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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먹은 음식들 (1) - 차찬탱과 패스트푸드편

지난 몇 달 동안 홍콩섬 남단의 애버딘/香港仔(광동어 발음으로는 행겅자이 쯤 됨) 근방에서 골골대며 노동을 했다. 사실 지금 사는 곳도 심천/선전(深圳, 광동어로는 쌈잔 쯤 된다)이라 홍콩 음식을 쉽게 구할 수 있지만, 그래도 홍콩은 홍콩이니 당시에 먹었던 음식들 나열해봄. 가끔 함정카드로 당시에 먹은 음식이 아닌 경우도 있다. 선전에 있으면서 홍콩에 친구 만나러 뭐 행사 참여하러 등등 종종 건너간다! 건너갈 때마다 출입경이 잦아서 그런가 매번 국경에서 붙들리는 건 안 자랑...

내 생각에 홍콩음식이 곧 광동음식은 아닌 것 같다. 물론 기본베이스는 광동음식이지만 서구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중국 대륙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음식들이 많다. 거기다 분명히 내가 대륙에서는 아주 지역특산이 아닌 이상 대체로 메뉴판 읽는데에 크게 무리가 없는데, 홍콩에서는 정말 매번 주문할 때마다 뭘 주문하는지 몰라서 아주 스릴이 넘쳤다.  또한 광동음식 외에도 객가/하카(客家)음식이나 조주/차오저우/치우차우(潮州) 음식들 영향이 큰 것 같다. 조주는 행정구역상 분명히 광동성 내에 속하지만 이쪽 문화권은 대충 광동과 복건 사이 어딘가에 있다고 보면 된다. 

덧붙여 홍콩은 워낙 국제화 된 동네라 정말 별별 나라 음식들이 다 있다. 사람들이 홍콩에 쇼핑하러 간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면세 (심천 사람들도 비싼 수입품, 전자제품 등은 홍콩으로 사러 간다)도 있고 과거 동서양의 교역이 다 모이는 곳으로 정말 쇼핑의 성지와도 같은 점도 있었지만 (대표적으로 조지루시 밥솥), 나는 그보다도 생활 속에서 뭐든지 너무나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이 뼈저리게 와닿았다. 특히 먹는 거라면 홍콩은 기본적으로 수입 의존량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정말 별별 걸 다 구할 수 있다. 일본 게 유난히 많은 편이긴 한데, 최근엔 한국 농산품도 엄청 들어가 있더라.


아무튼 밥 먹을 때마다 꼬박꼬박 사진을 찍었으니, 종류별로 분류해서 업로드 해봄. 먼저 차찬탱 (茶餐厅) 음식들. 보통화로는 차찬팅이라고 읽지만 차찬탱은 사실상 홍콩식 식당이나 다름 없기 때문에 광동어를 사용해서 차찬탱이라고 읽어봤다. (어차피 광동화는 성조가 핵심인데 우리는 9성을 들을 귀가 없기 때문에 안될거야 아마....)

차찬탱은 글자만 보면 차를 팔 것 같은데, 현지에서는 그보다는 패스트푸드에 가까운 느낌이다. 전형적인 차찬탱은 4인용 쇼파에 테이블이 있고 말도 안되게 엄청 많은 메뉴판을 자랑하는... 뭐 그런 경우가 많다. 한국의 식당들과 달리 중국 식당들은 메뉴가 엄청 많은 편인데, 특히 홍콩의 경우 새벽/오전/점심/오후/저녁 별로 계속해서 메뉴가 바뀌는 경우가 다반사. 특히 오후에는 보통 오후차 메뉴를 많이 판다. 말이 좋아 오후차지 간식 수준. 가장 대표적인 음료로는 레몬차(뜨거운 거 혹은 차가운 거)와 밀크티 (역시 뜨거운 거 혹은 차가운 거) 정도가 있다. 이들은 대륙에서 발견되는 것과는 맛이 사뭇 다름. 딱 앉으면 뜨거운 차를 주는데, 보통 여기다가 수저를 담가 소독하곤 한다. 그냥 마셔도 상관은 음슴. 대륙, 그것도 광동 쪽 식당에서 밥 먹을 때 이런 뜨거운 차를 주면 식기를 꼬박꼬박 씻기는 하는데 홍콩에서는 귀찮아서 그냥 먹은 적도 많다.ㅋㅋ 

사실 정확한 정의는 나도 잘 모르겠고, 식당을 가보면 아, 저거슨 차찬탱이구나 아니구나 하는 느낌이 온다. 혹시나 해서 위키에 찾아봤는데 위키에서는 양식을 홍콩 현지화 해서 파는 패스트푸드 정도로 설명하고 있는 듯 하다. https://en.wikipedia.org/wiki/Cha_chaan_teng

사실 아예 차찬탱 특집편으로 만들어보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차찬탱에서 먹은 게 없어서 (살던 동네에 차찬탱이 별로 없어서...) 이렇게 세 장 밖에 올릴 게 없다....

홍콩음식


일하던 사무실 건너편에 있던 차찬탱의 점심메뉴 중 하나. 쌀국수에 오리고기를 얹어먹는 음식인데 쌀국수는 굵기나 모양에 따라 다양하게 정할 수 있다. 대륙보다 다양성이 훨씬 엄청나다. 이 날 처음으로 다른 외국인에게 차찬탱에 대해서 설명해야 했는데 내가 무슨 수로 설명함.... 

참고로 저 국수 모양은 내 기억에... 라이판이라고 불리는데 쉽게 말해 쌀스파게티 쯤 된다. 성조가 미묘해서 끝까지 제대로 못 외운 단어임...


홍콩음식


이것은 셩완의 어느 차찬탱에서 먹은 에그누들이다. 이건 뭔지 정확하게 알고 시켰고 정확하게 내가 아는 그 맛이 났다. 늦은 시간이라 밥 먹을 곳이 없어서 들어간 건데 차찬탱 안에서 나이 지긋한 홍콩 아저씨들이 즐겁게 생파를 하고 있었다. 


홍콩음식


이것은 케네디타운의 차찬탱에서 먹은 스파게티다. 오른쪽으로는 아이스밀크티 (똥나이차라고 발음)가 있다. 사실 아이스레몬티(똥랭차)를 시킬 생각이었는데 말 잘못해서 밀크티 시킴 ㅠ_ㅠ

분명 서양음식이지만 왠지 모를 아시아의 그 느낌이 많이 나는 저런 음식들을 많이 판다. 대표적인 것들이 밥에다가 소스+치즈를 얹은 치즈도리아/그라탕류 음식들. 절대 서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그것들. 이런 거 먹으면서 기뻐할 때마다 나는 천상 아시아인이구나 싶다 ㅋㅋㅋㅋ


***


홍콩 건너편인 선전에만 와도 차찬탱은 딱 차찬탱 색깔이 나며, 대체로 홍콩식(港式)이라는 이름을 달거나 지극히 홍콩스러운 이름들을 달고 있기 때문에 알아보기 어렵지 않다. 아마 홍콩 가서 많이들 먹어봤을 대가락(大家樂/Cafe de Coral/따이가록)이 대충 차찬탱의 패스트푸드화 및 표준화 버전이라고 보면 되겠다. 대가락 외에도 맥심(Maxim's 혹은 MX, 혹은 美心 메이쌈) 및 대쾌활(大快活, Fairwood, 따이파이웃)이 유명한데, 보통 대가락이 중간 쯤 되면 맥심은 대가락과 비슷하거나 조금 나은 편이고, 대쾌활은 대체로 음식이 별로라는 평을 많이 듣는다. 대쾌활은 음식이 맛이 없다면서도 식당 운영을 어떻게 하는거지 싶었는데 그냥 홍콩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냥 급하면 가는구나 싶기도 했다... 음... 또는 롯데리아 같은 느낌이려나. 어라 근데 이 글 작성하면서 대쾌활 잠깐 찾아봤는데 이거 로고보니까 옛날에 즐겁게 먹던, 피에로가 그려진 그 식당이 맞네?! 헐, 대쾌활 맨날 욕했는데 내가 좋아하던 곳이었구나... 동심파괴 느낌...

아무튼 이 패스트푸드 점들의 경우 메뉴판에서 메뉴를 고른 후 (영어+그림에 알파벳+기호까지 나와 있어서 주문하기 쉬움) 번호가 뜨면 가서 음식을 받아와서 먹으면 된다. 다 먹은 후에는 식판을 퇴식구나 퇴식선반에 놓고 오면 된다. 중국의 경우 음식을 받고 퇴식하는 과정은 모두 종업원이 담당해준다. 인건비 빨 인해전술이랄까. 참고로 홍콩에서도 노인 분들이나 거동이 불편한 분들은 직원들이 음식 갖다주고 하는 거 많이 봤다. 


홍콩음식


특별히 힘들었던 어느 하루, 퇴근한 후 홀린 듯이 대가락에 갔다. 사실 뭐 굳이 대가락을 먹어야하는가 싶어서 홍콩 가서 한동안 대가락을 안 먹고 있었는데, 왠지 이 날만은 뭔가 특별한 걸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너무 힘들어서 멀리 나가긴 힘들고, 애버딘 쪽에는 사실 다른 지역만큼 식당이 많지 않아서 무진장 고민했다. 그러다가 어릴 적 추억 보정과 함께 철판스테이크를 먹기로 했다. 어쩌다보니 소울푸드행...

이날 고기 썰면서 울 뻔했음... 사실 45홍콩 달러 정도 되는 (정확한 가격이 기억이 안난다) 음식이니 대단히 좋을 리가 없다. 저 고기는 실제 스테이크라기 보다는 햄스테이크의 맛에 가깝다. 스테이크의 맛이 저얼대 아님. 그렇지만 철판에 올라가있으니 기분 내기도 좋고 맛도 그럭저럭 있는 편이다. 빵도 맛있고, 뭔가 뜨끈뜨끈한게 목구멍으로 넘어가니 그저 기쁠 뿐. 소스는 토마토랑 블랙페퍼 소스가 있는데 후자는 내가 안 먹어봐서 모르겠다. 그 뒤로도 유난히 힘든 날 하루 이틀 먹었다. 이렇게 힘든 날 먹는 음식 정해놓는 거 조차 위로가 될 정도로 멘탈이 안 좋았음ㅋㅋㅋ


홍콩음식

그 뒤로 대가락에 무진장 자주 갔다. 그런데 아무리 메뉴판에 그림과 글자가 있어도 그림이 없는 메뉴들이 있다. 영어 표현으로는 사실 뭔지 잘 모를 때가 있는데... 이 날도 대충 주문했다가 상상과 좀 다른 게 나와서 당황했던 날임. 그냥 스파게티 소스 비빔밥 수준인데 은근 중독성 있어서 싹싹 잘 긁어 먹었다. 이 날도 음료는 아이스레몬티. 난 저거 모든 홍콩식 식당에서 거의 고정 메뉴 수준임. 



홍콩음식


케네디 타운의 차찬탱에서 먹었던 스파게티가 맛있어서 대가락에서도 시켰다. 그런데 이 날은 진짜 더럽게 운이 없었는지 좀 식은 스파게티가 나왔다. 주문 들어가서 정말 20초 만에 나왔으니 미리 만든 걸 새로 덥히지도 않고 나온 게 아닌가 의심함. (원래 미리 만들어둔다. 패스트푸드니까.) 이 날은 나름 특별하게 먹겠다고 음료도 좀 색다르게 시켰는데 음식이 대실패해서 다 먹지도 못하고 남겼다. 면도 다 말라붙고 흥 ㅠ


홍콩음식


하지만 난 이미 대가락의 노예. 실패한 메뉴가 있다면 그 메뉴 빼고 다른 걸 먹으면 그만일 뿐. 어느 일요일 오후 3시 쯤 가서 간단히 끼니를 떼우는데... 와... 대가락에 그렇게 사람 많은 건 첨 봤다. 정말 줄도 너무 길고 자리도 없을까봐 매우 걱정했다. 내 기억에 할아버지 2분, 아주머니 1분과 한 테이블에서 같이 먹었던 것 같은데... 

특히 오후차(下午茶) 메뉴들의 경우 가격적 메리트가 어마어마하고 (진짜 쌈) 동네 식당 상황이 영 거시기해서 그렇게 사람들이 많은게 아닌가 싶다. 샌드위치 맛은 무난했던 것 같은데 그 뒤의 옥수수가 더 맛있었음ㅋㅋㅋ 참고로 대가락은 시간대별로 계속 메뉴가 바뀌고, 보통 아침, 오후차, 늦은 저녁 메뉴들이 20홍콩 달러 이런 수준으로 무진장 싸다. 



홍콩음식


사진이 좀 어둡게 나왔는데 이것은 가히 대가락의 대표메뉴라고 할 수 있다. 돼지고기 스테이크 (오히려 "소고기 스테이크"보다는 더 스테이크 느낌임)에 토마토, 파인애플, 양파, 완두콩 등을 얹고, 토마토소스와 치즈를 끼얹어 오븐에 구운 요리다. 이름은 哥焗猪扒饭...인데 이걸 번체로 바꾸면 뭐가 되더라. 광동어 발음은 모르겠고 메뉴번호를 그냥 외우고 다녔는데 이건 항상 그림에 나와있으니 그냥 가리키면서 음꺼이 하면 그만이겠다.  다른 홍콩분의 묘사에 따르면 홍콩 사람들의 소울푸드 같은 느낌이라는데 진위는 모르겠다. 이거는 회전율이 빨라서 그런가, 스파게티 같은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대가락에서 정말 물리도록 먹었고, 그마저도 모잘라 최근 선전에서도 대가락 갈 때마다 먹고 있다. 특히 대륙에는 멀쩡한 서양음식이 잘 없어서 (중국화 정도가 매우 심함) 적당히 서양 음식이 먹고 싶을 때 오히려 이걸 먹으면 대충 서양음식에 대한 욕망수치가 내려가는 느낌이 팍팍 든다 ㅋㅋㅋ 다만 애버딘 대가락보다 이쪽 선전에서 먹는 대가락은 양파도 더 많고 치즈도 좀 더 적은 느낌이었는데... 막상 사진 보니 홍콩도 비슷하구나... 

굳이 찾아가서 먹을 필요는 없고 딱히 뭘 먹어야 할지 모를 때 한 번 가보는 것도 괜찮다. 

참고로 서양식 음식만 줄창 먹어서 그런데, 대가락에는 중국식 음식도 있다. 단오절 즈음을 겨냥해서 쫑즈(粽子)를 팔기도 했고, 하이난치킨(海南鸡肉)은 제법 먹을 만함. 홍콩에선 안 먹어봤는데 대륙 대가락의 하이난치킨은 값이 좀 세서 그렇지 진짜 괜찮았다. 


홍콩음식


이거슨 맥심에서 시켜먹은 카레. 맥심은 2층이고 대가락은 1층이라 올해엔 이때 한 번 가고 또 안 갔다. 어차피 경쟁 업체들끼리 메뉴들이나 가격들이 다 거기서 거기다. 참고로 올해는 각종 카레들이 유행을 탔는지 특선 메뉴로 어엄청 나와서 가는 곳마다 저런 카레를 팔아댔다. 

보기엔 맛있어 보이는데 먹어보면 생각만큼 크리미하거나 하지는 않고, 오히려 많이 묽은 편이어서 조금 탕을 먹는 느낌이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이것도 싹싹 비웠음. 그나저나 평일 점심 시간이었는데 동네 중고딩들이 맥심에 와서 많이 먹고 있어서 좀 당황했다. 


참고로 패스트푸드 식당들에서는 옥토푸스 카드 결제가 가능하고 또 좀 장려하는 느낌이다. 맥심은 아예 자동주문기기까지 설치해둬서 옥토푸스 카드로 스스로 결제도 가능했다. 그런데 옥토푸스 카드 특성상 내가 돈을 얼마나 어떻게 쓰는 건지 1도 감이 안 옴ㅋㅋㅋ 돈이 아주 쑥쑥 나간다. 

다른 곳에서도 옥토푸스 카드를 많이 받지만 노포거나 규모가 작은 식당들은 안 받는 경우가 많다. 홍콩에서는 현금을 항상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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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바이 와콤 구매기 (One by Wacom)

대학교 다닐 적 모 회사에서 인턴을 한 적이 있는데, IT 회사여서 유난히 더 그런가, 하루종일 컴퓨터를 들여다보던 시절이 있다. 인턴 길게 한 것도 아닌데 그 당시 손목이 나가리가 났던 모양이다. 그 후, 마우스를 조금만 장시간 사용해도 손목이 시큰거리고 아파온다. 그래서 한동안 노트북 터치패드만 사용하다가 그마저도 좀 아니다 싶어 와콤 타블렛을 한 대 들였더란다. 

와콤 CTL-480이라는, 와콤 인튜어스 라인 중 가장 싼 모델이었다. 사진은 없다. 말이 좋아 인튜어스지 그냥 제일 기본라인업이라고 보면 된다. (과거에는 인튜어스가 고급 모델이었다...) 

정확히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적어도 2-3년은 사용한 것 같다. 그림 그릴 일은 거의 없었고 주로 마우스 대용으로 사용했으며, 가끔 사진 편집 등의 용도로 사용했다. 그간 펜심은 한 번 갈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기기가 먹통이 되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USB를 자주 뺐다 꼽았다 해줘야 사용이 가능했고, 프로그램 충돌도 자꾸 일어났다. 결국 중국으로 국제이사(...)를 감행하는 과정에서 그대로 쓰레기통으로 처분했다. 이것은 팔 수도 없어...

그래서 한동안 다시 마우스 한 대를 들여서 사용하고 있는데 이대로는 손목이 사망할 것 같아 너무 두려웠다. 조금만 오래 사용해도 시큰거리는 손목 ㅠ_ㅠ 

그래서 이번에 6월 18일 중국에서의 할인찬스를 사용해서 다시 한 번 와콤 타블렛 한 대 들였다. (6월 18일은 경동/징동京东의 대바겐세일 날짜인데, 경쟁업체인 타오바오淘宝에서도 같이 폭풍 세일을 시전하여 중국의 블랙프라이데이가 되어버렸다.) 이번에 들인 것은 역시 내가 찾을 수 있던 것 중 가장 저가라인업인 One by Wacom 원 바이 와콤


https://www.wacom.com/en-cn/products/pen-tablets/one-by-wacom

(한국 와콤 사이트에는 원바이와콤 페이지가 없어서 중국-영문 사이트 링크 투척함...)


이런저런 할인찬스를 써서 266위안에 한대 + 정품 펜심 5개를 들였다. 266위안이면 한국돈으로 45,000원 정도 한다. 사실 타오바오에서 구매하면 불법 어도비 소프트웨어까지 끼워주는 (...) 패키지가 있긴 한데, 솔직히 각종 패키지니 뭐니 다 필요없기도 하고 바이두 클라우드 통해서 다운받는 불법 소프트웨어는 좀 거시기해서 그냥 징동에서 가장 할인 많이 먹일 수 있는 걸로 구매했다. 


https://item.jd.com/27996434040.html

내수용이냐고 하면 딱히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시리얼 넘버에 따라 보증에 차이가 있지 않을까, 뭐 그렇게 짐작할 뿐이다. 하지만 예전에 CTL-480 구입할 때 보니까 그냥 제품등록할 때 나라 선택했던 것 같다. 박스랑 품질보증서 정도만 중국어고 기기 후면에는 그냥 영어로 적혀져 있다. 

스펙은 다음과 같다. (공홈에서 가져옴)

기기사이즈: 210 X 146 X 8.7 mm  (평범한 책 사이즈보다 살짝 작다.)

펜 사용범위 사이즈: 152 x 95 mm

필압: 2048

무게: 패드 251g, 펜 9g (LP-190K)

무선: 미지원

멀티터치: 미지원



어차피 와콤 타블렛 쓰던 가락이 있으니 오래 사용해볼 필요도 없다. 재빠르게 장단점을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물론 이 장단점은 철저히 나의 용도에 맞게 정리된 것이므로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된다고는 할 수 없겠다. 다시금 말하지만 내가 이 타블렛을 산 이유는 오로지 하나다. 마우스 대용품. 이 걸로 그림그리고 그런 거 잘 안한다. 가끔 사진 편집이나 좀 하고, 그 밖에 좀 더 자주 사용하는 부분이라면 PDF에 줄긋고 메모하는 정도가 있겠다. 얼마나 마우스를 철저하게 대체했냐면, 가끔 타블렛 꼽아놓고 스팀 게임도 플레이했다...ㅋ 고로 필압 같은 건 내게 중요하지 않다. 


장점: 

- 작다. 책상이 작은 내게는 큰 플러스. 휴대할 생각은 없는데 휴대하기에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 익스프레스 버튼이 없다. CTL-480엔 익스프레스 버튼이 4개 달려 있었는데, 단축키를 쓰면 썼지 익스프레스 버튼은 하나 정도 제외하고는 잘 쓰지 않았다. 일단 버튼이 없어지니 타블렛 사이즈가 작아져서 좋다. 그리고 버튼으로 생기는 단차가 없어져서 훨씬 기기가 깔끔해 보인다. 

- 펜이 가볍다. CTL-480 펜도 가벼웠는데 그것보다 더 가볍다. 사실 이게 장점인지 단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고무부분이 없어져서 좋다. 전 펜은 오래 쓰다보니 그립부분이 좀 닳아가고 있었다. 


단점:

- 멀티터치 미지원. 아.... 이 부분을 미처 생각을 못했다. 마우스 대용으로 쓸 때 손으로 멀티터치가 되면 드래그 등에서 강점을 보인다. 또한 터치가 된다는 것은 불필요하게 심을 사용할 필요 없다는 점이다. 아... 정신을 차리고 상위모델을 검색해보니 약 580 위안 정도의 가격인 CTL-490이 나온다. 저것이 바로 480의 업그레이드 버전이구나.... 하지만 괜찮다. 가격이 두 배고 490은 사이즈가 커서 지금의 책상엔 적합하지 않았을 것이야. 저거슨 신포도다 신포도야.... 

- 무선 미지원. 480의 경우 별도의 무선 카드를 구입하여 장착하면 무선으로 사용 가능했다. 검색해보니 CTL-490은 블루투스가 심겨진 버전이 있다. 약 780위안, 한화 13만 3천원 정도. 사실 내가 꼭 무선이 필요하다기 보다는, 와콤 USB 연결선이 독자규격이라는 점과 선의 내구성이 조금 떨어진다는 점에서 무선이 간절해지는 순간들이 온다. 책상 어지러운 것도 있고. 그런데 보니까 원 바이 와콤 USB는 살펴보니 일반적인 미니 USB-b 규격인 것 같다.  그렇다면 선이 나가리 나도 다른 선으로 대체해서 쓰면 된다. 그래, 그럼 괜찮다. 쓰다보면 가끔 무선이 고플 때가 있는데, 그 순간들만 잘 넘어서면 무선 없어도 아무 문제 없다. 

- 아주 소소한 단점인데, CTL-480의 경우 타블렛 기기 뒷면에 자그마한 공간이 만들어져서 심을 끼워둘 수 있었다. 또한 심을 빼는 링을 따로 쓰지 않고 기기에 난 구멍으로 심을 뺄 수 있었다. 아쉽게도 원 바이 와콤엔 그런 구멍 따위 존재하지 않는다. 심을 따로 보관해야겠구나...


사진을 올려보고 싶었는데 몹쓸 폰-노트북 연결에 문제가 좀 생겨서 사진은 다음에 올리는 것으로. 

아, 그리고 혹시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타블렛 구매를 생각한다면, 이 사이즈로도 얼마든지 작업할 수 있다.  물론 이것보다 한 치수 큰 게 더 면적이 넓어서 사용하기 좋을 수도 있는데, 대단히 정교한 그림을 그린다거나, 설계 디자인 같은 걸 한다거나, 뭐 정말 하루종일 그림만 그리는 게 아닌 이상 이 사이즈로도 아무 문제 없이 웬만한 건 다 그릴 수 있다. 그림 그리는 프로그램 단축키를 얼마나 잘 사용하는가가 오히려 관건이 아닌가, 뭐 그렇게 생각한다. 

또한 내 생각에 보호 필름은 딱히 필요 없는 것 같다. 타블렛 펜을 사용하는 부분에 딱히 기스가 생겼던 적은 없고, 오히려 그 보다는 펜 사용 영역 외의 부분이 먼저 낡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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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누가크래커

친구가 대만 갔다왔다고 과자 종류별로 사다줬는데 

그 중 하나가 정말 맛있어서 브랜드 까먹기 전에 얼른 기록해 둠. 


한국에서 소위 대만 누가크래커라 불리는 과자고 중문으로는 香葱牛轧饼이라고 불림. 브랜드가 여러 가진데, 친구가 사다 준 건 브랜드 大黑松小俩口(Danheson Salico)라는 브랜드의 누가크래커였음. 참고로 Danheson 오타 아니고 영문 명이 저런 거임.  

종류가 두 개였는데, 그 중에서도 귀여운 소가 거만하게 파랑 우유랑 누워있는 그림 그려진 게 진짜 꿀맛이었음. 단짠단짠의 정석! 다른 거 하나도 나쁘지 않았는데 소 그려진 大黑松小俩口 게 훨씬 맛있었음ㅋㅋ 한국에서 유명한 브랜드들은 내가 안 먹어봐서 잘 모르겠음. 

삘 받아서 타오바오도 뒤져보고 웹사이트도 뒤져보니 가격도 착하진 않지만 뭐 그렇게 나쁘지도 않다. 타오바오에서는 8개들이 두 봉지에 50 위안에 팔고 있고 대만 공식 웹사이트에서는 8개들이 1봉지에 120 NTD (약 4000원?) 정도에 팔고 있음ㅋㅋ 

타오바오에 보니 물품 배송되는 곳이 역시 예상대로 죄다 샤먼인데, 샤먼 조만간 한 번 갈 때 누가크래커나 잔뜩 사와야겠다 ㅋㅋㅋ 샤먼에서 누가랑 파인애플케이크(凤梨酥)나 맨날 사오고 그랬는데 이게 훨씬 취향저격인듯ㅋㅋㅋ


사진은 다음에 올리겠음ㅋㅋ 

공식사이트: http://www.salico.com.tw/website/product_detail/3/35/36/203

타오바오에서 찾아봄ㅋㅋ: https://detail.tmall.com/item.htm?id=551046245361&ns=1&abbucket=4&skuId=350597058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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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S 15 9550 워런티 연장 후기

2018년은 해외 이동이 무척 잦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출장지에서 컴퓨터에 문제가 생기면 여러가지로 정말 곤란할 것 같아 결국 워런티를 연장하기로 마음 먹었다. 참고로 워런티가 끝나는 날은 2018년 4월 중순 경인데, 종료되기 3개월 전 쯤에 전화를 건 셈. 

올해의 대부분을 보낼 것 같은 선전과 홍콩 쪽에는 델 서비스센터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어서 RTD (Return to Depot)만 연장하면 되겠다 싶었다. 실제로 델 중국 및 홍콩 쪽 규약도 RTD의 경우 우편배송 혹은 직접 방문을 통해 컴퓨터를 제출하라고 되어 있었다. (미국은 얄짤없이 우편배송만 가능) 사실 엔간한 급한 수리는 내가 셀프로 하면 되고, 결국 부품조달이나 내가 수리하지 못하는 부분이 걱정이 되어서 워런티 연장을 하는 것이라...

그래서 큰 마음 먹고 델 워런티 연장 번호에 전화를 걸었다. 참고로 내 XPS 15 9550은 월드워런티 규정 변경 이전에 구매한 것이라서 소유권/국가 이전 없이 월드워런티 사용이 가능하며, 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여서 국가가 미국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전화는 강려크한 인도인 억양을 가진 상담원이 받았다. 


나: 워런티 연장을 원하는데, RTD로 해서 1년 혹은 2년을 하면 견적이 어떻게 될까? 

상담원: 1년 RTD는 130불, 프리미엄은 190불, 2년 RTD는 330불이야. 

나: 익스큐즈미? (=시방 뭐라고?)

상담원: 그리고 CC를 더하면 1년에 198불이고. 

나: (가격 듣고 놀람) 어.... 혹시 RTD 2년을 하면 가격이 어떻게 될까? 

상담원: 잠깐만, 내가 체크 좀 해볼게. (...) 아, 지금 보니 워런티 연장 시에는 RTD가 되질 않아. 

나: 응?


참고로 델의 워런티 및 서포트 체계가 좀 복잡한데, 간단히 정리하자면 크게 다음의 세 갈래가 있다:

1. RTD (Return to Depot): 말 그대로 디포로 노트북 배송 시켜서 수리 받는 것. 미국에서 한 번 디포 보내면 몇 주고 컴퓨터 못 쓴다. 한국 (그리고 해보진 않았지만 중국 홍콩) 같은 경우 서비스센터에 들고 가는 것도 가능. 

2. Premium Support: 흔히들 NBD라고 통용되는 건데, 수리기사가 원격 상담 후 출장해서 고쳐주는 것을 말한다. 사실 프리미엄 서포트와 프리미엄 서포트 플러스의 차이는 잘 모르겠음...

3. CC (Complete Care) 혹은 Accidental Damage Service: 고객과실 및 침수도 묻지마로 고쳐줌. 연 1회로 제한된다는 말이 있음. 

그런데 워런티를 연장하려고 하니 1번은 해당이 안되고 무조건 2번부터 가능하단다. 이게 참트루인지의 여부는 확인이 되지 않음. 

아무튼 내가 대답없이 멘붕하고 있으니 상담원이 물어온다. 


상담원: 혹시 지금 가격이 문제니?

나: 어.. 그게 그렇네... 내가 좀 생각을 해볼 시간이 필요할 것 같은데... 

상담원: 그럼 내가 매니저랑 얘기를 해볼게, 그 동안 홀드를 걸어둘테니 한 번 생각을 해보렴.


사실 나는 RTD만 염두에 두고 있어서 프리미엄 서포트 연장 시세를 알 수가 없었다. 홀드 걸어두는 동안 폭풍 검색을 했는데도 잘 모르겠더라... 누구는 프리미엄에 CC까지 해서 3년을 330CAD (캐나다 달러니까 30만원쯤?)에 받았다는 말도 있고... 한국에선 1년에 20만원 부르고 있고... 대혼란이 왔다. 좀 있으니 상담원이 다시 돌아왔다.


상담원: 내가 방금 매니저랑 얘기를 해봤는데,  1년 135불에 기프트카드 75불을 줄게, 어떻니? 

나: 어버버버ㅓ


진지하게 가격이 고민이 되었고, 아 그냥 고장 나면 사설 업체 쓸까, 나 원래 노트북 깨끗하게 잘 쓰는데, LG 노트북도 5년간 썼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해서 혼란해했다. 그러자 상담원이 내가 가격협상을 시전한다 생각했는지 가격을 계속 내리기 시작했다. 


상담원: 내가 매니저랑 다시 얘기해보고 올게. 


잠시 후 돌아온 상담원은 깊카 100불 떡밥을 투척했다. 결국 2년 프리미엄 서포트 240불 + 기프트카드 100불에 타협을 보게 되었다. CC를 더하는 건 500불 단위라고 해서 됐다고 재빠르게 정리했다. 사실 기프트카드 진짜 필요없고 4-50불만 깎아줘도 좋은데 이 말이라도 해 볼 걸. 아무튼 기프트카드를 팔 생각에 수락을 했다. 그리고 나서 주소부르는 엄청난 고생 끝에 겨우 상담이 끝났는데, 소요시간은 총 28분이었다. 미국 주소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 상담원은 99.99999%의 확률로 미국이 아닌 다른 곳(아마도 인도)에 위치한 사람이었다. 

확인메일을 받아보니 망할 기프트카드는 유효기간도 짧네? 빡침에 폭풍 구글링을 해보니 2년 240불도 그렇게 좋은 딜은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이미 결제를 해버려서... 


솔직히 말해서 그놈의 배터리 스웰링 때문에 불안해서 워런티를 연장하기로 한 것이 컸다. 배터리 무상교체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노릇이기도 했고, 내 배터리가 언제 부풀지도 모르는 상황이고, 게다가 비행기 탑승이 잦은데 배터리가 부풀기라도 하면 진짜 답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배터리 팽창 때문에 하판뒤틀림 등이 생기면 진짜 곤란하니까.


뭐 오늘도 이렇게 자기합리화를 하며 상담원과 더 밀당하지 않은 것을 후회를 하고 있다고 합디다...


정리: 

- 워런티 연장 시에는 RTD가 불가 (이거 참트루임?)

- 1년 190불 -> 130불, 2년 330불 -> 240불 + 기프트카드 100불로 타협 봄 (좋은 타협인지는 모르겠음)

- 워런티 연장은 채팅할 수 있는 창구가 없었음. 다음엔 이메일로 해보는 걸로...

- 참고로 XPS 15 9550은 당장 스웰링 이슈가 없더라도 배터리 무상교체를 진행 중이라고 함.   https://www.dellproduct.com/Program.aspx?PI=Y1GZ2GvfmoM%3d 

이걸 먼저 찾았으면 워런티 연장 안하는 건데..! 으아아ㅏ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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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기 및 간략한 사용기] 구글 넥서스 6 (리펍)

매년 비자발적으로 3-4개국을 찍고 다니면서 핸드폰 심카드 관리 때문에 무척 골치가 아팠다. 그중에서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중국의 경우 폐쇄적인 인터넷 환경, 노답 통신요금제 정책 (실명 등록 및 해지 의무화, 잦은 정책변화, 레알 노답 성省별 업무 분할 시스템 등등), 그리고 폰 없이는 상당히 고통스러운 생활 환경 때문에 특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다. 게다가 최근 카톡은 물론이고 심지어 업무 이메일 (지메일 아니다!!!)에 VPN까지 종종 막아버리는 정신 놓은 상황. 그래서 고심 끝에 프로젝트 파이 가입을 결심했다. (티모바일망 쓰면서 티모바일보다 훨씬 싸네... 진작 할 걸...)

프로젝트 파이 가입을 위해서는 구글폰이 필요한데, 나는 진성 헬지의 노예로서 V10 듀얼심 모델을 잘 쓰고 있다. 잘 쓰고 있는 건가 모르겠지만 어쨌든 쓰고 있다. 게다가 프로젝트 파이 페이지에서 파는 구글폰들은 죄다 비싸다. 제일 싼 게 최근에 올라온 모토로라 X4 (안드로이드 원 모델)인데 그나마도 399.99달러. (참고로 X4의 아마존의 광고포함 모델은 329.99불로 훨씬 싼데, 프로젝트파이가 돌아가지는 않는다.) 어차피 메인폰이 있기에 굳이 좋은 폰이 필요 없기도 했고, 메인폰으로 승격시키기엔 아직 V10이 잘 굴러가고 있는 상황이고, 설령 새로 메인폰을 뽑아도 듀얼심 폰으로 갈 생각이었다. 아니, 픽셀2의 사진퀄리티를 보고 좀 혹하긴 했는데, 이어폰 단자도 없고 어쨌든 듀얼심도 필요한 상황이라 마음을 간신히 접었다. 그렇게 프로젝트파이가 돌아가는 가장 가격이 싼 폰을 찾는 것이 이번 폰 구입의 유일한 목표였다. 

사실 처음엔 넥서스 5X가 제일 쌀 줄 알았는데, 의외로 무려 2014년에 나온 넥서스 6가 아직도 리펍으로 풀리고 있었다. 넥서스 6 너 진짜 안 팔렸었구나... 곧 있으면 블프니 아마 더 싸게 풀리겠지만, 이사 일정이다 뭐다 시간에 쫓기므로 그냥 아마존에서 질렀는데도 194불. 아... 내가 찾아볼 땐 없었는데 지금보니 5X 리펍 (certified refurbishment)도 199.99불이네... 하지만 5X는 무한부팅 문제가 있고, 나의 메인폰인 V10도 시한폭탄이므로 미련은 갖지 않겠다!

그리고 어차피 서브폰으로 카톡 쓰고 인터넷 할 폰인데, 3년 전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사양은 차고 넘치는 데다가 누가 업데이트도 먹었다. (5X였다면 오레오...) 물론 명확한 단점들도 있다. 단점이라면 이거 고장나면 자가 수리 말곤 답이 없는데 부품도 구하기 힘들다는 점, 배터리 일체형, 보안 업데이트가 올 10월로 공식 종료 됐다는 점, 엄청난 크기, AMOLED 번인 문제 등 여러가지가 있다. 하지만 내겐 프로젝트 파이의 셔틀일 뿐이기 때문에 들고다닐 생각도, 대단한 걸 할 생각도 없으므로 무조건 싼 가격으로 모든 것이 합리화되는 상황. 그리고 뭐 벽돌같은 V10 (192g)도 쓰는데 넥서스6 (184g)은 심지어 미묘하게 더 가벼우니 어떻게 되지 않을까...?


아마존 리펍 제품답게 원래 박스 따위 존재하지 암ㅎ음. 그냥 흰 골판지 박스에 담겨져 왔다. (여기다 에어캡+아마존 박스)



모토로라 넥서스 6 XT1103 Certified Refurbished - New라고 찍혀져있다. XT1103은 미국 모델인데, 프로젝트 파이가 사용한 모델은 오로지 미국 모델 뿐이다. (다만 픽셀2 및 픽셀2XL은 모델별 나라제한이 없는데, 이게 단일모델로 출시된 건지 뭔지 잘 모르겠음.) 


박스를 열어보니 이런저런 구성품들이 널부러져 있다.



구성품들이 죄다 시꺼먼 색이니 종이를 깔아봤다. 들어있는 내용물은 다음과 같다: 넥서스 6 미드나잇 블루 모델 (블루는 194불이고 다른 색은 조금 더 가격이 나간다.), 마이크로 usb 충전기, 마이크로 usb to usb 케이블, 심트레이 핀, 아마존 리펍 인증카드. 넥서스6은 뾱뾱이에 예쁘게 쌓여있다. 




아마존 리펍 카드에는 문제 발생시 연락할 수 있는 셀러의 연락처가 나와있다. 리펍 제품이므로 90일짜리 워런티가 딸려온다.



넥서스 6에는 얇은 필름 하나 붙어서 오는데, 따로 필름이 필요할 것 같다. 하지만 난 어차피 이 폰으로 대단한 것을 할 생각이 없으므로 생폰으로 쓰겠음. 아마도.


메인폰인 V10과의 크기 비교. 넥서스 6가 가볍다는 건 확실히 느껴지는데, 넥서스 6가 더 옆으로 길어서 그립감에서는 오히려 V10이 나은 것 같다. 솔직히 난 손도 작은 편이라 V10도 버겁단 말이다...그래도 미묘하게 V10보다 가볍게 느껴지는 점은 플러스. 미묘한 굴곡이 있어서 일단 손에 쥐면 그래도 좀 달라붙는 느낌이 든다. 안전감이 있다고는 말 못하겠다. 

뒷면에 지문 묻는 게 진짜 끝판왕 수준이다. 이거 메인폰으로 쓰려면 지문 때문에라도 케이스 하나 있어야 할 것 같다. 왜 미드나잇 블루가 제일 가격이 싼지 알 것 같다. 기기는 예쁘게 잘 나온 것 같은데, 뒷면에 얼룩덜룩 묻은 지문 때문에 매력이 한 -50정도 반감당하는 느낌 ㅠ_ㅠ 


박스 구성품에 충전기와 USB케이블이 모두 들어있어서 의아해 할 수 있는데, 이 충전기가 선과 머리가 분리가 안되는 일체형이라 케이블이 별도로 하나 더 들어있는 모양이다. 참고로 모토로라 터보파워 충전기 (25W)라고, 고속충전이 되는 모델인데 충전기 선이 어딘가 단선이 되었거나 접촉불량 상태로 와서 고속충전은 커녕 충전도 버겁다. 음 충전기 재배송요청을 해야하나... 아마존에 해당 제품 찾아보니 단선으로 유명하긴 하네... 

그나저나 넥서스 6도 고속충전 되는 건가..? 고속충전 중이라는 말이 전혀 뜨지를 않는데... 10분에 10프로면 고속충전이라고 봐야하나? 



휴대폰 자체는 거의 완충상태로 왔다. 휴대폰을 키고 이런저런 계정 등록절차를 거쳐간 후, 시스템 업데이트 시도를 해봤다. (기존빌드는 마시멜로.) 아마 마지막 업데이트일, 10월 보안패치 및 누가 7.1.1 업뎃 파일 다운이 가능하다. 거의 1G짜리 파일인데, 이거 다운받는 동안 배터리 엄청 쳐묵쳐묵 함. 


누가로 업데이트 되었다. 누가 7.0에 머물러있는 V10보다 니가 낫다 ㅠㅠ


누가 업데이트와 함께 배경화면도 바뀌었다. 아무 것도 깔지 않은 상태인데, 기본적으로 구글앱 및 핸드폰 고유앱 (계산기라든가...)들이 한 44개 정도 깔려서 옴. 오른쪽 앱리스트를 내려보면 프로젝트 파이도 기본적으로 깔려있음을 알 수 있다. 

구글 어시스턴트는 구글앱 업데이트를 하면 되긴 된다. 몇 번 해보고 바로 끔. 나에겐 알렉사가 이미 있기 때문에... 후훗. 

메모리는 3기가고 시스템이 먹는게 1기가가 조금 안되는 모양이다. 가용 용량은 총 29.12 GB 마이너스 3.68 GB. V10의 광활한 용량만 쓰다보니 갑자기 적어진 느낌인데, 뭐 상관없다. 어차피 이걸로 쓰는 거 뭐 없음... 


기타 몇 가지 인상들: 

- 폰을 들면 시계랑 날짜가 뜬다. 편한 기능은 맞는데, V10의 세컨스크린과 더블탭에 익숙해져서 이마저도 불편하게 느껴진다 ㅠㅠ

- 스피커가 미쳤다. 볼륨 엄청 짱짱하다. 카톡 깔아봤는데, 우렁차게 울리는 거 듣고 깜놀. 

- 발열... 이거 난로의 기질이 다분히 보이는 폰이다. 

- 레퍼런스 폰은 처음 써보는데 정말 하나하나 짜다시 다 깔아줘야 한다. 다음에 시간 날 때 붙잡고 셋업하는 걸로....


게임 같은 건 안 돌려봤고 돌릴 생각도 없는데, 생각보다 실사용으로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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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블루투스 스피커 NP7550 / P7 (2015년 모델) 사용기

공부가 하기 싫으므로 오랜만에 리뷰글이나 하나 투척해봄.

2015년에 나온 LG NP7550 (혹은 P7) 블루투스 스피커고, 당시 미국에서 반값 정도 되는 개당 70불 정도?의 가격에 팔길래, 스테레오로 너무 써보고 싶어서 딱 눈 감고 2개를 질렀다.

네이버니 뭐니 한국어로 된 리뷰들은 거진 다 LG로부터 소정의 금액을 받고...라든가, LG로부터 무상증정... 이런 문구들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서 내가 돈 내고 써본 사용기 올려본다.

뭐, 사실 이제 시간이 많이 지나서 이걸 찾는 사람도 없겠지만 말이다. 


자세한 스펙은 한국 LG전자 사이트에선 못 찾아서 미국 걸로 : http://www.lg.com/us/home-audio/lg-NP7550-portable-speaker


특징: 기기 다중연결 가능 (최대 3대), 듀얼플레이 가능 (스테레오/듀얼모노로 사용 가능), 블루투스, 이동형스피커, TV 사운드싱크 가능, 

스피커: 2채널 스피커, 출력 20W, Dual Passive Radiator

인디케이터: 버튼 LED 라이트 이용, 스마트폰 앱 이용 조정 가능

크기 및 무게: 184 x 55 x 63mm, 0.71kg

배터리: 2,600 mAh (리튬이온), 최대 9시간 재생, 충전시간 3시간 40분



귀찮으니까 인증샷 용도로 사진 한 장만 투척.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는데, 적잡아도 한 2년 정도는 썼던 것 같다. 장단점 및 팁?만 좀 나열해보자. (참고로 내 귀는 막귀라 음질 같은 것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장점

- 무게나 크기가 적당해서 소리의 크기나 음질에서 큰 손해보지 않으면서도 들고 다닐 수 있다. 이것보다 크거나 무거웠으면 부담스러웠을 것 같다. 

- 내구성 괜찮음. 이게 프레이밍 자체는 플라스틱이라는데 2년 정도 사용했지만 크게 문제 없는 것 같다. 아, 자꾸 안 보고 충천케이블 연결하려고 해서 그런지 usb 구멍 쪽에는 기스 자국이 좀 남아있다. 

- 고무패드 깔려있어서 어디 좀 미끄러운 곳에 거치해둬도 안정감 있다. 

- 사이즈도 적당히 작고 디자인이 깔끔해서 책상에 올려둬도 눈에 밟히지 않는다. 물론 이건 개인 취향의 영역.

- 2개가 있으면 스튜디오 스피커로 사용 가능. 물론 훌륭한 스피커들 중에는 한 대만으로도 훌륭한 입체감을 보이기도 하겠지만, 물리적으로 두 대를 왼쪽 오른쪽에 놓고 음악/소리를 재생할 수 있다는 건 크나큰 즐거움이다. 노트북으로 친구들이랑 영화 볼 때 짱 좋음! 

- 스마트폰의 "LG 오디오 블루투스" 앱으로 기본적인 컨트롤이 가능한데, 그 중 가장 꿀기능은 전원 끄기다. 전원 켜는 것은 직접 기계의 버튼을 이용해야 하지만, 적어도 누워서 자기 전에 리모콘 처럼 스피커 끄고 잘 수 있어서 좋다. 

- Micro USB 충전이고, 충전 시간도 괜찮은 편. 

- 배터리 생각보다 오래 간다. 한 번 충전하면 하루 정도는 무난하게 가는 듯? 

-  볼륨 설정 기기에 고유로 입력됨!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내가 스마트폰을 스피커에 연결해서 볼륨 20으로 음악을 듣고 있었다고 하자. 그러면 후에 다시 스피커에 연결해서 음악을 재생할 때 다시 볼륨 20으로 플레이 된다. 이거 진짜 소소한 건데 되게 좋은 듯하다. 예를 들어서 스마트폰의 스피커가 구려서 볼륨 50으로 듣고 있었는데, 그러다가 스피커 연결했을 때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던 볼륨인 50으로 나오면 다시 20으로 내려줘야 하는데, 그런 거 필요음슴. 


단점 

- apt-x 미지원. 물론 나는 막귀라서 잘 모르는데, 사람들 말로는 이거 차이가 좀 난다고. 

- 업데이트 될 수록 멍청이가 되어가는 앱. 작년 연말 쯤에는 음악 추천 기능인가 뭔가가 지원종료 되었는데, 평소 안 쓰던 기능이어서 크게 상관은 없었다. 그래도 뭔가 아쉽기도 하고, 심상찮다는 생각에 앱 업데이트를 하지 않고 있었는데, 최근의 구글 리뷰에 보아하니 최근 업데이트에서는 이전 버전에 있던 끄는 기능이 없어졌다고 한다. 음, 이게 제일 좋은 기능인데 없어지만 쓰나. 

- 블루투스 연결에 기기를 좀 탐. 예를 들어서 이전에 쓰던 LG 노트북 (그램의 전신 모델)은 소리가 재생되고 있지 않을 때 블루투스 연결을 하면 10초 만에 연결이 끊기는 증상이 있었다. 그래서 항상 유투브에 음악 틀어놓고 연결한 다음에 사용했는데, 지금 사용 중인 델 노트북은 큰 문제 없이 잘 연결된다. 

- 요즘엔 다행히 별 일 없었는데, 한 때 스테레오 연결이 꼬여서 리셋 버튼을 몇 번씩이나 누른 적 몇 번 있다. 기기를 타는 게 문제인 건지 뭔지 잘 모르겠음. 

- 기기에서 조작할 수 있는 게 좀 적은 편. 음량 조절, 블루투스 연결 및 해제, 재생 및 정지, 전원 정도가 끝. 다음 곡 스킵이 안 되는 게 제일 아쉬움. 

- QC 문제(?) 내가 운이 없었던 것 같은데, 두 번째 스피커는 처음부터 버튼에 좀 하자가 있는 상태로 왔다. 하지만 할인 기간도 끝난 상황이었고, 미국의 AS 시스템이라는 게 어디 멀리 떨어진 디포로 물품을 보내야하는 것이라 그냥 포기하고 쓰고 있다. 


소소한 특징 및 팁

- 리셋 버튼은 밑에 고무패드를 떼어내면 나온다. 고무패드는 다시 끼우면 그만.

- 스피커 앞 뒤 모양이 같아서 헷갈릴 때 있음. 소리가 미묘하게 답답하다거나 이상하면 스피커 앞뒤를 확인해보면 됨. 

- 스마트폰 앱으로 스피커 두 대를 스테레오 연결해두고, 다시 제 3의 기기 (ex. 노트북)을 연결하면 노트북 사운드도 스테레오로 감상이 가능하다. 스피커 오른쪽이냐 왼쪽이냐는 잘 들으면서 배치해야하기는 한다. 이건 어쩔 수 음슴. 

- 어, 이건 뭐 기기를 타는 문제인 것 같긴 한데, 진성 헬지빠 (기기한정)로서 핸드폰도 LG V10을 사용하고 있다. V10에는 하이파이 DAC가 들어있는데, 스피커에 Aux단자 연결해서 하이파이 모듈 활성화 시켜두고 음악을 들으면 갑자기 퀄리티가 달라진다. 오늘 그냥 생각나서 해봤는데 깜짝 놀랐다. 
유선 연결을 듀얼로 구성하려면 아마도 스플리터가 필요할 것 같은데, 한 번 해보고 싶긴 하다 ㅋㅋ 케이블 연결한 채 쓸 거면 사실 무선 블투 스피커가 필요없긴 하지만 말이다. 사실 이건 NP7550이라기 보다는 V10의 승리ㅋㅋ

- 폰이랑 스피커 연결해서 볼륨 조절 할 때, 폰의 음악 플레이어 볼륨과 스피거 자체의 볼륨 조절은 별개다. 즉, 최대 출력을 내려면 폰의 음악 플레이어 볼륨을 최대로 한 후 + 기기의 볼륨 (혹은 LG 블루투스 오디오 앱의 볼륨)을 최대로 해야한다. 기계가 두 대면 물론 볼륨 출력은 20W x 2인 40W. 

- 음악 재생이 없거나 조작하지 않은 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기기가 자동으로 꺼진다. 이건 편한데, 알람이나 일정 시간 지나면 자동으로 꺼지는 모드가 있으면 진짜 좋을 것 같다.

- 앱 알람이나 게임이나 그런 다른 것들은 스피커로 다 재생되는데, 통화, 보톡 등은 해당사항 없다. 난 오히려 이게 좋은데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겠다. (시중에 통화 가능한 스피커들도 있음.)

- 내 다시 강조하건데, 저는 막귀입니다. 뭐 그래도 어쨌든 기본은 하는 것 같다. 특별히 튄다거나 아주 부족하다거나 하는 느낌은 못 받음. 


원가인 14만원에 한 대 사는 건 좀 억울 할 것 같고, 난 적당한 가격에 잘 구매한 것 같다. 특히 두 대 있으면 스테레오 연결 된다는 점이랑 (이거 보고 샀다!), 멀티페어링 되는 게 포인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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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요리] 어향가지덮밥

과정 사진은 미처 못 찍었다. 말이 좋아 어향가지(鱼香茄子)덮밥이지, 사실 그냥 마파두부 레시피에다가 가지를 넣은 것이다. 하지만 가지를 넣으면 더 맛있다!! 그리고 그냥 뭐든지 적당히 넣으면 마법의 소스 두반장이 알아서 다 해결해준다. 가지가 없다면 가지를 빼고 만들면 된다. 한 번 해두고 냉장고에 넣어서 매 끼 전자렌지 돌려 먹을 예정. 

감은 안오는데 적어도 6-7끼는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양을 기준으로 만들었다. 대신 후라이팬이나 웍 사이즈가 커야한다. 내 후라이팬 14인치짜린데 넘치는 줄 알았다. 본인의 후라이팬이 작다면, 혹은 한 끼 용이라면 양을 줄이자.  



재료는 다음과 같다. 재료가 많아보이지만 두반장 같은 거 빼면 태반이 어차피 다른 요리할 때 쓰는 채소나 소스류다. 밥해먹는 자취생인데 재료가 많이 부족하면 반성하자... 

-  갈은 돼지고기 2-300g, 혹은 half pound (더 많거나 적어도 상관 없음) 
-  청주 1-2컵 (Sho Chikubai 추천. 7-8불이면 750ml임. 청하나 소주 사는 것보다 가성비 훌륭함. 황주 같은 중국술이 있다면 더 좋고. )
-  생강 엄지 손가락 만큼
-  마늘은 생강보다 약간 많이 (미국 기준으로 큰 마늘 두 톨 정도면 됨)
-   송송 썰었을 때 1-2 숟갈 정도 
-  가지 원하는 만큼 (Japanese/Chinese eggplant 등 길쭉한 가지 추천, 3개 정도면 좋은 듯.) 
-  고추 기름 (혹은 고추를 사서 기름을 내면 된다. 난 Serrano 고추 하나로 충분했음. 물론 건고추 있음 더 좋고. ) 
-  식용유 많이 
-  두반장 1-2 밥숟가락 (아주 간혹 힙한 그로서리에서 팔 수도 있다. 중국인 마트 가면 종류별로 파는데, 믿고 사는 Lee Kum Kee에서 잘 찾아보자. 쓰촨이나 마라 이런 거 붙어 있는 건 사지 말자... 맵다... 영어로는 Chili Bean Sauce 이런 이름으로 파는 듯. 중국어로는 豆瓣酱.)
-  양파 1개 (Red onion사용하지 말고 Spanish onion 이런 거 사용하자. 미국 양파 기준으로 약간 작은 양파 통째로 하나 썼음) 
-  간장
-  두부 한 모 (firm과 soft 모두 써봤는데 firm이 좀 더 나은듯. 상관없다, 구할 수 있는 거 쓰자.) 
-  후추
-  전분 (starch 붙은 거면 다 됨. 안되면 그냥 없이 먹어도 먹을 순 있는 듯.) 
-  설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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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턴 선택사항: 
-  산초/초피 (혹은 중국어로 花椒 Huajiao라고 한다. 중국인마트 가면 평생 먹을 양인 한 봉지에 4불 정도에 판다... 미리 구글링해서 생겨먹은 모양을 보고 가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굴소스 
-  버섯류 (송이, 표고, 목이 정도가 좋은 듯 하다. 송이는 한인/일본인 마트가 주변에 없다면 구하기 힘들 테고, 표고나 목이는 중국인마트 있으면 구할 수 있을 것이다. 표고는 잘하면 그냥 그로서리에서도 팔긴 하는데, 말린 거 불려서 먹는 게 훨 좋은 듯. 개인적으로는 목이버섯이나 송이 강추.) 
-  기타 쓸어 넣고 싶은 재료들


만드는 법 (재료손질이 반, 끓이는 게 반이다): 

1. 재료 손질하기
1) 갈은 돼지고기에 청주, 생강 다진 것 반 밥숟가락, 마늘 다진 것 반 밥숟가락을 넣고 나머지 재료를 손질하는 동안 재워둔다. 
2) 채소를 다듬는다. 
  - 양파는 잘게 다진다.
  - 파는 흰부분만 사용하며 종종 썰거나 다진다. 
  - 마늘은 다진다.
  - 가지는 한입 크기로 자른다. (엄지 크기 정도로 썰고 4등분하면 대충 됨.) 
  - 고추 기름을 내야한다면 고추를 종종 썰거나 다진다. 
  - 불려야 하는 버섯은 불리고, 한 입 크기에 맞게 적당히 썰어준다. 
  - 두부는 네모낳게 썰되, 조금 작게 썬다. 
3) 별도의 컵이나 그릇에 전분 한 밥숟가락에 물 한 밥숟가락 넣고 휘휘 섞어 둔다. 

2. 가지 튀기기/굽기 
1) 식용유를 후라이팬에 두르고 구워준다. (가지를 제대로 튀길 여건이 된다면 튀겨도 좋다.) 
2) 굽거나 튀긴 가지는 키친타올 같은 데에 올려두고 기름을 뺀다. 

3. 나머지 다 쓸어넣고 어향가지소스 만들기
1) 식용유에 고추를 넣고 고추기름을 낸다. 시판되는 고추기름을 사용해도 상관없다. 
2) 고추기름에 파를 넣고 파를 넣고 향을 낸다. 
3) 다진 마늘 및 (선택사항) 산초/초피도 넣고 같이 볶아준다. ** 
4) 양파를 넣고 볶아 준다.
5) 재워둔 돼지고기를 넣고 볶아 준다.
6) 기타 버섯 등의 채소재료를 넣고 볶아 준다. 
7) 청주 반 컵 정도 넣고 조금 끓여준다. 
8) 볶아둔 가지를 투하한다. 
9) 물 1-2 컵을 붓고, 두반장 1-2 밥숟가락, 간장이나 굴소스 한 숟가락, 설탕 반 숟가락 (선택사항), 후추 톡톡을 넣고 잘 풀어준다. 
10) 적당히 끓었다 싶으면 두부를 투하한다. 
11) 적당히 두부랑 소스랑 잘 섞은 후, 앞서 풀어둔 전분을 잘 저어 냄비에 조금씩 흘려넣는다. 
12) 따뜻한 밥에 얹어 잘 먹는다. 

**유의사항
  - 산초/초피를 넣으면 확실히 소스가 맛있어진다! 대신에 알갱이처럼 여기저기서 등장하는 초피를 직접 씹는 순간 오만상을 쓰게 된다. ㅠㅠ 초피를 넣은 채로 만든 후 밥 먹기 직전에 하나하나 초피 골라내는 짓도 해보고, 고추/파기름 낼 때 초피 같이 넣은 후 걸러내는 방식도 시도해봤지만 아직도 맛과 편리함을 잡을 해결할 방법은 찾지 못하였다. 다음에는 갈아서 넣어볼까 생각 중...
 - 레시피에서 가지를 제외하면 마파두부, 두부를 제외하면 짝퉁 어향가지 쯤 된다. 
 - 굴소스가 들어가는 게 좋을 듯 한데 집구석에 굴소스가 없었다. 근데 없이도 맛있었음. 


(이것은 그 전에 해먹은 마파두부덮밥이다. 대충 이런 비주얼이다.) 


앞으로 3일 동안 점심 저녁 걱정 없겠군! 

근데 기름 많이 들이부어서 그런가... 물김치랑 먹고 싶다. 물김치는 구할 방법이 없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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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트라케어 생리대 써 본 후기

한국에선 최근 생리대 파동 때문에 난리라고 한다. 

물론 나는 미국에 살지만... 미국은 기본적으로 탐폰을 많이 써서인지 생리대가 조금 다양성이나 질이 떨어지는 것 같아 상당수를 한국에서 가져와서 쓰고 있었다. (반대로 동아시아권으로 연구가는 미국인 친구들은 동아시아 쪽에는 탐폰이 부족하다고 불평불만들 많이 한다.) 

원체 양이 많아서 평소에 중형이나 대형으론 커버가 안 되어, 생리 초기에는 특히 오버나이트도 그냥 낮에 쓰는데, 미국산 생리대의 경우 오버나이트가 많이 두꺼운 경향이 있었다. 

밤에 두꺼운 생리대를 쓰는 거야 문제가 안되는데 낮에는 바지를 아무리 헐렁한 걸 입어도 테가 나니까, 그리고 여름에는 더워서 땀차니까 어쩔 수 없이 한국에서 사온 얇은 화이트 오버나이트를 쓰고 다녔더란다.

생리를 시작했을 때부터 그냥 집에 있는 생리대(=화이트)를 써 버릇 해서 굳이 다른 브랜드를  써본 적이 없었다. 가끔 친구들한테 얻어쓰거나 급해서 사쓴 한방향이나 녹차향 같은 거 들어간 생리대는 정말 싫어했고, 몸이 화이트에 길들어져서 그런가, 그런 것들 없는 데도 유난히 안 맞는 브랜드들도 있어서 그냥 쭉 써왔다. 그리고 화이트가 특별히 내세우는 것도 없고 모자란 것도 없는 것 같은 표준같은 느낌의 브랜드라 다른 브랜드보단 가격이 조금 싸다. 와... 이거 생각해보니 도대체 몇 년 째 쓴 거냐.... 

아무튼 이번에 생리대 유해물질 검출 때문에 난리가 나고 나니, 나도 문득 조금 겁이 났다. 그래서 미국에 사는 김에 한 번 소문의 나트라케어 사서 써보기로 했다. 내가 결제할 때만 해도 한국 화이트 가격 떠올리면 (중형이 아니고서야) 오버나이트는 크게 가격 차이가 나지 않았다. (한국이 비싼 건지 나트라케어가 할인을 때린 건지 모르겠음. 참고로 지금은 아마존에서 나트라케어 너무 비싸게 판다ㅠㅠ) 게다가 분명 몇 년 전 미국서 팔던 나트라케어에는 날개가 없었는데 오잉? 요즘엔 날개가 붙어서 나오네?

아무튼 이번에 난생 처음 소위 '순면'에 '유기농'이라는 나트라케어 써본 후기:


- 흡수력은 좀 떨어진다. 뭐 어디 새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화이트에 비해선 흡수력 부족한 거는 분명함. 

- 접착력이 아주 떨어지지는 않는데, 생리대 만들어 놓은 모양새 때문인가, 간혹 날개가 생리대 몸통에 붙어서 쓸 때마다 조금 신경써야 한다. 

- 진짜 생리대에서 냄새 하나도 안 난다. 유기농 생리대 써본 사람들이 냄새 안나요~하는 게 무슨 소린가 했는데, 이번에 나트라케어 써보고 뭔 말인지 처음 알았다. 화이트도 그렇고, 그냥 마트에서 사서 쓰던 생리대는 대충 갈 때 되면 그 미묘하고 이상한 냄새 같은 게 난다. 사람 몸에서 날 수 있는 냄새라고 하긴 좀 어렵고, 딱 봐도 생리대와 몸의 콜라보 냄새라고 해야하나, 좀 한방향 같기도 하고 뭐 별로인 냄새가 나기 마련이다. 근데 진짜 이건 하나도 안 나서 엄청 충격 먹음. 그냥 내가 요즘 활동량이 떨어져서 그런가? 몇 달 더 써보면 대충 알게 되겠지. (솔직히 하루 이틀도 아니고 생리 시작한 중학생 때부터 쭉 써왔는데, 냄새가 안 난다고 느낀 적은 거의 없었다.)

- 생리대 닿는 부분이 안 가려움. 이것도 무슨 소린가 했는데, 이번에 써보고 깨달음이 왔다. 진짜 안 가렵다. 혹시나 내가 활동량이 떨어져서 그런 걸 수도 있으니 역시 몇 달 더 써보면 알겠지. 

- 어, 그리고 이건 좀 뭐라고 해석해야 할 지 모르겠는데, 생리양이 다소 줄었다. (문제가 된 릴리안처럼 주기가 줄거나 한 건 아님.) 정말 저번 달 까지만 해도 도저히 중형이나 대형으로는 커버가 안 될 정도로 생리가 콸콸 나와서 늘 생리 시기가 되면 몹시 심기가 불편했다. 난 생리통도 덜하고 주기도 일정하니 교환법칙 같은 거겠지... 그래, 아프고 불규칙한 것보단 양 좀 많은 게 낫지 암... 하면서 화이트 오버나이트를 그냥 디폴트로 쓰던 나날들.... 그런데 놀랍게도 이번엔 뭔가 나도 대형 정도까진 쓸 수 있을 것 같은 양이 나왔다. 지난 달에 비해서 이렇게까지 바뀐 건 좀 충격인데 싶을 정도로. 
뭐 논자시가 코앞이라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있고, 요즘 생활습관이 많이 무너졌으니 이건 일시적인 걸 수도 있겠다. 이거야 말로 일단 몇 달 더 지켜봐야겠다. 어차피 생리는 매 달 돌아오는 것이니 싫어도 지켜볼 수 밖에 없다...


뭐, 릴리안의 경우처럼 집에 있는 화이트를 내다 버리거나 하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뭔가 좀 억울하긴 하다. 진작 이런 좋은 제품들 좀 써봤으면 좋았을 텐데. 그치만 또 이런 제품들이 비싸긴 정말 비싸서 부담스럽긴 하다. 작년 쯤 난리 났던, 저소득층 여중생들의 사연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소위 저가형 생리대도 매 달 종류별로 사쓰려면 가격이 부담스러운데, 소위 유기농 제품들은 오죽할까. 

일단 몇 통 사뒀으니 다음 한 두 달 정도는 나트라케어랑 오개닉스? 브랜드를 써보고 다시 후기 업뎃하겠음. 

그나저나 옛날 사람들은 생리대 어떻게 한 거지? 궁금해서 구글 스칼라에 생리대 역사 쳐봐도 죄다 특허나 응용과학, 의학 쪽에서 나온 내용들 뿐이다. 누가 이거 각 잡고 연구 좀 해주면 좋겠다! 대학원생이라면 역시 기승전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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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 xps 15 9550을 사지 말았어야 했다 하

2017/08/24 추가: 델코리아에서 배터리 무상교체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터치패드 올라오거나 노트북이 이상하다 싶으신 분들은 꼭 확인해보세요. 
별나사 (t5)와 십자드라이버만 있으면 어렵지 않게 뒷판 분리 가능합니다. 


2017/8/3 추가: 확인은 되지 않았으나, 한국 델은 스웰링 시 배터리 무상교체를 진행 중이라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2017/8/9 추가: 한국 델의 경우 XPS 15 9550 (84Wh 모델)에 한정하여 배터리 무상교체를 받았다는 후기들이 XPS 카페에 몇몇 올라왔습니다.
XPS 기타 모델 및 해외의 경우 여전히 노답인 상황입니다. 미국 델... 부들부들....
일단 미국 델 XPS 포럼에 올라온 정보를 규합하자면, 해당 모델에 들어가는 Simplo 브랜드의 배터리가 문제가 된 상황이고, 배터리를 교체받은 유저들의 경우 확인해보니 LG에서 나온 T453X모델이라고 합니다. 물론 내 컴의 배터리는 Simplo 배터리임... ^ㅗ^ 

뒷판 분해하지 않고 배터리 확인하는 법입니다: 

1. Windows+Q를 누르고 CMD 입력해서 명령프롬프트 들어갑니다. 
2. powercfg /batteryreport 를 입력하고 엔터를 칩니다.
3. C드라이브의 사용자폴더에 battery-report라는 html문서가 생성됩니다. 이를 인터넷 브라우저(크롬, 익스플로러 등)로 확인합니다. 
4. Manufacturer에 SMP라고 되어 있으면 Simplo 입니다 

근데 확인해봤자, 어차피 델 공홈에서 배터리도 구매할 수 없는 상황이라 뭐 어째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내 컴이 시한폭탄인 것만 확인사살 당함....


2017/9/10 추가: 국내 (=한국)에서 배터리 무상 교체 받은 분께서 Simplo 배터리로 교체받았다고 합니다! 어차피 제가 주저리 주저리 써둔 글은 델 영어 커뮤니티에서 본 글들이므로, 한국과 구체적인 상황은 조금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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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XPS 15 9550을 구입한지 2개월이 넘었다. 사양이 확 높아서 그런지 확실히 쌩쌩하게 노트북 돌아가는 것도 참 좋고, 화면도 아름답고 다 좋은데, 사실 이 기계는 사서는 아니되어야 하는 기계라는 것을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다름 아닌 배터리 스웰링 문제로, 1년~1년 반 정도 사용한 유저들 사이에서 굉장히 많이 말이 나오고 있다. 국내외 유저를 막론하고 다수에게서 발견되고 있는 듯 한데, 한국의 델 xps 카페에서도 여러 사람들이 이미 문제를 제기하였고, 영미권에서는 Dell XPS 15 Battery Swelling이라고 검색하면 무수한 질문글들과 컴플레인들이 나온다. 중화권 역시 마찬가지고, 일본 웹도 검색해봤는데 xps 15 9550의 배터리가 임신했어요 등의 글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외국어 배워서 이런 데에 씁니다.) 솔직히 글 올라오는 빈도를 볼 때 수많은 유저들에게 이미 발생했거나, 발생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마치 삼성 갤노트 배터리 문제처럼 말이다...ㅋ 

(구글이나 네이버 검색하면 이미 여러 사례가 나오고, 델 커뮤니티 (한국) 검색해보니 슬슬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증상은 대략적으로 다음과 같다. 배터리가 식스팩처럼 부풀어 오르는데, 이로 인해 터치패드가 들리고 심지어 노트북 케이스까지 뒤틀리게 된다. 많은 경우 터치패드가 들어올려져 클릭이 되지 않아 문제를 인지하게 된다. 

출시된 후 시간이 좀 지난 뒤에나 발견되는 종류의 문제라 그런지 대부분의 XPS 15 "리뷰글"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지만, 배터리가 부푼다는 것은 심각한 안전문제로 연결될 수 있는 중대한 결함이다. (삼성 배터리 터진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더군다나 잘못된 관리 등의 문제가 아닌 수많은 유저들에게 발생한다는 점, 그 기한이 1년~1년 반으로 매우 짧다는 점, 그리고 델이 배터리 워런티를 핑계로 무상교체나 수리를 거부한다는 점 등은 매우 실망스럽다. 특히나 200만원대를 호가하는 고급형 노트북을 지향한다면, 이는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일 아닌가? 그 반값이 내 LG 노트북도 4년 반을 썼고 미친듯한 발열을 자랑하지만 배터리가 약간 닳았을 뿐 배터리가 부풀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으며, 내 친구가 얼마 전 내다버린 30만원짜리 레노보 노트북에서도, 대를 이어 쓰다가 5년 만인가에 파워가 나가 작고한 고급형 소니 바이오 노트북에서도, 역시 5-6년 대를 이어 쓰다가 무거워서 그냥 모셔둔 중급형 삼성 노트북에서도 배터리가 부푼다는 것은 듣도 보도 못했다. 주변의 무수한 맥들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델에서는 XPS 15 9550에 들어가는 배터리 판매를 중단하였다. 배터리 결함 인정하는 건가... 출시한 지 1년 반 밖에 안된 노트북 배터리 판매 중단이라니...ㅋㅋㅋ 아무튼 그 바람에 많은 사람들이 배터리를 구입하지 못한 채 전원만 연결하여 데스크톱으로 쓰고 있거나, 울며 겨자먹기로 수십 만원의 비용을 내고 델 서비스를 받거나, 혹은 출처가 불분명하고 안정성이 확인되지 않은 정식이 아닌 배터리를 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내가 1년~1년 반만 쓸 줄 알았으면 이 노트북 절대로 안 샀을텐데!! 아, 그냥 원래 생각했던 대로 익숙한 LG 노트북이나 혹은 파컷을 위한 맥을 살 걸 그랬다. 

이미 XPS 15 9560도 냈겠다, 영문 홈페이지의 FAQ에 "간혹 배터리가 팽창하는 경우가 있는데, 안전상의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이 경우 배터리를 분리하시고 절대 사용하지 마세요" 따위의 앞뒤가 안 맞는 공지나 올려둔 것을 보아 해결 의지 따위 1도 없는 것 같다. 델 영문 페이지에 올라온 몇몇 소비자들의 BBB (미국 소보원 같은 거) 클레임 진행상황을 보아하니 그냥 차일피일 미룰 심산인 것 같다. 

다른 문제도 아니고 배터리 문제라니, 이거 불안해서 쓰겠나... 게다가 내년 연말에 한국 델로 워런티 이전도 해야하는데, 어차피 미국이나 한국이나 델은 다 헬이구나. 언젠가는 부풀 내 배터리... 그리고 델의 기본도 안 된 대응에 마음만 답답해진다.  

그간 델 모니터며 노트북이며 여기저기 추천하고 다닌 과거의 나를 깊이 후히하고 반성합니다... 잡을 수라도 있으면 멱살 잡고 말리고 싶다... 내 앞으로 다시는 델 쪽은 쳐다보지 않는 것으로. 학과 랩도 내가 관리하는데 델은 일단 구매 비추 목록에 올려야겠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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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S 15 9550 블루투스 스피커 연결이 안 될 때

솔직히 XPS 15 9550의 스피커는 처참하다. 

예전에 쓰던 LG 노트북이 나은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좀 기대치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

그래서 블루투스 스피커를 써보고자 연결을 해봤는데... 연결이 안 된다. 정확히 말하자면 페어링까지는 되는데 연결을 하면 정말 3초 뒤에 뚝 끊어져버린다. 다시 연결하면 3초 뒤에 끊어지는 무한 루프... (팽이가 돌고 있어...)

델 홈페이지에 가서 드라이버 모조리 다운받아 업데이트도 해보는 등 별 짓을 다해봤는데도 해결이 되지 않았다.

솔직히 예전 노트북 연결할 때도 말썽을 부린 스피커여서 스피커 문제인가 했는데...

이 모든 것이 XPS 15 무선랜 제조사 홈페이지에 가서 드라이버를 다운받음으로서 해결되었다고 합니다!!

델 노트북 고급라인들은 워낙 사양이 다양하게 나와서 각자도생해야하는 부분들이 있는데, 자신의 노트북이 델 무선랜을 사용한다면 델 홈페이지에 가서 드라이버를 받고, 인텔 무선랜을 쓴다면 델 홈페이지 혹은 인텔 홈페이지에 가서 드라이버를 다운 받는다.

내 건 Killer Wifi/Bluetooth 를 사용하는 모델인데, 이 경우 델 홈페이지에 올라와있는 드라이버로는 해결이 안되었고, 직접 제조사 홈페이지에 가서 다운받으니 말끔하게 문제가 해결되었다. 

제조사 홈페이지 http://www.killernetworking.com/ 에 가서 상단 메뉴 중 .Support > Driver Download를 선택하여 페이지 진입 후, "Bluetooth for Killer 1535/1525/1435 - Windows 10" (혹은 해당 운영체제) 드라이버를 다운받고 설치하면 된다. 

참고로 XPS 15 9550에 들어가는 모델은 Killer Wireless AC 1535다.

다른 소프트웨어들은 굳이 안 받아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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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S 15 9550 하루 사용기

어제 밤 늦게까지 할일 다 제쳐두고 XPS 15 9550을 셋업했다. 원래 있던 LG 노트북에서 자료도 얼추 다 옮겼고, 대충 당장에 필요한 프로그램들은 다 설치해서 이미 XPS 15로 작업 중이다. 

참고로 사양은 다음과 같다: 
- XPS 15 9550
- i7-6700HQ (스카이레이크), 16MB RAM, 1TB SSD
- NVidia GeForce GTX 960M
- 15.6인치, 3840 x 2160 4K 터치스크린

사양만 보면 돈없다고 울부짖는 원생이 돈지랄한 것처럼 보이는데, 진짜 많이 충격적으로 낮은 가격에 샀다. 어느 정도였냐면, 원래 무게도 가격도 비교적 가벼워서 고민 중이었던 LG 그램 미국 모델 (i5-7200U, 8GB RAM, 256 SSD, FHD, 내장그래픽)하고 200불 내외 차이였다... 물론 200불은 적은 돈이 아니기도 한데다 LG 그램의 가벼운 무게에 혹해서 정말 마지막 순간까지 장바구니에 넜다 뺐다를 진짜 열 번도 넘게 한 것 같다. 하지만 LG그램을 사더라도 어차피 램은 하나 더 달아야하고, 외장하드도 하나 더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냥 XPS 15로 가는 게 좋겠다 싶었다. 원래 쓰던 노트북도 많이 아파해서 그렇지 아직 완전 고장난 건 아니니, 노트북이 황천길 건너가기 전까지 휴대용으로 쓰고 XPS는 데탑용으로 들이기로 마음 먹었다. 

아무튼 윈도우 클린설치 (http://hyvaamatkaa.tistory.com/238) 후 잠깐 사용하면서 느낀 기록들임. 사진 없당.


- 아직까진 오피스 돌리고 인터넷 서핑하는 정도로만 사용해봐서 크게 성능차이 체감을 못해봄. 다만 이전보다 상대적으로 넉넉한 메모리 덕분에 크롬 창을 많이 켜도 노트북이 버벅대지 않아서 무척 기쁨. 발열 컨트롤도 매우 잘되어서 아주 차갑게 잘 있다. 바이오스 업그레이드 할 때 외엔 팬 돌아간 적 없음. 

- 그래도 램 메모리 스트레스 안 받고 작업하니까 좀 좋긴 하다. 크롬 야임마...

- 배터리 성능을 심히 걱정했는데, 4-5시간 정도는 넉넉하게 버티는 것 같음. 원체 화면이 밝아서 밝기를 낮추고 사용하게 되기 때문이기도 함. 

- 노트북 카메라는 쓸 게 못된다. 위치가 매우 안 좋아서 이걸로는 비지니스 미팅이나 회의나 면접 같은 거 절대 못 볼 듯. LG 노트북님 오래오래 버티세요...

- 고주파음은 아직 잘 모르겠음. 사실 노트북 고주파음 이전에 몇 년 전 산 하이얼 미니냉장고와 최근에 교체한 천장 전등의 전구가 쌍으로 미친 듯한 고주파음을 내고 있어서 노트북 고주파음이 안 들리는 걸지도... (냉장고는 어쩔 수 없다 해도 누가 전구 고주파음 해결 방법 좀 ㅠㅠㅠ) 참고로 학교에서 예전에 빌려썼던 XPS 13 9350에서는 고주파음을 들을 수 있었으므로 내 귀가 둔감한 건 아닌 것 같다. 

- 화면이 확실히 좋긴 좋다. 색감이나 색깊이가 차원이 다른 느낌. 예전에 쓰던 LG 노트북도 멀쩡하게 좋은 IPS였기 때문에 그렇게 드라마틱할까 싶었는데, 듀얼로 쓰고 있는 싼 델 모니터에 비하면 좀 차이가 많이 난다. 

- 터치가 매우 부드럽다. 어디다 쓸 지는 모르겠지만 뭐 어차피 데탑용인데 있으면 어떠랴. 다만 화면에 지문은... ㅠㅠ

- 카본 재질 진짜 부들부들하고 좋다. 근데 이거 태생적으로 먼지 엄청 달라붙는 소재인 듯 하다. 

- 키보드랑 터치패드 다 좋다! 특히 터치패드는 LG 노트북 쓰던 내게는 좀 충격이었다. LG 노트북 잘 쓰고 있었는데 갑자기 LG 노트북 터치패드를 몹쓸 물건으로 만들다니... ㅠㅠ

- 하드웨어 디자인이 우수하긴 한데, LG 거에 비해 조금 불만인 점이 두어 개 있다. 하나는 15인치 짜리 모델인 주제에 포트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포트들 간 거리가 너무 좁다는 점. 예를 들어서 전원이나 HDMI 코드 꼽은 상태에서 USB 스틱을 꼽을 때, USB가 조금만 뚱뚱해도 옆의 다른 전선들 때문에 안 들어갈 듯 하다. LG 건 13인치 짜리 주제에 포트들이 넓직하게 배치되어 있어서 좋았는데 흑흑...

- 14인치 폼팩터에 15.6인치를 우겨넣어서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다. 무게도 상대적으로 가볍다. 하지만 나는 이건 못들고 다닐 것 같다. (어서 LG 노트북을 고쳐야겠다...)

- 내가 손목이 좀 많이 안 좋아서 4년 전에 산 싸구려 와콤 타블렛을 마우스 대용으로 쓰는데, 이게 문제가 되었다. 듀얼 모니터의 모니터 화면은 1920x1080이고, 노트북 화면은 그 두 배에 육박하는 3840 x 2160이라 모니터 간을 이동할 때마다 타블렛/마우스의 감도가 휙휙 바뀐다. 즉, 노트북 화면에서는 정상으로 움직이던 마우스가 모니터로 넘어오면 엄청 휙휙 움직인다. 아무리 구글링해도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모니터를 UHD로 올리거나 노트북 해상도를 낮추는 수 밖에 없는데, 전자는 실현불가능의 영역이라 어쩔 수 없이 노트북 해상도를 1920 x 1080으로 맞춰놓고 쓰고 있다. 나는 왜 UHD를 샀는지,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지만 어차피 그래픽 및 영상 작업하는 중도 아니고 열심히 워드 작업 중이므로 상관 없으리라,.. 나중에 영상 보거나 할 때 해상도야 다시 바꾸면 되지 뭐....어차피 싸게 샀는 걸...

- 해상도 올리고 쓰면 일부 프로그램들은 글자를 읽을 수 없는 사이즈로 출력한다. 

- 15인치 화면은 처음 써보는데, 진짜 크고 넓어서 좋다. 13인치 쓸 때엔 고개를 빼야해서 자세가 매우 구부정했는데, 15인치 스크린은 많이 커서 목을 앞으로 빼지 않고도 잘 보여서 좋다. 



나중에 영상프로그램, 게임 같은 다소 무거운 프로그램들 돌려보고 다시 후기 올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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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S 15 9550 구매 후 셋업하기 - 윈도우 클린설치

얼마 전 아주 충격적일 정도로 좋은 가격으로 델 XPS 15 9550을 영입했고 오늘 수령했다. 컴퓨터는 멀쩡한지, 모니터에 불량화소는 없는지, 뭐 이런 기타 등등의 사항들을 잘 체크해본 후 윈도우 클린설치로 직행. 

윈도우 클린설치법 한글로 된 것은 조금 찾기 힘들어서, 내가 실시간으로 설치하면서 써본다.

(컴알못이니 질문하지 마세요... ㅠ_ㅠ)

사진, 그림은 없다. 


1. 윈도우 USB 부팅디스크 만들기

- 마소 윈도우 툴로 USB 부팅 디스크를 만든다. 자세한 사항은 윈도우 10 usb 만들기 검색하면 여기저기 아주 잘 나온다. 반드시 백업하고 진행할 것. USB 만들 때 포맷시켜버린다. 

https://www.microsoft.com/ko-kr/software-download/windows10

- 주의 사항: USB에 8기가 이상 용량이 남아있어야 하고, 이와는 별개로 C드라이브에 8G 이상 용량이 남아있어야 한다. 용량이 없어서 끙끙대다가 나는 결국 hiberfil.sys 파일을 잠깐 꺼두는 걸로 임시 용량 확보해서 만들었다. ㅇ


2. USB에 드라이버 담기

- 마소 윈도우 부팅 디스크를 만들면 usb가 포맷되므로 반드시 부팅디스크 만들고 다운로드를 받는다. 

- 필수적으로 받아야하는 파일들: 

와이파이 모듈: http://www.dell.com/support/home/us/en/19/product-support/product/xps-15-9550-laptop/drivers 에서 Network 탭을 선택하고 Killer Wireless 혹은 Intel Wifi Driver 다운로드 받는다. 킬러와 인텔 중 자기 컴에 맞는 걸로 받으면 된다. 뭐가 맞는지 확인하려면 XPS의 장치관리자에서 확인하면 됨. 

바이오스: http://www.dell.com/support/home/us/en/19/product-support/product/xps-15-9550-laptop/drivers 에서 Bios 최신 버전을 받는다. 

Intel Rapid Storage Technology: https://downloadcenter.intel.com/download/26730/Intel-Rapid-Storage-Technology-Intel-RST-?v=t 에 가서 왼쪽 스크롤을 쭉 내려본다. 그 중 f6flpy-x64.zip이라는 파일을 USB에 받아서 압축해제한다. 이거 없으면 드라이버를 못 읽으니 꼭 한다. 


3. 윈도우 설치

- 델을 껐다 켠다. 로고가 뜰 때 F2를 연타하면 바이오스가 뜬다. "Secure Boot" 탭을 잘 찾아서 Disable을 선택한다. 저장 후 종료한다. 

- 바이오스를 종료하면 다시 델 로고가 뜨는데 이 때 F12를 연타한다. (F2말고 F12) 부팅 옵션 중 USB Boot를 선택한다. (해당 USB 드라이버 선택하면 된다. 자동으로 uefi로 되어 있음.) 

- 윈도우 설치를 시작한다. 업데이트 vs 고급사용자 설치가 뜰 때 고급사용자 설치를 선택한다. 

- 드라이버를 못 잡는데, 이 때 '드라이버 로드'를 누르고 USB에 들어가 앞서 압축해제 해둔 f6flpy-x64폴더를 선택한다. 그러면 드라이버가 잡힌다.

- 쓸데없는 (=델에서 집어넣은) 파티션이 많으니 싹 정리해준다. 그냥 눈에 보이는 파티션들을 싹 다 삭제해주면 된다. 설치할 때 다시 파티션 생기니까 걱정말고 마음껏 삭제한다. 

- 삭제 후 진행하면 윈도우가 알아서 설치된다. 중간중간에 지역, 자판 등등 여러 설정이 나오니 알아서 잘 설치한다. 


4. 드라이버 설치

- 미리 USB에 집어넣어 둔 Killer Wireless 드라이버를 실행하고 설치한다. 

- 장치관리자에 들어가서 목록상의 드라이버를 하나하나 업데이트 해준다. 필요에 따라 델 홈페이지 및 제조사 홈페이지의 드라이버들을 업데이트 해준다.  


5. 윈도우업데이트

- 제어판 윈도우 업데이트에 들어가서 업데이트는 다해준다. 이는 바이오스 업데이트를 위한 기본작업이다. 바이오스 업데이트 중에 윈도우 업데이트 문제로 컴퓨터가 얼어버리면 진짜 미쳐버림...


6. 바이오스 업데이트

- 델 XPS는 바이오스 업데이트를 잘해주는 게 중요하므로 바이오스 업데이트를 해준다. 아까 받아둔 바이오스 파일을 관리자 권한으로 실행해주면 알아서 된다. 단, 전원이 연결되어 있어야 함. 


7. 드라이브 나누기

- 쉬운 포맷 및 데이터 보호를 위해 D드라이브를 만들어주자. 자세한 건 검색하면 잘 나온다. 


8. Secure Boot enable

- 다시 컴퓨터를 껐다 켠다. 델 로고가 뜰 때 F2를 눌러 바이오스에 진입한 후 Secure boot 를 다시 enable해준다. 


9. 여타 필요한 프로그램들을 깔아주고 셋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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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테라를 만들어보았다

정말 할 일이 너무너무 많아서 스트레스 대폭발 중.

그 와중에 카스테라가 너무 땡기는 것이다. 카스테라를 구할 수 없으니 스스로 만들 수 밖에.

레시피를 급히 찾아보니 일단 보기에는 그냥 기다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같고 작업자체는 길지 않은 것 같아, 그래, 딱 1시간만 쉬는 겸 하자는 마음으로 카스테라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제대로 된 도구가 없는 내게 이 작업은 1시간 짜리가 아니었다는 것을...


달걀을 섞는 것과 달걀을 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빨리 깨닫지 못했고, 왜 다들 유산지를 깔아대는지를 진작 이해하지 못했다.

안일하게 달걀은 안되면 믹서기 (믹서기에 'whip'라는 버튼이 있었다. 나중에 매뉴얼 보니까 달걀 휘핑은 등은 안 된다고 친절히 나와있었음...)를 쓰고, 유산지 대신 기름을 바르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래서 핸드블렌더는 커녕 손거품기도 없는 상황에 튀김용 젓가락 네 짝을 들고 노른자가 들어간 달걀을 1시간 넘게 쳐댔다...

저울이 없어서 모든 계량은 컵으로 환산해서 했고 

용기에 반죽을 좀 과하게 넣어서 베이킹 중 반죽이 넘쳐 오븐 바닥을 태우는 일도 있었다. 

기름을 바른 유리용기로는 카스테라가 예쁘게 떨어지지도 않아서 갈색 부분은 다 떨어져 나갔다.


아직 식지도 않고 숙성도 안 시킨 카스테라인데, 살짝 잘라서 먹어보니까 아랫부분이 반쯤 떡이 된듯 하다. 게다가 뭔 꿀을 썼는지 온통 꿀맛... 아니 맛있다의 꿀맛이 아니라 진짜 꿀향기가 아주 진하게 난다.

재료값도 못 뽑을 카스테라지만 그래도 손거품기도 없는 상태에서 젓가락만으로 이 정도로 만들었으면 훌륭한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기로 함... 


결국 아마존에서 6불주고 손거품기 방금 주문했다. 생각보다 카스테라 비싼 음식이었구나.. 달걀이랑 꿀이 너무 비싸다....설탕도 엄청 들어가는구나 (....)

그래도 서울서 자취할 때 아주 처절하게 실패했던 밥통 카스테라보단 결과가 조금 더 나아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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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Shenzhen I/O (선전 I/O)

작년 연말, 연쇄할인마 스팀의 여러 신기한 게임들을 둘러보던 와중 우연히 한 게임이 눈에 띄었다. 

"Shenzhen I/O"라는, "선전 (심천/深圳)"이라는 지명이 들어간 게임이었다. 이 게임의 정체가 뭐든 무조건 사야만 해! 라는 일념으로 질렀다. 왜냐면 나는 심천을 연구하니까...그리고 난 게임을 좋아하니까... 관심있는 지명이나 지역 정보 등이 컨셉이 되는 게임들은 가급적 모아두려고 하고, 영화들도 꼭 기록을 해두려하는 편이다.

아무튼 그렇게 즐겁게 게임을 지르고 지난 달 어느 주말, 이것은 연구의 일환이라는 자기합리화를 하며 게임을 시동해보았다.




정말 아무 설명 없이 로딩화면이 지나자마자 이런 화면이 뜬다. 심지어 그 로딩화면 조차도 개발사인 Zachtronics의 화면이 아니라 "概念CS"라는 게임 내 프로그램명이 뜬다... 난 진지하게 중국 쪽에서 개발한 게임인가 생각했다. 

Shenzhen, Huaqiangbei District-CAM 04-LIVE라고 쓰여진 글자는 마치 해당 지역에 CCTV를 라이브로 보여주는 듯한 착각을 준다. 나는 무척 흥분했다. Huaqiangbei (华强北/화창베이)는 실제 심천의 전자기기 메카같은 곳이다. 쉽게 설명하면 용산 같은 곳이지만 용산과는 비교도 안되는 인력과 자본, 상업 네트워크가 집적된 곳이다. (물론 이곳에도 온갖 종류의 호객행위가 넘쳐난다....) 참고로 라이브카메라는 아닌 듯 하다. 비가 오는 것 같은 날씨로 표현되었는데 심천은 쨍한 더운 날이었다... 

게임의 정체를 전혀 알아볼 생각도 안하고 대뜸 받았는데, 알고보니 이 게임은 내가 여태껏 해본 그 어느 게임보다도 진입장벽이 높은 게임이었다...


초반에 접속하면 스크린샷 화면에 나오는 버튼 중 Solitaire을 제외하고 세 가지가 있다. 뭘 해야할지 몰라서 일단 conceptMAIL을 열어보니 "Welcome"을 비롯한 각종 메시지들이 등장한다. 만약 온라인 게임이라면 공지사항이겠거니와 하고 무시하겠지만, 그건 아닌 것 같으니 일단 읽어보기 시작한다. 생각보다 글이 많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플레이어는 Shenzhen Longteng Electronics Company LTD. (深圳龙腾科技有限公司, Longteng은 롱텅이라 읽으면 됨)에서 일하게 된 상황이다. 흥미로운 것은 정말 앞뒤 설명 다 자르고 바로 회사에서의 웰컴 패키지(...)를 받는 사원의 입장이 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다른 사원들의 이메일 교신들을 통해 대충 이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하는 일은 어떠한지, 심천은 어떤 곳인지, 그리고 이 게임이 기초하고 있는 배경은 어떠한지 등을 유추해낼 수 있다. 물론 게임 플레이 그 자체와는 별 관계는 없지만 뭔가 이야기를 엮어나가는 재미는 있다. 기본적으로 중국어 못하는, 취업전선에 밀리고 밀려 심천에 난생 처음 떨어진 외국인 (아마도 백인) 남자 근로자 정도를 상정하고 있는 듯 하다. 



그렇다면 여기서 이 게임의 포인트 1: 게임의 메시지함을 통해 플레이어의 상황 및 각종 배경 등을 살펴볼 수 있다. 

바로 그 다음 메시지는 Important: Read the Manual!이다. 매뉴얼을 읽어라는 내용인데, 이거 농담이 아니다. 이 게임의 가장 주요 포인트를 요약하자면 RTFM(READ THE F**KING MANUAL) 정도가 된다. 

메시지함을 닫고 두번째 메뉴인 "Datasheet"를 누르면 매뉴얼이 뜬다.... 무려 47페이지짜리 PDF가 뜬다... 처음엔 이게 그냥 게임 플레이 설명하는 가이드나 매뉴얼인 줄 알고 안 읽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어, 그게 맞긴 한데 그게 아니기도 하다. 뭔 소린고 하니: 


이런 게 튀어나온다. 무슨 말도 안되는 기기부품 매뉴얼 같은 게 나온다. 일단 매뉴얼 보고 크게 멘붕 한 번 하면 된다. 

이 게임의 주인공(=플레이어)는 어셈블리어를 이용해서 간단한 회로를 디자인 하는 일을 맡게 된 것이고, 출근 첫날 각종 지시 메일과 웰컴패키지로 디자인 매뉴얼을 받은 것이다. 물론 이런 것까지 파악하는 데에도 1시간이 넘게 걸렸다. 왜냐면 나는 코딩할 줄도 모르고 어셈블리어니 뭐니 아무것도 아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없다.) 

매뉴얼 패키지에는 각종 부품들의 매뉴얼(...)들이 들어있다. 예컨대 위의 캡처화면 오른쪽의 부품은 청샹Micro (诚尚Micro)라는 가상의 회사에서 나온 MC6000이라는 Microcontroller 칩의 매뉴얼인 것이다. 이런식으로 게임에서 사용되는 수많은 부품들과, 부품들이 사용하는 어셈블리어에 대한 각종 자료들이 여기저기 예제 등과 함께 나와있다. 

이 게임의 포인트 2: 매뉴얼을 통해 (게임 내에서만 통용되는) 어셈블리어의 단어들, 규칙, 문법을 파악하고, 각종 부품들의 기능을 알아본다. 


참고로 이 매뉴얼의 재미있는 점. 진짜 어디 회사에서 무책임하게 줄 것 같은 매뉴얼을 잘 재현해두었다. 그 말은 곧:



가끔 이렇게 자비없이 중국어로만 되어 있는 페이지도 나오고 (중국 회사니까), 혹은 다른 자료를 사진찍어서 끼워넣은 것 같은 자료들도 나온다. ^-^ 참고로 이 게임은 영문 게임이다. 중국어를 읽을 수 없는 것이 퍼즐의 일부가 아닌가 싶다. (난 중국어를 읽을 수 있지만 그래도 이게 뭔 소린지는 모르겠다.) 


매뉴얼에 크게 멘붕하고 다시 메인 메뉴로 돌아오면 다른 "퀘스트"(업무지시) 이메일들이 와있다. 해당 메시지를 열어보면 어떤 회로를 디자인하려고 하는지 내용이 나와있고, 하단의 "Open in Concept CAD"를 열면  버튼을 클릭해보면 이 게임의 핵심인 "개념 CAD" (概念CAD, 중국어로 개념이라는 단어가 컨셉이라는 뜻을 가짐...어라 한국어도 그런가) 프로그램이 뜬다.  

참고로 이건 이미 클리어 된 게임이라 이미 업무 확인 메일이 와있다. 원래 오리지날 퀘스트는 이미테이션 CCTV용 회로를 디자인 하는 것으로, 두 개의 등이 불규칙한 느낌으로 켜지게 하는 게 목적이다. 



역시 클리어한 업무라 각종 도표가 나와있다. 이게 뭔고 하니, 다른 플레이어들과 비교하였을 때 내가 디자인한 회로가 1) 생산 비용; 2) 전력소모; 3) 코드 라인 수에서 어디쯤 위치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도표다. 정답이 있는 게임 같지만 꼭 하나의 정답이 있는 게임은 아닌 셈이다. 이미 디자인한 회로를 부품 추가라든가, 어셈블리어에 익숙해짐에 따라 더욱 향상시키기 위해 재디자인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


화면을 켜면 대충 이렇게 나온다. 나는 이미 퀘스트를 몇 개 클리어해서 부품이 더 언락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Note, Bridge, MC4000만 언락되어 있다.

Note는 그냥 플레이어가 스스로 메모할 때 쓸 수 있는 포스트잇이라고 보면 된다. 

Bridge는 회로를 연결할 때 (기기 내 초록색 부분) 회로가 겹치지 않도록 해주는 말 그대로 '브릿지'다. 첫번 째 퀘스트에서는 쓸 일이 없다. 

MC4000은 예제에서 사용된 가장 기본 칩이다. 이거 하나 쓸 때마다 생산비용이 늘어난다.


예제에는 다음과 같이 나와있다:

mov 0 p0
slp 6
mov 100 p0
slp 6

# why is this
# so hard? :(


앞서 컨셉 메일을 잘 읽어봤다면 알겠지만, 원래 일하던 회로디자이너가 때려치우고 도망가서 플레이어가 고용된 상황이다. 따라서 이 예제는 지난 디자이너가 작업하다 때려치우고 간 결과물(...)

이제 여기서 플레이어가 해야할 일은 예제물과 매뉴얼을 끼고 이 어셈블리어의 규칙을 파악하여 조건에 맞는 제품을 디자인 하는 것이다. 하단의 메뉴에는 Information과 Verification이 있는데, 원하는 디자인을 만든 다음 Verification 버튼을 눌러 제대로 회로가 작동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또한 Verification 화면을 통해 저 예제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규칙을 배울 수도 있다. 

이 게임의 포인트 3: 매뉴얼 등을 통해 파악한 어셈블리어와 규칙들을 이용해 조건에 맞는 회로를 디자인한다. 

가급적 타블렛이든 듀얼 모니터든 인쇄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매뉴얼을 옆에 같이 끼고 하는 것을 아주 강력히 추천한다. 퀘스트가 늘어날 수록 매뉴얼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디자인이 끝난 회로의 Verification 화면이다. 지시받은 업무의 목적에 맞는 회로를 디자인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일단 위의 예제와 Verification에서 나타나는 패턴, 매뉴얼의 내용을 참고할 때 플레이어가 유추할 수 있는 게 몇 가지가 있다:

1) #를 붙인 건 메모다... 작동 안함.

2) mov는 말 그대로 전기 신호를 옮김을 의미한다. mov 뒤의 숫자는 양을 의미한다. 즉, mov 0의 경우 신호를 운반하지 않음을 의미하고, mov 100의 경우는 100에 해당하는 신호를 운반함을 의미한다. 

3) mov 숫자 뒤에 따라오는 것은 전기 신호를 어디로 옮기는가를 보여준다. 즉, mov 100 p0은 p0으로 100의 신호를 보낼 것을 의미한다.

4) slp은 sleep을 의미하며, slp 뒤에 따라오는 숫자에 따라 해당 사이클만큼 칩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이에 기초해서 두번 째 파츠를 다음과 같이 코딩하면, verification 화면의 패턴을 따라가는 신호를 생성할 수 있다. 

mov 0 p0
slp 4
slp 2
mov 0 p0
slp 1
mov 100 p0
slp 1


여기까지 하고 나니 내가 시방 뭐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디자인 verification을 거친 후 다시 concept mail로 돌아가면 업무확인 메시지와 함께 앞서 잠깐 설명했던, 내가 디자인한 회로의 성능/효율 등을 표기한 그래프가 나온다. 


그리고 이건 예제에 불과했다... 갈수록 퀘스트=업무는 복잡해진다. 예를 들어 네온사인 회로 디자인 하는 퀘스트만 해도 첫 번째 퀘스트에 비해 보다 복잡하다. 


완료하면 업무 확인 메일과 함께 그래프가 나온다. 보다시피 MC4000 부품을 세 개 썼고, 브릿지를 사용했다. 코드는 다음과 같다: 

mov acc p1
not
mov acc p0
slp 1


mov 100 p0
slp 6
mov 0 p0
slp 1
mov 100 p1
slp 2
mov 0 p1
slp 1


slp 6
mov 100 p0
slp 1
mov 0 p0
slp 2
mov 100 p0
slp 1
mov 0 p0


전력효율이 다소 떨어지지만 다른 사람들보다 코드라인수는 1-2줄 정도 적은 무난한 회로 디자인인 것 같다. 

아직 많이 깬 건 아닌데, 초반에 진짜 이렇게까지 고생한 게임이 없었던 것 같다. 특히 그 주사위 게임용 카운터 회로 디자인할 때에는 공략이 제대로 된 게 없어서 정말 1시간 넘게 씨름했던 것 같다. 코딩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은 그래도 할 만 할 것 같다. 난 기본적으로 이런 "언어"들이니 "문법"이니 하는 것 자체를 전혀 접해본 적이 없어서 집념과, 다른 회로들에 대한 유투버들의 공략들을 참고해가며 끼워맞춰갔다. 

간혹 보면 정말 놀라울 정도로 간결한 코드를 짜는 사람들이 있는데, 정말 경탄스럽다...

이 게임의 포인트 4: 코드의 이해도 및 부품 증가 등에 따라 회로를 보다 효율적으로 디자인할 수 있다. 남들의 디자인과 비교해서 내가 어디에 위치해있는지 보는 것도 꿀잼. 

(세상은 넓고 나는 부족하다는 것을 아주 많이 느낄 수 있게 된다.)


덧붙여 스스로 회로의 목적을 설정하고 코드를 짠 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퀘스트도 있다. 난 하지 않았지만, 컨텐츠를 늘리는 차원에서도, 또 "스스로의 목적을 달성"한다는 차원에서도 매우 의미있는 퀘스트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게임들은 목적을 이미 주어준다.) 

이 게임의 포인트 5: 생각보다 열려 있는 게임의 목적성. 


아, 그리고 보너스 퀘스트가 하나 있다. 팀장이라고 해야하나 주임이라고 해야하나, 매니저라고 해야하나. 플레이어에게 지시를 내리는 장지에 (张杰 Zhang Jie)가 딸이 디자인한 게임이라며 솔리테어 게임을 하나 던져준다. 단순한데 일반 솔리테어 보다는 좀 더 어려운 게임이다. 스팀에 이 솔리테어만 따로 풀려있기도 하다. 


이 게임의 보너스: 솔리테어 게임.


그 밖에도 다른 컨텐츠가 있을 수도 있겠는데, 일단 여기까지. 


이 게임은 분명 일종의 퍼즐 게임임에는 틀림 없는데, 구성이라든가 컨셉 같은 게 좀 특이하기도 하고, 때로는 내가 이게 일을 하는 건지 게임을 하는 건지 뭘 하는 건지 잘 모르겠는 그런 상황이 오는 게임이다. 

기회가 된다면 한 번 쯤 해볼만한 게임인 것 같은데 (덕분에 코딩이라는 것을 배울 용기가 생겼다는 게 함정이다), 진입장벽이 정말 상당히 높다. 

1) 분명 47페이지나 되는 매뉴얼이 있는데 막상 켜보면 뭐하는 게임인지 잘 모르겠음.

2) 코딩의 ㅋ자도 모르는 플레이어게는 헬헬헬한 난이도. (=접니다...) 그나마 해외 유투버들의 공략을 보며 따라하다보면 아, 이게 뭔지 알겠다 싶은 느낌이 들기는 함.

3) 영어. (중국어를 잘 해도 영어를 못하면 이 게임은 도저히 플레이 할 수 없다는 게 개그.) 텍스트의 양이 제법 방대하고, 특히 디자인하는 회로의 목적을 설명한 부분을 자세히 읽어봐야 하므로 영어를 못 하는 사람들에게는 차마 추천할 수 없는 게임. 매뉴얼 뒤지기도 힘든데 사전까지 뒤지라는 건 너무 고통스러울 것 같다. 그래도 기본적인 영어가 된다면, 또한 특히 코딩 좀 하실 줄 아는 분들은 다른 공략들 따라가면서 규칙성 맞춰가면 어떻게든 게임 자체는 플레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게임 프로그램 자체가 매우 가볍고, 플레이 시간도 (유저마다 갭이 엄청 크겠지만) 제법 길다. 나 같은 코딩 멍청이에겐 필연적으로 매우 긴 플레이시간을 보장하는 게임이다... 뭐 특별히 시간제한이 있거나 다른 압력의 요소가 없는 게임인지라 하다보면 괴로운즐거운 마음으로 뇌를 괴롭히며단련시키며 시간을 삭제시킬 수 있다. 


유저 리뷰들도 재밌다... 시간당 120불 받으면서 할 일을 내돈 17불을 주고 하고 있다라든가, 이것은 게임이 아니라 잡시뮬레이터라든가, 디자인하다 빡친다든가... 뭐 뇌를 탓하는 슬픈 리뷰들이 이 게임을 강추하고 있다. 저도 조심스레 이 게임을 추천해봅니다. 



참고로 이 게임의 개발사인 Zachtronics는 예전에도 이런 매우 공대스러운 게임을 만들었다고 하며, 그 후속작이 선전 I/O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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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마 카르타 14개월 사용기

2주 사용기 리뷰 보기 (2015/11/24): http://hyvaamatkaa.tistory.com/186 

알라딘발 크레마 카르타 사용기 업데이트 (2015/12/16): http://hyvaamatkaa.tistory.com/193



블로그 유입 내역을 살펴보니 생각보다 "해외"에서의 "크레마 카르타" 이용후기를 보러 온 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오랜만에 한 번 업데이트 해봄. 


1. 설탕액정이라는데 액정은 멀쩡한지

2015년 11월에 샀으니 약 14개월 정도 됐는데, 정말 다행스럽게도 액정은 아직은 멀쩡하다. 애초에 딱히 불량화소도 없었고, (해외에서 주문한 거라 있었어도 별 수 없었을 테고) 주로 방구석에서 사용해서 그런지 크레마를 떨구거나 할 일이 없었다. 

가끔 케이스 (아마존 발 케이스 + 뾱뾱이)에 넣은 크레마를 백팩에 담고 다니기도 하는데, 아직까지는 멀쩡하다. 솔직히 책이랑 물건 많을 때 넣으면 압력 때문에 화면이 나갈까봐 좀 불안한 면도 있어서 뾱뾱이를 아주 충실히 감도록 노력한다. 


2. 펌업

의외로 한국이퍼브가 지난 14개월 간 열심히 펌업을 돌리고 있다. 솔직히 첫 몇 달만 하고 그만 둘 줄 알았는데 올... 하지만 해외에서의 펌업 파일 다운 받는 속도가 극악이라 펌업을 하지 않은지 조금 오래되었다. 현재 들어있는 펌은 1.4.59고 최신버전은 1.4.66이니...

솔직히 말해서 따로 펌업파일을 컴퓨터로 다운받아 크레마에 설치할 수 있는 공식루트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크레마는 컴퓨터만큼 인터넷 연결이 안정적이지는 못해서 중간에 다운받던 파일 날라간 게 한 두 번이 아님. 특히 화면에 절전모드가 들어가면 와이파이도 자동으로 꺼지기 때문에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하려면 처음부터 다시해야 한다. 그 뒤로 업그레이드를 포기했다고 합니다. 


3. 터치감

그간의 펌업을 통해 아주 초창기에 비해서는 터치감이 조금 개선된 것 같다. 그래도 핸드폰이나 타블렛 이런 걸 기대해서는 안 된다. 그냥 크레마 쓰다보면 인내하는 마음가짐을 익히게 된다. 기대하지 말고 맘편히 쓰는 게 좋다. 독서노트 같은 건 그냥 폰이나 컴퓨터로 따로 작성하는 걸 추천. 


4. 서점 및 구매 목록

크레마가 생기고 미친듯이 이북을 사모으기 시작했다. 한동안 리디에서 50년대여인가 하는 초대형 이벤트를 돌리면서 미친듯이 재고를 쌓아서 지금 정말 앞으로 근 10년 내에는 절대 읽을 수 없는 양의 이북을 크레마 안에 넣고 다닌다.ㅠ 크레마가 문제가 아니라 크레마가 유발하는 지름신이 문제입니다... 

그래도 먼 해외에서 한글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게 정말 무척 고맙긴 하다. 학교 도서관에 제법 괜찮은 한국어 장서가 비치되어 있지만, 그래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니...

물론 이북도 완벽하지는 않다. 아니, 사실 없는 책 정말 많다. 유명한 책이더라도 출간된지 좀 됐으면 당연히 이북따위 없고, 학술서적이나 대중교양서가 아닌 사회과학 도서 등은 이북 찾아보기 매우 힘들다. 크레마 사용하면서 느낀 건데, 대부분의 이북리더들 자체가 장르소설이나 만화책, 교양서 같은 가벼운 독서하기에 최적화된 기기들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각종 이북 어플 정도의 독서노트 기능을 가진 논문 PDF 리더 프로그램이 나오면 바로 지를 것 같다...)

현재 사용 중인 서점은 다음과 같다. (참고로 크레마 기기에서는 이북을 구입을 하지 않고 따로 인터넷 등으로 구입을 함)

- 알라딘: 내 크레마 카르타가 알라딘 발임, 해외 신용카드를 받아줌, 리디북스에 비해 좀 더 이북이 다양한 편 (특히 사회과학 서적 등), 사은품 낚시가 장난 아님 (하지만 관세 및 배송 문제로 해외에서는 받을 수 없으므로 한국의 가족들이나 친구집으로 기증 중), 적립금 및 마일리지 혜택

- 리디북스: 50년 대여 이벤트 후 적립금 노예가 됨, 구매가 가장 손쉽게 되어 있음, 짜다시한 이벤트가 많은 편, 장르소설이나 가벼운 독서용 서적에 특화되어 있음, 다양성은 다소 떨어지는 편, 크레마에서도 쌩쌩 잘 돌아가는 앱, 해외 신용카드를 가장 쉽게 잘 받아 줌. 

- 아마존 킨들: 킨들로는 아주 급한 경우가 아니면 책을 사지는 않지만, 아마존 프라임멤버에게 매 달 공짜로 한 권씩 주는 책을 언젠가 읽을 거라며 열심히 담아두고 있음, 예전 후기글에서 말했듯이 중국어나 일본어 등 외국어 표기가 가장 훌륭함, 앱은 e-ink용이 아니라서 반드시 기기와 궁합이 맞는 버전을 찾아야하는 것이 함정. 

- 열린책들: 열린책들 세계전집이 크레마를 구입하게 한 결정적인 계기 중 하나였음... 안드로이드에서는 최고의 앱 중 하나지만 크레마에서는 그렇게까지 쾌적하지는 못함. 그래도 인터페이스도 예쁘고 책 볼 수 있으니 나는 됐다... 


펌웨어 업그레이드 부분과 마찬가지로 가끔 해외의 느린 인터넷 때문에 책읽기를 포기하는 경우도 발생함...


5. 크레마로 논문 읽기

이런저런 실험을 하다가 다 때려치우고 드랍박스+어도비 PDF에 정착했다. 별 건 없고, 드랍박스 앱을 깔아서 논문을 연동해둔 다음, 드랍박스 내의 논문 PDF파일을 크레마에 깔아둔 Adobe PDF 앱으로 불러와서 읽는 것이다. 하고만은 PDF앱 중에서 굳이 좀 무거운 Adobe PDF 앱을 쓰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1) 다른 기기에서 하이라이트나 메모 표기한 것을 크레마에서도 볼 수 있기 위해서는 Adobe PDF로 PDF 자체에 마크업을 하거나, 혹은 다른 기기들과 크레마 사이에 사용하는 앱을 통일해야 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크레마에서 사용하는 앱은 인터페이스가 가능한 간단해야하며 (터치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눌러야할 버튼이 많으면 크레마를 던지고 싶은 욕구가 발생할 수 있다) 지나치게 무거우면 안된다. 사실 드랍박스랑 어도비 두 개의 앱을 쓰는 게 귀찮아서 Mendeley로 통일하는 것도 고려했는데 비루한 크레마에서 사용하기에는 너무나 복잡한 앱이었다. 기타 앱이나 프로그램 통해 마크업 하는 대다수의 PDF리더 및 서지 프로그램들이 다들 그 모양이어서 그냥 다 포기하고 Adobe PDF로 가게 된 것이다. 딱 크레마가 돌릴 수 있는 마지노선의 느낌.

2) 논문을 확대할 때 의외로 Adobe PDF의 더블탭 기능이 유용하다. 어도비 PDF 앱에서 글의 본문을 더블탭하면, 해당 문단의 너비만큼 글자가 확대되는데 이게 화면이 작은 크레마에서는 굉장히 유용한 기능이다. 다른 보다 가볍고 훌륭하다는 앱들도 써봤는데, 애초에 화면 터치를 통해 줌인, 줌아웃하는 것 자체가 크레마에서 고통스러운 과정인지라 그냥 간단히 두번 탭하는 걸로 화면 확대가 손쉽게 되는 어도비로 정착했다. 참고로 텍스트 리플로우는 별로 쓸 게 못되고, 한 페이지 보기 정도가 딱 괜찮음. 

기기내 기본 ebook 어플이나 여타 이북어플을 통해서도 pdf를 볼 순 있으나 다들 2% 부족했다. 

주의사항: 크레마로 논문을 읽을 때엔 가급적 컴퓨터나 태블릿을 하나 옆에 두고 읽는데, 메모를 작성하고 논문에 마크업을 하기가 너무 힘들어서다. 이게 무슨 번거로운 짓인가 싶기도 한데, 어차피 도서관에서 빌려온 단행본 읽을 때도 책이랑 모니터 왔다갔다 하면서 작업하기 때문에 하다보니 적응이 되어서 나쁘진 않다. 


6. 크레마 터치, 크레마 사운드, 리디 페이퍼, 아마존 킨들...?

모른다!!! 적어도 14개월 전에는 크레마 사운드가 존재하지 않았고, 크레마 터치보다는 카르타가 더 좋은 모델이었으며, 리디 페이퍼는 해외 구입이 용이하지 않았다. 최근에도 바뀐 바 없는 해외 거주민이라면 그냥 크레마 진영 구입하는 수 밖에 없다.

참고로 미국의 경우 크레마 1대 들이는 건 관세 대상이 아니었다...만 요즘 미국이 격동의 시기를 보내고 있어서 자세한 건 찾아보는 걸 추천.  

아, 미국 거주민이고 한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된 이북을 많이 구매하여 읽는다면 킨들이 나을 수도 있다. 확실히 한국 이북 쪽에서는 영어나 중국어, 일본어 등으로 된 이북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냥 없다고 보는 게 맘편하다) 반면 아마존은 영어 원서야 뭐 말할 것도 없고, 중국어나 일본어 쪽으로는 그래도 약간 더 원서가 구비된 편. 어떻게 일마존이나 중마존과 연결이 되면 더 좋겠는데 아직 그 방법은 못 찾음. 한국어는 처참하므로 기대하지 말 것. 그리고 기본적으로 아마존에서 나온 대부분의 기기들은 소비자들의 구매를 수월케 하는데에 초점이 가 있는 편이므로 기기 내 구매 등이 더 쉽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게 장점인지 단점인지는 모르겠음.


7. 보호필름 여부

보호필름 안 붙이고 썼다. 지문이 좀 묻는 편인 재질로 이뤄진 기기긴 한데, 가끔 닦아주면 뭐 크게 낡은 느낌 없이 쓸만하다. 기계 내 단차가 없어서 먼지가 안 낀 다는 게 최고 장점 중 하나. 


8. 불편한 점 및 단점

장점이야 다른 곳에서 많이 나와있으니 쓰면서 느낀 단점 억지로 끄집어내 본다.

- 전원버튼이 불편하다. 14개월을 썼는데도 아직 적응이 안된다... 그래도 전원버튼이 내구성 있는 방식이라 내가 화면 깨먹기 전에는 고장나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 가끔 먹통이 된다. 기기 내 소프트웨어 자체가 별로 안정감을 주지는 못한다. 언제든 데이터 날릴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런데 정작 날려본 적은 없음. 가끔 SD카드 관련해서 에러가 생기는데, 그 때는 보통 SD카드가 빠진 상태에서 리셋 한 번 해주면 된다. 리셋버튼 생각보다 여러번 써본 것 같다.  

-기계에 먼지가 많이 들러붙는다. 그래도 괜찮다. 닦아주면 된다. 

- 유약해보인다. 언제 화면이 나갈까 조마조마하다. 떨어뜨리거나 압력을 주면 백프로 나갈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튼실한 케이스가 하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화면보호필름은 필요없는 것 같다. 

- 기기 내 구매 등이 불편해서 반드시 컴퓨터나 폰 등으로 책을 구매하게 된다. 기기 내 웹브라우저는 쓸 게 못된다. 또한 기기에 열린 서재용 앱을 넣고 빼는 것이나, 슬립화면 등을 넣고 뺄 때 반드시 컴퓨터가 필요하다. 케이블 연결하는 게 귀찮은 내게 카르마 앱 업데이트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펌웨어는 OTG로 연결없이 업데이트 가능) 


다 비교적 사소한 단점들이고 (불안한 내구성은 예외다. 기기의 만듦새는 괜찮지만 그와는 별개로 유약해보이는 면이 있음), 솔직히 잘 구매했다 싶은 전자기기의 목록의 상위권에 들어가있다고 생각한다. 논문 보기용으로 추천하기에는 좀 많이 조심스럽고 (사실 인쇄하기가 워낙 버거워서 다른 기기를 찾게 되는 건데, 그냥 태블릿이나 좋은 컴퓨터 모니터 구입을 추천), 한국어로 된 책을 구입하고 감상하는 게 목적이라면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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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걸어도 걸어도 (2008) / Open Tables (2015) / 동주 (2015)

최근 영화 볼 일이 좀 많았었음. 그래서 일단 몰아서 조금씩 리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걸어도 걸어도 (歩いても、歩いても), 시카고 기반의 즉흥코미디극(improv comedy) 영화 Open Tables, 이준익 감독의 동주. 

긴 리뷰는 언젠가 하는 것으로.


<걸어도 걸어도 > 歩いても、歩いても
    2008, 일본. 114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키키 키린, 아베 히로시, 나츠카와 유이, 하라다 요시오 등


영화관에서 10년의 세월을 살아낸 것 같다. 작은 조각들이 모여 삶을 이뤄내듯이, 그리고 서로 다른 삶들이 모여 가족을 기워내듯이, 섬세한 손짓과 말짓들이 모여 114분 짜리 한 편의 영화를 이뤄냈다. 
영화든 글이든, 작품을 만든다면 이렇게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감독의 인내가 겸비된 관찰력과 노련함이 매우 인상적이다.
지독하게도 현실적이게 평범한 가정이라 보는 내내 기분이 이상했다. 제목 뜻의 풀이 또한 무척 궁금하다. 

배우들의 연기들이 대부분 훌륭했지만, 특히나 여자 배우들의 연기들이 무척 인상깊었다.


<Open Tables> 
   
2015, 미국. 76분.
    Jack C. Newell 감독. 
    Desmin Borges, Beth Lacke, David Pasquesi, Joel Murray 등등

뚜렷한 주제의식, 목적이 분명한 실험, 그리고 좋은 제작진의 만남은 좋은 작품으로 이어진다. 영화와 즉흥극(improv) 장르가 만났을 때 발생하는 화학은 실로 멋진 것이고, 또한 그것이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순간의 눈빛과 몸짓 중에는 분명히 즉흥극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들이 있으리라. (즉흥) 코메디 장르인만큼 한글 자막이 없다면 좀 많이 힘들 수 있지만, 언젠가 한 번쯤은 꼭 목격해볼 만한 실험이다.

참고로 시카고의 유명한 즉흥코미디 극단 Second City쪽과 관련이 깊은 인디 필름으로, 감독인 잭 뉴웰은 최근 개시한 Second City의 영화학교에서 활동하는 중이다. . 

인디 영화라 구하기 힘들 것 같아서 예고편도 본문에 삽입해 봅니다. 




<동주>
    2015. 한국. 110분.
    이준익 감독.
    강하늘, 박정민 등 

분명 노련하게 빚어진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미묘한 곳에서 미흡함이 보인다는 점이 답지 않다. 그러나 윤동주 시인의 맑은 글들과, 그 글들에 대한 애정이 사진처럼 담긴 작품이기도 하다. 그 글들과 마음들이 그러한 단점들을 대부분 작품의 일부로 개워내준다. (윤동주의 글이 와닿지 않는 관객들에게는 영화는 다른 일제시대 영화와 크게 다르지 못할 것이다. 이는 달리 말해 소재가 영화를 하드캐리 했다는 뜻이기도 함. 매력적인 소재인만큼 함정도 많으니 말이다...) 이처럼 아름다움과 부족함 모두가 분명한 영화지만, 일단은 시와 문학으로 지새운 어둠들이 더 마음에 남는다. 

아, 박정민이라는 배우의 간절함 또한 매우 인상적이었다. 다만 여배우들, 특히 신윤주의 국어책 읽기는 정말 견디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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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치가사키 스토리 (3泊4日、5時の鐘), 2014

오늘은 좀 이상한 영화 하나 보고왔음.



치가사키 스토리 (3泊4日、5時の鐘; 3박4일, 5시의 종; Chigasaki Story)
88분
일본, 2014
감독_미사와 타쿠야
주연_스기노 키키, 이이지마 슈나, 나카자키 하야, 코시노 에나, 호리 나츠코 등
웹사이트: http://www.chigasakistory.com/


한국에는 별로 정보가 없는 듯 하여 간단하게 리뷰.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는 매년 가을 영화제가 열리는데, 이를 앞장서 홍보 겸 앙케이트 등의 목적으로 여름 내내 세계 영화를 무료로 상영 중이다. '코미디와 유머'라는 주제로 각국 대사관들이 선정한 영화들을 매 주 한 편씩 상영하는데, 이번 주는 일본이었다. 그래서 난 코미디를 기대하고 갔는데 뭔지 잘 모르겠는 걸 보고 왔다. 

영화가 얼핏 보기엔 정말 평범한 일본의 시골에서 여름을 보내는 영화 같아 보인다. 그런데 보다 보면 정말 눈이 휘둥그레지는 전개가 등장한다. 뭔가 정갈해보이던 영화가 갑자기 좀 의외의 수를 둔다고 해야하나. 같이 보러 간 일본인 친구들도 호불호는 갈릴지언정 좀 놀랍다는 반응은 비슷했다. 

일단은 감독이 뭘 찍고 싶어했는지 조금 알 것 같고 나름 섬세하게 짜내려고 노력은 했는데 그러다가 큰 그림을 놓친 것 같다. 영화에 전반적으로 다소 힘이 들어가서 좀 튀는 장면들이나 전개가 있어서 다소 애매한 영화가 되었다. 여름용 영화인 것은 확실하고, 영화 관람 타겟은 잘 모르겠음. 무언가 일본 영화답게 좀 지나칠 정도로 정갈하고 정제된 느낌을 주면서 미묘하게 튀는 구석들이 있는지라 색다르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하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좀 애매하게 볼 것 같은 영화고, 적어도 풋풋하고 상큼한 그런 청춘물을 찾고 싶다면... 글쎄..... 포스터의 느낌과는 사뭇 다른 영화라고 일단 못을 박아두고 싶다... 여심의 리얼리티를 보여주겠다고 영화 포스터에 나와 있는데 확실히 여성 캐릭터들에 힘을 많이 쏟긴 했고 나름 리얼리티라면 리얼리티... 

이렇게 욕 비스무레하게 썼지만 일단 감독이 조금 설익은 듯 하니, 좀 더 경험치가 쌓여 노련해지고 보다 과감해지면 후에 괜찮은 작품들을 기대해 볼만할 지도 모르겠다. 싹수는 조금 보이는 듯 한데... (그리고 실제로 찾아보니 과연 졸업작품이었다고.) 참고로 위의 포스터에서도 볼 수 있듯이 북경국제영화제 (얘도 BIFF임) 에서 신인감독 각본상을 탔는데, 정말 신인+각본상 이 조합에 최적화 된 느낌. 갈 길은 멀어보이지만 언젠가 좋은 감독이 될 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이 사람은 일본의 홍상수가 되고 싶은 건가하는 생각도 잠깐 했는데, 그만큼 세련되지가 못해서 보면서 좀 손발이 오그라드는 고통을 느낄 수도 있다. 특이하게도 어른들 연기는 대부분 괜찮았는데 좀 어린 축에 속하는 청년들이나 어린애들 연기가 영 별로였다. 캐릭터들이 확실한 편이라 그런지 주연을 연기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괜찮고, 특히 카린 역을 맡은 코시노 에나가 어찌 보면 정말 전형적인 캐릭터인데도 매력을 발산해내는 기염을 토한다. (특히 초반부~중반부가 인상적임) 감독이나 편집이 다소 밋밋한 부분에서 주연 배우들이 조금 하드캐리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엄청 섬세한데 이상하게 거친 영화임. 

일본인 친구 4명과 같이 갔는데, 나와 다른 한 명(女)은 별로라는 반응이었고 나머지 셋(男)은 좀 이상했지만 괜찮았다는 반응이었다. 불꽃놀이라든가 바닷가 같은 거 보면서 노스탤지어를 느꼈다는 말도 있었음. 그래, 너네가 집에 돌아가고 싶겠지...ㅠ_ㅠ 하지만 가장 격정적인 반응은 "내가 대학교 다닐 때는 저런 로맨스 같은 거 구경도 못했어!"와 "영화 못지 않은 드라마가 우리 랩에서도 있었어"였음. 이게 설레고 심쿵하는 로맨스냐고 하면, 음, 글쎄다. 


아무래도 전체 줄거리가 한국어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으니 내가 써봄... 

이 밑으로는 스포일러. 혹시 영화 볼 기회가 있다면 줄거리를 읽지 않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시 보신 분 있으면 저랑 대화 좀 해봐요... 



실제로 보면 영화의 줄거리를 따라가기 전혀 어렵지 않다. 캐릭터들도 확실하고 시간의 순서에 따라 쉽게 배열해뒀기 때문에 전혀 무리가 없었다. 분명히 인물들이 줄거리에 나열한 것보다 더 많고, 이곳에 쓰지 못한 각종 세심한 디테일들도 영화에 결을 더해줄망정 관객을 혼란스럽게 하지는 않는다. 목표의식이 비교적 뚜렷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하는데, 이 점은 정말 높이 사고 싶다. 

처음엔 뭐 이런 영화를 골랐나하며 일본 영사관의 무능함을 욕하고 싶은 마음이 솟구쳐 올라왔는데, 뭐 나름 고심해서 고른 것 같기도 하다. 혹시 한 번 더 볼 기회가 생긴다면 영상 편집을 좀 살펴보고 싶긴 하다. 딱히 눈에 띈 건 없었지만 말이다. 

음악은 좋음. 여름 냄새 물씬 남. 


앞서 말했지만 상큼한 청춘드라마가 보고 싶다면 조금 핀트가 안 맞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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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히가시노 게이고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이 책을 읽는 데에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아마 한 달 전 쯤 읽기 시작한 것 같은데, 가끔 짬날 때 조금씩 읽어왔다. 그러다 어제 오늘 술기운에 괜히 기분이 좋아 집어 들어 단박에 남은 부분을 다 읽었다. 


아무래도 띄엄띄엄 읽어서 그런지, 아니면 그저 글에서 느껴지는 따뜻함 때문인지 특별히 긴장감은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글이 끝나고 역자의 글을 슥 살펴보다가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나는 평소 일본 소설을 잘 읽지 않아서 별 생각이 없었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는 추리소설로 유명한 작가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도 분명 추리소설의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비록 자극적인 형사 사건이 주축이 되지는 않을지언정, 분명히 질문과 답으로 이루어진 글이었다. 왜 나는 장르를 읽어내지 못한 것일까, 그리고 이 글에 '추리 소설'이라는 장르를 다는 것이 이 글에게, 또 추리소설이라는 장르에 어떤 의미를 지닌단 말인가. 


글을 읽으며 독자들에 대한, 그리고 세상에 대한 작가의 놀랍도록 따뜻한 시선을 느꼈다. 또한 그 시선이 훈계라든가 가르침이 아닌, 편지와 대화로 이루어졌다는 점, 이러한 형식들을 소설 그 자체에 잘 녹여내어 서사의 개연성을 높였다는 점을 정말 높이 사고 싶다. 반드시 냉소적이고 날카로운, 혹은 자극적인 이야기들만이 능사는 아니구나, 이 글을 빚어내는 데에 얼마나 많은 품이 들었을까, 따뜻한 소설도 얼마든지 훌륭한 글이 될 수 있구나. (학문적 글읽기와 글쓰기에서 매우 중요시 되는 '비판적 사고'에 대해 최근에 좀 성찰할 일이 있었다.)


사실 소설의 잡화점과 편지는 어떻게 보면 제법 진부한 소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소재들을 가만히 인내심을 갖고 엮어 냄으로써 어떻게 다른 글, 새롭게 느껴지는 이야기가 탄생할 수 있는지 이 책을 통해 절절히 느꼈다. 작가의 인내심이 정말 빛나는 글이다. (동시에 지루하지 않은 완급조절 또한 일품.)


영화나 리뷰글 등이 아닌 온전한 글로서, 소설로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접해서 무척 기쁘다. (번역도 크게 거슬리는 부분이 없었던 것으로 보아 제법 유려한 모양.) 작가의 다른 글들이 궁금하다. 


섬세하면서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는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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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노이 TVDL 정규 면허로 교환하기

이것은 신분증빙서류가 아니라는 기괴한 붉은 글자가 박힌 TVDL을 사용한지 몇 년 만에 드디어 정규면허로 교환했다. 그런데 이에 관한 정보나 후기가 한국어로도 영어로도 도저히 구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내가 남김.


몇 달 간 고민했던 질문들 별로 답변.


1. TVDL => 정규 면허 교환시 아무 DMV나 가능한가?

원래 일리노이 TVDL은 지정 DMV에서만 발급이 가능하다. 문제는 지정 DMV 자체가 숫자가 적다는 것인데... 결론적으로 면허증 재발급, 갱신 및 교환을 취급하는 DMV면 다들 가능한 것 같다.  


2. 지참 서류는?

개개인의 신분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로 여권, 비자 관련 서류 (I-94, 학생이라면 I-20 등), SSN 카드 원본, 주소증빙서류 2부. 특히 마지막 주소증빙서류가 좀 까다로운데, 해당되는 서류의 목록은 일리노이 DMV 사이트에서 확인 가능함. 때때로 규정이 바뀌는 것 같으니 꼭 확인하고 갈 것. 예컨대 Bank statement는 되지만 아마 credit card bill은 안 되고, Tax form도 어떤 것만 되거나 안 되거나 하는 제한사항이 있다. 


3. 발급과정

DMV에 가서 서류 보여주고 번호표를 뽑는다. 번호 불리면 가서 서류를 다 내놓으면 시력검사 테스트를 하고 몇몇 질문이 오간다. 몸무게나 키에 드라마틱한 변화가 없으면 있는 정보 그대로 쓰는 것 같다. 신청서류를 가지고 Cashier에 가서 30불(!)을 낸다. (웬만한 신용카드는 다 받긴 하는데 30불의 경우 1불의 수수료가 붙는다.) 발급대에 가서 서명을 하고 (카드에 인쇄되는 서명임) 사진을 찍으면 1~2분 내로 면허증 발급 완료. 


사람 없을 때 서류 제대로 챙겨서 가면 금방 끝나는 과정이다. 


덧붙여 구글에 dmv 검색해서 나오는 첫번째 사이트는 공식 dmv 사이트가 아니다. 일리노이 dmv 사이트는 무슨 사이버드라이브일리노이인가 그럼.


행정과 관료주의에 대해 요즘 열심히 공부 중인데.... DMV는 정말 관료주의 공장 같은 곳이구나 싶었다. 

직원들은 매우 professional하고 생각보다 많이 친절했음. 진상의 기운이 뻗치는 사람들이 오가는데도 다들 행정에 도가 터서 그런가 매우 능숙하게 대처하는 걸 보고 와, 공무원은 진짜 하기 싫다,라는 생각이 들었음. ㅠㅠ (엄밀히는 professionalism도 관료제의 아주 큰 미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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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블로그 사진의 정체

오랜만에 블로그 커버 사진과 프로필 사진을 바꿔봤다. 




이 물고기 사진은 말 그대로 물고기 사진이다. 

더 큰 사진을 크롭한 것이다. 사진을 찍고 다시 돌려본 순간에서부터 이 물고기에 유난히 눈이 갔더란다. 




이것이 원본 사진이다. 

2010년 6월 노르웨이 북쪽 로포텐 제도의 '오'라는 곳에서 고통받으며 여행할 적 유스호스텔에서 찍은 사진이다. 참고로 로포텐 제도는 대구가 많이 잡히는 곳이다. 시기를 잘 맞춰가면 곳곳에서 대구 말리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예컨대 이런 거: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하여 모르긴 몰라도 대구잡이가 이쪽 생계유지수단의 큰 원천 중 하나로 알고 있다. 그런데 진짜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자신이 없다. 


다음으로 블로그 스킨 커버 역시 고르고 고르다보니 역시 북유럽에서 찍은 사진이긴 하다. 



이것은 스웨덴 중부를 관통하는 기차 인란스바난을 타며 찍은 사진이다. 시기 탓인지는 몰라도 외스터순에서 말뫼까지 가는 이 기차에는 손님이 오로지 나 하나였다. 기차 탑승인원은 나, 기차 스태프인 린다와 투리드, 그리고 운전수 올라프 아저씨 넷 뿐이었다. 

원래라면 린다와 투리드가 돌아가며 안내 방송을 하는 관광열차였으나 결국 우리는 그냥 수다나 떨고 말았다. 심지어 객실서 수다 떨다가 올라프가 있는 차장실에 가서 앉아서 노닥거렸다. 바로 그 때 기차 차장실에서 찍은 기찻길의 사진.


올라프에게 잠시나마 이런저런 얘기를 들었는데, 아직까지 기억나는 몇 가지 이야기들이 있다.

하나는 올라프가 전직 스웨덴 국영철도 (SJ) 기차 차장이었다는 것이고 은퇴 후 인란스바난을 운전을 소일거리 삼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둘째는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KTX에 관한 다큐를 봤다며 KTX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봤다는 것이었다. 역시 기차 차장...!

셋째는 올라프에게 들은 건지 린다에게 들은 건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순록과 무스의 구분법이었다. 비록 인란스바난이 느리긴 해도 기차는 기차인지라 가속도가 붙으면 세우기가 힘들다. 그렇다보니 간혹 동물들이 기찻길에 있다가 사고를 당하고는 한다. 이때 바로 순록과 무스의 차이가 드러나는데, 무스의 경우 기차가 다가오면 기찻길을 건너서 기차를 피한다고 한다. 하지만 순록은 기찻길을 따라서 기차를 피하려고 하기 때문에 (...) 많이들 죽는다고... 


반농담이겠거니와 했지만 어쨌든 결론은 순록이 무스보다 멍청한 것으로...



아무튼 두 사진을 블로그에 건 이유는 그저 마음에 들어서다. 

특히 기차 사진의 경우, 모니터도 유리로 만들어졌고 창문 또한 유리로 만들어졌다는 점에 착안해서 찍은 사진이기도 하고, 물방울이 창문에 남길 수 있는 여러 자욱들을 담을 수 있었기 때문에, 또 좀체 접근하기 어려운 장소에서 찍은 사진이라는 점에서 애착이 아주 많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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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보경심 메모  (0) 2012.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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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on Ministry (铁道)> 감상문

이것은 정식 리뷰문이 아님. 정식 리뷰문은 좀 더 관대하게 작성될 예정. 감독이 굳이 한국어 블로그까지 와서 글을 읽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좀 더 불만 위주로 써보겠음. 


**


영화 <Iron Ministry> (중국명: 철도, 铁道, 한국명 "철의 나라")의 감독 스나이데키는 하버드 센서리 에쓰노그라피 랩 (sensory ethnography lab, 이 따위로 음독해서 죄송합니다 감각민족지?라는 말이 맘에 안들었습니다) 출신이다. 애초에 영상인류학 자체가 글자 기반의 인류학적 기록에 대한 일종의 반동, 실험, 부연 등으로 태동했음을 고려할 때, 민족지적 실천과 소통을 활자와 시각을 넘어선 온갖 감각으로 실험해보는 그런 곳이라고 일단 이해는 하고 있다.


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발견했을 때만 해도 무척 반가웠다. 영화제에서 인류학을 전공한 감독을 본다는 것, 이 영화 자체가 센서리 랩 출신 작품이라는 점 등 때문이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다소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마음을 스쳐지나가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반가운 감정이 앞섰기 때문에 그냥 어물쩡 넘어갔다. 


1년 반 후, 다시 영화를 보게 되었을 때에도 나는 여전히 반가웠다. 1) 일단 한 번 본 영화고, 2) 1년 반사이에 나의 중국어와 중국에 대한 이해도는 비약적(...)으로 발전했으며, 3) 그 영화를 본 후 중국에 갔을 적 열차에 대한 남다른 관심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 남다른 관심은 영화 속 내용을 다소 부정하는 반감에 가까웠지만 어쨌든 '관심'을 길러줬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반감도 관심의 일부니까.) 


다만 이번에는 영화를 보고 나니 그 석연치 않은 감정을 언어화할 수 있었다. 이미 영화의 진행을 알았기 때문에 이것은 어떤 영화일까에 대한 다소간의 불안감을 덜고 좀 더 여유롭게 볼 수 있었다는 점도 크게 한 몫 했지 싶다. 감독과 패널들, 관객들과의 대담 이후엔 석연치 않은 감정이 복잡한 분노와 실망, 의구심 등으로 순식간에 바뀌었다. 


분명 이 영화는 다른 영화가 갖지 못한 특징들이 있다. 감독의 영상언어에는 분명히 인류학이라는 학문이 결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점, 3년 간의 촬영본을 편집한 작품이라는 점, 감독이 촬영하는 상황과 현지의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는 점, 스태프 없이 1인 촬영했다는 점, 소리나 물질에 대한 관심 등등. 하지만 이 대다수의 특징들은 그저 감독의 '실험성', 혹은 자신의 '영상제작자'로서의 정체성을 추켜 새우는 데에 소모되고 만다. 얼마나 소모되냐면은 감독의 윤리성에 굉장한 의구심이 제기될 정도로. 


영화를 보고 나서 느꼈던 찝찝함은 대충 다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가면 더 많음): 


1. 잠자는 사람들에 대한 촬영: 동의는 과연 구한 것일까? 길게 유지된 관계성에서 기반한 촬영인 것인가? 웃통 다 벗어 던지고 자는 사람들은 이 키 큰 백인이 비디오 카메라로 자신을 촬영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 중간에 촬영당하는 것을 목격한 잠자던 아주머니는 무슨 생각으로 계속 카메라를 쳐다봤을까?


2. 민감한 논의에 있어 촬영대상에 대한 보호 장치 부재: 티벳 얘기를 하거나 위구르 얘기를 하는 승객들의 얼굴을 그대로 넣었다. 동의를 구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촬영당함을 원치 않는 사람들이나, 분명히 정치적으로 (많이) 문제가 될 수 있는 발언 등을 그냥 그대로 넣었다. 심지어 신분증이 없어서 검표관이 데리고 나가버리는 신장 사람 얼굴도 고스란히 나온다. 과연 촬영 대상자들은 영상 촬영의 결과를 알고 있었을까? 특히나 카메라가 영화 카메라가 아니라 일반 비디오 카메라였는데? 


3. '이상한 중국'에 대한 이미지: 중국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재현하는 모든 영상을 대해 부정할 생각은 없다. 그것 또한 중국의 일부일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무려 '인류학 박사과정의 필드워크 중 촬영'이라는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는 영화다. 즉, 속칭 중국 전문가가 만든 필름이다. 그리고 그가 만든 영상은 미국의 TV나 대중매체 등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사실은 민주주의를 원하는 백성들', 소수민족에 대한 핍박, 고기가 주렁주렁 걸린 열차의 모습과 같은 이국적 풍경, 바닥의 쓰레기나 무질서한 차내 풍경에서 암시될 법한 후진성 등의 이미지들로 점철되어 있다. 다시 말해 '센세이셔널'한 그림들의 연속이라는 점이다. 그저 대중매체에서 소비되는 이미지를 재현할 것이라면 뭐하러 인류학 하는지 잘 모르겠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이 좀 복잡했고, 내가 오해하는 것인가 하는 일말의 망설임도 들었지만 Q&A 듣고 아, 이건 그냥 망했다고 생각함. 


내가 생각했던 부분들은 패널리스트들도 대체로 비슷하게 떠올렸던 것 같다. 그들이 던진 질문들 중에는 잠자는 사람들에 대한 질문도 있었고, 윤리성에 대한 질문도 있었고, 감독이 만약 미국에서 촬영을 했다면 무엇이 달라졌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이 질문들은 모두 친절하게, 그리고 '오해받지 않도록' 조심스레 문장화 되어 제기 되었다. 대화를 시도하였다.


하지만 감독은 대화를 거절하였다. 자신이 답하기 용이한 질문들에만 답을 하였다. 물론 감독이 모든 것을 답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패널들의 질문들, 그리고 연이어 관객에서 등장한 질문들 중 가장 큰 부분은 바로 윤리성에 대한 질문이었다. 이에 대해 그는 자신은 영상제작가지 도덕주의자(모럴리스트)가 아니라고 일축했다. 대화 거부의 순간이었다. 


패널리스트 중 한 명이었던 우리 지도교수님의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내 눈에는 그 옆의 친구 지도교수님 역시 미묘하게 그 미소가 바뀐 느낌이었다. 


관객석에서 또다른 질문들이 나왔다. 그의 교수법에 대한 질문과, 영화 속에서의 젠더 표현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이 나옴)에 대한 질문이었다. 분노를 꾹 눌러참고 나도 질문했다. 영상 제작시 의도된 관객은 누구며 당신의 목적/책임 등은 무엇이었냐고. 한국어로 옮겨쓰니 좀 대범해보이는데 사실은 나름대로 매우 정중하게 돌려돌려 질문했다. (편집 과정에 대한 질문도 했는데, 이는 순전히 나의 호기심에서 나온 질문이었다. 편집해놓고 나니 더 우선시하게 된 시기나 지역, 차종 등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나도 뭐 이렇게 대단한? 프로젝트는 아닐지어정, 학부생 시절 사회학과 친구와 같이 한 학기 내내 수십 시간 분량의 촬영 끝에 15분 50초 짜리 영상을 만든 적이 있었기 때문에 관심이 많았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니 이 질문도 다른 질문들과 연결이 된다.) 


다시 감독은 원하는 대답만 했다. 젠더 질문에는 약간의 변명도 있었는데 솔직히 좀 궁색했다. 


***


영상 제작에서의 윤리 문제는 몹시 중요하다. 그리고 이 영화 상영회에서 유난히 윤리 문제가 더 부각된 것은, 영화를 관람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동아시아, 특히 중국을 연구하는 학자, 대학원생이거나 영화를 연구하는 학자, 대학원생이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동아시아를 연구하는 분야 쪽에서는, 어느 지역이나 시대와도 마찬가지겠지만, 인종과 성별의 문제가 매우 부각되곤 한다. 아니, 실제로 학계의 수면 위로 부각되지는 못하고, 다만 많은 사람들이 은연 중에 그것을 느낀다. 연구주제는 누구에게나 열려있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정당한 근거 없이 '백인 남성'이라서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더욱 쉽사리 공격당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다수의 경우 실제로 그들은 '백인 남성'의 입지에서만 형성될 수 있는 지식에 대한 일반성을 쉽사리 이야기하고, 각종 지식의 권위를 아무렇지 않게 자처한다. 


툭 까놓고 얘기해보자. 이 영화는 감독이 성과만 따먹고 책임은 갖다 버린 케이스다. 또한 이 영화는 감독이 기성의 권위만을 맞추는 영화다. 검표원에게는 동의를 구하지만 사회적, 문화적 자본이 부족한 승객들에게는 동의를 구하지 않는다. 남성들보다는 여성들이 영상에 더 많이 출연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며, 영화에 등장하는 소수의 남성들이 핑계거리가 될 수 없는 것은 등장하는 남성들이 대부분 젊거나, 소수민족이거나 (백인감독보다 더 중국어 구사못하는 경우도 있다), 사회적/문화적 자본의 기반이 약한 사람들이다. 결국 영화에 등장하는, 혹은 등장하지 않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은 평등하게 대해지지 않는다. 이미 제목부터 망했다. Iron 'ministry'라잖아. 


감독은 자신이 중국의 다큐멘터리 제작자들과 많이 어울렸다고 했다. 과연 어떤 다큐 제작자들이었을까? 중국에서 나오는 다큐들 중에는 다분히 서구사회가 선호할 만한 이미지와 메시지로만 구성된 작품들이 꽤 있다. 그런 걸 나같은 인간이 보면 내가 중국인은 아닐지언정 입에서 쌍욕이 나오게 마련이다. 혹시 이런 사람들과 어울린건가?


***


영화 철의 꿈이 떠올랐다. 나는 철의 꿈을 매우 싫어했다. 한국에서 상영되기 전 이곳 영화제에서 보았을 적, 반가운 마음은 실망을 넘어서 분노로 치솟았다. 집에 오는 길 내내 같이 본 언니에게 영화 욕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물질에 대한 관심은 좋지만 그렇다고 같이 촬영에 임해준 사람들마저 매우 오만한 방식으로 물화시켜 버리다니, 용서할 수 없었다. 게다가 산업의 역사 뿐 아니라 처절한 투쟁의 역사 또한 존재했을 조선소에서 그 역사성과 시간성을 앗아가버린다. 철의 꿈 감독은 자신의 영화를 영화에 임해준 사람들 - 대다수가 조선소의 근로자들이다 - 에게 보여줄 수 있었을까?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자신의 이야기를 더욱 더 부추기고 다채롭게 만들기 위해 다른 이들을 소모시켜 버리는 것은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다큐의 원칙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부분들이다. 그 분노는 어디 가지 못하고 블로그에 기록될 뻔했으나, 당시 네이버에 철의 꿈 리뷰가 없어서 내가 차마 개봉도 안한 영화에 욕을 할 수는 없다는 마음으로 말았다. 다른 사람들도 화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여기저기서 상도 타고 호평을 받는 것을 보니 매우 혼란스러웠다. 나의 미적감각의 문제인건가? 나의 윤리적 감각은 너무나 한정된 분야에서 비롯된 것일까?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여기저기서 상도 받고 호평을 받았다.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인가? 나의 상식이 세간의 상식과는 맞지 않는 것인가?




***


학부생 때 김홍준 선생님의 영상인류학을 들었다. 이곳에서 보다 이론 위주의 영상인류학 수업을 들으면서 이따금 그때 작성했던 저널이나 쪽글들, 학과 내 과지에 영상인류학과 관련해서 기고한 글들, 그리고 우리가 만든 영상들을 다시 보면서 비교해보거나 되짚어 보곤 한다. (슬프게도 당시 촬영한 영상은 싸그리 다 소실되었고 화질이 아주 떨어지는 최종버전과, 화질은 덜 떨어지지만 편집이 다 되지 않은 B컷만 남아있다.) 생각이 생각에 꼬리를 물어 심지어 김홍준봇....을 찾아서 정독하는데, 몇 가지 마음에 꽂히는 말들이 있었다. 영화란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말과, 남들에게 보여주기에 부끄럽지 않은 영화에 대한 말들이었다. (트윗은 짧으니 내 맘대로 해석하겠다.)


솔직히 말해서 나랑 친구가 만든 영상은 진짜 조야했다. 영상도, 사운드도, 편집도, 기술적인 건 다 개판이었다. 우리의 영상은 관객들에게 강제 상영하는 것이 아닌 이상 '보아야 할 이유'가 없는 영상이다. 다시 말해 오로지 수업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영상이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착이 간다.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고 (부족한 기술은 부끄러움), 저널을 읽으니 당시의 치열한 고민들이 녹아있구나 싶었다. (다만 영상을 보았을 때는 그 치열한 고민과 갈등이 별로 드러나지 않았다. 아쉬워라.) 


영상 만들기를 처음 접한 것이 스나이데키 같은 사람이 아니라 김홍준 선생님이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솔직히 내가 남자가 아닌 것, 백인이 아닌 것이 원망스러운 순간들이 많았다. (특히 '필드'에 나가면 그런 생각이 간절하게 든다. 권력관계에서 을이 되고 싶지 않은 추악할지언정 솔직한 감정이다.) 그렇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나니 내가 속칭 '유색인종' (이 말에 대해서도 할말이 많음)으로서, 여성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이 삶에서는 불편할지언정 학문을 하는 데에서는 안일할 틈을 주지 않기 때문에 감각을 날카로이 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의 감독은 너무 안일했다. 누릴 수 있는 것이 많아서일까, 그것들을 모두 누리기만 했고 그에 수반되는 책임들은 회피하였다. 


***


이 영화를 같이 본 한 친구는 Act of Killing의 오펜하이머 감독은 자신의 영화에 대한 윤리적 지적이나 도전을 회피하지 않고 대화에 참여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만약 감독이 최소한 대화에 응했더라면, 도전이라도 했고 고민을 회피하지 않았더라면 오히려 난 이 영화를 좋아했을지도 모른다는 말로 오늘의 분풀이를 끝맺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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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op] 世界に一つだけの花 - SMAP (세상에 하나뿐인 꽃)

요즘 심신이 지치고 자존감이 슬슬 하향곡선을 그리는 것으로 보아

오랜만에 위안 받을만한 노래를 좀 들을 때가 되었다 싶었다. 

시시때때로 듣는 노래가 다른데, 오랜만에 아주 예전에 듣던 노래를 되새겨보았다.


한때 일본의 국민노래나 다름 없었던 SMAP의 "世界に一つだけの花"(세상에 하나뿐인 꽃). 

예전에는 손동작도 좀 외웠던 것 같은데 그새 다 까먹었다.

멜론에 앨범버전 노래를 찾지 못해 유투브의 (다소 슬픈...) 라이브만 줄창 이틀간 들었다.

다소 불안정한(...) 음정도 모두 용서될 정도의 예쁜 노래. 

밤을 지새우는 슬픈 대학원생들에게 추천합니다.

여러분들도 예쁜 꽃이에요. 









花屋の店先に並んだいろんな花を見ていた。

꽃가게 앞에 놓인 여러 꽃들을 보고 있었어요. 


人それぞれ好みはあるけど、どれもみんなきれいだね。

사람마다 각자 좋아하는 꽃은 있지만서도, 어느 꽃도 모두 예쁘네요. 


この中で誰が一番だなんて争うこともしないで、

그 중에서 누가 제일인지 다투지도 않고,


バケツの中誇らしげにしゃんと胸を張っている。

바구니 속에서 자랑스러운듯이 반듯이 가슴을 펴고 있어요. 


それなのに僕ら人間はどうしてこうも比べたがる?

그런데 우리 인간들은 어째서 이렇게나 비교하고 싶어하나요?


一人一人違うのにその中で一番になりたがる?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다른데도 그 중에서 일등이 되고 싶어하나요? 



そうさ、僕らは世界に一つだけの花

그래요, 우리는 세상에 하나뿐인 꽃


一人一人違う種を持つ。

한 사람 한 사람 다른 씨앗을 품고 있어요.


その花を咲かせることだけに

그 꽃을 피우는 데에만


一所懸命になればいい。

최선을 다해 전념하기만 하면 돼요. 



困ったように笑いながらずっと迷って人がいる。

곤란한 듯이 웃으면서 쭉 망설이는 사람이 있어요. 


頑張って咲いた花はどれもきれいだから仕方ないね。

힘들여 핀 꽃은 모두다 예쁘기에 어쩔 수 없네요. 

 

やっと店から出てきたその人が抱えていた

겨우 가게에서 나온 그 사람이 품에 안고 있는


色とりどりの花束と嬉しそうな横顔、

가지 각색의 꽃다발과 기쁜 듯한 옆 얼굴,


名前も知らなかったけれど、あの日僕に笑顔をくれた。

이름도 모르지만서도, 그날 나를 미소짓게 해줬어요. 


誰も気づかないような場所で咲いてた花のように…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는 그런 곳에서 피는 꽃 마냥...



そうさ、僕らも世界に一つだけの花

그래요, 우리도 세계에서 하나뿐인 꽃


一人一人違う種を持つ。

한 사람 한 사람 다른 씨앗을 품고 있어요.


その花を咲かせることだけに

그 꽃을 피우는 데에만 


一所懸命になればいい。

최선을 다해 전념하기만 하면 돼요.



小さい花や大きな花一つとして同じものはないから、

작은 꽃이든 큰 꽃이든 하나도 같은 것은 없으니,


No.1にならなくてもいい。

넘버 원이 되지 않아도 좋아요. 


もともと特別なOnly one。

원래부터 특별한 Only one이니까요. 




(급한 발번역의 산물입니다. 오타, 오역 지적 달갑게 받습니다.) 

(공부는 안하고 오밤중에 뭐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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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객섭은낭 (2015, 허우샤오시엔) - 2

(미완성 리뷰)


몇 달 전에 자객섭은낭을 본 후, 기회가 되면 꼭 다시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마침 근처에서 특별상연을 해서 또 보고 왔다.


두 번째 관람기의 감상평. (첫 번째 거는 블로그 어딘가에 있다.)

까먹기 전에 생각나는 것들:


1) 드디어 스토리를 이해했다. 이번엔 가급적 영어 자막을 보지 않고 귀를 열어두려고 노력했는데, 조금 효과를 보았다. 사실 자막의 번역 퀄리티 그 자체가 나빴다기 보다는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첫째, 관객의 자막을 읽는 시간에 대한 배려가 거의 없다. 두 번 읽을 속도의 자막은 바라지도 않는다. 한 번 읽기도 벅차다. 애초에 영화가 대화를 최소화 해서 대사 하나하나가 복잡한 편인데, 자막마저 읽어볼 시간도 없이 사라져버리니 따라가기 벅찼다. 


둘째, 중국어와 영어의 친족호칭용어 문제가 있었다. 영어와 달리 중국어는 친족호칭이 매우 발달되어 있다. 모든 친척 하나하나에게 서로 다른 호칭어가 붙고, 상대적인 관계에 따라 호칭이나 지칭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한국어도 마찬가지다.) 말을 줄이는 과정에서 인간관계는 바로 이 호칭 및 지칭 체계에서 드러나는데, 영어로 번역할 길이 없음. 친족 외에도 상대방의 지위를 부르는 방식에서 드러나는 인간관계가 영어 자막으로는 드러날 수가 없다. 이것이 만약 책이었다면 각주, 미주나 괄호에 설명을 덧붙일 수 있겠지만, 영화의 자막이라는 것은 전혀 성격이 다르다. 시간과 공간이 한정되어 있다. 예컨대 고모부(姑丈)가 uncle로 번역되었을 때 잃게 되는 관계의 복잡성을 커버할 길이 없고, 분명히 중국어로는 티엔지안과 니에인냥이 사촌관계(表兄妹)라고 한 것 같은데 영어 자막에는 그저 둘이 약혼 관계였다 정도로만 나오니 얽히고 섥힌 가정사가 잘 보이지 않을 수 밖에 없겠다. 혹은 각종 지위에 대한 경칭들, 예컨대 마마(娘娘), 주공(主公) 등의 단어들이 your highness로 번역될 때, 혹은 사부/스승님(师父)과 주공(主公)이 모두 Master로 번역될 때 소실되는 것들이 지나치게 많다. 



2) 모두들 영화의 시네마토그래피를 기대하지만, 사실 사운드가 진짜 대단하다. 조용하다 느끼지만 사실 영화에서 소리가 제거되는 일은 없다. 이에 대해서는 날잡고 길게 생각해봐야겠다.


3) 저번 영화관과 달리 이번엔 영화관 스크린이 반 정도로 작았다. 한 번 영화를 봐서 그런지, 혹은 스크린이 작아서 그런지 저번처럼 영상을 보고 숨이 탁 막히는 경험은 하지 못했다. 라이프오브파이 이후로 큰 스크린이 가장 아쉬웠던 영화.


4) 사운드가 끝내줬는데, 영화관에 환풍기? 에어컨? 뭐 그런 게 계속 돌아가서 상당히 신경이 쓰였다. 영화가 이처럼 조용하지 않았으면 티가 안 났을 텐데.


5) 니에인냥이 티엔지안에게 후지가 임신한 사실을 말할 때 큰 소리로 웃은 사람이 있었다. 뭐가 웃긴 건지 모르겠다. 생각해보니 무협이라는 장르, 각종 동작이나 소품들에게 당연히 부여되는 의미들을 전혀 픽업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스토리가 어렵다기 보다는 그 전달방식이 친절하지 않은데다가 자막의 한계로 이해를 하기 위해 상당한 인내가 수반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어떠려나. 불친절한 스토리의 갑 (관객이 엽문 이야기에 대한 어느 정도 이해가 있다고 가정하고 들어갔다고 생각됨)이었던 일대종사가 한국서 개봉했을 적, 같은 상영관에서 영화보던 많은 사람들은 중도에 나가거나 잠들었다...


6) 중국에서는 당대 복식 등에 대한 고증이 부족하다고 욕을 하는 자들이 있다고 했다. 솔직히 이미 건물부터 일본식인 게 드러나는데 (로케가 동아시아 여기저기임) 복식이 문젠가. 게다가 언제부터 무협이 그런 것에 그렇게 신경썼던가. 


다만 이와는 별개로 어떤 소비해야만 하는 이미지들을 구현하기 위해 활용한 장치들에 대해 반감이 들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소위 잘못된 복식들도 그 예일 것이고, 소위 웨이보라는 변방국을 묘사하기 위해 차용한 몇몇 장치들 - 예컨대 왕실에서의 연회 등- 이 눈에 띄기는 했다. 기본적으로 무협영화를 지향하니 미적으로, 형식적으로 충분히 허용이 되는 범주라고는 생각되며, 이런 이유로 허우샤오시엔의 영화가 무협장르를 깨부수기 보다는 그 장르를 좀 더 능숙하게, 미적으로, 매우 정교하게 확장시킨 것이라 말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7) 오늘도 여전히 자신공주(嘉信公主)를 비롯한 몇몇 캐스팅의 국어책 읽기는 견디기 힘들었으며, 자청공주(嘉诚公主)의 악기 연주는 듣기 괴로웠다. (그리고 둘은 한 배우가 연기함 ㅠㅠ) 후자는 배우의 죄가 아니지만 괴로운 건 괴로웠습니다... 포스는 쩔던데 왜...


8) 대륙 배우들은 대체로 보이스트레이닝이 잘 되어 있는데, 이 '보이스트레이닝'이라는 훈련된 목소리와, 또 그것을 듣는 훈련된 (대륙) 대중의 귀 (+전문성우의 더빙도 매우 흔함)가 영화의 미적인 구성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일까 궁금해짐.


9) 같이 영화 본 친구의 가장 큰 혼란의 순간은 바로 정정아/징징얼(精)의 등장이었다. 섭은낭이라고 생각했고 누군지도 몰랐던 것 같다. 사실 나도 중국 사이트 뒤져가면서 찾아보지 않았으면 몰랐을 것 같다. 이름따위 등장하지 않았고 이름 역시 중국 사이트 뒤져서 알게 된 것.


기타 등등은 나중에 시간 내서 다시 정리하고 올리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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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차이쥔 - 모살 (谋杀似水年华) [스포일러 주의]

리디북스에서 중국 추리소설인 '모살'을 무료 공개하였다. 

그래서 궁금해서 봤다.





http://ridibooks.com/event/3350



주 배경은 상하이고, 작가가 나름대로 사회적 문제를 담아보려고 한 결과 농민공이라든가 본지인/외지인 문제, 빈부격차 이야기 등이 인물들을 움직이는 주요한 장치로 등장한다. 이런 게 한국에 공개됐는데 안 읽을 순 없지!! 재미도 재미지만 나름의 연구의지와 부채감 때문에 읽은 면도 없잖아 있다. 


아마 지금은 5화가 무료 전화 됐을 건데, 한 삼일 전에는 4화까지만 공개된 상태였다. 속도감 있는 전개 때문에 뒷 부분이 무척 궁금하여 결국엔 인터넷에서 중문 원서를 찾아보았다. 부족한 중국어 실력 때문에 번역본을 읽는 것보다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렸지만, 그래도 깊이 있는 내용이라기 보다는 정말 스토리에 집중하면 되는 글이라 그렇게 어렵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지금 막 다 읽은 참이라 (그렇다 페이퍼를 쓰지 않고 소설을 읽고 노는 중이었다...) 생각이 아직 정리가 되지 않았지만 읽고 나서 느낀 점을 몇 가지 써본다.

아, 그 전에 세 줄 요약:


크리스마스 때 할 일 없는 심심한 분들 킬링타임용으로 읽기엔 훌륭합니다. 무료니까 속도감 있는 전개가 인상적입니다만, 깊이 같은 건 기대할 게 못 됩니다. 이 책으로 중국을 배울 필요는 없으며, 중국 사회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해가 있으시다면 글이 좀 불편(불쾌?)할 수도 있겠습니다. 






[스포일러 주의]









1. 리디는 이 책의 작가를 두고 '중국의 기욤 뮈소'라고 소개한다. 기욤 뮈소의 글을 읽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으나, 이 책이 그렇게 대단하냐면 잘 모르겠다. 글을 읽는 내내 마음 속에서 글에 대한 평가가 계속 바뀌었는데 결론적으로는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상업추리소설이다 - 정도. 사실 한 4부까지만 해도 글의 독자가 누군가에 대한 생각을 끊임없이 하면서 생각이 많이 오갔다. 그 시점에서 내렸던 소결은 이 책의 '사회적 시선'이라는 것은 결국 농민공이라든가, 상해 본지인이라든가, 고위층 자제 등에 대한 여러가지 환상들을 결합해 추리 소설에 끼얹은 정도라고 생각했다. 


 리디 공개 부분으로 치면 한 5부 정도의 포인트에서는 치우셔우(秋收)의 이야기에 집중하면서 농민공, 공장 노동자의 애환 등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온다. 이때만큼은 아, 이 글도 잘하면 그냥 추리소설이 아니라 좀 더 깊이 있는 글이 될 수 있겠다하는 기대심으로 페이지를 넘겼지만, 문제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하면서 나의 기대심도 같이 풀렸다. 나는 사회와 타인에 대한 관심을 본격적으로 밀어붙이는 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결국 이도저도 아닌 치정극으로 끝나버리면서, 사회의 아픔을 그저 소비하는 글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기분이 나빴다. 즉, 작가가 어떤 계급의 대표로 그려내는 각 인물들의 삶을 입체적으로 그려내기는 커녕, 그저 주변에서 쉽사리 소비되는 이야기들로 너무나 진부한 인물들을 그려냈다는 인상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일까, 읽으면서 불편해 미치는 줄 알았다. 



2. 모살을 읽으며 중국에서 볼 수 있는 세 가지 문화 소비재들이 떠올랐다. 하나는 소시대 (小时代) 나 수많은 드라마 등으로 대표되는 부자들에 대한 환상과 동경 (그리고 그들의 치부를 드러냄으로써 성립되는 멸시)을 그린 소비 컨텐츠들이다. 모살에서는 주인공 샤오마이의 남자친구인 셩짠(盛赞)과 그의 어머니, 와이탄에서 작업을 거는 페라리 남자 등에서 투영해 볼 수 있다. 그 밖에 드라마 등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신데렐라 스토리들 또한 이에 해당하겠다.


두 번째는 마윈의 성공신화를 비롯해 각종 스타트업의 창업전설로 대표되는 소위 '성공기' 이야기들이다. 이들은 주로 두 가지를 한꺼번에 얘기한다. 한 가지는 어려움을 뚫고 각고의 노력 끝에 물질적으로 성공하는 젊은이들의 고생담이고, 다른 하나는 이러한 성공이 가져다준 물질적 행복이 가져다 주는 허무함이다. 예컨대 제작년 중국을 말 그대로 강타했던 <중국합화인>과 같은 영화라든가, 향촌에서 봉사하는 삶>>>>>부잔데 혼자만 남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공익광고가 이에 해당하겠다. 이는 앞서 언급한 부자들에 대한 환상과 동경과도 맞물려 있다. 치우셔우가 이를 대표하는 인물이겠고, 이를 목도하는 구페이는 이러한 컨텐츠에 나오는 조연(=관찰자)의 역할에서 얼마나 벗어나는지 잘 모르겠다. 멀리 보면 결혼 잘 해서 잘 나가게 된 셩짠의 아버지 셩스화(盛世华)도 어느 정도 해당되겠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왕펑(汪峰)의 춘천리(春天里) (실제로 치우셔우의 삶을 그리는 어느 장에서는 이 노래의 가사로 장이 시작된다)라든가, 안즈(安子) 등으로 대표되는 소위 다공문학(打工文学)에서 볼 수 있는, 농민공들의 삶과 애환에 대한 내용이다. 내가 자세히 알아본 적이 없어 뭐라고 말은 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모살을 읽으면서 떠올랐던 것은, 첫째 과연 단순히 이들의 애환을 나열하는 것 만으로 <모살>이 이들을 헤아리고 위로할 수 있는, 혹은 적어도 사회의 다른 구성원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줄 수 있는 글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었다. 이에 대해 나는 아니라는 생각이 강력하게 들지만 내가 무슨 말을 할 자격이 있는가는 모르겠다. 다만 차이쥔이라는 작가가 상기한 것들이 연상되는 컨텐츠들을 생산이 아닌 소비하는 축에 속한다는 생각은 끊임없이 들었다. (솔직히 주강 삼각주 지역에서 떠도는 치우셔우 얘기가 몰입감이 좀 떨어졌다ㅠ 다들 이미 아는 이야기 수준에서 언급되어서 그런가...)


뭐 일단 내가 만났던 농민공들을 돌이켜볼 때, 삶 조차도 너무 버거워 이런 글을 읽을 것 같지도 않지만 말이다. 



다시 말해 <모살>은 이미 광범위하게 소비되고 있는 장르들을 또다른 훌륭한 소비재로 한데 묶어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어떻게 보면 이 글 자체가 시한폭탄 같은 팍팍한 중국 사회에서 쉽사리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산물이기에, 그만큼 한계가 보인다는 생각도 들었다. 



3. <모살>의 등장인물들은 지극히 평면적이고 예측가능하다. 그나마 가장 입체적이었던 것은 샤오마이 정도지만, 샤오마이의 배경에 대해 조금 설득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샤오마이는 앞서 2번에서 말한 각종 혼합된 장르에서 조금 벗어나는 것 같은 인물이다. 샤오마이는 가난한 집의 소녀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부잣집 소녀도 아닌, 상해 호구를 가진 경찰의 딸이다. 아버지와의 관계는 이미 틀어져있고, 이따금 충동적인 면 같은 것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일개 경찰의 딸이 무슨 재벌가 아들들을 만나고 다니는가... 물론 상해호구는 매우 귀한 것임에 틀림없지만, 이만큼은 아니다. (상해 호구를 가졌으나 빈곤에 처한 도시빈민들도 무수히 많다.) 결국 외모로 귀결되는 건가요.... 


치우셔우라는 캐릭터 설정에 대한 아쉬움도 많다. 작가는 치우셔우를 통해 어느 순간 농민공과 소위 개미족(蚁族)이라 불리는 취업하지 못한 젊은이들을 동일선상에 놓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정말 불만이 많다. 치우쇼우는 어디서 각종 사회, 문화자본을 취득했는가? 과연 대학까지 나온 이족과 고졸의 농민공을 동일선상에 놓을 수 있는가? (참고로 적어도 내가 만난 대부분의 농민공들은 중졸이었다. 이는 의무교육이 중학교까지기 때문.) 이들이 갖고 있는 아픔의 경중을 따지자는 게 아니라 이들의 아픔의 결과, 이들이 바라보는 사회, 세계, 시간은 필연적으로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다시 돌이켜보니 이들의 납득되지 않는 배경이나 그나마 존재하는 '입체성'이라는 것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법한 인물을 그림으로써 성립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즉 누가 읽어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인물들을 그려냄으로써 소설이 지향하는, 혹은 이 소설을 탄생케 한 각종 사회적 환상들을 충족시키는 것이 아닐런지. 작가가 이를 정말로 의도했다면 이는 매우 영악한 장치라고 밖에는 표현을 못하겠다. 


아 뭐 할 말 더 있었는데 나중에 작성하는 걸로...



4. 까먹기 전에 한 가지 더.

이미 영화화가 결정되었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 이 소설을 영화화는 것은 독배 마시는 거다. 책을 보면서 안젤라베이비가 주연한 영화가 어떻게 그려질지 상상해봤는데... 이거 타깃층을 생각하니 마음이 답답해졌다. 


이것도 나중에 다시 보충하는 걸로...



5. 혹시나 오해할까봐 다시 말하지만, 추리소설로서는 무척 재밌다. (진짜 재밌다. 그래서 페이퍼도 집어 던지고 중국어로까지 찾아 읽었다....) 좀 용두사미 느낌도 나고 마지막엔 약간 허무하기도 하지만, 속도감 있는 전개와 얽히고 섥힌 인간관계, 그리고 지나치게 무리하지 않는 부분 등이 돋보인다. 크리스마스 때 심심한 여러분께 킬링타임용으로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무료니까)

그렇지만 이 책이 어떤 아주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한 책이냐면, 그건 또 아닌 것 같다. 어디선가 광고에 '사회파 소설'이라는 문구를 본 것 같은데, 사회파라는 단어가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뜻이라면 조금 동의하기 어렵다. 킬링타임, 오락용으로 차위쥔의 다른 책을 볼 일이 생긴다면 모를까, 차이쥔이라는 작가가 별로 궁금해지지 않는다. 



6. 중국 사회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한국 독자들에게 어떻게 읽힐 것인가는 조금 다른 문제겠다. 사람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을까? 무척 궁금하다. 나중에 평이나 좀 찾아봐야겠다.



뱀발: 

생각해보니 혹시 문체가 마음에 안 들어서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라면 이렇게 안 썼을텐데... 혹은 나라면 이런 저런 걸 더 살렸을 텐데... 하는 부분들이 없잖아 있었다. 취향의 문젠건가?? 


뱀발2:

번역가가 거른 것들이 좀 있다. 말장난 때문에 어렵다기 보다는, 독자가 중국사회에 대한 이해도가 어떻냐에 따라 번역이 어렵겠구나 싶은 부분들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리디에서 6화까지 다 공개되면 한 번 재빨리 살펴봐야겠따. 번역이 궁금함.

사실 처음에는 아 왜 죄다 발음기호로 인명, 지명을 사용하는가에 대한 불만이 있었는데 (특히 맨 앞의 음식 이름들...), 원문의 이름들을 보고 대번에 납득하였다... 샤오마이는 소맥(小麦)이고 치우셔우는 추수(秋收)다.... 셩짠은 성찬(盛赞)이니까 좀 나으려나... 이 뭐...


벰발3:

한 3~4부 까지 읽었을 땐 너무 재밌어서, 중국의 책/영화 평점사이트인 도우반(豆瓣)에서 별점이 왜 이리 낮을까 참 궁금했더란다. 읽고나니 이해가 감... 참고로 도우반 가면 진짜 다양한 평들이 넘쳐나는데, 혹평들도 상당히 눈에 많이 보인다.  "쓰레기, 차이쥔은 글 그만 써라" 뭐 이런 평들도 있는데, 가장 웃겼던 건 "내 세 시간을 모살당했다" 였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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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동요리 말장난 열전 - 1

먹는 사진 잔뜩 올리다보니 멈출 수가 없다...

이거만 올리고 멈출 것이다.

이번엔 광동요리를 주제로 한 말장난.


참고로 중국 내에서도 광동 사람들은 뭐든지 먹는다고 알려져 있다. 이때 주로 예로 등장하는 것이 "광동 사람들은 심지어 천산갑(穿山甲)도 먹는대!" 천산갑은 아르마딜로처럼 생긴 갑옷 입은 열대성 동물.




이것이 천산갑. 그런데 이미지 검색하니까 미얀마의 정력식품으로 등장한다... 

(한국인은 정력, 미용 이런 거 붙으면 뭐든 다 먹을 것 같다)

사진 출처는 주소가 기므로 링크로 대체



아무튼 본론으로. 

친구의 위챗에서 봤던 내용이다. 



A: 听说广东人好像什么都吃的哦。

   광동 사람들은 뭐든지 다 먹는다더라.

B: 是吗? 小孩也吃?

   그래? 어린애들도 먹어?

A: 他们有一种饭叫煲仔饭。

    보짜이판이라는 게 있대.  

    (*짜이仔는 어린아이나 젊은이의 뜻을 가짐. 예: 농민공 청년은 다공짜이打工仔, 카우보이는 니우짜이牛仔) 

B: 除了煲仔饭, 他们还敢吃点别的再恶心点的吗?

   보짜이판 외에도 혐오스런 걸 또 감히 먹어? 

A: 人头饭。

   사람 머리를 먹는대. 

B: 除了煲仔饭,人头饭,还敢吃点别的吗?

   보짜이판과 사람머리 외에, 또 감히 먹는 게 있어?

A: 老婆饼。

   마누라빵이 있대. 

B: 能不吃人吗。

   사람 안 먹을 순 없냐.  

A: 油炸鬼。

   기름에 튀긴 귀신을 먹는대. 

B: 有种吃艘船?

   선박 같은 것도 먹나? 

A: 艇仔粥。

   보트 죽을 먹는대. 

B: 不服,换种交通工具

   말도 안돼, 교통수단은?

A: 车仔面。

   자동차 국수를 먹는대. 

B: 只是醉了他们能吃种我听不懂的吗?

   혹시 그냥 내가 취해서 그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것들을 못 알아듣는 건가? 

A: 薄撑。

   아닐걸. (*사실 정확한 뜻을 모르겠는데, 한자를 그대로 읽으면 '얇게/경미하게 받치다'의 뜻임.)

B: 。。。有更没下限点的吗!

  ... 더 노답인 것도 있어?

A: 鸡屎藤饼。

   닭똥넝쿨빵! 

B: .....(Knock Down)

   ..... (기절)



이게 뭔소린가요 도와줘요 스피드왜건! 



일단 농담 자체가 아마도 광동 사람들이 쓴 것 같다. 그쪽 사투리가 미묘하게 느껴지는 듯한 착각... 하지만 나의 일천한 중국어는 믿을 게 아니된다ㅋㅋ


본문에서 첫 줄을 제외하고 A가 말한 모든 것은 실제로 있는 음식의 이름들이다. 한자로 그대로 읽으면 시방 이게 뭔 소리여 싶은 것들인데, 사실 정말 멀쩡히 존재하는 음식들이며, 사람이라든과 귀신이라든가 뭐 그런 것들과는 관계가 없다. 


(*귀찮으니 번체는 가급적 생략...)


1. 보자반 (煲仔饭) 우선 보짜이판의 경우 이 블로그 어딘가에서도 한번 등장했다. 




내가 맨날 복짜이 복짜이 노래하는 밥인데, 사실 광동어 발음은 뽀짜이반 쯤 된다. 이 솥이 바로 보짜이(煲仔)라고 불리며, 여기다 특제간장, 고기, 채소, 달걀 등 원하는 재료를 넣고 해먹는 솥밥이다. 이거 엄청 맛있다. 한동안 온 집안이 이거에만 꽂혀서 이거만 죽어라 먹었던 적도 있다... ㅋㅠ



2. 사람 머리 밥, 인두반 (人头饭/人頭飯)



(출처: http://bbs.macau.fang.com/salon~-1/69770367_69770367.htm)



사실 인두반은 음식 이름은 아니고 1인당 1밥을 뜻한다. 예를 들어 "四碗人头饭" 인두반 4그릇!이라고 하면, 밥공기 네 개를 뜻하는 셈. 아마도 4인분의 밥을 달라하면 공기에 안 담아주고 대접에 한번에 쓸어 담아주는 것과 비교하는 용어인 것 같다.



3. 마누라빵, 노포병 (老婆饼)


광동성 초주(潮州)에서 먹는 딤섬 종류의 하나로, 달다구리한 디저트라고 보면 되겠다. 참고로 이거 맛있다. 달걀, 밀가루 베이스의 페이스트리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안에 과일이나 뭐 이런저런 소가 들어있기도 하다.



출처: http://www.qbaobei.com/UploadFiles/yswh/2013/3/201303121532321957.jpg


출처: http://www.meishij.net/zuofa/laopobing_10.html (레시피도 있다)




노포병에는 나름의 스토리가 있다고 한다. 여기저기서 퍼온 스토리를 대충 해석해보자면...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광저우에 청조 말기에 설립된 오래된 찻집이 있었다고 한다. 이 찻집은 딤섬과 전병류의 음식으로 매우 유명했다. 그러던 어느 날, 찻집에서 일하던 초주 출신의 딤섬 요리사가 가게에서 온갖 종류의 대표적인 다과를 집에 가져가 부인에게 먹어보라고 주었다. 그런데 이 요리사의 예상과는 전혀 달리, 부인은 다과를 다 먹은 후 가게의 딤섬이 맛있다고 칭찬도 하지 않을 뿐더러, 심지어 불쾌한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찻집의 딤섬은 뜻밖에도 무척 평범한 듯 하며, 우리 어머니의 딤섬인 동과각(冬瓜角)과 비교조차 못할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은 요리사는 당연히 불만스러웠고, 아내에게 이 "동과각"이라는 것을 한 번 먹어보자고 말했다. 그러자 아내가 동과(채소의 일종)로 만든 소(팥소 할때 소)와 설탕, 밀가루를 이용해 누르스름한 색을 띠는 "동과각"을 만들었다. 초주 요리사는 이를 먹어보고서야 과연 이 동과각이 시원하고 달콤한 것이, 아내 친정집의 딤섬을 칭찬하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고 한다. 


이틀 뒤, 초주 출신의 요리사는 이 동과각을 찻집으로 가져가 모두에게 먹어보라 하였고, 찻집의 주인이 이를 먹어 본 후 요리사보다 한 술 더 떠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였다. 찻집 주인은 요리사에게 이 전병은 어느 찻집에서 만든 딤섬이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요리사는 "초주 부인이 만든 것이오!" 라고 답하였다, 이리하여 찻집 주인은 즉흥적으로 이를 "초주노포병 (潮州老婆饼 초주 부인의 빵)"이라 부르기 시작하였고, 이 초주 요리사로 하여금 동과각을 개량하도록 하여 자신의 찻집에서 팔게 하였다. 그렇게 이름을 얻은 '노포병'은 대호평이었다고 한다.  



아 맛있겠다... 


 

4. 기름에 튀긴 귀신, 유작귀 (油炸鬼)



출처: http://image65.360doc.com/DownloadImg/2013/10/0713/35699520_1.jpg



소위 요우티아오(油条)라고 하는 튀긴 빵/튀긴 꽈배기을 광동어로 '유작귀'라고 부른다. 바이두 백과사전에 보니 요우티아오/유작귀의 유래가 나와서 대충 옮겨본다.[각주:1] 참고로 바이두 백과사전에서는 션홍페이(沈宏非)의 <유작귀> 글을 인용하고 있다.


분노는 시인을 낳았고, 분노는 튀긴 꽈배기를 낳기도 하였다. 민간에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1142년[각주:2]악비[각주:3]는 풍파정(风波亭)에서 진회[각주:4]와 그의 부인 왕씨가 계획한 모함에 넘어갔다고 한다. 수도인 임안[각주:5](현재의 항주시)의 백성들이 이 소식을 들은 후, 모두들 마음에 분노로 차 무엇이든 해버릴 것처럼 되어버렸다.[각주:6] 이때 풍파정 주변의 어느 튀김집의 주인이 마음 가는 대로 밀가루 반죽을 잡아 남녀 소인 한 쌍을 빚어 둘의 등을 맞대도록 붙였다. 그리고는 기름솥에 던져넣고 연거푸 큰 소리로 "모두들 와서 기름에 튀긴 진회 드세요!" 라고 소리쳤다 한다. 일순간, 임안의 도처에서 다들 이를 흉내내기 시작하였고, 사람들은 이 "튀긴 진회"를 와드득 씹는 것으로 분풀이를 했다고 한다. 


비록 "유작회(튀긴 진회 油炸桧)"는 이후 대부분 "유조(油条)"라고 부르게 되었으나, 연해 지방의 오어(상해어), 월어(광동어), 민남어를 사용하는 지역에서는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유작회"의 해음자[각주:7]를 사용하고 있다. 즉, 광부인(广府人)[각주:8]들이 말하는 "유작귀(油炸鬼)"와 민남방언에서의 "유차(油车)"가 이에 해당한다. 홍콩의 경우 유작귀는 작면(炸面)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아마도 몇몇 사람들이 유작귀라는 말을 불길하다 여겨서인 것으로 추측된다. <청패류초(清稗类钞)>[각주:9]에 따르면 "유작회(튀긴 진회油炸桧)는 사람만큼 길게 하여 그 면을 얇게 하도록 두드린 후, 두 가닥을 하나로 꼬아 밧줄처럼 만들어 튀긴 것이다. 가장 처음 만들어졌던 것은 사람의 형상을 닮았는데, 위에는 두 손과 아래에는 두 발이 있어... 진회가 나라를 망친 것을 송나라 사람들이 미워하여 비난하기 위해 그런 모양으로 만들었다고 한다."[각주:10] 이 "귀신"에 대하여 장애령(장아이링 张爱玲)이 1980년대말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하였다: "샤오빙(구운 빵, 烧饼)은 당나라 시대 서역으로부터 전해졌으나, 남송에는 이미 튀긴 꽈배기가 있었는데, 이는 "유작회(油炸桧)"로 불렸으며 당시 간신 진회에 대한 백성의 분노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리고 오늘날까지 강남의 오 방언 지역은 여전히 이러한 명칭을 사용한다. 



글이 길어진다... 나머지는 2편으로 넘깁니다. 


 













  1. 출처: http://baike.baidu.com/link?url=0pm9SuXY8UZGend91XEII732EtPXYkgo6qZ7pbAkLMJjZjJQVGY86iTNhHNyOEd9C9JZITdYJ9_oSQeIbI0ed_ [본문으로]
  2. 남송시대 [본문으로]
  3. 岳飞, 남송 때 금나라에 항거한 명장 [본문으로]
  4. 秦桧, 악비를 모함한 남송의 간신 [본문으로]
  5. 临安, 남송의 도읍지였다. [본문으로]
  6. 원문은 恶向胆边生으로, 주로 "怒从心上起,恶向胆边生"라고 쓰인다. [본문으로]
  7. 같은 발음을 갖는 단어. 예를 들어 숫자 4(四)와 죽을 사(死)의 관계와 같다. [본문으로]
  8. 광동어를 모어로 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영어로는 Cantonese라고 해석되며, 주로 주강 삼각지 지역을 중심으로 광동, 홍콩, 마카오, 광서, 해남 및 해외의 여러 교포들을 아우르는 말. 마치 복건-대만을 "민 문화권"으로 묶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될 듯 하다. [본문으로]
  9. 청대에 전해져 오는 이야기들을 집대성한 책으로, 청말 민국초기에 편선되었다. [본문으로]
  10. 본문에 백화문이 아닌 문언문으로 인용이 되어 있어 해석에 자신이 없다. 원문은 다음과 같다: 油炸桧, 长可一人,捶面使薄,两条绞之为一,如绳以油炸之。其初则肖人形,上二手,下二足……宋人恶秦桧之误国,故象形似诛之也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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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복건성 포전 특색 음식 포전로면 (푸티앤 루미앤, 莆田卤面)

앞서 사차면 올리고 나니까 갑자기 국수 생각이 간절해진다... 


한국에서는 좀 생소할 수도 있겠다. 로면(卤面)이라고 하여 본적도 없는 생소한 한자를 쓰는 국수 요리다. 네이버 사전에 집어 넣으면 '진국 칼국수'라는 신박한 단어가 나오는데, 뭐 얼추 맞는 것도 같다. 바이두 뒤져보니 다른 지역에도 로면이 있지만, 좀 다른 양상을 띠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먹은 것은 복건성 남부 지역에서 주로 먹는, 국물 엄청 걸쭉하고 진한 칼국수다. 특히 천주(취앤저우 泉州)와 포전(푸티앤, 莆田)의 로면이 유명하다고. 내가 먹었던 것은 푸티앤 루미앤이었다. 


함정은... 내가 사진이 없다... 엄청 배고플 때 붐비는 식당 들어가서 후딱 먹고 나온지라 사진 못 찍었다. 그릇당 10원이었는데 영수증 발급을 절대 해줄 수 없대서 영수증의 노예인 나는 그 뒤로 못감 ㅠㅠ 감동의 국물이었는데...


그래서 사진 퍼옴. 대충 내가 먹은 거랑 비슷한 비주얼로.




사진 출처로 가면 요리법도 나와있다: http://www.aicfms.com/a/jiankangtieshi/yinshishenghuo/506.html



이것도 사진 출처로 가면 요리법이... http://www.meichubang.com/web/201507/90842.html



내가 먹은 건 밑에 사진처럼 막 해산물에 고기 들어간 건 아니었고, 위의 사진에 가까웠다. 버섯과 배추, 채심 종류의 채소 잔뜩 들어간, 불투명하고 허연 국물... (면은 선택 가능) 처음엔 이게 뭐여 하고 먹었는데 어느새 폭풍 흡입하며 만족하는 스스로를 발견했더라지...


바이두를 찾아보니 푸티앤 루미앤의 경우 주로 노동인민(...) 등의 사람들이 먹던 그런 친근한 음식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놈의 바이두 백과사전은 글의 퀄리티가 너무 들쑥날쑥하다보니, 푸티앤 루미앤 엔트리는 읽어도 이외의 내용은 영양가가 없다... 


다만 만드는 법을 보니, 다른 국수들과의 차이는 바로 전분/녹말을 국물에 푼다는 점에서 오는 듯 하다.  애초에 시작할 때 녹말 푼 물에 소금 간장 등으로 간을 내서 끓다가 물이 끓기 시작하면 고기 등 육수거리를 넣고 끓여대는 것이다. 필수 재료랄 건 딱히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다만 표고는 반드시 들어가는 듯. 로면집에서 면의 종류는 다양하게 준 것으로 보아 칼국수도 좋고 뽑은 면도 괜찮은 것 같다. 


아무튼 복건성 남부에 갈 일이 있다면, 한번 쯤 시도해볼만하겠다! 싸고 맛있다. 한국으로 치면 엄청 걸쭉한 칼국수 먹는 느낌? 물론 잘하는 집에 가야겠다... 


그나저나 그 집은 진짜 제법 큰 공간에 빽빽하게 테이블과 의자가 들어서 있고, 사람들도 빽빽히 앉아 큰 소리로 주문하면 나오는 곳이었는데... 난 다른 아저씨와 함께 앉아서 에어컨 코앞에서 땀 뻘뻘 흘리면서 먹었다. 지금 생각하면 무슨 용기로 그런 북적이는 곳에 들어갔나 싶다.


아 근데 생각할수록 침 고인다... 먹고 싶다... 이거 진짜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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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하문 특색요리 사차면/샤차미앤 (沙茶面)

앞서 오향권 사진을 올리고 나니 하문의 가장 유명한 지방음식 중 하나인 사차면/샤차미앤(沙茶面)이 떠올랐다. 

호불호를 강렬하게 탄다는, 그렇지만 하문 곳곳에 널려있는 사차면!





동남아 쪽에서 사테 면으로 익히 알려져있다고 하는데, 그건 모르겠고 아무튼 중국에서는 민남 지방의 사차면이 유명하다. 


아마 좀 제대로 된 식당에 가서 먹으면 새우나 생선 같은 해산물 잔뜩 넣고 사차장 (沙茶酱) 넣은 국물에 면 말아 먹는 것일테지만, 그런 고급 사차면은 못 먹고 아주 허름한 식당에서 재료 골라 넣어 말아먹는 싼 가격의 사차면만 먹어봤다. 

사차 자체가 사테satay의 번역인데, 사차라는 한자가 보통화로는 샤차라고 읽지만 민남어로는 얼추 사테 비슷하게 읽는다. (싸데 뭐 이런 발음)


사테 소스 자체가 땅콩 잔뜩 넣고 만든데다 나름의 향이 있어서 엄청 진하다. 약간 단 맛도 있고 살짝 매콤하기도 하다. 취향 탈 법하다. 땅콩 알레르기 있는 사람이 먹으면 바로 사망할 것 같은 그런 정도의 진함. 그냥 사차면이라고만 알고 있었지, 사테 소스의 일종이라는 걸 알았으면 어떤 마음으로 먹었을까 싶다... 땅콩 소스를 국으로 풀다니! 역시 세상은 넓다. 


잘하는 집과 못 하는 집이 극단적으로 갈릴 것 같은 그런 맛이다.... 물론 난 거의 뭐 길거리 스낵바 수준의 가게에서 먹었지만 굉장히 맛있게 잘 먹었다. 사실 맛있는 사차면 먹고 싶어서 나름 열심히 바이두 검색 돌리고 간 거다. (위생은 안드로메다로...) 


어두부나 새우 같은 해산물이란 채소 넣은 그런 버전의 사차면도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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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복건성 요리 오향권(五香卷)과 함반(咸饭)

심천에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맨날 이상한 것만 먹다가 하문에 가서 거의 피를 정화시키고 왔더란다. 

하문에서 정말 매일 가던 밥집이 있는데, 심심하면 시켜먹었던 오향권五香卷 백반.

두부피에 이것저것 넣고 튀겨서 만드는 음식으로 특히 장주 용해 (짱저우 롱하이 漳州龙海)의 석마오향(스마우샹石码五香)이 제일 유명하다. 


밥집에서 맨날 시켜먹던 것은 바로 이 자칭 석마오향 백반. 

한 끼에 10원 밖에 안하는데 밥도 나오고 단백질도 나오고 채소도 나오고 국도 나온다. 담백한 것이 맛있다 심지어ㅠㅠ

석마오향에는 돼지고기, 파, 설탕 등등이 들어간다고 하는데, 내가 먹던 석마오향 백반의 오향권에 돼지고기를 본 기억은... 음... 가물가물...




그러니까 오른쪽 코너의 저 말라비틀어진 것이 바로 감동의 석마오향이다. 몇 번을 먹어도 안 질려...

이 모든 것이 단돈 10원! 마음이 정화되는 맛이다...


사실 지역 유지분들과 귀빈석(...)에서 밥을 얻어먹었을 때도 오향권이 나왔는데, 한결같이 맛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내 기억에 남는 오향권은 바로 백반집에서 점심마다 먹던 백반의 오향권...

하도 주구장창 가니까 나중에는 아주머니가 내껀 영수증도 따로 챙겨주고, 분명 세트메뉴만 먹는 집이 아닌데 아예 "오늘은 무슨 세트메뉴 먹을래"라고 물어볼 정도였다. 


이 집에서 정말 밥 많이 먹어서 덕분에 체력도 조금 찾고 돈도 많이 아꼈던 기억이 난다. 게다가 영수증까지 찍어주는 몇 안 되는 근방 식당인지라 ㅠㅠ


분명 국도 맨날 같고 반찬도 얼추 맨날 비슷한데 왜 그렇게 맛있었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분명히 식당도 엄청 깨끗한 편이었고 주방도 합격점을 줄만했다는 점이 진짜 좋았다. 내가 근방 성중촌의 허름한 식당을 배회했던 걸 생각하면 ㅠㅠ 

하... 이게 학식이라면 난 매일 가서 먹겠어.... 




그러니까 허름하다는 건 이런 시장통의 식당들을 뜻한다. 5년 전엔 이런 데에서도 잘만 먹었는데, 작년 재작년에 중국에서 식중독 걸려 개고생 해서 그런가, 이 날 시장통만 네 바퀴 돌고 도저히 못 먹을 것 같아 그냥 굶었다...ㅋㅋ 그땐 진짜 뭐든 다 먹어보고 사람들 하는 거 다 따라해보는 패기라도 있었지 이제는 그저 늘어진 대파마냥...ㅠㅠ 





생각난 김에 몇 장 더:




이것은 하문 도착 다음 날 먹은 첫 끼. 먹고나서 진짜 울 뻔했다. 중국가서 먹은 가장 맛있는 음식 베스트 3에는 단연 들어가는데, 사실은 별 거 아니었다. 버섯과 뭔지 모르겠는 잎 종류가 들어간 맑은 국에, 조린두부, 달걀, 닭고기, 기름에 볶은 배추와 무한리필 밥... 12원이었다. 한국돈으로 2300원쯤? 




이것은 다른 날 먹은 석마오향 백반세트. 이 날 볶은 채소는 보다시피 좀 다른 거다. 




이건 복건 민남의 함반(시앤판, 咸饭)이라는 음식이다. 이 날은 세트 안 시키고 국 밥 따로 시켜봤다. 돈은 좀 더 나왔지만 이 집에서 많이 나와봤자다. 

시앤판은 엄밀히 따지면 볶음밥은 아니고 물에 끓이는 속성의 밥이다. 중의학 음식의 기운 같은 거 따질 때 열이 아닌 량(凉)에 속하는 음식이기 때문에 여름에 먹는다고. (요리왕 비룡의 더위 먹은 관리에게 먹인 볶음밥이 떠오른다...)

집에서 해먹는 음식이라 뭐 요리법도 다양하고 들어가는 재료도 다르다고 하다. 확실히 먹어보면 느끼하거나 하지 않고 담백했던 기억이 난다. 


왼쪽 위의 국도 좀 특별한 국이었는데, 흑오리탕이었다. 호기심에 시켰는데, 국물도 개운했고 검은 피부와 살의 고기도 엄청 신기했다. 먹으면서 이게 원래 이렇게 검은 건가 하는 생각도 많이 했고, 싼 가격에 많이 놀랐다. 어머니께 사진 보고했을 때 혹시 가짜 먹은 거 아니냐고 할 정도로 쌌다... 메뉴의 정식 명칭은 떠오르지 않아...



다음에 또 하문에 가서 여기 근처에 숙박하면 꾸준히 출근할 예정이다. 아주머니는 나를 더이상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맨날 혼자 가서 깨끗한 환경에서 맘 편하게 먹고, 옆의 큰 식당 와이파이도 얻어쓰고, 테이크아웃도 해서 새로 생긴 친구랑 같이 밥도 먹고... 


내겐 하문의 기억을 미화시키는 장소 중 하나고, 하문하면 자동으로 떠오르는 식당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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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 요리] 떡볶이

재료를 들여다보니 이게 유학생요리 카테고리인가 잘 모르겠지만... 

일단 해먹었으니 레시피 까먹기 전에 기록기록!

사실 정확한 계량은 잘 모르겠다. 노트에 필기해둔 거랑 다르게 양을 넣어서...


재료: 떡 (떡볶이용 이런 거 없어서 1년 전ㄷㄷ사둔 떡국용 떡 사용), 양파, 파, 고춧가루, 설탕, 간장, 다진마늘, 물, 고추장, 마늘, 멸치다시 육수




어차피 혼자 만들어서 혼자 먹기 때문에 비주얼은 구리지만 (심지어 다시 멸치도 그대로...) 진짜 맛은 끝내줬다... 하... 또 먹고 싶어....


0) 떡은 미리 꺼내 물에 담가둔다. 


1) 멸치 육수를 끓인다. 집에서 떡볶이를 해먹을 땐 다 필요없고 육수가 깡패다. 멸치+새우+마른 버섯+파+다시마+양파 넣고 끓여줬다. 양파는 뭔가 매우 마지막에 넣었다가 건졌던 것 같은데.. 


2) 양념장을 만든다. 고춧가루 세숟갈, 설탕 한숟갈, 올리고당 한숟갈, 간장 반숟갈, 다진마늘 반숟갈, 고추장 두숟갈, 섞어보고 되직한 소스가 될만큼의 물. 이걸 밥그릇에 넣고 다 섞었다. 밥그릇 2/3 분량 정도의 소스가 나왔던 것으로 기억. 근데 이게 계량이 맞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때 넣은만큼 그대로 써놨어야 했는데 그렇게 성공할 줄 꿈에도 몰랐다 꺼이꺼이 ㅠㅠ 


(노트에는 두 가지 버전이 쓰여져 있다: 고춧가루 3T, 설탕 1.5T, 간장 0.5T, 다진마늘 0.5T, 후추 1T 혹은 고춧가루 1컵, 간장 반컵, 고추장 2/3컵, 설탕 1컵, 물 1컵이라고....) 


3) 육수 3~4컵 정도의 분량에 양념장을 투하한다. 국물이 반까진 힘들고 어느 정도 졸 때까지 기다린다. (노트엔 육수 2컵이랬는데, 확실히 그것보단 많은게 좋은듯)


4) 국물이 조금 존다 싶으면 물에 불려둔 떡을 투척한다. 


5) 삶은 달걀도 투척 ㄱㄱ


6) 다 먹을 자신이 있다면 라면도 투척. 다 못 먹을 것 같으면 라면은 따로 끓여서 나중에 섞는다. 



팁1) 참고로 해놓고 바로 먹어도 맛있었지만, 냉장보관 하룻밤 하고 나서 다시 데워 먹으니 진짜 감동의 맛이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취향저격 떡볶이를 만들 줄 안단 말인가...?! 딱 상상하던 그 떡볶이의 맛이었다. 대량으로 만들어서 팔아도 되겠어... 


팁2) 혹시 냉장보관할 생각이라면 국물은 좀 많이 하는 게 좋다. 떡(라면 ㅠ) 때문에 어차피 국물량은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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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발 크레마 카르타 사용기 업데이트 (12/15) - 부제: 중문책 보기

2주 사용기 리뷰 보기: http://hyvaamatkaa.tistory.com/186

14개월 사용기 보기: http://hyvaamatkaa.tistory.com/235


그 사이 크레마는 두 번이나 소프트웨어가 업그레이드 되었고, 나는 알라딘과 리디에서 책을 더 샀으며, epub 파일을 몇 개 더 추가하고 킨들앱까지 설치했다. 


- 가장 최신 버전을 업그레이드 한 이후 크레마리더는 조금 나아진 것 같다. 하지만 알라딘 eink 어플(알라딘 크레마 아님)에서 메뉴바가 사라지는 문제 발생... 어서 크레마든 알라딘이든 둘 중 하나가 고쳐야 할 것 같다.


- 킨들앱은 먹히는 버전과 그렇지 않은 버전이 있다. 그리고 설령 먹히는 버전이라고 해도 책페이지 넘김 모션 때문에 크레마에서 읽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반드시 *맞는 버전*을 구하는 게 핵심. 네이버 이북 카페에 가면 북극김님의 킨들 앱 수정본이 있는데, 한 3버전 정도 굴려보니 크레마에는 이게 제일 나았다. 다만 북극김님 버전은 최신 킨들앱이 아니므로 아마존서 구매한 만화책을 볼 수가 없다.... (미국 아마존에 헬로블랙잭 일본어 버전 전집이 무료이북으로 풀려있다...) 


- 사실 게시물 업데이트를 하게 된 이유는 바로 중문책 때문!!!! 중문 epub파일을 몇 개 넣어봤는데 조금 문제가 있다.

1) 크레마리더의 책장은 간체를 인식하지 못한다. 파일명과 별개로 도서명이 간체로 되어 있으면 외부SD에서 불러왔으니 다시 로드해달라는 메시지가 뜬다. 그냥 안 된다. 운좋게 책 제목에 간체가 없다면 (예: 第七天) 크레마리더에서도 볼 수 있다. 책 내부의 간체는 문제없이 표기된다. 그저 책장에서 전혀 인지를 하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 대안으로 다른 리더 (하다못해 알라딘 크레마 리더라도...)를 사용하는 수 밖에. 


2) 기본 크레마 폰트의 문제인 것 같은데, '원본' 폰트로 두고 봐도 중문 마침표 등이 난감하게 찍힌다. (。가 아니라 º로 찍힘.) 이럴 땐 다른 폰트로 재로딩하면 크게 문제 없다. 개인적으로는 크레마명조를 추천하는데, 나눔명조나 kopub바탕체 등은 간체/번체 구분해서 한자가 구현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간체가 폰트에 포함이 안 되어서 그런듯) 읽을 때 거슬린다. 크레마명조는 그냥 평범하게 고딕체 보듯이 구현된다.


3) 모든 책은 아니고 내 epub 파일이 문제일 수도 있는데... 가끔 애매하게 한 줄씩 짤려서 글이 나온다. 이건 알라딘 카르타와 알라딘 ebook 앱의 경우다. (크레마앱으로는 간체/번체 문제 때문에 아예 열지도 못한다.) 예를 들면 이런 四叔,我还有一件事要问你。라는 문장이 페이지 하단에 위치하면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지 않고 다음과 같이 출력된다:



그리고 다음 페이지에는 이렇게 출력됨:




혈압 오른다.

아무리 중국어가 그림에서 발달된 문자라곤 하지만, 그렇다고 문장까지 그림으로 인식해야겠니 ㅠㅠ 


리디북스 앱으로는 외부 ebook 여는 법을 모르겠고, 반디ebook은 '내서재' 누르면 자동으로 크레마 앱으로 연결이 되고 (따라서 불가), 예스24 for Crema는 내가 ID가 없어서 로그인도 못하므로 앱 사용도 못함. 


다른 epub 구동되는 앱을 돌리면 되지 않을까 싶긴 한데, 이미 의지는 꺾였다. 걍 되는 것만 읽겠다...


4. 참고로 글자로 운좋게 크레마에서 돌아가는 파일이라고 해도 하이라이트 및 글자 지정에 애로사항이 있다. 즉, 한 자 한 자를 인지하지 못하고 문단 단위로만 블록설정/하이라이트/메모가 된다... 


5. 그렇다면 이것은 크레마 기기의 본질적인 문제냐고 하면, 그냥 소프트웨어적인 문제인 것 같다. 크레마에서 킨들앱 돌려서 중문책을 보면 글자 단위로 지정도 잘 되고, 글씨가 잘리지도 않고, 제목이 간체든 번체든 아무 문제가 없다. 


6. 결론: 제대로 된 epub 파일을 구하여 글자 짤림을 방지한다 / 다른 앱을 사용한다 / PDF로 본다 / 그냥 중국어책을 크레마에서 보지 않는다. 


추가: 일본어도 돌려보고 싶어졌다... 하지만 내겐 일본어 epub 파일은 없으므로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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