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거 이런 거랑 들어가는 거는 별로 안 다른데 모양이 다르다.
꼬르바뿌스띠의 좋은 예:
핀란드인 친구 라우라네 집에서 해먹었던 꼬르바뿌스띠. 내가 사진을 진짜 못 찍었구나 흑흑흑
꼬르바뿌스띠가 아닌 예:
그렇습니다. 오늘은 꼬르바뿌스띠 만들기에 도전해봤습니다... 집에 내려오면 자취방에서는 볼 수 없는 재료와 조리기구(라 쓰고 오븐이라고 읽음)가 있지요...
비록 빵이 과자로 변하고 겉이 갈색에 속이 하얀 빛깔이어야 하는 것이 아래는 까맣고 위는 하얀 기적...을 일으켰지만 뭐 레시피는 레시피니까.
양은 엄청 많음. 혼자서는 다 못 먹을 정도의 양. 인터넷에서는 14개짜리라고 함.
친구가 준 레시피는 자취방에 버려두고 와서....
*오븐이 필요하고 이스트, 시나몬, 한국에서 좀체 구하기 힘든 향신료 따위가 들어가는 요리임. 자취생이 자취방에서 해먹을 수 있는 그런 거 아님....
*집에 부모님 등등이 계신다면 안 하는 게 좋아요... ㅋㅋㅋ...ㅋㅋ...ㅋ....
*재료 보면 알겠지만 먹으면 바로 돼지 될 것 같다.. 이걸 먹는 순간 너의 피하지층은 두터워지고 이걸 먹는 순간 너의 혈관은 좁아질 것이니...
[준비물]
뿔라 반죽: 우유 한 , 버터 양껏 (작은 숟갈 4숟갈), 드라이 이스트, 설탕 반 컵, 소금 찔끔, 카다뭄 한~두 숟갈, 달걀 두 개 다목적 밀가루 4컵 정도, 크리스탈 설탕
=> 뿔라pulla는 핀란드 식 빵으로, 카다뭄이랑 설탕이 양껏 들어가서 달달한 게 커피랑 먹으면 배가 든든해지는 빵임.
안에 집어넣는 거: 버터 1/4컵, 황설탕 3/4컵, 시나몬 가루 2스푼.... 이라고는 하지만 버터는 적당히 1/5~1/4컵, 설탕이랑 시나몬 가루는 자기 맘대로 준비하면 됨.
집에 버터랑 황설탕 없어서 쌩쌩 부는 찬바람에 맞서가며 슈퍼에도 다녀왔음. 버터는 참 비싸다...
밑에 핀란드어로 써 있는 건 각각 이스트랑 계피가루. 대형 마트 같은 곳에 가면 구할 수 있는 것들이다. 굳이 핀란드 거를 쓰려고 한 건 아니고 예전에 친구가 줬는데 유통기한이 아슬아슬해져셔...
이것이 한국에서 구하기 힘든 향신료다. 핀란드어로는 Kardemumma까르데뭄마라고 하고 영어로는 카다뭄이라고 읽는 것 같다.
네이버에서 카다뭄, 카다몸, 카다맘 이래보면서 검색 해봤는데 한 군데인가에서 꽤 비싼 가격에 가루 파는 걸 목격했다.
한국어로는 소두구라고 한다. 대항해시대 할 적에 육두구만 봤는데....
핀란드를 비롯한 북유럽식 빵에는 얘가 거의 다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현실은 동남아산 향신료.
얘는 집에 좀 많다. 향이 약한 편은 아니라 생각보다 많이 안 쓰여서... (어제 글뢰기 해먹으면서 한 웅큼 넣었는데 아직도 갈길이 구만리이다. 사실 유통기한도 한 일주일 지났다. 참고로 내가 만든 글뢰기는 망했음. 아까운 포도주 ㅠㅠㅠ)
[만드는 법]
버터를 작은 숟갈 4숟갈 만큼 녹여준다. 우유도 데파↗준다. (끓이지 않고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내 친구 라우라가 분명 버터를 적당히 어떻게 하라고 했는데 기억이 나지 않으니 우리는 무조건 녹여준다.
큰 그릇에다가 우유, 설탕(백설탕임!!! 으아 난 황설탕 쑤셔넣었다...), 이스트 작은 숟갈 2+1/4 숟갈, 버터를 넣고 섞어준다.
찾아보니 이스트는 스테인리스 그릇을 안 좋아한다고 하니 유리나 도자기를 쓰자. 팔랑귀는 인터넷에서 시키는대로 해야한다.
이불 밑 따뜻한 곳에 넣어두고 기포가 올라올 때까지 기다린다.
기다린다.
기다린다.
기다린다.
...
.....
.......
기포가 안 올라온다.
그래서 이불 밑 전기장판을 켰다.
기다린다.
기다린다.
기다린다.
여전히 기포가 안 올라와서 전자렌지에 30초 돌렸다.
기포 같은 게 생겼다.
왠지 이러면 안 될 것 같으니까 전기장판 온도를 올리고 기다린다.
뭔가 올라오긴 올라왔다.
달걀을 푼다. 아마 이 사진이 전체 과정샷에서 가장 아름다운 샷일게다.
달걀 푼거랑 소금 꼬집이랑 밀가루를 앞에 애먹인 그릇에다가 넣는다. 이건 그냥 계량하는 모습이다. 카다뭄도 두 숟갈 넣는다. 난 카다뭄을 좋아해서 더 넣었는데, 넣고 싶은 만큼 넣는다.
어?
봉지가 텅↘ 비었네↗?
다행히 내가 필요한 만큼은 있는데
아...
어머니....
밀가루는 한 번에 다 넣지 말고 조금씩 넣자.
넣으면서 잘 섞어준다. 처음에는 드럽게 찐득거리다가 조금씩 찐득거리는 것도 사라지고 맨들맨들해진다.
그 반죽해주는 드르륵거리는 기계가 있는 분은 그걸 쓰시면 된다. 한 7분 돌려주라고 하는데 나는 기계가 없어서 잘 모르겠다.
하다보니 찐뜩거리던게 반죽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주방도 헬스키친 되어간다.
반죽한 거에 젖은 행주나 키친타올 같은 거 올려두고 아랫목에 또 넣고 1시간 정도 기다린다.
이건 이불 사진. 반죽 사진인 줄 알았지?
크리스마스니까 즐겁게 케빈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시간이 지나면
반죽이 두 배 부풀어오르면 끄집어 내서 반죽을 두 덩이로 나누어 준다.
한 덩이씩 차례로 밀어준다. 밀 곳이 없어서 어머니가 김장 담근 후 김치 설 때 쓰는 도마를 썼다.....
직사각형으로 밀어준다.
녹인 버터를 치덕치덕 바른다.
황설탕과 시나몬 가루를 뿌려준다. 알아서 뿌리면 된다. 계량 자체를 포기하고 해서 얼마나 뿌렸는가 잘 모르겠다...
이걸 돌돌돌(?) 말아서 칼로 자른다.
자른 후에는 양 손 혹은 숟가락 같은 걸로 가운데를 눌러준다.
이렇게 눌러준다. 그런데 경험상 더 눌러줘야 한다. 꾹꾹 눌러준다.
카모메 식당 보니까 세모로 잘라주던데, 뭐 그래도 되고 여튼 내가 먹은 애들은 다 네모낳게 잘라서 가운데를 눌러준 모양이었다.
꼬르바뿌스띠 자체가 무슨 귀 모양 흉내낸거라고 하니까....
여기다가 다시 젖은 행주나 키친타올을 덮고 1시간 정도 기다린다.
한 시간 안 기다려도 된다. 한 30분 기다렸다.
그런데 귀찮아서 밥솥에 그릇째 넣어버렸더니 저렇게 한 상태였는데 반죽이 다 질척질척해져서 매우 당황했따 ㅠㅠ
여튼 기다리면 또 커진다.
그러면 팬에다가 유산지를 깔고 기름을 치덕치덕 발라준 다음에 (조금만 발라줘도 떨어지긴 잘 떨어짐...) 빵을 올려둔다.
올린 상태에서 남은 달걀 하나를 풀어서 위에다 발라주고 수정 설탕? 이 있으면 걔도 조금씩 올려준다.
한국에선 아직 요 설탕을 못 봤는데 커피용 설탕인가하는 보석같이 생긴 설탕이 좀 비슷하다.
그거 올려도 되는데 난 안 해봤으니 장담 못함.
그러고나서 200도 정도로 예열된 오븐에다가 넣고 15~20분 굽는다. 갈색을 띨 때까지 구우면 된다.
210도로 원래 했는데 망해서(빵이 과자가 되었다 어익후 ㅠㅠ) 180도로 해서 덜 망했다.
기다리다가 꺼내서 식히고 커피랑 드링킹 드링킹 할 상상만 하면서 반은 쓰레기통에 버린다 흑흑 ㅠㅠㅠ
쨌든 결과물이다.
왼쪽은 대 참사물, 오른쪽은 조금 덜 망한 거.
여튼 원래는 이렇게 나오면 안 된다 흑흑휴ㅡㄱ ㅠㅠㅠㅠㅠㅍ
이렇게 나는 아까운 재료를 한껏 날렸다...
그래도 크리스마스날 이거 씹으면서 핀란드 추억이나 되살려야지...
시도해보실 분들을 위한 레시피 정리:
1. 이스트 2+1/4컵, 따뜻한 우유 한 컵, 설탕 반 컵, 녹인 버터 작은 숟갈 네 숟갈을 그릇에 넣고 섞은 후 기포가 생길 때까지 기다린다.
2. 기포가 올라오면 달걀 한 개 푼 것과 소금 한 꼬집, 카다뭄 두 스푼 정도 넣는다. 그리고 밀가루 4~5컵 정도를 조금씩 넣는다. 반죽이 질척이는 정도를 판단하며 넣는다. 반죽이 달라붙지 않고 윤기가 좔좔좔 흐를 때쯤이면 그만 넣을 타이밍이다. 반죽 돌려주는 기계 있으면 기계를 사용하세요...
3. 기름칠한 그릇에 반죽을 놓고 1시간 정도 기다린다. 두 배로 부풀 때까지 기다린다.
4. 반죽을 두 덩이로 나눈다. 반죽을 판에 대고 직사각형으로 밀어준다.
5. 황설탕과 계피가루를 솔솔솔 뿌려준다.
6. 말아준다.
7. 자른 후에 손가락으로 가운데를 눌러준다.
8. 젖은 수건이나 키친타올을 덮고 또 부풀 때까지 기다린다.
9. 달걀 푼 거를 발라주고 결정화된 설탕이라고 해야하나? 여튼 그거 있으면 위에 솔솔 뿌려준다.
10. 200도 플러스 마이너스 된 오븐에 15~20분가량 구워준다.
결론: 난 돈을 많이 벌어서 이런 건 사먹어야 한다.... 세계 평화를 위해서라도....
참고 레시피: http://www.food.com/recipe/korvapuusti-finnish-cinnamon-rolls-428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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