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어딘가 (56)
광동성 샨터우 (汕头)

작년 연말, 비오는 밤 홍콩 센트럴을 헤매고 다니는데 매우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았고 그렇게 급하게 샨터우(汕头)에 다녀왔다. 

홍콩서 국경을 넘어 선전으로 들어가 선전베이(深圳北)역에서 차오저우(潮州)행 고속철도를 탔다. 샨터우 역은 아직 공사 중이라 이용은 불가능하고, 차오저우 역으로 가서 1시간 정도 걸리는 10위안 짜리 버스를 타면 샨터우 시내까지 들어갈 수 있다. 버스 타고 오가면서 발견한 특이한 점. 버스 방송은 기본적으로 보통화인데, 종점에 도착하면 차오샨말도 같이 나온다. 원래 차오저우랑 샨터우 쪽 지역 사람들이 자기 고장에 대한 자부심도 엄청 세서 심지어 차오산말로 만든 영화도 있다고 한다. 영화적으로 굉장히 엉망인 작품이라며 현지인 친구가 매우 깠다. 


남쪽에서 기차를 타면 저렇게 착착 지어져있는 집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차오저우 깡촌 가보니까 막상 정말 오래된 가옥들은 저렇게 질서 있게 지어두지 않았던데...
개혁개방 시기에 새로 지은 집들인가?
아님 70년대 도시에 신촌(新村) 지을 때 시골에 저렇게 지은 것인가...
누가 좀 가르쳐주세요.... 


차오저우 역은 생각보다 볼 것도 없고 할 것도 없다. 전에 왔을 적 같이 온 친구가 늦잠을 자는 바람에 기차를 놓쳤고, 그 바람에 차오저우 역에서 2시간 기다려봤는데 진짜 앉을 곳도 없고 갈 곳도 없었음.
중국 기차역들은 표 없으면 못 들어가게 하기 때문에 대합실 이용도 안 된다 ㅂㄷㅂㄷ
역이 작기 때문에 오고가는 기차들도 대부분 광동과 복건성 기차들이다.
그 와중에도 홍콩 가우롱까지 가는 기차가 있긴 하네...
그나저나 선전베이에서 상하이 홍차오까지 가는 저 열차는 몇 시간 짜리 열차일까...


샨터우 시내, 항구쪽을 거닐어봤다. 
승객을 실어나르는 항구는 아니고 수산물들이 오가는 항구인 것 같다. 
이쪽 바다는 심해가 아니기 때문에 큰 배가 진입이 되질 않는다. 
건물들 뒤로 큰 다리가 보이는데, 저 다리엔 말이야... 슬픈 전설이 깃들어 있어...




조금 걷다보니 몇 년 전 새로 생겼다는 시디공원(西堤公园)이 나온다. 

나름 바다스러운 배들도 보이지만 어쩄거나 여긴 다 수심이 얕은 편이다. 




이 시디 공원에 생각지도 못한 화려한 전시가 설치되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해외로 나간 화교들이 고향에 써 보낸 편지들을 전시해둔 것이다.
이렇게 화교들이 해외에서 보내온 서신들을 차오샨 말로 "꼐포이"(뭐 그런 발음이었음) 라고 한다.
이를 보통화로는 "桥批"라고 표기하긴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르는 단어다.
아무튼 이 서신들을 기념하는 공원이었다! 화면 위로 물이 흐르는데, 꽤나 잘 해뒀음.


그래서 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Memory of the World)로 등록도 해둠ㅋ


슬픈 전설이 있는 다리 밑 쪽으로 가면 화교들이 진출한 각지의 지명들과 이들까지의 거리가 해리(海里)로 표기 되어있다. 필리핀 마닐라가 627해리로 의외로 제일 가깝고 버마 양곤이 가장 먼 것으로 나온다.
육로나 상공으로 이동하는 게 아니라 바다로 이동하는 거리라서 그런 것 같다.

아, 그리고 다리의 슬픈 전설은 별 건 아니고 리카싱과 관련된 이야기다. 
홍콩의 리카싱 역시 차오샨 출신 화교인데지라 샨터우 곳곳에는 리카싱이 투자한 건물, 설비 등이 제법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이 샨터우 대학교고, 샨터우의 가장 큰 병원도 현지에서는 리카싱 병원으로 통한다.
이 다리 옆에는 다른 다리가 하나 더 있는데, 그 다리 역시 리카싱이 투자한 다리라서 "리카싱 다리"라고 불린다고 한다. 당시 리카싱 다리가 개통했을 무렵, 샨터우 시정부와 리카싱은 일종의 딜을 했다고 한다. 리카싱이 다리 건설을 전액 지원하는 대신, 수익 보장 (다리 통행세) 차원에서 향후 X년간은 해협을 건너는 다리를 짓지 않기로 했단다. 하지만 불과 1년 뒤 샨터우 시에서는 위 사진에 나오는 다리를 지어 버렸고, 그 뒤로 리카싱을 비롯한 해외의 화교들과 샨터우 시의 관계가 매우 미묘해졌다는 후문. 그래서 리카싱도 학교와 의료 외에는 큰 투자를 안한다고 얘기를 들은 바 있다. 


공원 담 쪽으로 가면 사당도 하나 있는데 이 사당에서 모시는 신을 세보았더니 한 20 명 쯤 되는 것 같았다. 사당의 현판에는 천후궁(天后宫)이라고 해놓고 정작 틴하우(天后)/마주(妈祖)는 찾지 못했음...



샨터우는 폐쇄적인 동네라고들 많이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에서 가장 먼저 개항한 항구도시 중 하나다. 아편 전쟁으로 인해 당시 청나라는 서방과 여러 개의 불평등한  조약을 맺게 되는데, 그 중 하나인 티엔진 조약의 조건으로 11개의 항구를 열면서 1860년에 샨터우 항구가 개항되었다. 샨터우는 이때부터 급속도로 개발된다. 그리고 1979년, 선전, 샤먼, 주하이와 함께 최초의 경제특구로 지정되지만 제일 망한 곳이 샨터우라는 게 중론.

아무튼 일찍이 개항한 영향으로 인해 샨터우 시내의 항구 주변에는 이러한 서양식 건물들을 정말 어어어엄청 많이 볼 수 있다. 그리고 시는 이들을 어떻게든 관광자원화 하려고 겉에 폭풍 보수 공사를 하고 있다.  주로 정말 큰 길가에 보이는 부분만 새로 색칠하고 조명을 창 안 쪽이 아닌 창문 *바깥*에다 설치해서 밝히는 식이다. 참고로 페인트 색깔이나 칠 퀄리티는 거리마다 매우 들쑥날쑥한 느낌. 돈 많은 도시라면 진짜 예쁘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다 못해 샤먼 만큼만 되어도 진짜 멋질텐데...


대부분의 이 유럽풍 건물들은 거의 관리가 안 되어 있다. 원래는 돈 많은 사람들이 살던 곳이었는데 문화대혁명을 겪으면서 다 망했다고 함. 그래서 이제는 오도가도 못하는 사람들이 이곳에 많이들 산다는 얘기를 들었던 것 같다.
 많은 건물들에 안전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위험건물(危房)이라는 표기가 되어 있지만 안에 잘 살펴보면 사람들이 많이 들 살고 있다. 관리는 정말 안 되었지만 창틀이나 건물들 장식들, 조각들을 살펴보면 굉장히 정교하게 잘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규모 보수/개조 공사 중인데 공사하거나 말거나 사람들은 여전히 살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기도 했다.


건물 꼭대기에도 가건물을 세워 살마들이 살고 있다. 


장장 과거 100여년의 서로 다른 건물들이 한데들어있다. 오른쪽 뒤로 살짝 보이는 멋드러진 지붕을 가진 건물은 19세기에 개항한 후 지어진 유럽풍 건물이고, 앞쪽에 철판으로 만들어진 가건물 밑의 건물은 아마도 문혁 시절 건물일 것이다. 왼쪽의 아파트는 개혁개방과 함께 지어진 아파트들이고, 그 뒤로 보이는 고층 건물들은 2000년대 이후 지어진 고층 아파트. 


유럽풍 건물들의 개조 보수가 매우 들쭉날쭉하고 정말 바깥만 칠한다고 했는데,
이 사진을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보통 중국의 작은 도시로 가면 외국인이 주숙 가능한 숙소의 수가 제한되어 있어서 무척 스트레스를 받을 공산이 크다. 하지만 샨터우는 나름 경제특구였고 수많은 화교들의 고향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시 전체에 널리고 널린 게 외국인들 투숙가능한 숙소들이다. 
숙소들 리뷰를 보면 주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서 온 투숙객들의 리뷰를 많이 볼 수 있다. 

그리고 차에 미친 고향답게 호텔 방에도 다구 풀셋트와 티백들이 준비되어 있다ㅋ 
근데 티백들 대홍포 이런 거던데, 마시면 엄청 비쌀 것 같아서 손도 안 댐...
이 동네 사람들 진짜 차 어어어어ㅓㅓㅁ청 마셔댄다. 쉬지 않고 마심. 동네 구멍가게에도 찻잔 다 마련되어 있고 찻잎 박스 수준이 아니라 포대 수준으로 사두고 마시더라. 


호텔 입구의 전광판에 흘러가는 무지갯빛 화려한 글자는 다름 아닌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과 산터우정신 홍보 문구. 도대체 호텔에서까지 왜 이러는거니...



산터우에 간다고 하니까 다들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오라고 했다.
그래서 맛있는 거 많이 먹었는데 먹느라고 사진을 하나도 안 찍었고, 딱 한 장 찍은 게 바로 이 창펀(肠粉)이다. 미국 차이나타운 딤섬집의 창펀,부터 홍콩의 창펀, 광저우 얌차집의 붉은색 창펀, 차오저우 깡촌의 땅콩 소스 끼얹은 창펀까지 별별 창펀 다 먹어봐서 솔직히 별로 기대  안했는데

이건
내 인생 창펀이었다.
특히 가장 오른쪽의 소고기 창펀은 두고두고 기억날 맛이었다.
피도 정말 얇은 게 야들야들하고, 소고기와 채소도 실하게 들어있는데다가 소스까지 꿀맛!! 
위생상태는 답없는 식당이었지만 진짜 핵맛 꿀맛 요즘 말로 JMT이었다!!!
또 먹어볼 날이 오려나?! 


기승전창펀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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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절맞이 항저우(杭州) 다녀온 후기

10월 초, 국경절을 맞아 긴 휴일이 생겼다. 그래서 오랜만에 친구도 볼 겸 해서 항저우에 한 3일 정도 잠깐 다녀왔다. 

구구절절 쓰면 쓰는 나도 보는 사람도 지겨울테니 몇 가지 인상적이었던 것만 나열해봄. 


1. 국경절에 항저우 가는 것은 미친 짓임. 

특히 서호(西湖)와 영은사(灵隐寺)는 사람 뒤통수만 보다가 왔다. 

영은사 부지 입장구역 


영은사 경내


서호에서는 사진 찍을 엄두도 못냈고 시내에선 만차+교통 체증 때문에 버스를 탈 수가 없어서 무작정 걷기만 했다. 

그래서 서호 간 날 20 km 넘게 걸었다 ㅋ


2. 영은사는 입장료가 두 번임.


말 나온 김에 영은사 한 마디 더.

영은사 일대에는 무림산 비래봉, 연화봉 등 일부 구역, 영은촌, 영복사 등 여러 구역들이 포함되어 있다. 여기 입장할 때 입장료 한 번 내야함. 참고로 위의 사진이 영복사.

그리고 영은사 자체에 들어갈 때 또 별도로 입장료를 내야한다. 사람이 많았다, 절이 엄청 크다 등등 이외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영은사 입장티켓를 넣고 게이트를 통과하면 기계에서 "아미타불"이라고 말한다.... 

비래봉 (飞来峰), 연화봉(莲花峰) 등으로 오를 수 있는 계단이 있는데 항저우에서 이 계단들 오른 게 최대의 실수였다고 생각함. 길도 안 좋고 볼 것도 없는 와중에 낚여서 올라가는 관광객은 많다. 경치 그 딴 것도 없다. 그냥 볼 게 없음. 차라리 동네 뒷산 산책 가는 게 훨배 낫다. 


3. 중국식 자본주의 노답...

2년 전인가 항저우에서 G20 열렸을 적 장예모(짱이머우张艺谋)가 서호에 "인상서호"(印象西湖)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솔직히 말해 빛공해나 다름 없는 이 유료 불빛쇼를 위해 공연시각이 다가오면 해당 구역에 검은 천을 두른다. 

서호가 마냥 좁지도 않지만 상당히 요지에 검은 천을 둘러 다른 사람들은 물 구경 하지도 못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그것도 무슨 개인이 소유한 호수도 아니고 항저우의 랜드마크인 서호인데....

아주머니들 몇 명이 검은 천을 세우고 있는 작업반이랑 말다툼 하는 것도 보았다. 

이쯤 되니 장예모 꼴보기도 싫음. 



영은사 쪽에 위치한 서호 안쪽 호변을 갔는데 (지도를 보니 아마도 서리호西里湖 쪽은 것 같다) 사람은 없고 새는 많고 풀벌레 소리 낭랑하고 해지는 풍경은 멋져서 기분이 좋았다. 

다른 곳들은 사람이 너무 많음. 


4. 와이포지아 (外婆家) 처음 먹어봤다. 


중국여행 한국블로그에 보면 와이포지아 얘기가 꼭 나와있던데 사실 와이포지아(혹은 외할머니집 정도 됨...)는 항저우 요리 식당이다. 

서호변의 외할머니집....이 컨셉임. 

그래서 항저우에 도착하니 친구가 바로 와이포지아에 데려가줘서 난생 처음 말로만 듣던 와이포지아를 먹어봤다. 

가성비는 정말 독보적이긴 하더라. 우리는 달랑 두 명이라서 냉채(冷菜)를 포함해 요리 세 종류와 밥 두 그릇, 맥주 한 병만 시켰다. 

참고로 가운데에 있는 생선 튀김은 송슈위(松鼠鱼)라고 해서 직역하면 다람쥐...생선인데 비교적 잘 알려진 강소성 요리인 것 같다.

아마 생선살을 튀긴 모양이 다람쥐 털 같아서 그런 것 같다. 새콤달콤한 소스에 생선튀김인데 맛 없긴 좀 힘들지. 

가지는 그냥 무난하게 채소 하나 먹으려고 시켰고, 오른쪽은 산마(山药)에 계화꽃(桂花) 소스를 뿌린 것인데 시원하고 향긋해서 입맛 돋구기 좋다. 

항저우에 가니 도처에 계화꽃으로 만든 식품과 기념품들이 널려 있었고, 길에도 계화꽃이 잔뜩 펴있었다. 계화꽃 진짜 향그러움. 

음식이 아주 인상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일단 정말 싼 축에 속해서 만족. 다만 앱으로만 주문이 가능하다고 해서 좀 짜증났다. 항저우는 앱 주문만 가능한 곳이 지나치게 많다...


5. 항저우의 비밀주점...!

첫 날 밤, 친구와 맥주 한 잔을 하러 나섰다. 친구는 나를 데리고 웬 뒷골목으로 들어갔다. 어두컴컴한 뒷골목에 홀연하게 빛이 보이는 한 작은 건물이 있었는데, 그곳에는 킹오브파이터 97의 네오지오 오락기 한 대가 놓여있었다. 

친구가 오락기 앞에 섰다. 나는 반가움에 오락이나 한 판 하려는 걸까 하며 오락기로 다가갔다. 친구가 스타트 버튼을 누르자 오락기 오른쪽의 벽이 열리기 시작했다 (!) 벽 뒷쪽으로는 위로 향하는 계단이 하나 있을 뿐이었다. 주변을 둘러 봤지만 이 계단이 어디로 향하는지 그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았다. 건물 안 팎을 뒤져보아도 말이다. 

친구가 계단을 올랐고 나는 조금 긴장한 채 친구를 뒤따랐다. 

계단을 오르니 정말 멋진 바가 나왔다. 이 바에는 메뉴도 없어서 그날 그날 마시고 싶은 종류의 맛이나 음료 등을 주문하면 바텐더들이 뚝딱 하고 한 잔을 내어준다. 벽면에는 수백 병의 다양한 리큐어, 술 등이 도열해 있었고 우리가 자리잡은 좌석 옆 장식장에는 손님들이 킵해두고 간 듯한 여러 위스키가 늘어져 있었다. 

조금 이른 시간에 가서 그런지 꽤나 조용하고 분위기도 좋았다. 시간이 늦어지자 손님들이 한둘 늘어났고, 느지막한 시간에는 제법 만석이었던 것 같다.

아마 친구가 직접 데려온 게 아니면 영영 볼 일 없는 그런 술집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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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여행 준비하기 (3) 사전조사, 짐싸기, 환전, 여행자보험 등등


(긴글주의!)

앞의 두 편에 이어 마지막으로 사전조사 및 짐싸기, 환전, 여행자보험 가입 및 기타 사항 등에 대해 썰을 풀어본다. 앞의 글에서도 밝혔지만 우리 그룹은 2018년 7월 중순에 8박 9일의 일정으로 고비 사막 및 중부 일부 지역을 다녀왔다. 

(중간에 삽입된 이미지들은 PC 환경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


5. 사전조사 및 짐싸기 

1) 사전조사하기

위의 도표에서도 나와있듯이 사전조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가야한다. 사실 가이드가 시키는 대로 따라다녀도 상관은 없는데, 몽골 여행에서의 가이드의 역할은 다른 단체여행의 가이드 역할들과는 조금 다르기 때문에 여행객 역시도 약간의 준비는 필요하다. 대체로 이들은 관광지 설명 등을 담당하기 보다는 여러분의 생존과 안전을 책임지는 존재에 가깝다. 따라서 좀 더 많은 것을 보고 배우려면, 질문을 하더라도 적당히 알맞은 질문을 하려면, 그리고 문제 발생 시 빠른 상황파악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사전조사를 할 것을 권한다. 무엇보다도 현지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다면 훨씬 보이는 게 많고 여행도 알차니 즐겁게 할 수 있다. 

여행 전에 미리 사전조사 할만한 항목들은 얼추 다음 항목들이 있다:

-업체 관련 후기: 이에 대해서는 1편에서 자세히 다뤘으니 해당 글 참고 요망. 

-여행지 관련 정보: 이에 대해서는 1편에서 어느 정도 다뤘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몽골도 지역별로 개성이 강하니 대충 어떤 지역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우선순위를 정하는 작업을 꼭 해볼 것을 추천한다. 이 과정에서 정말 낯선 지명들도 조금 익숙해지고, 또 자신이 여행사와 상의 중인 일정이 과연 실현가능한 일정인지 확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컨대 3박 4일인데 남고비 여행을 가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정이고, 7박 8일인데 남고비와 홉스굴을 다 돈다는 것 역시 제대로 된 일정이 아니라는 것 쯤은 알 수 있게 된다. 이에 덧붙여 각 지역에 얽힌 이야기들이나 왜 그 지역이 의미가 있는지 등에 대해 가이드가 설명을 안 해 줄 수도 있으니 미리 공부해가면 좀 더 보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한국인이 가는 주요 여행지는 크게 세 군데로 나눠볼 수 있다. 

1) 하나는 남고비 지역으로, 달란자드가드, 우문고비, 헝거린엘스, 바얀작, 차강소브라가 등의 이름이 보인다면 이들은 남고비 지역에 해당한다. 울란바타르에서 대략 8시간 정도 남하해야 하는 굉장히 먼 거리이며, 오프로드를 신나게 달려야 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부담될 수 있다. 

2) 또 다른 하나는 홉스골로 몽골 북부에 위치해 있는 넓은 호수지역이다. 남고비로 가는 경우 보통 매일 같이 이동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홉스골은 대체로 한 곳에 자리 잡고 며칠 씩 쉬는 것 같았다. 좀 더 휴양지 느낌인지라 인프라도 잘 되어 있는 것 같고, 간혹 일부는 자유여행을 가기도 하는 것 같다. 울란바타르에서 차를 타고 가면 상당히 고생하는 편이라고 들었지만 비교적 저렴하고, 시간과 체력을 아끼는 방법으로는 울란바타르에서 비행기를 타고 므릉이라는 도시로 이동한 후 다시 그곳에서 호수 근방의 캠프 등으로 이동하는 방법이 있다. 다음에 몽골 가면 여길 가보고 싶다 ㅋㅋ 

3) 몽골 중부 지역 또한 많은 사람들이 가는데, 특히 일정이 짧을 경우 중부지역 일부만 돌고 오는 경우도 있는 듯 하다. 여기에는 울란바타르와 근방의 테를지 국립공원, 옛 수도인 하르호린 (혹은 카라코룸), 엘승 타사르하이, 아르항가이 등의 지명이 보인다면 대충 중부지역이라고 보면 된다. 울란바타르에서 서쪽에 위치한 하르호린은 고속도로(라고 쓰고 왕복 2차선 도로라고 읽음)가 놓여 있으며, 대략 6시간 정도의 거리쯤 되는 것 같다. 이 사이에 여행사들이 미니 사막이라고도 하는 엘승 타사르하이가 위치해있다. 쳉헤르 온천 등이 위치해 있는 아르항가이는 하르호린에서 조금 더 서쪽으로 들어가는데, 국립공원으로 들어가면 비포장 길이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짧다면 가볼 일이 없을 수도 있겠다. 

물론 이외에도 카자흐족들이 사는 서부라든가 알타이 산맥이라든가 등 몽골에 가볼 곳은 많겠지만 아주 일반적인 여행경로는 아닌 것 같다. 나도 몽골 한 번 밖에 안 가봐서 대충 인터넷에서 섭렵한 정보는 이 정도. 


우문고비에서. 이건 말이 안 되는 풍경이라며 다들 흥분했다. 


아르항가이에는 이처럼 남부고비에서 보기 힘든 숲들이 펼쳐져 있기도 하다. 


- 몽골어 관련 정보: 기본적인 알파벳 및 발음법이라든가, 간단한 인사말 같은 것 정도를 미리 배우고 가면 그냥 이유없이 더 신나는 여행이 된다. 몽골어 발음 자체가 우리에게는 너무나 생소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기초를 배우고 가면 아마 가이드 분과 기사님 이름 발음을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ㅠㅠ 개인적으로는 EBS 몽골어 강의를 추천하고 싶은데 돈이 든다는 함정이 있다. 그래도 1강은 무료고 짧으니 한 번 살펴보는 것을 권한다. 그 밖에 유투브 등에 각종 몽골어 강의 맛보기가 올라와있는데, 한 번 둘러보고 가니까 그래도 사람 이름 음식 이름 같은 거 배울 때 아주 약간 미미하게 더 수월했던 것 같다. 여유가 된다면 EBS 강의 정주행하고 가도 좋을 것 같다. 언어는 어쨌든 사람의 삶을 담는 그릇이니 의외의 것들을 익혀올지도? 

- 그 밖에도 여행안전정보(대사관 번호 등)라든가, 현지 핸드폰 유심 구입, 환전, 주의사항, 날씨 등 여러가지를 미리 사전조사할 필요가 있다. 몽골은 생각보다 한국과 다른 나라며, 도심의 여행지들과는 상당히 조건이나 환경이 다른 편이다. 

상기의 정보들은 대부분 네이버 러브몽골 카페(cafe.naver.com/lovemongol)에 올라와있으며, 질문을 올리면 사람들이 친절하게 답도 빨리 주는 편이다. 그 밖에 인터넷 검색 등을 활용해도 좋고, 서적의 경우 종류나 깊이 차원에서 다른 지역보다는 다소 제한되어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몽골 현대사회에 대해서 좀 더 이해하고 싶었는데 조금 깊이 있는 교양서/학술서라고는 대부분 몽골제국에 관한 내용들이 많아서 조금 아쉬웠다. 

덧붙여 네이버 웹툰 "한 살이라도 어릴 때" (https://comic.naver.com/webtoon/list.nhn?titleId=500945) 및 EBS의 다큐 시리즈들, 예컨대 다큐프라임이나 세계테마기행 등의 다큐들을 참조하면 배경지식을 얻고 기대감을 상승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몽골 관광청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네이버 웹툰에 공로패라도 줘야한다고 생각한다 ㅋㅋ 아, 대학교 때 박물관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특별기획전 내용이 몽골 청동기시대 유물에 관한 것으로 몽골국립박물관과 국내 박물관이 함께 했던 전시였다. 전시장 입구에는 초원 배경과 19세기 몽골복식 체험터 (참관왔던 꼬맹이 하나가 전통의상을 입고 그대로 박물관 밖으로 뛰어나가는 바람에 필사적으로 달리기했던 기억이 난다...)를 설치해뒀고, 나와 같이 일하던 언니가 앉아있던 자리 뒤로는 다큐를 방영했었다. 그때 EBS 다큐프라임 기획이었던 한몽공동제작다큐 "하늘의 땅, 몽골" 4부작을 내용을 다 외울 정도로 틀어댔는데 제법 내용이 알찼으니 관심이 있다면 찾아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단순한 여행기 다큐가 아니라 몽골의 역사, 종교, 신화 등에 대해 폭넓게 다뤘던 것 같다. 


2) 짐싸기

사전조사와 함께 여행 시기가 다가오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 바로 짐싸기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는 7월 중순에 8박 9일의 일정으로 남고비 및 중부 지역을 돌았으며, 시기와 장소가 다르다면 싸야하는 짐이 조금 다를 수 있다. 우리는 당시 동행들과 구글문서로 준비물 목록을 공유했으며, 굳이 모두가 가져올 필요없는 물품들, 혹은 현지에서 사야할 물품 등을 미리 논의를 했다. 사람이 많을 수록 차량의 짐칸에 실을 수 있는 짐의 크기 등에 제약이 있고, 생각보다 짐의 부피가 작지 않으며, 에어부산 같은 경우 수하물이 15kg 제한이 걸려있으므로 미리 타협을 보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은 우리가 작성했던 짐 목록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우리는 7월 중순에 8박 9일 일정으로 남고비 및 중부지역을 다녀왔다. 다른 지역, 다른 시기에 여행한다면 특히 의복 부분에서 조금씩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필수라고 생각한 품목들은 초록색으로 칠했으며, 굳이 필요없다고 생각된 부분은 붉은색으로 칠했다. 

(1) 기본용품

 여권

필수, 여권 및 비자 복사본도 1~2부씩 챙기자. (모든 해외여행에 해당함.)

 캐리어/가방

어차피 차에 싣고 다니는 일이 많으니 짐을 꺼내고 넣기 쉬운 캐리어를 추천한다. 하지만 어차피 차에 실으니까 뭐라도 상관은 없을 듯 하다.

 작은배낭

산행을 가거나 어디 구경 갈 때 물이라도 넣고 다닐 수 있는 작은 배낭이 있으면 손이 자유로워진다. 혹은 이동이 잦을 경우, 자주 쓰는 물건들을 따로 작은 배낭에 넣어두면 매번 캐리어를 다 까뒤집지 않아도 된다. 사람 취향에 따라, 그리고 특히 소매치기 등과 마주칠 수 있는 울란바타르 등에서는 현금, 여권 등을 넣어다닐 수 있는 복대도 요긴할 수 있다. 

 침낭

테를지 및 아르항가이(쳉헤르) 지역에서는 밤 중에 기온이 많이 떨어져서 상당히 추웠다. 특히 쳉헤르 온천에서 묵은 날은 아침에 일어나니 무려 6도였다. 침낭이 없었으면 얼어죽었을 것이다. 남부 고비의 경우 제법 더워서 침낭을 걷어차고 잔 적도 있긴 한데, 우리가 묵은 게르들의 침대 상태가 썩 좋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 부서짐, 매우 까끌거리는 모포 등) 침낭을 매일같이 사용했다. 참고로 내가 가져 간 침낭은 영하는 못 버텨도 약 10도 정도까지는 버틸 수 있는 3계절용 침낭으로, 마트에서 3-4만원 주고 샀다. 

 현금

 달러 및 투그릭. 자세한 내용은 글 하단 참조. 


(2) 위생용품 및 화장품

 휴지

두루마리, 클리넥스 모두 요긴하게 사용했다. 현지 마트에서 구매 가능하니 굳이 한국에서 사갈 필요는 없다. 

 물티슈

우리는 샤워를 못한 날도 많고 물도 부족하여 얼굴 닦거나 할 때 굉장히 요긴하게 사용했다. 100장짜리 2통 가져가서 다 쓰고 왔는데, 역시 현지 마트에서 구매 가능하니 굳이 무겁게 들고갈 필요 없다. 환경에 안 좋다고 해서 찝찝하긴 한데 그래도 별 수 없는 듯...

 클렌징티슈

들고 갔는데 거의 안 썼다. 어차피 풀메이크업 하는 것도 아니고, 결국 썬크림이나 지울 요량인 건데 물있는 곳에서는 세수하면 되고 물이 없을 땐 물티슈로 대충 해결했다.  

 생리대

일행 중 생리기간이 겹친 사람이 둘이나 있었다. (그 중 하나는 나ㅠㅠ) 현지마트에서 구매 가능하며, 큰 도시의 규모가 큰 마트에는 한국 생리대들도 여럿 들어와있다. 

 선크림

한 명이 아예 선크림 큰 걸로 한 통 사와서 세 명이 여행 내내 나눠썼다.

 립밤

남부고비는 진짜 건조한데 필수품은 아님. 

 핸드크림

남부고비는 진짜 건조한데 필수품은 아님. 마침 가방에 들어있어서 다른 사람과 나눠썼는데 환영받긴 했다. 가이드 분 선물로도 괜찮을 듯.

 여행용 세면도구

샴푸, 린스, 바디워시, 폼클렌징. 거의 쓸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쓸 수 있는 곳에선 잘 썼다. 약 8일치 준비해갔는데 한 4일치 썼나...

 빗

한 명이 가져 온 빗 세 명이서 나눠썼다.

 치약, 칫솔

한 명이 치약 한 통 사와서 셋이서 나눠썼다. 

 손톱깎이

가져갔는데 안 썼다. 그냥 가기 전에 미리 잘 깎고 가자. 

 면봉

쓸 일은 없었는데 사실 구급약품 차원에서 챙겨간 것임. 

 머리 고무줄

-

 인공눈물

평소에 거의 안 쓰는데 남부고비 가서 두 어번 썼다. 눈에 모래 들어갈 때도 요긴할 수 있으니 혹시 눈이 건조하거나 렌즈 착용한다면 몇 개 챙기자. 

 마스크팩

한 명이 들고 왔는데 한 번도 사용 못했다. 

 화장솜

 렌즈 관련 물품

렌즈를 착용한다면 일회용 렌즈 등을 추천한다. 물이 부족하고 세면시설이 없는 곳이 많아서 렌즈를 씻거나 하는 게 번거로울 수 있다. 그 와중에도 친구 하나는 렌즈 세척액까지 다 챙겨와서 매일 잘 끼고 다니긴 함. 

 드라이샴푸

나와 내 친구들은 아무도 들고 오지 않았으며 아무도 쓰지 않았다. 다른 동행 분은 드라이샴푸 썼던 것 같다. 그것 말고 무슨 머리 기름종이용으로 쓰는 제품을 누군가 들고 왔는데 샤워를 꽤 오래 못했던 여행 7일차쯤 모두 즐거워하면서 잘 썼다. 

 로션, 수분크림

피부가 건조하다면 챙기자. 

 미스트

피부가 건조하다면 챙기자. 난 안 썼는데 다른 친구는 잘 씀. 

 수건수건 있는 곳 한 군데도 못 봤다. 무조건 필수. 나는 3장 들고 가서 말려가며 사용했다.  


(3) 의류

기본적으로 얇은 것을 여러 벌 껴입는다고 생각하고 가져가는 게 좋다. 여행지역에 따라 차이가 많이 큰데, 7월 중순 남고비는 30~35도의 무더위를 감내해야 했으며 그 와중에 울란바타르는 10도 전후, 아르항가이는 한 자릿수까지 기온이 떨어지곤 했다. 또한 호수지역에 가는 것이 아닌 이상, 빨래는 못한다고 생각하고 옷가지를 챙기는 게 좋다. 남부고비는 덥지만 건조하기에 땀이 별로 나지 않으므로 빨래 며칠 안하고 돌려입는다고 죽을 일 없다. (원래 진짜 땀 많이 흘리는데 고비에서는 정말 거의 안흘렸다.)

 모자

반드시 챙이 넓고 끈이 달린 모자를 챙기도록 한다.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모자가 쉽게 날아가며, 사라지면 못찾는다. 일행 중 한 명은 급한대로 테이프로 끈을 만들어 모자에 달기도 했다. 

 슬리퍼/샌들

게르에서 쉬거나 화장실 갈 때 신기 편하다. 바닥이 미끄럽지 않고 편한 샌들이라면 물가에서 놀기도 좋고 관광지 돌아다닐 때도 편하다. 

 운동화/등산화

방수가 되는 등산화가 있다면 욜린암 등에서 계곡 둘러보기 더 좋다. 운동화만 줄창 신고 다녔는데 가끔 샌들이 조금 부러웠다. 하지만 차강소브르가를 오르내릴 때엔 운동화 신어서 기뻤다.  

 양말

빨래를 못하니 운동화를 가져간다면 넉넉하게 챙기자. 

 바람막이/후드티

방수되는 바람막이는 욜린암에서 급격하게 기온이 떨어졌을 때, 테를지, 쳉헤르 등에서 요긴하게 입었다. 가벼우면서도 보온성이 나쁘지 않으므로 추천.  기사님은 기온 내려갈 때 후드티로 버티시던데, 건강하다면 후드티도 괜찮은 것 같다. 

 반팔티

 - 

 긴팔티

난 안 들고 갔는데 쳉헤르에서 조금 간절한 순간이 있긴 했다. 

 경량패딩

들고 갔는데 입은 적은 없다. 다만 쳉헤르에서 옷가지가 모잘랐던 친구에게 빌려줬다. 들고가면 좋지만 다른 껴입을 수 있는 옷들이 있다면 7월 중순에는 필수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남부고비에서는 베개로 활용함. 

 사막용 옷

다들 낙타 타는 것 대비해서 안 입는 옷을 챙겨라고 하는데, 그보다는 헝거린 엘스 모래사구를 오른 것이 더 문제가 되었다. 모래가 정말 옷의 모든 부분에서 끊임없이 나와서 결국 지퍼백에 넣고 봉인한 채 한국까지 들고 갔다. 그냥 평범하게 얇고 가벼운 옷이면 되는데, 사막 오르고 나서 당분간 못 입을 수도 있다. 

 잠옷

걍 적당한 반팔에 추리닝 바지 입고 잠.  

 속옷

빨래 못한다고 보고 날짜별로 챙겨갔다. 실제로 빨래 같은 건 생각도 못해봤다.  

 (일회용) 마스크 

헝거린엘스에서 매우 요긴하게 사용했다. 없었다면 모래를 엄청 먹었겠지! 

 스카프

마스크 대신 사용할 수 있다. 모래언덕을 오를 때 머리에 감을 수도 있는데, 그러면 모래가 머리에 덜 들어갈지도 모른다. 추우면 껴입을 수도 있다. 난 제법 요긴하게 활용했다.

 담요

침낭이 있다면 없어도 되긴 하는데 그래도 요긴한 순간이 있다. 자세한 것은 글 맨 하단의 기타사항 참조.  

 비옷

나는 방수용 바람막이를 입었다.  다른 일행분이 비옷을 들고와서 제법 요긴하게 입으셨으나, 낙타나 말을 탈 때는 비옷이 날리거나 소리를 낼 때 동물이 놀랄 수 있으므로 착용금지다. 

 수영복

쳉헤르 온천에 간다면 수영복을 챙기자. 그런데 난 수영복이 없어서 수영복처럼 생긴 나시티와 짧은 반바지 입었는데 무사히 들어갈 수 있었다. 온천마다 규정이 다르지 않나 싶다. 

 쿨토시

딱 한 번 친구들이 가져온 쿨토시가 너무 부러웠던 순간이 있었는데 바로 고비사막 땡볕에서 걸을 때였다. 하지만 어차피 해 가리는 용이니 그냥 얇은 긴팔이나 스카프 둘러매도 그만... 


(4) 전자기기

우리는 전기르 못 쓴 날이 제법 많았다. 욕심 가지지 말자...

 보조배터리 

10,000mAh짜리 하나, 13,000mAh짜리 하나 해서 총 두 개 들고 가서 잘 쓰고 왔다. 2-3일에 한 번 정도 전기를 쓸 수 있다고 가정할 때, 그리고 스타렉스를 탄다고 가정할 때 일인당 한 개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쳉헤르 쪽에 가서는 날씨로 인해 전봇대가 쓰러져 전기를 전혀 쓰지 못했는데 이때 정말 잘 썼다. 

 카메라

취향문제겠지만 나는 무조건 추천한다. 가급적 수동조작이 되는 카메라를 가져가서 사진을 마음껏 찍자! 사진 연습하기 이렇게 좋은 곳이 없다. 꼭 DSLR, 미러리스가 아니라도 디카도 상관없다. 하지만 핸드폰 카메라는 아무리 좋아도 머리 위로 쏟아지는 별 같은 거 절대 못 찍는다. 카메라 조작법 및 간단한 촬영원리를 알고 간다면 일생에 남을만한 사진들 많이 찍고 올 수 있다. 

 카메라 배터리 및 충전기

충전이 안 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여분 배터리를 챙길 것을 권한다. 나는 내 카메라를 좋아하지만 친구 카메라가 부러웠던 순간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내 카메라는 반드시 전용충전기를 사용해야하고 친구의 카메라는 USB충전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삼각대

별을 찍고 싶다면 삼각대를 꼭 챙기자. 바람이 많이 불기도 하므로 삼각대는 튼튼할 수록 좋다. 수하물 잘 계산해서 챙겨가자.  

 멀티탭

전기사용이 가능한 게르라도 정작 콘센트 구멍은 한 두개인 경우가 많으니 한명이라도 멀티탭을 챙겨서 여럿이서 나눠쓰자.

 랜턴/후레시

개인적으로는 가볍고 작은 후레시 추천한다. 전기가 없는 게르에 걸어두고 사용할 수도 있고 화장실 갈 때 사용할 수도 있다. 모두가 가져올 필요는 없고 한 두명만 가져와도 된다. 핸드폰 플래시로는 조금 부족했다. 

 블루투스 스피커

취향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한 명이 들고와서 잘 쓰긴 했다.  

 각종 충전기

핸드폰 등을 충전할 때 사용.  


(5) 생활용품

 우산

 비 올 때 사용하려 했는데 비가 안 와서 쓸모는 없었다. 그냥 방수옷 입었음. 바람이 부니까 우산보다는 비옷 추천.  

 바가지

있으면 요긴했을 것 같긴 한데 결국 못 구해서 그냥 없이 잘 다녔다. 어차피 물이 부족해서 받아서 쓰고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빨랫줄, 노끈류

옷이나 수건 말릴 때 잘 썼으며 게르 출입구가 고장났을 때도 고정시킬 때 사용했다.  

 옷걸이, 빨래집게

역시 옷이나 수건 말릴 때 잘 썼다. 내가 그냥 세탁소 철제 옷걸이 한 6-7개 챙겨와서 모두가 같이 잘 썼다. 빨래집게도 유용하지만 필수는 아님. 

 돗자리

바깥에 누워서 별사진 찍을 때 잘 썼다. 필수는 아니지만 있으면 좋긴 하다. 

 맥가이버칼

병따개, 간단한 과일 깎는 용도 등 여러모로 요긴하다. 일행 중 한 명만 있으면 된다. 추천. 하지만 가방에 넣어둔 걸 까먹은 채 비행기 타려다가 몽골 공항에서 압수당했다 ㅠ_ㅠ 아버지가 30년 전에 사신 칼 가져온 건데... 집에 돌아가서 엎드려 사죄함...

 안경 

안경착용자라면 여분의 렌즈 혹은 안경을 챙기자.  

 썬글라스

있으면 좋을 것 같긴 한데 난 없이도 잘 버텼다. 참고로 헝거린엘스에서는 안 쓰는 걸 추천... 모래바람이 많이 불어서 시계 유리에도 스크래치 엄청 났다.  

 자물쇠

가방 채우는 자물쇠 외에 하나 정도 더 챙겨오자. 우리가 다닌 중에는 자물쇠나 잠금장치가 없는 게르가 여럿 있었다.  

 종이컵 혹은 플라스틱컵

커피와 물 마시는 용도로, 때로는 반찬 덜어먹는 용도 등으로 요긴하게 잘 사용했다. 현지에서 구매 가능. 환경에게 미안하다면 튼튼한 플라스틱 컵 들고 다니는 것도 방법. 현지마트에서 구매 가능.

 일회용 젓가락

제일 좋은 건 수저를 챙겨다니는 것이고, 수저가 부족하다면 일회용 나무젓가락도 요긴하다. 우리는 수저가 부족해서 일회용 젓가락을 어쩔 수 없이 자주 사용했다. 울란바타르 대형마트에서 구매 가능.  

 지퍼백

빨래 보관 등에 요긴하다. 헝거린엘스에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듯한 옷들을 지퍼백에 넣고 봉인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비닐봉지

쓰레기 봉투로 잘 사용했으며 여기저기 의외의 용도를 찾을 지도.

 부채

스타렉스는 에어컨 잘 나와서 괜찮았는데, 그래도 있었으면 남부고비에서 좀 더 시원했을 것 같다.  

 핫팩

아무도 들고오지 않았다. 7월 중순엔 딱히 필요 없었다.  

 테이프

있으면 요긴할 뻔했지만 뭐 없어도 잘 버텼다.  

 책, 일기장, 볼펜 등

시간 보내기도 좋았고 하루하루 기록하기 좋았다. 폰으로 일기 쓰기에는 전기가 아깝다. 책은 한 권 정도면 된다. 친구들은 책 들고 와서 다 읽고 갔고 나는 이북리더 가져갔는데 한 글자도 안 읽고 왔다. 일기 쓰기도 벅찼다.

 목베개

있으면 좋다. 요즘엔 목부분 묶이는 그런 목베개가 있던데, 그걸 추천한다. 하지만 난 차에서 잠을 안 자서 목베개 거의 안 씀... 필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푸르공은 어떤지 모르지.  

 보드게임

꺼내 볼 틈도 없었다... 


(6) 상비약

울란바타르를 벗어나면 약구하기 쉽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작은 가방에 상비약을 챙기자. 한 명만 챙겨도 충분하다. 나는 그냥 내가 대표로 챙겨감. 

 


 반창고/대일밴드

 멀미약

차가 흔들리는 차원이 달라서 의미가 없다. 평소 멀미 좀 한다하는 사람들 아무도 멀미하지 않았다. 챙길 필요 없다.   

 후시딘/마데카솔 등

 진통제

 근육이완제 혹은 근육이완크림

맨소래담 하나 들고 갔는데 헝거린 엘스에서 엄청 고생한 뒤로부터 며칠 간 매우 잘 썼다. 몸이 예전같지 않다면...추천...

 감기약

의외로 감기 걸리는 사람이 하나씩 나온다. 우리 팀에는 없었는데 옆 팀에 몸이 안 좋은 사람이 있어서 그 팀 가이드가 이팀 저팀 돌아다니며 감기약 구하러 다녔다. 

 버물리

우린 안 썼음.  

 소화제

-

 면봉

 기타 상비약품

 드레싱용 붕대, 항생제 연고 등 갖고 있던 것들 몇 가지 더 챙겨갔다. 

(7) 기타사항

가이드 및 운전기사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는 동행 분이 센스 있게 기사님에게는 비타민을, 가이드 언니에겐 핸드크림을 선물해줬다. 

또한 전일정 여행자캠프/호텔이 아니라면 현지인에게 줄 수 있는 작은 선물들을 준비하는 것도 좋겠다. 나는 미니 색연필과 연필깎이를 2개씩 챙겨갔는데, 여행자캠프가 다 차서 묵게 된 근방 게르 주인아들에게 선물로 주니 너무나 좋아하며 자신의 스케치북을 대공개해줬다... 남은 한 세트는 기사님께 따님 드려라고 전해드렸다. 

우리는 딱히 고추장이나 라면 같은 걸 들고가지 않았으며, 특별히 필요하지도 않았다. 라면이나 고추장 정도는 현지마트에서도 구매가능하며, 특히 나는 아무거나 다 먹어서 별로 절박하지 않았다. 가이드 언니가 엄청 한국음식을 많이 해준 것도 좀 있었고... 김치도 현지에서 구할 수 있다. 

짐을 쌀 때 기내수하물 반입 조건 등을 잘 살펴보고 싸자. 삼각대와 침낭이 도저히 짐에 들어가지 않아서 둘을 다른 가방에 넣고 기내에 반입하려고 했는데 나는 카메라와 여권 등이 들었던 등가방까지 해서 가방이 두 개라고 게이트에서 거절 당할 뻔했다. 사정사정해서 간신히 타긴 했음... 울란바타르 공항에서 내 앞의 몽골 언니는 검색대에서 화장품 다 털렸다. 아니 왜 액체용기를 모조리 손가방에 넣었을까....라고 해놓고 나도 맥가이버칼이 가방에 있는 걸 잊은 덕분에 고대로 압수당했다. 


6. 환전

일정이 확정되었고 출국일이 다가온다면 환전도 고민해봐야겠다. 첫번째 글에서도 밝혔듯이, 우리는 100불에 해당하는 한화를 미리 한국의 통장에 입금시킨 후 잔금을 몽골에서 달러로 지불하였다. 또한 달러를 들고 가서 현지에서 투그릭으로 환전했는데, 나와 내 친구들은 대충 일인당 90~100불 정도를 투그릭으로 환전하였다. 일인당 7만투그릭 정도를 공금으로 내서 5명이 8박 9일간 부족함없이 잘 사용했으며, 공금으로는 간식, 술 등을 구매했다. 남은 금액은 울란바타르에서 저녁을 먹고 가족 지인 선물 등을 사는 데에 사용했다. 울란바타르의 캐시미어 아울렛에서는 인형을 하나 샀는데 그냥 카드결제를 했다. 예브섹(evseg)에서 파는 낙타인형이 참 귀엽고 가격도 착한 편이다. 나는 바얀작과 욜린암 모두에서 딱히 기념품을 사지 않았는데, 집에 돌아갈 때가 되니 그래도 가족에게 뭔가 갖다드려야 할 것 같아서 인형을 하나 샀음. 

우리는 나담기간의 주말에 공항에 떨어지는 바람에 공항 환전소도 문닫는 등의 애로사항이 꽃피어서 결국 며칠 뒤 달란자드가드의 칸은행에 가서 환전을 했다. 혹시 미리 한국에서 몽골 투그릭을 구할 수 있다면 이런저런 상황을 대비해 챙겨오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한국보다는 몽골에서 환전하는 것이 유리하며, 울란바타르의 몇몇 환전소는 원화도 받아준다고 한다. 

친구 하나는 안일하게 인천공항에서 밤중에 환전하려고 했으나 환전소는 문을 빨리 닫았고, 그 와중에 ATM기기까지 고장나서 결국 나와 달러거래를 해야만 했다는 후문... 

참고로 몽골 투그릭 금액을 나누기 2하면 대충 한화 금액이 나온다. 


7. 여행자 보험

일주일 이주일 여행 가는 거 여행자보험 별로 안 비싸니까 하나 가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몇 가지 주의사항이 있다면, 나이가 많거나 (보통 60세 이상) 최근 질병경력 등이 있으면 가입을 안 시켜준다는 점과 승마 체험 등을 위험한 활동으로 분류해서 커버를 안 해주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혹시 자신이 퇴짜 먹을 가능성이 있다면 조금 미리 전화 상담 등을 통해 가입하는 것이 좋고, 무난하게 가입할 수 있다면 출발 전날에도 인터넷으로 손쉽게 가입할 수 있다. 


8. 기타사항

몽골여행 준비에 있어 앞에서는 언급하지 못한 짜다시한 내용들을 이곳에 모아본다. 


주변에 우리 밖에 없었다...


- 우리는 한창 성수기일 때 여행을 했는데 그 때문인지 숙소 문제들이 좀 있었다. 웬만큼 번듯한 곳들이 아니면 예약시스템이 딱히 작동하지 않는 모양이었는데, 그로 인해 조금만 늦게 도착해도 숙소가 없는 일들이 몇 번 발생했다. 한 번은 샤워가 가능한 여행자캠프에서 자리가 없다고 토스당해 근방의 작은 게르로 갔는데 샤워는 못해도 조용해서 무척 좋았다. 또 한 번은 상당히 번듯한 여행자캠프에서 빈 게르가 없다하여 퇴짜맞았는데, 우리 일행 중 두 명이 해당 캠프에서, 나를 포함한 나머지 세 명은 민가(?) 쪽에 위치한 게르에서 숙박했다. 화장실도 없고, 밤에 개도 나오고 여러가지로 거시기했으나 일단 무엇보다도 매우 조용했고 전기가 24시간 사용 가능하여 오히려 더 좋았다는 후문. 또 한 번은 가이드 언니의 이모가 운영하는 상당한 규모의 캠프였는데 게르 두 개를 부탁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개로 줄어들었다. 이때 뭔가 불만이 폭발했고, 결국에는 우리 팀과 다른 팀 가이드 분들이 게르를 포기하고 주인 건물에서 자는 것으로 타협을 보았다. 사람마다 취향은 많이 다르겠지만 번듯한 여행자캠프보다 동떨어진 게르가 더 나을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모든 것은 복불복이며 여러 가지로 시간 개념이 상당히 다르게 작용하는 곳이니 이런들 저런들 어떠하리라는 마음을 좀 가지고 여행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 성수기다 보니 기사님들이 죄다 차량에서 숙박을 하셨다. 우리도 여행 3일차인가에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는데, 당장 우리 잘 곳도 없고 우리도 몽골어를 구사하지 못하다보니 기사님께 숙소를 드리기가 어려웠다. 안전과도 직결된 문제고, 기사님도 워낙 착하셔서 돈이라도 모아서 숙소를 드리고 싶었을 정도. 그때 들고 온 담요랑 목베개를 모두 기사님께 몰아드렸는데, 되게 기쁘게 빌려가셨다. 혹시 기사님이 차에서 주무신다면, 숙박을 해결해드리면 최선이지만 그것조차 안된다면 담요라든가 남는 수면용품들을 다 몰아드리자. 

- 간식거리를 사거나 할 때 기사님과 가이드 분을 같이 챙겨드리는 센스도 필요하다. 물론 가이드 분과 어느 정도 거리 유지를 하는 것이 사람에 따라선 필요할 수도 있다. 가이드분들은 대체로 언어가 통하니 이것저것 소통할 수 있겠지만 기사님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그만큼 기사님들에 대해서는 조금 더 신경써서 세심하게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한 것 같다. 참고로 기사님들은 운전해야 하니 술을 권하거나 하지는 말자. 우리도 마지막날에 딱 한 번 맥주 반캔 같이 했다. 

-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몽골여행에서의 가이드와 기사의 역할은 다른 지역들과는 사뭇 다르다. 여행자들은 이들에게 거의 100% 의존하고 있고, 이들은 나의 안전과 생존을 책임지는 사람들이다. 서비스 판매자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여행의 동반자라고 생각하고 상호존중하면서 지내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래야 소통도 더 원활하고 필요에 따라 요구할 것들을 요구하기에도 더 수월하다. 우리는 여행사의 일정 문제로 여행 중에 가이드가 한 번 바뀌었는데, 두 번째 가이드 언니는 간간히 수준 낮은 한국인 여행자들 때문에 (성추행, 저질 발언 등) 힘든 순간들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 몽골 여행은 일정 대로 굴러갈 가능성이 좀 적은 편이다. 기상요건, 도로 사정 등 여러 가지 복합적 원인이 있을 수 있으니 이런들 저런들 어떠하리의 유연한 마음을 지닐 필요가 있다. 

- 안전 문제에 각별히 신경쓰자. 가이드 분들 중 특히 경험 없는 분들은 안전지침에 대한 안내가 부족할 수 있다. 예컨대 동물에 다가가거나 말, 낙타 등에 탑승할 때, 가파른 언덕을 오르내릴 때 등. 잘 모르겠으면 무조건 물어보고, 안전수칙 등은 미리 좀 검색해서 숙지하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수도를 벗어나면 의료 인프라가 매우 낙후되어 있기 때문에 부상이 발생하면 상당히 곤란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 말이나 낙타 등은 소리에 민감하기 때문에 탑승 중 옷을 입거나 벗는 행위, 큰 소리를 내는 행위 등을 지양한다. 또한 이들을 탑승할 때 휘날리는 비닐 비옷 등은 절대 금물, 동물이 놀라서 무척 위험할 수 있다. 고삐는 나의 생명줄이니 절대 놓치지 않도록 한다. 말이나 낙타를 모는 사람들의 말을 잘 듣는다.
  * 말 뒤쪽으로는 절!대! 가지 않는다. 하다 못해 비틀거리는 망아지도 뒷발로 사람 차면 그 사람은 중상은 물론이고 잘못하면 사망이다.  항상 말은 앞에서 접근한다. 
  * 바얀작, 차강소브르가 등의 자역에서 비나 돌 모래 등의 원인으로 땅이 미끄러우면 무리하지 않는다. 실제로 작년인가 재작년, 미국에서 온 몽골인 가이드가 비오는 날 관광객을 데리고 바얀작을 갔다가 미끄러져 낙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한다. 처음 가이드하는 사람이라 잘 몰라서 그랬다고 하는데, 당시 헬기 출동해서 싣고 갔는데, 상당히 상태가 위중했다고 한다. 그러니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다. 
  * 온천의 경우 절대 술을 먹고 들어가지 말 것. 심장 등에 무리가 가서 큰일 날 수 있다. 또한 원래 심장에 이상이 있거나 하면 온천입수를 자제하자. 


전문가는 이래도 되겠지만 우리는 이러면 안 된다.


- 쓰레기봉투를 구매하거나 쇼핑할 때 비닐을 모아둔 후 쓰레기봉투로 활용하자. 제발. 헝거린엘스 올라갔을 적, 내려올 때 보니까 생각보다 사구에 페트병이 너무 많았다. 다른 분들 썰매 탈 때 걸리면 위험할 것 같아서 기사 아저씨랑 같이 페트병 주우면서 내려왔는데 고작 5분 내려왔는데 한 20개는 모았다. 물론 얘들을 게르캠프에 들고 가봤자 불에 태우니 환경오염인 것은 매 한가지지만, 그렇다고 사구에 묻어두는 건 좀 아니지 않나? 그 밖에도 막 여기저기 쓰레기 버리는 거 보면 좀 그렇다. 

- 제발 게르캠프에서 한밤 중에 시끄럽게 하지 말자. 도시와는 달리 탁트인 곳이 많기 때문에 소리가 매우 잘 전달된다. 기사님들은 다음 날 운전을 해야하고, 여행객들 중에서도 일찍 자는 사람들이 있는데 자정 넘은 시간에도 크게 음악틀고 술주정 피우고 소리 지르는 것은 자제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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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여행 준비하기 (2) 비행기표 예매, 비자발급, 동행 구하기


(긴글주의!)

1편에 이어서 계속해서 여행 준비하기 썰을 풀어본다. 우리는 2018년 7월 중순에 8박 9일의 일정으로 고비 사막 및 중부 일부 지역을 다녀왔다. 벌써 기억들이 많이 희미하다... (중간에 삽입된 이미지는 PC 환경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비행기표 발권과 몽골 비자 발급을 다뤄보겠다. 




2. 비행기표 발권

위의 이미지에서도 볼 수 있듯이 비행기표 발권은 업체선정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일단 발권을 하고 업체 예약을 거는 것을 추천하는데, 이는 항공권 가격이 날짜마다 변동이 있을 수 있고, 특히 지방이라든가 해외 등 서울 외 지역 출발의 경우 매일매일 비행기가 뜨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정 선택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

나는 여러 사정으로 인해 원래 중국에서 출발할 계획이었는데 하필이면 북경보다 홍콩에 가까운 지역에 거주 중이었다. 중국에서 몽골로 가는 비행기는 크게 북경 아니면 내몽골 지역 정도 밖에 없고, 기타 지역의 경우 짤없이 북경 환승을 하거나 아니면 홍콩 출발을 해야한다. 그런데 이 홍콩발 몽골행 비행기는 왕복 100만원을 사뿐히 넘는 정말 자비없는 가격을 자랑했다... 그 돈이면 홍콩서 북미도 갈 수 있단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국내선을 타고 북경으로 가서 비행기를 타는 것도 썩 싸지 않길래 그냥 과감하게 중국->한국->몽골행 비행기를 끊었다. 한국-몽골 비행기값도 진짜 더럽게 비싼데 그나마 한국은 항공사 3개 이상 취항 중이라서 조금 사정이 낫다. 기차 탈 거 아니면 정말 몽골행 비행기 값은 노답 수준이다. 

나는 지방민이므로 부산-울란바토르 항공권을 찾아보았는데 그 덕분일까, 비교적 늦게 비행기표를 샀는데도 60만원 초반에서 간신히 왕복권을 끊었다. 사실 부산-울란바토르 항공권을 살 때 가장 무서웠던 것은 가격이 아니라 미친듯한 속도로 팔려나가는 표였다. 원래는 이틀 정도 빨리 가서 울란바토르 구경 좀 하려고 했는데 하루 늦게 결제하려고 들었더니 매진이 떠버렸다... 당시 나담의 영향도 있겠지만, 어쨌든 몽골행 항공기가 제한되어 있는 지방에서는 이런 이유에서라도 빨리 표를 살 것을 권한다. 아, 그리고 에어부산은 수 달 전에 결제하면 종종 서울발 비행기에서는 볼 수 없는 가격의 표가 뜨기도 한다. 

또한 부산의 경우 비행기가 매일 뜨는 것이 아니므로 왕복 항공권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편도선을 두 장 끊는 것도 고려해볼 것을 추천한다. 실제로 나도 일정 문제 때문에 갈 때는 에어부산, 올 때는 미아트항공을 탔다. 편도 두 장을 합쳐서 성수기에 60만원 초반대로 방어했으면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 정도로 몽골행 비행기표는 가격들이 사악하다. (일례로 시간이 약간 더 걸리는 홍콩행 비행기의 경우 운만 좋으면 2-30만원 대에 왕복권을 끊을 수도 있다.) 아무래도 항공업체 간 담합이라든가 정부시책 등의 문제가 한데 얽혀있는 듯 하다. 

비행기표 검색은 스카이스캐너나 구글플라이트 등을 이용하면서 대충 가격대를 파악할 수도 있고, 아니면 직접 항공사 사이트에 들어가서 확인할 수도 있다. 나는 그냥 에어부산과 미아트항공 사이트에서 바로 결제했는데 이는 표의 물량이나 시기 등에 따라 여러가지 바뀔 수 있는 것이니, 알아서 그때그때 가장 싼표를 구하면 될 것이다. 다만 각종 중개 사이트나 여행사 등의 업체를 통할 경우 표 변경 등에 항공사 지정 금액 외 별도의 수수료가 붙는다는 점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땅의 검정 부분들은 구름 그림자다!) 

참고로 비행기 일정이 계절별로, 심지어는 주별, 월별로 매우 자주 바뀌기 때문에 출발 가능한 날짜 등을 하나하나 체크하는 정성이 필요하다. 또한 인천과 김해 외에도 간혹 청주나 무안, 양양 등 지방 공항에서 미아트항공 차터편으로 울란바토르 행 비행기가 뜨는 경우도 있다. 여행사 등에서 간혹 해당 표를 풀기 때문에 운이 좋다면 싼 가격에 집 근처에서 출발할 수 있다. 

밥이나 서비스는 미아트 항공이 아주 살짝 더 나았지만, 둘다 좌석 너비는 괜찮았고 (이스타 항공 상상하면서 탔는데 에어부산은 좌석 폭은 다른 비싼 항공사보다 살짝 좁거나 비슷하게 느껴졌다. 진짜 이스타항공 좌석 내 인생 최고로 좁은 좌석이었다...나 키도 안 큰데...) 모두 몽골어, 한국어가 가능한 직원들이 탑승 중이었다. 부산발이라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관광객보다는 주로 몽골인들과 사업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또한 적어도 내 경험상 부산발 미아트 항공 혹은 에어부산의 시간대는 인천발 미아트 항공 혹은 대한항공보다 시간대가 훨씬 좋았다.


에어부산 부산-울란바토르 기내식인 치킨순살볶음밥.
양 살짝 적고 맛은 그냥 보이는 그대로의 맛이다. 기내식답게 닭이 무척 퍽퍽했음. 


미아트 항공 울란바토르-부산 기내식. 햄치즈류는 안 먹어서 모르겠고 저 감자가 진짜 꿀맛이다!
몽골은 감자가 너무 맛있다! 나름 훌륭한 기내식이었음! 


여기서 함정카드가 하나 발동하는데, 바로 동행들의 비행기가 다 다를 경우의 문제다. 우리 그룹의 경우 서울서 오는 4명은 새벽 4시에 울란바토르에 도착했고 부산서 출발한 나는 점심 시간쯤 도착하는 비행기였다. 또한 몽골을 출국할 때에도 동행 중 2명은 하루 빠른 토요일 저녁 비행기, 나는 일요일 오전 7시 반 비행기, 다른 2명은 일요일 오전 9시 경 비행기였다. 이렇게 서로 일정들이 다 다를 때는 어떻게 해야할까?

우리의 경우 다음과 같이 해결했다:

* 도착문제: 
- 원래는 오후에 도착하는 내가 차라리 하루나 이틀 앞당겨서 울란바토르에 입국할 예정이었다. 그러면 일행이 도착하는 당일 아침에 바로 투어를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비행기표 매진으로 이는 불가능하게 되었다. 
- 아무래도 가장 마지막에 도착하는 내가 오후 12시 반쯤 도착할 예정이었고, 출발이 늦은 상황에 무리하게 먼 거리를 갈 경우 운전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첫날은 무조건 이동이 적은 테를지로 가는 것으로 타진을 봤다. 이는 실로 훌륭한 결정이었는데 김해공항 게이트혼잡 문제로 인해 내가 탄 비행기가 1시간 이상 연착을 했기 때문이다. 
- 나머지 일행들은 오전 4시 도착이었기 때문에 몸을 뉘일 곳이 필요했는데, 다행히도 여행사와 이야기가 잘 되어 나머지 사람들은 게스트하우스에 가서 오전에 씻고 쉬었다. 체력이 바닥인 직장인들이라 썩 나쁜 옵션은 아니지 않았나, 나는 뭐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이들은 10~11시 쯤 게스트하우스를 나서서 미리 환전을 하고 장을 보았다. 나는 공항에서 바로 일행과 가이드, 차량이 대기 중인 마트로 가 나머지 사람들을 만났다. 다만 나의 경우 환전과 투어비 정산이 조금 문제가 되었다. 환전의 경우 결국 이틀 뒤 달란자드가드의 은행에 가서 처리했고, 투어비 정산은 투어 마지막날 했다. 달러를 들고 다녀서 조금 불안했는데 뭐 어찌저찌 잘 풀렸다. 

* 출국문제: 
- 토요일 저녁에 출발하는 두 분이 과감하게 울란바토르 일정을 포기하셨다. 우리는 이 날은 모든 다른 구경 및 관광(예컨대 하르호린 및 미니고비)을 취소했으며 무조건 울란바토르에 가급적 일찍 도착하는 데에 신경을 썼다. 기사님의 훌륭한 운전 덕분에 수백 km의 거리를 상상 이상의 빠른 시간에 주파하긴 했는데, 울란바토르 내의 교통이 문제가 되었다. 길이 정말 많이 막혔다! 울란바토르는 왜 죄다 왕복 2차선 도로인 거죠...? 결국 일찍 출발해야 하는 두 분은 쇼핑하거나 씻거나 밥을 먹을 기회 없이 곧바로 공항으로 가셔야만 했다. 
- 일요일 새벽 나는 4시 반~5시 경에 게스트하우스를 출발해야 했고 다른 두 명은 6시~6시 반 정도에 출발하면 됐다. 원래는 그냥 세 명을 모두 한 데에 묶어서 공항에 떨굴 계획이었으나 얘기가 잘 되어서 각각 따로 센딩을 했다. 나는 시간이 너무 일러서 조금 걱정했는데, 알고보니 해당 게스트하우스에서 마침 새벽 비행기를 타고 몽골에 온 사람들을 픽업해야 했기 때문에 그 차를 그대로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당시 운전해주신 분 말로는 이런 성수기에는 픽업과 센딩, 가이드일 등만 해도 하루에 5시간 정도 밖에 못 잔다고 했다. 그 말씀 하셨을 때 나는 안전벨트를 꽉 쥐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동행들 및 가이드, 투어사 등과 조율이 잘 된다면 서로 출도착이 달라도 크게 문제가 될 건 없다. 



3. 몽골 여행 비자 발급

한국 여권을 가진 대다수의 사람들은 몽골 입국을 위해 반드시 여행 비자를 발급 받아야 한다. 몽골에서 일반 여권에도 비자 면제를 부여하는 국가라곤 벨로루시, 브라질, 캐나다, 쿠바, 에스토니아, 독일, 홍콩, 이스라엘, 일본, 카자흐스탄, 키르기즈스탄, 라오스, 마카오, 말레이시아, 필리핀, 러시아, 세르비아, 싱가폴, 태국, 터키, 미국 정도며 상기의 비자면제국 여권이 없다면 얄짤없이 비자가 필요하다. 

비자발급은 반드시 투어업체 혹은 숙소 예약 및 비행기표 발권이 완료되어야만 가능하다. 
비자는 몽골대사관 혹은 영사관 비자발급처에서 신청하고 받아오는 방법도 있고, 국내 여행사 등에 대행을 맡겨도 된다. 우리 팀은 다 직접 혹은 가족에게 부탁해 대리 발급했던 것으로 안다. 몽골대사관 및 영사관은 크게 서울, 부산, 그리고 김해에 있다. 그런데 김해의 주한몽골영사관은 분명 비자발급은 가능하지만 뜬금없이 주촌면에 있으므로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해당사항이 없지 싶다...  

비자 발급 준비물은 다음과 같다:
- 여권 원본: 유효기간 6개월 이상
- 여권용 사진 1매: 6개월 이내 촬영, 반드시 여권의 사진과 달라야 함, 단 여권이 6개월 이내 발급받은 것을 경우 예외. 규격은 3.5 X 4.5 cm 
- 사증 신청서: 접수처에 가면 신청서가 마련되어 있음. 서식을 미리 한 번 살펴본 후, 현장에 가서 작성하는 것을 추천함. 인쇄해 올 경우 양면 인쇄. (신청서 양식: http://busan.consul.mn/index.php?moduls=27 등에서 다운 가능)
- 비행기표 왕복표 출력표
- 호텔 예약증
- 입금 확인증: 해당 발급처의 계좌로 급행의 경우 30,000원, 일반의 경우 15,000원 입금한 명세표가 필요함. 
        서울: 농협 301-0128-3473-21
        부산: 우리은행 1005-002-920702
        김해: 농협 301-0909-1001-71

이 중 아마 사람들이 혼란스워 하는 부분이 바로 호텔 예약증 부분일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투어 업체 따라서 가는데 무슨 호텔 예약증...? 

이 경우, 업체에게 일종의 투어 예약증 혹은 증빙서를 발급해달라고 하면 된다. 또한 지인의 집에서 묵을 경우 해당 사람의 신분증을 내라는 말도 있다. 우리 게스트하우스가 딱히 숙소 등록이 안 되어 있어서 투어업체 사장의 신분증 복사본을 같이 냈는데, 우리같은 경우 오히려 신분증을 내니까 영사관 직원이 혼란스러워 했다. 그냥 업체에서 발급해주는 일정표와 예약증 내면 비자 발급 받을 수 있다. 

급행의 경우 오전 접수하면 당일 오후에 비자 수령이 가능하며, 일반의 경우 72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담 기간에는 대사관/영사관이 쉬기 때문에 비자 발급시 꼭 유의해야 한다. 비자 신청은 대리 신청 또한 가능하며, 여행사를 통할 경우 어쨌든 중간에 한 번 더 거치는 것이므로 하루 이틀 정도 시간을 더 잡아야 한다. 다른 곳은 모르겠으나 부산은 우편접수는 받지 않는다. 

우리 그룹은 7월 초에 비자발급을 받았는데, 서울 비자 접수처 (대사관과 별도로 있다고 하니 주소를 반드시 알아보고 가는 것이 좋겠다)의 경우 사람이 정말 말도 안 되게 많았다고 한다. 주중에 개장 1시간 후에 간 한 친구는 이미 대기번호가 100번 넘어가는 것을 보고 너무 충격을 먹었는데, 점심 때 자리를 비우지 않고 끈기 있게 앉아있었더니 간신히 이른 오후에 접수가 되었다고 했다. 

반면 부산의 경우엔 정말 엄청 널럴했는데, 방문객이 오로지 나 한 명이었다... 다만 부산의 경우 무조건 오전 중에 가야만 오후에 비자 수령이 가능하며, 당일발급비자 수령 시간은 얄짤없이 오후 4시~5시 사이이므로 그냥 맘편히 하루 비운다고 생각해야 한다. 해운대 근처(?)니 심심하면 바닷가에 가도 좋고 그냥 옆에 롯데시네마에 가서 줄창 영화만 봐도 상관없지 않을까... 아, 근처에 맛있는 육회비빔밥집 하나 있더라. 

그렇게 신청하고 별 일 없으면 비자 수령 받으면 된다. 


4. 동행 구하기 

엄청 밝은 빛을 켜놓고 잠을 자지 않던 다른 어느 다른 그룹...
우리는 체력이 저질이었기 때문에 아마도 이들과 함께 했다면 잘 못 어울렸을 것이다.
(이들의 환한 빛 덕분에 중간에 사진 찍다가 포기했음...ㅠㅠ) 


동행 구하기는 여행이 시작되기 직전까지 언제든지 해도 상관없다. 다만 비행기표를 이미 발급받은 사람들이 있다면 중간에 구한 동행이 빠져나갈 염려는 다소 적다. 

아는 사람들끼리 짜서 가는 것 외에 모르는 사람들을 동행으로 구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한 가지는 네이버 "러브몽골" 카페 (https://cafe.naver.com/lovemongol)에서 구하는 것으로, 성수기엔 하루에도 수십 개씩 동행 구하는 글이 올라오니 일정이나 스타일 등이 맞는 사람을 구해서 가면 된다. 그리고 이 여행 스타일이라는 게 연령대에도 많이 좌우되어서 그런가, 대체로 연령대 비슷한 사람들끼리 가게 되는 것 같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현지 게스트하우스나 투어업체 등을 통해서 동행을 구하는 것으로, 여행 출발 전에 여행사에 문의해도 되고, 울란바토르에 도착한 후 현지의 게스트하우스들을 돌면서 구하는 방법도 있다. 정말 사람이 많은 성수기에는 영어 등 다른 외국어를 사용하는 게하까지 포함해 하루에도 몇 대씩 투어가 출발하니 사람을 정 구하기 어렵다면 이러한 방법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이 경우에는 일정이 좀 더 여유로워야겠다. 4박 5일로 몽골에 가는데 울란바토르에서 투어를 구하려고 하면 아무래도 힘들 것이다. 

참고로 때에 따라서 많게는 5-6명까지 한 게르에서 숙박하기도 하기 때문에 혼성일 경우 다소의 불편함은 감내할 각오가 있어야 하겠다. 정 불편하다면 동성끼리, 혹은 비율을 맞춘 대규모 여행단에 끼는 것도 방법이겠다. 아, 그리고 우리가 구하면서 느낀 건데 확실히 휴가 낸 직장인들과 학생들의 일정 및 씀씀이 감각은 대체로 다른 경향을 띤다. 직장인들의 경우 귀국 즉시 바로 일터 복귀기 때문에 돈을 조금 더 쓰더라도 고생 덜 하는 경우를 찾는 것 같고, 또한 최대한 영혼을 짜내 일정을 만들어도 8박 9일 (금요일 밤 출발, 그 다음 주 일요일 귀국)이기 때문이다. 반면 학생들은 금전적으로는 조금 더 빠듯해도 시간은 좀 더 여유로워 보였다. 

같은 지역 동행들이고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미리 만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3명이 모인 상태에서 동행을 받는 입장이었는데, 고작 1주일 정도 동행 모집했는데도 불구하고 정말 중간에 여러 번 깨졌다. 사실 우리는 동행이 없어도 우리끼리 가면 그만이라는 입장이긴 했다. 




다음 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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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여행 준비하기 (1) 투어업체 선정 및 예약

(긴글주의!)

벌써 몽골서 돌아온 지 몇 주가 지났다. 여행을 떠나기 전, 다른 분들 블로그를 보면서 꿈(?)도 키우고 실제로 도움도 많이 받았다. 그래서 나도 기억이 희미해지기 전에 몽골 여행 관련 준비사항 등을 작성해본다. 참고로 우리는 7월 중순 8박 9일의 일정으로 여행했다. 

원래 긴 글 쓰는 걸 즐기는 편이고, 이곳 인터넷 사정이 썩 좋지 않아서 아기자기한 이미지 넣는 걸 별로좋아하진 않는데 몽골은 정말 사진이 너무 멋지게 잘 나와서 중간중간에 이미지도 넣어본다! (*사진들은 PC화면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글자가 보이지 않으면 클릭해서 보자!)

몽골여행 준비 과정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되며 순서가 바뀌어도 상관없는 것들도 있어서 도식으로 표현해보았다. 

1. 몽골 여행 투어업체 선정 및 예약

2. 비행기표 발권 

3. 몽골 비자발급

4. 네이버 "러브몽골" 카페에서 동행 구하기

5. 여행 사전조사 및 준비물 갖추기

6. 몽골 투그릭 및 미국 달러 환전

7. 여행자보험 가입하기 

8. 기타사항 


1. 몽골 여행 투어업체 선정 및 예약 

이는 발권과 순서가 바뀌어도 상관없겠다. 

투어업체 이용의 필요성
나도 사람이 천만 단위로 넘쳐나는 도시부터 인구 수백 단위의 시골 섬까지 방방곡곡 자유여행 많이 다녀봤다. 하지만 이 글을 보는 대부분의 여러분들은 나와 마찬가지로 몽골어를 못하고 같이 여행해 줄 현지인 친구가 없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따라서 도시에만 있을 것이 아니라면 거의 필수적으로 투어업체를 이용하는 게 좋다.  언어 문제도 매우 크고 몽골은 전반적으로 자유여행을 위한 인프라가 약한 편이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서라도 업체를 이용하도록 하자. 

투어업체 섭외 및 연락방법
나는 2명의 대학교 친구들과 함께 여행했다. 우리는 몽골여행을 마음먹자마자 바로 발권한 후 업체 다섯 여군데로부터 8박 9일 견적을 받았다. 일정 및 인원수의 윤곽이 나오면 견적은 쉽게 받아볼 수 있다. 대부분의 견적들이 인원 수 옵션을 다양하게 해서 보내주기 때문에 인원수는 후에도 변경할 수 있다. 다만 인원수가 많을 수록 경비가 줄어든다. 우리의 경우 원래 3명만 가기로 마음 먹고 700불대의 투어비를 예상했지만 마지막에 동행 2명을 더 붙여서 500불대의 투어비를 지불했다. 

투어업체를 섭외하는 방법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한 가지는 출발 전에 미리 한국에서 컨택을 해 예약을 하는 경우고, 다른 하나는 현지에서 운영되는 투어에 조인하는 것이다. 동행을 구하기가 어렵다면 성수기에 한해 현지 숙소 등을 통해 후자의 방법도 충분히 쓸만 한 것 같다. 하지만 직장인들과 같이 휴가 기간이 딱 정해져있어 일정이 유연하지 못하고 하루라도 아까운 경우에는 미리 컨택을 해 예약을 하는 게 좋을 듯하다. 

투어업체와의 연락은 주로 1) 네이버 "러브몽골" 카페 및 2) 울란바타르 게스트하우스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네이버 카페에 여행일정과 인원수를 올리면 여러 업체에서 견적서를 받아볼 수 있어 비교가 편하다. 또한 이들 업체의 경우 카톡과 이메일을 통해 한국어로 소통이 가능하니 다른 언어(예컨대 영어)가 수월하지 않다면 이 쪽을 통해 알아보는 것이 좋을성 싶다. 

울란바타르 현지 게스트하우스 및 한몽 이외의 해외 투어업체는 내가 이용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보통 이메일을 통해 소통하는 듯 하며, 영어가 주된 언어다. 미국인이나 유럽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투어패키지들을 살펴본 적이 있는데, 이들은 한국에 비해 단가가 비싸다는 인상을 받긴 했다. 그렇지만 프로그램 내용을 비교해본 것이 아니므로 꼭 가격이 더 비싸다고는 백프로 장담은 못하겠다. 참고로 겨울에 여행할 예정이고 동행이 좀체 구해지지 않는다면 유럽인들을 상대로 하는 투어 등을 알아보면 좋을 성 싶다. 가이드 분들이 하나같이 겨울에는 유럽인들이 비교적 많이 오는 편이라고 알려줬다. 

투어업체 선택기준
대체로 투어업체마다 투어의 내용은 대동소이하지만, 조건들을 세세히 따져보면 은근 차이가 난다. 사람들마다 선택기준이 다를테니 우리가 고려했던 지점들만 나열해본다. 

1) 금액: 우리의 경우 5인 기준 견적을 받았는데 대체로 미화 500불 중후반 부터 600불 중후반까지 금액이 대동소이 했으며, 그중에 간혹 숙박 시설 등이 더 좋아 금액이 확연히 비싼 경우도 있었다. 일반적으로 일수로 계산하며 여기에 인원과 일정을 고려해 금액이 변경되는 것으로 보인다. 

2) 다른 사람들의 후기: 후기는 어디까지나 참고용임을 명심하자. 우리가 뭔가 선택권을 발휘할 수 있는 범주 내에서 여행의 질은 무엇보다도 가이드와 운전수, 그리고 동행이 결정한다. (날씨, 자연재해 같은 건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다.) 몇몇 여행사 및 게스트하우스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아주 오래 된 여행사는 없는 듯 했다. 또한 여러 가이드분들과 얘기해보았는데 대체로 장기적인 직업이기보다는 잠깐 거쳐가는 직업으로 인식하고 있는 듯 했으며, 성수기에는 일손이 모자라서 대타나 알바 등을 고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특정 업체의 후기가 아무리 좋아도 결국 복불복일 가능성은 항상 있다. 특별히 가이드나 운전수를 지정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일단 여행이 시작된 후에는 후기들이 결정적인 의미를 가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또한 몽골 한인 대상 여행사라는 게 숫자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어차피 자기들끼리 다들 잘 아는 그런 바닥이다.
  다만 여행 시작 직전과 직후까지의 문제들, 예컨대 일정의 유연성이나 일처리 방식, 속도, 문제 발생 시 대응태도 등은 유심히 살펴볼 만하다. 또한 업체 별로 가이드를 관리하는 노하우가 다를 텐데, 한국인의 문화나 취향 같은 것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이들의 관리 노하우에 따라 여행 경험이나 질이 다르다고 느낄 수도 있다. 특히 자신이 좀 까다로운 여행자라고 생각된다면 대충 날잡고 러브몽골 카페 및 각종 블로그 등의 후기들을 잘 뒤져보는 것도 좋겠다. 

3) 차량: 울란바타르에서 가까운 테를지나 고속도로가 연결된 하르호린, 달란자드가드 등 도시만 왔다갔다 할 것이 아니라면 몽골 여행에서 차량 선택은 정말 매우 중요하다. 업체마다 제공하는 차량이 다르며, 성수기에 차량이 모자를 경우에는 역시 다른 운전수 분들을 잠깐 고용하거나 일손을 빌리기도 한다. 차량들은 기사님들 소유로 알고 있는데, 이 때문에 차량이 바뀌면 기사님도 바뀐다는 것을 명심하자. 

다른 나라 사람들은 잘 모르겠고, 한국인들이 투어업체를 통해 접하게 되는 차량들은 주로 현대 그랜드스타렉스(4륜), 러시아 우아즈(UAZ) 사의 부한카 혹은 몽골명 "푸르공", 미쓰비시 델리카, 도요타 랜드크루저다. (여행하다보니 렉서스 4륜구동차도 여럿 봤는데 되게 잘 가서 부러웠다.) 동행까지 포함한 우리 다섯 명의 경우 평균연령 30살의 직장인들이 대다수였기 때문에 무조건 몸사릴 생각으로 스타렉스로 정했다. 하지만 여행 첫날 우리를 맞이한 것은 에어컨이 고장난 델리카였는데, 성수기라 업체 내에 스타렉스가 없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기사님이 친근하기도 하고 음악선정 센스도 엄청났지만 에어컨 고장을 버틸 수 없던 우리들은 강력하게 항의했다. 그 결과 업체에서 스타렉스를 모는 기사님으로 다음 날 바꿔줬는데, 알고보니 신문 광고에서 수배했다고 한다. 아무튼 델리카 1일, 스타렉스 8일을 타며 숱하게 다른 차들 구경하던 경험에 비춰봤을 때 각 차량의 장단은 다음과 같다. 어디까지나 약간의 경험과 보고 들은 것, 검색한 것을 바탕으로 했으므로 부정확한 정보가 있을 수 있으니 최종판단은 업체와의 상담과 개인의 취향 등을 고려해서 결정하자. 

- 스타렉스: 델리카에 비해 승차감이 훨씬 낫다. 푸르공을 스타렉스와 승차감으로 비교하는 것은 스타렉스에게 실례다. 우리는 운전석-조수석 2개를 포함해 총 9인승 차량이었고, 총 탑승인원은 7명이었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자리는 없는 것과 다름없으므로 실제로는 8인승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하지만 여기엔 작은 함정이 있는데, 운전석과 조수석을 제외하고 사람이 4명이 넘어가면 펴서 앉는 접이식 좌석에 앉아야한다. 이 자리는 고정이 잘 안되어 있고 목받이가 없기 때문에 수 시간 탈 경우 목이랑 허리가 작살나며, 좀체 잠들기 어려운 자리다. 우리는 돌아가면서 앉았다. 스타렉스의 에어컨이 빠방한 건 한 여름의 고비를 여행할 경우 진짜 큰 장점이며, 짐공간도 델리카에 비하면 넉넉한 편인 것 같았다. 또한 일단 포장도로에 올라가면 다른 차들보다 훨씬 잘 간다. 
  하지만 오프로드가 시작된 이후, 특히 날씨가 급격히 안 좋아졌을 때 우리는 미친듯이 걱정을 해야했는데, 암만 생각해도 스타렉스는 오프로드용 차량은 아닌 것 같다는 게 중론이었다. 시골에서 운전한 경험이 많은 기사님들이라면 운전을 잘 하시겠지만, 스타렉스는 정말 진짜 운전도 잘해야하고 길눈도 밝아야한다. 일단 차체가 낮고 힘이 딸리기 때문에 경사가 급한 곳이나 비가 온 곳, 험지 등은 거의 못 다닌다고 보면 된다. 또한 오프로드에서 다른 차량에 비해 속도가 월등하게 떨어지는 편이다. 한 번은 길에 낮은 돌이 있었는데, 다른 스타렉스 기사님이 이를 보지 못하고 지나가는 바람에 문제가 될 뻔한 적이 있다. 만약 차체가 높은 차량이었다면 크게 문제가 안 되었을 것이다. 우리 기사님은 진짜 정말로 운전을 잘하셔서 다른 스타렉스들보다는 훨씬 잘 다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오프로드용 차량에 비할 바는 못되었다. 초원이나 사막은 그럭저럭 다닐 만했지만, 비 온 후의 쳉헤르는 돌까지 많아서 진짜 식은 땀 흘렸다. 그 정말 말도 안 되는 돌 밭에서 타이어 펑크 안 난 게 진짜 대단하다....

- 푸르공: 외국인을 포함해 대부분의 여행자가 가장 많이 탑승한 차량이 바로 푸르공이었는데, 정말 오프로드에서는 힘도 세고 잘 다니더라. 여행 중 고장난 랜드크루저를 만난 적이 있는데 고장이 심하게 나서 다른 차가 견인해줘야만 했다. 하지만 때마침 멈춘 것은 우리 차와 다른 스타렉스였고, 결국 랜드크루저 운전하시던 분은 푸르공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는 후문. 쳉헤르에서는 비가 많이 왔었고, 설상가상으로 말도 안되게 큰 사이즈의 우박까지 내렸다. 그때 운 없이 정차해야했던 차가 푸르공 1대와 스타렉스 3대였는데, 비로 불은 하천과 진흙탕을 건널 때 푸르공이 선두에 서서 달렸다. 그 밖에 짐 실을 공간이 매우 넓다고 하며, 많이 다니기 때문에 추측컨대 문제가 발생할 경우 부품수급이나 수리 등에서 어느 정도 장점을 가지지 않을까 싶다. 나는 말버릇처럼 다음에는 꼭 푸르공을 타겠다고 되뇌이고 다녔다. 물론 다음에 몽골 가면 우리 기사 아저씨 스타렉스 찾아서 도로 타려 들겠지만ㅋㅋㅋ 푸르공의 경우 사진빨은 보너스긴 한데 이건 남들 타고 다니는 푸르공 찍어도 된다.... (참고로 여행자들이 푸르공 위에 올라가서 사진 찍는 걸 기사님들이 무척 싫어하신다고 한다.) 
  푸르공은 내가 안 타봐서 잘 모르겠지만 승차감이 정말 헬이라고 한다. 스타렉스 조차도 오프로드 탈 땐 창문에 머리 박는 일이 엄청 흔했는데 하물며 푸르공은... 또한 에어컨이 없기 때문에 고비지역을 간다면 많이 더울 것이다. 우리가 다닐 때엔 모래바람이 많이 불지 않아서 창문을 열고 달리는 푸르공들을 여럿 봤는데, 모래바람이라도 많이 불면.... 
  푸르공에 대한 자세한 내용들은 다른 여행자분들의 후기를 참조하는 게 정확할 것 같다. 원래 이름은 우아즈 부한카라고 하는데, 몽골 사람들은 그냥 푸르공 푸르공 하더라. 

- 델리카: 딱 하루, 그것도 울란바타르-테를지 구간만 탔기 때문에 장기여행엔 어떨지 모르겠다. 일단 추측컨대 푸르공보다는 편한 것 같고, 특히 2-3열 좌석이기 때문에 앞의 2열 좌석에 각각 앉는다면 꽤 편할 것 같다. 뒤 3열 좌석은 승차감이 뭐 아주 훌륭하지는 않다. 고작 테를지만 왔다갔다 했는데도 엉덩이가 꽤 아팠다. 그래도 푸르공보다는 아마 훨씬 나을 거다. 차체가 높고 오프로드용 차량이기 때문에 스타렉스보다는 확실히 잘 다닌다. 에어컨도 있다. 우리도 에어컨 고장 안 났으면 그냥 이 차 탔을 거다. 
  짐공간이 스타렉스보다 적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앞서 말했듯이 스타렉스만큼 승차감이 좋지는 못하며, 또한 차량의 좌석수가 적어서 동행 인원이 5명을 넘어간다면 델리카는 난감하다. 그리고 5명이라고 해도 뒤 3명좌석은 조금 비좁기 때문에 몸집이 크거나 하면 좀 힘들 수 있다.
  오래 탄 게 아니라서 다른 장단은 잘 모르겠다.

- 랜드크루저: 나는 별로 아는 바가 없는 차량인데, 확실한 건 랜드크루저가 제일 좋고 비싼 선택이라는 점이다. 일단 잘 다니고 승차감도 좋다고 하며 에어컨도 있다. 길에서 간혹 도요타 랜드크루저나 렉서스 오프로드용 차량을 만나곤 했는데, 험지를 정말 잘 다녔다. 쳉헤르 진흙탕에 빠진 랜드크루저가 (엎어질 뻔했으나) 순전 차량의 힘으로 빠져나오는 걸 본 적도 있다. (우리 차는 그 곳을 건너지 못하고 결국 돌밭을 돌고 돌아 예정시간보다 몇 시간 늦게 숙소에 도착했다...) 푸르공이 더 힘은 세더라도 왠지 언덕길 같은 건 얘들이 더 잘 다닐 것 같아...

무슨 차량을 선택하건 어쨌든 제일 중요한 것은 기사님의 운전실력과 차량관리능력, 땅 상태, 기상상태다. 우리가 컨트롤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덧붙여 해당 차량과 기사님이 투어업체에 소속된 경우가 아니라면 관광청에 등록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 경우 경찰한테 잡히면 세월아 네월아가 될 수 있으니, 특히 일정이 짧다면 차량등록 여부를 확인해보도록 하자. 

4) 일정: 업체들의 투어 내용 자체는 가는 곳만 같다면 대동소이한데, 생각보다 이동경로나 방문지역 등에서 차이가 컸다. 몽골 여행을 처음 한다면 지명이름만 듣고도 머리가 어지러울텐데, 당시 일을 하기 싫던 나는 잉여력을 발휘해 견적을 받은 5개의 업체의 루트를 모두 구글맵에 그려보았고 이게 생각보다 업체 선택에 도움이 되었다. 꼭 하고 싶은 것들과 꼭 보고 싶은 것들의 우선 순위를 정한 다음, 개인의 체력이나 여행스타일, 그리고 울란바타르 인아웃 일정을 고려하여 여행사 여정을 선택하면 되겠다. 
  참고로 우리 같은 경우 다음과 같은 부분이 고려되었다:
 - 일행 중 한 명이 부산발 에어부산으로 점심 쯤 도착하는 일정이었고, 인천발 미아트항공을 탑승한 나머지 일행들의 체력 안배 등을 고려해 첫날 이동이 적은 일정을 선택. 그 결과 테를지를 맨 처음으로 갔으며, 후에 다른 지역들이 정말 너무 멋져서 우리 스스로의 선택에 매우 기뻐했다는 후문. 
 - 일행 중 두 명이 여행 마지막 날 저녁에 출국하는 일정이었으므로 마지막 날은 가급적 울란바타르에 일찍 들어와야 했음. 따라서 마지막 날 어딘가를 들리거나, 혹은 지나치게 이동거리가 긴 경우는 배제함. 
 - 기본적으로 모두가 고비사막을 가고 싶어했지만 온천에 대한 욕구가 큰 사람들도 있었음. 이동거리가 긴 것에 대해 비교적 개의치 않았기 때문에 고비사막에서 쳉헤르까지 들리는 일정을 선택. 다만 매일매일 짐을 싸고 푸는 것이 생각보다 귀찮았고, 특히 이동거리가 매우 긴 날 (바얀작-엉긴사원 하루만에 다 찍음)은 게르캠프에 늦게 도착해 게르부족으로 인원 중 일부가 민가(?) 게르에서 숙박하는 등의 애로사항이 있었음. 다음에는 어디 가서 진득하게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우리끼리 이야기함. 원래 동행을 하겠다고 하셨던 다른 분은 일정이 너무 빡빡하다며 고비사막만 가는 팀으로 옮긴 걸로 알고 있다.

5) 숙박조건: 일단 나와 내 친구들은 게르 상태나 샤워횟수, 전기 사용 여부 등에 대해 크게 연연해하지 않아서 많이 고려하지 않았다. 극단적으로 전일정 샤워불가가 아닌 경우도 없었고, 실제로 몇몇 게르들은 깨끗한 수세식 화장실, 24시간 전기 및 온수 등 놀랄 정도로 호화(!)로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지막 며칠 정도는 현지 게르들 사정에 의해 전기 샤워 모두 전혀 불가능했는데, 카메라 충전 부분에서 살짝 문제가 되긴 했지만 게르들은 대체로 거기서 거기인 듯 하다. 아, 다만 여행자캠프의 경우 시설은 좋은데 관광객이 많아 밤에도 시끄러울 가능성이 높으며, 별밤 사진 촬영할 때 광원도 많은 편이고 여기저기서 후레쉬를 켜대서 조금 짜증날 수는 있다. 다만 우리 팀 중에 분명히 휴가를 내고 왔는데도 업무를 봐야하는 사람이 있었는데(ㅠㅠ), 뒤로 갈수록 신호도 신호지만 전기가 부족해 조금 힘들해하셨던 것 같다. 

6) 기사 및 가이드: 원래 우리 세 명만 갈 생각이었는데 일정인원 이하면 기사와 가이드 두 명이 아닌 기사 겸 가이드를 붙여주는 업체가 있었다. 우리는 애초에 이를 제외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기사나 가이드 일 둘 중 하나만 해도 진짜 너무 힘들 것 같고, 또 몽골어를 못하는 우리와 하루종일 있으면 외국어를 써야하는 당사자도 너무 피로할 것 같다. 안전을 생각해서라도 최소 2명이 붙는 게 좋은 것 같다. 

7) 공항픽업/센딩: 일정이 빡빡하다면 공항 픽업 및 센딩이 가능한지, 금액은 어떤지 꼭 확인해보자. 

8) 포함된 활동 내역: 지불할 금액에 포함된 액티비티가 무엇이 있는지 확인해보자. 돈이 드는 액티비티의 사례로 승마, 낙타타기, 박물관이나 사원 방문 등이 있을텐데 이중 꼭 해보고 싶은 것들은 선지불인지 현지에서 지불하는 건지 확인해보자. 참고로 승마는 테를지, 욜린암 등 할 수 있는 곳이 여러 곳이니 혹시 취향이 확고하다면 어디서 하는지, 몇 번이나 타는지도 확인해 볼만하다. 

9) 식사: 아마 업체별로 조건 자체는 대동소이 할테고, 가이드의 요리실력과 일정의 빡셈 정도에 따라 식생활이 달려있다. 일정이 빡세면 요리준비할 시간이 줄어들어서 퀄리티가 떨어질 우려가 있다. 우리는 사실 몽골 음식을 더 많이 먹고 싶었는데 (몽골 감자 넘나 맛있는 것...) 가이드 분이 한식을 엄청 해주셨다. 이런 부분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말해서 조율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유명한 허르헉(발음 듣기엔 헐ㄹ허ㅋ 이런 느낌에 가까웠다.. 발음 진짜 어려움...)은 안 만들어주면 꼭 만들어주자고 하자. 진짜 꿀맛이다. 

10) 게스트하우스: 위에는 까먹고 안썼는데, 울란바타르에서 하루 이상 숙박해야 한다면 투어업체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특히 에어부산으로 인한 동행 (은 나 ㅠㅠ)을 나머지가 6시간 이상 기다릴 장소가 필요했기 때문에 게스트하우스 제공이 무척 중요했다. 


이렇게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과 투어업체를 골랐다면, 예약금을 걸면 된다. 우리 같은 경우 총 금액 중 미화 100불에 해당하는 금액을 한화로 환산해 국내 은행에 입금했다. 일행 중 해외에 거주하는 사람(은 역시 나ㅠㅠ)이 있어서 혹시 미화로 직접 입금할 통장은 없냐고 했더니 그건 안 된다고 했다. 남은 금액은 울란바타르 현지에 가서 미화현금으로 지불했다. 

글은 길어졌는데 사실 적당히 가격과 일정보고 정하면 그만이다. 우리도 한 4-5일 고민한 후 그냥 적당히 하나 골랐다. 그리고 추측컨대 사소한 부분들은 투어업체와 적절히 조율이 가능할 것이다. 


다음 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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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먹은 음식들 (1) - 차찬탱과 패스트푸드편

지난 몇 달 동안 홍콩섬 남단의 애버딘/香港仔(광동어 발음으로는 행겅자이 쯤 됨) 근방에서 골골대며 노동을 했다. 사실 지금 사는 곳도 심천/선전(深圳, 광동어로는 쌈잔 쯤 된다)이라 홍콩 음식을 쉽게 구할 수 있지만, 그래도 홍콩은 홍콩이니 당시에 먹었던 음식들 나열해봄. 가끔 함정카드로 당시에 먹은 음식이 아닌 경우도 있다. 선전에 있으면서 홍콩에 친구 만나러 뭐 행사 참여하러 등등 종종 건너간다! 건너갈 때마다 출입경이 잦아서 그런가 매번 국경에서 붙들리는 건 안 자랑...

내 생각에 홍콩음식이 곧 광동음식은 아닌 것 같다. 물론 기본베이스는 광동음식이지만 서구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중국 대륙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음식들이 많다. 거기다 분명히 내가 대륙에서는 아주 지역특산이 아닌 이상 대체로 메뉴판 읽는데에 크게 무리가 없는데, 홍콩에서는 정말 매번 주문할 때마다 뭘 주문하는지 몰라서 아주 스릴이 넘쳤다.  또한 광동음식 외에도 객가/하카(客家)음식이나 조주/차오저우/치우차우(潮州) 음식들 영향이 큰 것 같다. 조주는 행정구역상 분명히 광동성 내에 속하지만 이쪽 문화권은 대충 광동과 복건 사이 어딘가에 있다고 보면 된다. 

덧붙여 홍콩은 워낙 국제화 된 동네라 정말 별별 나라 음식들이 다 있다. 사람들이 홍콩에 쇼핑하러 간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면세 (심천 사람들도 비싼 수입품, 전자제품 등은 홍콩으로 사러 간다)도 있고 과거 동서양의 교역이 다 모이는 곳으로 정말 쇼핑의 성지와도 같은 점도 있었지만 (대표적으로 조지루시 밥솥), 나는 그보다도 생활 속에서 뭐든지 너무나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이 뼈저리게 와닿았다. 특히 먹는 거라면 홍콩은 기본적으로 수입 의존량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정말 별별 걸 다 구할 수 있다. 일본 게 유난히 많은 편이긴 한데, 최근엔 한국 농산품도 엄청 들어가 있더라.


아무튼 밥 먹을 때마다 꼬박꼬박 사진을 찍었으니, 종류별로 분류해서 업로드 해봄. 먼저 차찬탱 (茶餐厅) 음식들. 보통화로는 차찬팅이라고 읽지만 차찬탱은 사실상 홍콩식 식당이나 다름 없기 때문에 광동어를 사용해서 차찬탱이라고 읽어봤다. (어차피 광동화는 성조가 핵심인데 우리는 9성을 들을 귀가 없기 때문에 안될거야 아마....)

차찬탱은 글자만 보면 차를 팔 것 같은데, 현지에서는 그보다는 패스트푸드에 가까운 느낌이다. 전형적인 차찬탱은 4인용 쇼파에 테이블이 있고 말도 안되게 엄청 많은 메뉴판을 자랑하는... 뭐 그런 경우가 많다. 한국의 식당들과 달리 중국 식당들은 메뉴가 엄청 많은 편인데, 특히 홍콩의 경우 새벽/오전/점심/오후/저녁 별로 계속해서 메뉴가 바뀌는 경우가 다반사. 특히 오후에는 보통 오후차 메뉴를 많이 판다. 말이 좋아 오후차지 간식 수준. 가장 대표적인 음료로는 레몬차(뜨거운 거 혹은 차가운 거)와 밀크티 (역시 뜨거운 거 혹은 차가운 거) 정도가 있다. 이들은 대륙에서 발견되는 것과는 맛이 사뭇 다름. 딱 앉으면 뜨거운 차를 주는데, 보통 여기다가 수저를 담가 소독하곤 한다. 그냥 마셔도 상관은 음슴. 대륙, 그것도 광동 쪽 식당에서 밥 먹을 때 이런 뜨거운 차를 주면 식기를 꼬박꼬박 씻기는 하는데 홍콩에서는 귀찮아서 그냥 먹은 적도 많다.ㅋㅋ 

사실 정확한 정의는 나도 잘 모르겠고, 식당을 가보면 아, 저거슨 차찬탱이구나 아니구나 하는 느낌이 온다. 혹시나 해서 위키에 찾아봤는데 위키에서는 양식을 홍콩 현지화 해서 파는 패스트푸드 정도로 설명하고 있는 듯 하다. https://en.wikipedia.org/wiki/Cha_chaan_teng

사실 아예 차찬탱 특집편으로 만들어보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차찬탱에서 먹은 게 없어서 (살던 동네에 차찬탱이 별로 없어서...) 이렇게 세 장 밖에 올릴 게 없다....

홍콩음식


일하던 사무실 건너편에 있던 차찬탱의 점심메뉴 중 하나. 쌀국수에 오리고기를 얹어먹는 음식인데 쌀국수는 굵기나 모양에 따라 다양하게 정할 수 있다. 대륙보다 다양성이 훨씬 엄청나다. 이 날 처음으로 다른 외국인에게 차찬탱에 대해서 설명해야 했는데 내가 무슨 수로 설명함.... 

참고로 저 국수 모양은 내 기억에... 라이판이라고 불리는데 쉽게 말해 쌀스파게티 쯤 된다. 성조가 미묘해서 끝까지 제대로 못 외운 단어임...


홍콩음식


이것은 셩완의 어느 차찬탱에서 먹은 에그누들이다. 이건 뭔지 정확하게 알고 시켰고 정확하게 내가 아는 그 맛이 났다. 늦은 시간이라 밥 먹을 곳이 없어서 들어간 건데 차찬탱 안에서 나이 지긋한 홍콩 아저씨들이 즐겁게 생파를 하고 있었다. 


홍콩음식


이것은 케네디타운의 차찬탱에서 먹은 스파게티다. 오른쪽으로는 아이스밀크티 (똥나이차라고 발음)가 있다. 사실 아이스레몬티(똥랭차)를 시킬 생각이었는데 말 잘못해서 밀크티 시킴 ㅠ_ㅠ

분명 서양음식이지만 왠지 모를 아시아의 그 느낌이 많이 나는 저런 음식들을 많이 판다. 대표적인 것들이 밥에다가 소스+치즈를 얹은 치즈도리아/그라탕류 음식들. 절대 서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그것들. 이런 거 먹으면서 기뻐할 때마다 나는 천상 아시아인이구나 싶다 ㅋㅋㅋㅋ


***


홍콩 건너편인 선전에만 와도 차찬탱은 딱 차찬탱 색깔이 나며, 대체로 홍콩식(港式)이라는 이름을 달거나 지극히 홍콩스러운 이름들을 달고 있기 때문에 알아보기 어렵지 않다. 아마 홍콩 가서 많이들 먹어봤을 대가락(大家樂/Cafe de Coral/따이가록)이 대충 차찬탱의 패스트푸드화 및 표준화 버전이라고 보면 되겠다. 대가락 외에도 맥심(Maxim's 혹은 MX, 혹은 美心 메이쌈) 및 대쾌활(大快活, Fairwood, 따이파이웃)이 유명한데, 보통 대가락이 중간 쯤 되면 맥심은 대가락과 비슷하거나 조금 나은 편이고, 대쾌활은 대체로 음식이 별로라는 평을 많이 듣는다. 대쾌활은 음식이 맛이 없다면서도 식당 운영을 어떻게 하는거지 싶었는데 그냥 홍콩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냥 급하면 가는구나 싶기도 했다... 음... 또는 롯데리아 같은 느낌이려나. 어라 근데 이 글 작성하면서 대쾌활 잠깐 찾아봤는데 이거 로고보니까 옛날에 즐겁게 먹던, 피에로가 그려진 그 식당이 맞네?! 헐, 대쾌활 맨날 욕했는데 내가 좋아하던 곳이었구나... 동심파괴 느낌...

아무튼 이 패스트푸드 점들의 경우 메뉴판에서 메뉴를 고른 후 (영어+그림에 알파벳+기호까지 나와 있어서 주문하기 쉬움) 번호가 뜨면 가서 음식을 받아와서 먹으면 된다. 다 먹은 후에는 식판을 퇴식구나 퇴식선반에 놓고 오면 된다. 중국의 경우 음식을 받고 퇴식하는 과정은 모두 종업원이 담당해준다. 인건비 빨 인해전술이랄까. 참고로 홍콩에서도 노인 분들이나 거동이 불편한 분들은 직원들이 음식 갖다주고 하는 거 많이 봤다. 


홍콩음식


특별히 힘들었던 어느 하루, 퇴근한 후 홀린 듯이 대가락에 갔다. 사실 뭐 굳이 대가락을 먹어야하는가 싶어서 홍콩 가서 한동안 대가락을 안 먹고 있었는데, 왠지 이 날만은 뭔가 특별한 걸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너무 힘들어서 멀리 나가긴 힘들고, 애버딘 쪽에는 사실 다른 지역만큼 식당이 많지 않아서 무진장 고민했다. 그러다가 어릴 적 추억 보정과 함께 철판스테이크를 먹기로 했다. 어쩌다보니 소울푸드행...

이날 고기 썰면서 울 뻔했음... 사실 45홍콩 달러 정도 되는 (정확한 가격이 기억이 안난다) 음식이니 대단히 좋을 리가 없다. 저 고기는 실제 스테이크라기 보다는 햄스테이크의 맛에 가깝다. 스테이크의 맛이 저얼대 아님. 그렇지만 철판에 올라가있으니 기분 내기도 좋고 맛도 그럭저럭 있는 편이다. 빵도 맛있고, 뭔가 뜨끈뜨끈한게 목구멍으로 넘어가니 그저 기쁠 뿐. 소스는 토마토랑 블랙페퍼 소스가 있는데 후자는 내가 안 먹어봐서 모르겠다. 그 뒤로도 유난히 힘든 날 하루 이틀 먹었다. 이렇게 힘든 날 먹는 음식 정해놓는 거 조차 위로가 될 정도로 멘탈이 안 좋았음ㅋㅋㅋ


홍콩음식

그 뒤로 대가락에 무진장 자주 갔다. 그런데 아무리 메뉴판에 그림과 글자가 있어도 그림이 없는 메뉴들이 있다. 영어 표현으로는 사실 뭔지 잘 모를 때가 있는데... 이 날도 대충 주문했다가 상상과 좀 다른 게 나와서 당황했던 날임. 그냥 스파게티 소스 비빔밥 수준인데 은근 중독성 있어서 싹싹 잘 긁어 먹었다. 이 날도 음료는 아이스레몬티. 난 저거 모든 홍콩식 식당에서 거의 고정 메뉴 수준임. 



홍콩음식


케네디 타운의 차찬탱에서 먹었던 스파게티가 맛있어서 대가락에서도 시켰다. 그런데 이 날은 진짜 더럽게 운이 없었는지 좀 식은 스파게티가 나왔다. 주문 들어가서 정말 20초 만에 나왔으니 미리 만든 걸 새로 덥히지도 않고 나온 게 아닌가 의심함. (원래 미리 만들어둔다. 패스트푸드니까.) 이 날은 나름 특별하게 먹겠다고 음료도 좀 색다르게 시켰는데 음식이 대실패해서 다 먹지도 못하고 남겼다. 면도 다 말라붙고 흥 ㅠ


홍콩음식


하지만 난 이미 대가락의 노예. 실패한 메뉴가 있다면 그 메뉴 빼고 다른 걸 먹으면 그만일 뿐. 어느 일요일 오후 3시 쯤 가서 간단히 끼니를 떼우는데... 와... 대가락에 그렇게 사람 많은 건 첨 봤다. 정말 줄도 너무 길고 자리도 없을까봐 매우 걱정했다. 내 기억에 할아버지 2분, 아주머니 1분과 한 테이블에서 같이 먹었던 것 같은데... 

특히 오후차(下午茶) 메뉴들의 경우 가격적 메리트가 어마어마하고 (진짜 쌈) 동네 식당 상황이 영 거시기해서 그렇게 사람들이 많은게 아닌가 싶다. 샌드위치 맛은 무난했던 것 같은데 그 뒤의 옥수수가 더 맛있었음ㅋㅋㅋ 참고로 대가락은 시간대별로 계속 메뉴가 바뀌고, 보통 아침, 오후차, 늦은 저녁 메뉴들이 20홍콩 달러 이런 수준으로 무진장 싸다. 



홍콩음식


사진이 좀 어둡게 나왔는데 이것은 가히 대가락의 대표메뉴라고 할 수 있다. 돼지고기 스테이크 (오히려 "소고기 스테이크"보다는 더 스테이크 느낌임)에 토마토, 파인애플, 양파, 완두콩 등을 얹고, 토마토소스와 치즈를 끼얹어 오븐에 구운 요리다. 이름은 哥焗猪扒饭...인데 이걸 번체로 바꾸면 뭐가 되더라. 광동어 발음은 모르겠고 메뉴번호를 그냥 외우고 다녔는데 이건 항상 그림에 나와있으니 그냥 가리키면서 음꺼이 하면 그만이겠다.  다른 홍콩분의 묘사에 따르면 홍콩 사람들의 소울푸드 같은 느낌이라는데 진위는 모르겠다. 이거는 회전율이 빨라서 그런가, 스파게티 같은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대가락에서 정말 물리도록 먹었고, 그마저도 모잘라 최근 선전에서도 대가락 갈 때마다 먹고 있다. 특히 대륙에는 멀쩡한 서양음식이 잘 없어서 (중국화 정도가 매우 심함) 적당히 서양 음식이 먹고 싶을 때 오히려 이걸 먹으면 대충 서양음식에 대한 욕망수치가 내려가는 느낌이 팍팍 든다 ㅋㅋㅋ 다만 애버딘 대가락보다 이쪽 선전에서 먹는 대가락은 양파도 더 많고 치즈도 좀 더 적은 느낌이었는데... 막상 사진 보니 홍콩도 비슷하구나... 

굳이 찾아가서 먹을 필요는 없고 딱히 뭘 먹어야 할지 모를 때 한 번 가보는 것도 괜찮다. 

참고로 서양식 음식만 줄창 먹어서 그런데, 대가락에는 중국식 음식도 있다. 단오절 즈음을 겨냥해서 쫑즈(粽子)를 팔기도 했고, 하이난치킨(海南鸡肉)은 제법 먹을 만함. 홍콩에선 안 먹어봤는데 대륙 대가락의 하이난치킨은 값이 좀 세서 그렇지 진짜 괜찮았다. 


홍콩음식


이거슨 맥심에서 시켜먹은 카레. 맥심은 2층이고 대가락은 1층이라 올해엔 이때 한 번 가고 또 안 갔다. 어차피 경쟁 업체들끼리 메뉴들이나 가격들이 다 거기서 거기다. 참고로 올해는 각종 카레들이 유행을 탔는지 특선 메뉴로 어엄청 나와서 가는 곳마다 저런 카레를 팔아댔다. 

보기엔 맛있어 보이는데 먹어보면 생각만큼 크리미하거나 하지는 않고, 오히려 많이 묽은 편이어서 조금 탕을 먹는 느낌이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이것도 싹싹 비웠음. 그나저나 평일 점심 시간이었는데 동네 중고딩들이 맥심에 와서 많이 먹고 있어서 좀 당황했다. 


참고로 패스트푸드 식당들에서는 옥토푸스 카드 결제가 가능하고 또 좀 장려하는 느낌이다. 맥심은 아예 자동주문기기까지 설치해둬서 옥토푸스 카드로 스스로 결제도 가능했다. 그런데 옥토푸스 카드 특성상 내가 돈을 얼마나 어떻게 쓰는 건지 1도 감이 안 옴ㅋㅋㅋ 돈이 아주 쑥쑥 나간다. 

다른 곳에서도 옥토푸스 카드를 많이 받지만 노포거나 규모가 작은 식당들은 안 받는 경우가 많다. 홍콩에서는 현금을 항상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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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동요리 말장난 열전 - 1

먹는 사진 잔뜩 올리다보니 멈출 수가 없다...

이거만 올리고 멈출 것이다.

이번엔 광동요리를 주제로 한 말장난.


참고로 중국 내에서도 광동 사람들은 뭐든지 먹는다고 알려져 있다. 이때 주로 예로 등장하는 것이 "광동 사람들은 심지어 천산갑(穿山甲)도 먹는대!" 천산갑은 아르마딜로처럼 생긴 갑옷 입은 열대성 동물.




이것이 천산갑. 그런데 이미지 검색하니까 미얀마의 정력식품으로 등장한다... 

(한국인은 정력, 미용 이런 거 붙으면 뭐든 다 먹을 것 같다)

사진 출처는 주소가 기므로 링크로 대체



아무튼 본론으로. 

친구의 위챗에서 봤던 내용이다. 



A: 听说广东人好像什么都吃的哦。

   광동 사람들은 뭐든지 다 먹는다더라.

B: 是吗? 小孩也吃?

   그래? 어린애들도 먹어?

A: 他们有一种饭叫煲仔饭。

    보짜이판이라는 게 있대.  

    (*짜이仔는 어린아이나 젊은이의 뜻을 가짐. 예: 농민공 청년은 다공짜이打工仔, 카우보이는 니우짜이牛仔) 

B: 除了煲仔饭, 他们还敢吃点别的再恶心点的吗?

   보짜이판 외에도 혐오스런 걸 또 감히 먹어? 

A: 人头饭。

   사람 머리를 먹는대. 

B: 除了煲仔饭,人头饭,还敢吃点别的吗?

   보짜이판과 사람머리 외에, 또 감히 먹는 게 있어?

A: 老婆饼。

   마누라빵이 있대. 

B: 能不吃人吗。

   사람 안 먹을 순 없냐.  

A: 油炸鬼。

   기름에 튀긴 귀신을 먹는대. 

B: 有种吃艘船?

   선박 같은 것도 먹나? 

A: 艇仔粥。

   보트 죽을 먹는대. 

B: 不服,换种交通工具

   말도 안돼, 교통수단은?

A: 车仔面。

   자동차 국수를 먹는대. 

B: 只是醉了他们能吃种我听不懂的吗?

   혹시 그냥 내가 취해서 그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것들을 못 알아듣는 건가? 

A: 薄撑。

   아닐걸. (*사실 정확한 뜻을 모르겠는데, 한자를 그대로 읽으면 '얇게/경미하게 받치다'의 뜻임.)

B: 。。。有更没下限点的吗!

  ... 더 노답인 것도 있어?

A: 鸡屎藤饼。

   닭똥넝쿨빵! 

B: .....(Knock Down)

   ..... (기절)



이게 뭔소린가요 도와줘요 스피드왜건! 



일단 농담 자체가 아마도 광동 사람들이 쓴 것 같다. 그쪽 사투리가 미묘하게 느껴지는 듯한 착각... 하지만 나의 일천한 중국어는 믿을 게 아니된다ㅋㅋ


본문에서 첫 줄을 제외하고 A가 말한 모든 것은 실제로 있는 음식의 이름들이다. 한자로 그대로 읽으면 시방 이게 뭔 소리여 싶은 것들인데, 사실 정말 멀쩡히 존재하는 음식들이며, 사람이라든과 귀신이라든가 뭐 그런 것들과는 관계가 없다. 


(*귀찮으니 번체는 가급적 생략...)


1. 보자반 (煲仔饭) 우선 보짜이판의 경우 이 블로그 어딘가에서도 한번 등장했다. 




내가 맨날 복짜이 복짜이 노래하는 밥인데, 사실 광동어 발음은 뽀짜이반 쯤 된다. 이 솥이 바로 보짜이(煲仔)라고 불리며, 여기다 특제간장, 고기, 채소, 달걀 등 원하는 재료를 넣고 해먹는 솥밥이다. 이거 엄청 맛있다. 한동안 온 집안이 이거에만 꽂혀서 이거만 죽어라 먹었던 적도 있다... ㅋㅠ



2. 사람 머리 밥, 인두반 (人头饭/人頭飯)



(출처: http://bbs.macau.fang.com/salon~-1/69770367_69770367.htm)



사실 인두반은 음식 이름은 아니고 1인당 1밥을 뜻한다. 예를 들어 "四碗人头饭" 인두반 4그릇!이라고 하면, 밥공기 네 개를 뜻하는 셈. 아마도 4인분의 밥을 달라하면 공기에 안 담아주고 대접에 한번에 쓸어 담아주는 것과 비교하는 용어인 것 같다.



3. 마누라빵, 노포병 (老婆饼)


광동성 초주(潮州)에서 먹는 딤섬 종류의 하나로, 달다구리한 디저트라고 보면 되겠다. 참고로 이거 맛있다. 달걀, 밀가루 베이스의 페이스트리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안에 과일이나 뭐 이런저런 소가 들어있기도 하다.



출처: http://www.qbaobei.com/UploadFiles/yswh/2013/3/201303121532321957.jpg


출처: http://www.meishij.net/zuofa/laopobing_10.html (레시피도 있다)




노포병에는 나름의 스토리가 있다고 한다. 여기저기서 퍼온 스토리를 대충 해석해보자면...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광저우에 청조 말기에 설립된 오래된 찻집이 있었다고 한다. 이 찻집은 딤섬과 전병류의 음식으로 매우 유명했다. 그러던 어느 날, 찻집에서 일하던 초주 출신의 딤섬 요리사가 가게에서 온갖 종류의 대표적인 다과를 집에 가져가 부인에게 먹어보라고 주었다. 그런데 이 요리사의 예상과는 전혀 달리, 부인은 다과를 다 먹은 후 가게의 딤섬이 맛있다고 칭찬도 하지 않을 뿐더러, 심지어 불쾌한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찻집의 딤섬은 뜻밖에도 무척 평범한 듯 하며, 우리 어머니의 딤섬인 동과각(冬瓜角)과 비교조차 못할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은 요리사는 당연히 불만스러웠고, 아내에게 이 "동과각"이라는 것을 한 번 먹어보자고 말했다. 그러자 아내가 동과(채소의 일종)로 만든 소(팥소 할때 소)와 설탕, 밀가루를 이용해 누르스름한 색을 띠는 "동과각"을 만들었다. 초주 요리사는 이를 먹어보고서야 과연 이 동과각이 시원하고 달콤한 것이, 아내 친정집의 딤섬을 칭찬하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고 한다. 


이틀 뒤, 초주 출신의 요리사는 이 동과각을 찻집으로 가져가 모두에게 먹어보라 하였고, 찻집의 주인이 이를 먹어 본 후 요리사보다 한 술 더 떠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였다. 찻집 주인은 요리사에게 이 전병은 어느 찻집에서 만든 딤섬이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요리사는 "초주 부인이 만든 것이오!" 라고 답하였다, 이리하여 찻집 주인은 즉흥적으로 이를 "초주노포병 (潮州老婆饼 초주 부인의 빵)"이라 부르기 시작하였고, 이 초주 요리사로 하여금 동과각을 개량하도록 하여 자신의 찻집에서 팔게 하였다. 그렇게 이름을 얻은 '노포병'은 대호평이었다고 한다.  



아 맛있겠다... 


 

4. 기름에 튀긴 귀신, 유작귀 (油炸鬼)



출처: http://image65.360doc.com/DownloadImg/2013/10/0713/35699520_1.jpg



소위 요우티아오(油条)라고 하는 튀긴 빵/튀긴 꽈배기을 광동어로 '유작귀'라고 부른다. 바이두 백과사전에 보니 요우티아오/유작귀의 유래가 나와서 대충 옮겨본다.[각주:1] 참고로 바이두 백과사전에서는 션홍페이(沈宏非)의 <유작귀> 글을 인용하고 있다.


분노는 시인을 낳았고, 분노는 튀긴 꽈배기를 낳기도 하였다. 민간에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1142년[각주:2]악비[각주:3]는 풍파정(风波亭)에서 진회[각주:4]와 그의 부인 왕씨가 계획한 모함에 넘어갔다고 한다. 수도인 임안[각주:5](현재의 항주시)의 백성들이 이 소식을 들은 후, 모두들 마음에 분노로 차 무엇이든 해버릴 것처럼 되어버렸다.[각주:6] 이때 풍파정 주변의 어느 튀김집의 주인이 마음 가는 대로 밀가루 반죽을 잡아 남녀 소인 한 쌍을 빚어 둘의 등을 맞대도록 붙였다. 그리고는 기름솥에 던져넣고 연거푸 큰 소리로 "모두들 와서 기름에 튀긴 진회 드세요!" 라고 소리쳤다 한다. 일순간, 임안의 도처에서 다들 이를 흉내내기 시작하였고, 사람들은 이 "튀긴 진회"를 와드득 씹는 것으로 분풀이를 했다고 한다. 


비록 "유작회(튀긴 진회 油炸桧)"는 이후 대부분 "유조(油条)"라고 부르게 되었으나, 연해 지방의 오어(상해어), 월어(광동어), 민남어를 사용하는 지역에서는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유작회"의 해음자[각주:7]를 사용하고 있다. 즉, 광부인(广府人)[각주:8]들이 말하는 "유작귀(油炸鬼)"와 민남방언에서의 "유차(油车)"가 이에 해당한다. 홍콩의 경우 유작귀는 작면(炸面)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아마도 몇몇 사람들이 유작귀라는 말을 불길하다 여겨서인 것으로 추측된다. <청패류초(清稗类钞)>[각주:9]에 따르면 "유작회(튀긴 진회油炸桧)는 사람만큼 길게 하여 그 면을 얇게 하도록 두드린 후, 두 가닥을 하나로 꼬아 밧줄처럼 만들어 튀긴 것이다. 가장 처음 만들어졌던 것은 사람의 형상을 닮았는데, 위에는 두 손과 아래에는 두 발이 있어... 진회가 나라를 망친 것을 송나라 사람들이 미워하여 비난하기 위해 그런 모양으로 만들었다고 한다."[각주:10] 이 "귀신"에 대하여 장애령(장아이링 张爱玲)이 1980년대말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하였다: "샤오빙(구운 빵, 烧饼)은 당나라 시대 서역으로부터 전해졌으나, 남송에는 이미 튀긴 꽈배기가 있었는데, 이는 "유작회(油炸桧)"로 불렸으며 당시 간신 진회에 대한 백성의 분노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리고 오늘날까지 강남의 오 방언 지역은 여전히 이러한 명칭을 사용한다. 



글이 길어진다... 나머지는 2편으로 넘깁니다. 


 













  1. 출처: http://baike.baidu.com/link?url=0pm9SuXY8UZGend91XEII732EtPXYkgo6qZ7pbAkLMJjZjJQVGY86iTNhHNyOEd9C9JZITdYJ9_oSQeIbI0ed_ [본문으로]
  2. 남송시대 [본문으로]
  3. 岳飞, 남송 때 금나라에 항거한 명장 [본문으로]
  4. 秦桧, 악비를 모함한 남송의 간신 [본문으로]
  5. 临安, 남송의 도읍지였다. [본문으로]
  6. 원문은 恶向胆边生으로, 주로 "怒从心上起,恶向胆边生"라고 쓰인다. [본문으로]
  7. 같은 발음을 갖는 단어. 예를 들어 숫자 4(四)와 죽을 사(死)의 관계와 같다. [본문으로]
  8. 광동어를 모어로 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영어로는 Cantonese라고 해석되며, 주로 주강 삼각지 지역을 중심으로 광동, 홍콩, 마카오, 광서, 해남 및 해외의 여러 교포들을 아우르는 말. 마치 복건-대만을 "민 문화권"으로 묶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될 듯 하다. [본문으로]
  9. 청대에 전해져 오는 이야기들을 집대성한 책으로, 청말 민국초기에 편선되었다. [본문으로]
  10. 본문에 백화문이 아닌 문언문으로 인용이 되어 있어 해석에 자신이 없다. 원문은 다음과 같다: 油炸桧, 长可一人,捶面使薄,两条绞之为一,如绳以油炸之。其初则肖人形,上二手,下二足……宋人恶秦桧之误国,故象形似诛之也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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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복건성 포전 특색 음식 포전로면 (푸티앤 루미앤, 莆田卤面)

앞서 사차면 올리고 나니까 갑자기 국수 생각이 간절해진다... 


한국에서는 좀 생소할 수도 있겠다. 로면(卤面)이라고 하여 본적도 없는 생소한 한자를 쓰는 국수 요리다. 네이버 사전에 집어 넣으면 '진국 칼국수'라는 신박한 단어가 나오는데, 뭐 얼추 맞는 것도 같다. 바이두 뒤져보니 다른 지역에도 로면이 있지만, 좀 다른 양상을 띠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먹은 것은 복건성 남부 지역에서 주로 먹는, 국물 엄청 걸쭉하고 진한 칼국수다. 특히 천주(취앤저우 泉州)와 포전(푸티앤, 莆田)의 로면이 유명하다고. 내가 먹었던 것은 푸티앤 루미앤이었다. 


함정은... 내가 사진이 없다... 엄청 배고플 때 붐비는 식당 들어가서 후딱 먹고 나온지라 사진 못 찍었다. 그릇당 10원이었는데 영수증 발급을 절대 해줄 수 없대서 영수증의 노예인 나는 그 뒤로 못감 ㅠㅠ 감동의 국물이었는데...


그래서 사진 퍼옴. 대충 내가 먹은 거랑 비슷한 비주얼로.




사진 출처로 가면 요리법도 나와있다: http://www.aicfms.com/a/jiankangtieshi/yinshishenghuo/506.html



이것도 사진 출처로 가면 요리법이... http://www.meichubang.com/web/201507/90842.html



내가 먹은 건 밑에 사진처럼 막 해산물에 고기 들어간 건 아니었고, 위의 사진에 가까웠다. 버섯과 배추, 채심 종류의 채소 잔뜩 들어간, 불투명하고 허연 국물... (면은 선택 가능) 처음엔 이게 뭐여 하고 먹었는데 어느새 폭풍 흡입하며 만족하는 스스로를 발견했더라지...


바이두를 찾아보니 푸티앤 루미앤의 경우 주로 노동인민(...) 등의 사람들이 먹던 그런 친근한 음식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놈의 바이두 백과사전은 글의 퀄리티가 너무 들쑥날쑥하다보니, 푸티앤 루미앤 엔트리는 읽어도 이외의 내용은 영양가가 없다... 


다만 만드는 법을 보니, 다른 국수들과의 차이는 바로 전분/녹말을 국물에 푼다는 점에서 오는 듯 하다.  애초에 시작할 때 녹말 푼 물에 소금 간장 등으로 간을 내서 끓다가 물이 끓기 시작하면 고기 등 육수거리를 넣고 끓여대는 것이다. 필수 재료랄 건 딱히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다만 표고는 반드시 들어가는 듯. 로면집에서 면의 종류는 다양하게 준 것으로 보아 칼국수도 좋고 뽑은 면도 괜찮은 것 같다. 


아무튼 복건성 남부에 갈 일이 있다면, 한번 쯤 시도해볼만하겠다! 싸고 맛있다. 한국으로 치면 엄청 걸쭉한 칼국수 먹는 느낌? 물론 잘하는 집에 가야겠다... 


그나저나 그 집은 진짜 제법 큰 공간에 빽빽하게 테이블과 의자가 들어서 있고, 사람들도 빽빽히 앉아 큰 소리로 주문하면 나오는 곳이었는데... 난 다른 아저씨와 함께 앉아서 에어컨 코앞에서 땀 뻘뻘 흘리면서 먹었다. 지금 생각하면 무슨 용기로 그런 북적이는 곳에 들어갔나 싶다.


아 근데 생각할수록 침 고인다... 먹고 싶다... 이거 진짜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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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하문 특색요리 사차면/샤차미앤 (沙茶面)

앞서 오향권 사진을 올리고 나니 하문의 가장 유명한 지방음식 중 하나인 사차면/샤차미앤(沙茶面)이 떠올랐다. 

호불호를 강렬하게 탄다는, 그렇지만 하문 곳곳에 널려있는 사차면!





동남아 쪽에서 사테 면으로 익히 알려져있다고 하는데, 그건 모르겠고 아무튼 중국에서는 민남 지방의 사차면이 유명하다. 


아마 좀 제대로 된 식당에 가서 먹으면 새우나 생선 같은 해산물 잔뜩 넣고 사차장 (沙茶酱) 넣은 국물에 면 말아 먹는 것일테지만, 그런 고급 사차면은 못 먹고 아주 허름한 식당에서 재료 골라 넣어 말아먹는 싼 가격의 사차면만 먹어봤다. 

사차 자체가 사테satay의 번역인데, 사차라는 한자가 보통화로는 샤차라고 읽지만 민남어로는 얼추 사테 비슷하게 읽는다. (싸데 뭐 이런 발음)


사테 소스 자체가 땅콩 잔뜩 넣고 만든데다 나름의 향이 있어서 엄청 진하다. 약간 단 맛도 있고 살짝 매콤하기도 하다. 취향 탈 법하다. 땅콩 알레르기 있는 사람이 먹으면 바로 사망할 것 같은 그런 정도의 진함. 그냥 사차면이라고만 알고 있었지, 사테 소스의 일종이라는 걸 알았으면 어떤 마음으로 먹었을까 싶다... 땅콩 소스를 국으로 풀다니! 역시 세상은 넓다. 


잘하는 집과 못 하는 집이 극단적으로 갈릴 것 같은 그런 맛이다.... 물론 난 거의 뭐 길거리 스낵바 수준의 가게에서 먹었지만 굉장히 맛있게 잘 먹었다. 사실 맛있는 사차면 먹고 싶어서 나름 열심히 바이두 검색 돌리고 간 거다. (위생은 안드로메다로...) 


어두부나 새우 같은 해산물이란 채소 넣은 그런 버전의 사차면도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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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복건성 요리 오향권(五香卷)과 함반(咸饭)

심천에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맨날 이상한 것만 먹다가 하문에 가서 거의 피를 정화시키고 왔더란다. 

하문에서 정말 매일 가던 밥집이 있는데, 심심하면 시켜먹었던 오향권五香卷 백반.

두부피에 이것저것 넣고 튀겨서 만드는 음식으로 특히 장주 용해 (짱저우 롱하이 漳州龙海)의 석마오향(스마우샹石码五香)이 제일 유명하다. 


밥집에서 맨날 시켜먹던 것은 바로 이 자칭 석마오향 백반. 

한 끼에 10원 밖에 안하는데 밥도 나오고 단백질도 나오고 채소도 나오고 국도 나온다. 담백한 것이 맛있다 심지어ㅠㅠ

석마오향에는 돼지고기, 파, 설탕 등등이 들어간다고 하는데, 내가 먹던 석마오향 백반의 오향권에 돼지고기를 본 기억은... 음... 가물가물...




그러니까 오른쪽 코너의 저 말라비틀어진 것이 바로 감동의 석마오향이다. 몇 번을 먹어도 안 질려...

이 모든 것이 단돈 10원! 마음이 정화되는 맛이다...


사실 지역 유지분들과 귀빈석(...)에서 밥을 얻어먹었을 때도 오향권이 나왔는데, 한결같이 맛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내 기억에 남는 오향권은 바로 백반집에서 점심마다 먹던 백반의 오향권...

하도 주구장창 가니까 나중에는 아주머니가 내껀 영수증도 따로 챙겨주고, 분명 세트메뉴만 먹는 집이 아닌데 아예 "오늘은 무슨 세트메뉴 먹을래"라고 물어볼 정도였다. 


이 집에서 정말 밥 많이 먹어서 덕분에 체력도 조금 찾고 돈도 많이 아꼈던 기억이 난다. 게다가 영수증까지 찍어주는 몇 안 되는 근방 식당인지라 ㅠㅠ


분명 국도 맨날 같고 반찬도 얼추 맨날 비슷한데 왜 그렇게 맛있었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분명히 식당도 엄청 깨끗한 편이었고 주방도 합격점을 줄만했다는 점이 진짜 좋았다. 내가 근방 성중촌의 허름한 식당을 배회했던 걸 생각하면 ㅠㅠ 

하... 이게 학식이라면 난 매일 가서 먹겠어.... 




그러니까 허름하다는 건 이런 시장통의 식당들을 뜻한다. 5년 전엔 이런 데에서도 잘만 먹었는데, 작년 재작년에 중국에서 식중독 걸려 개고생 해서 그런가, 이 날 시장통만 네 바퀴 돌고 도저히 못 먹을 것 같아 그냥 굶었다...ㅋㅋ 그땐 진짜 뭐든 다 먹어보고 사람들 하는 거 다 따라해보는 패기라도 있었지 이제는 그저 늘어진 대파마냥...ㅠㅠ 





생각난 김에 몇 장 더:




이것은 하문 도착 다음 날 먹은 첫 끼. 먹고나서 진짜 울 뻔했다. 중국가서 먹은 가장 맛있는 음식 베스트 3에는 단연 들어가는데, 사실은 별 거 아니었다. 버섯과 뭔지 모르겠는 잎 종류가 들어간 맑은 국에, 조린두부, 달걀, 닭고기, 기름에 볶은 배추와 무한리필 밥... 12원이었다. 한국돈으로 2300원쯤? 




이것은 다른 날 먹은 석마오향 백반세트. 이 날 볶은 채소는 보다시피 좀 다른 거다. 




이건 복건 민남의 함반(시앤판, 咸饭)이라는 음식이다. 이 날은 세트 안 시키고 국 밥 따로 시켜봤다. 돈은 좀 더 나왔지만 이 집에서 많이 나와봤자다. 

시앤판은 엄밀히 따지면 볶음밥은 아니고 물에 끓이는 속성의 밥이다. 중의학 음식의 기운 같은 거 따질 때 열이 아닌 량(凉)에 속하는 음식이기 때문에 여름에 먹는다고. (요리왕 비룡의 더위 먹은 관리에게 먹인 볶음밥이 떠오른다...)

집에서 해먹는 음식이라 뭐 요리법도 다양하고 들어가는 재료도 다르다고 하다. 확실히 먹어보면 느끼하거나 하지 않고 담백했던 기억이 난다. 


왼쪽 위의 국도 좀 특별한 국이었는데, 흑오리탕이었다. 호기심에 시켰는데, 국물도 개운했고 검은 피부와 살의 고기도 엄청 신기했다. 먹으면서 이게 원래 이렇게 검은 건가 하는 생각도 많이 했고, 싼 가격에 많이 놀랐다. 어머니께 사진 보고했을 때 혹시 가짜 먹은 거 아니냐고 할 정도로 쌌다... 메뉴의 정식 명칭은 떠오르지 않아...



다음에 또 하문에 가서 여기 근처에 숙박하면 꾸준히 출근할 예정이다. 아주머니는 나를 더이상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맨날 혼자 가서 깨끗한 환경에서 맘 편하게 먹고, 옆의 큰 식당 와이파이도 얻어쓰고, 테이크아웃도 해서 새로 생긴 친구랑 같이 밥도 먹고... 


내겐 하문의 기억을 미화시키는 장소 중 하나고, 하문하면 자동으로 떠오르는 식당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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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커버 사진의 정체

지금 쓰고 있는 블로그 커버 사진의 정체:




더 큰 오리지날 사진이 있는데, 일단 그걸 크롭 (+번호판에 모자이크)한 것이다. 


홍콩과 심천 사이에는 여러 세관이 있는데, 그 중 심천만 (深圳湾) 세관 쪽에서 찍은 사진. 

세관을 건너는 수단도 다양한데, 이때는 매우 마음이 급했고 다행히도 인원이 잘 모여서 미니밴을 이용했다.


홍콩과 심천 사이에는 이렇게 두 개의 번호판 (중국/홍콩)을 달고 오가며 사람을 수송하는 미니밴들이 많다. 

가격은 목적지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한화로 약 3만원 정도면 심천만에서 홍콩공항까지, 혹은 그 반대의 편도요금이 나온다. 


사람이 세관 통과를 하듯, 저렇게 차들도 줄 서서 통과를 하는 것이다. 

물론 택시나 큰버스(大巴)를 타면 차량용 세관이 아니라 사람용 세관을 거쳐야한다. 


미니밴 정차소가 아닌 주차장에서 얻어타서, 혹시 헤이처(黑车)냐고 헛소리를 해보긴 했는데, 생각해보니 이런 차들이 택시회사처럼 관리되는 것 아니지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적어도 내가 본 밴들은 홍콩식으로 오른쪽에 운전석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 그리고 중국 사람들이 홍콩 출입하는 것보다야 그 반대가 수월한 것을 생각하면 죄다 홍콩에 차량이 등록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데,

세금은 어디다 내며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지 조금 궁금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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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남 지방의 성년식

올해도 칠석을 중국에서 보냈다. 

우리야 칠석이라고 하면 오작교가 열리고 견우 직녀가 만나는 날이며 비가 오는 날 정도지만, 중국에서는 칠석을 중국식 발렌타인 데이라고 해서 꽤나 거하게 쇤다. 

여기 저기 하트에 내걸리고, 초콜릿이 오가고, 커플들을 위한 상품이 팔리는 날이다. 



아무튼 이 날, 하문 항구 (정확히는 샤포웨이 沙坡尾)에서 있었던 16세 성년식 (做十六岁)을 보러갔다. 

항구 근처의 마조궁 (妈祖宫)에서 행사가 열렸고, 대만의 타이난 측에서 관계자들이 함께 공동으로 주관한 행사였다. 

하문은 아무래도 복건성(민) 내에서도 민남이고, 대만어라는 것이 근본적으로 민남어랑 거의 같기 때문에 교류가 매우 많은 편이다. 

더군다나 하문은 경제특구로 대만 기업가들에게 혜택을 주는 곳이기도 하고 말이다. 




하문역의 하문 특산품을 파는 곳은 대만 특산품도 같이 판다ㅋ 

시내에 나가면 "민태 (민타이, 闽台)" 특산을 파는 곳이 매우 많은데 민남지방+타이완 지방 특산이라고 보면 되는 듯 하다. 실제로 천주 (취앤저우 泉州)에 가면 중국민태연박물관이라고 해서, 민남지방과 대만 간의 관계성을 매우매우 강조한 국가 1급 박물관이 있다. 참고로 여타 1급 박물관으로는 자금성의 고궁박물관, 수도박물관, 천안문 광장의 중국 국가박물관 등 굵직굵직한 박물관들과'하북성 박물관', '산서성 박물관' 등의 성급 박물관과 상해 박물관, 심천 박물관 등의 대도시 박물관들이 들어간다. 다시 말해 여기 박물관장은 파워가 좀 있다는 뜻인데... 결론은 대만은 중국의 일부! 뭐 이런 곳이라서 중요한 듯. 여기 가본 이야기는 다음에... 




샤포웨이의 길거리. 하문섬 중 남쪽이 가장 먼저 개발되었고, 샤포웨이가 바로 이런 가장 처음 사람들이 정착한 지역 중 하나다. 그만큼 길도 좁고 구불구불하고, 오래된 냄새가 팍팍 나는 곳. 



샤포웨이 항의 풍경. 사진만 잘 찍으면 예쁠 것 같다. 대형 선박이 들어오는 곳이 아니라 정말 고깃배가 출항할 것 같은 느낌. 



그러나 현실은!!! 하문시에서 새로 짓는 쌍둥이 건물이 들어와서 경관은 안드로메다로...

새로운 랜드마크라고 짓기 시작한 건데, 대체적으로 거주민들이나 근방 하문대 학생들의 반응은 경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썩 좋진 못한 듯... 



중국 농촌 사회의 기틀이 마을(촌)이라면 오늘날 중국 도시 생활의 기틀이자 가장 기본 단위는 사구(社区)다. 원래 성년식은 가정 내에서 이뤄지는 행사지만, 문혁시대를 거치면서 수많은 의례가 없어졌고, 다시 부활하는 과정에서 사구주의와 함께 결합하여 탄생한 것이 이 성년식이다. (라고 교수님이 술자리에서 말씀하셨지만 나는 이미 민남어와 보통화가 반반 섞여 난무하고 끊임없이 권주하는 테이블에서 이미 귀머거리 벙어리가 되어 있었다.)  

따라서 성년식 자체도 사실은 마조와는 크게 관계가 없지만, 굳이 장소를 고르다보니 가장 대중적인 신이 바로 마조고, 그리고 사람들이 모여서 행사를 할 수 있는 마조궁 앞에서 식을 거행하게 된 것이다. 

참고로 중국 남방 해안가 지방 및 동남아 화교사회에서 마조는 정말 제1신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중국 인기 넘버 원 관우보다 더 많이 보인다는 생각도 간혹 들 정도.



이것이 샤포웨이의 마조궁. 가운데에 마조가 모셔져 있다. 


아무튼 이름을 호명하고, 제사를 지내고, 용춤을 비롯해 각종 춤을 동반한 거리 행진, 마조궁 참배, 지역 유지들의 격려의 말(...), 집안 어르신께 찻잔 올리기 등의 활동들이 있었다. 

물론 그 마지막은 단체로 둥그런 테이블에 앉아서 밥먹기... 



제사를 지내는 모습. 민남어로 제문을 읽고 16살이 된 아이들의 이름을 호명한다. 물론 나는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다ㅋ 하... 애증의 민남어...라고는 하지만 아마 제문이라면 보통화로도 못 알아들었을 가능성이 농후.



길거리 행진의 선두. 



중간에 개도(开道), 우순(雨顺) 등 아이들의 출세가도, 순탄한 인생 등을 기원하는 팻말들을 든 아저씨들도 있었다. 가장 충격과 공포는 조국에 이바지하는 인물이 되자 정도의 문구였던 듯. 금색 판은 아니고 깃발에 새겨져 있었다. 


모처럼 날씨가 조금 시원해서 버틸만했고, 형형색색의 옷들과 깃발들 등으로 눈이 호강한 날이었다. 


운좋게 교수님의 도움으로 여러 사람들도 만나보아서 각종 민남어로 귀...도 호강한 날이었다. (체력 게이지가 0이 된 날이었다) 맛있는 것을 얻어먹었지만 이게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근본적으로 민남의 행사고, 오래된 동네의 행사다보니 하문 집안 사람들이 참석하는 행사였다. 즉, 외지인들은 없고, 행사 진행자들도 심심하면 그냥 민남어를 내지르는 곳이었다는 뜻. 



올해 16살이 된 아이들. 얼굴이 너무 잘 나와서 친절하게 블러 처리. 원본 사진은 내가 이번에 중국서 찍은 사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 3장 중 하나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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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기록 - 요시노야

먹을 게 없을 땐 요시노야 (吉野家) 만한 게 없다. 

적절한 가격과 적절한 맛과 적절한 위생...


에어비앤비의 하우스메이트였던, 아시아에 난생 처음 왔다는 미국애는 요시노야만 줄창 먹고 다녔다는 후문이...




무슨 C세트인데 영수증 글자가 많이 날아가서 잘 보이질 않는다. 아마 닭고기나 오리고기일 것이고, 계란찜과 정체불명의 아이스티를 마셨던 것 같다. 27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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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기록 - 면점왕광장 面点王广场

면점왕광장은 여기저기 있는 체인인데, 조리가 진행 중인 주방 앞에 가서 이것저것 시켜 먹는 시스템이다. 무언가를 주문하면 자신의 카드에 도장을 찍어주고, 나중에 나갈 때 그 도장이 찍힌 곳에 따라서 가격이 매겨진다. 


차라리 메뉴 이름이 적혀져 있으면 뭔지라도 알겠는데, 눈앞에 음식을 보고 고르다보니 그냥 쩌거 쩌거 이렇게 시켜서 뭘 먹는지 잘 모르고 먹었다. 영수증에도 그저 면교"面饺" 이런식으로만 찍혀져 나왔을 뿐...


전반적으로 맛은 있었지만 가격이 결코 싸지는 않다. 역시 심천의 물가는 사악해...




뭔지 모르고 먹은 칼국수刀削面. 제법 맛있었다. 



한그릇에 22원. 싸진 않다...



갯수 잘못 시켜서 겁나 많이 나왔다. 튀긴 만두였던 것 같다. 내가 뭘 먹은걸까.  煎包子이런거일까? 가격이 사악했다. 무려 20원. 몇 개가 있었는진 기억이 가물가물. 




아마도 빤미엔+자장미엔인듯. 내가 북경서 짜장면을 못 먹어봐서 그런가, 이쪽서 시키는 짜장면이 짜장면이라는 자신이 없다. 짭조름한데다 콩나물과 잘 어울려서 맛있었다. 



22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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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넛 닭 샤브샤브와 광동식 솥밥

올 여름 가장 인상깊었던 음식 중 하나. 바로 코코넛 닭 샤브샤브(椰子鸡)와 광동식 솥밥(煲仔饭). 


사실 복짜이는 많이 익숙한 음식이지만 오랜 만에 먹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예즈지는 처음 먹어봤는데, 맑은 탕에 코코넛, 닭 등을 넣고 끓이는 음식이었다. 원하는 만큼 채소나 다른 고기도 더할 수 있는데, 우리는 닭과 마티(马蹄)라고 하는 뿌리채소를 넣어 먹었다. 마티는 찾아보니 올방개라고는 하는데, 진짜 우리가 생각하는 그 올방개인지는 좀 자신이 없다. 아무튼 이렇게 끓여서 장에 찍어먹는데, 코코넛이 들어가서 국물이 살짝 달콤하면서도 묘한 맛을 낸다. 


결론: 이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남방의 음식... 


사진은 맛없게 나왔지만, 혹시라도 남쪽에 갈 일이 있다면 먹어볼 것을 권장! 하이난 음식이라고는 하는데, 하이난에 다녀온 친구는 정작 그곳에서는 못찾았다고 투덜거렸다... 의외로 정작 부산 사람들은 부산 음식이라고 생각도 잘 안하는 냉채족발 같은 음식일지도... 




사진은 무슨 튀김 기름 처럼 나왔지만 사실은 아니다! 사실 진짜 맛있다...




이 소스도 진짜 맛있다. 남쪽답게 라임을 매우 많이 쓰는데, 진짜 상큼하다.





내 사랑 복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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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유행 중인 Nice Meeting You 식당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크게 환영받고 있는 한한(韩寒)이라는 작가가 있다. 고등학교 때인가 학교를 때려치웠고, 여러 소설들을 발표했고, 나름 훈훈한 외모로, 그리고 최근에는 딸바보 노릇을 하면서 높은 인기를 구가한다고 한다. 계속 크다보니 음악도 하고, 영화도 찍고 (작년의 후회무기后会无期 영화가 한한 감독), 요즘엔 레이싱을 한다고. 뭐 대충 여기까지 들으면 어떤 인물인지 알 것도 말 것도 같은 느낌적인 느낌. 아무튼 최근에는 이 사람이 개업한 식당이 인기가 많다고 해서 친구랑 먹으러 갔다. 


식당의 이름은 무려 Nice Meeting you 很高兴遇见你. 진짜 말 그대로 나이스 투 미츄. 




우리 앞에 무려 16테이블이나 있었다...배고파서 혼났다...


내부 사진을 찍지 못했는데, 뭐랄까, 좀 괴랄하다. 벽에는 찰리 채플린의 영상이 흐르고 있고, 그 주변엔 미국 50개주의 자동차 번호판이, 카운터 쪽 벽에는 한한이 레이싱 때 입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레이싱복이 유리케이스에 담겨 있었다. (내 친구는 살아 있는 사람으로 무슨 박물관 만드냐고 호들갑을 떨었다.) 우리는 미처 보지 못했는데, 그곳에 가본 다른 친구의 말로는 벽쪽에도 무슨 뭐지 싶은 문구들이 적혀있었다고. 그 밖에는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것이 흡사 카페 같았다. 식탁은 제법 있어보였다. 



아, 그리고 또 찍지 못한 것이 메뉴판! 메뉴판에는 중국어와 영어로 음식 이름이 적혀있다. 영어 이름의 경우 대부분 그냥 평범한 요리 이름들인데, 중국어 이름들이 좀 빡세다. 예컨대:





나름 이곳 식당의 최고 인기를 구가하는 두부 요리 : 你没吃过我的豆腐. 직역하자면 너는 나의 두부를 먹어 본 적이 없다....지만, 사실 吃豆腐란 남자가 여자를 성희롱...한다는 의미도 있다.

차가운 순두부에 새콤한 칠리새우 소스 같은 것을 올린 건데, 생각보단 괜찮았다. 왠지 집에서 해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누가 레시피 좀...





이것은 영어로는 페스토 소스를 버무린 버섯 링귀니 정도로 해석되겠지만, 중국어로는 森女系罗勒菌菇意面으로, "모리온나계 바질 버섯 파스타"다. 모리온나는 일본에서 유행해서 중국으로 건너왔다고 하는 화장법으로, 마치 숲에서 나온 것처럼 청초하고 꾸밈 없는 수수한 화장법을 의미한다... 뭐 이렇게 들은 것 같다. 친구는 내게 아오이 유우가 모리온나의 대표라고 거듭 강조를.... 

그래서인지 아주 맛이 은은한 것이, 뭔가 거부감은 없고 고소한 것 같으면서도 무슨 맛인지 도저히 모르겠는 이상한 파스타였다. 추천은 못하겠고, 만약 기회가 생긴다면 도대체 뭘 넣은 건지 알아보기 위해 한 번 더 먹어볼 듯... -_-ㅋ






즉흥적으로 시켰는데 밥과 술을 부르는 맛이었다...! 그리고 고기는 죄다 비계여서 친구가 조금 분노했던 것 같다.

메뉴 이름은 도저히 모르겠다. 나중에 영수증 뒤져봐야지... 




두부 요리 다음으로 인기를 구가한다는 오리고기 퀘사디야. 北京味儿的亚馅饼. 무슨 풍자가 있는진 잘 모르겠지만 뭐 무난무난한 맛이었다. 좀 더 맛있을 수도 있었을텐데. 



자, 우리가 시킨 메뉴를 보면 각이 나오겠지만... 우리는 이날 포크, 숟가락, 젓가락 죄다 사용했다. 무슨 일본식, 이탈리식, 중국식, 멕시코식 메뉴를 다 먹은 기분... 하나하나가 그리 나쁘진 않지만, 메뉴를 시킬 때 라인업을 좀 잘 고려해야할 것 같다.


그리고 점원들이 음식 갖다줄 때마다 이 긴 이름들을 다 외우면서 주는데 참 마음이 그랬다...ㅋㅋㅋ 

튀긴 닭고기 주면서 "별에서 온 닭고기(来自星星的炸鸡,아마도 요즘 중국서 유행하는 한국식 치킨)" 같은 어이없는 이름이라든가, 음식 갖다 주면서 한한의 소설 이름을 읊고 있다는 것이 참... 재미난 아이디어긴 하지만 그래도 참 기분이 묘했다 ㅋㅋㅋ


아무튼 재밌는 경험이었다. 가격대가 좀 있는 편이라 언제 또 가게 될진 모르겠지만, 음식도 크게 나쁘지 않고 선택폭이 넓다면 넓은 것이 장점이려나.

한한이라는 사람의 소설은 안 읽어봤지만, 슬프게도 식당을 다녀온 후에도 별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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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자주 듣게 되는 말

중국에서 지내다 보면 종종 듣게 되는 말들이 있는데, 재미도 있고 무언가 지금 당장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그 중 기억에 남는 것들 몇 가지만 나열해본다. 


*  한국은 중국보다는 민주적인 나라다

  생각보다 매우 자주 듣게 되는 말이다. 물론 이 '민주'라는 단어가 갖는 어감이 미묘하게 다르다는 생각은 든다만, 근본적으로는 아래로부터 위로의 결정이나 좀 더 공개된 소통의 장과 같은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가 중국의 민주주의에 대해서 논한다면 공산당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시작할지 모르나 (이는 냉전과 분단현실에 있어서의 한국의 특수한 경험과도 관계가 있겠다. 원론적으로는 공산당의 존재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내가 만난 중국인들이 운운한 '민주'라는 개념은 근본적으로 공산당이라는 존재와 대척된다기 보다는 언론의 자유에 좀 더 초점이 갔다는 느낌이었다. 


* 한국은 남존여비 사상이 덜 하지 않느냐. 무려 여성 대통령도 있지 않느냐

  아마도 이것은 작년인가 제작년 쯤 시진핑이 한국을 방문하는 등 한중관계가 좀 괜찮았을 때의 언론플레이와도 관계가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처음에는 이 말을 들으면 20대 지지율이 무려 9%나 되는 우리 대통령님(아직 임기가 반이나 남았다...)을 여성 인권 신장의 상징으로 삼는 데에 많은 무리가 있음을 지적하곤 했는데, 이젠 그마저도 귀찮아질 정도로 생각보다 제법 자주 듣는 말이다. 


* 한국은 그래도 여기보다는 살기 좋지 않은가. 

  이는 최근 중국의 치솟는 물가와 열악한 노동환경, 사회불안, 환경문제 등과 결부되어 언급되곤 한다. 예컨대 '적어도 한국은 음식은 더 안전하지 않은가'라고 말하면 정말 할 말이 없다. (중국 사람들은 우리보다 유난히 음식안전 문제를 많이 언급한다. 진짜 일상적으로 위생卫生이라는 말을 쓴다.) 중국인들은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할 때, 한국 사람들의 불안한 노동환경에서 겪는 비참함과 스트레스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여태껏 나에게 이 말을 했던 사람들은 교육의 혜택을 충분히 받지 못한, 농촌에서 도시로 상경한 이주공민들인 경우가 많아서 그냥 입을 다물고 한다. 내가 그분들의 삶의 어려움과 고단함을 헤아릴 도리가 없으니 말이다. 


* 한국은 드라마를 참 잘 만든다. (김수현)

  예전에는 성형수술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오히려 그 소리를 별로 못 들었다. 그 보다는 '한국은 드라마를 잘 만든다' '한국 여자들은 예쁘더라' '한국 남자들은 잘생기지 않았느냐' 등의 말을 제법 듣는다. 작년에 히트 친 별그대 덕분에 사람들 열심히 만나고 다닐 땐 거의 1일 1김수현 수준이었다. 옛날에는 장나라를 언급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김수현이 원톱. 정작 그 드라마를 보지 않는 나는 고통받음... 얼마나 대박을 쳤는지, 이는 비단 한드에 관심을 가진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등의 젊은 여학생들 뿐 아니라 중학교까지만 졸업한 농민공부터 시작해서 전문대를 졸업한 아저씨, 택시 기사 등등 별별 사람들이 다 얘기를 꺼낸다... ㅎㄷㄷㄷ  


* 한국 사람들은 중국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건 내가 한국인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말 통하는 외국인들에겐 다 묻는 질문인 것 같다. 지금은 광동 지방에 있으므로 그냥 홍콩의 예를 들면서 중국의 경제력 등에 대해 사회적인 공포(?)와 반감이 있다는 정도로만 말한다. 과거에는 수교관계가 없고 이데올로기 진영이 달라서 중국을 잘 모르거나 일방적으로 무시했다면, 최근에는 중국의 비약적인 발전도 있고 또 한국에 워낙 중국인들이 많이 들어와서 인식도 많이 변했다고도 부연설명하곤 한다. 


* 결혼은 했니, 한국 사람들은 몇 살에 결혼하니

  왠지 무례한 질문 같은데 중국에선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렇다보니 진짜 조금만 오래 대화하면 이 소린 꼭 듣는다. 물론 대화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서 이 질문이 들어오는 타이밍이 묘하게 다르다. 예컨대 나이 좀 있으신 어머니뻘 아주머니들은 거의 초반부터 이 질문이 들어온다. 결혼하지 않은 내 손을 잡고는 아이고 어쩌니, 어서 좋은 사람 찾으렴하고 호들갑 떠는 것도 이젠 놀랍지 않다... (심지어 미국 차이나타운에서는 그래, 어서 미국인과 결혼해서 시민권을 따렴...하는 소리도 들어봤다...) 남자 분들은 이 질문이 나올 때까지 좀 시간이 걸리는 편이지만 그래도 거의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등장했던 것 같다. 오히려 학력이 높거나 외국인을 많이 만나본 사람들은 이런 질문을 잘 하지 않는 것 같다. 한국 사람들은 언제 결혼하냐고 물을 때 30대 앞뒤라고 하면 늦다고 놀란다. 그냥 요즘엔 이 모든 과정을 건너 뛰기 위해 내가 선수 칠 때도 있다. 중국 사람들은 몇 살에 결혼하나요, 왜 그리 빨리하나요 (호들갑)


* 한국은 어디가 놀러가기 좋니

  보통은 제주도라고 답한다. 가끔 외국에 대한 감이 정말 없는 분들, 예컨대 정말 깡촌에서 올라온 분들 등은 한국을 미국과 비슷하다고 여기는 경우도 있다. 한국 도시는 중국 도시랑 더 비슷하게 생겼다고 친절히 알려주곤 하는데, 어디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지 참 궁금하다. 


* 중국에는 미래가 없다 혹은 중국 젊은이들은 너무 이기적이다

  보통 내 나이 또래의 젊은 친구들을 만나면 이 소리를 종종 하곤 한다. 빈부격차, 도농격차 등의 현실을 실감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일본과 한국이 밟아간 전철을 중국도 슬슬 밟아가는 걸까 싶기도 하다. 후자의 말은 나이 많은 사람들이 아니라 젊은 사람들이 자조적으로 하는 말에 가까운데, 삶의 팍팍함이라든가 사회적 발전 등에 대해 논할 때 주로 언급되는 것 같다. 이 두 가지 이야기는 여러가지 맥락에서 나오기 때문에 다음에 좀 더 상술하는 것으로...


이 밖에도 그냥 한국에서 할 만한 질문들도 듣곤 한다. 너 학위 과정은 도대체 얼마나 걸리니라든가... 뭐 물론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밥 먹었니'. 이상하게 상해선 별로 못 들었던 것 같은데 이곳에 오고나서 진짜 인사 대신 듣는 것 같다. 처음 보는 사람도 다들 밥 먹었냐고 물어본다...


아마 나와 성별과 나이, 지위 등이 다른 사람들은 조금 다른 얘기를 듣지 않을까 싶다. 또 누구와 대화를 하느냐도 물론 중요하고 말이다. 언제 중국을 연구하시는 다른 선배가 이와 관련해서 글을 써야겠다고 하신 적이 있는데, 과연 선배는 보통 초면인 중국인들과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되는지 무척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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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항공 장거리노선 이코노미석 찬양

미국과 한국을 오갈 때 늘 아메리칸 항공을 탄다. 그저 시간대가 좋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기 때문인데...

아메리칸 항공은 기체가 상대적으로 낡았고 인플라이트 프로그램도 영 엉망이라서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특히 창가석을 선호하는 나에게 좌석 밑의 미디어 박스는 헬... 가뜩이나 좁은 좌석인데 발 뻗을 곳이 줄어든다. 물론 나는 신체건강하고 돈 없는 대학원생이므로 한국에 오고 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함.

하지만 이번에 매우 운이 좋게도 아메리칸 항공을 일본항공 코드쉐어 편으로 탑승할 수 있었다. 내가 아메리칸을 타는 것이지만 아메리칸이 아니야!


원래 일본항공도 아메리칸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승무원들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친절하다는 것과, 기내식이 좀 더 내 입맛에 맞는다는 것을 제외하면 뭐 좌석 등에서 큰 차이가 없었는데, 작년인가 제작년쯤 일본항공이 기내를 뜯어고치면서 상황은 반전...




이번에 탑승했던 일본항공. 보잉 777-300ER. 


비행기 기내 촬영하는 것을 까먹었는데, 자리에 앉자마자 감탄이 절로 나왔다. JAL 기내 잡지에도 좌석의 두께를 줄여 레그스페이스를 확보했다고 되어있는데, 실제로 체감되는 공간이 굉장하다. 미국 갈 때 다시 AA 탈 걸 생각하니 벌써 멀미가...



비행기 탑승 후 음료수와 간단한 스낵이 나왔고, 곧이어 점심이 나왔던 것 같다. 치킨과 뎀뿌라가 있기에 나는 망설이지 않고 뎀뿌라 선택. 미소 국물도 따로 내어준다. 샐러드는 그저 그렇고, 저 발사믹 소스는 매우 짜므로 적당량만 먹을 것을 추천. 과일은 뭐 그냥 과일이고, 햄과 참치샐러드도 햄과 참치샐러드 맛. 




기내식에서 뭐 크게 바라지 않는다. 바삭한 튀김옷 이런 거 바라지 않고 그냥 맛있으면 장땡. 일식 답지 않게 간도 적당히 짜지 않고, 적당히 달달하다. 채소들 배합도 무척 좋고, 진짜 신의 한수는 밥. 찹쌀로 지은 밥인데, 이게 일식에서 뭐 드물거나 한 건 아니지만 찹쌀이 일반 백미보다 소화가 잘 된다는 점에서 기내식이 찹쌀인 건 정말 신의 한 수. 비빔밥 같은 것에는 무리일지 모르겠지만, 국내 항공에서도 밥에 찹쌀을 섞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 

그간 먹은 기내식 중 베스트 쓰리에 꼽힐 듯. 참고로 이때 나는 아침 점심 다 굶어서 매우 배고픈 상태였다...ㅋㅋㅋ




하지만 우동은 완전 망함. 뭐 있으니까 먹는 건데, 면이 아니라 무슨 굳은 가래떡 꺾어 먹는 기분. 예전에 아시아나인가 대한항공에서도 소바 먹어봤는데, 아직 국수로는 JAL은 좀 멀었다... 

참고로 사이드 메뉴에 대한 꼼수? 함정?이 하나 있다. 나는 '아시안 메뉴'인 뎀뿌라를 시켰기 때문에 참치샐러드와 햄이 좀 뜬금 없었는데, 옆자리 서양식인 치킨을 시킨 미국인은 이 우동 때문에 좀 멘붕했을지도. 

JAL에서 좋았던 것은 미리 그림메뉴를 보여준다는 것이었다.




별로 특별할 것 없는 샐러드. 아예 와쇼쿠로 밀어부칠 거면 샐러드 드레싱도 오리엔탈이나 일식에서 자주 나오는 그걸로 안 되겠니...ㅋㅋㅋㅋ저 발사믹 소스가 싸우전 아일랜드보단 낫지만 그래도 너무 짜다...




디저트는 하겐다즈 바닐라. 



이상하게 도착지인 나리타도 미국도 낮시간대인데 다들 창문 덮개를 내려놓고 자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급 스튜어디스의 방송! 바깥에 알래스카를 지나가는데 맥킨리 산이 정말 아름답게 보인다고. 갑자기 기내가 웅성거리며 다들 덮개를 올렸다. 






사실 산맥 사진 자체는 더 멋진 걸 본적도 있는데, 반쯤 얼은 강이 굉장히 멋있었다. 옆의 할머니는 계속해서 어느게 맥킨리 산이냐고 묻는다. 내가 어떻게 알아.... 





곳곳에 사람들이 서서 창밖을 감상 중이다. 비행 중 맥킨리 산맥을 보고 싶다면 기체 북쪽으로 앉기를....




이것은 저녁. 나를 화나게 했던 실망스러운 메뉴. 주니까 먹는다는 마음으로 꾸역꾸역 먹었다. 그냥 들이밀면 들어가는 맛. 






내가 이코노미석을 찬양한 본격적인 이유. 

1. 매 좌석마다 USB를 이용한 충전기와 핸드폰 거치대가 있다. 다만 당신의 폰이 5인치 이상의 대형스크린 폰이라면 거치대 이용은 좀 무리일 듯 합니다. 아이폰 크기임. 나의 오래된 옵G는 간신히 들어갔다. 


2. JAL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 그새 또 업그레이드 되었다. TV쇼는 좀 볼 게 없지만 뭐 그래도 화면도 크고 터치도 잘 먹고 훌륭하다. 나는 이 날 두 번의 JAL 비행기를 타며 테트리스의 신이 되었다. 


3. 리모콘이 앞좌석에 스토우 되어 있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보통 팔걸이에 보관되어 있는데, 그러면 옆 사람한테 자꾸 양해를 구해야해서...


4. 넓은 레그룸. 지인짜 넓다. 나처럼 키 작은 사람은 간간히 다리도 쭉쭉 뻗을 수 있다. 그리고 몹쓸 AA처럼 미디어박스가 좌석밑을 크게 차지하지 않는다. 


5. 영화를 내리 네 편이나 보느라 써보지는 못했지만 타는 순간 흥분했던 것은 다름 아닌 매 좌석마다 존재하는 콘센트!!!!! 일본/미국의 11자 모양 플러그만 지원하지만, 노트북을 충전할 수 있다!!!!! 꺄 이건 진짜 감동이었다. 다만 좌석 두 개에 걸쳐 위치해있기 때문에 옆좌석에 승객이 탑승하면 양해 좀 구해야할듯.





물론 JAL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이것은 JAL의 새로운 기체플랜이 적용된 장거리 노선에나 해당되는 것이고, 한일 노선 같은 단거리는 어림없다...ㅋㅋ (심지어 한일노선의 소라벤은 맛도 없어짐... ㅠㅠ) 


아아아아 JAL도 AA만큼 가격후려치기를 시전하면 내가 AA 마일리지 갖다 버리고 JAL로 갈아탈텐데 ㅠㅠ 

가격 앞에 장사 없다.... 보통 코드쉐어로 일본항공 타면 AA보다 수백불 더 내야하는데 이번엔 정말 운이 좋았다. 만약 AA보다 한 100불 정도 더 내고 JAL을 탈 수 있다면 왠지 탈 것도 같다. 물론 이번 탑승 경험은 옆좌석이 비었기 때문에 퀄리티가 월등히 올라간 측면도 있지만서도, 그간 느껴보지 못한 하드웨어의 위력을 느꼈다. 이제 AA와 JAL의 태평양횡단 노선 간 기체의 격차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인듯... AA가 표를 싸게 푸는 이유가 다 있었던 것인가...


아무튼 JAL이 아주 파산까지 갔다가 발버둥 치는 덕에 나는 덕보고 삽니당



이제 언젠가 기회가 되면 우리의 날개도 좀 타보고 싶다. A380을 타보고 싶은데 가격 때문에 쉽지 않을 것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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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 예원

내가 사는 이곳은 봄을 건너뛰고 삼일 만에 겨울에서 여름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올려보는 다른 곳의 봄 사진들...


상해 예원의 사진들.







이때가 좋았다...

상해에 정말 순수하게 놀러갔던 이때가 좋았어... 꺼이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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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ud Gate






여기서 사진 찍은 중 베스트샷에 들어간다.

허구한 날 사람 말고 풍경만 찍고 다니는데, 가끔 사람도 이렇게 찍어주고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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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의 갈매기

이곳은 미국의 내륙지방.

하지만 갈매기가 서식하지.





갈매기가 사진 좀 찍힐 줄 안다. 사진찍으러 다가가니까 얌전히 포즈 취해줌. 


근데 아무리 갈매기가 날아다녀도 호수가 바다로 보이지는 않는다. 

바다와는 묘하게 무언가가 다르다... 무언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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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분노케 했던 상해 예원의 남향만두

부모님과 상해에 갔을 적. 

난샹만두가 워낙 유명하다고 해서 줄까지 서가면서 먹으러 간 적 있었다. 실제로 난샹에 간 것이 아니라 예원(=관광지...) 옆의 난샹만두에 갔던 것이 우리의 패착이었을까...

아니면 상해 음식을 잘 몰랐던 게 죄였을까...


아무튼 상해에서 먹은 최악의 음식 중 내 마음 속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곳이다. (1위는 길에서 사먹은 복건식(진짜??) 빤민엔...)


사진은 그럴듯해보이지만

가지마!!!! 



특히 빨대 꼽아 먹는 저 만두는 최악이다. 


길에서 아침밥 대용으로 사먹은 샤오롱바오도 난샹만두 만두들보다 한 다섯 배는 맛날듯!! 






줄 서는 거 다 부질없는 짓이다. 

느긋하게 얌차...가 아니라 뭐라고 해야하지 암튼 뭘 즐길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고... 

그리고 일단 비싸다!!!

차라리 난샹이나 치바오 같은 곳을 직접 가는 게 나을지도....


가는 날이 장날이었을 수도 있고, 그냥 우리 가족 입맛에 그냥 안 맞았던 것일 수도 있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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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X7] 렉칠이로 찍은 사진들

렉칠이를 크리스마스 기간동안 시험삼아 써봤다.

매우 만족.

확실히 렌즈가 밝으니까 밤에도 쓸만한 사진들이 찍혀서 기쁘다. 낮 사진들은 수동조작하면서 얻는 사진들이 아니고서야 FX38이로도 충분한데, 밤사진은 FX38이가 날고 기어도 소용 없는 사진들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진짜 좋은 렌즈 쓰는 사람들은 레벨이 더 낮은 디카로 절대 못 돌아올 것 같다....


그리고 생각보다 LX7이는 무겁지 않다! 


(EXIF 정보를 다음 업로더로 넣는 법을 몰라서... 하는 수 없이 그림에다 박아넣음...)




크리스마스 포인세티아의 빗방울들. 거의 얼음방울이나 다름 없었다...





회전차. 흑백으로도 한 번 찍어볼 걸. 색감이 꽤 그럴싸하게 나왔다. 

저거 타봤는데 고소공포증이 있다면 비추...






미술관의 관람객들. 포커스고 뭐고 다 안드로메다로...




고흐의 붓터치. 아주 가까이선 찍을 수 없으니 줌을 당겨보았다. 깨알같은 공장 그림들. 




비구름이 자욱한 도시.




창문에 아예 렌즈를 갖다대고 찍어보았다.




한밤의 기차. 셔터스피드를 늦추고 밝기는 최대로, ISO를 있는 힘껏 끌어올렸다. 사진 확대해보면 노이즈가 장난이 아니지만 아무튼 죄다 시커멓게 안 나오는 것만 해도 그저 반가울 뿐... 




파나소닉으로는 역시 쨍한 대낮을 찍어야 한다!









카메라 내에 있는 흑백 기능을 써봤다. 라이카 렌즈의 위력인진 몰라도 그럴싸하다. 

흑백 기능엔 그냥 흑백기능이 있고 무슨 다이나믹 어쩌고 하는 흑백이 있다. 후자가 더 그럴싸하다.

흑백 사진 좀 더 시험해봐야지... 




이것도 카메라 내의 무슨 기능을 쓴 건데 무슨 기능이었는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호숫가에 나타난 고래.




천장에 반사된 빛을 담기 위해 일부러 셔터스피드를 늦췄다. 

는 개뿔, 그냥 찍다보니 건졌음. 사진 잘 모릅니다. 

스테인드글라스가 예쁘게 나온 사진은 천장의 저 오묘한 빛깔들이 표현이 안된다. 

둘을 합성해야 둘 다 잡힐라나?? ㅠ




야경 사진. 삼각대가 없어서 손을 벌벌 떨면서 찍은 건데...

확대해보면 제법 흔들렸지만 뭐 이 정도면...




어두운 실내 사진. 




렉칠이를 써보니 lf1을 안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LF1이 내 fx38보다야 좋은 카메라였겠지만, 렌즈 밝기는 못 당하지 않았을까..

LX100 이런 카메라들이 탐이 난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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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기차역

대륙은 뭐든 사이즈가 장난 아니다.


고향에 돌아가는 친구가 상해에서 환승한다고 하기에, 잠깐 만날 요량으로 상해 홍차오 기차역에 간 적이 있었다.


어릴 적 여행할 적 빼곤 그간 중국서 기차를 탈 이유가 별로 없어서 어떤지 몰랐는데 갔다가 식겁했다.


서울역, 부산역의 한 수 배는 될 것 같은 크기....




일단 출입장...부터 장난 아니다. 대합실에 가려면 저렇게 짐 체크를 해야한다. 처음엔 뭐 이래 빡빡해라고 생각했는데, 대합실에 우글우글 모여 있는 사람들을 보고는 뭔가 이해가 가기 시작함....




사이즈가 장난 아니다. 사람들 수도 장난 아니다. 이것은 참고로 토요일 오후의 사진이다. 별로 감이 안 오는가?




... 친구 승강장이 저 끝에 있어서 저 사람들을 뚫고 지나갔는데 미춰버리는 줄 알았다. 


홍차오 자체가 상해시에서 세운 교통 중심이라서, 기차역, 공항, 지하철역, 버스터미널 등등 온갖 교통수단이 다 몰려있다.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지하철역에서 기차역으로 오는 것도 고난의 행군이었다. 

평범한 토요일 오후가 이 모양이면... 도대체 춘절 때는 어떻다는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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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식 정리 - 3

이번에도 씐나게 비행기를 탔으니 기내식이나 올려봅니다.

예전에는 비행기 타는 거, 기내식 먹는 거 참 좋았는데 이제는 기내식 그냥 안 먹기도 하고, 반만 먹기도 하고...




AA (ORD > NRT) 석식

닭고기. 별 기억은 없는 걸ㄹ 봐서 무난했던 모양. 





AA (ORD > NRT) 조찬

조찬. 생각보다 괜찮았다. AA는 빵류만 안 나오면 아침밥은 평타는 치는 듯. 감자 등등이 들어있는데 뜨끈뜨끈해서 참 좋았다. 





JL (NRT > PUS) 


내가 엄청 좋아하는 일본항공 소라벤. 일본 각지 식당들과 제휴하고 메뉴를 내는 것 같다. 이번엔 도쿄 시부야 나스비테-의 메뉴. 달가슴살, 양파와 피망이 들어간 밥과, 채소튀김, 채소절임, 모찌.






나쁘지 않았다. 난생 처음 먹었던 소라벤 때 충격을 많이 받아서 그런가, 그 뒤로 딱히 기억에 남는 소라벤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동방항공 (PUS>PVG) 

의외로 메뉴가 괜찮게 나와서 굉장히 당황했다. 그림에서도 보듯이 메뉴 선택권은 주어지지 않았다. (기내식으로 소고기는 웬만하면 먹지 않는 편) 기내식 단골 손님 샤니 소프트롤, 한진쪽에서 내놓는 제주생수, 무슨 종로 떡방 떡인가?랑 에 무려 농협 김치. 기내식에서 김치 안 먹는 편인데 궁금해서 먹었다. 포장 김치 치고는 엄청 맛났다. 

결론적으로 근래에 먹은 기내식 중에 가장 놀라웠다... 뭐 그렇다고 해서 와 이거 짱이야! 이런 건 아닌데 동방항공에 대한 기대치가 워낙 낮았다보니.... 




대한항공 (PVG>PUS)

동방항공이 나에게 빅엿을 안겨준 덕분에 (공항에 갔는데 비행기가 취소 되어있었음. 그래놓고 통지를 안해줌 ㅗ) 대한항공을 타고 귀국했다. 정말 근 몇 년만에 타본 우리의 날개...라서 기내식 은근은근 기대했는데 비루한 샌드위치가 나와서 좀 실망. 맛은 괜찮았지만 그래도 슬펐다. 물론 단거리 비행이라지만 그래도 정확히 저녁 시간이었는데....





JAL (PUS > NRT) 

이번에도 나스비테- 에서 나온 소라벤이다. 대신에 가을메뉴로 바뀜. 커버에는 가지가 예쁘게.... 




밥과 반찬들이 좀 시큼해서 생각보다는 별로...였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닭고기 완자가 맛있어서 좋았다. 어서 완자와 소스 만드는 법을 익혀야할텐데. 별로라고 생각은 했지만 또 맛있게 싹싹 긁어먹기도 했고, 일단 미국 오고 나니 이것마저 그립다. 젠장 ㅠㅠ




AA (NRT > ORD)

피쉬 올 비프. 닥치고 피쉬다. 연어 크림 파스타가 나왔다. 기내식에서 크림 파스타들은 훌륭하진 않아도 엔간해서는 실패하지 않는 듯 하다. 뜨끈한 걸 잘 먹긴 했는데, 딱 한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면 샐러드에도 크림인지 마요인지 뭔가에 버무린 파스타가 나와서 이중으로 먹어야했다는 거... ? 느끼해서 혼났다. 




AA (NRT>ORD) 조찬

프렌치토스트. 프렌츠토스트와 닭고기밥을 물어왔다. 닥치고 프렌츠 토스트.... 닭고기와 밥이라고 하면 딱 그림이 나오지 않는가 ㅠ_ㅠ 

엄청 달고 짰다. 웰컴투 아메리카라고 기내식이 외치는 것 같아 기분이 이상했음. 

하... 내가 또 이렇게 엄청 달고 짠 음식의 나라 미국에... .아아아아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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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 어느 시장

한국인들이 상해 가면 한번씩은 들린다는 상해 모 상가의 건물 입구.

곳곳에 붉은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법치문화를 배양하자라든가, 지적재산권을 보호하자 등등...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하여 시장경제 질서를 규범화하자...라고 한다. 





위의 플래카드에는 새로운 상표법을 실현하여 지적재산권을 보호하자라고 되어있다.

하지만 현실은 짝퉁시장입니다...



예전엔 타오바오청인가 암튼 그런 걸로고 불렸는데 대대적 단속 뜨고 이름을 한청으로 바꿨다고 한다. 좀 더 이것저것 물어보려고 했는데 쫓겨나다시피 함...

워낙 긴장감도는 분위기라 사진도 에스컬레이터에서 되게 몰래 찍었다.... 


그렇습니다. 이곳은 상해의 그 유명한 짝퉁시장입니다....

가면 외국인 밖에 없음. 나같이 중국인처럼 생긴 애는 관심도 안 갖다가 외국인이 짠하고 나타나면 호객해댄다. 





이곳은 또다른 짝퉁시장. 대규모 리모델링인데... 분위기 봐서는 한번 단속 떠서 대대적으로 털린 것 같기도 하고....

아예 한국어로는 "짝퉁시장"이라고 크게 써져있다. 물론 중국어로는 얌전하게 이름만 쓰여있을 뿐.... 누군지 몰라도 번역 한 번 찰지게 했다. CG 작업도 한국스러워.... 참고로 이곳은 한인들이 많이 사는 동네. 

그래도 유난히 한국관이니, 한성이니 하는 이름이 눈에 밟힌다. 한국 스타일이 유행해서 그런가, 뭐 이렇게 한국이라는 이름을 많이 차용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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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서점 책 진열대...와 가치관의 혼란



8월 말 9월 초 상해에서 찍었다. 포스팅 제목 뭐할까 고민했는데 마땅한 게 떠오르지 않았다.

살 책이 있어서 상해에서 가장 큰 서점(?)인 신화서점(上海书城)의 사회과학 코너에 갔는데 요런 코너가 있었다. 

죄다 돈버는 법에 대한 책들이다. 특히 가운데 벽에 진열된 책들은 각각 "부자는 야생동물이다" "마윈의 인생철학" "마윈: 나의 인생 신념" "처자식 빼고는 모두 바꿔라! - 삼성 이건희의 성공의 길", 그리고 가장 오른쪽 책은 "행복해지는 방법". 


이쯤 되니 가치관에 혼란이 오면서 멘붕이 온다. 

알리바바가 핫이슈이긴 하지만 밑에 깔린 책들만 봐도, 세상에, 마윈 얼굴이 몇 개인겨. 

애초에 사회과학 코너를 크게 먹고 있는 모양새가 마음에 안 든다. 






이 층의 반대쪽인가 바로 밑층인가 법서적 코너엔 엄숙한 표정의 레닌 그림과 그의 공부/독서에 대한 격언이 걸려있다. 요렇게.





이쯤 되면 대략 정신이 멍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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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프레쯔 토마토맛 百力滋

글리코에서 나오는 프레쯔라는 과자 시리즈 중 토마토맛을 무척 좋아한다. 

적당히 짭조름한 것이 술안주로 완전 제격이다. 

불과 겨울까지만 해도 차이나타운의 중국인 마트에서 팔았는데, 이제 더 이상 팔지 않는다. 온라인 주문도 고민해봤는데 개당 가격이 너무 쎄서 (일본의 두 배...) 포기했다. (생각해보니 어제 한인마트에서 발견하고 4통이나 집어왔는데, 일본 가격의 세 배였다. 난 무슨 짓을 한 거지... 속았다 속았어 꺼이꺼이)


아무튼 그래서 중국에 갔을 적, 프레쯔 토마토맛이 한 통에 1000원도 안되는 가격에 도열되어 있는 것 보고 기뻐 탄성을 질렀다.





그런데 그 맛은 강렬한 토마토케첩의 맛이었다.

맥주랑 먹어도 고작 저 60g짜리를 헤치울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다시는 안 사먹으리라 다짐하고 프레쯔 한 봉지를 먹다가 남은 걸 버렸다. 


같은 과자도 나라마다 맛이 다르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리고 이후 중국에서 파는 오리온 고래밥은 엔간해서는 안 사먹겠다는 다짐으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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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반면 拌面



집에 사온 중국 요리책에는 상해음식이라고 되어있다. 아마 여기저기 빤미엔 종류는 많겠지만, 어쨌든 이게 상해식 빤미엔입니다. 정확한 이름은 开洋葱油拌面, 말린새우파기름비빔면.... 쯤 되겠다. 

하는 집마다 맛이 다른데, 사진에 나와있는 식당에서 먹은 반면은 으아니 이런 맛이 하면서 흡입했다. 그릇당 8원이라는 착한 가격! 하지만 숙소 앞 렁훈툰 冷馄饨 팔던 곳의 빤미엔은 진짜 더럽게 맛없어서 미련없이 버렸다 ㅠㅠ 아쉽게도 나를 고통에 몸서리게 했던 그 국수 사진은 없다. 그 가게 복건 샤먼 간식 파는 가게였는데.. 샤먼식 빤미엔은 그렇게 충격과 공포의 맛을 준단말인가... 그럴 리가 없는데 도대체 어디서 온 빤미엔이었을까...


아무튼 상해식 빤미엔 위에 뿌려진 것은 볶은 파인데 진짜 이게 백미다 백미. 






이건 한 그릇에 5원하던, 샤먼 어느 동네의 빤미엔. 상해 것과는 다르다. 아저씨가 어느 동네 사람이었는지 고새 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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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사진

학교에 있는 모 도서관에서 찍은 사진. 

내가 가본 도서관 열람실 중에 가장 편하고 예쁘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곳이라서 그런지 인구 밀도도 낮고, 창이 커서 공기도 잘 통한다. 딱 한 가지, 음료 반입이 안 된다. 물도 안 된다. 고서적들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나는 물을 마시지 않으면 버티질 못하는데.... 그래서 도저히 갈 수가 없다. 매우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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