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표준어 정책은 나날이 엄격해져왔다. 그래서일까, 중국의 소수민족을 제외하고는 현지 방언을 이용한 노래를 대중매체에서 접하는 게 마냥 쉽지만은 않다. 많은 젊은이들은 더 이상 부모나 조부모가 사용하던 언어를 더 이상 구사하지 못하고, 심지어는 조부모와 직접적으로 언어 소통을 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조부모가 보통화를 구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광동 지방이나 복건 지방 등 중국 남방 지역은 그래도 비교적 지역 언어를 이용한 음악이라든가 영화, 소설 등이 종종 나오곤 한다. 아마도 홍콩, 마카오, 대만 등의 영향 및 동남아 화교들의 존재, 수도에서 멀다는 이유 등이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그렇다고 해서 아주 활발한 건 아니고, 조금 눈에 띄는 건 차오산 쪽에서 나오는 것들인데... 차오산 본토 친구들도 부끄러워 할 정도의 퀄리티를 자랑한다고 한다....
서설이 길었다. 오늘은 광동 허위앤/하원(河源) 지역 출신 밴드의 객가어/하카어 노래를 하나 들고 왔다.
구련진인 (九连真人) - 북풍 (北风): https://www.youtube.com/watch?v=EyNRTlKLdt0
작년 여름 대륙에서 나름 히트를 친 <乐队的夏天> (밴드의 여름)이라는 프로그램에 출현한 밴드인데, 내 기억이 맞다면 베이징 (혹은 쓰촨) 출신 밴드들이 꽉 잡고 있는 프로그램에서 유일하게 보통화가 아닌 언어로 노래한 밴드다. 메인보컬 및 메인기타 아롱(阿龙), 서브보컬 및 건반/트럼펫에 아마이(阿麦), 베이스에 완리(万里)가 결성한 그룹이다. 하카어를 몰라서 이들의 이름을 보통화로 쓰는 게 좀 그렇긴 한데, 남방에서 자주 보이는 "아"자가 앞에 붙은 이름들은 본명이기 보다는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호칭에 가깝다고 보면 되겠다.
이들은 모두 고향 친구들인데, 구련/지우리앤(九连) 출신이라고 한다. 구글 검색을 해보니 광동성 하원/허위앤(河源)시 연평/리앤핑 현(连平县) 일대를 일컫는 모양이다. (동네에 구련산이라는 산이 있다.) 광동성 내에서도 매주/메이저우(梅州), 혜주/후이저우(惠州) 등 객가어(客家语)를 구사하는 객가인/하카인(客家人)들이 집중적으로 모여 사는 지역이 있는데, 허위앤 역시 그 중 하나다. 객가인이라는 정체성 자체가 한국에서는 좀 낯설어서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는데, 크게는 한족에 해당하면서도 객가어라는 언어 및 객가가족 출신이라는 출신으로 구분되는, 그러나 공식적으로는 인정받지 못하는 카테고리라고 할 수 있겠다. 생각하면 할 수록 묘한 카테고리임. 이들은 자신들을 소개할 때 반드시 "객가인"이라고 소개하면 소개했지, 한족이라고는 소개하지 않는 듯 하다.
사실 이 객가어/하카어라는 언어는 동네마다 상당히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객가어를 구사하는 사람들끼리도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내가 이 노래를 메이저우 출신 객가인 언니에게 들려주니 알아듣는 것도 있고 못 알아듣는 것도 있다고 하더라. 아무튼 중국에서도 흔하지 않고, 한국에서는 더더욱 접하기 어려운 만큼 한 번 소개해본다. 영상을 보다보면 가수들이 눈물을 글썽이는데, 아마 전국에 방송되는 메이저 프로그램에 나와서 고향어로 노래를 부르는 감회가 새롭지 않을까 싶다. 다음에 시간나면 더 듣는 재미가 있는 또 다른 노래 하나 더 들고 오겠음.
가사는 프로그램 자막에 달려있는 보통화 자막을 중역함. 발번역 죄송합니다, 지적은 언제나 환영. 보통화 혹은 객가어 구사하시는 분들을 위해 객가어 음차 가사, 보통화 번역 가사도 모두 달아둡니다.
객가어 음차 / 보통화 가사/번역 / 보통화-한국어 중역
<북풍> (北风)
思想起 烦恼入梦里
생각이 일어나 걱정이 되어 공상으로 잦아든다
身心较小而努力
몸과 마음은 작지만 노력은 한다
北风起 寒冷入夜里
북풍이 불어와 냉기가 밤속으로 잦아든다
行走要需要勇气
걸어 나아가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
市场路 北门路 (市场北门路)
시장 북문길
行稳去(扶着自行车行走)叮叮咚叮
자전거를 잡고 걸어가네, 딩딩동딩
清早做 端滚几 (一大清早天没亮起床 把小吃)
어느 이른 새벽, 빛도 없는데 침대에서 일어나 간식거리를 쪄내니
争够入哧 人人想吃 (香味引诱路人想吃)
향긋한 냄새가 길가는 사람들을 유혹해 입맛을 돋군다
望唔到哦 望唔到哦 (看不到呀 看不到出路)
보이지 않는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卖油果 卖叶板哦
유과*를 팔고 엽반**을 판다네
望唔到哦 望唔到哦 (看不到呀 看不到出路)
보이지 않는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卖油果 卖叶板哦
유과*를 팔고 엽반**을 판다네
市场路 北门路 (市场北门路)
시장 북문길
行稳去(扶着自行车行走)叮叮咚叮
자전거를 잡고 걸어가네, 딩딩동딩
清早做 端滚几 (一大清早天没亮起床 把小吃)
어느 이른 새벽, 빛도 없는데 침대에서 일어나 간식거리를 쪄내니
争够入哧 人人想吃 (香味引诱路人想吃)
향긋한 냄새가 길가는 사람들을 유혹해 입맛을 돋군다
做事
일을 한다네
定外翻身(定会翻身), 定外翻身(定会翻身)
[처지가] 더 나아질 것이야, 더 나아질 것이야
做事
일을 한다네
囊来翻身(真的会翻身吗)
정말로 나아질 수 있을까
市场路 北门路 (市场北门路)
시장 북문길
行稳去(扶着自行车行走)叮叮咚叮
자전거를 잡고 걸어가네, 딩딩동딩
四叔婆 阿伯公 阿太太爷***
넷째 시숙모, 아저씨, 할머니 할아버지***
人人想吃
모두들 먹고 싶어하네
做事
일을 한다네
定外翻身(定会翻身), 定外翻身(定会翻身)
[처지가] 더 나아질 것이야, 더 나아질 것이야
做事
일을 한다네
囊来翻身(真的会翻身吗)
정말로 나아질 수 있을까
* 유과 (油果): 동그란 튀긴 빵의 일종으로, 객가인들의 간식거리다. 도나쓰 생각하면 얼추 맞음.
** 엽반 (叶板): 모시풀과 찹쌀가루를 이용해 속을 넣고 쪄낸 납작한 떡 같은 음식으로 역시 객가인들의 간식거리다. 아주 간혹 홍콩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내 기억에 주로 좀 외진 곳에서 할머니들이 만들어서 내다 파는 것을 봤던 것 같다. (람마섬, 란타우 등에서 본적 있음.)
*** 阿太太爷: 객가어 호칭 체계를 알지도 못하고 검색을 해도 안 나와서 그냥 할아버지 할머니라고 번역했다... 阿伯公은 연배가 좀 많은 아저씨(老先生)에 해당하는 호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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