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두사부일체 (2001, 윤제균)

이대로는 뇌가 파업 선언을 할 것 같아 오랜만에 오락영화를 하나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연구 주제와 관계가 없고, 별로 생각 안 해도 되고, 웃긴 영화가 선정 기준이었다.

스트레스를 풀 심산이었으니 로맨스 이런 거 말고 무조건 액션! 코메디! 빵빵 터지는 거! 


그래서 오래 전부터 제목만 들었고 실제로 보지는 않았던 <두사부일체>를 보게 되었다. 무언가 다른 영화랑 미묘하게 헷갈려서 보게 된 것이지만, 결론적으로는 잘 골랐다 싶었다. 

왜냐면 선정 기준에 잘 맞았으니까. 그리고 영화의 시간이 빛바란 만큼,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무언가가 있었으니까.




감독: 윤제균

출연: 정준호 (계두식 역), 정웅인 (김상두 역), 정운택 (대가리 역), 오승은 (이윤주 역), 송선미 (이지선 영어 선생님 역) 등등 이하 생략



이 영화는 어떻게 보면 참 뻔한 이야기와 뻔하고 전형적인 인물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그 뻔하고 전형적인 인물들을 적절하게 사학비리(...)와 엮어 내면서 훌륭한 코미디로 탄생한 것 아닌가 싶다. 특별히 그 누구 하나 빠지지 않는 인물들의 연기와, 섬세한 감정선 같은 거 웬만하면 다 가볍게 넘기고 진행속도를 내는 것이 포인트! 


이실직고 하자면 내가 정말 좋아하지 않는 소위 조폭 코미디긴 하다만, 어쨌든 스트레스 풀기엔 적절했으니 불만은 없습니다. 리뷰 읽어보니 2편, 3편은 안 봐도 될 듯. 처음에 정준호 나오고 조폭 싸움 장면부터 나오길래 이 영화 보지 말아야겠다 했는데, 정웅인이 출연하길래 참았다. 그리고 이메일 드립 덕분에 또 참았다. 그리고 전형적이라고는 해도, 오늘날의 조폭 영화에서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종류의, 과거의 전형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분명 어디선가 많이 보았던 영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나오기 어려운, 또 한 편으로는 나와서도 안 되는 그런 장르의 영화가 되어버린 듯하여 기분이 몹시 이상했다. 




그나저나 영화를 보고 고향 동네의 아주 유명한 사학재단이 두 어개 떠올랐다. 하나는 동생이 중학교 진학할 적 뺑뺑이로 당첨되어서 내부 비리 이야기를 귀에 딱지가 앉게 듣던 곳이고, 다른 한 곳은 그냥 동네에서, 아니 전국구로도 가끔 이름을 떨치는 사학재단으로, 소속 고등학교 뺑뺑이에서 당첨되면 애들이 서로를 붙잡고 엉엉 울던 그런 학교였다. 거긴 요즘도 지방 뉴스를 간혹 장식하는 것 같았는데, 요즘도 엉망이려나. 사실 영화가 나온 2001년이면 그렇게 옛날도 아닌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적 허용까지 포함하여 영화에서 비춰지는 모습은 너무나 옛날이라는 묘한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과연 요즘도 저럴까 싶으면서도, 요즘에도 저럴 수 있겠다는 절망감 같은 게 들기도 했다. 


어느새 과거의 장르가 되어 버린 영화를 보면서, 왜 사람들이 옛날 영화를 찾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뭐, 거기다 덧붙여 적어도 당시 학교를 나온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학교 생활의 면면들, 그리고 누군가는 분개하며 공감할 만한 학교의 비리 같은 것들도 깨알같았지만 말이다.


오늘의 결론: 스트레스 풀기에 적절했습니다! 근데 두 번 볼지는 잘 모르겠다. 내게는 조폭 코미디!라기 보다는 2001년을 추억하는 향수용 영화가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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