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 요리] 레바논 지역 가지요리 바바가누쉬

인터넷에서 레시피 주워서 만들어봤다가 너무 맛있어서 먹다 말고 바로 블로그에 올려본다.

 

"바바 가누쉬" (Baba Ghanoush 혹은 Baba Ghanouj)라는 레바논 인근 지역 가지 요리다. 채소나 크래커 등의 디핑소스로도 활용되고, 샌드위치나 피타용 소스로도 활용되곤 한다. 이곳 미국에서는 지중해 요리를 다루는 식당이라면 거의 백에 백 갖추고 있는 요리다. 한국에도 허머스(hummus)가 소개됐던 것 같은데, 허머스랑 비슷하지만 덜 퍽퍽한 편이다. 원래 내가 시저 드레싱이나 마요네즈 류의 소스를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인데, 이 소스는 가지로 만들었기 때문에 느끼하지도 않고 맛있다. 내일 (재택이지만) 출근만 아니면 크래커랑 야채 스틱 늘어놓고 화이트 와인 한 잔 달리는건데!! 요즘 홈파티가 대센가요? 홈파티용으로 아주 빈번하게 등장할 정도로 쉬운 메뉴입니다!!

 

레시피는 cookieandkate.com/epic-baba-ganoush-recipe/ 에서 가져왔다. 거의 그대로 활용함.

재료 특성상 한국에서는 조금 구하기 어려울 수도 있고 오븐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거야 말로 유학생 요리다. 일단 재료와 오븐만 갖춰진다면 만드는 건 진짜 쉽다. 미국에서라면 재료 구하기 난이도는 0에 수렴. 아, 그리고 원래 레시피에는 생마늘을 다져 넣지만 난 마늘을 다지는 게 너무 귀찮기도 하고, 생마늘 씹는 게 싫어서 마늘 구워서 으깨버렸다. 긴 말 하지 않고 바로 넘어가겠음.

 

재료 (계량은 밥 숟가락 기준)

- 유산지, 오븐

- 가지 중~대로 2개 정도 (오리지날 레시피에는 이탈리안 가지라고 나와 있는데, 그냥 구해지는 가지 쓰면 될 것 같다. 그래도 선택지가 있다면 길쭉한 가지 말고 둥글고 통통한 가지를 사용하자.)

- 마늘 취향껏 2-4알

- 레몬즙 2 숟갈

- 타히니 소스 (참깨 소스인데, 야매로 만드는 법이 있는 모양이니 구할 수 없다면 검색ㄱㄱ) 2 숟갈

-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 생파슬리 취향껏 많이 혹은 적게

- 소금 약간

- 큐민 가루 약간

- 파프리카 가루 (Smoked paprika) 약간

 

만드는 방법:

 

길고 복잡해 보일 수 있는데, 레시피를 요약하자면 구운 가지 속을 긁어내 으깬 후 나머지 재료랑 섞으면 끝이다.

 

1. 오븐을 450F (230C)로 예열한다.

2. 가지를 씻어서 반으로 가른 후, 자른 단면에 올리브 오일을 약간 발라준다. 마늘 2~4알 정도를 깐다. (참고로 미국 마늘은 알이 작은 편이니 적당히 가감한다. 나중에 먹어보면서 만들면 되니까 적정량에 대한 걱정은 안해도 됨.)

3. 오븐 팬에 유산지를 깔고 단면이 밑으로 가도록 엎어둔다. 예열된 오븐에 넣고 35~40분 정도 굽는다. 안쪽이 물렁물렁할 때까지 굽는게 포인트. 시간 다 되기 5-10분 정도 지점에 깐마늘도 같이 넣고 살짝 구워준다. 생마늘 다져 넣을 거라면 마늘 굽는 건 생략 가능.

 

4. 다 구운 가지는 밖에 내놓고 약간 식힌 후, 숟가락을 이용해 속을 긁어낸다. 껍질은 버린다. (긁어내는 거 해보면 되게 쉽다.)

5. 긁어낸 속을 체반에 받쳐 물기를 빼준다. 물기가 적을 수록 좋다고 하니 숟가락으로 꾹꾹 눌러준다. 물기는 버리고 남은 가지를 큰 그릇에 넣는다.

6. 가지에 (구운) 마늘을 으깨 넣고, 레몬즙 2~3숟갈 정도의 양을 넣어준다. 난 생레몬을 짠건데, 시판하는 레몬즙이라면 조금 적게 넣는 게 좋을 것 같다. 나중에 레몬즙은 추가할 수 있으니 먹어보면서 취향껏 조절하면 된다. 숟가락 포크 같은 걸로 전체를 섞어 으깨준다. 물론 믹서나 도깨비 방망이 사용도 가능한데, 숟가락 휘휘 젓는 것 정도로도 충분히 가능한 정도의 물렁임임.

7. 가지, 마늘, 레몬즙이 한데 섞여 으깬 모양이 되었다 싶으면 거기에 타히니 소스 2숟가락 정도를 넣고 열심히 저어 섞어준다. 맛을 보면서 타히니 소스 가감 가능.

8. 올리브 오일을 2-3숟가락 분량 정도를 조금씩 흘려 넣으면서 계속 또 섞어준다.

9. 생파슬리를 다져 넣고, 약간의 소금과 큐민을 아주 조금, 밥숟갈로는 한 1/8 정도 되는 양을 넣어준다. 소금은 원래 레시피대로 가면 좀 짤 것 같고, 큐민은 맛이 강해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니  맛을 봐가면서 취향껏 진행하는 걸 추천한다.

10. 이렇게 완성된 바바가누쉬를 그릇에 담고 위에 올리브 오일을 약간 뿌린 후, 파프리카 가루 (smoked paprika)를 뿌려서 서빙한다.

 

 

사진은 구려보이지만 일단 찍어 먹어보면 꽤 고소하고 맛있다. 보통 당근이나 오이, 파프리카를 스틱으로 썰어서 찍어 먹기도 하고, 피타칩 같은 걸 찍어 먹기도 한다. 난 집에 쟁여둔 크래커 찍어 먹었는데 완전 꿀맛. 평소 와인 잘 먹지도 않는데 와인이 따고 싶어지는 맛....

 

근데 이거 만드는 과정에서 타히니소스와 올리브오일 같은 기름들이 많이 들어가서 칼로리 끝판왕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이렇게 만들면 한 6인분 된다고 하는데, 내 기억에 바바 가누쉬 상하는 속도가 좀 빠른 편이므로 가급적 빨리 먹는 걸 추천한다. 냉장고에 넣어도 3-4일 정도 밖에 못 갔던 것 같다.

 

앞서 언급했지만 식당이나 가판대 같은 곳에 가면 샌드위치나 난, 피타브레드 등에 바바가누쉬를 넣고 채소나 고기, 팔라펠 등을 넣어 샌드위치로 만들어 파는 것도 볼 수 있다. 나도 내일은 이거랑 냉장고에 있는 거 다 때려넣고 샌드위치 해먹을 예정임. 코로나 때문에 아시안 마트를 가지 못하다보니 진짜 별걸 다 해먹는다....

 

미국 (그리고 유럽)에 사시는 여러분, 크래커는 영국산 Carr's 추천드립니다 ㅋㅋㅋ

옛날에 핀란드에서 살 때 연어스프레드+오이 조합으로 진짜 열심히 먹던 크래커 브랜드인데, 오리지널도 맛있고 로즈마리도 맛있다. 미국서는 왠지 값이 좀 세서 홀푸즈에서 나오는 더 싼 크래커도 먹어봤지만 맛이 없었다... Carr's 다른 맛은 안 먹어봐서 모르겠지만 진짜 기본기가 탄탄한 크래커고, 바바가누쉬 한정 로즈마리 맛이 매우 잘 어울리는 것 같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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