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어딘가/중화권 (21)
광동성 샨터우 (汕头)

작년 연말, 비오는 밤 홍콩 센트럴을 헤매고 다니는데 매우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았고 그렇게 급하게 샨터우(汕头)에 다녀왔다. 

홍콩서 국경을 넘어 선전으로 들어가 선전베이(深圳北)역에서 차오저우(潮州)행 고속철도를 탔다. 샨터우 역은 아직 공사 중이라 이용은 불가능하고, 차오저우 역으로 가서 1시간 정도 걸리는 10위안 짜리 버스를 타면 샨터우 시내까지 들어갈 수 있다. 버스 타고 오가면서 발견한 특이한 점. 버스 방송은 기본적으로 보통화인데, 종점에 도착하면 차오샨말도 같이 나온다. 원래 차오저우랑 샨터우 쪽 지역 사람들이 자기 고장에 대한 자부심도 엄청 세서 심지어 차오산말로 만든 영화도 있다고 한다. 영화적으로 굉장히 엉망인 작품이라며 현지인 친구가 매우 깠다. 


남쪽에서 기차를 타면 저렇게 착착 지어져있는 집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차오저우 깡촌 가보니까 막상 정말 오래된 가옥들은 저렇게 질서 있게 지어두지 않았던데...
개혁개방 시기에 새로 지은 집들인가?
아님 70년대 도시에 신촌(新村) 지을 때 시골에 저렇게 지은 것인가...
누가 좀 가르쳐주세요.... 


차오저우 역은 생각보다 볼 것도 없고 할 것도 없다. 전에 왔을 적 같이 온 친구가 늦잠을 자는 바람에 기차를 놓쳤고, 그 바람에 차오저우 역에서 2시간 기다려봤는데 진짜 앉을 곳도 없고 갈 곳도 없었음.
중국 기차역들은 표 없으면 못 들어가게 하기 때문에 대합실 이용도 안 된다 ㅂㄷㅂㄷ
역이 작기 때문에 오고가는 기차들도 대부분 광동과 복건성 기차들이다.
그 와중에도 홍콩 가우롱까지 가는 기차가 있긴 하네...
그나저나 선전베이에서 상하이 홍차오까지 가는 저 열차는 몇 시간 짜리 열차일까...


샨터우 시내, 항구쪽을 거닐어봤다. 
승객을 실어나르는 항구는 아니고 수산물들이 오가는 항구인 것 같다. 
이쪽 바다는 심해가 아니기 때문에 큰 배가 진입이 되질 않는다. 
건물들 뒤로 큰 다리가 보이는데, 저 다리엔 말이야... 슬픈 전설이 깃들어 있어...




조금 걷다보니 몇 년 전 새로 생겼다는 시디공원(西堤公园)이 나온다. 

나름 바다스러운 배들도 보이지만 어쩄거나 여긴 다 수심이 얕은 편이다. 




이 시디 공원에 생각지도 못한 화려한 전시가 설치되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해외로 나간 화교들이 고향에 써 보낸 편지들을 전시해둔 것이다.
이렇게 화교들이 해외에서 보내온 서신들을 차오샨 말로 "꼐포이"(뭐 그런 발음이었음) 라고 한다.
이를 보통화로는 "桥批"라고 표기하긴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르는 단어다.
아무튼 이 서신들을 기념하는 공원이었다! 화면 위로 물이 흐르는데, 꽤나 잘 해뒀음.


그래서 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Memory of the World)로 등록도 해둠ㅋ


슬픈 전설이 있는 다리 밑 쪽으로 가면 화교들이 진출한 각지의 지명들과 이들까지의 거리가 해리(海里)로 표기 되어있다. 필리핀 마닐라가 627해리로 의외로 제일 가깝고 버마 양곤이 가장 먼 것으로 나온다.
육로나 상공으로 이동하는 게 아니라 바다로 이동하는 거리라서 그런 것 같다.

아, 그리고 다리의 슬픈 전설은 별 건 아니고 리카싱과 관련된 이야기다. 
홍콩의 리카싱 역시 차오샨 출신 화교인데지라 샨터우 곳곳에는 리카싱이 투자한 건물, 설비 등이 제법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이 샨터우 대학교고, 샨터우의 가장 큰 병원도 현지에서는 리카싱 병원으로 통한다.
이 다리 옆에는 다른 다리가 하나 더 있는데, 그 다리 역시 리카싱이 투자한 다리라서 "리카싱 다리"라고 불린다고 한다. 당시 리카싱 다리가 개통했을 무렵, 샨터우 시정부와 리카싱은 일종의 딜을 했다고 한다. 리카싱이 다리 건설을 전액 지원하는 대신, 수익 보장 (다리 통행세) 차원에서 향후 X년간은 해협을 건너는 다리를 짓지 않기로 했단다. 하지만 불과 1년 뒤 샨터우 시에서는 위 사진에 나오는 다리를 지어 버렸고, 그 뒤로 리카싱을 비롯한 해외의 화교들과 샨터우 시의 관계가 매우 미묘해졌다는 후문. 그래서 리카싱도 학교와 의료 외에는 큰 투자를 안한다고 얘기를 들은 바 있다. 


공원 담 쪽으로 가면 사당도 하나 있는데 이 사당에서 모시는 신을 세보았더니 한 20 명 쯤 되는 것 같았다. 사당의 현판에는 천후궁(天后宫)이라고 해놓고 정작 틴하우(天后)/마주(妈祖)는 찾지 못했음...



샨터우는 폐쇄적인 동네라고들 많이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에서 가장 먼저 개항한 항구도시 중 하나다. 아편 전쟁으로 인해 당시 청나라는 서방과 여러 개의 불평등한  조약을 맺게 되는데, 그 중 하나인 티엔진 조약의 조건으로 11개의 항구를 열면서 1860년에 샨터우 항구가 개항되었다. 샨터우는 이때부터 급속도로 개발된다. 그리고 1979년, 선전, 샤먼, 주하이와 함께 최초의 경제특구로 지정되지만 제일 망한 곳이 샨터우라는 게 중론.

아무튼 일찍이 개항한 영향으로 인해 샨터우 시내의 항구 주변에는 이러한 서양식 건물들을 정말 어어어엄청 많이 볼 수 있다. 그리고 시는 이들을 어떻게든 관광자원화 하려고 겉에 폭풍 보수 공사를 하고 있다.  주로 정말 큰 길가에 보이는 부분만 새로 색칠하고 조명을 창 안 쪽이 아닌 창문 *바깥*에다 설치해서 밝히는 식이다. 참고로 페인트 색깔이나 칠 퀄리티는 거리마다 매우 들쑥날쑥한 느낌. 돈 많은 도시라면 진짜 예쁘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다 못해 샤먼 만큼만 되어도 진짜 멋질텐데...


대부분의 이 유럽풍 건물들은 거의 관리가 안 되어 있다. 원래는 돈 많은 사람들이 살던 곳이었는데 문화대혁명을 겪으면서 다 망했다고 함. 그래서 이제는 오도가도 못하는 사람들이 이곳에 많이들 산다는 얘기를 들었던 것 같다.
 많은 건물들에 안전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위험건물(危房)이라는 표기가 되어 있지만 안에 잘 살펴보면 사람들이 많이 들 살고 있다. 관리는 정말 안 되었지만 창틀이나 건물들 장식들, 조각들을 살펴보면 굉장히 정교하게 잘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규모 보수/개조 공사 중인데 공사하거나 말거나 사람들은 여전히 살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기도 했다.


건물 꼭대기에도 가건물을 세워 살마들이 살고 있다. 


장장 과거 100여년의 서로 다른 건물들이 한데들어있다. 오른쪽 뒤로 살짝 보이는 멋드러진 지붕을 가진 건물은 19세기에 개항한 후 지어진 유럽풍 건물이고, 앞쪽에 철판으로 만들어진 가건물 밑의 건물은 아마도 문혁 시절 건물일 것이다. 왼쪽의 아파트는 개혁개방과 함께 지어진 아파트들이고, 그 뒤로 보이는 고층 건물들은 2000년대 이후 지어진 고층 아파트. 


유럽풍 건물들의 개조 보수가 매우 들쭉날쭉하고 정말 바깥만 칠한다고 했는데,
이 사진을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보통 중국의 작은 도시로 가면 외국인이 주숙 가능한 숙소의 수가 제한되어 있어서 무척 스트레스를 받을 공산이 크다. 하지만 샨터우는 나름 경제특구였고 수많은 화교들의 고향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시 전체에 널리고 널린 게 외국인들 투숙가능한 숙소들이다. 
숙소들 리뷰를 보면 주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서 온 투숙객들의 리뷰를 많이 볼 수 있다. 

그리고 차에 미친 고향답게 호텔 방에도 다구 풀셋트와 티백들이 준비되어 있다ㅋ 
근데 티백들 대홍포 이런 거던데, 마시면 엄청 비쌀 것 같아서 손도 안 댐...
이 동네 사람들 진짜 차 어어어어ㅓㅓㅁ청 마셔댄다. 쉬지 않고 마심. 동네 구멍가게에도 찻잔 다 마련되어 있고 찻잎 박스 수준이 아니라 포대 수준으로 사두고 마시더라. 


호텔 입구의 전광판에 흘러가는 무지갯빛 화려한 글자는 다름 아닌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과 산터우정신 홍보 문구. 도대체 호텔에서까지 왜 이러는거니...



산터우에 간다고 하니까 다들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오라고 했다.
그래서 맛있는 거 많이 먹었는데 먹느라고 사진을 하나도 안 찍었고, 딱 한 장 찍은 게 바로 이 창펀(肠粉)이다. 미국 차이나타운 딤섬집의 창펀,부터 홍콩의 창펀, 광저우 얌차집의 붉은색 창펀, 차오저우 깡촌의 땅콩 소스 끼얹은 창펀까지 별별 창펀 다 먹어봐서 솔직히 별로 기대  안했는데

이건
내 인생 창펀이었다.
특히 가장 오른쪽의 소고기 창펀은 두고두고 기억날 맛이었다.
피도 정말 얇은 게 야들야들하고, 소고기와 채소도 실하게 들어있는데다가 소스까지 꿀맛!! 
위생상태는 답없는 식당이었지만 진짜 핵맛 꿀맛 요즘 말로 JMT이었다!!!
또 먹어볼 날이 오려나?! 


기승전창펀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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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절맞이 항저우(杭州) 다녀온 후기

10월 초, 국경절을 맞아 긴 휴일이 생겼다. 그래서 오랜만에 친구도 볼 겸 해서 항저우에 한 3일 정도 잠깐 다녀왔다. 

구구절절 쓰면 쓰는 나도 보는 사람도 지겨울테니 몇 가지 인상적이었던 것만 나열해봄. 


1. 국경절에 항저우 가는 것은 미친 짓임. 

특히 서호(西湖)와 영은사(灵隐寺)는 사람 뒤통수만 보다가 왔다. 

영은사 부지 입장구역 


영은사 경내


서호에서는 사진 찍을 엄두도 못냈고 시내에선 만차+교통 체증 때문에 버스를 탈 수가 없어서 무작정 걷기만 했다. 

그래서 서호 간 날 20 km 넘게 걸었다 ㅋ


2. 영은사는 입장료가 두 번임.


말 나온 김에 영은사 한 마디 더.

영은사 일대에는 무림산 비래봉, 연화봉 등 일부 구역, 영은촌, 영복사 등 여러 구역들이 포함되어 있다. 여기 입장할 때 입장료 한 번 내야함. 참고로 위의 사진이 영복사.

그리고 영은사 자체에 들어갈 때 또 별도로 입장료를 내야한다. 사람이 많았다, 절이 엄청 크다 등등 이외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영은사 입장티켓를 넣고 게이트를 통과하면 기계에서 "아미타불"이라고 말한다.... 

비래봉 (飞来峰), 연화봉(莲花峰) 등으로 오를 수 있는 계단이 있는데 항저우에서 이 계단들 오른 게 최대의 실수였다고 생각함. 길도 안 좋고 볼 것도 없는 와중에 낚여서 올라가는 관광객은 많다. 경치 그 딴 것도 없다. 그냥 볼 게 없음. 차라리 동네 뒷산 산책 가는 게 훨배 낫다. 


3. 중국식 자본주의 노답...

2년 전인가 항저우에서 G20 열렸을 적 장예모(짱이머우张艺谋)가 서호에 "인상서호"(印象西湖)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솔직히 말해 빛공해나 다름 없는 이 유료 불빛쇼를 위해 공연시각이 다가오면 해당 구역에 검은 천을 두른다. 

서호가 마냥 좁지도 않지만 상당히 요지에 검은 천을 둘러 다른 사람들은 물 구경 하지도 못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그것도 무슨 개인이 소유한 호수도 아니고 항저우의 랜드마크인 서호인데....

아주머니들 몇 명이 검은 천을 세우고 있는 작업반이랑 말다툼 하는 것도 보았다. 

이쯤 되니 장예모 꼴보기도 싫음. 



영은사 쪽에 위치한 서호 안쪽 호변을 갔는데 (지도를 보니 아마도 서리호西里湖 쪽은 것 같다) 사람은 없고 새는 많고 풀벌레 소리 낭랑하고 해지는 풍경은 멋져서 기분이 좋았다. 

다른 곳들은 사람이 너무 많음. 


4. 와이포지아 (外婆家) 처음 먹어봤다. 


중국여행 한국블로그에 보면 와이포지아 얘기가 꼭 나와있던데 사실 와이포지아(혹은 외할머니집 정도 됨...)는 항저우 요리 식당이다. 

서호변의 외할머니집....이 컨셉임. 

그래서 항저우에 도착하니 친구가 바로 와이포지아에 데려가줘서 난생 처음 말로만 듣던 와이포지아를 먹어봤다. 

가성비는 정말 독보적이긴 하더라. 우리는 달랑 두 명이라서 냉채(冷菜)를 포함해 요리 세 종류와 밥 두 그릇, 맥주 한 병만 시켰다. 

참고로 가운데에 있는 생선 튀김은 송슈위(松鼠鱼)라고 해서 직역하면 다람쥐...생선인데 비교적 잘 알려진 강소성 요리인 것 같다.

아마 생선살을 튀긴 모양이 다람쥐 털 같아서 그런 것 같다. 새콤달콤한 소스에 생선튀김인데 맛 없긴 좀 힘들지. 

가지는 그냥 무난하게 채소 하나 먹으려고 시켰고, 오른쪽은 산마(山药)에 계화꽃(桂花) 소스를 뿌린 것인데 시원하고 향긋해서 입맛 돋구기 좋다. 

항저우에 가니 도처에 계화꽃으로 만든 식품과 기념품들이 널려 있었고, 길에도 계화꽃이 잔뜩 펴있었다. 계화꽃 진짜 향그러움. 

음식이 아주 인상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일단 정말 싼 축에 속해서 만족. 다만 앱으로만 주문이 가능하다고 해서 좀 짜증났다. 항저우는 앱 주문만 가능한 곳이 지나치게 많다...


5. 항저우의 비밀주점...!

첫 날 밤, 친구와 맥주 한 잔을 하러 나섰다. 친구는 나를 데리고 웬 뒷골목으로 들어갔다. 어두컴컴한 뒷골목에 홀연하게 빛이 보이는 한 작은 건물이 있었는데, 그곳에는 킹오브파이터 97의 네오지오 오락기 한 대가 놓여있었다. 

친구가 오락기 앞에 섰다. 나는 반가움에 오락이나 한 판 하려는 걸까 하며 오락기로 다가갔다. 친구가 스타트 버튼을 누르자 오락기 오른쪽의 벽이 열리기 시작했다 (!) 벽 뒷쪽으로는 위로 향하는 계단이 하나 있을 뿐이었다. 주변을 둘러 봤지만 이 계단이 어디로 향하는지 그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았다. 건물 안 팎을 뒤져보아도 말이다. 

친구가 계단을 올랐고 나는 조금 긴장한 채 친구를 뒤따랐다. 

계단을 오르니 정말 멋진 바가 나왔다. 이 바에는 메뉴도 없어서 그날 그날 마시고 싶은 종류의 맛이나 음료 등을 주문하면 바텐더들이 뚝딱 하고 한 잔을 내어준다. 벽면에는 수백 병의 다양한 리큐어, 술 등이 도열해 있었고 우리가 자리잡은 좌석 옆 장식장에는 손님들이 킵해두고 간 듯한 여러 위스키가 늘어져 있었다. 

조금 이른 시간에 가서 그런지 꽤나 조용하고 분위기도 좋았다. 시간이 늦어지자 손님들이 한둘 늘어났고, 느지막한 시간에는 제법 만석이었던 것 같다.

아마 친구가 직접 데려온 게 아니면 영영 볼 일 없는 그런 술집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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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먹은 음식들 (1) - 차찬탱과 패스트푸드편

지난 몇 달 동안 홍콩섬 남단의 애버딘/香港仔(광동어 발음으로는 행겅자이 쯤 됨) 근방에서 골골대며 노동을 했다. 사실 지금 사는 곳도 심천/선전(深圳, 광동어로는 쌈잔 쯤 된다)이라 홍콩 음식을 쉽게 구할 수 있지만, 그래도 홍콩은 홍콩이니 당시에 먹었던 음식들 나열해봄. 가끔 함정카드로 당시에 먹은 음식이 아닌 경우도 있다. 선전에 있으면서 홍콩에 친구 만나러 뭐 행사 참여하러 등등 종종 건너간다! 건너갈 때마다 출입경이 잦아서 그런가 매번 국경에서 붙들리는 건 안 자랑...

내 생각에 홍콩음식이 곧 광동음식은 아닌 것 같다. 물론 기본베이스는 광동음식이지만 서구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중국 대륙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음식들이 많다. 거기다 분명히 내가 대륙에서는 아주 지역특산이 아닌 이상 대체로 메뉴판 읽는데에 크게 무리가 없는데, 홍콩에서는 정말 매번 주문할 때마다 뭘 주문하는지 몰라서 아주 스릴이 넘쳤다.  또한 광동음식 외에도 객가/하카(客家)음식이나 조주/차오저우/치우차우(潮州) 음식들 영향이 큰 것 같다. 조주는 행정구역상 분명히 광동성 내에 속하지만 이쪽 문화권은 대충 광동과 복건 사이 어딘가에 있다고 보면 된다. 

덧붙여 홍콩은 워낙 국제화 된 동네라 정말 별별 나라 음식들이 다 있다. 사람들이 홍콩에 쇼핑하러 간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면세 (심천 사람들도 비싼 수입품, 전자제품 등은 홍콩으로 사러 간다)도 있고 과거 동서양의 교역이 다 모이는 곳으로 정말 쇼핑의 성지와도 같은 점도 있었지만 (대표적으로 조지루시 밥솥), 나는 그보다도 생활 속에서 뭐든지 너무나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이 뼈저리게 와닿았다. 특히 먹는 거라면 홍콩은 기본적으로 수입 의존량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정말 별별 걸 다 구할 수 있다. 일본 게 유난히 많은 편이긴 한데, 최근엔 한국 농산품도 엄청 들어가 있더라.


아무튼 밥 먹을 때마다 꼬박꼬박 사진을 찍었으니, 종류별로 분류해서 업로드 해봄. 먼저 차찬탱 (茶餐厅) 음식들. 보통화로는 차찬팅이라고 읽지만 차찬탱은 사실상 홍콩식 식당이나 다름 없기 때문에 광동어를 사용해서 차찬탱이라고 읽어봤다. (어차피 광동화는 성조가 핵심인데 우리는 9성을 들을 귀가 없기 때문에 안될거야 아마....)

차찬탱은 글자만 보면 차를 팔 것 같은데, 현지에서는 그보다는 패스트푸드에 가까운 느낌이다. 전형적인 차찬탱은 4인용 쇼파에 테이블이 있고 말도 안되게 엄청 많은 메뉴판을 자랑하는... 뭐 그런 경우가 많다. 한국의 식당들과 달리 중국 식당들은 메뉴가 엄청 많은 편인데, 특히 홍콩의 경우 새벽/오전/점심/오후/저녁 별로 계속해서 메뉴가 바뀌는 경우가 다반사. 특히 오후에는 보통 오후차 메뉴를 많이 판다. 말이 좋아 오후차지 간식 수준. 가장 대표적인 음료로는 레몬차(뜨거운 거 혹은 차가운 거)와 밀크티 (역시 뜨거운 거 혹은 차가운 거) 정도가 있다. 이들은 대륙에서 발견되는 것과는 맛이 사뭇 다름. 딱 앉으면 뜨거운 차를 주는데, 보통 여기다가 수저를 담가 소독하곤 한다. 그냥 마셔도 상관은 음슴. 대륙, 그것도 광동 쪽 식당에서 밥 먹을 때 이런 뜨거운 차를 주면 식기를 꼬박꼬박 씻기는 하는데 홍콩에서는 귀찮아서 그냥 먹은 적도 많다.ㅋㅋ 

사실 정확한 정의는 나도 잘 모르겠고, 식당을 가보면 아, 저거슨 차찬탱이구나 아니구나 하는 느낌이 온다. 혹시나 해서 위키에 찾아봤는데 위키에서는 양식을 홍콩 현지화 해서 파는 패스트푸드 정도로 설명하고 있는 듯 하다. https://en.wikipedia.org/wiki/Cha_chaan_teng

사실 아예 차찬탱 특집편으로 만들어보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차찬탱에서 먹은 게 없어서 (살던 동네에 차찬탱이 별로 없어서...) 이렇게 세 장 밖에 올릴 게 없다....

홍콩음식


일하던 사무실 건너편에 있던 차찬탱의 점심메뉴 중 하나. 쌀국수에 오리고기를 얹어먹는 음식인데 쌀국수는 굵기나 모양에 따라 다양하게 정할 수 있다. 대륙보다 다양성이 훨씬 엄청나다. 이 날 처음으로 다른 외국인에게 차찬탱에 대해서 설명해야 했는데 내가 무슨 수로 설명함.... 

참고로 저 국수 모양은 내 기억에... 라이판이라고 불리는데 쉽게 말해 쌀스파게티 쯤 된다. 성조가 미묘해서 끝까지 제대로 못 외운 단어임...


홍콩음식


이것은 셩완의 어느 차찬탱에서 먹은 에그누들이다. 이건 뭔지 정확하게 알고 시켰고 정확하게 내가 아는 그 맛이 났다. 늦은 시간이라 밥 먹을 곳이 없어서 들어간 건데 차찬탱 안에서 나이 지긋한 홍콩 아저씨들이 즐겁게 생파를 하고 있었다. 


홍콩음식


이것은 케네디타운의 차찬탱에서 먹은 스파게티다. 오른쪽으로는 아이스밀크티 (똥나이차라고 발음)가 있다. 사실 아이스레몬티(똥랭차)를 시킬 생각이었는데 말 잘못해서 밀크티 시킴 ㅠ_ㅠ

분명 서양음식이지만 왠지 모를 아시아의 그 느낌이 많이 나는 저런 음식들을 많이 판다. 대표적인 것들이 밥에다가 소스+치즈를 얹은 치즈도리아/그라탕류 음식들. 절대 서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그것들. 이런 거 먹으면서 기뻐할 때마다 나는 천상 아시아인이구나 싶다 ㅋㅋㅋㅋ


***


홍콩 건너편인 선전에만 와도 차찬탱은 딱 차찬탱 색깔이 나며, 대체로 홍콩식(港式)이라는 이름을 달거나 지극히 홍콩스러운 이름들을 달고 있기 때문에 알아보기 어렵지 않다. 아마 홍콩 가서 많이들 먹어봤을 대가락(大家樂/Cafe de Coral/따이가록)이 대충 차찬탱의 패스트푸드화 및 표준화 버전이라고 보면 되겠다. 대가락 외에도 맥심(Maxim's 혹은 MX, 혹은 美心 메이쌈) 및 대쾌활(大快活, Fairwood, 따이파이웃)이 유명한데, 보통 대가락이 중간 쯤 되면 맥심은 대가락과 비슷하거나 조금 나은 편이고, 대쾌활은 대체로 음식이 별로라는 평을 많이 듣는다. 대쾌활은 음식이 맛이 없다면서도 식당 운영을 어떻게 하는거지 싶었는데 그냥 홍콩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냥 급하면 가는구나 싶기도 했다... 음... 또는 롯데리아 같은 느낌이려나. 어라 근데 이 글 작성하면서 대쾌활 잠깐 찾아봤는데 이거 로고보니까 옛날에 즐겁게 먹던, 피에로가 그려진 그 식당이 맞네?! 헐, 대쾌활 맨날 욕했는데 내가 좋아하던 곳이었구나... 동심파괴 느낌...

아무튼 이 패스트푸드 점들의 경우 메뉴판에서 메뉴를 고른 후 (영어+그림에 알파벳+기호까지 나와 있어서 주문하기 쉬움) 번호가 뜨면 가서 음식을 받아와서 먹으면 된다. 다 먹은 후에는 식판을 퇴식구나 퇴식선반에 놓고 오면 된다. 중국의 경우 음식을 받고 퇴식하는 과정은 모두 종업원이 담당해준다. 인건비 빨 인해전술이랄까. 참고로 홍콩에서도 노인 분들이나 거동이 불편한 분들은 직원들이 음식 갖다주고 하는 거 많이 봤다. 


홍콩음식


특별히 힘들었던 어느 하루, 퇴근한 후 홀린 듯이 대가락에 갔다. 사실 뭐 굳이 대가락을 먹어야하는가 싶어서 홍콩 가서 한동안 대가락을 안 먹고 있었는데, 왠지 이 날만은 뭔가 특별한 걸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너무 힘들어서 멀리 나가긴 힘들고, 애버딘 쪽에는 사실 다른 지역만큼 식당이 많지 않아서 무진장 고민했다. 그러다가 어릴 적 추억 보정과 함께 철판스테이크를 먹기로 했다. 어쩌다보니 소울푸드행...

이날 고기 썰면서 울 뻔했음... 사실 45홍콩 달러 정도 되는 (정확한 가격이 기억이 안난다) 음식이니 대단히 좋을 리가 없다. 저 고기는 실제 스테이크라기 보다는 햄스테이크의 맛에 가깝다. 스테이크의 맛이 저얼대 아님. 그렇지만 철판에 올라가있으니 기분 내기도 좋고 맛도 그럭저럭 있는 편이다. 빵도 맛있고, 뭔가 뜨끈뜨끈한게 목구멍으로 넘어가니 그저 기쁠 뿐. 소스는 토마토랑 블랙페퍼 소스가 있는데 후자는 내가 안 먹어봐서 모르겠다. 그 뒤로도 유난히 힘든 날 하루 이틀 먹었다. 이렇게 힘든 날 먹는 음식 정해놓는 거 조차 위로가 될 정도로 멘탈이 안 좋았음ㅋㅋㅋ


홍콩음식

그 뒤로 대가락에 무진장 자주 갔다. 그런데 아무리 메뉴판에 그림과 글자가 있어도 그림이 없는 메뉴들이 있다. 영어 표현으로는 사실 뭔지 잘 모를 때가 있는데... 이 날도 대충 주문했다가 상상과 좀 다른 게 나와서 당황했던 날임. 그냥 스파게티 소스 비빔밥 수준인데 은근 중독성 있어서 싹싹 잘 긁어 먹었다. 이 날도 음료는 아이스레몬티. 난 저거 모든 홍콩식 식당에서 거의 고정 메뉴 수준임. 



홍콩음식


케네디 타운의 차찬탱에서 먹었던 스파게티가 맛있어서 대가락에서도 시켰다. 그런데 이 날은 진짜 더럽게 운이 없었는지 좀 식은 스파게티가 나왔다. 주문 들어가서 정말 20초 만에 나왔으니 미리 만든 걸 새로 덥히지도 않고 나온 게 아닌가 의심함. (원래 미리 만들어둔다. 패스트푸드니까.) 이 날은 나름 특별하게 먹겠다고 음료도 좀 색다르게 시켰는데 음식이 대실패해서 다 먹지도 못하고 남겼다. 면도 다 말라붙고 흥 ㅠ


홍콩음식


하지만 난 이미 대가락의 노예. 실패한 메뉴가 있다면 그 메뉴 빼고 다른 걸 먹으면 그만일 뿐. 어느 일요일 오후 3시 쯤 가서 간단히 끼니를 떼우는데... 와... 대가락에 그렇게 사람 많은 건 첨 봤다. 정말 줄도 너무 길고 자리도 없을까봐 매우 걱정했다. 내 기억에 할아버지 2분, 아주머니 1분과 한 테이블에서 같이 먹었던 것 같은데... 

특히 오후차(下午茶) 메뉴들의 경우 가격적 메리트가 어마어마하고 (진짜 쌈) 동네 식당 상황이 영 거시기해서 그렇게 사람들이 많은게 아닌가 싶다. 샌드위치 맛은 무난했던 것 같은데 그 뒤의 옥수수가 더 맛있었음ㅋㅋㅋ 참고로 대가락은 시간대별로 계속 메뉴가 바뀌고, 보통 아침, 오후차, 늦은 저녁 메뉴들이 20홍콩 달러 이런 수준으로 무진장 싸다. 



홍콩음식


사진이 좀 어둡게 나왔는데 이것은 가히 대가락의 대표메뉴라고 할 수 있다. 돼지고기 스테이크 (오히려 "소고기 스테이크"보다는 더 스테이크 느낌임)에 토마토, 파인애플, 양파, 완두콩 등을 얹고, 토마토소스와 치즈를 끼얹어 오븐에 구운 요리다. 이름은 哥焗猪扒饭...인데 이걸 번체로 바꾸면 뭐가 되더라. 광동어 발음은 모르겠고 메뉴번호를 그냥 외우고 다녔는데 이건 항상 그림에 나와있으니 그냥 가리키면서 음꺼이 하면 그만이겠다.  다른 홍콩분의 묘사에 따르면 홍콩 사람들의 소울푸드 같은 느낌이라는데 진위는 모르겠다. 이거는 회전율이 빨라서 그런가, 스파게티 같은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대가락에서 정말 물리도록 먹었고, 그마저도 모잘라 최근 선전에서도 대가락 갈 때마다 먹고 있다. 특히 대륙에는 멀쩡한 서양음식이 잘 없어서 (중국화 정도가 매우 심함) 적당히 서양 음식이 먹고 싶을 때 오히려 이걸 먹으면 대충 서양음식에 대한 욕망수치가 내려가는 느낌이 팍팍 든다 ㅋㅋㅋ 다만 애버딘 대가락보다 이쪽 선전에서 먹는 대가락은 양파도 더 많고 치즈도 좀 더 적은 느낌이었는데... 막상 사진 보니 홍콩도 비슷하구나... 

굳이 찾아가서 먹을 필요는 없고 딱히 뭘 먹어야 할지 모를 때 한 번 가보는 것도 괜찮다. 

참고로 서양식 음식만 줄창 먹어서 그런데, 대가락에는 중국식 음식도 있다. 단오절 즈음을 겨냥해서 쫑즈(粽子)를 팔기도 했고, 하이난치킨(海南鸡肉)은 제법 먹을 만함. 홍콩에선 안 먹어봤는데 대륙 대가락의 하이난치킨은 값이 좀 세서 그렇지 진짜 괜찮았다. 


홍콩음식


이거슨 맥심에서 시켜먹은 카레. 맥심은 2층이고 대가락은 1층이라 올해엔 이때 한 번 가고 또 안 갔다. 어차피 경쟁 업체들끼리 메뉴들이나 가격들이 다 거기서 거기다. 참고로 올해는 각종 카레들이 유행을 탔는지 특선 메뉴로 어엄청 나와서 가는 곳마다 저런 카레를 팔아댔다. 

보기엔 맛있어 보이는데 먹어보면 생각만큼 크리미하거나 하지는 않고, 오히려 많이 묽은 편이어서 조금 탕을 먹는 느낌이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이것도 싹싹 비웠음. 그나저나 평일 점심 시간이었는데 동네 중고딩들이 맥심에 와서 많이 먹고 있어서 좀 당황했다. 


참고로 패스트푸드 식당들에서는 옥토푸스 카드 결제가 가능하고 또 좀 장려하는 느낌이다. 맥심은 아예 자동주문기기까지 설치해둬서 옥토푸스 카드로 스스로 결제도 가능했다. 그런데 옥토푸스 카드 특성상 내가 돈을 얼마나 어떻게 쓰는 건지 1도 감이 안 옴ㅋㅋㅋ 돈이 아주 쑥쑥 나간다. 

다른 곳에서도 옥토푸스 카드를 많이 받지만 노포거나 규모가 작은 식당들은 안 받는 경우가 많다. 홍콩에서는 현금을 항상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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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동요리 말장난 열전 - 1

먹는 사진 잔뜩 올리다보니 멈출 수가 없다...

이거만 올리고 멈출 것이다.

이번엔 광동요리를 주제로 한 말장난.


참고로 중국 내에서도 광동 사람들은 뭐든지 먹는다고 알려져 있다. 이때 주로 예로 등장하는 것이 "광동 사람들은 심지어 천산갑(穿山甲)도 먹는대!" 천산갑은 아르마딜로처럼 생긴 갑옷 입은 열대성 동물.




이것이 천산갑. 그런데 이미지 검색하니까 미얀마의 정력식품으로 등장한다... 

(한국인은 정력, 미용 이런 거 붙으면 뭐든 다 먹을 것 같다)

사진 출처는 주소가 기므로 링크로 대체



아무튼 본론으로. 

친구의 위챗에서 봤던 내용이다. 



A: 听说广东人好像什么都吃的哦。

   광동 사람들은 뭐든지 다 먹는다더라.

B: 是吗? 小孩也吃?

   그래? 어린애들도 먹어?

A: 他们有一种饭叫煲仔饭。

    보짜이판이라는 게 있대.  

    (*짜이仔는 어린아이나 젊은이의 뜻을 가짐. 예: 농민공 청년은 다공짜이打工仔, 카우보이는 니우짜이牛仔) 

B: 除了煲仔饭, 他们还敢吃点别的再恶心点的吗?

   보짜이판 외에도 혐오스런 걸 또 감히 먹어? 

A: 人头饭。

   사람 머리를 먹는대. 

B: 除了煲仔饭,人头饭,还敢吃点别的吗?

   보짜이판과 사람머리 외에, 또 감히 먹는 게 있어?

A: 老婆饼。

   마누라빵이 있대. 

B: 能不吃人吗。

   사람 안 먹을 순 없냐.  

A: 油炸鬼。

   기름에 튀긴 귀신을 먹는대. 

B: 有种吃艘船?

   선박 같은 것도 먹나? 

A: 艇仔粥。

   보트 죽을 먹는대. 

B: 不服,换种交通工具

   말도 안돼, 교통수단은?

A: 车仔面。

   자동차 국수를 먹는대. 

B: 只是醉了他们能吃种我听不懂的吗?

   혹시 그냥 내가 취해서 그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것들을 못 알아듣는 건가? 

A: 薄撑。

   아닐걸. (*사실 정확한 뜻을 모르겠는데, 한자를 그대로 읽으면 '얇게/경미하게 받치다'의 뜻임.)

B: 。。。有更没下限点的吗!

  ... 더 노답인 것도 있어?

A: 鸡屎藤饼。

   닭똥넝쿨빵! 

B: .....(Knock Down)

   ..... (기절)



이게 뭔소린가요 도와줘요 스피드왜건! 



일단 농담 자체가 아마도 광동 사람들이 쓴 것 같다. 그쪽 사투리가 미묘하게 느껴지는 듯한 착각... 하지만 나의 일천한 중국어는 믿을 게 아니된다ㅋㅋ


본문에서 첫 줄을 제외하고 A가 말한 모든 것은 실제로 있는 음식의 이름들이다. 한자로 그대로 읽으면 시방 이게 뭔 소리여 싶은 것들인데, 사실 정말 멀쩡히 존재하는 음식들이며, 사람이라든과 귀신이라든가 뭐 그런 것들과는 관계가 없다. 


(*귀찮으니 번체는 가급적 생략...)


1. 보자반 (煲仔饭) 우선 보짜이판의 경우 이 블로그 어딘가에서도 한번 등장했다. 




내가 맨날 복짜이 복짜이 노래하는 밥인데, 사실 광동어 발음은 뽀짜이반 쯤 된다. 이 솥이 바로 보짜이(煲仔)라고 불리며, 여기다 특제간장, 고기, 채소, 달걀 등 원하는 재료를 넣고 해먹는 솥밥이다. 이거 엄청 맛있다. 한동안 온 집안이 이거에만 꽂혀서 이거만 죽어라 먹었던 적도 있다... ㅋㅠ



2. 사람 머리 밥, 인두반 (人头饭/人頭飯)



(출처: http://bbs.macau.fang.com/salon~-1/69770367_69770367.htm)



사실 인두반은 음식 이름은 아니고 1인당 1밥을 뜻한다. 예를 들어 "四碗人头饭" 인두반 4그릇!이라고 하면, 밥공기 네 개를 뜻하는 셈. 아마도 4인분의 밥을 달라하면 공기에 안 담아주고 대접에 한번에 쓸어 담아주는 것과 비교하는 용어인 것 같다.



3. 마누라빵, 노포병 (老婆饼)


광동성 초주(潮州)에서 먹는 딤섬 종류의 하나로, 달다구리한 디저트라고 보면 되겠다. 참고로 이거 맛있다. 달걀, 밀가루 베이스의 페이스트리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안에 과일이나 뭐 이런저런 소가 들어있기도 하다.



출처: http://www.qbaobei.com/UploadFiles/yswh/2013/3/201303121532321957.jpg


출처: http://www.meishij.net/zuofa/laopobing_10.html (레시피도 있다)




노포병에는 나름의 스토리가 있다고 한다. 여기저기서 퍼온 스토리를 대충 해석해보자면...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광저우에 청조 말기에 설립된 오래된 찻집이 있었다고 한다. 이 찻집은 딤섬과 전병류의 음식으로 매우 유명했다. 그러던 어느 날, 찻집에서 일하던 초주 출신의 딤섬 요리사가 가게에서 온갖 종류의 대표적인 다과를 집에 가져가 부인에게 먹어보라고 주었다. 그런데 이 요리사의 예상과는 전혀 달리, 부인은 다과를 다 먹은 후 가게의 딤섬이 맛있다고 칭찬도 하지 않을 뿐더러, 심지어 불쾌한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찻집의 딤섬은 뜻밖에도 무척 평범한 듯 하며, 우리 어머니의 딤섬인 동과각(冬瓜角)과 비교조차 못할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은 요리사는 당연히 불만스러웠고, 아내에게 이 "동과각"이라는 것을 한 번 먹어보자고 말했다. 그러자 아내가 동과(채소의 일종)로 만든 소(팥소 할때 소)와 설탕, 밀가루를 이용해 누르스름한 색을 띠는 "동과각"을 만들었다. 초주 요리사는 이를 먹어보고서야 과연 이 동과각이 시원하고 달콤한 것이, 아내 친정집의 딤섬을 칭찬하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고 한다. 


이틀 뒤, 초주 출신의 요리사는 이 동과각을 찻집으로 가져가 모두에게 먹어보라 하였고, 찻집의 주인이 이를 먹어 본 후 요리사보다 한 술 더 떠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였다. 찻집 주인은 요리사에게 이 전병은 어느 찻집에서 만든 딤섬이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요리사는 "초주 부인이 만든 것이오!" 라고 답하였다, 이리하여 찻집 주인은 즉흥적으로 이를 "초주노포병 (潮州老婆饼 초주 부인의 빵)"이라 부르기 시작하였고, 이 초주 요리사로 하여금 동과각을 개량하도록 하여 자신의 찻집에서 팔게 하였다. 그렇게 이름을 얻은 '노포병'은 대호평이었다고 한다.  



아 맛있겠다... 


 

4. 기름에 튀긴 귀신, 유작귀 (油炸鬼)



출처: http://image65.360doc.com/DownloadImg/2013/10/0713/35699520_1.jpg



소위 요우티아오(油条)라고 하는 튀긴 빵/튀긴 꽈배기을 광동어로 '유작귀'라고 부른다. 바이두 백과사전에 보니 요우티아오/유작귀의 유래가 나와서 대충 옮겨본다.[각주:1] 참고로 바이두 백과사전에서는 션홍페이(沈宏非)의 <유작귀> 글을 인용하고 있다.


분노는 시인을 낳았고, 분노는 튀긴 꽈배기를 낳기도 하였다. 민간에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1142년[각주:2]악비[각주:3]는 풍파정(风波亭)에서 진회[각주:4]와 그의 부인 왕씨가 계획한 모함에 넘어갔다고 한다. 수도인 임안[각주:5](현재의 항주시)의 백성들이 이 소식을 들은 후, 모두들 마음에 분노로 차 무엇이든 해버릴 것처럼 되어버렸다.[각주:6] 이때 풍파정 주변의 어느 튀김집의 주인이 마음 가는 대로 밀가루 반죽을 잡아 남녀 소인 한 쌍을 빚어 둘의 등을 맞대도록 붙였다. 그리고는 기름솥에 던져넣고 연거푸 큰 소리로 "모두들 와서 기름에 튀긴 진회 드세요!" 라고 소리쳤다 한다. 일순간, 임안의 도처에서 다들 이를 흉내내기 시작하였고, 사람들은 이 "튀긴 진회"를 와드득 씹는 것으로 분풀이를 했다고 한다. 


비록 "유작회(튀긴 진회 油炸桧)"는 이후 대부분 "유조(油条)"라고 부르게 되었으나, 연해 지방의 오어(상해어), 월어(광동어), 민남어를 사용하는 지역에서는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유작회"의 해음자[각주:7]를 사용하고 있다. 즉, 광부인(广府人)[각주:8]들이 말하는 "유작귀(油炸鬼)"와 민남방언에서의 "유차(油车)"가 이에 해당한다. 홍콩의 경우 유작귀는 작면(炸面)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아마도 몇몇 사람들이 유작귀라는 말을 불길하다 여겨서인 것으로 추측된다. <청패류초(清稗类钞)>[각주:9]에 따르면 "유작회(튀긴 진회油炸桧)는 사람만큼 길게 하여 그 면을 얇게 하도록 두드린 후, 두 가닥을 하나로 꼬아 밧줄처럼 만들어 튀긴 것이다. 가장 처음 만들어졌던 것은 사람의 형상을 닮았는데, 위에는 두 손과 아래에는 두 발이 있어... 진회가 나라를 망친 것을 송나라 사람들이 미워하여 비난하기 위해 그런 모양으로 만들었다고 한다."[각주:10] 이 "귀신"에 대하여 장애령(장아이링 张爱玲)이 1980년대말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하였다: "샤오빙(구운 빵, 烧饼)은 당나라 시대 서역으로부터 전해졌으나, 남송에는 이미 튀긴 꽈배기가 있었는데, 이는 "유작회(油炸桧)"로 불렸으며 당시 간신 진회에 대한 백성의 분노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리고 오늘날까지 강남의 오 방언 지역은 여전히 이러한 명칭을 사용한다. 



글이 길어진다... 나머지는 2편으로 넘깁니다. 


 













  1. 출처: http://baike.baidu.com/link?url=0pm9SuXY8UZGend91XEII732EtPXYkgo6qZ7pbAkLMJjZjJQVGY86iTNhHNyOEd9C9JZITdYJ9_oSQeIbI0ed_ [본문으로]
  2. 남송시대 [본문으로]
  3. 岳飞, 남송 때 금나라에 항거한 명장 [본문으로]
  4. 秦桧, 악비를 모함한 남송의 간신 [본문으로]
  5. 临安, 남송의 도읍지였다. [본문으로]
  6. 원문은 恶向胆边生으로, 주로 "怒从心上起,恶向胆边生"라고 쓰인다. [본문으로]
  7. 같은 발음을 갖는 단어. 예를 들어 숫자 4(四)와 죽을 사(死)의 관계와 같다. [본문으로]
  8. 광동어를 모어로 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영어로는 Cantonese라고 해석되며, 주로 주강 삼각지 지역을 중심으로 광동, 홍콩, 마카오, 광서, 해남 및 해외의 여러 교포들을 아우르는 말. 마치 복건-대만을 "민 문화권"으로 묶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될 듯 하다. [본문으로]
  9. 청대에 전해져 오는 이야기들을 집대성한 책으로, 청말 민국초기에 편선되었다. [본문으로]
  10. 본문에 백화문이 아닌 문언문으로 인용이 되어 있어 해석에 자신이 없다. 원문은 다음과 같다: 油炸桧, 长可一人,捶面使薄,两条绞之为一,如绳以油炸之。其初则肖人形,上二手,下二足……宋人恶秦桧之误国,故象形似诛之也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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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복건성 포전 특색 음식 포전로면 (푸티앤 루미앤, 莆田卤面)

앞서 사차면 올리고 나니까 갑자기 국수 생각이 간절해진다... 


한국에서는 좀 생소할 수도 있겠다. 로면(卤面)이라고 하여 본적도 없는 생소한 한자를 쓰는 국수 요리다. 네이버 사전에 집어 넣으면 '진국 칼국수'라는 신박한 단어가 나오는데, 뭐 얼추 맞는 것도 같다. 바이두 뒤져보니 다른 지역에도 로면이 있지만, 좀 다른 양상을 띠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먹은 것은 복건성 남부 지역에서 주로 먹는, 국물 엄청 걸쭉하고 진한 칼국수다. 특히 천주(취앤저우 泉州)와 포전(푸티앤, 莆田)의 로면이 유명하다고. 내가 먹었던 것은 푸티앤 루미앤이었다. 


함정은... 내가 사진이 없다... 엄청 배고플 때 붐비는 식당 들어가서 후딱 먹고 나온지라 사진 못 찍었다. 그릇당 10원이었는데 영수증 발급을 절대 해줄 수 없대서 영수증의 노예인 나는 그 뒤로 못감 ㅠㅠ 감동의 국물이었는데...


그래서 사진 퍼옴. 대충 내가 먹은 거랑 비슷한 비주얼로.




사진 출처로 가면 요리법도 나와있다: http://www.aicfms.com/a/jiankangtieshi/yinshishenghuo/506.html



이것도 사진 출처로 가면 요리법이... http://www.meichubang.com/web/201507/90842.html



내가 먹은 건 밑에 사진처럼 막 해산물에 고기 들어간 건 아니었고, 위의 사진에 가까웠다. 버섯과 배추, 채심 종류의 채소 잔뜩 들어간, 불투명하고 허연 국물... (면은 선택 가능) 처음엔 이게 뭐여 하고 먹었는데 어느새 폭풍 흡입하며 만족하는 스스로를 발견했더라지...


바이두를 찾아보니 푸티앤 루미앤의 경우 주로 노동인민(...) 등의 사람들이 먹던 그런 친근한 음식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놈의 바이두 백과사전은 글의 퀄리티가 너무 들쑥날쑥하다보니, 푸티앤 루미앤 엔트리는 읽어도 이외의 내용은 영양가가 없다... 


다만 만드는 법을 보니, 다른 국수들과의 차이는 바로 전분/녹말을 국물에 푼다는 점에서 오는 듯 하다.  애초에 시작할 때 녹말 푼 물에 소금 간장 등으로 간을 내서 끓다가 물이 끓기 시작하면 고기 등 육수거리를 넣고 끓여대는 것이다. 필수 재료랄 건 딱히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다만 표고는 반드시 들어가는 듯. 로면집에서 면의 종류는 다양하게 준 것으로 보아 칼국수도 좋고 뽑은 면도 괜찮은 것 같다. 


아무튼 복건성 남부에 갈 일이 있다면, 한번 쯤 시도해볼만하겠다! 싸고 맛있다. 한국으로 치면 엄청 걸쭉한 칼국수 먹는 느낌? 물론 잘하는 집에 가야겠다... 


그나저나 그 집은 진짜 제법 큰 공간에 빽빽하게 테이블과 의자가 들어서 있고, 사람들도 빽빽히 앉아 큰 소리로 주문하면 나오는 곳이었는데... 난 다른 아저씨와 함께 앉아서 에어컨 코앞에서 땀 뻘뻘 흘리면서 먹었다. 지금 생각하면 무슨 용기로 그런 북적이는 곳에 들어갔나 싶다.


아 근데 생각할수록 침 고인다... 먹고 싶다... 이거 진짜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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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하문 특색요리 사차면/샤차미앤 (沙茶面)

앞서 오향권 사진을 올리고 나니 하문의 가장 유명한 지방음식 중 하나인 사차면/샤차미앤(沙茶面)이 떠올랐다. 

호불호를 강렬하게 탄다는, 그렇지만 하문 곳곳에 널려있는 사차면!





동남아 쪽에서 사테 면으로 익히 알려져있다고 하는데, 그건 모르겠고 아무튼 중국에서는 민남 지방의 사차면이 유명하다. 


아마 좀 제대로 된 식당에 가서 먹으면 새우나 생선 같은 해산물 잔뜩 넣고 사차장 (沙茶酱) 넣은 국물에 면 말아 먹는 것일테지만, 그런 고급 사차면은 못 먹고 아주 허름한 식당에서 재료 골라 넣어 말아먹는 싼 가격의 사차면만 먹어봤다. 

사차 자체가 사테satay의 번역인데, 사차라는 한자가 보통화로는 샤차라고 읽지만 민남어로는 얼추 사테 비슷하게 읽는다. (싸데 뭐 이런 발음)


사테 소스 자체가 땅콩 잔뜩 넣고 만든데다 나름의 향이 있어서 엄청 진하다. 약간 단 맛도 있고 살짝 매콤하기도 하다. 취향 탈 법하다. 땅콩 알레르기 있는 사람이 먹으면 바로 사망할 것 같은 그런 정도의 진함. 그냥 사차면이라고만 알고 있었지, 사테 소스의 일종이라는 걸 알았으면 어떤 마음으로 먹었을까 싶다... 땅콩 소스를 국으로 풀다니! 역시 세상은 넓다. 


잘하는 집과 못 하는 집이 극단적으로 갈릴 것 같은 그런 맛이다.... 물론 난 거의 뭐 길거리 스낵바 수준의 가게에서 먹었지만 굉장히 맛있게 잘 먹었다. 사실 맛있는 사차면 먹고 싶어서 나름 열심히 바이두 검색 돌리고 간 거다. (위생은 안드로메다로...) 


어두부나 새우 같은 해산물이란 채소 넣은 그런 버전의 사차면도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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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복건성 요리 오향권(五香卷)과 함반(咸饭)

심천에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맨날 이상한 것만 먹다가 하문에 가서 거의 피를 정화시키고 왔더란다. 

하문에서 정말 매일 가던 밥집이 있는데, 심심하면 시켜먹었던 오향권五香卷 백반.

두부피에 이것저것 넣고 튀겨서 만드는 음식으로 특히 장주 용해 (짱저우 롱하이 漳州龙海)의 석마오향(스마우샹石码五香)이 제일 유명하다. 


밥집에서 맨날 시켜먹던 것은 바로 이 자칭 석마오향 백반. 

한 끼에 10원 밖에 안하는데 밥도 나오고 단백질도 나오고 채소도 나오고 국도 나온다. 담백한 것이 맛있다 심지어ㅠㅠ

석마오향에는 돼지고기, 파, 설탕 등등이 들어간다고 하는데, 내가 먹던 석마오향 백반의 오향권에 돼지고기를 본 기억은... 음... 가물가물...




그러니까 오른쪽 코너의 저 말라비틀어진 것이 바로 감동의 석마오향이다. 몇 번을 먹어도 안 질려...

이 모든 것이 단돈 10원! 마음이 정화되는 맛이다...


사실 지역 유지분들과 귀빈석(...)에서 밥을 얻어먹었을 때도 오향권이 나왔는데, 한결같이 맛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내 기억에 남는 오향권은 바로 백반집에서 점심마다 먹던 백반의 오향권...

하도 주구장창 가니까 나중에는 아주머니가 내껀 영수증도 따로 챙겨주고, 분명 세트메뉴만 먹는 집이 아닌데 아예 "오늘은 무슨 세트메뉴 먹을래"라고 물어볼 정도였다. 


이 집에서 정말 밥 많이 먹어서 덕분에 체력도 조금 찾고 돈도 많이 아꼈던 기억이 난다. 게다가 영수증까지 찍어주는 몇 안 되는 근방 식당인지라 ㅠㅠ


분명 국도 맨날 같고 반찬도 얼추 맨날 비슷한데 왜 그렇게 맛있었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분명히 식당도 엄청 깨끗한 편이었고 주방도 합격점을 줄만했다는 점이 진짜 좋았다. 내가 근방 성중촌의 허름한 식당을 배회했던 걸 생각하면 ㅠㅠ 

하... 이게 학식이라면 난 매일 가서 먹겠어.... 




그러니까 허름하다는 건 이런 시장통의 식당들을 뜻한다. 5년 전엔 이런 데에서도 잘만 먹었는데, 작년 재작년에 중국에서 식중독 걸려 개고생 해서 그런가, 이 날 시장통만 네 바퀴 돌고 도저히 못 먹을 것 같아 그냥 굶었다...ㅋㅋ 그땐 진짜 뭐든 다 먹어보고 사람들 하는 거 다 따라해보는 패기라도 있었지 이제는 그저 늘어진 대파마냥...ㅠㅠ 





생각난 김에 몇 장 더:




이것은 하문 도착 다음 날 먹은 첫 끼. 먹고나서 진짜 울 뻔했다. 중국가서 먹은 가장 맛있는 음식 베스트 3에는 단연 들어가는데, 사실은 별 거 아니었다. 버섯과 뭔지 모르겠는 잎 종류가 들어간 맑은 국에, 조린두부, 달걀, 닭고기, 기름에 볶은 배추와 무한리필 밥... 12원이었다. 한국돈으로 2300원쯤? 




이것은 다른 날 먹은 석마오향 백반세트. 이 날 볶은 채소는 보다시피 좀 다른 거다. 




이건 복건 민남의 함반(시앤판, 咸饭)이라는 음식이다. 이 날은 세트 안 시키고 국 밥 따로 시켜봤다. 돈은 좀 더 나왔지만 이 집에서 많이 나와봤자다. 

시앤판은 엄밀히 따지면 볶음밥은 아니고 물에 끓이는 속성의 밥이다. 중의학 음식의 기운 같은 거 따질 때 열이 아닌 량(凉)에 속하는 음식이기 때문에 여름에 먹는다고. (요리왕 비룡의 더위 먹은 관리에게 먹인 볶음밥이 떠오른다...)

집에서 해먹는 음식이라 뭐 요리법도 다양하고 들어가는 재료도 다르다고 하다. 확실히 먹어보면 느끼하거나 하지 않고 담백했던 기억이 난다. 


왼쪽 위의 국도 좀 특별한 국이었는데, 흑오리탕이었다. 호기심에 시켰는데, 국물도 개운했고 검은 피부와 살의 고기도 엄청 신기했다. 먹으면서 이게 원래 이렇게 검은 건가 하는 생각도 많이 했고, 싼 가격에 많이 놀랐다. 어머니께 사진 보고했을 때 혹시 가짜 먹은 거 아니냐고 할 정도로 쌌다... 메뉴의 정식 명칭은 떠오르지 않아...



다음에 또 하문에 가서 여기 근처에 숙박하면 꾸준히 출근할 예정이다. 아주머니는 나를 더이상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맨날 혼자 가서 깨끗한 환경에서 맘 편하게 먹고, 옆의 큰 식당 와이파이도 얻어쓰고, 테이크아웃도 해서 새로 생긴 친구랑 같이 밥도 먹고... 


내겐 하문의 기억을 미화시키는 장소 중 하나고, 하문하면 자동으로 떠오르는 식당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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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커버 사진의 정체

지금 쓰고 있는 블로그 커버 사진의 정체:




더 큰 오리지날 사진이 있는데, 일단 그걸 크롭 (+번호판에 모자이크)한 것이다. 


홍콩과 심천 사이에는 여러 세관이 있는데, 그 중 심천만 (深圳湾) 세관 쪽에서 찍은 사진. 

세관을 건너는 수단도 다양한데, 이때는 매우 마음이 급했고 다행히도 인원이 잘 모여서 미니밴을 이용했다.


홍콩과 심천 사이에는 이렇게 두 개의 번호판 (중국/홍콩)을 달고 오가며 사람을 수송하는 미니밴들이 많다. 

가격은 목적지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한화로 약 3만원 정도면 심천만에서 홍콩공항까지, 혹은 그 반대의 편도요금이 나온다. 


사람이 세관 통과를 하듯, 저렇게 차들도 줄 서서 통과를 하는 것이다. 

물론 택시나 큰버스(大巴)를 타면 차량용 세관이 아니라 사람용 세관을 거쳐야한다. 


미니밴 정차소가 아닌 주차장에서 얻어타서, 혹시 헤이처(黑车)냐고 헛소리를 해보긴 했는데, 생각해보니 이런 차들이 택시회사처럼 관리되는 것 아니지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적어도 내가 본 밴들은 홍콩식으로 오른쪽에 운전석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 그리고 중국 사람들이 홍콩 출입하는 것보다야 그 반대가 수월한 것을 생각하면 죄다 홍콩에 차량이 등록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데,

세금은 어디다 내며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지 조금 궁금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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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남 지방의 성년식

올해도 칠석을 중국에서 보냈다. 

우리야 칠석이라고 하면 오작교가 열리고 견우 직녀가 만나는 날이며 비가 오는 날 정도지만, 중국에서는 칠석을 중국식 발렌타인 데이라고 해서 꽤나 거하게 쇤다. 

여기 저기 하트에 내걸리고, 초콜릿이 오가고, 커플들을 위한 상품이 팔리는 날이다. 



아무튼 이 날, 하문 항구 (정확히는 샤포웨이 沙坡尾)에서 있었던 16세 성년식 (做十六岁)을 보러갔다. 

항구 근처의 마조궁 (妈祖宫)에서 행사가 열렸고, 대만의 타이난 측에서 관계자들이 함께 공동으로 주관한 행사였다. 

하문은 아무래도 복건성(민) 내에서도 민남이고, 대만어라는 것이 근본적으로 민남어랑 거의 같기 때문에 교류가 매우 많은 편이다. 

더군다나 하문은 경제특구로 대만 기업가들에게 혜택을 주는 곳이기도 하고 말이다. 




하문역의 하문 특산품을 파는 곳은 대만 특산품도 같이 판다ㅋ 

시내에 나가면 "민태 (민타이, 闽台)" 특산을 파는 곳이 매우 많은데 민남지방+타이완 지방 특산이라고 보면 되는 듯 하다. 실제로 천주 (취앤저우 泉州)에 가면 중국민태연박물관이라고 해서, 민남지방과 대만 간의 관계성을 매우매우 강조한 국가 1급 박물관이 있다. 참고로 여타 1급 박물관으로는 자금성의 고궁박물관, 수도박물관, 천안문 광장의 중국 국가박물관 등 굵직굵직한 박물관들과'하북성 박물관', '산서성 박물관' 등의 성급 박물관과 상해 박물관, 심천 박물관 등의 대도시 박물관들이 들어간다. 다시 말해 여기 박물관장은 파워가 좀 있다는 뜻인데... 결론은 대만은 중국의 일부! 뭐 이런 곳이라서 중요한 듯. 여기 가본 이야기는 다음에... 




샤포웨이의 길거리. 하문섬 중 남쪽이 가장 먼저 개발되었고, 샤포웨이가 바로 이런 가장 처음 사람들이 정착한 지역 중 하나다. 그만큼 길도 좁고 구불구불하고, 오래된 냄새가 팍팍 나는 곳. 



샤포웨이 항의 풍경. 사진만 잘 찍으면 예쁠 것 같다. 대형 선박이 들어오는 곳이 아니라 정말 고깃배가 출항할 것 같은 느낌. 



그러나 현실은!!! 하문시에서 새로 짓는 쌍둥이 건물이 들어와서 경관은 안드로메다로...

새로운 랜드마크라고 짓기 시작한 건데, 대체적으로 거주민들이나 근방 하문대 학생들의 반응은 경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썩 좋진 못한 듯... 



중국 농촌 사회의 기틀이 마을(촌)이라면 오늘날 중국 도시 생활의 기틀이자 가장 기본 단위는 사구(社区)다. 원래 성년식은 가정 내에서 이뤄지는 행사지만, 문혁시대를 거치면서 수많은 의례가 없어졌고, 다시 부활하는 과정에서 사구주의와 함께 결합하여 탄생한 것이 이 성년식이다. (라고 교수님이 술자리에서 말씀하셨지만 나는 이미 민남어와 보통화가 반반 섞여 난무하고 끊임없이 권주하는 테이블에서 이미 귀머거리 벙어리가 되어 있었다.)  

따라서 성년식 자체도 사실은 마조와는 크게 관계가 없지만, 굳이 장소를 고르다보니 가장 대중적인 신이 바로 마조고, 그리고 사람들이 모여서 행사를 할 수 있는 마조궁 앞에서 식을 거행하게 된 것이다. 

참고로 중국 남방 해안가 지방 및 동남아 화교사회에서 마조는 정말 제1신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중국 인기 넘버 원 관우보다 더 많이 보인다는 생각도 간혹 들 정도.



이것이 샤포웨이의 마조궁. 가운데에 마조가 모셔져 있다. 


아무튼 이름을 호명하고, 제사를 지내고, 용춤을 비롯해 각종 춤을 동반한 거리 행진, 마조궁 참배, 지역 유지들의 격려의 말(...), 집안 어르신께 찻잔 올리기 등의 활동들이 있었다. 

물론 그 마지막은 단체로 둥그런 테이블에 앉아서 밥먹기... 



제사를 지내는 모습. 민남어로 제문을 읽고 16살이 된 아이들의 이름을 호명한다. 물론 나는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다ㅋ 하... 애증의 민남어...라고는 하지만 아마 제문이라면 보통화로도 못 알아들었을 가능성이 농후.



길거리 행진의 선두. 



중간에 개도(开道), 우순(雨顺) 등 아이들의 출세가도, 순탄한 인생 등을 기원하는 팻말들을 든 아저씨들도 있었다. 가장 충격과 공포는 조국에 이바지하는 인물이 되자 정도의 문구였던 듯. 금색 판은 아니고 깃발에 새겨져 있었다. 


모처럼 날씨가 조금 시원해서 버틸만했고, 형형색색의 옷들과 깃발들 등으로 눈이 호강한 날이었다. 


운좋게 교수님의 도움으로 여러 사람들도 만나보아서 각종 민남어로 귀...도 호강한 날이었다. (체력 게이지가 0이 된 날이었다) 맛있는 것을 얻어먹었지만 이게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근본적으로 민남의 행사고, 오래된 동네의 행사다보니 하문 집안 사람들이 참석하는 행사였다. 즉, 외지인들은 없고, 행사 진행자들도 심심하면 그냥 민남어를 내지르는 곳이었다는 뜻. 



올해 16살이 된 아이들. 얼굴이 너무 잘 나와서 친절하게 블러 처리. 원본 사진은 내가 이번에 중국서 찍은 사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 3장 중 하나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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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기록 - 요시노야

먹을 게 없을 땐 요시노야 (吉野家) 만한 게 없다. 

적절한 가격과 적절한 맛과 적절한 위생...


에어비앤비의 하우스메이트였던, 아시아에 난생 처음 왔다는 미국애는 요시노야만 줄창 먹고 다녔다는 후문이...




무슨 C세트인데 영수증 글자가 많이 날아가서 잘 보이질 않는다. 아마 닭고기나 오리고기일 것이고, 계란찜과 정체불명의 아이스티를 마셨던 것 같다. 27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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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기록 - 면점왕광장 面点王广场

면점왕광장은 여기저기 있는 체인인데, 조리가 진행 중인 주방 앞에 가서 이것저것 시켜 먹는 시스템이다. 무언가를 주문하면 자신의 카드에 도장을 찍어주고, 나중에 나갈 때 그 도장이 찍힌 곳에 따라서 가격이 매겨진다. 


차라리 메뉴 이름이 적혀져 있으면 뭔지라도 알겠는데, 눈앞에 음식을 보고 고르다보니 그냥 쩌거 쩌거 이렇게 시켜서 뭘 먹는지 잘 모르고 먹었다. 영수증에도 그저 면교"面饺" 이런식으로만 찍혀져 나왔을 뿐...


전반적으로 맛은 있었지만 가격이 결코 싸지는 않다. 역시 심천의 물가는 사악해...




뭔지 모르고 먹은 칼국수刀削面. 제법 맛있었다. 



한그릇에 22원. 싸진 않다...



갯수 잘못 시켜서 겁나 많이 나왔다. 튀긴 만두였던 것 같다. 내가 뭘 먹은걸까.  煎包子이런거일까? 가격이 사악했다. 무려 20원. 몇 개가 있었는진 기억이 가물가물. 




아마도 빤미엔+자장미엔인듯. 내가 북경서 짜장면을 못 먹어봐서 그런가, 이쪽서 시키는 짜장면이 짜장면이라는 자신이 없다. 짭조름한데다 콩나물과 잘 어울려서 맛있었다. 



22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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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넛 닭 샤브샤브와 광동식 솥밥

올 여름 가장 인상깊었던 음식 중 하나. 바로 코코넛 닭 샤브샤브(椰子鸡)와 광동식 솥밥(煲仔饭). 


사실 복짜이는 많이 익숙한 음식이지만 오랜 만에 먹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예즈지는 처음 먹어봤는데, 맑은 탕에 코코넛, 닭 등을 넣고 끓이는 음식이었다. 원하는 만큼 채소나 다른 고기도 더할 수 있는데, 우리는 닭과 마티(马蹄)라고 하는 뿌리채소를 넣어 먹었다. 마티는 찾아보니 올방개라고는 하는데, 진짜 우리가 생각하는 그 올방개인지는 좀 자신이 없다. 아무튼 이렇게 끓여서 장에 찍어먹는데, 코코넛이 들어가서 국물이 살짝 달콤하면서도 묘한 맛을 낸다. 


결론: 이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남방의 음식... 


사진은 맛없게 나왔지만, 혹시라도 남쪽에 갈 일이 있다면 먹어볼 것을 권장! 하이난 음식이라고는 하는데, 하이난에 다녀온 친구는 정작 그곳에서는 못찾았다고 투덜거렸다... 의외로 정작 부산 사람들은 부산 음식이라고 생각도 잘 안하는 냉채족발 같은 음식일지도... 




사진은 무슨 튀김 기름 처럼 나왔지만 사실은 아니다! 사실 진짜 맛있다...




이 소스도 진짜 맛있다. 남쪽답게 라임을 매우 많이 쓰는데, 진짜 상큼하다.





내 사랑 복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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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유행 중인 Nice Meeting You 식당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크게 환영받고 있는 한한(韩寒)이라는 작가가 있다. 고등학교 때인가 학교를 때려치웠고, 여러 소설들을 발표했고, 나름 훈훈한 외모로, 그리고 최근에는 딸바보 노릇을 하면서 높은 인기를 구가한다고 한다. 계속 크다보니 음악도 하고, 영화도 찍고 (작년의 후회무기后会无期 영화가 한한 감독), 요즘엔 레이싱을 한다고. 뭐 대충 여기까지 들으면 어떤 인물인지 알 것도 말 것도 같은 느낌적인 느낌. 아무튼 최근에는 이 사람이 개업한 식당이 인기가 많다고 해서 친구랑 먹으러 갔다. 


식당의 이름은 무려 Nice Meeting you 很高兴遇见你. 진짜 말 그대로 나이스 투 미츄. 




우리 앞에 무려 16테이블이나 있었다...배고파서 혼났다...


내부 사진을 찍지 못했는데, 뭐랄까, 좀 괴랄하다. 벽에는 찰리 채플린의 영상이 흐르고 있고, 그 주변엔 미국 50개주의 자동차 번호판이, 카운터 쪽 벽에는 한한이 레이싱 때 입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레이싱복이 유리케이스에 담겨 있었다. (내 친구는 살아 있는 사람으로 무슨 박물관 만드냐고 호들갑을 떨었다.) 우리는 미처 보지 못했는데, 그곳에 가본 다른 친구의 말로는 벽쪽에도 무슨 뭐지 싶은 문구들이 적혀있었다고. 그 밖에는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것이 흡사 카페 같았다. 식탁은 제법 있어보였다. 



아, 그리고 또 찍지 못한 것이 메뉴판! 메뉴판에는 중국어와 영어로 음식 이름이 적혀있다. 영어 이름의 경우 대부분 그냥 평범한 요리 이름들인데, 중국어 이름들이 좀 빡세다. 예컨대:





나름 이곳 식당의 최고 인기를 구가하는 두부 요리 : 你没吃过我的豆腐. 직역하자면 너는 나의 두부를 먹어 본 적이 없다....지만, 사실 吃豆腐란 남자가 여자를 성희롱...한다는 의미도 있다.

차가운 순두부에 새콤한 칠리새우 소스 같은 것을 올린 건데, 생각보단 괜찮았다. 왠지 집에서 해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누가 레시피 좀...





이것은 영어로는 페스토 소스를 버무린 버섯 링귀니 정도로 해석되겠지만, 중국어로는 森女系罗勒菌菇意面으로, "모리온나계 바질 버섯 파스타"다. 모리온나는 일본에서 유행해서 중국으로 건너왔다고 하는 화장법으로, 마치 숲에서 나온 것처럼 청초하고 꾸밈 없는 수수한 화장법을 의미한다... 뭐 이렇게 들은 것 같다. 친구는 내게 아오이 유우가 모리온나의 대표라고 거듭 강조를.... 

그래서인지 아주 맛이 은은한 것이, 뭔가 거부감은 없고 고소한 것 같으면서도 무슨 맛인지 도저히 모르겠는 이상한 파스타였다. 추천은 못하겠고, 만약 기회가 생긴다면 도대체 뭘 넣은 건지 알아보기 위해 한 번 더 먹어볼 듯... -_-ㅋ






즉흥적으로 시켰는데 밥과 술을 부르는 맛이었다...! 그리고 고기는 죄다 비계여서 친구가 조금 분노했던 것 같다.

메뉴 이름은 도저히 모르겠다. 나중에 영수증 뒤져봐야지... 




두부 요리 다음으로 인기를 구가한다는 오리고기 퀘사디야. 北京味儿的亚馅饼. 무슨 풍자가 있는진 잘 모르겠지만 뭐 무난무난한 맛이었다. 좀 더 맛있을 수도 있었을텐데. 



자, 우리가 시킨 메뉴를 보면 각이 나오겠지만... 우리는 이날 포크, 숟가락, 젓가락 죄다 사용했다. 무슨 일본식, 이탈리식, 중국식, 멕시코식 메뉴를 다 먹은 기분... 하나하나가 그리 나쁘진 않지만, 메뉴를 시킬 때 라인업을 좀 잘 고려해야할 것 같다.


그리고 점원들이 음식 갖다줄 때마다 이 긴 이름들을 다 외우면서 주는데 참 마음이 그랬다...ㅋㅋㅋ 

튀긴 닭고기 주면서 "별에서 온 닭고기(来自星星的炸鸡,아마도 요즘 중국서 유행하는 한국식 치킨)" 같은 어이없는 이름이라든가, 음식 갖다 주면서 한한의 소설 이름을 읊고 있다는 것이 참... 재미난 아이디어긴 하지만 그래도 참 기분이 묘했다 ㅋㅋㅋ


아무튼 재밌는 경험이었다. 가격대가 좀 있는 편이라 언제 또 가게 될진 모르겠지만, 음식도 크게 나쁘지 않고 선택폭이 넓다면 넓은 것이 장점이려나.

한한이라는 사람의 소설은 안 읽어봤지만, 슬프게도 식당을 다녀온 후에도 별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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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자주 듣게 되는 말

중국에서 지내다 보면 종종 듣게 되는 말들이 있는데, 재미도 있고 무언가 지금 당장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그 중 기억에 남는 것들 몇 가지만 나열해본다. 


*  한국은 중국보다는 민주적인 나라다

  생각보다 매우 자주 듣게 되는 말이다. 물론 이 '민주'라는 단어가 갖는 어감이 미묘하게 다르다는 생각은 든다만, 근본적으로는 아래로부터 위로의 결정이나 좀 더 공개된 소통의 장과 같은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가 중국의 민주주의에 대해서 논한다면 공산당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시작할지 모르나 (이는 냉전과 분단현실에 있어서의 한국의 특수한 경험과도 관계가 있겠다. 원론적으로는 공산당의 존재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내가 만난 중국인들이 운운한 '민주'라는 개념은 근본적으로 공산당이라는 존재와 대척된다기 보다는 언론의 자유에 좀 더 초점이 갔다는 느낌이었다. 


* 한국은 남존여비 사상이 덜 하지 않느냐. 무려 여성 대통령도 있지 않느냐

  아마도 이것은 작년인가 제작년 쯤 시진핑이 한국을 방문하는 등 한중관계가 좀 괜찮았을 때의 언론플레이와도 관계가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처음에는 이 말을 들으면 20대 지지율이 무려 9%나 되는 우리 대통령님(아직 임기가 반이나 남았다...)을 여성 인권 신장의 상징으로 삼는 데에 많은 무리가 있음을 지적하곤 했는데, 이젠 그마저도 귀찮아질 정도로 생각보다 제법 자주 듣는 말이다. 


* 한국은 그래도 여기보다는 살기 좋지 않은가. 

  이는 최근 중국의 치솟는 물가와 열악한 노동환경, 사회불안, 환경문제 등과 결부되어 언급되곤 한다. 예컨대 '적어도 한국은 음식은 더 안전하지 않은가'라고 말하면 정말 할 말이 없다. (중국 사람들은 우리보다 유난히 음식안전 문제를 많이 언급한다. 진짜 일상적으로 위생卫生이라는 말을 쓴다.) 중국인들은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할 때, 한국 사람들의 불안한 노동환경에서 겪는 비참함과 스트레스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여태껏 나에게 이 말을 했던 사람들은 교육의 혜택을 충분히 받지 못한, 농촌에서 도시로 상경한 이주공민들인 경우가 많아서 그냥 입을 다물고 한다. 내가 그분들의 삶의 어려움과 고단함을 헤아릴 도리가 없으니 말이다. 


* 한국은 드라마를 참 잘 만든다. (김수현)

  예전에는 성형수술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오히려 그 소리를 별로 못 들었다. 그 보다는 '한국은 드라마를 잘 만든다' '한국 여자들은 예쁘더라' '한국 남자들은 잘생기지 않았느냐' 등의 말을 제법 듣는다. 작년에 히트 친 별그대 덕분에 사람들 열심히 만나고 다닐 땐 거의 1일 1김수현 수준이었다. 옛날에는 장나라를 언급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김수현이 원톱. 정작 그 드라마를 보지 않는 나는 고통받음... 얼마나 대박을 쳤는지, 이는 비단 한드에 관심을 가진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등의 젊은 여학생들 뿐 아니라 중학교까지만 졸업한 농민공부터 시작해서 전문대를 졸업한 아저씨, 택시 기사 등등 별별 사람들이 다 얘기를 꺼낸다... ㅎㄷㄷㄷ  


* 한국 사람들은 중국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건 내가 한국인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말 통하는 외국인들에겐 다 묻는 질문인 것 같다. 지금은 광동 지방에 있으므로 그냥 홍콩의 예를 들면서 중국의 경제력 등에 대해 사회적인 공포(?)와 반감이 있다는 정도로만 말한다. 과거에는 수교관계가 없고 이데올로기 진영이 달라서 중국을 잘 모르거나 일방적으로 무시했다면, 최근에는 중국의 비약적인 발전도 있고 또 한국에 워낙 중국인들이 많이 들어와서 인식도 많이 변했다고도 부연설명하곤 한다. 


* 결혼은 했니, 한국 사람들은 몇 살에 결혼하니

  왠지 무례한 질문 같은데 중국에선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렇다보니 진짜 조금만 오래 대화하면 이 소린 꼭 듣는다. 물론 대화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서 이 질문이 들어오는 타이밍이 묘하게 다르다. 예컨대 나이 좀 있으신 어머니뻘 아주머니들은 거의 초반부터 이 질문이 들어온다. 결혼하지 않은 내 손을 잡고는 아이고 어쩌니, 어서 좋은 사람 찾으렴하고 호들갑 떠는 것도 이젠 놀랍지 않다... (심지어 미국 차이나타운에서는 그래, 어서 미국인과 결혼해서 시민권을 따렴...하는 소리도 들어봤다...) 남자 분들은 이 질문이 나올 때까지 좀 시간이 걸리는 편이지만 그래도 거의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등장했던 것 같다. 오히려 학력이 높거나 외국인을 많이 만나본 사람들은 이런 질문을 잘 하지 않는 것 같다. 한국 사람들은 언제 결혼하냐고 물을 때 30대 앞뒤라고 하면 늦다고 놀란다. 그냥 요즘엔 이 모든 과정을 건너 뛰기 위해 내가 선수 칠 때도 있다. 중국 사람들은 몇 살에 결혼하나요, 왜 그리 빨리하나요 (호들갑)


* 한국은 어디가 놀러가기 좋니

  보통은 제주도라고 답한다. 가끔 외국에 대한 감이 정말 없는 분들, 예컨대 정말 깡촌에서 올라온 분들 등은 한국을 미국과 비슷하다고 여기는 경우도 있다. 한국 도시는 중국 도시랑 더 비슷하게 생겼다고 친절히 알려주곤 하는데, 어디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지 참 궁금하다. 


* 중국에는 미래가 없다 혹은 중국 젊은이들은 너무 이기적이다

  보통 내 나이 또래의 젊은 친구들을 만나면 이 소리를 종종 하곤 한다. 빈부격차, 도농격차 등의 현실을 실감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일본과 한국이 밟아간 전철을 중국도 슬슬 밟아가는 걸까 싶기도 하다. 후자의 말은 나이 많은 사람들이 아니라 젊은 사람들이 자조적으로 하는 말에 가까운데, 삶의 팍팍함이라든가 사회적 발전 등에 대해 논할 때 주로 언급되는 것 같다. 이 두 가지 이야기는 여러가지 맥락에서 나오기 때문에 다음에 좀 더 상술하는 것으로...


이 밖에도 그냥 한국에서 할 만한 질문들도 듣곤 한다. 너 학위 과정은 도대체 얼마나 걸리니라든가... 뭐 물론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밥 먹었니'. 이상하게 상해선 별로 못 들었던 것 같은데 이곳에 오고나서 진짜 인사 대신 듣는 것 같다. 처음 보는 사람도 다들 밥 먹었냐고 물어본다...


아마 나와 성별과 나이, 지위 등이 다른 사람들은 조금 다른 얘기를 듣지 않을까 싶다. 또 누구와 대화를 하느냐도 물론 중요하고 말이다. 언제 중국을 연구하시는 다른 선배가 이와 관련해서 글을 써야겠다고 하신 적이 있는데, 과연 선배는 보통 초면인 중국인들과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되는지 무척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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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 예원

내가 사는 이곳은 봄을 건너뛰고 삼일 만에 겨울에서 여름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올려보는 다른 곳의 봄 사진들...


상해 예원의 사진들.







이때가 좋았다...

상해에 정말 순수하게 놀러갔던 이때가 좋았어... 꺼이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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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분노케 했던 상해 예원의 남향만두

부모님과 상해에 갔을 적. 

난샹만두가 워낙 유명하다고 해서 줄까지 서가면서 먹으러 간 적 있었다. 실제로 난샹에 간 것이 아니라 예원(=관광지...) 옆의 난샹만두에 갔던 것이 우리의 패착이었을까...

아니면 상해 음식을 잘 몰랐던 게 죄였을까...


아무튼 상해에서 먹은 최악의 음식 중 내 마음 속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곳이다. (1위는 길에서 사먹은 복건식(진짜??) 빤민엔...)


사진은 그럴듯해보이지만

가지마!!!! 



특히 빨대 꼽아 먹는 저 만두는 최악이다. 


길에서 아침밥 대용으로 사먹은 샤오롱바오도 난샹만두 만두들보다 한 다섯 배는 맛날듯!! 






줄 서는 거 다 부질없는 짓이다. 

느긋하게 얌차...가 아니라 뭐라고 해야하지 암튼 뭘 즐길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고... 

그리고 일단 비싸다!!!

차라리 난샹이나 치바오 같은 곳을 직접 가는 게 나을지도....


가는 날이 장날이었을 수도 있고, 그냥 우리 가족 입맛에 그냥 안 맞았던 것일 수도 있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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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기차역

대륙은 뭐든 사이즈가 장난 아니다.


고향에 돌아가는 친구가 상해에서 환승한다고 하기에, 잠깐 만날 요량으로 상해 홍차오 기차역에 간 적이 있었다.


어릴 적 여행할 적 빼곤 그간 중국서 기차를 탈 이유가 별로 없어서 어떤지 몰랐는데 갔다가 식겁했다.


서울역, 부산역의 한 수 배는 될 것 같은 크기....




일단 출입장...부터 장난 아니다. 대합실에 가려면 저렇게 짐 체크를 해야한다. 처음엔 뭐 이래 빡빡해라고 생각했는데, 대합실에 우글우글 모여 있는 사람들을 보고는 뭔가 이해가 가기 시작함....




사이즈가 장난 아니다. 사람들 수도 장난 아니다. 이것은 참고로 토요일 오후의 사진이다. 별로 감이 안 오는가?




... 친구 승강장이 저 끝에 있어서 저 사람들을 뚫고 지나갔는데 미춰버리는 줄 알았다. 


홍차오 자체가 상해시에서 세운 교통 중심이라서, 기차역, 공항, 지하철역, 버스터미널 등등 온갖 교통수단이 다 몰려있다.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지하철역에서 기차역으로 오는 것도 고난의 행군이었다. 

평범한 토요일 오후가 이 모양이면... 도대체 춘절 때는 어떻다는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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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 어느 시장

한국인들이 상해 가면 한번씩은 들린다는 상해 모 상가의 건물 입구.

곳곳에 붉은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법치문화를 배양하자라든가, 지적재산권을 보호하자 등등...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하여 시장경제 질서를 규범화하자...라고 한다. 





위의 플래카드에는 새로운 상표법을 실현하여 지적재산권을 보호하자라고 되어있다.

하지만 현실은 짝퉁시장입니다...



예전엔 타오바오청인가 암튼 그런 걸로고 불렸는데 대대적 단속 뜨고 이름을 한청으로 바꿨다고 한다. 좀 더 이것저것 물어보려고 했는데 쫓겨나다시피 함...

워낙 긴장감도는 분위기라 사진도 에스컬레이터에서 되게 몰래 찍었다.... 


그렇습니다. 이곳은 상해의 그 유명한 짝퉁시장입니다....

가면 외국인 밖에 없음. 나같이 중국인처럼 생긴 애는 관심도 안 갖다가 외국인이 짠하고 나타나면 호객해댄다. 





이곳은 또다른 짝퉁시장. 대규모 리모델링인데... 분위기 봐서는 한번 단속 떠서 대대적으로 털린 것 같기도 하고....

아예 한국어로는 "짝퉁시장"이라고 크게 써져있다. 물론 중국어로는 얌전하게 이름만 쓰여있을 뿐.... 누군지 몰라도 번역 한 번 찰지게 했다. CG 작업도 한국스러워.... 참고로 이곳은 한인들이 많이 사는 동네. 

그래도 유난히 한국관이니, 한성이니 하는 이름이 눈에 밟힌다. 한국 스타일이 유행해서 그런가, 뭐 이렇게 한국이라는 이름을 많이 차용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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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서점 책 진열대...와 가치관의 혼란



8월 말 9월 초 상해에서 찍었다. 포스팅 제목 뭐할까 고민했는데 마땅한 게 떠오르지 않았다.

살 책이 있어서 상해에서 가장 큰 서점(?)인 신화서점(上海书城)의 사회과학 코너에 갔는데 요런 코너가 있었다. 

죄다 돈버는 법에 대한 책들이다. 특히 가운데 벽에 진열된 책들은 각각 "부자는 야생동물이다" "마윈의 인생철학" "마윈: 나의 인생 신념" "처자식 빼고는 모두 바꿔라! - 삼성 이건희의 성공의 길", 그리고 가장 오른쪽 책은 "행복해지는 방법". 


이쯤 되니 가치관에 혼란이 오면서 멘붕이 온다. 

알리바바가 핫이슈이긴 하지만 밑에 깔린 책들만 봐도, 세상에, 마윈 얼굴이 몇 개인겨. 

애초에 사회과학 코너를 크게 먹고 있는 모양새가 마음에 안 든다. 






이 층의 반대쪽인가 바로 밑층인가 법서적 코너엔 엄숙한 표정의 레닌 그림과 그의 공부/독서에 대한 격언이 걸려있다. 요렇게.





이쯤 되면 대략 정신이 멍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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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프레쯔 토마토맛 百力滋

글리코에서 나오는 프레쯔라는 과자 시리즈 중 토마토맛을 무척 좋아한다. 

적당히 짭조름한 것이 술안주로 완전 제격이다. 

불과 겨울까지만 해도 차이나타운의 중국인 마트에서 팔았는데, 이제 더 이상 팔지 않는다. 온라인 주문도 고민해봤는데 개당 가격이 너무 쎄서 (일본의 두 배...) 포기했다. (생각해보니 어제 한인마트에서 발견하고 4통이나 집어왔는데, 일본 가격의 세 배였다. 난 무슨 짓을 한 거지... 속았다 속았어 꺼이꺼이)


아무튼 그래서 중국에 갔을 적, 프레쯔 토마토맛이 한 통에 1000원도 안되는 가격에 도열되어 있는 것 보고 기뻐 탄성을 질렀다.





그런데 그 맛은 강렬한 토마토케첩의 맛이었다.

맥주랑 먹어도 고작 저 60g짜리를 헤치울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다시는 안 사먹으리라 다짐하고 프레쯔 한 봉지를 먹다가 남은 걸 버렸다. 


같은 과자도 나라마다 맛이 다르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리고 이후 중국에서 파는 오리온 고래밥은 엔간해서는 안 사먹겠다는 다짐으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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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반면 拌面



집에 사온 중국 요리책에는 상해음식이라고 되어있다. 아마 여기저기 빤미엔 종류는 많겠지만, 어쨌든 이게 상해식 빤미엔입니다. 정확한 이름은 开洋葱油拌面, 말린새우파기름비빔면.... 쯤 되겠다. 

하는 집마다 맛이 다른데, 사진에 나와있는 식당에서 먹은 반면은 으아니 이런 맛이 하면서 흡입했다. 그릇당 8원이라는 착한 가격! 하지만 숙소 앞 렁훈툰 冷馄饨 팔던 곳의 빤미엔은 진짜 더럽게 맛없어서 미련없이 버렸다 ㅠㅠ 아쉽게도 나를 고통에 몸서리게 했던 그 국수 사진은 없다. 그 가게 복건 샤먼 간식 파는 가게였는데.. 샤먼식 빤미엔은 그렇게 충격과 공포의 맛을 준단말인가... 그럴 리가 없는데 도대체 어디서 온 빤미엔이었을까...


아무튼 상해식 빤미엔 위에 뿌려진 것은 볶은 파인데 진짜 이게 백미다 백미. 






이건 한 그릇에 5원하던, 샤먼 어느 동네의 빤미엔. 상해 것과는 다르다. 아저씨가 어느 동네 사람이었는지 고새 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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