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천에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맨날 이상한 것만 먹다가 하문에 가서 거의 피를 정화시키고 왔더란다.
하문에서 정말 매일 가던 밥집이 있는데, 심심하면 시켜먹었던 오향권五香卷 백반.
두부피에 이것저것 넣고 튀겨서 만드는 음식으로 특히 장주 용해 (짱저우 롱하이 漳州龙海)의 석마오향(스마우샹石码五香)이 제일 유명하다.
밥집에서 맨날 시켜먹던 것은 바로 이 자칭 석마오향 백반.
한 끼에 10원 밖에 안하는데 밥도 나오고 단백질도 나오고 채소도 나오고 국도 나온다. 담백한 것이 맛있다 심지어ㅠㅠ
석마오향에는 돼지고기, 파, 설탕 등등이 들어간다고 하는데, 내가 먹던 석마오향 백반의 오향권에 돼지고기를 본 기억은... 음... 가물가물...
그러니까 오른쪽 코너의 저 말라비틀어진 것이 바로 감동의 석마오향이다. 몇 번을 먹어도 안 질려...
이 모든 것이 단돈 10원! 마음이 정화되는 맛이다...
사실 지역 유지분들과 귀빈석(...)에서 밥을 얻어먹었을 때도 오향권이 나왔는데, 한결같이 맛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내 기억에 남는 오향권은 바로 백반집에서 점심마다 먹던 백반의 오향권...
하도 주구장창 가니까 나중에는 아주머니가 내껀 영수증도 따로 챙겨주고, 분명 세트메뉴만 먹는 집이 아닌데 아예 "오늘은 무슨 세트메뉴 먹을래"라고 물어볼 정도였다.
이 집에서 정말 밥 많이 먹어서 덕분에 체력도 조금 찾고 돈도 많이 아꼈던 기억이 난다. 게다가 영수증까지 찍어주는 몇 안 되는 근방 식당인지라 ㅠㅠ
분명 국도 맨날 같고 반찬도 얼추 맨날 비슷한데 왜 그렇게 맛있었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분명히 식당도 엄청 깨끗한 편이었고 주방도 합격점을 줄만했다는 점이 진짜 좋았다. 내가 근방 성중촌의 허름한 식당을 배회했던 걸 생각하면 ㅠㅠ
하... 이게 학식이라면 난 매일 가서 먹겠어....
그러니까 허름하다는 건 이런 시장통의 식당들을 뜻한다. 5년 전엔 이런 데에서도 잘만 먹었는데, 작년 재작년에 중국에서 식중독 걸려 개고생 해서 그런가, 이 날 시장통만 네 바퀴 돌고 도저히 못 먹을 것 같아 그냥 굶었다...ㅋㅋ 그땐 진짜 뭐든 다 먹어보고 사람들 하는 거 다 따라해보는 패기라도 있었지 이제는 그저 늘어진 대파마냥...ㅠㅠ
생각난 김에 몇 장 더:
이것은 하문 도착 다음 날 먹은 첫 끼. 먹고나서 진짜 울 뻔했다. 중국가서 먹은 가장 맛있는 음식 베스트 3에는 단연 들어가는데, 사실은 별 거 아니었다. 버섯과 뭔지 모르겠는 잎 종류가 들어간 맑은 국에, 조린두부, 달걀, 닭고기, 기름에 볶은 배추와 무한리필 밥... 12원이었다. 한국돈으로 2300원쯤?
이것은 다른 날 먹은 석마오향 백반세트. 이 날 볶은 채소는 보다시피 좀 다른 거다.
이건 복건 민남의 함반(시앤판, 咸饭)이라는 음식이다. 이 날은 세트 안 시키고 국 밥 따로 시켜봤다. 돈은 좀 더 나왔지만 이 집에서 많이 나와봤자다.
시앤판은 엄밀히 따지면 볶음밥은 아니고 물에 끓이는 속성의 밥이다. 중의학 음식의 기운 같은 거 따질 때 열이 아닌 량(凉)에 속하는 음식이기 때문에 여름에 먹는다고. (요리왕 비룡의 더위 먹은 관리에게 먹인 볶음밥이 떠오른다...)
집에서 해먹는 음식이라 뭐 요리법도 다양하고 들어가는 재료도 다르다고 하다. 확실히 먹어보면 느끼하거나 하지 않고 담백했던 기억이 난다.
왼쪽 위의 국도 좀 특별한 국이었는데, 흑오리탕이었다. 호기심에 시켰는데, 국물도 개운했고 검은 피부와 살의 고기도 엄청 신기했다. 먹으면서 이게 원래 이렇게 검은 건가 하는 생각도 많이 했고, 싼 가격에 많이 놀랐다. 어머니께 사진 보고했을 때 혹시 가짜 먹은 거 아니냐고 할 정도로 쌌다... 메뉴의 정식 명칭은 떠오르지 않아...
다음에 또 하문에 가서 여기 근처에 숙박하면 꾸준히 출근할 예정이다. 아주머니는 나를 더이상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맨날 혼자 가서 깨끗한 환경에서 맘 편하게 먹고, 옆의 큰 식당 와이파이도 얻어쓰고, 테이크아웃도 해서 새로 생긴 친구랑 같이 밥도 먹고...
내겐 하문의 기억을 미화시키는 장소 중 하나고, 하문하면 자동으로 떠오르는 식당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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