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 식당] Aga's Restaurant and Catering

휴스턴으로 처음 이사했을 적, 나는 정말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주변을 샅샅이 뒤져 겨우 인도 출신 친구에게 자신의 대학교 동기를 소개받았다.

그렇게 만난 인도인 친구의 친구가 내게 가장 먼저 추천해줬던 식당이 바로 휴스턴, 아니 텍사스 북인도/파키스탄 음식의 최고봉인 Aga's였다.

어쩌면 미국에서 가장 맛있는 Indo-Pak 식당일지도 모른다고 할 정도로 늘 극찬을 받는 식당이고, 엄청나게 큰 식당 사이즈와 홀을 가득 매운 사람들, 그리고 서버들의 미친 효율성이 꽤나 신기한 느낌이니 휴스턴에 계신 분들은 꼭 가보길 바랍니다!

 

Aga's Restaurant and Catering 11842 Wilcrest Dr, Houston, TX 77031

https://www.agasrestaurant.com/

 

Welcome to Aga's Restaurant & Catering

 

www.agasrestaurant.com

 

Aga's 입구. 주말에 사람 많을 때 가면 줄도 엄청 길다. 밖에 대기하는 사람들을 위한 음료수도 준비되어 있음.

 

생기기엔 좀 허름해보일 수 있는데, 안은 무지 넓고 깨끗하고 화려하고 그렇다.

진짜 딱 눈 한 번만 감고 저를 믿어주십쇼 여긴 꼭 가셔야 합니다 휴스턴 길에서 남아시아 사람 붙잡고 인도식당 다섯개만 추천해달라고 하면 Aga's 거의 무조건 나올거임

 

주소상 휴스턴에 위치해있긴 한데, 남아시아계 이주민들이 매우 많이 사는 슈거랜드(Sugar Land)에 근접한 지역에 위치해있다.

식당에 가면 다양한 손님들이 많지만 남아시아 손님도 엄청 많다.

 

수많은 인도 음식점이 그렇듯이 이곳도 메뉴가 아주 길고 화려하다.

식당에 가서 식사도 해보고, 배달도 엄청 많이 시켜서 온갖 종류의 메뉴를 맛봤는데 거의 모든 메뉴가 실패가 없었다.

그리고 서비스와 음식 퀄리티를 생각한다면 가격도 사실 제법 합리적인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스트셀러는 존재하는데, 아마 Aga's에서 제일 잘 나가는 메뉴는 Grilled Goat Chop일 것이다.

 

먹느라 사진을 제대로 못 찍었는데, 맨 오른쪽에 있는 게 고트찹이다. 왼쪽으로는 아마도 Chicken Peshawari Karahi와 치킨 마크니인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아마 이 식당에서 가장 비싼 요리 중 하나가 염소고기구이인 고트 찹일건데, 진짜 꼭 한 번 먹어보길 바란다.

염소나 양고기를 별로 안 좋아하시는 우리 부모님도 맛있다면서 엄청 잘 드실 정도로 간도 잘되어 있고, 냄새도 잘 잡았고, 밑에 깔린 양파도 맛있고, 아무튼 정말 맛있다.

좀 비싸보여도 (다섯 조각에 $26.99) 사람 수만 충분하다면 꼭 먹어보는 걸 추천한다.

 

그리고 또 추천하는 메뉴로는 냄비요리인 카라히(karahi)다.카라히는 냄비를 뜻한다.

향이 좀 세고 많이 매콤한 편이라서 모두가 잘 먹는 음식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난 거의 매번 시켜먹었던 것 같다.

난 염소 카라히가 더 취향이었는데 치킨 카라히도 매콤하니 맛있었다.

사실 종류가 여럿인데 난 구분을 잘 못해서 그냥 아무거나 시켜 먹었음ㅋㅋㅋ

 

아프가니스탄 지역의 파슈툰 민족에 속하는 신와리인들 신와리 (Shinwari) 스타일의 카라히와 파키스탄 페샤와르 지역 스타일의 페샤와리 (Peshawari) 카라히, 훈자 지역의 훈자이(Hunzai) 카라히, 하이데라바드 스타일의 카라히 등 다양한 카라히를 팔고 있다.

 

아마도 염소 신와리 카라히, 팔락파니르, 난

 

카라히 외의 다른 커리들도 다 괜찮았던 걸로 기억한다.

시금치가 들어간 팔락 파니르도 꽤나 신선했고 우리에게 비교적 친숙한 치킨 마크니나 치킨 티카 마살라도 맛있었던 것 같다.

우버잇츠에서는 거의 상시로 1+1 특가 할인을 하고 있어서 할인 메뉴도 여럿 먹어봤는데, 일종의 소고기국인 소고기 니하리 (beef nihari)도 괜찮았고 치킨 비리야니 (Biryani)도 맛있었다.

다만 간이 좀 센 편이고 음식 전체에 기름을 아주 많이 쓰기 때문에 가급적 배달보다는 식당에 가서 먹는 걸 추천한다.

난 비리야니는 내가 밥을 따로 지어서 섞어 먹었다... ㅎ

 

식당에 가든 배달을 하든 매번 꼭 시켜 먹는 메뉴가 하나 있는데, 바로 사모사 차트 (samosa chaat)다.

아마 전채/스타터 쪽에 들어가있는 메뉴일 것이다.

차트는 보통 간식이라고 하는데, 원래 인도 북쪽의 우타르 프라데시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튀긴 반죽에 여러 향신료와 코리앤더, 요구르트 등을 넣고 버무린 음식이지만, Aga's에서처럼 튀긴 빵(?)인 사모사(samosa)를 넣은 경우도 많다고 한다.

튀긴 사모사와 함께 병아리콩, 감자, 오이, 토마토 등 다양한 게 버무려져서 나온다.

 

사진은 별로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제가 가장 애정하는 메뉴입니당

 

Aga's의 사모사 차트는 상당히 상쾌한 편인데다가 타마린드 쳐트니 소스가 입맛을 싹 돋게 만들어준다.

사실 난 타마린드 극혐한다고 생각했는데... Aga's의 쳐트니가 타마린드인 걸 알고 나서 타마린드를 다시 보게 되었다 ㅋㅋ

 

그 밖에도 일반 난과 갈릭 난(naan)에 버터를 쳐발쳐발하지 않고 구워서 아주 깔끔하고 맛있는 편이라서 무척 좋아한다.

아프가니스탄 스타일의 살짝 달콤한 쉬르말 (Sheermal)도 좋아하는데, 이 모든 탄수화물을 내가 먹다간 더욱 건장한 돼지가 될테니 자제하는 편이다.

 

이렇게 먹고 남은 배가 있다, 사람이 여럿이다, 그렇다면 디저트를 먹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비교적 잘 알려진 굴랍자문이나 할와 외에도 여러 디저트가 있다.

 

미타이 차트 (Mithai Chaat)와 쿨피 (Kulfi)

 

난 미타이 차트(Mithai Chaat)와 쿨피(Kulfi)를 먹어봤는데, 둘다 목이 아릴 정도로 달았다ㅋㅋ 

미타이 차트는 뭐가 들었는진 몰라도 미친듯이 단데, 따뜻하게 나오기 때문에 차가운 쿨피랑 같이 먹으면 혈당이 빡 오르는 걸 느낄 수 있다.

쿨피는 일종의 아이스크림인데 우리가 흔히 먹는 아이스크림보다 훨씬 강한 유크림의 맛이 난다.

여기에 피스타치오 가루를 같이 뿌려서 주니까 맛이 없을 수가 없다.

 

Aga's에서 하도 뭘 많이 먹어봐서 글이 길어졌는데, 아마 대부분의 베스트셀러 메뉴는 실패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원래 강한 향신료에 거부감이 있으면 안 맞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기본적으로 인도 음식에 거부감 없이 잘 먹는 사람이라면 정말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글 쓰면서도 입에 침이 고여서 혼났음ㅋㅋㅋ

아마 내 인생 인도에 가보지 않는 이상 이 정도 레벨의 인도 음식을 먹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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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이 근처에는 BAPS Shri Swaminarayan Mandir라는 힌두교 사원이 있다.

사진이 멋져보여서 가봤는데... 다녀온 사진을 인도인 친구들에게 공유했다가 정말 엄청 혼났다.

알고보니 이 힌두교 사원은 보수 극우 힌두주의자들이 운영하는 곳이고, 여기서 수금한 헌금은 모디의 힌두 우월주의 정책을 지지하는 데에 쓰인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도의 달릿 (최하위 카스트에 포함되는 사람을 이르는 말임)을 미국으로 이주시켜 저임금으로 강제노동을 시키기도 한 곳으로 악명이 높다.

뉴욕 타임즈의 해당 기사: https://www.nytimes.com/2021/05/11/nyregion/nj-hindu-temple-india-baps.html

 

Hindu Sect Is Accused of Using Forced Labor to Build N.J. Temple (Published 2021)

Federal agents descended on the massive temple in Robbinsville, N.J., as a lawsuit charged that low-caste men had been lured from India to work for about $1 an hour.

www.nytimes.com

어쩐지 방문했을 때 살아있는 사람들을 너무 신성화하는 것 같은 플랭카드라든가, 남녀 구역 구분 방식 등등 뭔가좀 싸한 느낌이 들었더란다...

그래서 SNS에 먼저 안 올리고 검사 차원에서 인도인 친구들 단톡방에 보낸 것이었는데... 천만다행이었다.

 

휴스턴 말고도 뉴저지, 시카고 외곽 등 미국 전역에 널려있다. 런던 등 영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에도 많다고 함.

한국에서는 모디의 업적을 칭송하는 글이나 컨텐츠가 많이 올라오는데, 사실은 힌두계급 질서에서 소외된 카스트 하위계급, 종교적 소수자 등을 탄압하고 직간접적으로 죽이는(!) 방식으로 국가주의를 선도하는 독재자 포지션에 한없이 가까워지고 있는 인물이다.

그... 맥락이나 스케일은 좀 많이 다르지만 약간 박정희 포지션...? 느낌인 것 같다.

 

올해 인도에서 치뤄진 선거에서도 모디가 총리에 또 당선되었지만, 그래도 의회 투표 쪽에서는 모디의 BJP가 크게 압승하지 못해서 그나마 독재 루트에 약간 제동을 걸 수 있는 다소의 희망적 결과가 나온 거라는 분석도 몇 번 들은 바 있다.

 

아무튼 사진으로 보면 멋져보일 수도 있는데, 정치적으로 이래저래 좀 이상한 곳이니 잘 판단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혹시나 나 같이 멍청한 실수를 할 뻔한 사람들이 있을까봐 추가 내용을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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