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이번 학기에는 유난히 룸메들끼리 밥을 자주 먹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든다. 아마 지난 몇 년 간 룸메 교체 등등의 험난한 여로 끝에 좀 집이 안정이 되고 있다는 시그널일까.
우리집에서 단체 요리를 하면 글루텐프리+채식 메뉴여야 한다. 어쩔 수 없다.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먹으면 아파서 못 먹는 자들이 있다. 그래서 또 다른 요리를 고민하던 와중, 여름 쯤에 이집트 친구가 해줬던 요리가 떠올랐다. 어렴풋한 기억에 맛도 있었고, 재료도 간단했고, 그리고 친구가 만들기 쉽다고 했던 것 같아서 낼름 친구에게 메일을 보냈다. 레시피 좀...
아쉽게도 친구의 요리책은 다른 친구가 빌려간 상태여서, 대신 다른 링크를 받았는데, 내가 먹었던 것과는 좀 많이 다른 레시피였다.
여태 무사카는 두 종류 먹어봤는데, 하나는 이집트 친구가 만들어준 것이고, 하나는 집 근처 그리스식당에서 먹어본 것이었다. 그리스식당 버전은 고기고기고기!!!!스러운 엄청난 음식이었고 (삶은 마카로니를 막 끼워넣음) 이집트 친구 건 병아리콩과 가지와 토마토가 어우러져서 정말 상큼하면서도 맛있었다.
친구가 보내 준 링크는 베샤멜 소스에 뭐 재료도 많고, 친구가 했던 것과는 달라보여서 열심히 검색을 하였다. 그리고 몇 가지 레시피들을 수합해서 내 멋대로 만들어보기로 했따.
주로 참조한 레시피는 다음 링크.
http://kitchenani.com/2012/11/09/messaaa-egyptian-moussaka/ (여기 레시피가 가장 좋은 것 같음.)
http://www.myrecipes.com/recipe/vegetarian-moussaka (향신료 양 가감이 필요한 레시피)
http://www.messyvegetariancook.com/2010/02/26/lebanese-moussaka/ (석류넣은 버전!!! 먹고 싶다!!)
http://abissadacooks.blogspot.com/2010/03/dinner-masa-ha-moussaka.html (병아리콩 들어간 레시피)
http://tableya.blog.com/2012/01/17/egyptian-moussaka-healthy-version/ (아마 좀 더 달달한 버전)
언젠가 고기랑 베샤멜 소스 넣고 해보고 싶긴 한데... 이번에 만들고 나니까 뭔가 무척 힘들어서 다시는 만들지 않을래!!!하는 마음이 샘솟았다. 사실 어려울 건 아닌데, 중간에 좀 망해서 룸메이트 둘이가 더 달라붙어서 도와줬다.
과정샷은 없다. 왜냐면 너무 마음이 바빴거든...
오른쪽의 커다란 팬에 보이는 것이 내가 만든 무사카. 만들고 나서 보니, 아, 이거 집마다 레시피가 다른 소울푸드 같은 거겠구나 싶었다. (참고로 왼쪽에 보이는 스프 같은 것은 벵갈식 달요리다. 룸메이트가 홈레시피로 만듦.)
중간에 만들면서 재료여부와 룸메이트들의 의견 수용 등을 통해 이것저것 조정이 많이 되었다.
만들고 나니 약 7~8인분 정도 나온 것 같다. (다른 요리들도 함께 한다는 전제 하에)
* 없는 재료는 그냥 건너뛰면 되고, 넣고 싶은 재료도 더 넣어도 된다. 자세한 건 하단에 따로 메모.
* 오븐이 없어도 만들 수 있다! 자세한 것은 역시 하단에 따로 메모.
재료:
[구이용]
가지 큰 것 3개 (길게 찢어쓰는 종류의 길쭉한 가지 말고 통통하고 큰 가지임)
붉은색 혹은 녹색 피망 2-3개
감자 2.5개 정도
토마토 1-2개
올리브오일, 소금
[소스용]
양파 1/3개 (반개를 썼는데 너무 많았다)
마늘 양껏
토마토캔, Diced tomato, unsalted로.
토마토 1개
올리브오일
소금, 후추, Ground Coriander (갈은 고수씨), 허브(타임 등)
[조립용]
치즈 (아시아고라고 되어 있었는데, 우리는 그냥 파마잔 강판에 갈아서 사용)
이 레시피는 기본적으로 채소를 손질하고 굽는다 + 소스를 만든다 + 둘을 조합한다로 가면 된다.
1. 먼저 시간이 많이 잡아먹는 구이부처 처리한다. 피망을 씻는다. 피망의 씨를 제거하고 길게 썰어준다. 어떻게 저떻게 칼집을 내면 껍질 벗기기가 수월하다는데, 하는 법을 몰라서 그냥 포기했다.
2. 가지를 씻는다. 3cm 정도 두께로 다소 두껍게 가지를 썬다. (가지 껍질을 벗겨라는 레시피도 있었는데 귀찮아서 그냥 씀)
3. 팬에 호일이든 유산지든 뭐든 깔고 기름칠을 잘 해준다. (매우 중요!!! 제대로 안해주면 가지가 달라 붙는다...) 팬 위에 썰은 가지를 올리고 올리브오일을 바른 후 소금으로 간을 해준다. 가지를 뒤집어 다시 반복.
4. 400~425F (204~220C)로 예열한 오븐에 가지와 피망을 넣고 익힌다. 피망은 15-20분 정도면 되고, 가지는 좀 더 오래 걸리는데(과자구울 때 쓰는 팬은 총 20~25분 정도 걸렸고 세라믹 용기는 30+분 걸린듯), 적당히 보고 중간에 한 번 뒤집어 준다. 바짝 익힐 필요 없다. 나중에 또 익힐 거라서.
5. 채소를 굽는 동안 소스를 만들기 시작한다. 그냥 토마토 소스 생각하면 된다. 우선 마늘을 편으로 썰든 다지든 알아서 준비하고, 양파도 다진다.
6. 팬/냄비에 올리브오일을 올리고 중간불에 데핀 후, 마늘을 넣고 30초~1분 간 볶아준다. 이후 양파를 넣고 투명하게 갈색이 돌때까지 볶아준다.
7. 토마토 캔을 투척하고, ground coriander을 뿌려준다. 나는 여기다 토마토도 하나 더 투척했다. 그냥 토마토 캔 두 캔 써도 될 듯.
8. 필요에 따라 물을 넣고 (나는 물 넣다가 거의 스프가 되어 대참사 발생함, 물은 아주아주 조금만...) 소스가 되도록 졸여준다.
9. 소금과 후추, 타임 등으로 간을 한다. (Allspice 반스푼, 시나몬 반스푼, ground cloves 1/4스푼을 투척하려 했는데 룸메들이 그것은 베이킹용이라며 못하게 막았다.)
10. 채소가 익고 소스를 끓이는 동안 감자를 씻은 후 얇게 썰어준다. 감자칩만큼 얇을 필요는 없지만 얇으면 빨리 익으니 더 좋음. 토마토도 썰어준다.
11. 채소도 다 구웠고, 소스도 얼추 완성이 되었다면 이제 신나는 탑쌓기 시간. 큰 오븐용 팬에다가 토마토 소스를 조금 붓는다 -> 피망 -> 가지 -> 토마토 -> 감자 -> 소스 -> 피망 -> 가지... 이런 식으로 반복해서 레이어를 만든다. (원하면 다른 재료 얼마든지 추가 가능)
12. 치즈를 맨 위에 끼얹고 375F~400F (200C?)로 감자가 익고 치즈가 녹을 때까지 익힌다.
오랜만에 무척 힘들게 만든 요리였다. 몇 번 실패와 좌절의 순간이 왔었으나, 사공이 많은 덕분에 무사히 강으로 배가 갔다고 합니다.
여기서 특기할 만한 노트:
- 향신료의 역할을 잘 모르겠으니, 없으면 과감히 생략해도 될 것 같다. 있는 걸로 돌려막자 있는 걸로...
- 고수풀을 썰어서 위에 뿌려먹어도 괜찮을 것 같다.사람에 따라 아마 레몬도...?
- 견과류를 넣어도 아주 맛있다고 한다. 아몬드와 잣을 주로 쓰고, 건포도나 대추야자를 쓰기도 한단다. 이 경우 오븐용 팬에 조립/탑쌓기 할때 중간에 어딘가에 뿌려주면 되겠다. 향신료로 내 룸메들이 반대했던 올스파이스, 시나몬, 클로브 등을 사용해도 좋은 조합이 될지도?
- 치즈는 원래 레시피에는 잘 없다. 보통 베샤멜 소스를 끼얹는게 일반적. 베샤멜 소스는 있으면 무사카의 중후함과 버터버터함을 더해준다. 치즈를 넣어도 맛있긴 한데, 유당불내증인 나는 이걸 먹고 삼일 간 고생했다...ㅋㅋ
- 소스를 만들 때 소고기나 양고기 등의 갈은 고기를 넣어서 만들면 본격적인 식사요리 같은 느낌이 더 들겠다. 한마디로 미트소스로 만들면 된다는 뜻. 굉장히 맛있을 것 같다.
- 단백질원이 필요한데 고기는 싫다면, 병아리콩을 불려서 삶은 후 사용해주면 될 것 같다. 즉, 조립 및 탑쌓기를 할 때 소스-삶은 병아리콩을 맨 밑에 깔아주고, 중간중간에 병아리콩 같이 넣어주면 될 듯. 양은 2컵 분량 정도.
- 근본적으로 깔끔하게 썰어서 먹는 종류의 요리는 아니다. 오븐 팬에서 건져냈는데 지저분해 보인다고 좌절 금지.
- 감자는 소스 물기가 좀 있어야 잘 익으니 소스랑 가까운 곳에 까는 것도 전략적으로 좋은 방법일 듯. 감자는 안 넣어도 된다. 이건 요리의 무게를 더하기 위한 궁여지책이었을 뿐...
- 오븐에 넣으면 편하지만, 모든 과정을 후라이팬으로 대체 가능하다. 가지도 후라이팬으로 굽고, 피망도 후라이팬으로 굽고....다만 그러려면 조립할 때 넓고 깊이가 좀 있는 후라이팬이 필요할 것이고, 모든 것을 다 익힌 후 그냥 한꺼번에 데핀다는 느낌정도로 조립해야 한다.
레시피 쓰고 나니 이건 다음에 사진이나 그림으로 한 번 더 올려야할 것 같다. 익숙치 못한 요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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