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테라를 만들어보았다

정말 할 일이 너무너무 많아서 스트레스 대폭발 중.

그 와중에 카스테라가 너무 땡기는 것이다. 카스테라를 구할 수 없으니 스스로 만들 수 밖에.

레시피를 급히 찾아보니 일단 보기에는 그냥 기다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같고 작업자체는 길지 않은 것 같아, 그래, 딱 1시간만 쉬는 겸 하자는 마음으로 카스테라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제대로 된 도구가 없는 내게 이 작업은 1시간 짜리가 아니었다는 것을...


달걀을 섞는 것과 달걀을 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빨리 깨닫지 못했고, 왜 다들 유산지를 깔아대는지를 진작 이해하지 못했다.

안일하게 달걀은 안되면 믹서기 (믹서기에 'whip'라는 버튼이 있었다. 나중에 매뉴얼 보니까 달걀 휘핑은 등은 안 된다고 친절히 나와있었음...)를 쓰고, 유산지 대신 기름을 바르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래서 핸드블렌더는 커녕 손거품기도 없는 상황에 튀김용 젓가락 네 짝을 들고 노른자가 들어간 달걀을 1시간 넘게 쳐댔다...

저울이 없어서 모든 계량은 컵으로 환산해서 했고 

용기에 반죽을 좀 과하게 넣어서 베이킹 중 반죽이 넘쳐 오븐 바닥을 태우는 일도 있었다. 

기름을 바른 유리용기로는 카스테라가 예쁘게 떨어지지도 않아서 갈색 부분은 다 떨어져 나갔다.


아직 식지도 않고 숙성도 안 시킨 카스테라인데, 살짝 잘라서 먹어보니까 아랫부분이 반쯤 떡이 된듯 하다. 게다가 뭔 꿀을 썼는지 온통 꿀맛... 아니 맛있다의 꿀맛이 아니라 진짜 꿀향기가 아주 진하게 난다.

재료값도 못 뽑을 카스테라지만 그래도 손거품기도 없는 상태에서 젓가락만으로 이 정도로 만들었으면 훌륭한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기로 함... 


결국 아마존에서 6불주고 손거품기 방금 주문했다. 생각보다 카스테라 비싼 음식이었구나.. 달걀이랑 꿀이 너무 비싸다....설탕도 엄청 들어가는구나 (....)

그래도 서울서 자취할 때 아주 처절하게 실패했던 밥통 카스테라보단 결과가 조금 더 나아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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