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일상이라는 것이 별 거 없다보니, 폰 카메라에는 나날이 먹는 음식의 기록들만 늘어간다.
최근 방학도 맞이했고 모처럼 친한 유학생 선배들 덕분에 한인마트와 일본인마트를 한 바퀴 돌고 온 김에 그 동안 벼르고 벼르던 우동을 드디어 만들어 먹었다.
사실 사는 곳 20초 거리에 일식집이 있는데, 그곳에서 먹은 우동은 내 인생에서 먹은 최악의 우동, 아니 돈 주고 사먹은 것 중 최악의 요리 5순위 안에 드는 음식이었다. 레토르트로 파는 우동, 아니 너구리 우동이나 생생우동을 끓여도 이런 맛은 나지 않을텐데 싶을 정도. 사정이 이렇다보니 서울에서 자취할 때는 가능한 요리를 기피하던 내가 (밥+간장 등으로 떼우고 웬만하면 학식으로 해결...)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었다. 우동 국물 레시피는 선배에게 받은 정보를 토대로 검색한 블로그가 출처.
냄비에 무, 파뿌리, 간장, 마른표고 (+마른표고가 모잘라 생표고도...), 다시마를 잔득 넣고 천천히 끓인다. 2시간 반 정도 끓였다. 사실 정도전 보느라 끓이고 있었단 사실을 까먹음....
한참 끓이다보면 이렇게 우러나는데, 그러면 청주를 좀 붓고 추가로 더 끓인다. 청주고 뭐고 없던 나는 청하를 넣었다. 청하도 떨어져서 그래, 미림 너도 알콜이지! 이러면서 미림도 넣음 ㅠ_ㅠ
왠지 이러면 안될 듯 한데...
그렇게 좀 더 끓인 후 가쓰오를 약불에 우려낸다. 자세한 것은 위의 블로그로.... 아낌없이 투하했다.
우동사리는 소금으로 삼삼하게 간한 물에다가 약 1~2분만 살짝 끓인다.
오로지 우동을 먹겠다는 일념으로 사온 1인용 우동솥...을 꺼낸다. 바로 끓이면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르므로 물에 미리 담가뒀던 솥... 여기에 완성된 국물, 익힌 우동사리를 담고 살짝 데친 유부, 쑥갓, 샤브샤브용 차돌박이, 달걀을 넣고 중불에 끓인다. 뚜껑 덮어두면 웬만해서는 안 넘침.
내가 만들었는데 비주얼 쩐다. 원래 요리에는 재능이 없어 요리 비주얼이고 맛이고 다 갖다 버리고 오로지 영양 보충용으로 음식 해먹었는데, 이번엔 정말 대박이다.
국물 맛도 절로 탄성이 나올 정도로 맛있다! 진짜 대충 끓였는데도 이러하다! (큰맘먹고 지른 기꼬망 유기농간장은 정말 맛있다. 최고임.)
너무 신난 나머지 콧노래가 절로 나오더라. 맛있는 것을 먹으면 이렇게 되는구나! 싶었다.
뚜껑 덮어서 책상으로 이동.
사실 청하가 똑 떨어진 건 아니고 우동이랑 먹으려고 조금 아껴뒀다. 파도 송송 썰어서 얹었다. 뒤에 있는 튀김은... 망한 깻잎 튀김이므로 무시하자.
소주잔은 아니고 룸메이트가 갖고 있던 샷글라스를 가져왔다. 바깥도 추운데 정말 술술 넘어간다!
자, 삼봉선생도 한 잔 하시게.
그렇게 밀린 정도전을 보면서 우동과 청하를 훌훌 넘기는 것이 그리 행복할 수가 없더이다... 딱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우동사리를 더 사왔어야 했다는 점? 당분간 한인마트고 일본인 마트고 갈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으니... 우동 사리를 공수할 방법이 없다. 아무튼 이렇게 오늘도 유학생은 홀로 즐겁게 하루를 보냈습니다.
평소 먹지도 않던 술을 먹는 바람에 다음 날 숙취로 약간 머리가 어질했다는 것은 부끄러운 비밀....
'흔적 남기는 습관 > 요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학생 요리] 무사카 Moussaka 혹은 메사아 Messa'aa (0) | 2015.12.04 |
---|---|
[유학생 요리] 퀴노아 샐러드 (0) | 2015.12.03 |
[유학생요리] 초간단 대용량 샐러드를 만들자 (0) | 2015.07.15 |
[유학생 요리] 미트볼 파스타 (0) | 2014.06.21 |
[유학생 요리] 우동 파뤼 - 끝나지 않는 우동 국물 (0) | 2014.06.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