성능이 괜찮고 튼튼한 물건들을 골라왔다면, 이곳 중국에서는 가급적 싼 물건을 사서 되팔거나 나누거나 버리고 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서 생필품의 영역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가급적 물건 구매를 지양하고 있었다. 

하지만 스트레스라든가, 삶의 낙을 되찾겠다는 이유 등으로 슬그머니 물건을 하나, 두 개씩 추가해왔다. (얼마 전 가계부를 쓰다가 놀랐다.) 미국에 처음 갔을 적, 사고 싶은 것 무엇 하나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고, 다른 나라에서 좀체 구할 수 없는 물건들도 어렵잖게 사쓸 수 있으며, 또 다들 아무렇지 않게 사서 쓰다 버리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랐었다. 중국에 오니 미국과는 조금 다른 의미로 놀라웠다. 과연 세계의 공장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중국에는 정말 별별 물건들이 다 존재한다. 이곳 역시 돈만 있으면 못 구할 것이 없지만, 자본이 조금 적어도 온갖 것들을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마 미국과 차이가 발생하는 게 아닌가 싶다. 생각보다 싼 금액으로 아주 튼튼하지는 않더라도 그럴듯한 물건들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내게 너른 공간과 약간의 돈, 그리고 알리의 타오바오 계정만 준다면 몇 주 안에 제법 근사해보이는 방을 꾸밀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아무튼 적은 자본으로 뭐든 구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이곳에서 싸구려 악기를 한 번 구해보기로 했다. 원래는 중국 전통 악기도 하나 구해볼까 하다가 과연 내가 몇 번이나 해볼까 싶어서 그냥 기타와 우쿨렐레만 한 대씩 들이기로 했다. 미국에 살 적, 원래 야마하에서 나온 핑거스타일용 스몰바디 기타를 한 대 갖고 있었다. 스몰바디다 보니 울림에서 다소 부족한 면은 있지만, 이는 부족한 면이라기보다는 특성에 가깝다고 할 정도로 흠잡을 곳 딱히 없는 굉장히 균형잡힌, 무난한 악기였다. 하지만 어차피 미국에 또다시 돌아갈 예정이고, 또 금액 등을 따져보았을 때 굳이 중국까지 이고지고해서 가져올 필요는 없다고 판단해 친구에게 맡겨두고 이곳 중국으로 왔다. 

이미 미국에 괜찮은 기타가 한 대 있고, 한국 집에도 한 15년 전 쯤 산 콜트 기타가 놀랍게도 아직도 제법 잘 버티고 있으니, 굳이 중국에서 좋은 기타를 살 필요가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냥 무조건 싼 통기타를 한 대 들이기로 마음 먹었다. (참고로 기타를 산 지는 오래 되었으나 기타 잘 못 침, 굉장히 못 침.)

그래서 그냥 타오바오에서 기타를 검색한 후, 가장 싼 그룹 중 가장 많이 팔린 제품페이지에서 한 대를 구매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몇 천원(!) 더 주고 무려 탑솔리드...라고 하는 기타를 샀다.

https://detail.tmall.com/item.htm?id=535979526755&_u=e3cv5ued8f64

색깔은 좀 고민하다가 그냥 원목색으로 샀는데 아, 검정색이나 썬버스트로 살 걸. 아무튼 가격은 277위안으로 한화 약 4만 5천원이니 약간 충격적일 정도로 싸다. 



선택지에서 빨강색으로 네모 쳐진 거 샀다. 페이지에 379위안이라고 되어 있는데 국경절 기념으로 100위안 할인이 들어가 279위안에 구매했다. 타오바오 페이지의 후기들은 대체로 기타 입문자들이 작성한 후기들 같아서 객관적인 비교 후기 같은 건 보기 어려울 것 같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인터넷에서 후기를 찾아보려고 했으나... 브랜드 이름이 검색이 너무나 어려운 이름이었다. 영어로는 Weibo...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와 같은 이름이니 구글이나 네이버에서는 당연히 검색이 불가능한 수준이었고, 중국어로도 웨버(Weber)의 음차 단어여서 도저히 이 기타 브랜드를 알아보는 것은 불가능해보였다. 그래서 그냥 딱 눈 감고 지름. 

아무튼 물류대국으로 발전해가는 중국답게 국경절 휴일인데도 불구하고 무시무시한 속도로 배송이 왔다. 나는 슬프게도 집구석에 없었고, 한참 뒤에나 집에 돌아와 택배를 뜯어볼 수 있었다. 



방 구석이 어두워서 바디 색이 좀 어둡게 나왔는데, 실제로는 진짜 무슨 공사용으로 쓰는 목재판 색의 어엄청 밝은 색깔이다. 정말 태권도 격파시범 때 쓰는 송판 같은 거 깎아서 만든 느낌. 엄밀히 따지면 솔리드탑이 맞는 것 같은데 이걸 솔리드탑이라고 불러야 하나... 아니 그런데 진짜 보고 있자면 한 번 격파해보고 싶게 생긴 그런 판때기다.



이 사진을 보면 좀 감이 오려나 모르겠다. 덜 가공된, 홈메이드 야성미가 느껴진다고 해야할련지. 그래서인가 처음에 뜯었을 때 상당히 냄새가 많이 났고, 기타케이스에 하루동안 보관하니 냄새가 더더욱 많이 났다. 당분간 밖으로 꺼내두는 것으로. 검정색이나 썬버스트로 샀으면 야성미가 좀 덜 느껴졌을까...

확실히 목재가 고급이 아니고 또 마감이나 다른 부분들의 재질 및 모양새에서 아, 이것은 저가형 기타구나 하는 게 팍팍 티가 난다. 하지만 일단 소리는 그렇게 나쁘지 않고 연습용으로는 어디까지나 쓸법한 것 같다. 사실 엄청 최악을 상상했는데 그 정도는 아닌 듯하다. 당분간 여기서 지내면서 쓰다가 싸게 팔고 가면 될 듯. 

아, 눈에 띄는 단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조율을 좀 자주 해줘야 한다는 점이다. 헤드머신이 싸구려인건지 줄이 싸구려인건지, 아니면 그냥 내가 사는 곳 기후가 엉망진창이라 나름 "탑솔리드"기타(...)가 자꾸 반응하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조율하는 중에도, 조율 후에도 음정이 상당히 많이 흔들리는 편이라 조율이 쉽지 않다. 그리고 시시때때로 조율을 해주어야한다. (후술할 우쿨렐레만큼 막장은 아니다.)

한 가지 조금 충격적이었던 것은 같이 딸려온 부속품들의 가짓수였다. 무려 다음의 것들을 모두 다 같이 받았다:
- 그럴싸한 소프트케이스. 아니 전혀 좋은 것은 아니지만 야마하를 샀을 적 따라왔던 나일론(?) 쪼가리보다는 훨씬 그럴싸하다. 
- 기타 골무. 쓸 일 없으니 봉인.
- 조율계와 배터리. 폰으로 조율하니까 일단은 봉인. 다른 악기 쓸 때 쓸 날이 오겠지... 배터리가 손목시계에 들어가는 것과 동일하고, 마침 손목시계 배터리가 나간 터라 무척 반가웠다. 
- 카포: 싸구려 카포지만 일단은 카포 안 사도 되어서 기쁘다. 근데 고무 질감을 보니 오래 못 갈 것 같다. 최대한 버텨보자 카포야...
- 여분 기타줄
- 기타끈
- 천닦개
- 피크 2개
- 육각랜치
- 교본: 다량의 중국 가요들 코드가 실려있는데, 아무리 봐도 한국 같으면 저작권 문제가 발생할 느낌.
- 기타 독학용 앱 쿠폰

덕분에 다른 건 둘째치고 기타 케이스/스탠드라든가 카포 같은 걸 찾아 헤맬 필요는 없게 되었는데 뭔가 너무 많이 와서 좀 부담스러울 지경. 대단히 좋은 기타는 아니지만 대놓고 장난감 같은 기타는 아니니 입문용으로 쓰기에는 크게 손색이 없는 것 같다. 

여기까지가 기타 후기다. 사실 기타에는 크게 불만없다. 예전에 어디 식당인가 카페인가 가서 비치되어 있는 기타 만져봤을 때 어떻게 기타에서 이 따위 소리가 나는가싶어 대단히 충격을 먹은 적이 있는데, 이 기타는 그 정도 레벨은 아니다. 합판 버전을 샀으면 충격을 먹었을려나. 모르지 뭐. 아무튼 내가 기타를 잘 취는 사람도 아니고, 그저 취미로 띵가띵가하기에는 그다지 나쁜 기타는 아닌 것 같다. 입문용으로도 괜춘함. 물론 한국에서 굳이 배송받을 가치는 없는 것 같고, 혹시 중국에 사는데 기타 한 대 들이고 싶다면 할인 떴을 때 한 대 들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아직 산 지 얼마 안 되어서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말이다. 


자, 이제 문제의 우쿨렐레 후기로 넘어가본다. 기타를 뜯었을 때엔 오, 이 정도면 기대한 것보다는 나쁘지 않군, 그런 생각이 들어서 사실 꽤 기뻤다. 하지만 우쿨렐레는... 

사실 난 우쿨렐레를 만져보기만 했지 제대로 쳐본 적도 없고 사본 적도 없다. 그런데 기타를 검색하는 과정에서 우쿨렐레 역시 싸게 파는 것을 보고 순간 꽂혀서 한 대 들여보기로 했다. 브랜드 이름은 무려 도도미... 친구의 풀이에 따르면 도레미 대신에 도도미로 한 게 아니냐고 하는데, 아무튼 얘도 한 20위안에서 50위안(제일 싼 모델)만 더하면 탑솔리드라고 하길래 115위안, 한화로 약 19000원 정도에 한 대 들여봤다. 

https://detail.tmall.com/item.htm?id=556750009257&_u=e3cv5ued0608&skuId=3478193821648


역시 빨간색 네모쳐진 걸로 골라봤다. 기타가 한없이 밝은 송판색이니 얘라도 어두운 색깔로 하길 잘 한 것 같다.


보기엔 멀쩡해보인다. 좀 밋밋해보기이기도 하지만 이런들 저런들 어떠랴. 어차피 난 우쿨렐레 사본 적도 없고 제대로 구경한 적도 없어서 별 미련 없다.




위의 기타보다는 마감상태가 좀 더 좋아보인다. 기타만큼의 미칠듯한 야성미(기타 상판)와 인공미(후판과 넥)의 조합은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우쿨렐레 난생 처음 만져봐서 원래 이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얘는 조율이 노답이다. 어느 정도로 노답이냐면 곡을 하나 치는 도중에 페그가 풀리는 느낌? 특히 1번 줄이 거의 노답 수준인데, 잠깐 나뒀다가 다시 치면 한음 이상 풀려 있는 수준이다. 2번 줄은 약 반음 정도 풀려 있고 말이다. 그래서 줄 감아주는 게 일이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번뜩 든 순간이었다. 

그래도 싸니까, 그리고 소리도 엉망은 아니니까 다 용서해보려고 하는 중. 얘도 기타처럼 싼 모델 중 가장 많이 팔린 것 위주로 검색해서 산 것이다. 참고로 우쿨렐레도 기타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엄청난 양의 부속품과 함께 왔다. 뭐가 왔냐하면:
- 우쿨렐레 케이스: 이건 야마하기타 샀을 때 얻어받은 나일론가방 수준이다. 하지만 우쿨렐레는 가벼우니까 뭐...
- 우쿨렐레 교본: 애들용인가... 동요도 많고 신기한 그림들도 많다. 한국이라면 백퍼 저작권 문제 걸릴 법한 요소들이 많음ㅋㅋ 참고로 교본에는 타브 악보 외에는 오선보가 아닌 중국식 숫자로 표기되는 악보가 나와있다. 도는 1, 레는 2...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악보인데 익숙하지 않다면 난감할 수 있다. 
- 천닦개
- 여분 줄
- 피크 2개
- 우쿨렐레 끈이라는데, 어떻게 매는 건지 아직도 파악 못함. 
- 카포: 써보지도 않았다. 아마도 구릴 것이다. 
- 브릿지에 현을 고정시키는 플라스틱 너트들 
- 앱에 쓸 수 있는 현금권...이라는데 이미 기한지남. 

역시 어마어마한 양의 부속품이다. 역시 예전에 어디 카페에서인가 주워서 써봤던 우쿨렐레보다는 생각보다 훨씬 낫지만, 다른 친구가 갖고 있던 고급형 우쿨렐레만큼의 소리는 당연히 못내준다. 하지만 어차피 싼 맛에 들였으니 띵가띵가하고 가지고 놀면 되는 거 아닌가. 다만.... 줄이 자꾸 풀려서 음정이 불안한 게 정말 큰 불만이다. 얘는 뭐가 문젠지 감도 안 온다. 페그나 브릿지쪽 고정용 너트나 혹은 둘다가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싸구려 우쿨렐레를 굳이 줄감개를 갈거나 하는 건 오버인 것 같고... 이거 영 난감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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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여행 준비하기 (3) 사전조사, 짐싸기, 환전, 여행자보험 등등


(긴글주의!)

앞의 두 편에 이어 마지막으로 사전조사 및 짐싸기, 환전, 여행자보험 가입 및 기타 사항 등에 대해 썰을 풀어본다. 앞의 글에서도 밝혔지만 우리 그룹은 2018년 7월 중순에 8박 9일의 일정으로 고비 사막 및 중부 일부 지역을 다녀왔다. 

(중간에 삽입된 이미지들은 PC 환경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


5. 사전조사 및 짐싸기 

1) 사전조사하기

위의 도표에서도 나와있듯이 사전조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가야한다. 사실 가이드가 시키는 대로 따라다녀도 상관은 없는데, 몽골 여행에서의 가이드의 역할은 다른 단체여행의 가이드 역할들과는 조금 다르기 때문에 여행객 역시도 약간의 준비는 필요하다. 대체로 이들은 관광지 설명 등을 담당하기 보다는 여러분의 생존과 안전을 책임지는 존재에 가깝다. 따라서 좀 더 많은 것을 보고 배우려면, 질문을 하더라도 적당히 알맞은 질문을 하려면, 그리고 문제 발생 시 빠른 상황파악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사전조사를 할 것을 권한다. 무엇보다도 현지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다면 훨씬 보이는 게 많고 여행도 알차니 즐겁게 할 수 있다. 

여행 전에 미리 사전조사 할만한 항목들은 얼추 다음 항목들이 있다:

-업체 관련 후기: 이에 대해서는 1편에서 자세히 다뤘으니 해당 글 참고 요망. 

-여행지 관련 정보: 이에 대해서는 1편에서 어느 정도 다뤘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몽골도 지역별로 개성이 강하니 대충 어떤 지역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우선순위를 정하는 작업을 꼭 해볼 것을 추천한다. 이 과정에서 정말 낯선 지명들도 조금 익숙해지고, 또 자신이 여행사와 상의 중인 일정이 과연 실현가능한 일정인지 확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컨대 3박 4일인데 남고비 여행을 가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정이고, 7박 8일인데 남고비와 홉스굴을 다 돈다는 것 역시 제대로 된 일정이 아니라는 것 쯤은 알 수 있게 된다. 이에 덧붙여 각 지역에 얽힌 이야기들이나 왜 그 지역이 의미가 있는지 등에 대해 가이드가 설명을 안 해 줄 수도 있으니 미리 공부해가면 좀 더 보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한국인이 가는 주요 여행지는 크게 세 군데로 나눠볼 수 있다. 

1) 하나는 남고비 지역으로, 달란자드가드, 우문고비, 헝거린엘스, 바얀작, 차강소브라가 등의 이름이 보인다면 이들은 남고비 지역에 해당한다. 울란바타르에서 대략 8시간 정도 남하해야 하는 굉장히 먼 거리이며, 오프로드를 신나게 달려야 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부담될 수 있다. 

2) 또 다른 하나는 홉스골로 몽골 북부에 위치해 있는 넓은 호수지역이다. 남고비로 가는 경우 보통 매일 같이 이동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홉스골은 대체로 한 곳에 자리 잡고 며칠 씩 쉬는 것 같았다. 좀 더 휴양지 느낌인지라 인프라도 잘 되어 있는 것 같고, 간혹 일부는 자유여행을 가기도 하는 것 같다. 울란바타르에서 차를 타고 가면 상당히 고생하는 편이라고 들었지만 비교적 저렴하고, 시간과 체력을 아끼는 방법으로는 울란바타르에서 비행기를 타고 므릉이라는 도시로 이동한 후 다시 그곳에서 호수 근방의 캠프 등으로 이동하는 방법이 있다. 다음에 몽골 가면 여길 가보고 싶다 ㅋㅋ 

3) 몽골 중부 지역 또한 많은 사람들이 가는데, 특히 일정이 짧을 경우 중부지역 일부만 돌고 오는 경우도 있는 듯 하다. 여기에는 울란바타르와 근방의 테를지 국립공원, 옛 수도인 하르호린 (혹은 카라코룸), 엘승 타사르하이, 아르항가이 등의 지명이 보인다면 대충 중부지역이라고 보면 된다. 울란바타르에서 서쪽에 위치한 하르호린은 고속도로(라고 쓰고 왕복 2차선 도로라고 읽음)가 놓여 있으며, 대략 6시간 정도의 거리쯤 되는 것 같다. 이 사이에 여행사들이 미니 사막이라고도 하는 엘승 타사르하이가 위치해있다. 쳉헤르 온천 등이 위치해 있는 아르항가이는 하르호린에서 조금 더 서쪽으로 들어가는데, 국립공원으로 들어가면 비포장 길이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짧다면 가볼 일이 없을 수도 있겠다. 

물론 이외에도 카자흐족들이 사는 서부라든가 알타이 산맥이라든가 등 몽골에 가볼 곳은 많겠지만 아주 일반적인 여행경로는 아닌 것 같다. 나도 몽골 한 번 밖에 안 가봐서 대충 인터넷에서 섭렵한 정보는 이 정도. 


우문고비에서. 이건 말이 안 되는 풍경이라며 다들 흥분했다. 


아르항가이에는 이처럼 남부고비에서 보기 힘든 숲들이 펼쳐져 있기도 하다. 


- 몽골어 관련 정보: 기본적인 알파벳 및 발음법이라든가, 간단한 인사말 같은 것 정도를 미리 배우고 가면 그냥 이유없이 더 신나는 여행이 된다. 몽골어 발음 자체가 우리에게는 너무나 생소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기초를 배우고 가면 아마 가이드 분과 기사님 이름 발음을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ㅠㅠ 개인적으로는 EBS 몽골어 강의를 추천하고 싶은데 돈이 든다는 함정이 있다. 그래도 1강은 무료고 짧으니 한 번 살펴보는 것을 권한다. 그 밖에 유투브 등에 각종 몽골어 강의 맛보기가 올라와있는데, 한 번 둘러보고 가니까 그래도 사람 이름 음식 이름 같은 거 배울 때 아주 약간 미미하게 더 수월했던 것 같다. 여유가 된다면 EBS 강의 정주행하고 가도 좋을 것 같다. 언어는 어쨌든 사람의 삶을 담는 그릇이니 의외의 것들을 익혀올지도? 

- 그 밖에도 여행안전정보(대사관 번호 등)라든가, 현지 핸드폰 유심 구입, 환전, 주의사항, 날씨 등 여러가지를 미리 사전조사할 필요가 있다. 몽골은 생각보다 한국과 다른 나라며, 도심의 여행지들과는 상당히 조건이나 환경이 다른 편이다. 

상기의 정보들은 대부분 네이버 러브몽골 카페(cafe.naver.com/lovemongol)에 올라와있으며, 질문을 올리면 사람들이 친절하게 답도 빨리 주는 편이다. 그 밖에 인터넷 검색 등을 활용해도 좋고, 서적의 경우 종류나 깊이 차원에서 다른 지역보다는 다소 제한되어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몽골 현대사회에 대해서 좀 더 이해하고 싶었는데 조금 깊이 있는 교양서/학술서라고는 대부분 몽골제국에 관한 내용들이 많아서 조금 아쉬웠다. 

덧붙여 네이버 웹툰 "한 살이라도 어릴 때" (https://comic.naver.com/webtoon/list.nhn?titleId=500945) 및 EBS의 다큐 시리즈들, 예컨대 다큐프라임이나 세계테마기행 등의 다큐들을 참조하면 배경지식을 얻고 기대감을 상승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몽골 관광청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네이버 웹툰에 공로패라도 줘야한다고 생각한다 ㅋㅋ 아, 대학교 때 박물관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특별기획전 내용이 몽골 청동기시대 유물에 관한 것으로 몽골국립박물관과 국내 박물관이 함께 했던 전시였다. 전시장 입구에는 초원 배경과 19세기 몽골복식 체험터 (참관왔던 꼬맹이 하나가 전통의상을 입고 그대로 박물관 밖으로 뛰어나가는 바람에 필사적으로 달리기했던 기억이 난다...)를 설치해뒀고, 나와 같이 일하던 언니가 앉아있던 자리 뒤로는 다큐를 방영했었다. 그때 EBS 다큐프라임 기획이었던 한몽공동제작다큐 "하늘의 땅, 몽골" 4부작을 내용을 다 외울 정도로 틀어댔는데 제법 내용이 알찼으니 관심이 있다면 찾아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단순한 여행기 다큐가 아니라 몽골의 역사, 종교, 신화 등에 대해 폭넓게 다뤘던 것 같다. 


2) 짐싸기

사전조사와 함께 여행 시기가 다가오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 바로 짐싸기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는 7월 중순에 8박 9일의 일정으로 남고비 및 중부 지역을 돌았으며, 시기와 장소가 다르다면 싸야하는 짐이 조금 다를 수 있다. 우리는 당시 동행들과 구글문서로 준비물 목록을 공유했으며, 굳이 모두가 가져올 필요없는 물품들, 혹은 현지에서 사야할 물품 등을 미리 논의를 했다. 사람이 많을 수록 차량의 짐칸에 실을 수 있는 짐의 크기 등에 제약이 있고, 생각보다 짐의 부피가 작지 않으며, 에어부산 같은 경우 수하물이 15kg 제한이 걸려있으므로 미리 타협을 보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은 우리가 작성했던 짐 목록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우리는 7월 중순에 8박 9일 일정으로 남고비 및 중부지역을 다녀왔다. 다른 지역, 다른 시기에 여행한다면 특히 의복 부분에서 조금씩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필수라고 생각한 품목들은 초록색으로 칠했으며, 굳이 필요없다고 생각된 부분은 붉은색으로 칠했다. 

(1) 기본용품

 여권

필수, 여권 및 비자 복사본도 1~2부씩 챙기자. (모든 해외여행에 해당함.)

 캐리어/가방

어차피 차에 싣고 다니는 일이 많으니 짐을 꺼내고 넣기 쉬운 캐리어를 추천한다. 하지만 어차피 차에 실으니까 뭐라도 상관은 없을 듯 하다.

 작은배낭

산행을 가거나 어디 구경 갈 때 물이라도 넣고 다닐 수 있는 작은 배낭이 있으면 손이 자유로워진다. 혹은 이동이 잦을 경우, 자주 쓰는 물건들을 따로 작은 배낭에 넣어두면 매번 캐리어를 다 까뒤집지 않아도 된다. 사람 취향에 따라, 그리고 특히 소매치기 등과 마주칠 수 있는 울란바타르 등에서는 현금, 여권 등을 넣어다닐 수 있는 복대도 요긴할 수 있다. 

 침낭

테를지 및 아르항가이(쳉헤르) 지역에서는 밤 중에 기온이 많이 떨어져서 상당히 추웠다. 특히 쳉헤르 온천에서 묵은 날은 아침에 일어나니 무려 6도였다. 침낭이 없었으면 얼어죽었을 것이다. 남부 고비의 경우 제법 더워서 침낭을 걷어차고 잔 적도 있긴 한데, 우리가 묵은 게르들의 침대 상태가 썩 좋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 부서짐, 매우 까끌거리는 모포 등) 침낭을 매일같이 사용했다. 참고로 내가 가져 간 침낭은 영하는 못 버텨도 약 10도 정도까지는 버틸 수 있는 3계절용 침낭으로, 마트에서 3-4만원 주고 샀다. 

 현금

 달러 및 투그릭. 자세한 내용은 글 하단 참조. 


(2) 위생용품 및 화장품

 휴지

두루마리, 클리넥스 모두 요긴하게 사용했다. 현지 마트에서 구매 가능하니 굳이 한국에서 사갈 필요는 없다. 

 물티슈

우리는 샤워를 못한 날도 많고 물도 부족하여 얼굴 닦거나 할 때 굉장히 요긴하게 사용했다. 100장짜리 2통 가져가서 다 쓰고 왔는데, 역시 현지 마트에서 구매 가능하니 굳이 무겁게 들고갈 필요 없다. 환경에 안 좋다고 해서 찝찝하긴 한데 그래도 별 수 없는 듯...

 클렌징티슈

들고 갔는데 거의 안 썼다. 어차피 풀메이크업 하는 것도 아니고, 결국 썬크림이나 지울 요량인 건데 물있는 곳에서는 세수하면 되고 물이 없을 땐 물티슈로 대충 해결했다.  

 생리대

일행 중 생리기간이 겹친 사람이 둘이나 있었다. (그 중 하나는 나ㅠㅠ) 현지마트에서 구매 가능하며, 큰 도시의 규모가 큰 마트에는 한국 생리대들도 여럿 들어와있다. 

 선크림

한 명이 아예 선크림 큰 걸로 한 통 사와서 세 명이 여행 내내 나눠썼다.

 립밤

남부고비는 진짜 건조한데 필수품은 아님. 

 핸드크림

남부고비는 진짜 건조한데 필수품은 아님. 마침 가방에 들어있어서 다른 사람과 나눠썼는데 환영받긴 했다. 가이드 분 선물로도 괜찮을 듯.

 여행용 세면도구

샴푸, 린스, 바디워시, 폼클렌징. 거의 쓸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쓸 수 있는 곳에선 잘 썼다. 약 8일치 준비해갔는데 한 4일치 썼나...

 빗

한 명이 가져 온 빗 세 명이서 나눠썼다.

 치약, 칫솔

한 명이 치약 한 통 사와서 셋이서 나눠썼다. 

 손톱깎이

가져갔는데 안 썼다. 그냥 가기 전에 미리 잘 깎고 가자. 

 면봉

쓸 일은 없었는데 사실 구급약품 차원에서 챙겨간 것임. 

 머리 고무줄

-

 인공눈물

평소에 거의 안 쓰는데 남부고비 가서 두 어번 썼다. 눈에 모래 들어갈 때도 요긴할 수 있으니 혹시 눈이 건조하거나 렌즈 착용한다면 몇 개 챙기자. 

 마스크팩

한 명이 들고 왔는데 한 번도 사용 못했다. 

 화장솜

 렌즈 관련 물품

렌즈를 착용한다면 일회용 렌즈 등을 추천한다. 물이 부족하고 세면시설이 없는 곳이 많아서 렌즈를 씻거나 하는 게 번거로울 수 있다. 그 와중에도 친구 하나는 렌즈 세척액까지 다 챙겨와서 매일 잘 끼고 다니긴 함. 

 드라이샴푸

나와 내 친구들은 아무도 들고 오지 않았으며 아무도 쓰지 않았다. 다른 동행 분은 드라이샴푸 썼던 것 같다. 그것 말고 무슨 머리 기름종이용으로 쓰는 제품을 누군가 들고 왔는데 샤워를 꽤 오래 못했던 여행 7일차쯤 모두 즐거워하면서 잘 썼다. 

 로션, 수분크림

피부가 건조하다면 챙기자. 

 미스트

피부가 건조하다면 챙기자. 난 안 썼는데 다른 친구는 잘 씀. 

 수건수건 있는 곳 한 군데도 못 봤다. 무조건 필수. 나는 3장 들고 가서 말려가며 사용했다.  


(3) 의류

기본적으로 얇은 것을 여러 벌 껴입는다고 생각하고 가져가는 게 좋다. 여행지역에 따라 차이가 많이 큰데, 7월 중순 남고비는 30~35도의 무더위를 감내해야 했으며 그 와중에 울란바타르는 10도 전후, 아르항가이는 한 자릿수까지 기온이 떨어지곤 했다. 또한 호수지역에 가는 것이 아닌 이상, 빨래는 못한다고 생각하고 옷가지를 챙기는 게 좋다. 남부고비는 덥지만 건조하기에 땀이 별로 나지 않으므로 빨래 며칠 안하고 돌려입는다고 죽을 일 없다. (원래 진짜 땀 많이 흘리는데 고비에서는 정말 거의 안흘렸다.)

 모자

반드시 챙이 넓고 끈이 달린 모자를 챙기도록 한다.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모자가 쉽게 날아가며, 사라지면 못찾는다. 일행 중 한 명은 급한대로 테이프로 끈을 만들어 모자에 달기도 했다. 

 슬리퍼/샌들

게르에서 쉬거나 화장실 갈 때 신기 편하다. 바닥이 미끄럽지 않고 편한 샌들이라면 물가에서 놀기도 좋고 관광지 돌아다닐 때도 편하다. 

 운동화/등산화

방수가 되는 등산화가 있다면 욜린암 등에서 계곡 둘러보기 더 좋다. 운동화만 줄창 신고 다녔는데 가끔 샌들이 조금 부러웠다. 하지만 차강소브르가를 오르내릴 때엔 운동화 신어서 기뻤다.  

 양말

빨래를 못하니 운동화를 가져간다면 넉넉하게 챙기자. 

 바람막이/후드티

방수되는 바람막이는 욜린암에서 급격하게 기온이 떨어졌을 때, 테를지, 쳉헤르 등에서 요긴하게 입었다. 가벼우면서도 보온성이 나쁘지 않으므로 추천.  기사님은 기온 내려갈 때 후드티로 버티시던데, 건강하다면 후드티도 괜찮은 것 같다. 

 반팔티

 - 

 긴팔티

난 안 들고 갔는데 쳉헤르에서 조금 간절한 순간이 있긴 했다. 

 경량패딩

들고 갔는데 입은 적은 없다. 다만 쳉헤르에서 옷가지가 모잘랐던 친구에게 빌려줬다. 들고가면 좋지만 다른 껴입을 수 있는 옷들이 있다면 7월 중순에는 필수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남부고비에서는 베개로 활용함. 

 사막용 옷

다들 낙타 타는 것 대비해서 안 입는 옷을 챙겨라고 하는데, 그보다는 헝거린 엘스 모래사구를 오른 것이 더 문제가 되었다. 모래가 정말 옷의 모든 부분에서 끊임없이 나와서 결국 지퍼백에 넣고 봉인한 채 한국까지 들고 갔다. 그냥 평범하게 얇고 가벼운 옷이면 되는데, 사막 오르고 나서 당분간 못 입을 수도 있다. 

 잠옷

걍 적당한 반팔에 추리닝 바지 입고 잠.  

 속옷

빨래 못한다고 보고 날짜별로 챙겨갔다. 실제로 빨래 같은 건 생각도 못해봤다.  

 (일회용) 마스크 

헝거린엘스에서 매우 요긴하게 사용했다. 없었다면 모래를 엄청 먹었겠지! 

 스카프

마스크 대신 사용할 수 있다. 모래언덕을 오를 때 머리에 감을 수도 있는데, 그러면 모래가 머리에 덜 들어갈지도 모른다. 추우면 껴입을 수도 있다. 난 제법 요긴하게 활용했다.

 담요

침낭이 있다면 없어도 되긴 하는데 그래도 요긴한 순간이 있다. 자세한 것은 글 맨 하단의 기타사항 참조.  

 비옷

나는 방수용 바람막이를 입었다.  다른 일행분이 비옷을 들고와서 제법 요긴하게 입으셨으나, 낙타나 말을 탈 때는 비옷이 날리거나 소리를 낼 때 동물이 놀랄 수 있으므로 착용금지다. 

 수영복

쳉헤르 온천에 간다면 수영복을 챙기자. 그런데 난 수영복이 없어서 수영복처럼 생긴 나시티와 짧은 반바지 입었는데 무사히 들어갈 수 있었다. 온천마다 규정이 다르지 않나 싶다. 

 쿨토시

딱 한 번 친구들이 가져온 쿨토시가 너무 부러웠던 순간이 있었는데 바로 고비사막 땡볕에서 걸을 때였다. 하지만 어차피 해 가리는 용이니 그냥 얇은 긴팔이나 스카프 둘러매도 그만... 


(4) 전자기기

우리는 전기르 못 쓴 날이 제법 많았다. 욕심 가지지 말자...

 보조배터리 

10,000mAh짜리 하나, 13,000mAh짜리 하나 해서 총 두 개 들고 가서 잘 쓰고 왔다. 2-3일에 한 번 정도 전기를 쓸 수 있다고 가정할 때, 그리고 스타렉스를 탄다고 가정할 때 일인당 한 개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쳉헤르 쪽에 가서는 날씨로 인해 전봇대가 쓰러져 전기를 전혀 쓰지 못했는데 이때 정말 잘 썼다. 

 카메라

취향문제겠지만 나는 무조건 추천한다. 가급적 수동조작이 되는 카메라를 가져가서 사진을 마음껏 찍자! 사진 연습하기 이렇게 좋은 곳이 없다. 꼭 DSLR, 미러리스가 아니라도 디카도 상관없다. 하지만 핸드폰 카메라는 아무리 좋아도 머리 위로 쏟아지는 별 같은 거 절대 못 찍는다. 카메라 조작법 및 간단한 촬영원리를 알고 간다면 일생에 남을만한 사진들 많이 찍고 올 수 있다. 

 카메라 배터리 및 충전기

충전이 안 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여분 배터리를 챙길 것을 권한다. 나는 내 카메라를 좋아하지만 친구 카메라가 부러웠던 순간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내 카메라는 반드시 전용충전기를 사용해야하고 친구의 카메라는 USB충전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삼각대

별을 찍고 싶다면 삼각대를 꼭 챙기자. 바람이 많이 불기도 하므로 삼각대는 튼튼할 수록 좋다. 수하물 잘 계산해서 챙겨가자.  

 멀티탭

전기사용이 가능한 게르라도 정작 콘센트 구멍은 한 두개인 경우가 많으니 한명이라도 멀티탭을 챙겨서 여럿이서 나눠쓰자.

 랜턴/후레시

개인적으로는 가볍고 작은 후레시 추천한다. 전기가 없는 게르에 걸어두고 사용할 수도 있고 화장실 갈 때 사용할 수도 있다. 모두가 가져올 필요는 없고 한 두명만 가져와도 된다. 핸드폰 플래시로는 조금 부족했다. 

 블루투스 스피커

취향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한 명이 들고와서 잘 쓰긴 했다.  

 각종 충전기

핸드폰 등을 충전할 때 사용.  


(5) 생활용품

 우산

 비 올 때 사용하려 했는데 비가 안 와서 쓸모는 없었다. 그냥 방수옷 입었음. 바람이 부니까 우산보다는 비옷 추천.  

 바가지

있으면 요긴했을 것 같긴 한데 결국 못 구해서 그냥 없이 잘 다녔다. 어차피 물이 부족해서 받아서 쓰고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빨랫줄, 노끈류

옷이나 수건 말릴 때 잘 썼으며 게르 출입구가 고장났을 때도 고정시킬 때 사용했다.  

 옷걸이, 빨래집게

역시 옷이나 수건 말릴 때 잘 썼다. 내가 그냥 세탁소 철제 옷걸이 한 6-7개 챙겨와서 모두가 같이 잘 썼다. 빨래집게도 유용하지만 필수는 아님. 

 돗자리

바깥에 누워서 별사진 찍을 때 잘 썼다. 필수는 아니지만 있으면 좋긴 하다. 

 맥가이버칼

병따개, 간단한 과일 깎는 용도 등 여러모로 요긴하다. 일행 중 한 명만 있으면 된다. 추천. 하지만 가방에 넣어둔 걸 까먹은 채 비행기 타려다가 몽골 공항에서 압수당했다 ㅠ_ㅠ 아버지가 30년 전에 사신 칼 가져온 건데... 집에 돌아가서 엎드려 사죄함...

 안경 

안경착용자라면 여분의 렌즈 혹은 안경을 챙기자.  

 썬글라스

있으면 좋을 것 같긴 한데 난 없이도 잘 버텼다. 참고로 헝거린엘스에서는 안 쓰는 걸 추천... 모래바람이 많이 불어서 시계 유리에도 스크래치 엄청 났다.  

 자물쇠

가방 채우는 자물쇠 외에 하나 정도 더 챙겨오자. 우리가 다닌 중에는 자물쇠나 잠금장치가 없는 게르가 여럿 있었다.  

 종이컵 혹은 플라스틱컵

커피와 물 마시는 용도로, 때로는 반찬 덜어먹는 용도 등으로 요긴하게 잘 사용했다. 현지에서 구매 가능. 환경에게 미안하다면 튼튼한 플라스틱 컵 들고 다니는 것도 방법. 현지마트에서 구매 가능.

 일회용 젓가락

제일 좋은 건 수저를 챙겨다니는 것이고, 수저가 부족하다면 일회용 나무젓가락도 요긴하다. 우리는 수저가 부족해서 일회용 젓가락을 어쩔 수 없이 자주 사용했다. 울란바타르 대형마트에서 구매 가능.  

 지퍼백

빨래 보관 등에 요긴하다. 헝거린엘스에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듯한 옷들을 지퍼백에 넣고 봉인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비닐봉지

쓰레기 봉투로 잘 사용했으며 여기저기 의외의 용도를 찾을 지도.

 부채

스타렉스는 에어컨 잘 나와서 괜찮았는데, 그래도 있었으면 남부고비에서 좀 더 시원했을 것 같다.  

 핫팩

아무도 들고오지 않았다. 7월 중순엔 딱히 필요 없었다.  

 테이프

있으면 요긴할 뻔했지만 뭐 없어도 잘 버텼다.  

 책, 일기장, 볼펜 등

시간 보내기도 좋았고 하루하루 기록하기 좋았다. 폰으로 일기 쓰기에는 전기가 아깝다. 책은 한 권 정도면 된다. 친구들은 책 들고 와서 다 읽고 갔고 나는 이북리더 가져갔는데 한 글자도 안 읽고 왔다. 일기 쓰기도 벅찼다.

 목베개

있으면 좋다. 요즘엔 목부분 묶이는 그런 목베개가 있던데, 그걸 추천한다. 하지만 난 차에서 잠을 안 자서 목베개 거의 안 씀... 필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푸르공은 어떤지 모르지.  

 보드게임

꺼내 볼 틈도 없었다... 


(6) 상비약

울란바타르를 벗어나면 약구하기 쉽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작은 가방에 상비약을 챙기자. 한 명만 챙겨도 충분하다. 나는 그냥 내가 대표로 챙겨감. 

 


 반창고/대일밴드

 멀미약

차가 흔들리는 차원이 달라서 의미가 없다. 평소 멀미 좀 한다하는 사람들 아무도 멀미하지 않았다. 챙길 필요 없다.   

 후시딘/마데카솔 등

 진통제

 근육이완제 혹은 근육이완크림

맨소래담 하나 들고 갔는데 헝거린 엘스에서 엄청 고생한 뒤로부터 며칠 간 매우 잘 썼다. 몸이 예전같지 않다면...추천...

 감기약

의외로 감기 걸리는 사람이 하나씩 나온다. 우리 팀에는 없었는데 옆 팀에 몸이 안 좋은 사람이 있어서 그 팀 가이드가 이팀 저팀 돌아다니며 감기약 구하러 다녔다. 

 버물리

우린 안 썼음.  

 소화제

-

 면봉

 기타 상비약품

 드레싱용 붕대, 항생제 연고 등 갖고 있던 것들 몇 가지 더 챙겨갔다. 

(7) 기타사항

가이드 및 운전기사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는 동행 분이 센스 있게 기사님에게는 비타민을, 가이드 언니에겐 핸드크림을 선물해줬다. 

또한 전일정 여행자캠프/호텔이 아니라면 현지인에게 줄 수 있는 작은 선물들을 준비하는 것도 좋겠다. 나는 미니 색연필과 연필깎이를 2개씩 챙겨갔는데, 여행자캠프가 다 차서 묵게 된 근방 게르 주인아들에게 선물로 주니 너무나 좋아하며 자신의 스케치북을 대공개해줬다... 남은 한 세트는 기사님께 따님 드려라고 전해드렸다. 

우리는 딱히 고추장이나 라면 같은 걸 들고가지 않았으며, 특별히 필요하지도 않았다. 라면이나 고추장 정도는 현지마트에서도 구매가능하며, 특히 나는 아무거나 다 먹어서 별로 절박하지 않았다. 가이드 언니가 엄청 한국음식을 많이 해준 것도 좀 있었고... 김치도 현지에서 구할 수 있다. 

짐을 쌀 때 기내수하물 반입 조건 등을 잘 살펴보고 싸자. 삼각대와 침낭이 도저히 짐에 들어가지 않아서 둘을 다른 가방에 넣고 기내에 반입하려고 했는데 나는 카메라와 여권 등이 들었던 등가방까지 해서 가방이 두 개라고 게이트에서 거절 당할 뻔했다. 사정사정해서 간신히 타긴 했음... 울란바타르 공항에서 내 앞의 몽골 언니는 검색대에서 화장품 다 털렸다. 아니 왜 액체용기를 모조리 손가방에 넣었을까....라고 해놓고 나도 맥가이버칼이 가방에 있는 걸 잊은 덕분에 고대로 압수당했다. 


6. 환전

일정이 확정되었고 출국일이 다가온다면 환전도 고민해봐야겠다. 첫번째 글에서도 밝혔듯이, 우리는 100불에 해당하는 한화를 미리 한국의 통장에 입금시킨 후 잔금을 몽골에서 달러로 지불하였다. 또한 달러를 들고 가서 현지에서 투그릭으로 환전했는데, 나와 내 친구들은 대충 일인당 90~100불 정도를 투그릭으로 환전하였다. 일인당 7만투그릭 정도를 공금으로 내서 5명이 8박 9일간 부족함없이 잘 사용했으며, 공금으로는 간식, 술 등을 구매했다. 남은 금액은 울란바타르에서 저녁을 먹고 가족 지인 선물 등을 사는 데에 사용했다. 울란바타르의 캐시미어 아울렛에서는 인형을 하나 샀는데 그냥 카드결제를 했다. 예브섹(evseg)에서 파는 낙타인형이 참 귀엽고 가격도 착한 편이다. 나는 바얀작과 욜린암 모두에서 딱히 기념품을 사지 않았는데, 집에 돌아갈 때가 되니 그래도 가족에게 뭔가 갖다드려야 할 것 같아서 인형을 하나 샀음. 

우리는 나담기간의 주말에 공항에 떨어지는 바람에 공항 환전소도 문닫는 등의 애로사항이 꽃피어서 결국 며칠 뒤 달란자드가드의 칸은행에 가서 환전을 했다. 혹시 미리 한국에서 몽골 투그릭을 구할 수 있다면 이런저런 상황을 대비해 챙겨오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한국보다는 몽골에서 환전하는 것이 유리하며, 울란바타르의 몇몇 환전소는 원화도 받아준다고 한다. 

친구 하나는 안일하게 인천공항에서 밤중에 환전하려고 했으나 환전소는 문을 빨리 닫았고, 그 와중에 ATM기기까지 고장나서 결국 나와 달러거래를 해야만 했다는 후문... 

참고로 몽골 투그릭 금액을 나누기 2하면 대충 한화 금액이 나온다. 


7. 여행자 보험

일주일 이주일 여행 가는 거 여행자보험 별로 안 비싸니까 하나 가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몇 가지 주의사항이 있다면, 나이가 많거나 (보통 60세 이상) 최근 질병경력 등이 있으면 가입을 안 시켜준다는 점과 승마 체험 등을 위험한 활동으로 분류해서 커버를 안 해주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혹시 자신이 퇴짜 먹을 가능성이 있다면 조금 미리 전화 상담 등을 통해 가입하는 것이 좋고, 무난하게 가입할 수 있다면 출발 전날에도 인터넷으로 손쉽게 가입할 수 있다. 


8. 기타사항

몽골여행 준비에 있어 앞에서는 언급하지 못한 짜다시한 내용들을 이곳에 모아본다. 


주변에 우리 밖에 없었다...


- 우리는 한창 성수기일 때 여행을 했는데 그 때문인지 숙소 문제들이 좀 있었다. 웬만큼 번듯한 곳들이 아니면 예약시스템이 딱히 작동하지 않는 모양이었는데, 그로 인해 조금만 늦게 도착해도 숙소가 없는 일들이 몇 번 발생했다. 한 번은 샤워가 가능한 여행자캠프에서 자리가 없다고 토스당해 근방의 작은 게르로 갔는데 샤워는 못해도 조용해서 무척 좋았다. 또 한 번은 상당히 번듯한 여행자캠프에서 빈 게르가 없다하여 퇴짜맞았는데, 우리 일행 중 두 명이 해당 캠프에서, 나를 포함한 나머지 세 명은 민가(?) 쪽에 위치한 게르에서 숙박했다. 화장실도 없고, 밤에 개도 나오고 여러가지로 거시기했으나 일단 무엇보다도 매우 조용했고 전기가 24시간 사용 가능하여 오히려 더 좋았다는 후문. 또 한 번은 가이드 언니의 이모가 운영하는 상당한 규모의 캠프였는데 게르 두 개를 부탁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개로 줄어들었다. 이때 뭔가 불만이 폭발했고, 결국에는 우리 팀과 다른 팀 가이드 분들이 게르를 포기하고 주인 건물에서 자는 것으로 타협을 보았다. 사람마다 취향은 많이 다르겠지만 번듯한 여행자캠프보다 동떨어진 게르가 더 나을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모든 것은 복불복이며 여러 가지로 시간 개념이 상당히 다르게 작용하는 곳이니 이런들 저런들 어떠하리라는 마음을 좀 가지고 여행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 성수기다 보니 기사님들이 죄다 차량에서 숙박을 하셨다. 우리도 여행 3일차인가에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는데, 당장 우리 잘 곳도 없고 우리도 몽골어를 구사하지 못하다보니 기사님께 숙소를 드리기가 어려웠다. 안전과도 직결된 문제고, 기사님도 워낙 착하셔서 돈이라도 모아서 숙소를 드리고 싶었을 정도. 그때 들고 온 담요랑 목베개를 모두 기사님께 몰아드렸는데, 되게 기쁘게 빌려가셨다. 혹시 기사님이 차에서 주무신다면, 숙박을 해결해드리면 최선이지만 그것조차 안된다면 담요라든가 남는 수면용품들을 다 몰아드리자. 

- 간식거리를 사거나 할 때 기사님과 가이드 분을 같이 챙겨드리는 센스도 필요하다. 물론 가이드 분과 어느 정도 거리 유지를 하는 것이 사람에 따라선 필요할 수도 있다. 가이드분들은 대체로 언어가 통하니 이것저것 소통할 수 있겠지만 기사님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그만큼 기사님들에 대해서는 조금 더 신경써서 세심하게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한 것 같다. 참고로 기사님들은 운전해야 하니 술을 권하거나 하지는 말자. 우리도 마지막날에 딱 한 번 맥주 반캔 같이 했다. 

-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몽골여행에서의 가이드와 기사의 역할은 다른 지역들과는 사뭇 다르다. 여행자들은 이들에게 거의 100% 의존하고 있고, 이들은 나의 안전과 생존을 책임지는 사람들이다. 서비스 판매자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여행의 동반자라고 생각하고 상호존중하면서 지내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래야 소통도 더 원활하고 필요에 따라 요구할 것들을 요구하기에도 더 수월하다. 우리는 여행사의 일정 문제로 여행 중에 가이드가 한 번 바뀌었는데, 두 번째 가이드 언니는 간간히 수준 낮은 한국인 여행자들 때문에 (성추행, 저질 발언 등) 힘든 순간들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 몽골 여행은 일정 대로 굴러갈 가능성이 좀 적은 편이다. 기상요건, 도로 사정 등 여러 가지 복합적 원인이 있을 수 있으니 이런들 저런들 어떠하리의 유연한 마음을 지닐 필요가 있다. 

- 안전 문제에 각별히 신경쓰자. 가이드 분들 중 특히 경험 없는 분들은 안전지침에 대한 안내가 부족할 수 있다. 예컨대 동물에 다가가거나 말, 낙타 등에 탑승할 때, 가파른 언덕을 오르내릴 때 등. 잘 모르겠으면 무조건 물어보고, 안전수칙 등은 미리 좀 검색해서 숙지하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수도를 벗어나면 의료 인프라가 매우 낙후되어 있기 때문에 부상이 발생하면 상당히 곤란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 말이나 낙타 등은 소리에 민감하기 때문에 탑승 중 옷을 입거나 벗는 행위, 큰 소리를 내는 행위 등을 지양한다. 또한 이들을 탑승할 때 휘날리는 비닐 비옷 등은 절대 금물, 동물이 놀라서 무척 위험할 수 있다. 고삐는 나의 생명줄이니 절대 놓치지 않도록 한다. 말이나 낙타를 모는 사람들의 말을 잘 듣는다.
  * 말 뒤쪽으로는 절!대! 가지 않는다. 하다 못해 비틀거리는 망아지도 뒷발로 사람 차면 그 사람은 중상은 물론이고 잘못하면 사망이다.  항상 말은 앞에서 접근한다. 
  * 바얀작, 차강소브르가 등의 자역에서 비나 돌 모래 등의 원인으로 땅이 미끄러우면 무리하지 않는다. 실제로 작년인가 재작년, 미국에서 온 몽골인 가이드가 비오는 날 관광객을 데리고 바얀작을 갔다가 미끄러져 낙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한다. 처음 가이드하는 사람이라 잘 몰라서 그랬다고 하는데, 당시 헬기 출동해서 싣고 갔는데, 상당히 상태가 위중했다고 한다. 그러니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다. 
  * 온천의 경우 절대 술을 먹고 들어가지 말 것. 심장 등에 무리가 가서 큰일 날 수 있다. 또한 원래 심장에 이상이 있거나 하면 온천입수를 자제하자. 


전문가는 이래도 되겠지만 우리는 이러면 안 된다.


- 쓰레기봉투를 구매하거나 쇼핑할 때 비닐을 모아둔 후 쓰레기봉투로 활용하자. 제발. 헝거린엘스 올라갔을 적, 내려올 때 보니까 생각보다 사구에 페트병이 너무 많았다. 다른 분들 썰매 탈 때 걸리면 위험할 것 같아서 기사 아저씨랑 같이 페트병 주우면서 내려왔는데 고작 5분 내려왔는데 한 20개는 모았다. 물론 얘들을 게르캠프에 들고 가봤자 불에 태우니 환경오염인 것은 매 한가지지만, 그렇다고 사구에 묻어두는 건 좀 아니지 않나? 그 밖에도 막 여기저기 쓰레기 버리는 거 보면 좀 그렇다. 

- 제발 게르캠프에서 한밤 중에 시끄럽게 하지 말자. 도시와는 달리 탁트인 곳이 많기 때문에 소리가 매우 잘 전달된다. 기사님들은 다음 날 운전을 해야하고, 여행객들 중에서도 일찍 자는 사람들이 있는데 자정 넘은 시간에도 크게 음악틀고 술주정 피우고 소리 지르는 것은 자제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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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여행 준비하기 (2) 비행기표 예매, 비자발급, 동행 구하기


(긴글주의!)

1편에 이어서 계속해서 여행 준비하기 썰을 풀어본다. 우리는 2018년 7월 중순에 8박 9일의 일정으로 고비 사막 및 중부 일부 지역을 다녀왔다. 벌써 기억들이 많이 희미하다... (중간에 삽입된 이미지는 PC 환경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비행기표 발권과 몽골 비자 발급을 다뤄보겠다. 




2. 비행기표 발권

위의 이미지에서도 볼 수 있듯이 비행기표 발권은 업체선정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일단 발권을 하고 업체 예약을 거는 것을 추천하는데, 이는 항공권 가격이 날짜마다 변동이 있을 수 있고, 특히 지방이라든가 해외 등 서울 외 지역 출발의 경우 매일매일 비행기가 뜨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정 선택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

나는 여러 사정으로 인해 원래 중국에서 출발할 계획이었는데 하필이면 북경보다 홍콩에 가까운 지역에 거주 중이었다. 중국에서 몽골로 가는 비행기는 크게 북경 아니면 내몽골 지역 정도 밖에 없고, 기타 지역의 경우 짤없이 북경 환승을 하거나 아니면 홍콩 출발을 해야한다. 그런데 이 홍콩발 몽골행 비행기는 왕복 100만원을 사뿐히 넘는 정말 자비없는 가격을 자랑했다... 그 돈이면 홍콩서 북미도 갈 수 있단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국내선을 타고 북경으로 가서 비행기를 타는 것도 썩 싸지 않길래 그냥 과감하게 중국->한국->몽골행 비행기를 끊었다. 한국-몽골 비행기값도 진짜 더럽게 비싼데 그나마 한국은 항공사 3개 이상 취항 중이라서 조금 사정이 낫다. 기차 탈 거 아니면 정말 몽골행 비행기 값은 노답 수준이다. 

나는 지방민이므로 부산-울란바토르 항공권을 찾아보았는데 그 덕분일까, 비교적 늦게 비행기표를 샀는데도 60만원 초반에서 간신히 왕복권을 끊었다. 사실 부산-울란바토르 항공권을 살 때 가장 무서웠던 것은 가격이 아니라 미친듯한 속도로 팔려나가는 표였다. 원래는 이틀 정도 빨리 가서 울란바토르 구경 좀 하려고 했는데 하루 늦게 결제하려고 들었더니 매진이 떠버렸다... 당시 나담의 영향도 있겠지만, 어쨌든 몽골행 항공기가 제한되어 있는 지방에서는 이런 이유에서라도 빨리 표를 살 것을 권한다. 아, 그리고 에어부산은 수 달 전에 결제하면 종종 서울발 비행기에서는 볼 수 없는 가격의 표가 뜨기도 한다. 

또한 부산의 경우 비행기가 매일 뜨는 것이 아니므로 왕복 항공권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편도선을 두 장 끊는 것도 고려해볼 것을 추천한다. 실제로 나도 일정 문제 때문에 갈 때는 에어부산, 올 때는 미아트항공을 탔다. 편도 두 장을 합쳐서 성수기에 60만원 초반대로 방어했으면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 정도로 몽골행 비행기표는 가격들이 사악하다. (일례로 시간이 약간 더 걸리는 홍콩행 비행기의 경우 운만 좋으면 2-30만원 대에 왕복권을 끊을 수도 있다.) 아무래도 항공업체 간 담합이라든가 정부시책 등의 문제가 한데 얽혀있는 듯 하다. 

비행기표 검색은 스카이스캐너나 구글플라이트 등을 이용하면서 대충 가격대를 파악할 수도 있고, 아니면 직접 항공사 사이트에 들어가서 확인할 수도 있다. 나는 그냥 에어부산과 미아트항공 사이트에서 바로 결제했는데 이는 표의 물량이나 시기 등에 따라 여러가지 바뀔 수 있는 것이니, 알아서 그때그때 가장 싼표를 구하면 될 것이다. 다만 각종 중개 사이트나 여행사 등의 업체를 통할 경우 표 변경 등에 항공사 지정 금액 외 별도의 수수료가 붙는다는 점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땅의 검정 부분들은 구름 그림자다!) 

참고로 비행기 일정이 계절별로, 심지어는 주별, 월별로 매우 자주 바뀌기 때문에 출발 가능한 날짜 등을 하나하나 체크하는 정성이 필요하다. 또한 인천과 김해 외에도 간혹 청주나 무안, 양양 등 지방 공항에서 미아트항공 차터편으로 울란바토르 행 비행기가 뜨는 경우도 있다. 여행사 등에서 간혹 해당 표를 풀기 때문에 운이 좋다면 싼 가격에 집 근처에서 출발할 수 있다. 

밥이나 서비스는 미아트 항공이 아주 살짝 더 나았지만, 둘다 좌석 너비는 괜찮았고 (이스타 항공 상상하면서 탔는데 에어부산은 좌석 폭은 다른 비싼 항공사보다 살짝 좁거나 비슷하게 느껴졌다. 진짜 이스타항공 좌석 내 인생 최고로 좁은 좌석이었다...나 키도 안 큰데...) 모두 몽골어, 한국어가 가능한 직원들이 탑승 중이었다. 부산발이라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관광객보다는 주로 몽골인들과 사업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또한 적어도 내 경험상 부산발 미아트 항공 혹은 에어부산의 시간대는 인천발 미아트 항공 혹은 대한항공보다 시간대가 훨씬 좋았다.


에어부산 부산-울란바토르 기내식인 치킨순살볶음밥.
양 살짝 적고 맛은 그냥 보이는 그대로의 맛이다. 기내식답게 닭이 무척 퍽퍽했음. 


미아트 항공 울란바토르-부산 기내식. 햄치즈류는 안 먹어서 모르겠고 저 감자가 진짜 꿀맛이다!
몽골은 감자가 너무 맛있다! 나름 훌륭한 기내식이었음! 


여기서 함정카드가 하나 발동하는데, 바로 동행들의 비행기가 다 다를 경우의 문제다. 우리 그룹의 경우 서울서 오는 4명은 새벽 4시에 울란바토르에 도착했고 부산서 출발한 나는 점심 시간쯤 도착하는 비행기였다. 또한 몽골을 출국할 때에도 동행 중 2명은 하루 빠른 토요일 저녁 비행기, 나는 일요일 오전 7시 반 비행기, 다른 2명은 일요일 오전 9시 경 비행기였다. 이렇게 서로 일정들이 다 다를 때는 어떻게 해야할까?

우리의 경우 다음과 같이 해결했다:

* 도착문제: 
- 원래는 오후에 도착하는 내가 차라리 하루나 이틀 앞당겨서 울란바토르에 입국할 예정이었다. 그러면 일행이 도착하는 당일 아침에 바로 투어를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비행기표 매진으로 이는 불가능하게 되었다. 
- 아무래도 가장 마지막에 도착하는 내가 오후 12시 반쯤 도착할 예정이었고, 출발이 늦은 상황에 무리하게 먼 거리를 갈 경우 운전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첫날은 무조건 이동이 적은 테를지로 가는 것으로 타진을 봤다. 이는 실로 훌륭한 결정이었는데 김해공항 게이트혼잡 문제로 인해 내가 탄 비행기가 1시간 이상 연착을 했기 때문이다. 
- 나머지 일행들은 오전 4시 도착이었기 때문에 몸을 뉘일 곳이 필요했는데, 다행히도 여행사와 이야기가 잘 되어 나머지 사람들은 게스트하우스에 가서 오전에 씻고 쉬었다. 체력이 바닥인 직장인들이라 썩 나쁜 옵션은 아니지 않았나, 나는 뭐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이들은 10~11시 쯤 게스트하우스를 나서서 미리 환전을 하고 장을 보았다. 나는 공항에서 바로 일행과 가이드, 차량이 대기 중인 마트로 가 나머지 사람들을 만났다. 다만 나의 경우 환전과 투어비 정산이 조금 문제가 되었다. 환전의 경우 결국 이틀 뒤 달란자드가드의 은행에 가서 처리했고, 투어비 정산은 투어 마지막날 했다. 달러를 들고 다녀서 조금 불안했는데 뭐 어찌저찌 잘 풀렸다. 

* 출국문제: 
- 토요일 저녁에 출발하는 두 분이 과감하게 울란바토르 일정을 포기하셨다. 우리는 이 날은 모든 다른 구경 및 관광(예컨대 하르호린 및 미니고비)을 취소했으며 무조건 울란바토르에 가급적 일찍 도착하는 데에 신경을 썼다. 기사님의 훌륭한 운전 덕분에 수백 km의 거리를 상상 이상의 빠른 시간에 주파하긴 했는데, 울란바토르 내의 교통이 문제가 되었다. 길이 정말 많이 막혔다! 울란바토르는 왜 죄다 왕복 2차선 도로인 거죠...? 결국 일찍 출발해야 하는 두 분은 쇼핑하거나 씻거나 밥을 먹을 기회 없이 곧바로 공항으로 가셔야만 했다. 
- 일요일 새벽 나는 4시 반~5시 경에 게스트하우스를 출발해야 했고 다른 두 명은 6시~6시 반 정도에 출발하면 됐다. 원래는 그냥 세 명을 모두 한 데에 묶어서 공항에 떨굴 계획이었으나 얘기가 잘 되어서 각각 따로 센딩을 했다. 나는 시간이 너무 일러서 조금 걱정했는데, 알고보니 해당 게스트하우스에서 마침 새벽 비행기를 타고 몽골에 온 사람들을 픽업해야 했기 때문에 그 차를 그대로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당시 운전해주신 분 말로는 이런 성수기에는 픽업과 센딩, 가이드일 등만 해도 하루에 5시간 정도 밖에 못 잔다고 했다. 그 말씀 하셨을 때 나는 안전벨트를 꽉 쥐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동행들 및 가이드, 투어사 등과 조율이 잘 된다면 서로 출도착이 달라도 크게 문제가 될 건 없다. 



3. 몽골 여행 비자 발급

한국 여권을 가진 대다수의 사람들은 몽골 입국을 위해 반드시 여행 비자를 발급 받아야 한다. 몽골에서 일반 여권에도 비자 면제를 부여하는 국가라곤 벨로루시, 브라질, 캐나다, 쿠바, 에스토니아, 독일, 홍콩, 이스라엘, 일본, 카자흐스탄, 키르기즈스탄, 라오스, 마카오, 말레이시아, 필리핀, 러시아, 세르비아, 싱가폴, 태국, 터키, 미국 정도며 상기의 비자면제국 여권이 없다면 얄짤없이 비자가 필요하다. 

비자발급은 반드시 투어업체 혹은 숙소 예약 및 비행기표 발권이 완료되어야만 가능하다. 
비자는 몽골대사관 혹은 영사관 비자발급처에서 신청하고 받아오는 방법도 있고, 국내 여행사 등에 대행을 맡겨도 된다. 우리 팀은 다 직접 혹은 가족에게 부탁해 대리 발급했던 것으로 안다. 몽골대사관 및 영사관은 크게 서울, 부산, 그리고 김해에 있다. 그런데 김해의 주한몽골영사관은 분명 비자발급은 가능하지만 뜬금없이 주촌면에 있으므로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해당사항이 없지 싶다...  

비자 발급 준비물은 다음과 같다:
- 여권 원본: 유효기간 6개월 이상
- 여권용 사진 1매: 6개월 이내 촬영, 반드시 여권의 사진과 달라야 함, 단 여권이 6개월 이내 발급받은 것을 경우 예외. 규격은 3.5 X 4.5 cm 
- 사증 신청서: 접수처에 가면 신청서가 마련되어 있음. 서식을 미리 한 번 살펴본 후, 현장에 가서 작성하는 것을 추천함. 인쇄해 올 경우 양면 인쇄. (신청서 양식: http://busan.consul.mn/index.php?moduls=27 등에서 다운 가능)
- 비행기표 왕복표 출력표
- 호텔 예약증
- 입금 확인증: 해당 발급처의 계좌로 급행의 경우 30,000원, 일반의 경우 15,000원 입금한 명세표가 필요함. 
        서울: 농협 301-0128-3473-21
        부산: 우리은행 1005-002-920702
        김해: 농협 301-0909-1001-71

이 중 아마 사람들이 혼란스워 하는 부분이 바로 호텔 예약증 부분일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투어 업체 따라서 가는데 무슨 호텔 예약증...? 

이 경우, 업체에게 일종의 투어 예약증 혹은 증빙서를 발급해달라고 하면 된다. 또한 지인의 집에서 묵을 경우 해당 사람의 신분증을 내라는 말도 있다. 우리 게스트하우스가 딱히 숙소 등록이 안 되어 있어서 투어업체 사장의 신분증 복사본을 같이 냈는데, 우리같은 경우 오히려 신분증을 내니까 영사관 직원이 혼란스러워 했다. 그냥 업체에서 발급해주는 일정표와 예약증 내면 비자 발급 받을 수 있다. 

급행의 경우 오전 접수하면 당일 오후에 비자 수령이 가능하며, 일반의 경우 72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담 기간에는 대사관/영사관이 쉬기 때문에 비자 발급시 꼭 유의해야 한다. 비자 신청은 대리 신청 또한 가능하며, 여행사를 통할 경우 어쨌든 중간에 한 번 더 거치는 것이므로 하루 이틀 정도 시간을 더 잡아야 한다. 다른 곳은 모르겠으나 부산은 우편접수는 받지 않는다. 

우리 그룹은 7월 초에 비자발급을 받았는데, 서울 비자 접수처 (대사관과 별도로 있다고 하니 주소를 반드시 알아보고 가는 것이 좋겠다)의 경우 사람이 정말 말도 안 되게 많았다고 한다. 주중에 개장 1시간 후에 간 한 친구는 이미 대기번호가 100번 넘어가는 것을 보고 너무 충격을 먹었는데, 점심 때 자리를 비우지 않고 끈기 있게 앉아있었더니 간신히 이른 오후에 접수가 되었다고 했다. 

반면 부산의 경우엔 정말 엄청 널럴했는데, 방문객이 오로지 나 한 명이었다... 다만 부산의 경우 무조건 오전 중에 가야만 오후에 비자 수령이 가능하며, 당일발급비자 수령 시간은 얄짤없이 오후 4시~5시 사이이므로 그냥 맘편히 하루 비운다고 생각해야 한다. 해운대 근처(?)니 심심하면 바닷가에 가도 좋고 그냥 옆에 롯데시네마에 가서 줄창 영화만 봐도 상관없지 않을까... 아, 근처에 맛있는 육회비빔밥집 하나 있더라. 

그렇게 신청하고 별 일 없으면 비자 수령 받으면 된다. 


4. 동행 구하기 

엄청 밝은 빛을 켜놓고 잠을 자지 않던 다른 어느 다른 그룹...
우리는 체력이 저질이었기 때문에 아마도 이들과 함께 했다면 잘 못 어울렸을 것이다.
(이들의 환한 빛 덕분에 중간에 사진 찍다가 포기했음...ㅠㅠ) 


동행 구하기는 여행이 시작되기 직전까지 언제든지 해도 상관없다. 다만 비행기표를 이미 발급받은 사람들이 있다면 중간에 구한 동행이 빠져나갈 염려는 다소 적다. 

아는 사람들끼리 짜서 가는 것 외에 모르는 사람들을 동행으로 구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한 가지는 네이버 "러브몽골" 카페 (https://cafe.naver.com/lovemongol)에서 구하는 것으로, 성수기엔 하루에도 수십 개씩 동행 구하는 글이 올라오니 일정이나 스타일 등이 맞는 사람을 구해서 가면 된다. 그리고 이 여행 스타일이라는 게 연령대에도 많이 좌우되어서 그런가, 대체로 연령대 비슷한 사람들끼리 가게 되는 것 같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현지 게스트하우스나 투어업체 등을 통해서 동행을 구하는 것으로, 여행 출발 전에 여행사에 문의해도 되고, 울란바토르에 도착한 후 현지의 게스트하우스들을 돌면서 구하는 방법도 있다. 정말 사람이 많은 성수기에는 영어 등 다른 외국어를 사용하는 게하까지 포함해 하루에도 몇 대씩 투어가 출발하니 사람을 정 구하기 어렵다면 이러한 방법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이 경우에는 일정이 좀 더 여유로워야겠다. 4박 5일로 몽골에 가는데 울란바토르에서 투어를 구하려고 하면 아무래도 힘들 것이다. 

참고로 때에 따라서 많게는 5-6명까지 한 게르에서 숙박하기도 하기 때문에 혼성일 경우 다소의 불편함은 감내할 각오가 있어야 하겠다. 정 불편하다면 동성끼리, 혹은 비율을 맞춘 대규모 여행단에 끼는 것도 방법이겠다. 아, 그리고 우리가 구하면서 느낀 건데 확실히 휴가 낸 직장인들과 학생들의 일정 및 씀씀이 감각은 대체로 다른 경향을 띤다. 직장인들의 경우 귀국 즉시 바로 일터 복귀기 때문에 돈을 조금 더 쓰더라도 고생 덜 하는 경우를 찾는 것 같고, 또한 최대한 영혼을 짜내 일정을 만들어도 8박 9일 (금요일 밤 출발, 그 다음 주 일요일 귀국)이기 때문이다. 반면 학생들은 금전적으로는 조금 더 빠듯해도 시간은 좀 더 여유로워 보였다. 

같은 지역 동행들이고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미리 만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3명이 모인 상태에서 동행을 받는 입장이었는데, 고작 1주일 정도 동행 모집했는데도 불구하고 정말 중간에 여러 번 깨졌다. 사실 우리는 동행이 없어도 우리끼리 가면 그만이라는 입장이긴 했다. 




다음 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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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여행 준비하기 (1) 투어업체 선정 및 예약

(긴글주의!)

벌써 몽골서 돌아온 지 몇 주가 지났다. 여행을 떠나기 전, 다른 분들 블로그를 보면서 꿈(?)도 키우고 실제로 도움도 많이 받았다. 그래서 나도 기억이 희미해지기 전에 몽골 여행 관련 준비사항 등을 작성해본다. 참고로 우리는 7월 중순 8박 9일의 일정으로 여행했다. 

원래 긴 글 쓰는 걸 즐기는 편이고, 이곳 인터넷 사정이 썩 좋지 않아서 아기자기한 이미지 넣는 걸 별로좋아하진 않는데 몽골은 정말 사진이 너무 멋지게 잘 나와서 중간중간에 이미지도 넣어본다! (*사진들은 PC화면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글자가 보이지 않으면 클릭해서 보자!)

몽골여행 준비 과정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되며 순서가 바뀌어도 상관없는 것들도 있어서 도식으로 표현해보았다. 

1. 몽골 여행 투어업체 선정 및 예약

2. 비행기표 발권 

3. 몽골 비자발급

4. 네이버 "러브몽골" 카페에서 동행 구하기

5. 여행 사전조사 및 준비물 갖추기

6. 몽골 투그릭 및 미국 달러 환전

7. 여행자보험 가입하기 

8. 기타사항 


1. 몽골 여행 투어업체 선정 및 예약 

이는 발권과 순서가 바뀌어도 상관없겠다. 

투어업체 이용의 필요성
나도 사람이 천만 단위로 넘쳐나는 도시부터 인구 수백 단위의 시골 섬까지 방방곡곡 자유여행 많이 다녀봤다. 하지만 이 글을 보는 대부분의 여러분들은 나와 마찬가지로 몽골어를 못하고 같이 여행해 줄 현지인 친구가 없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따라서 도시에만 있을 것이 아니라면 거의 필수적으로 투어업체를 이용하는 게 좋다.  언어 문제도 매우 크고 몽골은 전반적으로 자유여행을 위한 인프라가 약한 편이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서라도 업체를 이용하도록 하자. 

투어업체 섭외 및 연락방법
나는 2명의 대학교 친구들과 함께 여행했다. 우리는 몽골여행을 마음먹자마자 바로 발권한 후 업체 다섯 여군데로부터 8박 9일 견적을 받았다. 일정 및 인원수의 윤곽이 나오면 견적은 쉽게 받아볼 수 있다. 대부분의 견적들이 인원 수 옵션을 다양하게 해서 보내주기 때문에 인원수는 후에도 변경할 수 있다. 다만 인원수가 많을 수록 경비가 줄어든다. 우리의 경우 원래 3명만 가기로 마음 먹고 700불대의 투어비를 예상했지만 마지막에 동행 2명을 더 붙여서 500불대의 투어비를 지불했다. 

투어업체를 섭외하는 방법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한 가지는 출발 전에 미리 한국에서 컨택을 해 예약을 하는 경우고, 다른 하나는 현지에서 운영되는 투어에 조인하는 것이다. 동행을 구하기가 어렵다면 성수기에 한해 현지 숙소 등을 통해 후자의 방법도 충분히 쓸만 한 것 같다. 하지만 직장인들과 같이 휴가 기간이 딱 정해져있어 일정이 유연하지 못하고 하루라도 아까운 경우에는 미리 컨택을 해 예약을 하는 게 좋을 듯하다. 

투어업체와의 연락은 주로 1) 네이버 "러브몽골" 카페 및 2) 울란바타르 게스트하우스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네이버 카페에 여행일정과 인원수를 올리면 여러 업체에서 견적서를 받아볼 수 있어 비교가 편하다. 또한 이들 업체의 경우 카톡과 이메일을 통해 한국어로 소통이 가능하니 다른 언어(예컨대 영어)가 수월하지 않다면 이 쪽을 통해 알아보는 것이 좋을성 싶다. 

울란바타르 현지 게스트하우스 및 한몽 이외의 해외 투어업체는 내가 이용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보통 이메일을 통해 소통하는 듯 하며, 영어가 주된 언어다. 미국인이나 유럽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투어패키지들을 살펴본 적이 있는데, 이들은 한국에 비해 단가가 비싸다는 인상을 받긴 했다. 그렇지만 프로그램 내용을 비교해본 것이 아니므로 꼭 가격이 더 비싸다고는 백프로 장담은 못하겠다. 참고로 겨울에 여행할 예정이고 동행이 좀체 구해지지 않는다면 유럽인들을 상대로 하는 투어 등을 알아보면 좋을 성 싶다. 가이드 분들이 하나같이 겨울에는 유럽인들이 비교적 많이 오는 편이라고 알려줬다. 

투어업체 선택기준
대체로 투어업체마다 투어의 내용은 대동소이하지만, 조건들을 세세히 따져보면 은근 차이가 난다. 사람들마다 선택기준이 다를테니 우리가 고려했던 지점들만 나열해본다. 

1) 금액: 우리의 경우 5인 기준 견적을 받았는데 대체로 미화 500불 중후반 부터 600불 중후반까지 금액이 대동소이 했으며, 그중에 간혹 숙박 시설 등이 더 좋아 금액이 확연히 비싼 경우도 있었다. 일반적으로 일수로 계산하며 여기에 인원과 일정을 고려해 금액이 변경되는 것으로 보인다. 

2) 다른 사람들의 후기: 후기는 어디까지나 참고용임을 명심하자. 우리가 뭔가 선택권을 발휘할 수 있는 범주 내에서 여행의 질은 무엇보다도 가이드와 운전수, 그리고 동행이 결정한다. (날씨, 자연재해 같은 건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다.) 몇몇 여행사 및 게스트하우스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아주 오래 된 여행사는 없는 듯 했다. 또한 여러 가이드분들과 얘기해보았는데 대체로 장기적인 직업이기보다는 잠깐 거쳐가는 직업으로 인식하고 있는 듯 했으며, 성수기에는 일손이 모자라서 대타나 알바 등을 고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특정 업체의 후기가 아무리 좋아도 결국 복불복일 가능성은 항상 있다. 특별히 가이드나 운전수를 지정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일단 여행이 시작된 후에는 후기들이 결정적인 의미를 가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또한 몽골 한인 대상 여행사라는 게 숫자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어차피 자기들끼리 다들 잘 아는 그런 바닥이다.
  다만 여행 시작 직전과 직후까지의 문제들, 예컨대 일정의 유연성이나 일처리 방식, 속도, 문제 발생 시 대응태도 등은 유심히 살펴볼 만하다. 또한 업체 별로 가이드를 관리하는 노하우가 다를 텐데, 한국인의 문화나 취향 같은 것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이들의 관리 노하우에 따라 여행 경험이나 질이 다르다고 느낄 수도 있다. 특히 자신이 좀 까다로운 여행자라고 생각된다면 대충 날잡고 러브몽골 카페 및 각종 블로그 등의 후기들을 잘 뒤져보는 것도 좋겠다. 

3) 차량: 울란바타르에서 가까운 테를지나 고속도로가 연결된 하르호린, 달란자드가드 등 도시만 왔다갔다 할 것이 아니라면 몽골 여행에서 차량 선택은 정말 매우 중요하다. 업체마다 제공하는 차량이 다르며, 성수기에 차량이 모자를 경우에는 역시 다른 운전수 분들을 잠깐 고용하거나 일손을 빌리기도 한다. 차량들은 기사님들 소유로 알고 있는데, 이 때문에 차량이 바뀌면 기사님도 바뀐다는 것을 명심하자. 

다른 나라 사람들은 잘 모르겠고, 한국인들이 투어업체를 통해 접하게 되는 차량들은 주로 현대 그랜드스타렉스(4륜), 러시아 우아즈(UAZ) 사의 부한카 혹은 몽골명 "푸르공", 미쓰비시 델리카, 도요타 랜드크루저다. (여행하다보니 렉서스 4륜구동차도 여럿 봤는데 되게 잘 가서 부러웠다.) 동행까지 포함한 우리 다섯 명의 경우 평균연령 30살의 직장인들이 대다수였기 때문에 무조건 몸사릴 생각으로 스타렉스로 정했다. 하지만 여행 첫날 우리를 맞이한 것은 에어컨이 고장난 델리카였는데, 성수기라 업체 내에 스타렉스가 없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기사님이 친근하기도 하고 음악선정 센스도 엄청났지만 에어컨 고장을 버틸 수 없던 우리들은 강력하게 항의했다. 그 결과 업체에서 스타렉스를 모는 기사님으로 다음 날 바꿔줬는데, 알고보니 신문 광고에서 수배했다고 한다. 아무튼 델리카 1일, 스타렉스 8일을 타며 숱하게 다른 차들 구경하던 경험에 비춰봤을 때 각 차량의 장단은 다음과 같다. 어디까지나 약간의 경험과 보고 들은 것, 검색한 것을 바탕으로 했으므로 부정확한 정보가 있을 수 있으니 최종판단은 업체와의 상담과 개인의 취향 등을 고려해서 결정하자. 

- 스타렉스: 델리카에 비해 승차감이 훨씬 낫다. 푸르공을 스타렉스와 승차감으로 비교하는 것은 스타렉스에게 실례다. 우리는 운전석-조수석 2개를 포함해 총 9인승 차량이었고, 총 탑승인원은 7명이었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자리는 없는 것과 다름없으므로 실제로는 8인승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하지만 여기엔 작은 함정이 있는데, 운전석과 조수석을 제외하고 사람이 4명이 넘어가면 펴서 앉는 접이식 좌석에 앉아야한다. 이 자리는 고정이 잘 안되어 있고 목받이가 없기 때문에 수 시간 탈 경우 목이랑 허리가 작살나며, 좀체 잠들기 어려운 자리다. 우리는 돌아가면서 앉았다. 스타렉스의 에어컨이 빠방한 건 한 여름의 고비를 여행할 경우 진짜 큰 장점이며, 짐공간도 델리카에 비하면 넉넉한 편인 것 같았다. 또한 일단 포장도로에 올라가면 다른 차들보다 훨씬 잘 간다. 
  하지만 오프로드가 시작된 이후, 특히 날씨가 급격히 안 좋아졌을 때 우리는 미친듯이 걱정을 해야했는데, 암만 생각해도 스타렉스는 오프로드용 차량은 아닌 것 같다는 게 중론이었다. 시골에서 운전한 경험이 많은 기사님들이라면 운전을 잘 하시겠지만, 스타렉스는 정말 진짜 운전도 잘해야하고 길눈도 밝아야한다. 일단 차체가 낮고 힘이 딸리기 때문에 경사가 급한 곳이나 비가 온 곳, 험지 등은 거의 못 다닌다고 보면 된다. 또한 오프로드에서 다른 차량에 비해 속도가 월등하게 떨어지는 편이다. 한 번은 길에 낮은 돌이 있었는데, 다른 스타렉스 기사님이 이를 보지 못하고 지나가는 바람에 문제가 될 뻔한 적이 있다. 만약 차체가 높은 차량이었다면 크게 문제가 안 되었을 것이다. 우리 기사님은 진짜 정말로 운전을 잘하셔서 다른 스타렉스들보다는 훨씬 잘 다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오프로드용 차량에 비할 바는 못되었다. 초원이나 사막은 그럭저럭 다닐 만했지만, 비 온 후의 쳉헤르는 돌까지 많아서 진짜 식은 땀 흘렸다. 그 정말 말도 안 되는 돌 밭에서 타이어 펑크 안 난 게 진짜 대단하다....

- 푸르공: 외국인을 포함해 대부분의 여행자가 가장 많이 탑승한 차량이 바로 푸르공이었는데, 정말 오프로드에서는 힘도 세고 잘 다니더라. 여행 중 고장난 랜드크루저를 만난 적이 있는데 고장이 심하게 나서 다른 차가 견인해줘야만 했다. 하지만 때마침 멈춘 것은 우리 차와 다른 스타렉스였고, 결국 랜드크루저 운전하시던 분은 푸르공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는 후문. 쳉헤르에서는 비가 많이 왔었고, 설상가상으로 말도 안되게 큰 사이즈의 우박까지 내렸다. 그때 운 없이 정차해야했던 차가 푸르공 1대와 스타렉스 3대였는데, 비로 불은 하천과 진흙탕을 건널 때 푸르공이 선두에 서서 달렸다. 그 밖에 짐 실을 공간이 매우 넓다고 하며, 많이 다니기 때문에 추측컨대 문제가 발생할 경우 부품수급이나 수리 등에서 어느 정도 장점을 가지지 않을까 싶다. 나는 말버릇처럼 다음에는 꼭 푸르공을 타겠다고 되뇌이고 다녔다. 물론 다음에 몽골 가면 우리 기사 아저씨 스타렉스 찾아서 도로 타려 들겠지만ㅋㅋㅋ 푸르공의 경우 사진빨은 보너스긴 한데 이건 남들 타고 다니는 푸르공 찍어도 된다.... (참고로 여행자들이 푸르공 위에 올라가서 사진 찍는 걸 기사님들이 무척 싫어하신다고 한다.) 
  푸르공은 내가 안 타봐서 잘 모르겠지만 승차감이 정말 헬이라고 한다. 스타렉스 조차도 오프로드 탈 땐 창문에 머리 박는 일이 엄청 흔했는데 하물며 푸르공은... 또한 에어컨이 없기 때문에 고비지역을 간다면 많이 더울 것이다. 우리가 다닐 때엔 모래바람이 많이 불지 않아서 창문을 열고 달리는 푸르공들을 여럿 봤는데, 모래바람이라도 많이 불면.... 
  푸르공에 대한 자세한 내용들은 다른 여행자분들의 후기를 참조하는 게 정확할 것 같다. 원래 이름은 우아즈 부한카라고 하는데, 몽골 사람들은 그냥 푸르공 푸르공 하더라. 

- 델리카: 딱 하루, 그것도 울란바타르-테를지 구간만 탔기 때문에 장기여행엔 어떨지 모르겠다. 일단 추측컨대 푸르공보다는 편한 것 같고, 특히 2-3열 좌석이기 때문에 앞의 2열 좌석에 각각 앉는다면 꽤 편할 것 같다. 뒤 3열 좌석은 승차감이 뭐 아주 훌륭하지는 않다. 고작 테를지만 왔다갔다 했는데도 엉덩이가 꽤 아팠다. 그래도 푸르공보다는 아마 훨씬 나을 거다. 차체가 높고 오프로드용 차량이기 때문에 스타렉스보다는 확실히 잘 다닌다. 에어컨도 있다. 우리도 에어컨 고장 안 났으면 그냥 이 차 탔을 거다. 
  짐공간이 스타렉스보다 적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앞서 말했듯이 스타렉스만큼 승차감이 좋지는 못하며, 또한 차량의 좌석수가 적어서 동행 인원이 5명을 넘어간다면 델리카는 난감하다. 그리고 5명이라고 해도 뒤 3명좌석은 조금 비좁기 때문에 몸집이 크거나 하면 좀 힘들 수 있다.
  오래 탄 게 아니라서 다른 장단은 잘 모르겠다.

- 랜드크루저: 나는 별로 아는 바가 없는 차량인데, 확실한 건 랜드크루저가 제일 좋고 비싼 선택이라는 점이다. 일단 잘 다니고 승차감도 좋다고 하며 에어컨도 있다. 길에서 간혹 도요타 랜드크루저나 렉서스 오프로드용 차량을 만나곤 했는데, 험지를 정말 잘 다녔다. 쳉헤르 진흙탕에 빠진 랜드크루저가 (엎어질 뻔했으나) 순전 차량의 힘으로 빠져나오는 걸 본 적도 있다. (우리 차는 그 곳을 건너지 못하고 결국 돌밭을 돌고 돌아 예정시간보다 몇 시간 늦게 숙소에 도착했다...) 푸르공이 더 힘은 세더라도 왠지 언덕길 같은 건 얘들이 더 잘 다닐 것 같아...

무슨 차량을 선택하건 어쨌든 제일 중요한 것은 기사님의 운전실력과 차량관리능력, 땅 상태, 기상상태다. 우리가 컨트롤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덧붙여 해당 차량과 기사님이 투어업체에 소속된 경우가 아니라면 관광청에 등록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 경우 경찰한테 잡히면 세월아 네월아가 될 수 있으니, 특히 일정이 짧다면 차량등록 여부를 확인해보도록 하자. 

4) 일정: 업체들의 투어 내용 자체는 가는 곳만 같다면 대동소이한데, 생각보다 이동경로나 방문지역 등에서 차이가 컸다. 몽골 여행을 처음 한다면 지명이름만 듣고도 머리가 어지러울텐데, 당시 일을 하기 싫던 나는 잉여력을 발휘해 견적을 받은 5개의 업체의 루트를 모두 구글맵에 그려보았고 이게 생각보다 업체 선택에 도움이 되었다. 꼭 하고 싶은 것들과 꼭 보고 싶은 것들의 우선 순위를 정한 다음, 개인의 체력이나 여행스타일, 그리고 울란바타르 인아웃 일정을 고려하여 여행사 여정을 선택하면 되겠다. 
  참고로 우리 같은 경우 다음과 같은 부분이 고려되었다:
 - 일행 중 한 명이 부산발 에어부산으로 점심 쯤 도착하는 일정이었고, 인천발 미아트항공을 탑승한 나머지 일행들의 체력 안배 등을 고려해 첫날 이동이 적은 일정을 선택. 그 결과 테를지를 맨 처음으로 갔으며, 후에 다른 지역들이 정말 너무 멋져서 우리 스스로의 선택에 매우 기뻐했다는 후문. 
 - 일행 중 두 명이 여행 마지막 날 저녁에 출국하는 일정이었으므로 마지막 날은 가급적 울란바타르에 일찍 들어와야 했음. 따라서 마지막 날 어딘가를 들리거나, 혹은 지나치게 이동거리가 긴 경우는 배제함. 
 - 기본적으로 모두가 고비사막을 가고 싶어했지만 온천에 대한 욕구가 큰 사람들도 있었음. 이동거리가 긴 것에 대해 비교적 개의치 않았기 때문에 고비사막에서 쳉헤르까지 들리는 일정을 선택. 다만 매일매일 짐을 싸고 푸는 것이 생각보다 귀찮았고, 특히 이동거리가 매우 긴 날 (바얀작-엉긴사원 하루만에 다 찍음)은 게르캠프에 늦게 도착해 게르부족으로 인원 중 일부가 민가(?) 게르에서 숙박하는 등의 애로사항이 있었음. 다음에는 어디 가서 진득하게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우리끼리 이야기함. 원래 동행을 하겠다고 하셨던 다른 분은 일정이 너무 빡빡하다며 고비사막만 가는 팀으로 옮긴 걸로 알고 있다.

5) 숙박조건: 일단 나와 내 친구들은 게르 상태나 샤워횟수, 전기 사용 여부 등에 대해 크게 연연해하지 않아서 많이 고려하지 않았다. 극단적으로 전일정 샤워불가가 아닌 경우도 없었고, 실제로 몇몇 게르들은 깨끗한 수세식 화장실, 24시간 전기 및 온수 등 놀랄 정도로 호화(!)로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지막 며칠 정도는 현지 게르들 사정에 의해 전기 샤워 모두 전혀 불가능했는데, 카메라 충전 부분에서 살짝 문제가 되긴 했지만 게르들은 대체로 거기서 거기인 듯 하다. 아, 다만 여행자캠프의 경우 시설은 좋은데 관광객이 많아 밤에도 시끄러울 가능성이 높으며, 별밤 사진 촬영할 때 광원도 많은 편이고 여기저기서 후레쉬를 켜대서 조금 짜증날 수는 있다. 다만 우리 팀 중에 분명히 휴가를 내고 왔는데도 업무를 봐야하는 사람이 있었는데(ㅠㅠ), 뒤로 갈수록 신호도 신호지만 전기가 부족해 조금 힘들해하셨던 것 같다. 

6) 기사 및 가이드: 원래 우리 세 명만 갈 생각이었는데 일정인원 이하면 기사와 가이드 두 명이 아닌 기사 겸 가이드를 붙여주는 업체가 있었다. 우리는 애초에 이를 제외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기사나 가이드 일 둘 중 하나만 해도 진짜 너무 힘들 것 같고, 또 몽골어를 못하는 우리와 하루종일 있으면 외국어를 써야하는 당사자도 너무 피로할 것 같다. 안전을 생각해서라도 최소 2명이 붙는 게 좋은 것 같다. 

7) 공항픽업/센딩: 일정이 빡빡하다면 공항 픽업 및 센딩이 가능한지, 금액은 어떤지 꼭 확인해보자. 

8) 포함된 활동 내역: 지불할 금액에 포함된 액티비티가 무엇이 있는지 확인해보자. 돈이 드는 액티비티의 사례로 승마, 낙타타기, 박물관이나 사원 방문 등이 있을텐데 이중 꼭 해보고 싶은 것들은 선지불인지 현지에서 지불하는 건지 확인해보자. 참고로 승마는 테를지, 욜린암 등 할 수 있는 곳이 여러 곳이니 혹시 취향이 확고하다면 어디서 하는지, 몇 번이나 타는지도 확인해 볼만하다. 

9) 식사: 아마 업체별로 조건 자체는 대동소이 할테고, 가이드의 요리실력과 일정의 빡셈 정도에 따라 식생활이 달려있다. 일정이 빡세면 요리준비할 시간이 줄어들어서 퀄리티가 떨어질 우려가 있다. 우리는 사실 몽골 음식을 더 많이 먹고 싶었는데 (몽골 감자 넘나 맛있는 것...) 가이드 분이 한식을 엄청 해주셨다. 이런 부분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말해서 조율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유명한 허르헉(발음 듣기엔 헐ㄹ허ㅋ 이런 느낌에 가까웠다.. 발음 진짜 어려움...)은 안 만들어주면 꼭 만들어주자고 하자. 진짜 꿀맛이다. 

10) 게스트하우스: 위에는 까먹고 안썼는데, 울란바타르에서 하루 이상 숙박해야 한다면 투어업체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특히 에어부산으로 인한 동행 (은 나 ㅠㅠ)을 나머지가 6시간 이상 기다릴 장소가 필요했기 때문에 게스트하우스 제공이 무척 중요했다. 


이렇게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과 투어업체를 골랐다면, 예약금을 걸면 된다. 우리 같은 경우 총 금액 중 미화 100불에 해당하는 금액을 한화로 환산해 국내 은행에 입금했다. 일행 중 해외에 거주하는 사람(은 역시 나ㅠㅠ)이 있어서 혹시 미화로 직접 입금할 통장은 없냐고 했더니 그건 안 된다고 했다. 남은 금액은 울란바타르 현지에 가서 미화현금으로 지불했다. 

글은 길어졌는데 사실 적당히 가격과 일정보고 정하면 그만이다. 우리도 한 4-5일 고민한 후 그냥 적당히 하나 골랐다. 그리고 추측컨대 사소한 부분들은 투어업체와 적절히 조율이 가능할 것이다. 


다음 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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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먹은 음식들 (1) - 차찬탱과 패스트푸드편

지난 몇 달 동안 홍콩섬 남단의 애버딘/香港仔(광동어 발음으로는 행겅자이 쯤 됨) 근방에서 골골대며 노동을 했다. 사실 지금 사는 곳도 심천/선전(深圳, 광동어로는 쌈잔 쯤 된다)이라 홍콩 음식을 쉽게 구할 수 있지만, 그래도 홍콩은 홍콩이니 당시에 먹었던 음식들 나열해봄. 가끔 함정카드로 당시에 먹은 음식이 아닌 경우도 있다. 선전에 있으면서 홍콩에 친구 만나러 뭐 행사 참여하러 등등 종종 건너간다! 건너갈 때마다 출입경이 잦아서 그런가 매번 국경에서 붙들리는 건 안 자랑...

내 생각에 홍콩음식이 곧 광동음식은 아닌 것 같다. 물론 기본베이스는 광동음식이지만 서구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중국 대륙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음식들이 많다. 거기다 분명히 내가 대륙에서는 아주 지역특산이 아닌 이상 대체로 메뉴판 읽는데에 크게 무리가 없는데, 홍콩에서는 정말 매번 주문할 때마다 뭘 주문하는지 몰라서 아주 스릴이 넘쳤다.  또한 광동음식 외에도 객가/하카(客家)음식이나 조주/차오저우/치우차우(潮州) 음식들 영향이 큰 것 같다. 조주는 행정구역상 분명히 광동성 내에 속하지만 이쪽 문화권은 대충 광동과 복건 사이 어딘가에 있다고 보면 된다. 

덧붙여 홍콩은 워낙 국제화 된 동네라 정말 별별 나라 음식들이 다 있다. 사람들이 홍콩에 쇼핑하러 간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면세 (심천 사람들도 비싼 수입품, 전자제품 등은 홍콩으로 사러 간다)도 있고 과거 동서양의 교역이 다 모이는 곳으로 정말 쇼핑의 성지와도 같은 점도 있었지만 (대표적으로 조지루시 밥솥), 나는 그보다도 생활 속에서 뭐든지 너무나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이 뼈저리게 와닿았다. 특히 먹는 거라면 홍콩은 기본적으로 수입 의존량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정말 별별 걸 다 구할 수 있다. 일본 게 유난히 많은 편이긴 한데, 최근엔 한국 농산품도 엄청 들어가 있더라.


아무튼 밥 먹을 때마다 꼬박꼬박 사진을 찍었으니, 종류별로 분류해서 업로드 해봄. 먼저 차찬탱 (茶餐厅) 음식들. 보통화로는 차찬팅이라고 읽지만 차찬탱은 사실상 홍콩식 식당이나 다름 없기 때문에 광동어를 사용해서 차찬탱이라고 읽어봤다. (어차피 광동화는 성조가 핵심인데 우리는 9성을 들을 귀가 없기 때문에 안될거야 아마....)

차찬탱은 글자만 보면 차를 팔 것 같은데, 현지에서는 그보다는 패스트푸드에 가까운 느낌이다. 전형적인 차찬탱은 4인용 쇼파에 테이블이 있고 말도 안되게 엄청 많은 메뉴판을 자랑하는... 뭐 그런 경우가 많다. 한국의 식당들과 달리 중국 식당들은 메뉴가 엄청 많은 편인데, 특히 홍콩의 경우 새벽/오전/점심/오후/저녁 별로 계속해서 메뉴가 바뀌는 경우가 다반사. 특히 오후에는 보통 오후차 메뉴를 많이 판다. 말이 좋아 오후차지 간식 수준. 가장 대표적인 음료로는 레몬차(뜨거운 거 혹은 차가운 거)와 밀크티 (역시 뜨거운 거 혹은 차가운 거) 정도가 있다. 이들은 대륙에서 발견되는 것과는 맛이 사뭇 다름. 딱 앉으면 뜨거운 차를 주는데, 보통 여기다가 수저를 담가 소독하곤 한다. 그냥 마셔도 상관은 음슴. 대륙, 그것도 광동 쪽 식당에서 밥 먹을 때 이런 뜨거운 차를 주면 식기를 꼬박꼬박 씻기는 하는데 홍콩에서는 귀찮아서 그냥 먹은 적도 많다.ㅋㅋ 

사실 정확한 정의는 나도 잘 모르겠고, 식당을 가보면 아, 저거슨 차찬탱이구나 아니구나 하는 느낌이 온다. 혹시나 해서 위키에 찾아봤는데 위키에서는 양식을 홍콩 현지화 해서 파는 패스트푸드 정도로 설명하고 있는 듯 하다. https://en.wikipedia.org/wiki/Cha_chaan_teng

사실 아예 차찬탱 특집편으로 만들어보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차찬탱에서 먹은 게 없어서 (살던 동네에 차찬탱이 별로 없어서...) 이렇게 세 장 밖에 올릴 게 없다....

홍콩음식


일하던 사무실 건너편에 있던 차찬탱의 점심메뉴 중 하나. 쌀국수에 오리고기를 얹어먹는 음식인데 쌀국수는 굵기나 모양에 따라 다양하게 정할 수 있다. 대륙보다 다양성이 훨씬 엄청나다. 이 날 처음으로 다른 외국인에게 차찬탱에 대해서 설명해야 했는데 내가 무슨 수로 설명함.... 

참고로 저 국수 모양은 내 기억에... 라이판이라고 불리는데 쉽게 말해 쌀스파게티 쯤 된다. 성조가 미묘해서 끝까지 제대로 못 외운 단어임...


홍콩음식


이것은 셩완의 어느 차찬탱에서 먹은 에그누들이다. 이건 뭔지 정확하게 알고 시켰고 정확하게 내가 아는 그 맛이 났다. 늦은 시간이라 밥 먹을 곳이 없어서 들어간 건데 차찬탱 안에서 나이 지긋한 홍콩 아저씨들이 즐겁게 생파를 하고 있었다. 


홍콩음식


이것은 케네디타운의 차찬탱에서 먹은 스파게티다. 오른쪽으로는 아이스밀크티 (똥나이차라고 발음)가 있다. 사실 아이스레몬티(똥랭차)를 시킬 생각이었는데 말 잘못해서 밀크티 시킴 ㅠ_ㅠ

분명 서양음식이지만 왠지 모를 아시아의 그 느낌이 많이 나는 저런 음식들을 많이 판다. 대표적인 것들이 밥에다가 소스+치즈를 얹은 치즈도리아/그라탕류 음식들. 절대 서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그것들. 이런 거 먹으면서 기뻐할 때마다 나는 천상 아시아인이구나 싶다 ㅋㅋㅋㅋ


***


홍콩 건너편인 선전에만 와도 차찬탱은 딱 차찬탱 색깔이 나며, 대체로 홍콩식(港式)이라는 이름을 달거나 지극히 홍콩스러운 이름들을 달고 있기 때문에 알아보기 어렵지 않다. 아마 홍콩 가서 많이들 먹어봤을 대가락(大家樂/Cafe de Coral/따이가록)이 대충 차찬탱의 패스트푸드화 및 표준화 버전이라고 보면 되겠다. 대가락 외에도 맥심(Maxim's 혹은 MX, 혹은 美心 메이쌈) 및 대쾌활(大快活, Fairwood, 따이파이웃)이 유명한데, 보통 대가락이 중간 쯤 되면 맥심은 대가락과 비슷하거나 조금 나은 편이고, 대쾌활은 대체로 음식이 별로라는 평을 많이 듣는다. 대쾌활은 음식이 맛이 없다면서도 식당 운영을 어떻게 하는거지 싶었는데 그냥 홍콩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냥 급하면 가는구나 싶기도 했다... 음... 또는 롯데리아 같은 느낌이려나. 어라 근데 이 글 작성하면서 대쾌활 잠깐 찾아봤는데 이거 로고보니까 옛날에 즐겁게 먹던, 피에로가 그려진 그 식당이 맞네?! 헐, 대쾌활 맨날 욕했는데 내가 좋아하던 곳이었구나... 동심파괴 느낌...

아무튼 이 패스트푸드 점들의 경우 메뉴판에서 메뉴를 고른 후 (영어+그림에 알파벳+기호까지 나와 있어서 주문하기 쉬움) 번호가 뜨면 가서 음식을 받아와서 먹으면 된다. 다 먹은 후에는 식판을 퇴식구나 퇴식선반에 놓고 오면 된다. 중국의 경우 음식을 받고 퇴식하는 과정은 모두 종업원이 담당해준다. 인건비 빨 인해전술이랄까. 참고로 홍콩에서도 노인 분들이나 거동이 불편한 분들은 직원들이 음식 갖다주고 하는 거 많이 봤다. 


홍콩음식


특별히 힘들었던 어느 하루, 퇴근한 후 홀린 듯이 대가락에 갔다. 사실 뭐 굳이 대가락을 먹어야하는가 싶어서 홍콩 가서 한동안 대가락을 안 먹고 있었는데, 왠지 이 날만은 뭔가 특별한 걸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너무 힘들어서 멀리 나가긴 힘들고, 애버딘 쪽에는 사실 다른 지역만큼 식당이 많지 않아서 무진장 고민했다. 그러다가 어릴 적 추억 보정과 함께 철판스테이크를 먹기로 했다. 어쩌다보니 소울푸드행...

이날 고기 썰면서 울 뻔했음... 사실 45홍콩 달러 정도 되는 (정확한 가격이 기억이 안난다) 음식이니 대단히 좋을 리가 없다. 저 고기는 실제 스테이크라기 보다는 햄스테이크의 맛에 가깝다. 스테이크의 맛이 저얼대 아님. 그렇지만 철판에 올라가있으니 기분 내기도 좋고 맛도 그럭저럭 있는 편이다. 빵도 맛있고, 뭔가 뜨끈뜨끈한게 목구멍으로 넘어가니 그저 기쁠 뿐. 소스는 토마토랑 블랙페퍼 소스가 있는데 후자는 내가 안 먹어봐서 모르겠다. 그 뒤로도 유난히 힘든 날 하루 이틀 먹었다. 이렇게 힘든 날 먹는 음식 정해놓는 거 조차 위로가 될 정도로 멘탈이 안 좋았음ㅋㅋㅋ


홍콩음식

그 뒤로 대가락에 무진장 자주 갔다. 그런데 아무리 메뉴판에 그림과 글자가 있어도 그림이 없는 메뉴들이 있다. 영어 표현으로는 사실 뭔지 잘 모를 때가 있는데... 이 날도 대충 주문했다가 상상과 좀 다른 게 나와서 당황했던 날임. 그냥 스파게티 소스 비빔밥 수준인데 은근 중독성 있어서 싹싹 잘 긁어 먹었다. 이 날도 음료는 아이스레몬티. 난 저거 모든 홍콩식 식당에서 거의 고정 메뉴 수준임. 



홍콩음식


케네디 타운의 차찬탱에서 먹었던 스파게티가 맛있어서 대가락에서도 시켰다. 그런데 이 날은 진짜 더럽게 운이 없었는지 좀 식은 스파게티가 나왔다. 주문 들어가서 정말 20초 만에 나왔으니 미리 만든 걸 새로 덥히지도 않고 나온 게 아닌가 의심함. (원래 미리 만들어둔다. 패스트푸드니까.) 이 날은 나름 특별하게 먹겠다고 음료도 좀 색다르게 시켰는데 음식이 대실패해서 다 먹지도 못하고 남겼다. 면도 다 말라붙고 흥 ㅠ


홍콩음식


하지만 난 이미 대가락의 노예. 실패한 메뉴가 있다면 그 메뉴 빼고 다른 걸 먹으면 그만일 뿐. 어느 일요일 오후 3시 쯤 가서 간단히 끼니를 떼우는데... 와... 대가락에 그렇게 사람 많은 건 첨 봤다. 정말 줄도 너무 길고 자리도 없을까봐 매우 걱정했다. 내 기억에 할아버지 2분, 아주머니 1분과 한 테이블에서 같이 먹었던 것 같은데... 

특히 오후차(下午茶) 메뉴들의 경우 가격적 메리트가 어마어마하고 (진짜 쌈) 동네 식당 상황이 영 거시기해서 그렇게 사람들이 많은게 아닌가 싶다. 샌드위치 맛은 무난했던 것 같은데 그 뒤의 옥수수가 더 맛있었음ㅋㅋㅋ 참고로 대가락은 시간대별로 계속 메뉴가 바뀌고, 보통 아침, 오후차, 늦은 저녁 메뉴들이 20홍콩 달러 이런 수준으로 무진장 싸다. 



홍콩음식


사진이 좀 어둡게 나왔는데 이것은 가히 대가락의 대표메뉴라고 할 수 있다. 돼지고기 스테이크 (오히려 "소고기 스테이크"보다는 더 스테이크 느낌임)에 토마토, 파인애플, 양파, 완두콩 등을 얹고, 토마토소스와 치즈를 끼얹어 오븐에 구운 요리다. 이름은 哥焗猪扒饭...인데 이걸 번체로 바꾸면 뭐가 되더라. 광동어 발음은 모르겠고 메뉴번호를 그냥 외우고 다녔는데 이건 항상 그림에 나와있으니 그냥 가리키면서 음꺼이 하면 그만이겠다.  다른 홍콩분의 묘사에 따르면 홍콩 사람들의 소울푸드 같은 느낌이라는데 진위는 모르겠다. 이거는 회전율이 빨라서 그런가, 스파게티 같은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대가락에서 정말 물리도록 먹었고, 그마저도 모잘라 최근 선전에서도 대가락 갈 때마다 먹고 있다. 특히 대륙에는 멀쩡한 서양음식이 잘 없어서 (중국화 정도가 매우 심함) 적당히 서양 음식이 먹고 싶을 때 오히려 이걸 먹으면 대충 서양음식에 대한 욕망수치가 내려가는 느낌이 팍팍 든다 ㅋㅋㅋ 다만 애버딘 대가락보다 이쪽 선전에서 먹는 대가락은 양파도 더 많고 치즈도 좀 더 적은 느낌이었는데... 막상 사진 보니 홍콩도 비슷하구나... 

굳이 찾아가서 먹을 필요는 없고 딱히 뭘 먹어야 할지 모를 때 한 번 가보는 것도 괜찮다. 

참고로 서양식 음식만 줄창 먹어서 그런데, 대가락에는 중국식 음식도 있다. 단오절 즈음을 겨냥해서 쫑즈(粽子)를 팔기도 했고, 하이난치킨(海南鸡肉)은 제법 먹을 만함. 홍콩에선 안 먹어봤는데 대륙 대가락의 하이난치킨은 값이 좀 세서 그렇지 진짜 괜찮았다. 


홍콩음식


이거슨 맥심에서 시켜먹은 카레. 맥심은 2층이고 대가락은 1층이라 올해엔 이때 한 번 가고 또 안 갔다. 어차피 경쟁 업체들끼리 메뉴들이나 가격들이 다 거기서 거기다. 참고로 올해는 각종 카레들이 유행을 탔는지 특선 메뉴로 어엄청 나와서 가는 곳마다 저런 카레를 팔아댔다. 

보기엔 맛있어 보이는데 먹어보면 생각만큼 크리미하거나 하지는 않고, 오히려 많이 묽은 편이어서 조금 탕을 먹는 느낌이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이것도 싹싹 비웠음. 그나저나 평일 점심 시간이었는데 동네 중고딩들이 맥심에 와서 많이 먹고 있어서 좀 당황했다. 


참고로 패스트푸드 식당들에서는 옥토푸스 카드 결제가 가능하고 또 좀 장려하는 느낌이다. 맥심은 아예 자동주문기기까지 설치해둬서 옥토푸스 카드로 스스로 결제도 가능했다. 그런데 옥토푸스 카드 특성상 내가 돈을 얼마나 어떻게 쓰는 건지 1도 감이 안 옴ㅋㅋㅋ 돈이 아주 쑥쑥 나간다. 

다른 곳에서도 옥토푸스 카드를 많이 받지만 노포거나 규모가 작은 식당들은 안 받는 경우가 많다. 홍콩에서는 현금을 항상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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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바이 와콤 구매기 (One by Wacom)

대학교 다닐 적 모 회사에서 인턴을 한 적이 있는데, IT 회사여서 유난히 더 그런가, 하루종일 컴퓨터를 들여다보던 시절이 있다. 인턴 길게 한 것도 아닌데 그 당시 손목이 나가리가 났던 모양이다. 그 후, 마우스를 조금만 장시간 사용해도 손목이 시큰거리고 아파온다. 그래서 한동안 노트북 터치패드만 사용하다가 그마저도 좀 아니다 싶어 와콤 타블렛을 한 대 들였더란다. 

와콤 CTL-480이라는, 와콤 인튜어스 라인 중 가장 싼 모델이었다. 사진은 없다. 말이 좋아 인튜어스지 그냥 제일 기본라인업이라고 보면 된다. (과거에는 인튜어스가 고급 모델이었다...) 

정확히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적어도 2-3년은 사용한 것 같다. 그림 그릴 일은 거의 없었고 주로 마우스 대용으로 사용했으며, 가끔 사진 편집 등의 용도로 사용했다. 그간 펜심은 한 번 갈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기기가 먹통이 되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USB를 자주 뺐다 꼽았다 해줘야 사용이 가능했고, 프로그램 충돌도 자꾸 일어났다. 결국 중국으로 국제이사(...)를 감행하는 과정에서 그대로 쓰레기통으로 처분했다. 이것은 팔 수도 없어...

그래서 한동안 다시 마우스 한 대를 들여서 사용하고 있는데 이대로는 손목이 사망할 것 같아 너무 두려웠다. 조금만 오래 사용해도 시큰거리는 손목 ㅠ_ㅠ 

그래서 이번에 6월 18일 중국에서의 할인찬스를 사용해서 다시 한 번 와콤 타블렛 한 대 들였다. (6월 18일은 경동/징동京东의 대바겐세일 날짜인데, 경쟁업체인 타오바오淘宝에서도 같이 폭풍 세일을 시전하여 중국의 블랙프라이데이가 되어버렸다.) 이번에 들인 것은 역시 내가 찾을 수 있던 것 중 가장 저가라인업인 One by Wacom 원 바이 와콤


https://www.wacom.com/en-cn/products/pen-tablets/one-by-wacom

(한국 와콤 사이트에는 원바이와콤 페이지가 없어서 중국-영문 사이트 링크 투척함...)


이런저런 할인찬스를 써서 266위안에 한대 + 정품 펜심 5개를 들였다. 266위안이면 한국돈으로 45,000원 정도 한다. 사실 타오바오에서 구매하면 불법 어도비 소프트웨어까지 끼워주는 (...) 패키지가 있긴 한데, 솔직히 각종 패키지니 뭐니 다 필요없기도 하고 바이두 클라우드 통해서 다운받는 불법 소프트웨어는 좀 거시기해서 그냥 징동에서 가장 할인 많이 먹일 수 있는 걸로 구매했다. 


https://item.jd.com/27996434040.html

내수용이냐고 하면 딱히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시리얼 넘버에 따라 보증에 차이가 있지 않을까, 뭐 그렇게 짐작할 뿐이다. 하지만 예전에 CTL-480 구입할 때 보니까 그냥 제품등록할 때 나라 선택했던 것 같다. 박스랑 품질보증서 정도만 중국어고 기기 후면에는 그냥 영어로 적혀져 있다. 

스펙은 다음과 같다. (공홈에서 가져옴)

기기사이즈: 210 X 146 X 8.7 mm  (평범한 책 사이즈보다 살짝 작다.)

펜 사용범위 사이즈: 152 x 95 mm

필압: 2048

무게: 패드 251g, 펜 9g (LP-190K)

무선: 미지원

멀티터치: 미지원



어차피 와콤 타블렛 쓰던 가락이 있으니 오래 사용해볼 필요도 없다. 재빠르게 장단점을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물론 이 장단점은 철저히 나의 용도에 맞게 정리된 것이므로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된다고는 할 수 없겠다. 다시금 말하지만 내가 이 타블렛을 산 이유는 오로지 하나다. 마우스 대용품. 이 걸로 그림그리고 그런 거 잘 안한다. 가끔 사진 편집이나 좀 하고, 그 밖에 좀 더 자주 사용하는 부분이라면 PDF에 줄긋고 메모하는 정도가 있겠다. 얼마나 마우스를 철저하게 대체했냐면, 가끔 타블렛 꼽아놓고 스팀 게임도 플레이했다...ㅋ 고로 필압 같은 건 내게 중요하지 않다. 


장점: 

- 작다. 책상이 작은 내게는 큰 플러스. 휴대할 생각은 없는데 휴대하기에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 익스프레스 버튼이 없다. CTL-480엔 익스프레스 버튼이 4개 달려 있었는데, 단축키를 쓰면 썼지 익스프레스 버튼은 하나 정도 제외하고는 잘 쓰지 않았다. 일단 버튼이 없어지니 타블렛 사이즈가 작아져서 좋다. 그리고 버튼으로 생기는 단차가 없어져서 훨씬 기기가 깔끔해 보인다. 

- 펜이 가볍다. CTL-480 펜도 가벼웠는데 그것보다 더 가볍다. 사실 이게 장점인지 단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고무부분이 없어져서 좋다. 전 펜은 오래 쓰다보니 그립부분이 좀 닳아가고 있었다. 


단점:

- 멀티터치 미지원. 아.... 이 부분을 미처 생각을 못했다. 마우스 대용으로 쓸 때 손으로 멀티터치가 되면 드래그 등에서 강점을 보인다. 또한 터치가 된다는 것은 불필요하게 심을 사용할 필요 없다는 점이다. 아... 정신을 차리고 상위모델을 검색해보니 약 580 위안 정도의 가격인 CTL-490이 나온다. 저것이 바로 480의 업그레이드 버전이구나.... 하지만 괜찮다. 가격이 두 배고 490은 사이즈가 커서 지금의 책상엔 적합하지 않았을 것이야. 저거슨 신포도다 신포도야.... 

- 무선 미지원. 480의 경우 별도의 무선 카드를 구입하여 장착하면 무선으로 사용 가능했다. 검색해보니 CTL-490은 블루투스가 심겨진 버전이 있다. 약 780위안, 한화 13만 3천원 정도. 사실 내가 꼭 무선이 필요하다기 보다는, 와콤 USB 연결선이 독자규격이라는 점과 선의 내구성이 조금 떨어진다는 점에서 무선이 간절해지는 순간들이 온다. 책상 어지러운 것도 있고. 그런데 보니까 원 바이 와콤 USB는 살펴보니 일반적인 미니 USB-b 규격인 것 같다.  그렇다면 선이 나가리 나도 다른 선으로 대체해서 쓰면 된다. 그래, 그럼 괜찮다. 쓰다보면 가끔 무선이 고플 때가 있는데, 그 순간들만 잘 넘어서면 무선 없어도 아무 문제 없다. 

- 아주 소소한 단점인데, CTL-480의 경우 타블렛 기기 뒷면에 자그마한 공간이 만들어져서 심을 끼워둘 수 있었다. 또한 심을 빼는 링을 따로 쓰지 않고 기기에 난 구멍으로 심을 뺄 수 있었다. 아쉽게도 원 바이 와콤엔 그런 구멍 따위 존재하지 않는다. 심을 따로 보관해야겠구나...


사진을 올려보고 싶었는데 몹쓸 폰-노트북 연결에 문제가 좀 생겨서 사진은 다음에 올리는 것으로. 

아, 그리고 혹시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타블렛 구매를 생각한다면, 이 사이즈로도 얼마든지 작업할 수 있다.  물론 이것보다 한 치수 큰 게 더 면적이 넓어서 사용하기 좋을 수도 있는데, 대단히 정교한 그림을 그린다거나, 설계 디자인 같은 걸 한다거나, 뭐 정말 하루종일 그림만 그리는 게 아닌 이상 이 사이즈로도 아무 문제 없이 웬만한 건 다 그릴 수 있다. 그림 그리는 프로그램 단축키를 얼마나 잘 사용하는가가 오히려 관건이 아닌가, 뭐 그렇게 생각한다. 

또한 내 생각에 보호 필름은 딱히 필요 없는 것 같다. 타블렛 펜을 사용하는 부분에 딱히 기스가 생겼던 적은 없고, 오히려 그 보다는 펜 사용 영역 외의 부분이 먼저 낡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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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누가크래커

친구가 대만 갔다왔다고 과자 종류별로 사다줬는데 

그 중 하나가 정말 맛있어서 브랜드 까먹기 전에 얼른 기록해 둠. 


한국에서 소위 대만 누가크래커라 불리는 과자고 중문으로는 香葱牛轧饼이라고 불림. 브랜드가 여러 가진데, 친구가 사다 준 건 브랜드 大黑松小俩口(Danheson Salico)라는 브랜드의 누가크래커였음. 참고로 Danheson 오타 아니고 영문 명이 저런 거임.  

종류가 두 개였는데, 그 중에서도 귀여운 소가 거만하게 파랑 우유랑 누워있는 그림 그려진 게 진짜 꿀맛이었음. 단짠단짠의 정석! 다른 거 하나도 나쁘지 않았는데 소 그려진 大黑松小俩口 게 훨씬 맛있었음ㅋㅋ 한국에서 유명한 브랜드들은 내가 안 먹어봐서 잘 모르겠음. 

삘 받아서 타오바오도 뒤져보고 웹사이트도 뒤져보니 가격도 착하진 않지만 뭐 그렇게 나쁘지도 않다. 타오바오에서는 8개들이 두 봉지에 50 위안에 팔고 있고 대만 공식 웹사이트에서는 8개들이 1봉지에 120 NTD (약 4000원?) 정도에 팔고 있음ㅋㅋ 

타오바오에 보니 물품 배송되는 곳이 역시 예상대로 죄다 샤먼인데, 샤먼 조만간 한 번 갈 때 누가크래커나 잔뜩 사와야겠다 ㅋㅋㅋ 샤먼에서 누가랑 파인애플케이크(凤梨酥)나 맨날 사오고 그랬는데 이게 훨씬 취향저격인듯ㅋㅋㅋ


사진은 다음에 올리겠음ㅋㅋ 

공식사이트: http://www.salico.com.tw/website/product_detail/3/35/36/203

타오바오에서 찾아봄ㅋㅋ: https://detail.tmall.com/item.htm?id=551046245361&ns=1&abbucket=4&skuId=350597058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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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S 15 9550 워런티 연장 후기

2018년은 해외 이동이 무척 잦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출장지에서 컴퓨터에 문제가 생기면 여러가지로 정말 곤란할 것 같아 결국 워런티를 연장하기로 마음 먹었다. 참고로 워런티가 끝나는 날은 2018년 4월 중순 경인데, 종료되기 3개월 전 쯤에 전화를 건 셈. 

올해의 대부분을 보낼 것 같은 선전과 홍콩 쪽에는 델 서비스센터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어서 RTD (Return to Depot)만 연장하면 되겠다 싶었다. 실제로 델 중국 및 홍콩 쪽 규약도 RTD의 경우 우편배송 혹은 직접 방문을 통해 컴퓨터를 제출하라고 되어 있었다. (미국은 얄짤없이 우편배송만 가능) 사실 엔간한 급한 수리는 내가 셀프로 하면 되고, 결국 부품조달이나 내가 수리하지 못하는 부분이 걱정이 되어서 워런티 연장을 하는 것이라...

그래서 큰 마음 먹고 델 워런티 연장 번호에 전화를 걸었다. 참고로 내 XPS 15 9550은 월드워런티 규정 변경 이전에 구매한 것이라서 소유권/국가 이전 없이 월드워런티 사용이 가능하며, 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여서 국가가 미국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전화는 강려크한 인도인 억양을 가진 상담원이 받았다. 


나: 워런티 연장을 원하는데, RTD로 해서 1년 혹은 2년을 하면 견적이 어떻게 될까? 

상담원: 1년 RTD는 130불, 프리미엄은 190불, 2년 RTD는 330불이야. 

나: 익스큐즈미? (=시방 뭐라고?)

상담원: 그리고 CC를 더하면 1년에 198불이고. 

나: (가격 듣고 놀람) 어.... 혹시 RTD 2년을 하면 가격이 어떻게 될까? 

상담원: 잠깐만, 내가 체크 좀 해볼게. (...) 아, 지금 보니 워런티 연장 시에는 RTD가 되질 않아. 

나: 응?


참고로 델의 워런티 및 서포트 체계가 좀 복잡한데, 간단히 정리하자면 크게 다음의 세 갈래가 있다:

1. RTD (Return to Depot): 말 그대로 디포로 노트북 배송 시켜서 수리 받는 것. 미국에서 한 번 디포 보내면 몇 주고 컴퓨터 못 쓴다. 한국 (그리고 해보진 않았지만 중국 홍콩) 같은 경우 서비스센터에 들고 가는 것도 가능. 

2. Premium Support: 흔히들 NBD라고 통용되는 건데, 수리기사가 원격 상담 후 출장해서 고쳐주는 것을 말한다. 사실 프리미엄 서포트와 프리미엄 서포트 플러스의 차이는 잘 모르겠음...

3. CC (Complete Care) 혹은 Accidental Damage Service: 고객과실 및 침수도 묻지마로 고쳐줌. 연 1회로 제한된다는 말이 있음. 

그런데 워런티를 연장하려고 하니 1번은 해당이 안되고 무조건 2번부터 가능하단다. 이게 참트루인지의 여부는 확인이 되지 않음. 

아무튼 내가 대답없이 멘붕하고 있으니 상담원이 물어온다. 


상담원: 혹시 지금 가격이 문제니?

나: 어.. 그게 그렇네... 내가 좀 생각을 해볼 시간이 필요할 것 같은데... 

상담원: 그럼 내가 매니저랑 얘기를 해볼게, 그 동안 홀드를 걸어둘테니 한 번 생각을 해보렴.


사실 나는 RTD만 염두에 두고 있어서 프리미엄 서포트 연장 시세를 알 수가 없었다. 홀드 걸어두는 동안 폭풍 검색을 했는데도 잘 모르겠더라... 누구는 프리미엄에 CC까지 해서 3년을 330CAD (캐나다 달러니까 30만원쯤?)에 받았다는 말도 있고... 한국에선 1년에 20만원 부르고 있고... 대혼란이 왔다. 좀 있으니 상담원이 다시 돌아왔다.


상담원: 내가 방금 매니저랑 얘기를 해봤는데,  1년 135불에 기프트카드 75불을 줄게, 어떻니? 

나: 어버버버ㅓ


진지하게 가격이 고민이 되었고, 아 그냥 고장 나면 사설 업체 쓸까, 나 원래 노트북 깨끗하게 잘 쓰는데, LG 노트북도 5년간 썼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해서 혼란해했다. 그러자 상담원이 내가 가격협상을 시전한다 생각했는지 가격을 계속 내리기 시작했다. 


상담원: 내가 매니저랑 다시 얘기해보고 올게. 


잠시 후 돌아온 상담원은 깊카 100불 떡밥을 투척했다. 결국 2년 프리미엄 서포트 240불 + 기프트카드 100불에 타협을 보게 되었다. CC를 더하는 건 500불 단위라고 해서 됐다고 재빠르게 정리했다. 사실 기프트카드 진짜 필요없고 4-50불만 깎아줘도 좋은데 이 말이라도 해 볼 걸. 아무튼 기프트카드를 팔 생각에 수락을 했다. 그리고 나서 주소부르는 엄청난 고생 끝에 겨우 상담이 끝났는데, 소요시간은 총 28분이었다. 미국 주소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 상담원은 99.99999%의 확률로 미국이 아닌 다른 곳(아마도 인도)에 위치한 사람이었다. 

확인메일을 받아보니 망할 기프트카드는 유효기간도 짧네? 빡침에 폭풍 구글링을 해보니 2년 240불도 그렇게 좋은 딜은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이미 결제를 해버려서... 


솔직히 말해서 그놈의 배터리 스웰링 때문에 불안해서 워런티를 연장하기로 한 것이 컸다. 배터리 무상교체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노릇이기도 했고, 내 배터리가 언제 부풀지도 모르는 상황이고, 게다가 비행기 탑승이 잦은데 배터리가 부풀기라도 하면 진짜 답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배터리 팽창 때문에 하판뒤틀림 등이 생기면 진짜 곤란하니까.


뭐 오늘도 이렇게 자기합리화를 하며 상담원과 더 밀당하지 않은 것을 후회를 하고 있다고 합디다...


정리: 

- 워런티 연장 시에는 RTD가 불가 (이거 참트루임?)

- 1년 190불 -> 130불, 2년 330불 -> 240불 + 기프트카드 100불로 타협 봄 (좋은 타협인지는 모르겠음)

- 워런티 연장은 채팅할 수 있는 창구가 없었음. 다음엔 이메일로 해보는 걸로...

- 참고로 XPS 15 9550은 당장 스웰링 이슈가 없더라도 배터리 무상교체를 진행 중이라고 함.   https://www.dellproduct.com/Program.aspx?PI=Y1GZ2GvfmoM%3d 

이걸 먼저 찾았으면 워런티 연장 안하는 건데..! 으아아ㅏ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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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기 및 간략한 사용기] 구글 넥서스 6 (리펍)

매년 비자발적으로 3-4개국을 찍고 다니면서 핸드폰 심카드 관리 때문에 무척 골치가 아팠다. 그중에서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중국의 경우 폐쇄적인 인터넷 환경, 노답 통신요금제 정책 (실명 등록 및 해지 의무화, 잦은 정책변화, 레알 노답 성省별 업무 분할 시스템 등등), 그리고 폰 없이는 상당히 고통스러운 생활 환경 때문에 특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다. 게다가 최근 카톡은 물론이고 심지어 업무 이메일 (지메일 아니다!!!)에 VPN까지 종종 막아버리는 정신 놓은 상황. 그래서 고심 끝에 프로젝트 파이 가입을 결심했다. (티모바일망 쓰면서 티모바일보다 훨씬 싸네... 진작 할 걸...)

프로젝트 파이 가입을 위해서는 구글폰이 필요한데, 나는 진성 헬지의 노예로서 V10 듀얼심 모델을 잘 쓰고 있다. 잘 쓰고 있는 건가 모르겠지만 어쨌든 쓰고 있다. 게다가 프로젝트 파이 페이지에서 파는 구글폰들은 죄다 비싸다. 제일 싼 게 최근에 올라온 모토로라 X4 (안드로이드 원 모델)인데 그나마도 399.99달러. (참고로 X4의 아마존의 광고포함 모델은 329.99불로 훨씬 싼데, 프로젝트파이가 돌아가지는 않는다.) 어차피 메인폰이 있기에 굳이 좋은 폰이 필요 없기도 했고, 메인폰으로 승격시키기엔 아직 V10이 잘 굴러가고 있는 상황이고, 설령 새로 메인폰을 뽑아도 듀얼심 폰으로 갈 생각이었다. 아니, 픽셀2의 사진퀄리티를 보고 좀 혹하긴 했는데, 이어폰 단자도 없고 어쨌든 듀얼심도 필요한 상황이라 마음을 간신히 접었다. 그렇게 프로젝트파이가 돌아가는 가장 가격이 싼 폰을 찾는 것이 이번 폰 구입의 유일한 목표였다. 

사실 처음엔 넥서스 5X가 제일 쌀 줄 알았는데, 의외로 무려 2014년에 나온 넥서스 6가 아직도 리펍으로 풀리고 있었다. 넥서스 6 너 진짜 안 팔렸었구나... 곧 있으면 블프니 아마 더 싸게 풀리겠지만, 이사 일정이다 뭐다 시간에 쫓기므로 그냥 아마존에서 질렀는데도 194불. 아... 내가 찾아볼 땐 없었는데 지금보니 5X 리펍 (certified refurbishment)도 199.99불이네... 하지만 5X는 무한부팅 문제가 있고, 나의 메인폰인 V10도 시한폭탄이므로 미련은 갖지 않겠다!

그리고 어차피 서브폰으로 카톡 쓰고 인터넷 할 폰인데, 3년 전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사양은 차고 넘치는 데다가 누가 업데이트도 먹었다. (5X였다면 오레오...) 물론 명확한 단점들도 있다. 단점이라면 이거 고장나면 자가 수리 말곤 답이 없는데 부품도 구하기 힘들다는 점, 배터리 일체형, 보안 업데이트가 올 10월로 공식 종료 됐다는 점, 엄청난 크기, AMOLED 번인 문제 등 여러가지가 있다. 하지만 내겐 프로젝트 파이의 셔틀일 뿐이기 때문에 들고다닐 생각도, 대단한 걸 할 생각도 없으므로 무조건 싼 가격으로 모든 것이 합리화되는 상황. 그리고 뭐 벽돌같은 V10 (192g)도 쓰는데 넥서스6 (184g)은 심지어 미묘하게 더 가벼우니 어떻게 되지 않을까...?


아마존 리펍 제품답게 원래 박스 따위 존재하지 암ㅎ음. 그냥 흰 골판지 박스에 담겨져 왔다. (여기다 에어캡+아마존 박스)



모토로라 넥서스 6 XT1103 Certified Refurbished - New라고 찍혀져있다. XT1103은 미국 모델인데, 프로젝트 파이가 사용한 모델은 오로지 미국 모델 뿐이다. (다만 픽셀2 및 픽셀2XL은 모델별 나라제한이 없는데, 이게 단일모델로 출시된 건지 뭔지 잘 모르겠음.) 


박스를 열어보니 이런저런 구성품들이 널부러져 있다.



구성품들이 죄다 시꺼먼 색이니 종이를 깔아봤다. 들어있는 내용물은 다음과 같다: 넥서스 6 미드나잇 블루 모델 (블루는 194불이고 다른 색은 조금 더 가격이 나간다.), 마이크로 usb 충전기, 마이크로 usb to usb 케이블, 심트레이 핀, 아마존 리펍 인증카드. 넥서스6은 뾱뾱이에 예쁘게 쌓여있다. 




아마존 리펍 카드에는 문제 발생시 연락할 수 있는 셀러의 연락처가 나와있다. 리펍 제품이므로 90일짜리 워런티가 딸려온다.



넥서스 6에는 얇은 필름 하나 붙어서 오는데, 따로 필름이 필요할 것 같다. 하지만 난 어차피 이 폰으로 대단한 것을 할 생각이 없으므로 생폰으로 쓰겠음. 아마도.


메인폰인 V10과의 크기 비교. 넥서스 6가 가볍다는 건 확실히 느껴지는데, 넥서스 6가 더 옆으로 길어서 그립감에서는 오히려 V10이 나은 것 같다. 솔직히 난 손도 작은 편이라 V10도 버겁단 말이다...그래도 미묘하게 V10보다 가볍게 느껴지는 점은 플러스. 미묘한 굴곡이 있어서 일단 손에 쥐면 그래도 좀 달라붙는 느낌이 든다. 안전감이 있다고는 말 못하겠다. 

뒷면에 지문 묻는 게 진짜 끝판왕 수준이다. 이거 메인폰으로 쓰려면 지문 때문에라도 케이스 하나 있어야 할 것 같다. 왜 미드나잇 블루가 제일 가격이 싼지 알 것 같다. 기기는 예쁘게 잘 나온 것 같은데, 뒷면에 얼룩덜룩 묻은 지문 때문에 매력이 한 -50정도 반감당하는 느낌 ㅠ_ㅠ 


박스 구성품에 충전기와 USB케이블이 모두 들어있어서 의아해 할 수 있는데, 이 충전기가 선과 머리가 분리가 안되는 일체형이라 케이블이 별도로 하나 더 들어있는 모양이다. 참고로 모토로라 터보파워 충전기 (25W)라고, 고속충전이 되는 모델인데 충전기 선이 어딘가 단선이 되었거나 접촉불량 상태로 와서 고속충전은 커녕 충전도 버겁다. 음 충전기 재배송요청을 해야하나... 아마존에 해당 제품 찾아보니 단선으로 유명하긴 하네... 

그나저나 넥서스 6도 고속충전 되는 건가..? 고속충전 중이라는 말이 전혀 뜨지를 않는데... 10분에 10프로면 고속충전이라고 봐야하나? 



휴대폰 자체는 거의 완충상태로 왔다. 휴대폰을 키고 이런저런 계정 등록절차를 거쳐간 후, 시스템 업데이트 시도를 해봤다. (기존빌드는 마시멜로.) 아마 마지막 업데이트일, 10월 보안패치 및 누가 7.1.1 업뎃 파일 다운이 가능하다. 거의 1G짜리 파일인데, 이거 다운받는 동안 배터리 엄청 쳐묵쳐묵 함. 


누가로 업데이트 되었다. 누가 7.0에 머물러있는 V10보다 니가 낫다 ㅠㅠ


누가 업데이트와 함께 배경화면도 바뀌었다. 아무 것도 깔지 않은 상태인데, 기본적으로 구글앱 및 핸드폰 고유앱 (계산기라든가...)들이 한 44개 정도 깔려서 옴. 오른쪽 앱리스트를 내려보면 프로젝트 파이도 기본적으로 깔려있음을 알 수 있다. 

구글 어시스턴트는 구글앱 업데이트를 하면 되긴 된다. 몇 번 해보고 바로 끔. 나에겐 알렉사가 이미 있기 때문에... 후훗. 

메모리는 3기가고 시스템이 먹는게 1기가가 조금 안되는 모양이다. 가용 용량은 총 29.12 GB 마이너스 3.68 GB. V10의 광활한 용량만 쓰다보니 갑자기 적어진 느낌인데, 뭐 상관없다. 어차피 이걸로 쓰는 거 뭐 없음... 


기타 몇 가지 인상들: 

- 폰을 들면 시계랑 날짜가 뜬다. 편한 기능은 맞는데, V10의 세컨스크린과 더블탭에 익숙해져서 이마저도 불편하게 느껴진다 ㅠㅠ

- 스피커가 미쳤다. 볼륨 엄청 짱짱하다. 카톡 깔아봤는데, 우렁차게 울리는 거 듣고 깜놀. 

- 발열... 이거 난로의 기질이 다분히 보이는 폰이다. 

- 레퍼런스 폰은 처음 써보는데 정말 하나하나 짜다시 다 깔아줘야 한다. 다음에 시간 날 때 붙잡고 셋업하는 걸로....


게임 같은 건 안 돌려봤고 돌릴 생각도 없는데, 생각보다 실사용으로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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