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 요리] 우동 파뤼 - 끝나지 않는 우동 국물

우동 국물을 한 번 끓이면 15인분은 족히 나온다. 우리 집에서 이것들을 먹을 사람은 나 혼자이므로 나는 우동 국물 한 번 끓이면 내리 우동만 먹어야 한다. 물론 우동 국물로 다른 요리도 가능한데 귀찮거나 재료를 구할 수가 없어서.... 규동을 먹고 싶어도 규동으로 해먹을 수 있게 잘린 고기를 팔지 않아!! 한인마트나 일본인 마트까지 가야하는데, 자동차가 없는 나에겐 불가능한 일이다. 중국인마트에도 팔지 않는 것 같던데. 다음에 가서 훠궈용 고기涮肉를 파는가 물어봐야겠다. 


여기 온 뒤로 우동국물 두 번 끓였는데, 처음엔 우동국물이 상하는 속도를 무시하고 천천히 먹다가 상해서 다 버렸다. 그래서 이번에 끓였을 때는 정말 쉬지 않고 내리 줄창 우동만 먹는 중. 상상을 초월하는 기묘한 방법(냉우동 포함)으로다가 다 해먹고 있는데 차마 사진을 찍을 수가 없어서 정상적인 뜨끈한 버전만 올려봄. 






처음으로 일본인 마트 갔을 때 흥분해서 사온 우동용 냄비(...), 샤브샤브 고기, 유부, 쑥갓, 달걀을 넣고 끓인 우동. 첫시도 치고 굉장한 성공이었다. 아마 내 여기 있으면서 이 정도 비주얼의 음식은 못 만들지 않을까... 





처음에 우동 국물 끓였을 때, 우동국수를 5개 밖에 사오지 않았다. 지금 사는 곳 근방에서 우동면 따위가 있을리 없지. 사실 냉장우동을 팔긴 하는데, 처참하도록 맛도 없고 보존용으로 식초를 넣어서 면이 너무 시큼했다. 

대신에 집에 남아있던 메밀소바를 넣고 끓였다. 당시 남아있던 쑥갓과 표고, 그리고 달걀 부친 후 고춧가루 팍팍 뿌려서 먹었는데, 국물이 생각만큼 따뜻하지 않아서 약간 실패. 우리 룸메이트들에게 한 그릇씩 먹였더랬지. 





일본인 마트에 가면 눈돌아가게 예쁘고 맛있어보이는 어묵을 잔뜩 판다. 부산오뎅은 밀가루 맛이 많이 나서 그리 즐겨먹진 않는데, 이렇게 종류가 다양한 어묵이라면 한 번 해볼만도 할 것 같아서 시도해봤다.

대성공이었음. 

직접 담근 무장아찌랑 샐러드랑 해서 같이 먹었는데, 정말 눈물나게 행복했던 기억이... 치쿠와도 맛있고, 유부 주머니 안에 떡이 들어있어서 깜짝 놀랐다. 




당시 정주행하던 정도전의 이성계 장군님과 함께 먹었다...ㅋㅋ 





달걀도 적당히 잘 익었다 으흐흐. 




비주얼은 개판이지만 사실은 맛있었던 김치 우동. 요건 최근작.

자동차를 타고 약 1시간 40분 거리에 있는 한인 식당에 갈 기회가 생긴 적이 있었다. 한국에서도 그렇게 맛있는 김치랑 반찬은 처음 먹어봐서 눈이 돌아간 나머지, 김치를 15불 어치를 사왔더랬지.

냉장고에서 큼큼한 냄새를 풍기며 삭아가는 김치에, 우리 룸메들 볼 낯짝이 서지 않아 가능한 빨리 김치를 소진하기 위해 몸부림 치던 시절이었다. (사실 아직도 다 못 먹었는데, 지퍼락 세겹에 냄새는 간신히 차단...한 것 같다.) 

사실 요번 국물은 저번에 비해선 좀 아쉬웠다. 사케를 너무 들이 부은 탓인가... 그래도 김치가 맛있으니 국물이 살아나서 기뻤다. 때마침 공수해둔 연두부랑 죽순도 같이 넣고 끓임. 






요것은 야심작. 우동국물을 빨리 소진하기 위해 친구들을 불러서 해먹었다. 만드느라 개고생했고, 국물맛이 생각만큼 나와주지 않아서 아쉬웠지만 비주얼은 뒤지지 않았다! 

중국인 마트에서 공수해온 냉동새우튀김이랑 연두부를 기름에 넣고 튀겼다. 거기다가 국물에 우려낸 죽순, 표고, 그리고 반숙 달걀을 우동에 살포시 얹은 후 느끼함을 잡고 색감을 살리기 위해 파를 뿌렸다. 

약간 아쉬웠던 점은 파가 너무 썼다는 거...? 미국 파는 정말 유난히 매운 것 같다. 그리고 무장아찌랑 같이 내놨는데, 무장아찌에 간장을 너무 들이부어서 달콤새콤한 맛이 덜 났다. 

뭐 암튼 이 정도 정성을 쏟아 부은 우동이니 맛 없어도 태클을 걸 수 없었을 것이다 음하하하.


오늘 저녁도 우동이나 먹어야지 ㅠ

밥 못 먹은지 꽤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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