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22)
[몽골 메탈...?] 항가이 (Hanggai) - 주가(酒歌)

한때 한국 인터넷도 뜨겁게 아주 잠깐 달궜던 중국 내몽골 록 밴드 항가이(Hanggai)의 노래를 하나 들고 왔다. 인터넷에 엄청 돌던 비디오는 어느 경연 대회에 나왔던 "윤회"(轮回)라는 곡인데, 밑에 가사랑 같이 붙여뒀다. 빡센 느낌의 (하지만 순한 맛의) 몽골 메탈락을 보고 싶으신 분들은 스크롤을 내리시면 되고...

오늘은 왠지 같이 즐겁게 초원에서 마유주(에리히) 술 쳐묵쳐묵 해야할 것 같은 노래를 들고 왔다. 미안하다, 제목은 페이크였다. 진짜 몽골 메탈은 다음에 올리겠음. 비록 메탈은 아니지만 보컬 아조씨가 술 한잔 들이키고 노래한다! 제목도 주가(酒歌)!

가사는 뒤져도 뒤져도 몽골어 음차도 다르고 중역도 살짝 달라서 그냥 옮겨오는 걸 포기했다...  대충 중역된 내용만 읽고 요약해보면... 농익은 마유주를 다같이 신나게 마셔대자, 뱃속에 호랭이를 붓자 (...), 신나게 노래 부르고 건배하고, 절대 술에는 취하지 말자, 신나게 마시자... 뭐 그런 뜻이다. 이거야 말로 노래 자체와 리듬과 공연과 가사가 혼연일체 한 느낌! 제목 안 보고도 어, 이거 술 쳐먹어야할 것 같은 노랜데?라는 느낌을 받았다. 진짜로!

항가이의 다른 노래로는 경연대회 초반에 불렀던 항가이(www.youtube.com/watch?v=ZBmePaevQow) 추천한다. 항가이가 이 밴드의 아기자기한(?) 락 색깔이 더 잘 드러나서 좋은 듯 한데, 윤회가 더 빠밤!빠밤! 느낌도 나고, 온라인에서 워낙 히트를 쳐서 맨 밑에 윤회 비디오 첨부함요...

뽕짝 삘의 미묘한 몽골 웨스턴...? 몽골 컨트리...? 감성의 뮤비라면 아름다운 초원은 나의 집(www.youtube.com/watch?v=sT80YNQ_0XE)이라는 노래를 추천해본다. 그 밖에도 정제된(...) 몽골 초원 노래를 보고 싶다면 Baifang 이라는 뮤비 (www.youtube.com/watch?v=nNJ_FtYbTtc)를 보면 되겠다. 

출처: https://www.facebook.com/hanggai/

항가이란 나무와 풀이 많고 물이 많은 아름다운 풍경...쯤을 뜻한다고 한다. 지명에 많이 들어가 있고, 몽골의 대표적인 산맥 중에도 항가이 산맥이 있다. 항가이 밴드의 멤버는 총 6명이고, 주로 베이징에서 활동한다. 멤버 중에는 텁쇼르라는 서몽골 쪽 악기 연주하는 보컬 아조씨랑 마두금(머링 허르) 하면서 회메이/목노래 치는 아조씨가 있다. 모두가 몽골인인 건 아니고, 일부는 한족이라고 하는데... 이름 쓰고 싶었는데 중국어에 몽골어 다 섞인 게 너무 어려워서 생략합니다 ㅠㅠ

 

한때 몽골 락에 빠졌던 적이 있으니 조만간에 몽골식 사회주의(...) 락하고... 더 몽골!! 몽고오오오올!!!한 느낌의 빡센 메탈과 락도 들고 오겠음...


여기서부터는 항가이의 <윤회> 노래당.

내가 알기로 중국의 유명한 가수나 밴드들 불러서 경연하는 나가수 느낌의 프로그램인데.. 중간에 올라와서 중국어로 춘하추동 하면서 노래하는 사람은 리우환 (刘欢)이라는 경연대회 심사자다. 중국에서는 대단히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약간 중국 가요계의 대부 같은 존재라고는 하지만... 제발 심사자 뺀 노래를 들려달라.... 아무튼... 당시 미션이 24시간 이내에 심사위원이랑 콜라보해서 노래를 만드는 거라고 하는데, 짧은 시간에 튀어나온 노래 치고는 꽤나 노래가 잘 빠진게 나온 듯?! 중국어 중역본 가사 투척해본다.

Hanggai - <윤회(轮回), feat. 리우환刘欢>

몽골어 가사(중역) / 중국어 가사

飞鸟 鲜花 万物众生都一样
날짐승과 들꽃, 만물 중생이 모두 같으니

共生 共享 时间空气与阳光
시간과 공기와 햇빛을 모두가 공생하고 함께 누릴세

年轮在流转 薪火代代相传
연륜은 항상 돌며 흐르며 깨달음은 대대손손 전해지네

今天虽短暂 过去的就是永远
오늘은 짧지만 지나간 것은 영원하다네

*[春夏秋冬四季轮回 花开花落命运轮回
춘하추동 사계는 윤회하네 꽃이 피고 꽃이 지며 운명은 윤회하네

年月更替 兴衰轮回 宇宙永恒 青春却一去不回
시대는 바뀌고 성쇠는 윤회하네 우주는 항구하고 청춘은 한번 가면 돌아오지 않네]

去年的太阳今年仍挂在天上
작년의 태양은 올해도 그대로 하늘에 걸려있네

前辈的歌谣后人依然高唱
선배의 노랫말을 후대가 여전히 큰 소리로 부르네

有限的生命 传递着无限荣光
생은 유한하나 무한한 영광을 전달하고 있다네

变幻的世界总有些不变的信仰
변환하는 세상에도 불변하는 믿음이 있다네

* 반복

春夏秋冬四季轮回 花开花落命运轮回
춘하추동 사계는 윤회하네 꽃이 피고 꽃이 지며 운명은 윤회하네

岁月更替 青春却一去不回
세월은 바뀌고 한번 간 청춘은 돌아오지 않네

* 반복

* 반복 (몽골어)

 

출처: https://www.facebook.com/hangg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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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동성 샨터우 (汕头)

작년 연말, 비오는 밤 홍콩 센트럴을 헤매고 다니는데 매우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았고 그렇게 급하게 샨터우(汕头)에 다녀왔다. 

홍콩서 국경을 넘어 선전으로 들어가 선전베이(深圳北)역에서 차오저우(潮州)행 고속철도를 탔다. 샨터우 역은 아직 공사 중이라 이용은 불가능하고, 차오저우 역으로 가서 1시간 정도 걸리는 10위안 짜리 버스를 타면 샨터우 시내까지 들어갈 수 있다. 버스 타고 오가면서 발견한 특이한 점. 버스 방송은 기본적으로 보통화인데, 종점에 도착하면 차오샨말도 같이 나온다. 원래 차오저우랑 샨터우 쪽 지역 사람들이 자기 고장에 대한 자부심도 엄청 세서 심지어 차오산말로 만든 영화도 있다고 한다. 영화적으로 굉장히 엉망인 작품이라며 현지인 친구가 매우 깠다. 


남쪽에서 기차를 타면 저렇게 착착 지어져있는 집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차오저우 깡촌 가보니까 막상 정말 오래된 가옥들은 저렇게 질서 있게 지어두지 않았던데...
개혁개방 시기에 새로 지은 집들인가?
아님 70년대 도시에 신촌(新村) 지을 때 시골에 저렇게 지은 것인가...
누가 좀 가르쳐주세요.... 


차오저우 역은 생각보다 볼 것도 없고 할 것도 없다. 전에 왔을 적 같이 온 친구가 늦잠을 자는 바람에 기차를 놓쳤고, 그 바람에 차오저우 역에서 2시간 기다려봤는데 진짜 앉을 곳도 없고 갈 곳도 없었음.
중국 기차역들은 표 없으면 못 들어가게 하기 때문에 대합실 이용도 안 된다 ㅂㄷㅂㄷ
역이 작기 때문에 오고가는 기차들도 대부분 광동과 복건성 기차들이다.
그 와중에도 홍콩 가우롱까지 가는 기차가 있긴 하네...
그나저나 선전베이에서 상하이 홍차오까지 가는 저 열차는 몇 시간 짜리 열차일까...


샨터우 시내, 항구쪽을 거닐어봤다. 
승객을 실어나르는 항구는 아니고 수산물들이 오가는 항구인 것 같다. 
이쪽 바다는 심해가 아니기 때문에 큰 배가 진입이 되질 않는다. 
건물들 뒤로 큰 다리가 보이는데, 저 다리엔 말이야... 슬픈 전설이 깃들어 있어...




조금 걷다보니 몇 년 전 새로 생겼다는 시디공원(西堤公园)이 나온다. 

나름 바다스러운 배들도 보이지만 어쩄거나 여긴 다 수심이 얕은 편이다. 




이 시디 공원에 생각지도 못한 화려한 전시가 설치되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해외로 나간 화교들이 고향에 써 보낸 편지들을 전시해둔 것이다.
이렇게 화교들이 해외에서 보내온 서신들을 차오샨 말로 "꼐포이"(뭐 그런 발음이었음) 라고 한다.
이를 보통화로는 "桥批"라고 표기하긴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르는 단어다.
아무튼 이 서신들을 기념하는 공원이었다! 화면 위로 물이 흐르는데, 꽤나 잘 해뒀음.


그래서 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Memory of the World)로 등록도 해둠ㅋ


슬픈 전설이 있는 다리 밑 쪽으로 가면 화교들이 진출한 각지의 지명들과 이들까지의 거리가 해리(海里)로 표기 되어있다. 필리핀 마닐라가 627해리로 의외로 제일 가깝고 버마 양곤이 가장 먼 것으로 나온다.
육로나 상공으로 이동하는 게 아니라 바다로 이동하는 거리라서 그런 것 같다.

아, 그리고 다리의 슬픈 전설은 별 건 아니고 리카싱과 관련된 이야기다. 
홍콩의 리카싱 역시 차오샨 출신 화교인데지라 샨터우 곳곳에는 리카싱이 투자한 건물, 설비 등이 제법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이 샨터우 대학교고, 샨터우의 가장 큰 병원도 현지에서는 리카싱 병원으로 통한다.
이 다리 옆에는 다른 다리가 하나 더 있는데, 그 다리 역시 리카싱이 투자한 다리라서 "리카싱 다리"라고 불린다고 한다. 당시 리카싱 다리가 개통했을 무렵, 샨터우 시정부와 리카싱은 일종의 딜을 했다고 한다. 리카싱이 다리 건설을 전액 지원하는 대신, 수익 보장 (다리 통행세) 차원에서 향후 X년간은 해협을 건너는 다리를 짓지 않기로 했단다. 하지만 불과 1년 뒤 샨터우 시에서는 위 사진에 나오는 다리를 지어 버렸고, 그 뒤로 리카싱을 비롯한 해외의 화교들과 샨터우 시의 관계가 매우 미묘해졌다는 후문. 그래서 리카싱도 학교와 의료 외에는 큰 투자를 안한다고 얘기를 들은 바 있다. 


공원 담 쪽으로 가면 사당도 하나 있는데 이 사당에서 모시는 신을 세보았더니 한 20 명 쯤 되는 것 같았다. 사당의 현판에는 천후궁(天后宫)이라고 해놓고 정작 틴하우(天后)/마주(妈祖)는 찾지 못했음...



샨터우는 폐쇄적인 동네라고들 많이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에서 가장 먼저 개항한 항구도시 중 하나다. 아편 전쟁으로 인해 당시 청나라는 서방과 여러 개의 불평등한  조약을 맺게 되는데, 그 중 하나인 티엔진 조약의 조건으로 11개의 항구를 열면서 1860년에 샨터우 항구가 개항되었다. 샨터우는 이때부터 급속도로 개발된다. 그리고 1979년, 선전, 샤먼, 주하이와 함께 최초의 경제특구로 지정되지만 제일 망한 곳이 샨터우라는 게 중론.

아무튼 일찍이 개항한 영향으로 인해 샨터우 시내의 항구 주변에는 이러한 서양식 건물들을 정말 어어어엄청 많이 볼 수 있다. 그리고 시는 이들을 어떻게든 관광자원화 하려고 겉에 폭풍 보수 공사를 하고 있다.  주로 정말 큰 길가에 보이는 부분만 새로 색칠하고 조명을 창 안 쪽이 아닌 창문 *바깥*에다 설치해서 밝히는 식이다. 참고로 페인트 색깔이나 칠 퀄리티는 거리마다 매우 들쑥날쑥한 느낌. 돈 많은 도시라면 진짜 예쁘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다 못해 샤먼 만큼만 되어도 진짜 멋질텐데...


대부분의 이 유럽풍 건물들은 거의 관리가 안 되어 있다. 원래는 돈 많은 사람들이 살던 곳이었는데 문화대혁명을 겪으면서 다 망했다고 함. 그래서 이제는 오도가도 못하는 사람들이 이곳에 많이들 산다는 얘기를 들었던 것 같다.
 많은 건물들에 안전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위험건물(危房)이라는 표기가 되어 있지만 안에 잘 살펴보면 사람들이 많이 들 살고 있다. 관리는 정말 안 되었지만 창틀이나 건물들 장식들, 조각들을 살펴보면 굉장히 정교하게 잘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규모 보수/개조 공사 중인데 공사하거나 말거나 사람들은 여전히 살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기도 했다.


건물 꼭대기에도 가건물을 세워 살마들이 살고 있다. 


장장 과거 100여년의 서로 다른 건물들이 한데들어있다. 오른쪽 뒤로 살짝 보이는 멋드러진 지붕을 가진 건물은 19세기에 개항한 후 지어진 유럽풍 건물이고, 앞쪽에 철판으로 만들어진 가건물 밑의 건물은 아마도 문혁 시절 건물일 것이다. 왼쪽의 아파트는 개혁개방과 함께 지어진 아파트들이고, 그 뒤로 보이는 고층 건물들은 2000년대 이후 지어진 고층 아파트. 


유럽풍 건물들의 개조 보수가 매우 들쭉날쭉하고 정말 바깥만 칠한다고 했는데,
이 사진을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보통 중국의 작은 도시로 가면 외국인이 주숙 가능한 숙소의 수가 제한되어 있어서 무척 스트레스를 받을 공산이 크다. 하지만 샨터우는 나름 경제특구였고 수많은 화교들의 고향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시 전체에 널리고 널린 게 외국인들 투숙가능한 숙소들이다. 
숙소들 리뷰를 보면 주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서 온 투숙객들의 리뷰를 많이 볼 수 있다. 

그리고 차에 미친 고향답게 호텔 방에도 다구 풀셋트와 티백들이 준비되어 있다ㅋ 
근데 티백들 대홍포 이런 거던데, 마시면 엄청 비쌀 것 같아서 손도 안 댐...
이 동네 사람들 진짜 차 어어어어ㅓㅓㅁ청 마셔댄다. 쉬지 않고 마심. 동네 구멍가게에도 찻잔 다 마련되어 있고 찻잎 박스 수준이 아니라 포대 수준으로 사두고 마시더라. 


호텔 입구의 전광판에 흘러가는 무지갯빛 화려한 글자는 다름 아닌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과 산터우정신 홍보 문구. 도대체 호텔에서까지 왜 이러는거니...



산터우에 간다고 하니까 다들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오라고 했다.
그래서 맛있는 거 많이 먹었는데 먹느라고 사진을 하나도 안 찍었고, 딱 한 장 찍은 게 바로 이 창펀(肠粉)이다. 미국 차이나타운 딤섬집의 창펀,부터 홍콩의 창펀, 광저우 얌차집의 붉은색 창펀, 차오저우 깡촌의 땅콩 소스 끼얹은 창펀까지 별별 창펀 다 먹어봐서 솔직히 별로 기대  안했는데

이건
내 인생 창펀이었다.
특히 가장 오른쪽의 소고기 창펀은 두고두고 기억날 맛이었다.
피도 정말 얇은 게 야들야들하고, 소고기와 채소도 실하게 들어있는데다가 소스까지 꿀맛!! 
위생상태는 답없는 식당이었지만 진짜 핵맛 꿀맛 요즘 말로 JMT이었다!!!
또 먹어볼 날이 오려나?! 


기승전창펀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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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on Ministry (铁道)> 감상문

이것은 정식 리뷰문이 아님. 정식 리뷰문은 좀 더 관대하게 작성될 예정. 감독이 굳이 한국어 블로그까지 와서 글을 읽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좀 더 불만 위주로 써보겠음. 


**


영화 <Iron Ministry> (중국명: 철도, 铁道, 한국명 "철의 나라")의 감독 스나이데키는 하버드 센서리 에쓰노그라피 랩 (sensory ethnography lab, 이 따위로 음독해서 죄송합니다 감각민족지?라는 말이 맘에 안들었습니다) 출신이다. 애초에 영상인류학 자체가 글자 기반의 인류학적 기록에 대한 일종의 반동, 실험, 부연 등으로 태동했음을 고려할 때, 민족지적 실천과 소통을 활자와 시각을 넘어선 온갖 감각으로 실험해보는 그런 곳이라고 일단 이해는 하고 있다.


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발견했을 때만 해도 무척 반가웠다. 영화제에서 인류학을 전공한 감독을 본다는 것, 이 영화 자체가 센서리 랩 출신 작품이라는 점 등 때문이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다소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마음을 스쳐지나가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반가운 감정이 앞섰기 때문에 그냥 어물쩡 넘어갔다. 


1년 반 후, 다시 영화를 보게 되었을 때에도 나는 여전히 반가웠다. 1) 일단 한 번 본 영화고, 2) 1년 반사이에 나의 중국어와 중국에 대한 이해도는 비약적(...)으로 발전했으며, 3) 그 영화를 본 후 중국에 갔을 적 열차에 대한 남다른 관심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 남다른 관심은 영화 속 내용을 다소 부정하는 반감에 가까웠지만 어쨌든 '관심'을 길러줬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반감도 관심의 일부니까.) 


다만 이번에는 영화를 보고 나니 그 석연치 않은 감정을 언어화할 수 있었다. 이미 영화의 진행을 알았기 때문에 이것은 어떤 영화일까에 대한 다소간의 불안감을 덜고 좀 더 여유롭게 볼 수 있었다는 점도 크게 한 몫 했지 싶다. 감독과 패널들, 관객들과의 대담 이후엔 석연치 않은 감정이 복잡한 분노와 실망, 의구심 등으로 순식간에 바뀌었다. 


분명 이 영화는 다른 영화가 갖지 못한 특징들이 있다. 감독의 영상언어에는 분명히 인류학이라는 학문이 결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점, 3년 간의 촬영본을 편집한 작품이라는 점, 감독이 촬영하는 상황과 현지의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는 점, 스태프 없이 1인 촬영했다는 점, 소리나 물질에 대한 관심 등등. 하지만 이 대다수의 특징들은 그저 감독의 '실험성', 혹은 자신의 '영상제작자'로서의 정체성을 추켜 새우는 데에 소모되고 만다. 얼마나 소모되냐면은 감독의 윤리성에 굉장한 의구심이 제기될 정도로. 


영화를 보고 나서 느꼈던 찝찝함은 대충 다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가면 더 많음): 


1. 잠자는 사람들에 대한 촬영: 동의는 과연 구한 것일까? 길게 유지된 관계성에서 기반한 촬영인 것인가? 웃통 다 벗어 던지고 자는 사람들은 이 키 큰 백인이 비디오 카메라로 자신을 촬영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 중간에 촬영당하는 것을 목격한 잠자던 아주머니는 무슨 생각으로 계속 카메라를 쳐다봤을까?


2. 민감한 논의에 있어 촬영대상에 대한 보호 장치 부재: 티벳 얘기를 하거나 위구르 얘기를 하는 승객들의 얼굴을 그대로 넣었다. 동의를 구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촬영당함을 원치 않는 사람들이나, 분명히 정치적으로 (많이) 문제가 될 수 있는 발언 등을 그냥 그대로 넣었다. 심지어 신분증이 없어서 검표관이 데리고 나가버리는 신장 사람 얼굴도 고스란히 나온다. 과연 촬영 대상자들은 영상 촬영의 결과를 알고 있었을까? 특히나 카메라가 영화 카메라가 아니라 일반 비디오 카메라였는데? 


3. '이상한 중국'에 대한 이미지: 중국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재현하는 모든 영상을 대해 부정할 생각은 없다. 그것 또한 중국의 일부일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무려 '인류학 박사과정의 필드워크 중 촬영'이라는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는 영화다. 즉, 속칭 중국 전문가가 만든 필름이다. 그리고 그가 만든 영상은 미국의 TV나 대중매체 등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사실은 민주주의를 원하는 백성들', 소수민족에 대한 핍박, 고기가 주렁주렁 걸린 열차의 모습과 같은 이국적 풍경, 바닥의 쓰레기나 무질서한 차내 풍경에서 암시될 법한 후진성 등의 이미지들로 점철되어 있다. 다시 말해 '센세이셔널'한 그림들의 연속이라는 점이다. 그저 대중매체에서 소비되는 이미지를 재현할 것이라면 뭐하러 인류학 하는지 잘 모르겠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이 좀 복잡했고, 내가 오해하는 것인가 하는 일말의 망설임도 들었지만 Q&A 듣고 아, 이건 그냥 망했다고 생각함. 


내가 생각했던 부분들은 패널리스트들도 대체로 비슷하게 떠올렸던 것 같다. 그들이 던진 질문들 중에는 잠자는 사람들에 대한 질문도 있었고, 윤리성에 대한 질문도 있었고, 감독이 만약 미국에서 촬영을 했다면 무엇이 달라졌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이 질문들은 모두 친절하게, 그리고 '오해받지 않도록' 조심스레 문장화 되어 제기 되었다. 대화를 시도하였다.


하지만 감독은 대화를 거절하였다. 자신이 답하기 용이한 질문들에만 답을 하였다. 물론 감독이 모든 것을 답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패널들의 질문들, 그리고 연이어 관객에서 등장한 질문들 중 가장 큰 부분은 바로 윤리성에 대한 질문이었다. 이에 대해 그는 자신은 영상제작가지 도덕주의자(모럴리스트)가 아니라고 일축했다. 대화 거부의 순간이었다. 


패널리스트 중 한 명이었던 우리 지도교수님의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내 눈에는 그 옆의 친구 지도교수님 역시 미묘하게 그 미소가 바뀐 느낌이었다. 


관객석에서 또다른 질문들이 나왔다. 그의 교수법에 대한 질문과, 영화 속에서의 젠더 표현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이 나옴)에 대한 질문이었다. 분노를 꾹 눌러참고 나도 질문했다. 영상 제작시 의도된 관객은 누구며 당신의 목적/책임 등은 무엇이었냐고. 한국어로 옮겨쓰니 좀 대범해보이는데 사실은 나름대로 매우 정중하게 돌려돌려 질문했다. (편집 과정에 대한 질문도 했는데, 이는 순전히 나의 호기심에서 나온 질문이었다. 편집해놓고 나니 더 우선시하게 된 시기나 지역, 차종 등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나도 뭐 이렇게 대단한? 프로젝트는 아닐지어정, 학부생 시절 사회학과 친구와 같이 한 학기 내내 수십 시간 분량의 촬영 끝에 15분 50초 짜리 영상을 만든 적이 있었기 때문에 관심이 많았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니 이 질문도 다른 질문들과 연결이 된다.) 


다시 감독은 원하는 대답만 했다. 젠더 질문에는 약간의 변명도 있었는데 솔직히 좀 궁색했다. 


***


영상 제작에서의 윤리 문제는 몹시 중요하다. 그리고 이 영화 상영회에서 유난히 윤리 문제가 더 부각된 것은, 영화를 관람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동아시아, 특히 중국을 연구하는 학자, 대학원생이거나 영화를 연구하는 학자, 대학원생이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동아시아를 연구하는 분야 쪽에서는, 어느 지역이나 시대와도 마찬가지겠지만, 인종과 성별의 문제가 매우 부각되곤 한다. 아니, 실제로 학계의 수면 위로 부각되지는 못하고, 다만 많은 사람들이 은연 중에 그것을 느낀다. 연구주제는 누구에게나 열려있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정당한 근거 없이 '백인 남성'이라서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더욱 쉽사리 공격당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다수의 경우 실제로 그들은 '백인 남성'의 입지에서만 형성될 수 있는 지식에 대한 일반성을 쉽사리 이야기하고, 각종 지식의 권위를 아무렇지 않게 자처한다. 


툭 까놓고 얘기해보자. 이 영화는 감독이 성과만 따먹고 책임은 갖다 버린 케이스다. 또한 이 영화는 감독이 기성의 권위만을 맞추는 영화다. 검표원에게는 동의를 구하지만 사회적, 문화적 자본이 부족한 승객들에게는 동의를 구하지 않는다. 남성들보다는 여성들이 영상에 더 많이 출연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며, 영화에 등장하는 소수의 남성들이 핑계거리가 될 수 없는 것은 등장하는 남성들이 대부분 젊거나, 소수민족이거나 (백인감독보다 더 중국어 구사못하는 경우도 있다), 사회적/문화적 자본의 기반이 약한 사람들이다. 결국 영화에 등장하는, 혹은 등장하지 않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은 평등하게 대해지지 않는다. 이미 제목부터 망했다. Iron 'ministry'라잖아. 


감독은 자신이 중국의 다큐멘터리 제작자들과 많이 어울렸다고 했다. 과연 어떤 다큐 제작자들이었을까? 중국에서 나오는 다큐들 중에는 다분히 서구사회가 선호할 만한 이미지와 메시지로만 구성된 작품들이 꽤 있다. 그런 걸 나같은 인간이 보면 내가 중국인은 아닐지언정 입에서 쌍욕이 나오게 마련이다. 혹시 이런 사람들과 어울린건가?


***


영화 철의 꿈이 떠올랐다. 나는 철의 꿈을 매우 싫어했다. 한국에서 상영되기 전 이곳 영화제에서 보았을 적, 반가운 마음은 실망을 넘어서 분노로 치솟았다. 집에 오는 길 내내 같이 본 언니에게 영화 욕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물질에 대한 관심은 좋지만 그렇다고 같이 촬영에 임해준 사람들마저 매우 오만한 방식으로 물화시켜 버리다니, 용서할 수 없었다. 게다가 산업의 역사 뿐 아니라 처절한 투쟁의 역사 또한 존재했을 조선소에서 그 역사성과 시간성을 앗아가버린다. 철의 꿈 감독은 자신의 영화를 영화에 임해준 사람들 - 대다수가 조선소의 근로자들이다 - 에게 보여줄 수 있었을까?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자신의 이야기를 더욱 더 부추기고 다채롭게 만들기 위해 다른 이들을 소모시켜 버리는 것은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다큐의 원칙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부분들이다. 그 분노는 어디 가지 못하고 블로그에 기록될 뻔했으나, 당시 네이버에 철의 꿈 리뷰가 없어서 내가 차마 개봉도 안한 영화에 욕을 할 수는 없다는 마음으로 말았다. 다른 사람들도 화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여기저기서 상도 타고 호평을 받는 것을 보니 매우 혼란스러웠다. 나의 미적감각의 문제인건가? 나의 윤리적 감각은 너무나 한정된 분야에서 비롯된 것일까?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여기저기서 상도 받고 호평을 받았다.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인가? 나의 상식이 세간의 상식과는 맞지 않는 것인가?




***


학부생 때 김홍준 선생님의 영상인류학을 들었다. 이곳에서 보다 이론 위주의 영상인류학 수업을 들으면서 이따금 그때 작성했던 저널이나 쪽글들, 학과 내 과지에 영상인류학과 관련해서 기고한 글들, 그리고 우리가 만든 영상들을 다시 보면서 비교해보거나 되짚어 보곤 한다. (슬프게도 당시 촬영한 영상은 싸그리 다 소실되었고 화질이 아주 떨어지는 최종버전과, 화질은 덜 떨어지지만 편집이 다 되지 않은 B컷만 남아있다.) 생각이 생각에 꼬리를 물어 심지어 김홍준봇....을 찾아서 정독하는데, 몇 가지 마음에 꽂히는 말들이 있었다. 영화란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말과, 남들에게 보여주기에 부끄럽지 않은 영화에 대한 말들이었다. (트윗은 짧으니 내 맘대로 해석하겠다.)


솔직히 말해서 나랑 친구가 만든 영상은 진짜 조야했다. 영상도, 사운드도, 편집도, 기술적인 건 다 개판이었다. 우리의 영상은 관객들에게 강제 상영하는 것이 아닌 이상 '보아야 할 이유'가 없는 영상이다. 다시 말해 오로지 수업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영상이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착이 간다.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고 (부족한 기술은 부끄러움), 저널을 읽으니 당시의 치열한 고민들이 녹아있구나 싶었다. (다만 영상을 보았을 때는 그 치열한 고민과 갈등이 별로 드러나지 않았다. 아쉬워라.) 


영상 만들기를 처음 접한 것이 스나이데키 같은 사람이 아니라 김홍준 선생님이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솔직히 내가 남자가 아닌 것, 백인이 아닌 것이 원망스러운 순간들이 많았다. (특히 '필드'에 나가면 그런 생각이 간절하게 든다. 권력관계에서 을이 되고 싶지 않은 추악할지언정 솔직한 감정이다.) 그렇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나니 내가 속칭 '유색인종' (이 말에 대해서도 할말이 많음)으로서, 여성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이 삶에서는 불편할지언정 학문을 하는 데에서는 안일할 틈을 주지 않기 때문에 감각을 날카로이 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의 감독은 너무 안일했다. 누릴 수 있는 것이 많아서일까, 그것들을 모두 누리기만 했고 그에 수반되는 책임들은 회피하였다. 


***


이 영화를 같이 본 한 친구는 Act of Killing의 오펜하이머 감독은 자신의 영화에 대한 윤리적 지적이나 도전을 회피하지 않고 대화에 참여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만약 감독이 최소한 대화에 응했더라면, 도전이라도 했고 고민을 회피하지 않았더라면 오히려 난 이 영화를 좋아했을지도 모른다는 말로 오늘의 분풀이를 끝맺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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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객섭은낭 (2015, 허우샤오시엔) - 2

(미완성 리뷰)


몇 달 전에 자객섭은낭을 본 후, 기회가 되면 꼭 다시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마침 근처에서 특별상연을 해서 또 보고 왔다.


두 번째 관람기의 감상평. (첫 번째 거는 블로그 어딘가에 있다.)

까먹기 전에 생각나는 것들:


1) 드디어 스토리를 이해했다. 이번엔 가급적 영어 자막을 보지 않고 귀를 열어두려고 노력했는데, 조금 효과를 보았다. 사실 자막의 번역 퀄리티 그 자체가 나빴다기 보다는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첫째, 관객의 자막을 읽는 시간에 대한 배려가 거의 없다. 두 번 읽을 속도의 자막은 바라지도 않는다. 한 번 읽기도 벅차다. 애초에 영화가 대화를 최소화 해서 대사 하나하나가 복잡한 편인데, 자막마저 읽어볼 시간도 없이 사라져버리니 따라가기 벅찼다. 


둘째, 중국어와 영어의 친족호칭용어 문제가 있었다. 영어와 달리 중국어는 친족호칭이 매우 발달되어 있다. 모든 친척 하나하나에게 서로 다른 호칭어가 붙고, 상대적인 관계에 따라 호칭이나 지칭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한국어도 마찬가지다.) 말을 줄이는 과정에서 인간관계는 바로 이 호칭 및 지칭 체계에서 드러나는데, 영어로 번역할 길이 없음. 친족 외에도 상대방의 지위를 부르는 방식에서 드러나는 인간관계가 영어 자막으로는 드러날 수가 없다. 이것이 만약 책이었다면 각주, 미주나 괄호에 설명을 덧붙일 수 있겠지만, 영화의 자막이라는 것은 전혀 성격이 다르다. 시간과 공간이 한정되어 있다. 예컨대 고모부(姑丈)가 uncle로 번역되었을 때 잃게 되는 관계의 복잡성을 커버할 길이 없고, 분명히 중국어로는 티엔지안과 니에인냥이 사촌관계(表兄妹)라고 한 것 같은데 영어 자막에는 그저 둘이 약혼 관계였다 정도로만 나오니 얽히고 섥힌 가정사가 잘 보이지 않을 수 밖에 없겠다. 혹은 각종 지위에 대한 경칭들, 예컨대 마마(娘娘), 주공(主公) 등의 단어들이 your highness로 번역될 때, 혹은 사부/스승님(师父)과 주공(主公)이 모두 Master로 번역될 때 소실되는 것들이 지나치게 많다. 



2) 모두들 영화의 시네마토그래피를 기대하지만, 사실 사운드가 진짜 대단하다. 조용하다 느끼지만 사실 영화에서 소리가 제거되는 일은 없다. 이에 대해서는 날잡고 길게 생각해봐야겠다.


3) 저번 영화관과 달리 이번엔 영화관 스크린이 반 정도로 작았다. 한 번 영화를 봐서 그런지, 혹은 스크린이 작아서 그런지 저번처럼 영상을 보고 숨이 탁 막히는 경험은 하지 못했다. 라이프오브파이 이후로 큰 스크린이 가장 아쉬웠던 영화.


4) 사운드가 끝내줬는데, 영화관에 환풍기? 에어컨? 뭐 그런 게 계속 돌아가서 상당히 신경이 쓰였다. 영화가 이처럼 조용하지 않았으면 티가 안 났을 텐데.


5) 니에인냥이 티엔지안에게 후지가 임신한 사실을 말할 때 큰 소리로 웃은 사람이 있었다. 뭐가 웃긴 건지 모르겠다. 생각해보니 무협이라는 장르, 각종 동작이나 소품들에게 당연히 부여되는 의미들을 전혀 픽업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스토리가 어렵다기 보다는 그 전달방식이 친절하지 않은데다가 자막의 한계로 이해를 하기 위해 상당한 인내가 수반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어떠려나. 불친절한 스토리의 갑 (관객이 엽문 이야기에 대한 어느 정도 이해가 있다고 가정하고 들어갔다고 생각됨)이었던 일대종사가 한국서 개봉했을 적, 같은 상영관에서 영화보던 많은 사람들은 중도에 나가거나 잠들었다...


6) 중국에서는 당대 복식 등에 대한 고증이 부족하다고 욕을 하는 자들이 있다고 했다. 솔직히 이미 건물부터 일본식인 게 드러나는데 (로케가 동아시아 여기저기임) 복식이 문젠가. 게다가 언제부터 무협이 그런 것에 그렇게 신경썼던가. 


다만 이와는 별개로 어떤 소비해야만 하는 이미지들을 구현하기 위해 활용한 장치들에 대해 반감이 들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소위 잘못된 복식들도 그 예일 것이고, 소위 웨이보라는 변방국을 묘사하기 위해 차용한 몇몇 장치들 - 예컨대 왕실에서의 연회 등- 이 눈에 띄기는 했다. 기본적으로 무협영화를 지향하니 미적으로, 형식적으로 충분히 허용이 되는 범주라고는 생각되며, 이런 이유로 허우샤오시엔의 영화가 무협장르를 깨부수기 보다는 그 장르를 좀 더 능숙하게, 미적으로, 매우 정교하게 확장시킨 것이라 말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7) 오늘도 여전히 자신공주(嘉信公主)를 비롯한 몇몇 캐스팅의 국어책 읽기는 견디기 힘들었으며, 자청공주(嘉诚公主)의 악기 연주는 듣기 괴로웠다. (그리고 둘은 한 배우가 연기함 ㅠㅠ) 후자는 배우의 죄가 아니지만 괴로운 건 괴로웠습니다... 포스는 쩔던데 왜...


8) 대륙 배우들은 대체로 보이스트레이닝이 잘 되어 있는데, 이 '보이스트레이닝'이라는 훈련된 목소리와, 또 그것을 듣는 훈련된 (대륙) 대중의 귀 (+전문성우의 더빙도 매우 흔함)가 영화의 미적인 구성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일까 궁금해짐.


9) 같이 영화 본 친구의 가장 큰 혼란의 순간은 바로 정정아/징징얼(精)의 등장이었다. 섭은낭이라고 생각했고 누군지도 몰랐던 것 같다. 사실 나도 중국 사이트 뒤져가면서 찾아보지 않았으면 몰랐을 것 같다. 이름따위 등장하지 않았고 이름 역시 중국 사이트 뒤져서 알게 된 것.


기타 등등은 나중에 시간 내서 다시 정리하고 올리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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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차이쥔 - 모살 (谋杀似水年华) [스포일러 주의]

리디북스에서 중국 추리소설인 '모살'을 무료 공개하였다. 

그래서 궁금해서 봤다.





http://ridibooks.com/event/3350



주 배경은 상하이고, 작가가 나름대로 사회적 문제를 담아보려고 한 결과 농민공이라든가 본지인/외지인 문제, 빈부격차 이야기 등이 인물들을 움직이는 주요한 장치로 등장한다. 이런 게 한국에 공개됐는데 안 읽을 순 없지!! 재미도 재미지만 나름의 연구의지와 부채감 때문에 읽은 면도 없잖아 있다. 


아마 지금은 5화가 무료 전화 됐을 건데, 한 삼일 전에는 4화까지만 공개된 상태였다. 속도감 있는 전개 때문에 뒷 부분이 무척 궁금하여 결국엔 인터넷에서 중문 원서를 찾아보았다. 부족한 중국어 실력 때문에 번역본을 읽는 것보다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렸지만, 그래도 깊이 있는 내용이라기 보다는 정말 스토리에 집중하면 되는 글이라 그렇게 어렵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지금 막 다 읽은 참이라 (그렇다 페이퍼를 쓰지 않고 소설을 읽고 노는 중이었다...) 생각이 아직 정리가 되지 않았지만 읽고 나서 느낀 점을 몇 가지 써본다.

아, 그 전에 세 줄 요약:


크리스마스 때 할 일 없는 심심한 분들 킬링타임용으로 읽기엔 훌륭합니다. 무료니까 속도감 있는 전개가 인상적입니다만, 깊이 같은 건 기대할 게 못 됩니다. 이 책으로 중국을 배울 필요는 없으며, 중국 사회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해가 있으시다면 글이 좀 불편(불쾌?)할 수도 있겠습니다. 






[스포일러 주의]









1. 리디는 이 책의 작가를 두고 '중국의 기욤 뮈소'라고 소개한다. 기욤 뮈소의 글을 읽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으나, 이 책이 그렇게 대단하냐면 잘 모르겠다. 글을 읽는 내내 마음 속에서 글에 대한 평가가 계속 바뀌었는데 결론적으로는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상업추리소설이다 - 정도. 사실 한 4부까지만 해도 글의 독자가 누군가에 대한 생각을 끊임없이 하면서 생각이 많이 오갔다. 그 시점에서 내렸던 소결은 이 책의 '사회적 시선'이라는 것은 결국 농민공이라든가, 상해 본지인이라든가, 고위층 자제 등에 대한 여러가지 환상들을 결합해 추리 소설에 끼얹은 정도라고 생각했다. 


 리디 공개 부분으로 치면 한 5부 정도의 포인트에서는 치우셔우(秋收)의 이야기에 집중하면서 농민공, 공장 노동자의 애환 등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온다. 이때만큼은 아, 이 글도 잘하면 그냥 추리소설이 아니라 좀 더 깊이 있는 글이 될 수 있겠다하는 기대심으로 페이지를 넘겼지만, 문제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하면서 나의 기대심도 같이 풀렸다. 나는 사회와 타인에 대한 관심을 본격적으로 밀어붙이는 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결국 이도저도 아닌 치정극으로 끝나버리면서, 사회의 아픔을 그저 소비하는 글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기분이 나빴다. 즉, 작가가 어떤 계급의 대표로 그려내는 각 인물들의 삶을 입체적으로 그려내기는 커녕, 그저 주변에서 쉽사리 소비되는 이야기들로 너무나 진부한 인물들을 그려냈다는 인상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일까, 읽으면서 불편해 미치는 줄 알았다. 



2. 모살을 읽으며 중국에서 볼 수 있는 세 가지 문화 소비재들이 떠올랐다. 하나는 소시대 (小时代) 나 수많은 드라마 등으로 대표되는 부자들에 대한 환상과 동경 (그리고 그들의 치부를 드러냄으로써 성립되는 멸시)을 그린 소비 컨텐츠들이다. 모살에서는 주인공 샤오마이의 남자친구인 셩짠(盛赞)과 그의 어머니, 와이탄에서 작업을 거는 페라리 남자 등에서 투영해 볼 수 있다. 그 밖에 드라마 등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신데렐라 스토리들 또한 이에 해당하겠다.


두 번째는 마윈의 성공신화를 비롯해 각종 스타트업의 창업전설로 대표되는 소위 '성공기' 이야기들이다. 이들은 주로 두 가지를 한꺼번에 얘기한다. 한 가지는 어려움을 뚫고 각고의 노력 끝에 물질적으로 성공하는 젊은이들의 고생담이고, 다른 하나는 이러한 성공이 가져다준 물질적 행복이 가져다 주는 허무함이다. 예컨대 제작년 중국을 말 그대로 강타했던 <중국합화인>과 같은 영화라든가, 향촌에서 봉사하는 삶>>>>>부잔데 혼자만 남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공익광고가 이에 해당하겠다. 이는 앞서 언급한 부자들에 대한 환상과 동경과도 맞물려 있다. 치우셔우가 이를 대표하는 인물이겠고, 이를 목도하는 구페이는 이러한 컨텐츠에 나오는 조연(=관찰자)의 역할에서 얼마나 벗어나는지 잘 모르겠다. 멀리 보면 결혼 잘 해서 잘 나가게 된 셩짠의 아버지 셩스화(盛世华)도 어느 정도 해당되겠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왕펑(汪峰)의 춘천리(春天里) (실제로 치우셔우의 삶을 그리는 어느 장에서는 이 노래의 가사로 장이 시작된다)라든가, 안즈(安子) 등으로 대표되는 소위 다공문학(打工文学)에서 볼 수 있는, 농민공들의 삶과 애환에 대한 내용이다. 내가 자세히 알아본 적이 없어 뭐라고 말은 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모살을 읽으면서 떠올랐던 것은, 첫째 과연 단순히 이들의 애환을 나열하는 것 만으로 <모살>이 이들을 헤아리고 위로할 수 있는, 혹은 적어도 사회의 다른 구성원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줄 수 있는 글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었다. 이에 대해 나는 아니라는 생각이 강력하게 들지만 내가 무슨 말을 할 자격이 있는가는 모르겠다. 다만 차이쥔이라는 작가가 상기한 것들이 연상되는 컨텐츠들을 생산이 아닌 소비하는 축에 속한다는 생각은 끊임없이 들었다. (솔직히 주강 삼각주 지역에서 떠도는 치우셔우 얘기가 몰입감이 좀 떨어졌다ㅠ 다들 이미 아는 이야기 수준에서 언급되어서 그런가...)


뭐 일단 내가 만났던 농민공들을 돌이켜볼 때, 삶 조차도 너무 버거워 이런 글을 읽을 것 같지도 않지만 말이다. 



다시 말해 <모살>은 이미 광범위하게 소비되고 있는 장르들을 또다른 훌륭한 소비재로 한데 묶어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어떻게 보면 이 글 자체가 시한폭탄 같은 팍팍한 중국 사회에서 쉽사리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산물이기에, 그만큼 한계가 보인다는 생각도 들었다. 



3. <모살>의 등장인물들은 지극히 평면적이고 예측가능하다. 그나마 가장 입체적이었던 것은 샤오마이 정도지만, 샤오마이의 배경에 대해 조금 설득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샤오마이는 앞서 2번에서 말한 각종 혼합된 장르에서 조금 벗어나는 것 같은 인물이다. 샤오마이는 가난한 집의 소녀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부잣집 소녀도 아닌, 상해 호구를 가진 경찰의 딸이다. 아버지와의 관계는 이미 틀어져있고, 이따금 충동적인 면 같은 것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일개 경찰의 딸이 무슨 재벌가 아들들을 만나고 다니는가... 물론 상해호구는 매우 귀한 것임에 틀림없지만, 이만큼은 아니다. (상해 호구를 가졌으나 빈곤에 처한 도시빈민들도 무수히 많다.) 결국 외모로 귀결되는 건가요.... 


치우셔우라는 캐릭터 설정에 대한 아쉬움도 많다. 작가는 치우셔우를 통해 어느 순간 농민공과 소위 개미족(蚁族)이라 불리는 취업하지 못한 젊은이들을 동일선상에 놓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정말 불만이 많다. 치우쇼우는 어디서 각종 사회, 문화자본을 취득했는가? 과연 대학까지 나온 이족과 고졸의 농민공을 동일선상에 놓을 수 있는가? (참고로 적어도 내가 만난 대부분의 농민공들은 중졸이었다. 이는 의무교육이 중학교까지기 때문.) 이들이 갖고 있는 아픔의 경중을 따지자는 게 아니라 이들의 아픔의 결과, 이들이 바라보는 사회, 세계, 시간은 필연적으로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다시 돌이켜보니 이들의 납득되지 않는 배경이나 그나마 존재하는 '입체성'이라는 것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법한 인물을 그림으로써 성립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즉 누가 읽어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인물들을 그려냄으로써 소설이 지향하는, 혹은 이 소설을 탄생케 한 각종 사회적 환상들을 충족시키는 것이 아닐런지. 작가가 이를 정말로 의도했다면 이는 매우 영악한 장치라고 밖에는 표현을 못하겠다. 


아 뭐 할 말 더 있었는데 나중에 작성하는 걸로...



4. 까먹기 전에 한 가지 더.

이미 영화화가 결정되었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 이 소설을 영화화는 것은 독배 마시는 거다. 책을 보면서 안젤라베이비가 주연한 영화가 어떻게 그려질지 상상해봤는데... 이거 타깃층을 생각하니 마음이 답답해졌다. 


이것도 나중에 다시 보충하는 걸로...



5. 혹시나 오해할까봐 다시 말하지만, 추리소설로서는 무척 재밌다. (진짜 재밌다. 그래서 페이퍼도 집어 던지고 중국어로까지 찾아 읽었다....) 좀 용두사미 느낌도 나고 마지막엔 약간 허무하기도 하지만, 속도감 있는 전개와 얽히고 섥힌 인간관계, 그리고 지나치게 무리하지 않는 부분 등이 돋보인다. 크리스마스 때 심심한 여러분께 킬링타임용으로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무료니까)

그렇지만 이 책이 어떤 아주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한 책이냐면, 그건 또 아닌 것 같다. 어디선가 광고에 '사회파 소설'이라는 문구를 본 것 같은데, 사회파라는 단어가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뜻이라면 조금 동의하기 어렵다. 킬링타임, 오락용으로 차위쥔의 다른 책을 볼 일이 생긴다면 모를까, 차이쥔이라는 작가가 별로 궁금해지지 않는다. 



6. 중국 사회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한국 독자들에게 어떻게 읽힐 것인가는 조금 다른 문제겠다. 사람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을까? 무척 궁금하다. 나중에 평이나 좀 찾아봐야겠다.



뱀발: 

생각해보니 혹시 문체가 마음에 안 들어서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라면 이렇게 안 썼을텐데... 혹은 나라면 이런 저런 걸 더 살렸을 텐데... 하는 부분들이 없잖아 있었다. 취향의 문젠건가?? 


뱀발2:

번역가가 거른 것들이 좀 있다. 말장난 때문에 어렵다기 보다는, 독자가 중국사회에 대한 이해도가 어떻냐에 따라 번역이 어렵겠구나 싶은 부분들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리디에서 6화까지 다 공개되면 한 번 재빨리 살펴봐야겠따. 번역이 궁금함.

사실 처음에는 아 왜 죄다 발음기호로 인명, 지명을 사용하는가에 대한 불만이 있었는데 (특히 맨 앞의 음식 이름들...), 원문의 이름들을 보고 대번에 납득하였다... 샤오마이는 소맥(小麦)이고 치우셔우는 추수(秋收)다.... 셩짠은 성찬(盛赞)이니까 좀 나으려나... 이 뭐...


벰발3:

한 3~4부 까지 읽었을 땐 너무 재밌어서, 중국의 책/영화 평점사이트인 도우반(豆瓣)에서 별점이 왜 이리 낮을까 참 궁금했더란다. 읽고나니 이해가 감... 참고로 도우반 가면 진짜 다양한 평들이 넘쳐나는데, 혹평들도 상당히 눈에 많이 보인다.  "쓰레기, 차이쥔은 글 그만 써라" 뭐 이런 평들도 있는데, 가장 웃겼던 건 "내 세 시간을 모살당했다" 였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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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동요리 말장난 열전 - 1

먹는 사진 잔뜩 올리다보니 멈출 수가 없다...

이거만 올리고 멈출 것이다.

이번엔 광동요리를 주제로 한 말장난.


참고로 중국 내에서도 광동 사람들은 뭐든지 먹는다고 알려져 있다. 이때 주로 예로 등장하는 것이 "광동 사람들은 심지어 천산갑(穿山甲)도 먹는대!" 천산갑은 아르마딜로처럼 생긴 갑옷 입은 열대성 동물.




이것이 천산갑. 그런데 이미지 검색하니까 미얀마의 정력식품으로 등장한다... 

(한국인은 정력, 미용 이런 거 붙으면 뭐든 다 먹을 것 같다)

사진 출처는 주소가 기므로 링크로 대체



아무튼 본론으로. 

친구의 위챗에서 봤던 내용이다. 



A: 听说广东人好像什么都吃的哦。

   광동 사람들은 뭐든지 다 먹는다더라.

B: 是吗? 小孩也吃?

   그래? 어린애들도 먹어?

A: 他们有一种饭叫煲仔饭。

    보짜이판이라는 게 있대.  

    (*짜이仔는 어린아이나 젊은이의 뜻을 가짐. 예: 농민공 청년은 다공짜이打工仔, 카우보이는 니우짜이牛仔) 

B: 除了煲仔饭, 他们还敢吃点别的再恶心点的吗?

   보짜이판 외에도 혐오스런 걸 또 감히 먹어? 

A: 人头饭。

   사람 머리를 먹는대. 

B: 除了煲仔饭,人头饭,还敢吃点别的吗?

   보짜이판과 사람머리 외에, 또 감히 먹는 게 있어?

A: 老婆饼。

   마누라빵이 있대. 

B: 能不吃人吗。

   사람 안 먹을 순 없냐.  

A: 油炸鬼。

   기름에 튀긴 귀신을 먹는대. 

B: 有种吃艘船?

   선박 같은 것도 먹나? 

A: 艇仔粥。

   보트 죽을 먹는대. 

B: 不服,换种交通工具

   말도 안돼, 교통수단은?

A: 车仔面。

   자동차 국수를 먹는대. 

B: 只是醉了他们能吃种我听不懂的吗?

   혹시 그냥 내가 취해서 그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것들을 못 알아듣는 건가? 

A: 薄撑。

   아닐걸. (*사실 정확한 뜻을 모르겠는데, 한자를 그대로 읽으면 '얇게/경미하게 받치다'의 뜻임.)

B: 。。。有更没下限点的吗!

  ... 더 노답인 것도 있어?

A: 鸡屎藤饼。

   닭똥넝쿨빵! 

B: .....(Knock Down)

   ..... (기절)



이게 뭔소린가요 도와줘요 스피드왜건! 



일단 농담 자체가 아마도 광동 사람들이 쓴 것 같다. 그쪽 사투리가 미묘하게 느껴지는 듯한 착각... 하지만 나의 일천한 중국어는 믿을 게 아니된다ㅋㅋ


본문에서 첫 줄을 제외하고 A가 말한 모든 것은 실제로 있는 음식의 이름들이다. 한자로 그대로 읽으면 시방 이게 뭔 소리여 싶은 것들인데, 사실 정말 멀쩡히 존재하는 음식들이며, 사람이라든과 귀신이라든가 뭐 그런 것들과는 관계가 없다. 


(*귀찮으니 번체는 가급적 생략...)


1. 보자반 (煲仔饭) 우선 보짜이판의 경우 이 블로그 어딘가에서도 한번 등장했다. 




내가 맨날 복짜이 복짜이 노래하는 밥인데, 사실 광동어 발음은 뽀짜이반 쯤 된다. 이 솥이 바로 보짜이(煲仔)라고 불리며, 여기다 특제간장, 고기, 채소, 달걀 등 원하는 재료를 넣고 해먹는 솥밥이다. 이거 엄청 맛있다. 한동안 온 집안이 이거에만 꽂혀서 이거만 죽어라 먹었던 적도 있다... ㅋㅠ



2. 사람 머리 밥, 인두반 (人头饭/人頭飯)



(출처: http://bbs.macau.fang.com/salon~-1/69770367_69770367.htm)



사실 인두반은 음식 이름은 아니고 1인당 1밥을 뜻한다. 예를 들어 "四碗人头饭" 인두반 4그릇!이라고 하면, 밥공기 네 개를 뜻하는 셈. 아마도 4인분의 밥을 달라하면 공기에 안 담아주고 대접에 한번에 쓸어 담아주는 것과 비교하는 용어인 것 같다.



3. 마누라빵, 노포병 (老婆饼)


광동성 초주(潮州)에서 먹는 딤섬 종류의 하나로, 달다구리한 디저트라고 보면 되겠다. 참고로 이거 맛있다. 달걀, 밀가루 베이스의 페이스트리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안에 과일이나 뭐 이런저런 소가 들어있기도 하다.



출처: http://www.qbaobei.com/UploadFiles/yswh/2013/3/201303121532321957.jpg


출처: http://www.meishij.net/zuofa/laopobing_10.html (레시피도 있다)




노포병에는 나름의 스토리가 있다고 한다. 여기저기서 퍼온 스토리를 대충 해석해보자면...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광저우에 청조 말기에 설립된 오래된 찻집이 있었다고 한다. 이 찻집은 딤섬과 전병류의 음식으로 매우 유명했다. 그러던 어느 날, 찻집에서 일하던 초주 출신의 딤섬 요리사가 가게에서 온갖 종류의 대표적인 다과를 집에 가져가 부인에게 먹어보라고 주었다. 그런데 이 요리사의 예상과는 전혀 달리, 부인은 다과를 다 먹은 후 가게의 딤섬이 맛있다고 칭찬도 하지 않을 뿐더러, 심지어 불쾌한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찻집의 딤섬은 뜻밖에도 무척 평범한 듯 하며, 우리 어머니의 딤섬인 동과각(冬瓜角)과 비교조차 못할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은 요리사는 당연히 불만스러웠고, 아내에게 이 "동과각"이라는 것을 한 번 먹어보자고 말했다. 그러자 아내가 동과(채소의 일종)로 만든 소(팥소 할때 소)와 설탕, 밀가루를 이용해 누르스름한 색을 띠는 "동과각"을 만들었다. 초주 요리사는 이를 먹어보고서야 과연 이 동과각이 시원하고 달콤한 것이, 아내 친정집의 딤섬을 칭찬하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고 한다. 


이틀 뒤, 초주 출신의 요리사는 이 동과각을 찻집으로 가져가 모두에게 먹어보라 하였고, 찻집의 주인이 이를 먹어 본 후 요리사보다 한 술 더 떠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였다. 찻집 주인은 요리사에게 이 전병은 어느 찻집에서 만든 딤섬이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요리사는 "초주 부인이 만든 것이오!" 라고 답하였다, 이리하여 찻집 주인은 즉흥적으로 이를 "초주노포병 (潮州老婆饼 초주 부인의 빵)"이라 부르기 시작하였고, 이 초주 요리사로 하여금 동과각을 개량하도록 하여 자신의 찻집에서 팔게 하였다. 그렇게 이름을 얻은 '노포병'은 대호평이었다고 한다.  



아 맛있겠다... 


 

4. 기름에 튀긴 귀신, 유작귀 (油炸鬼)



출처: http://image65.360doc.com/DownloadImg/2013/10/0713/35699520_1.jpg



소위 요우티아오(油条)라고 하는 튀긴 빵/튀긴 꽈배기을 광동어로 '유작귀'라고 부른다. 바이두 백과사전에 보니 요우티아오/유작귀의 유래가 나와서 대충 옮겨본다.[각주:1] 참고로 바이두 백과사전에서는 션홍페이(沈宏非)의 <유작귀> 글을 인용하고 있다.


분노는 시인을 낳았고, 분노는 튀긴 꽈배기를 낳기도 하였다. 민간에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1142년[각주:2]악비[각주:3]는 풍파정(风波亭)에서 진회[각주:4]와 그의 부인 왕씨가 계획한 모함에 넘어갔다고 한다. 수도인 임안[각주:5](현재의 항주시)의 백성들이 이 소식을 들은 후, 모두들 마음에 분노로 차 무엇이든 해버릴 것처럼 되어버렸다.[각주:6] 이때 풍파정 주변의 어느 튀김집의 주인이 마음 가는 대로 밀가루 반죽을 잡아 남녀 소인 한 쌍을 빚어 둘의 등을 맞대도록 붙였다. 그리고는 기름솥에 던져넣고 연거푸 큰 소리로 "모두들 와서 기름에 튀긴 진회 드세요!" 라고 소리쳤다 한다. 일순간, 임안의 도처에서 다들 이를 흉내내기 시작하였고, 사람들은 이 "튀긴 진회"를 와드득 씹는 것으로 분풀이를 했다고 한다. 


비록 "유작회(튀긴 진회 油炸桧)"는 이후 대부분 "유조(油条)"라고 부르게 되었으나, 연해 지방의 오어(상해어), 월어(광동어), 민남어를 사용하는 지역에서는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유작회"의 해음자[각주:7]를 사용하고 있다. 즉, 광부인(广府人)[각주:8]들이 말하는 "유작귀(油炸鬼)"와 민남방언에서의 "유차(油车)"가 이에 해당한다. 홍콩의 경우 유작귀는 작면(炸面)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아마도 몇몇 사람들이 유작귀라는 말을 불길하다 여겨서인 것으로 추측된다. <청패류초(清稗类钞)>[각주:9]에 따르면 "유작회(튀긴 진회油炸桧)는 사람만큼 길게 하여 그 면을 얇게 하도록 두드린 후, 두 가닥을 하나로 꼬아 밧줄처럼 만들어 튀긴 것이다. 가장 처음 만들어졌던 것은 사람의 형상을 닮았는데, 위에는 두 손과 아래에는 두 발이 있어... 진회가 나라를 망친 것을 송나라 사람들이 미워하여 비난하기 위해 그런 모양으로 만들었다고 한다."[각주:10] 이 "귀신"에 대하여 장애령(장아이링 张爱玲)이 1980년대말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하였다: "샤오빙(구운 빵, 烧饼)은 당나라 시대 서역으로부터 전해졌으나, 남송에는 이미 튀긴 꽈배기가 있었는데, 이는 "유작회(油炸桧)"로 불렸으며 당시 간신 진회에 대한 백성의 분노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리고 오늘날까지 강남의 오 방언 지역은 여전히 이러한 명칭을 사용한다. 



글이 길어진다... 나머지는 2편으로 넘깁니다. 


 













  1. 출처: http://baike.baidu.com/link?url=0pm9SuXY8UZGend91XEII732EtPXYkgo6qZ7pbAkLMJjZjJQVGY86iTNhHNyOEd9C9JZITdYJ9_oSQeIbI0ed_ [본문으로]
  2. 남송시대 [본문으로]
  3. 岳飞, 남송 때 금나라에 항거한 명장 [본문으로]
  4. 秦桧, 악비를 모함한 남송의 간신 [본문으로]
  5. 临安, 남송의 도읍지였다. [본문으로]
  6. 원문은 恶向胆边生으로, 주로 "怒从心上起,恶向胆边生"라고 쓰인다. [본문으로]
  7. 같은 발음을 갖는 단어. 예를 들어 숫자 4(四)와 죽을 사(死)의 관계와 같다. [본문으로]
  8. 광동어를 모어로 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영어로는 Cantonese라고 해석되며, 주로 주강 삼각지 지역을 중심으로 광동, 홍콩, 마카오, 광서, 해남 및 해외의 여러 교포들을 아우르는 말. 마치 복건-대만을 "민 문화권"으로 묶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될 듯 하다. [본문으로]
  9. 청대에 전해져 오는 이야기들을 집대성한 책으로, 청말 민국초기에 편선되었다. [본문으로]
  10. 본문에 백화문이 아닌 문언문으로 인용이 되어 있어 해석에 자신이 없다. 원문은 다음과 같다: 油炸桧, 长可一人,捶面使薄,两条绞之为一,如绳以油炸之。其初则肖人形,上二手,下二足……宋人恶秦桧之误国,故象形似诛之也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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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복건성 포전 특색 음식 포전로면 (푸티앤 루미앤, 莆田卤面)

앞서 사차면 올리고 나니까 갑자기 국수 생각이 간절해진다... 


한국에서는 좀 생소할 수도 있겠다. 로면(卤面)이라고 하여 본적도 없는 생소한 한자를 쓰는 국수 요리다. 네이버 사전에 집어 넣으면 '진국 칼국수'라는 신박한 단어가 나오는데, 뭐 얼추 맞는 것도 같다. 바이두 뒤져보니 다른 지역에도 로면이 있지만, 좀 다른 양상을 띠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먹은 것은 복건성 남부 지역에서 주로 먹는, 국물 엄청 걸쭉하고 진한 칼국수다. 특히 천주(취앤저우 泉州)와 포전(푸티앤, 莆田)의 로면이 유명하다고. 내가 먹었던 것은 푸티앤 루미앤이었다. 


함정은... 내가 사진이 없다... 엄청 배고플 때 붐비는 식당 들어가서 후딱 먹고 나온지라 사진 못 찍었다. 그릇당 10원이었는데 영수증 발급을 절대 해줄 수 없대서 영수증의 노예인 나는 그 뒤로 못감 ㅠㅠ 감동의 국물이었는데...


그래서 사진 퍼옴. 대충 내가 먹은 거랑 비슷한 비주얼로.




사진 출처로 가면 요리법도 나와있다: http://www.aicfms.com/a/jiankangtieshi/yinshishenghuo/506.html



이것도 사진 출처로 가면 요리법이... http://www.meichubang.com/web/201507/90842.html



내가 먹은 건 밑에 사진처럼 막 해산물에 고기 들어간 건 아니었고, 위의 사진에 가까웠다. 버섯과 배추, 채심 종류의 채소 잔뜩 들어간, 불투명하고 허연 국물... (면은 선택 가능) 처음엔 이게 뭐여 하고 먹었는데 어느새 폭풍 흡입하며 만족하는 스스로를 발견했더라지...


바이두를 찾아보니 푸티앤 루미앤의 경우 주로 노동인민(...) 등의 사람들이 먹던 그런 친근한 음식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놈의 바이두 백과사전은 글의 퀄리티가 너무 들쑥날쑥하다보니, 푸티앤 루미앤 엔트리는 읽어도 이외의 내용은 영양가가 없다... 


다만 만드는 법을 보니, 다른 국수들과의 차이는 바로 전분/녹말을 국물에 푼다는 점에서 오는 듯 하다.  애초에 시작할 때 녹말 푼 물에 소금 간장 등으로 간을 내서 끓다가 물이 끓기 시작하면 고기 등 육수거리를 넣고 끓여대는 것이다. 필수 재료랄 건 딱히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다만 표고는 반드시 들어가는 듯. 로면집에서 면의 종류는 다양하게 준 것으로 보아 칼국수도 좋고 뽑은 면도 괜찮은 것 같다. 


아무튼 복건성 남부에 갈 일이 있다면, 한번 쯤 시도해볼만하겠다! 싸고 맛있다. 한국으로 치면 엄청 걸쭉한 칼국수 먹는 느낌? 물론 잘하는 집에 가야겠다... 


그나저나 그 집은 진짜 제법 큰 공간에 빽빽하게 테이블과 의자가 들어서 있고, 사람들도 빽빽히 앉아 큰 소리로 주문하면 나오는 곳이었는데... 난 다른 아저씨와 함께 앉아서 에어컨 코앞에서 땀 뻘뻘 흘리면서 먹었다. 지금 생각하면 무슨 용기로 그런 북적이는 곳에 들어갔나 싶다.


아 근데 생각할수록 침 고인다... 먹고 싶다... 이거 진짜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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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하문 특색요리 사차면/샤차미앤 (沙茶面)

앞서 오향권 사진을 올리고 나니 하문의 가장 유명한 지방음식 중 하나인 사차면/샤차미앤(沙茶面)이 떠올랐다. 

호불호를 강렬하게 탄다는, 그렇지만 하문 곳곳에 널려있는 사차면!





동남아 쪽에서 사테 면으로 익히 알려져있다고 하는데, 그건 모르겠고 아무튼 중국에서는 민남 지방의 사차면이 유명하다. 


아마 좀 제대로 된 식당에 가서 먹으면 새우나 생선 같은 해산물 잔뜩 넣고 사차장 (沙茶酱) 넣은 국물에 면 말아 먹는 것일테지만, 그런 고급 사차면은 못 먹고 아주 허름한 식당에서 재료 골라 넣어 말아먹는 싼 가격의 사차면만 먹어봤다. 

사차 자체가 사테satay의 번역인데, 사차라는 한자가 보통화로는 샤차라고 읽지만 민남어로는 얼추 사테 비슷하게 읽는다. (싸데 뭐 이런 발음)


사테 소스 자체가 땅콩 잔뜩 넣고 만든데다 나름의 향이 있어서 엄청 진하다. 약간 단 맛도 있고 살짝 매콤하기도 하다. 취향 탈 법하다. 땅콩 알레르기 있는 사람이 먹으면 바로 사망할 것 같은 그런 정도의 진함. 그냥 사차면이라고만 알고 있었지, 사테 소스의 일종이라는 걸 알았으면 어떤 마음으로 먹었을까 싶다... 땅콩 소스를 국으로 풀다니! 역시 세상은 넓다. 


잘하는 집과 못 하는 집이 극단적으로 갈릴 것 같은 그런 맛이다.... 물론 난 거의 뭐 길거리 스낵바 수준의 가게에서 먹었지만 굉장히 맛있게 잘 먹었다. 사실 맛있는 사차면 먹고 싶어서 나름 열심히 바이두 검색 돌리고 간 거다. (위생은 안드로메다로...) 


어두부나 새우 같은 해산물이란 채소 넣은 그런 버전의 사차면도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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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복건성 요리 오향권(五香卷)과 함반(咸饭)

심천에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맨날 이상한 것만 먹다가 하문에 가서 거의 피를 정화시키고 왔더란다. 

하문에서 정말 매일 가던 밥집이 있는데, 심심하면 시켜먹었던 오향권五香卷 백반.

두부피에 이것저것 넣고 튀겨서 만드는 음식으로 특히 장주 용해 (짱저우 롱하이 漳州龙海)의 석마오향(스마우샹石码五香)이 제일 유명하다. 


밥집에서 맨날 시켜먹던 것은 바로 이 자칭 석마오향 백반. 

한 끼에 10원 밖에 안하는데 밥도 나오고 단백질도 나오고 채소도 나오고 국도 나온다. 담백한 것이 맛있다 심지어ㅠㅠ

석마오향에는 돼지고기, 파, 설탕 등등이 들어간다고 하는데, 내가 먹던 석마오향 백반의 오향권에 돼지고기를 본 기억은... 음... 가물가물...




그러니까 오른쪽 코너의 저 말라비틀어진 것이 바로 감동의 석마오향이다. 몇 번을 먹어도 안 질려...

이 모든 것이 단돈 10원! 마음이 정화되는 맛이다...


사실 지역 유지분들과 귀빈석(...)에서 밥을 얻어먹었을 때도 오향권이 나왔는데, 한결같이 맛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내 기억에 남는 오향권은 바로 백반집에서 점심마다 먹던 백반의 오향권...

하도 주구장창 가니까 나중에는 아주머니가 내껀 영수증도 따로 챙겨주고, 분명 세트메뉴만 먹는 집이 아닌데 아예 "오늘은 무슨 세트메뉴 먹을래"라고 물어볼 정도였다. 


이 집에서 정말 밥 많이 먹어서 덕분에 체력도 조금 찾고 돈도 많이 아꼈던 기억이 난다. 게다가 영수증까지 찍어주는 몇 안 되는 근방 식당인지라 ㅠㅠ


분명 국도 맨날 같고 반찬도 얼추 맨날 비슷한데 왜 그렇게 맛있었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분명히 식당도 엄청 깨끗한 편이었고 주방도 합격점을 줄만했다는 점이 진짜 좋았다. 내가 근방 성중촌의 허름한 식당을 배회했던 걸 생각하면 ㅠㅠ 

하... 이게 학식이라면 난 매일 가서 먹겠어.... 




그러니까 허름하다는 건 이런 시장통의 식당들을 뜻한다. 5년 전엔 이런 데에서도 잘만 먹었는데, 작년 재작년에 중국에서 식중독 걸려 개고생 해서 그런가, 이 날 시장통만 네 바퀴 돌고 도저히 못 먹을 것 같아 그냥 굶었다...ㅋㅋ 그땐 진짜 뭐든 다 먹어보고 사람들 하는 거 다 따라해보는 패기라도 있었지 이제는 그저 늘어진 대파마냥...ㅠㅠ 





생각난 김에 몇 장 더:




이것은 하문 도착 다음 날 먹은 첫 끼. 먹고나서 진짜 울 뻔했다. 중국가서 먹은 가장 맛있는 음식 베스트 3에는 단연 들어가는데, 사실은 별 거 아니었다. 버섯과 뭔지 모르겠는 잎 종류가 들어간 맑은 국에, 조린두부, 달걀, 닭고기, 기름에 볶은 배추와 무한리필 밥... 12원이었다. 한국돈으로 2300원쯤? 




이것은 다른 날 먹은 석마오향 백반세트. 이 날 볶은 채소는 보다시피 좀 다른 거다. 




이건 복건 민남의 함반(시앤판, 咸饭)이라는 음식이다. 이 날은 세트 안 시키고 국 밥 따로 시켜봤다. 돈은 좀 더 나왔지만 이 집에서 많이 나와봤자다. 

시앤판은 엄밀히 따지면 볶음밥은 아니고 물에 끓이는 속성의 밥이다. 중의학 음식의 기운 같은 거 따질 때 열이 아닌 량(凉)에 속하는 음식이기 때문에 여름에 먹는다고. (요리왕 비룡의 더위 먹은 관리에게 먹인 볶음밥이 떠오른다...)

집에서 해먹는 음식이라 뭐 요리법도 다양하고 들어가는 재료도 다르다고 하다. 확실히 먹어보면 느끼하거나 하지 않고 담백했던 기억이 난다. 


왼쪽 위의 국도 좀 특별한 국이었는데, 흑오리탕이었다. 호기심에 시켰는데, 국물도 개운했고 검은 피부와 살의 고기도 엄청 신기했다. 먹으면서 이게 원래 이렇게 검은 건가 하는 생각도 많이 했고, 싼 가격에 많이 놀랐다. 어머니께 사진 보고했을 때 혹시 가짜 먹은 거 아니냐고 할 정도로 쌌다... 메뉴의 정식 명칭은 떠오르지 않아...



다음에 또 하문에 가서 여기 근처에 숙박하면 꾸준히 출근할 예정이다. 아주머니는 나를 더이상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맨날 혼자 가서 깨끗한 환경에서 맘 편하게 먹고, 옆의 큰 식당 와이파이도 얻어쓰고, 테이크아웃도 해서 새로 생긴 친구랑 같이 밥도 먹고... 


내겐 하문의 기억을 미화시키는 장소 중 하나고, 하문하면 자동으로 떠오르는 식당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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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A Trip Through China (1916, Benjamin Brodsky)

어제 저녁에 재미있어 보이는 영화 기획이 있어서 보고 왔다. 




A Trip Through China 

1916

Benjamin Brodsky

DCP, 108 min



스틸컷[각주:1]을 어디서 구해야할지 몰라서 그냥 행사 공지에서 빌려왔다. 


이 영화는 브로드스키라는 러시아계 미국인이 만든 영화로, 1912년부터 1915년까지 중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촬영한 기록영상들을 모아 편집한 영화다. 어디까지가 직접 촬영한 것이고, 어디까지가 다른 사람들의 촬영본을 따온 것인지 좀 불분명하다고 듣긴 했지만 기본적으론 그가 만든 것이 맞다. 브로드스키는 이민자로, 때로는 폴란스키라고 번역되기도 하지만 미국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한 영문 이름은 Brodsky니 브로드스키가 맞는 이름이겠다. 


원래 세일즈맨이자 투자가에 가까웠던 그가 미국에 유학온 중국인 유학생의 권유로, 중국 현지에서 찍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이 영화를 중국의 서양인들에게 상영했을 뿐 아니라, 따로 강연가를 고용하여 미국에서도 순회 상영을 다녔다고 한다. 당시 1917년에 공개 상영된 후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공개상영되는 자리였다고 한다. 2년 후였으면 100주년 기념이었을듯...뿐만 아니라 싱가폴 등 해외의 다른 나라에서도 상영을 했지만 뭐 좀 기록들이 불분명한 것 같다.


무성영화여서 따로 음악가 두 분이 동행하셔서 라이브로 신디사이저 반주를 해주셨다. 우리가 본 버전은 2013년 대만의 국가전영중심, 한국으로 치면 영상자료원 같은 곳에서 복원한 버전이다. 총 108분으로, 홍콩에서 시작하여 광저우, 수저우, 항저우, 상하이, 티엔진, 북경까지 여행하며 찍은 영상들을 모은 작품이다. 중간중간 코멘트들 (무성영화니까 화면상 글자로)이 등장하는데, 몇몇은 관찰을 전달하는 내용이었지만 나름 재밌게 하려고 만든 코멘트들도 있었다. 복원본의 한계인지, 원래 편집이 그랬는지, 혹은 당시 상영되었을 때엔 강연가와 본인이 함께 영상을 동반했기 때문에 그런지는 몰라도, 초반을 제외하고는 장소들이 마구 섞인다. 그러니까 화면상으로는 천진에 있어야하는데 홍콩이나 광저우의 장소들이 나온다거나, 앞에서 쓴 화면들을 자꾸 재활용한다거나. 아마도 브로드스키의 사고와 관심사를 영상으로 표현한 것 같은데, 맥락이 조금 부족한 오늘날로서는 파악하기 힘든 부분들도 없잖아 있었다. 





완결된 글을 쓰기 귀찮으므로 여기서부터 짤막한 감상.


1. 

아는 장소들이 나온다는 것이 무척 재밌었다. 특히 홍콩의 경우 대부분의 장소들은 거의 다 대략적으로 분간이 갈 정도였고, 생각보다 다르면서도 비슷한 100년전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와 동시에 심천을 떠올리며 아, 나도 저렇게 역사가 좀 긴 곳에서 연구를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순간 들었음을 부정하기가...ㅋㅋㅋ 뭐 홍콩 땅덩어리가 작은 탓도 있겠지 싶다. 상하이의 와이탄의 경우 참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북경의 전문과 자금성이었다. 전문의 경우 그 모습이 정말 완벽히 그대로 싱크로가 되어서 그 익숙함에 놀랐고, 자금성의 경우 익숙하지 않아서 놀랐다. 궁내야 익숙할지 몰라도, 자금성을 둘러싼 풍경이 오늘날과 너무나 달랐기 때문. 천안문광장을 비롯한 각종 정치중심기구들이 없는 고궁 주변을 상상해본 적이 있는지? 정말 담장 너머로 궁궐이라는 것, 그리고 내가 아는 그 천안문 광장의 모습이 없는 고궁은 생각보다 낯설었다. 


2. 

중국의 값싼 노동력과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언급이 제법 있었다. 미국 관객들에게 상영했을 때, 그들이 당시 미국에 대거 유입되었던, 동시에 역사 속에서 지워버리려고 했던 쿨리들을 어떻게 상상했을지 너무나 궁금하다. 애초에 당시 미국인들은 중국의 쿨리 노동자들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이 영상 자료는 어떤 상상을 촉발시켰을까? 진짜 제일 궁금했던 부분. 


2-1.

'노동'에 대한 감독의 입장이 흥미롭다. 한편으로는 칭송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희화의 소재로 삼는다. 물론 이는 '중국인'이라는 몸의 존재를 통해 바라본 노동이므로 한층 더 복잡하지 않았나 싶다. 


3. 

앞서 언급했지만 몇몇 장면들은 정말 미친듯한 재활용의 향연이었다. 무엇을 표현하고 싶어했는지 무척 궁금하다.


4. 

친구의 말대로 영화 속에는 강과 바다, 물 위의 교통수단(다양한 배)이 매우 빈번하게 등장하였다. 

한 편으로는 '움직임'에 초점을 맞추어 다시 영화를 보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무성) 영화 카메라가 담기에 좋은 그림'에 대해 다시금 고민하게 되었다


5.

영화는 근본적으로 러시아계 미국인인 그의 호기심, 그리고 미국의 관객들이 가질법한 호기심을 만들고 풀어나간다. 그곳의 서양인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곳의 중국인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등 말이다. 다소 파편적이어서 깊이는 부족할지 몰라도, '본다'라는 감각을 가장 충실하게 충족시키고 있는 영상 중 하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차원에서 브로드스키가 중국을 세계의 어딘가에 위치시키는 언어적, 비언어적 코멘트들이 흥미로웠다. 예컨대 다른 나라들을 언급하거나, 미국과의 차이를 언급하는 방식들 말이다. 


6. 

몇몇 장면들은 자연스럽게 촬영된 것이 아니라 대상을 카메라 앞에 세운 것임에 틀림없었다. 예를 들어 원세개 아들 세명이 인사 몇 번씩 하는 장면... 요즘같으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장면이다. 당시 세계에 카메라라는 물건과 인간이 관계하던 방식이 궁금하다. 물론 카메라라는 물건을 쥐고 있던 백인/미국인의 존재 또한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카메라를 들이댄다는 행위가 무엇을 의미할까. 가장 놀랐던 장면은 사형수의 형집행장면을 고스란히 담은 것이었고 (결국 난 버티지 못하고 눈을 가림 ㅠ), 그 장면에서 또 한 번 놀란 것은, 누군가가 카메라 앞을 얼쩡거리는 바람에 안보이게 되니까 다른 사람이 카메라 찍게 비켜라고 손짓하는 장면이었다. 사형장면을 영화 카메라에 담는다고?!

 

7. 

영화를 보다보니 예전에 한국에 대한 영상을 봤던 기억이 났다. 독일 신부였던 베버가 촬영한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라는 무성영화였는데, 배급용 영화, 즉 상업영화적 성격이 강한 브로드스키의 중국 영상과는 달리 영상기록의 성격에 가까웠기에 마냥 보는 것이 쉽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한편으로는 같이 영화를 본 중국인 친구가 100년 전 칭화대의 모습이 나오자 사진을 찍는 걸 보고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나에게 익숙한 무언가의 100년 전 모습을 본다면 더더욱 신기해할 것 같다. 




 


  1. http://filmstudiescenter.uchicago.edu/events/2015/trip-through-china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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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커버 사진의 정체

지금 쓰고 있는 블로그 커버 사진의 정체:




더 큰 오리지날 사진이 있는데, 일단 그걸 크롭 (+번호판에 모자이크)한 것이다. 


홍콩과 심천 사이에는 여러 세관이 있는데, 그 중 심천만 (深圳湾) 세관 쪽에서 찍은 사진. 

세관을 건너는 수단도 다양한데, 이때는 매우 마음이 급했고 다행히도 인원이 잘 모여서 미니밴을 이용했다.


홍콩과 심천 사이에는 이렇게 두 개의 번호판 (중국/홍콩)을 달고 오가며 사람을 수송하는 미니밴들이 많다. 

가격은 목적지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한화로 약 3만원 정도면 심천만에서 홍콩공항까지, 혹은 그 반대의 편도요금이 나온다. 


사람이 세관 통과를 하듯, 저렇게 차들도 줄 서서 통과를 하는 것이다. 

물론 택시나 큰버스(大巴)를 타면 차량용 세관이 아니라 사람용 세관을 거쳐야한다. 


미니밴 정차소가 아닌 주차장에서 얻어타서, 혹시 헤이처(黑车)냐고 헛소리를 해보긴 했는데, 생각해보니 이런 차들이 택시회사처럼 관리되는 것 아니지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적어도 내가 본 밴들은 홍콩식으로 오른쪽에 운전석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 그리고 중국 사람들이 홍콩 출입하는 것보다야 그 반대가 수월한 것을 생각하면 죄다 홍콩에 차량이 등록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데,

세금은 어디다 내며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지 조금 궁금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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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남 지방의 성년식

올해도 칠석을 중국에서 보냈다. 

우리야 칠석이라고 하면 오작교가 열리고 견우 직녀가 만나는 날이며 비가 오는 날 정도지만, 중국에서는 칠석을 중국식 발렌타인 데이라고 해서 꽤나 거하게 쇤다. 

여기 저기 하트에 내걸리고, 초콜릿이 오가고, 커플들을 위한 상품이 팔리는 날이다. 



아무튼 이 날, 하문 항구 (정확히는 샤포웨이 沙坡尾)에서 있었던 16세 성년식 (做十六岁)을 보러갔다. 

항구 근처의 마조궁 (妈祖宫)에서 행사가 열렸고, 대만의 타이난 측에서 관계자들이 함께 공동으로 주관한 행사였다. 

하문은 아무래도 복건성(민) 내에서도 민남이고, 대만어라는 것이 근본적으로 민남어랑 거의 같기 때문에 교류가 매우 많은 편이다. 

더군다나 하문은 경제특구로 대만 기업가들에게 혜택을 주는 곳이기도 하고 말이다. 




하문역의 하문 특산품을 파는 곳은 대만 특산품도 같이 판다ㅋ 

시내에 나가면 "민태 (민타이, 闽台)" 특산을 파는 곳이 매우 많은데 민남지방+타이완 지방 특산이라고 보면 되는 듯 하다. 실제로 천주 (취앤저우 泉州)에 가면 중국민태연박물관이라고 해서, 민남지방과 대만 간의 관계성을 매우매우 강조한 국가 1급 박물관이 있다. 참고로 여타 1급 박물관으로는 자금성의 고궁박물관, 수도박물관, 천안문 광장의 중국 국가박물관 등 굵직굵직한 박물관들과'하북성 박물관', '산서성 박물관' 등의 성급 박물관과 상해 박물관, 심천 박물관 등의 대도시 박물관들이 들어간다. 다시 말해 여기 박물관장은 파워가 좀 있다는 뜻인데... 결론은 대만은 중국의 일부! 뭐 이런 곳이라서 중요한 듯. 여기 가본 이야기는 다음에... 




샤포웨이의 길거리. 하문섬 중 남쪽이 가장 먼저 개발되었고, 샤포웨이가 바로 이런 가장 처음 사람들이 정착한 지역 중 하나다. 그만큼 길도 좁고 구불구불하고, 오래된 냄새가 팍팍 나는 곳. 



샤포웨이 항의 풍경. 사진만 잘 찍으면 예쁠 것 같다. 대형 선박이 들어오는 곳이 아니라 정말 고깃배가 출항할 것 같은 느낌. 



그러나 현실은!!! 하문시에서 새로 짓는 쌍둥이 건물이 들어와서 경관은 안드로메다로...

새로운 랜드마크라고 짓기 시작한 건데, 대체적으로 거주민들이나 근방 하문대 학생들의 반응은 경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썩 좋진 못한 듯... 



중국 농촌 사회의 기틀이 마을(촌)이라면 오늘날 중국 도시 생활의 기틀이자 가장 기본 단위는 사구(社区)다. 원래 성년식은 가정 내에서 이뤄지는 행사지만, 문혁시대를 거치면서 수많은 의례가 없어졌고, 다시 부활하는 과정에서 사구주의와 함께 결합하여 탄생한 것이 이 성년식이다. (라고 교수님이 술자리에서 말씀하셨지만 나는 이미 민남어와 보통화가 반반 섞여 난무하고 끊임없이 권주하는 테이블에서 이미 귀머거리 벙어리가 되어 있었다.)  

따라서 성년식 자체도 사실은 마조와는 크게 관계가 없지만, 굳이 장소를 고르다보니 가장 대중적인 신이 바로 마조고, 그리고 사람들이 모여서 행사를 할 수 있는 마조궁 앞에서 식을 거행하게 된 것이다. 

참고로 중국 남방 해안가 지방 및 동남아 화교사회에서 마조는 정말 제1신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중국 인기 넘버 원 관우보다 더 많이 보인다는 생각도 간혹 들 정도.



이것이 샤포웨이의 마조궁. 가운데에 마조가 모셔져 있다. 


아무튼 이름을 호명하고, 제사를 지내고, 용춤을 비롯해 각종 춤을 동반한 거리 행진, 마조궁 참배, 지역 유지들의 격려의 말(...), 집안 어르신께 찻잔 올리기 등의 활동들이 있었다. 

물론 그 마지막은 단체로 둥그런 테이블에 앉아서 밥먹기... 



제사를 지내는 모습. 민남어로 제문을 읽고 16살이 된 아이들의 이름을 호명한다. 물론 나는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다ㅋ 하... 애증의 민남어...라고는 하지만 아마 제문이라면 보통화로도 못 알아들었을 가능성이 농후.



길거리 행진의 선두. 



중간에 개도(开道), 우순(雨顺) 등 아이들의 출세가도, 순탄한 인생 등을 기원하는 팻말들을 든 아저씨들도 있었다. 가장 충격과 공포는 조국에 이바지하는 인물이 되자 정도의 문구였던 듯. 금색 판은 아니고 깃발에 새겨져 있었다. 


모처럼 날씨가 조금 시원해서 버틸만했고, 형형색색의 옷들과 깃발들 등으로 눈이 호강한 날이었다. 


운좋게 교수님의 도움으로 여러 사람들도 만나보아서 각종 민남어로 귀...도 호강한 날이었다. (체력 게이지가 0이 된 날이었다) 맛있는 것을 얻어먹었지만 이게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근본적으로 민남의 행사고, 오래된 동네의 행사다보니 하문 집안 사람들이 참석하는 행사였다. 즉, 외지인들은 없고, 행사 진행자들도 심심하면 그냥 민남어를 내지르는 곳이었다는 뜻. 



올해 16살이 된 아이들. 얼굴이 너무 잘 나와서 친절하게 블러 처리. 원본 사진은 내가 이번에 중국서 찍은 사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 3장 중 하나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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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기록 - 요시노야

먹을 게 없을 땐 요시노야 (吉野家) 만한 게 없다. 

적절한 가격과 적절한 맛과 적절한 위생...


에어비앤비의 하우스메이트였던, 아시아에 난생 처음 왔다는 미국애는 요시노야만 줄창 먹고 다녔다는 후문이...




무슨 C세트인데 영수증 글자가 많이 날아가서 잘 보이질 않는다. 아마 닭고기나 오리고기일 것이고, 계란찜과 정체불명의 아이스티를 마셨던 것 같다. 27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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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기록 - 면점왕광장 面点王广场

면점왕광장은 여기저기 있는 체인인데, 조리가 진행 중인 주방 앞에 가서 이것저것 시켜 먹는 시스템이다. 무언가를 주문하면 자신의 카드에 도장을 찍어주고, 나중에 나갈 때 그 도장이 찍힌 곳에 따라서 가격이 매겨진다. 


차라리 메뉴 이름이 적혀져 있으면 뭔지라도 알겠는데, 눈앞에 음식을 보고 고르다보니 그냥 쩌거 쩌거 이렇게 시켜서 뭘 먹는지 잘 모르고 먹었다. 영수증에도 그저 면교"面饺" 이런식으로만 찍혀져 나왔을 뿐...


전반적으로 맛은 있었지만 가격이 결코 싸지는 않다. 역시 심천의 물가는 사악해...




뭔지 모르고 먹은 칼국수刀削面. 제법 맛있었다. 



한그릇에 22원. 싸진 않다...



갯수 잘못 시켜서 겁나 많이 나왔다. 튀긴 만두였던 것 같다. 내가 뭘 먹은걸까.  煎包子이런거일까? 가격이 사악했다. 무려 20원. 몇 개가 있었는진 기억이 가물가물. 




아마도 빤미엔+자장미엔인듯. 내가 북경서 짜장면을 못 먹어봐서 그런가, 이쪽서 시키는 짜장면이 짜장면이라는 자신이 없다. 짭조름한데다 콩나물과 잘 어울려서 맛있었다. 



22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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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넛 닭 샤브샤브와 광동식 솥밥

올 여름 가장 인상깊었던 음식 중 하나. 바로 코코넛 닭 샤브샤브(椰子鸡)와 광동식 솥밥(煲仔饭). 


사실 복짜이는 많이 익숙한 음식이지만 오랜 만에 먹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예즈지는 처음 먹어봤는데, 맑은 탕에 코코넛, 닭 등을 넣고 끓이는 음식이었다. 원하는 만큼 채소나 다른 고기도 더할 수 있는데, 우리는 닭과 마티(马蹄)라고 하는 뿌리채소를 넣어 먹었다. 마티는 찾아보니 올방개라고는 하는데, 진짜 우리가 생각하는 그 올방개인지는 좀 자신이 없다. 아무튼 이렇게 끓여서 장에 찍어먹는데, 코코넛이 들어가서 국물이 살짝 달콤하면서도 묘한 맛을 낸다. 


결론: 이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남방의 음식... 


사진은 맛없게 나왔지만, 혹시라도 남쪽에 갈 일이 있다면 먹어볼 것을 권장! 하이난 음식이라고는 하는데, 하이난에 다녀온 친구는 정작 그곳에서는 못찾았다고 투덜거렸다... 의외로 정작 부산 사람들은 부산 음식이라고 생각도 잘 안하는 냉채족발 같은 음식일지도... 




사진은 무슨 튀김 기름 처럼 나왔지만 사실은 아니다! 사실 진짜 맛있다...




이 소스도 진짜 맛있다. 남쪽답게 라임을 매우 많이 쓰는데, 진짜 상큼하다.





내 사랑 복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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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유행 중인 Nice Meeting You 식당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크게 환영받고 있는 한한(韩寒)이라는 작가가 있다. 고등학교 때인가 학교를 때려치웠고, 여러 소설들을 발표했고, 나름 훈훈한 외모로, 그리고 최근에는 딸바보 노릇을 하면서 높은 인기를 구가한다고 한다. 계속 크다보니 음악도 하고, 영화도 찍고 (작년의 후회무기后会无期 영화가 한한 감독), 요즘엔 레이싱을 한다고. 뭐 대충 여기까지 들으면 어떤 인물인지 알 것도 말 것도 같은 느낌적인 느낌. 아무튼 최근에는 이 사람이 개업한 식당이 인기가 많다고 해서 친구랑 먹으러 갔다. 


식당의 이름은 무려 Nice Meeting you 很高兴遇见你. 진짜 말 그대로 나이스 투 미츄. 




우리 앞에 무려 16테이블이나 있었다...배고파서 혼났다...


내부 사진을 찍지 못했는데, 뭐랄까, 좀 괴랄하다. 벽에는 찰리 채플린의 영상이 흐르고 있고, 그 주변엔 미국 50개주의 자동차 번호판이, 카운터 쪽 벽에는 한한이 레이싱 때 입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레이싱복이 유리케이스에 담겨 있었다. (내 친구는 살아 있는 사람으로 무슨 박물관 만드냐고 호들갑을 떨었다.) 우리는 미처 보지 못했는데, 그곳에 가본 다른 친구의 말로는 벽쪽에도 무슨 뭐지 싶은 문구들이 적혀있었다고. 그 밖에는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것이 흡사 카페 같았다. 식탁은 제법 있어보였다. 



아, 그리고 또 찍지 못한 것이 메뉴판! 메뉴판에는 중국어와 영어로 음식 이름이 적혀있다. 영어 이름의 경우 대부분 그냥 평범한 요리 이름들인데, 중국어 이름들이 좀 빡세다. 예컨대:





나름 이곳 식당의 최고 인기를 구가하는 두부 요리 : 你没吃过我的豆腐. 직역하자면 너는 나의 두부를 먹어 본 적이 없다....지만, 사실 吃豆腐란 남자가 여자를 성희롱...한다는 의미도 있다.

차가운 순두부에 새콤한 칠리새우 소스 같은 것을 올린 건데, 생각보단 괜찮았다. 왠지 집에서 해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누가 레시피 좀...





이것은 영어로는 페스토 소스를 버무린 버섯 링귀니 정도로 해석되겠지만, 중국어로는 森女系罗勒菌菇意面으로, "모리온나계 바질 버섯 파스타"다. 모리온나는 일본에서 유행해서 중국으로 건너왔다고 하는 화장법으로, 마치 숲에서 나온 것처럼 청초하고 꾸밈 없는 수수한 화장법을 의미한다... 뭐 이렇게 들은 것 같다. 친구는 내게 아오이 유우가 모리온나의 대표라고 거듭 강조를.... 

그래서인지 아주 맛이 은은한 것이, 뭔가 거부감은 없고 고소한 것 같으면서도 무슨 맛인지 도저히 모르겠는 이상한 파스타였다. 추천은 못하겠고, 만약 기회가 생긴다면 도대체 뭘 넣은 건지 알아보기 위해 한 번 더 먹어볼 듯... -_-ㅋ






즉흥적으로 시켰는데 밥과 술을 부르는 맛이었다...! 그리고 고기는 죄다 비계여서 친구가 조금 분노했던 것 같다.

메뉴 이름은 도저히 모르겠다. 나중에 영수증 뒤져봐야지... 




두부 요리 다음으로 인기를 구가한다는 오리고기 퀘사디야. 北京味儿的亚馅饼. 무슨 풍자가 있는진 잘 모르겠지만 뭐 무난무난한 맛이었다. 좀 더 맛있을 수도 있었을텐데. 



자, 우리가 시킨 메뉴를 보면 각이 나오겠지만... 우리는 이날 포크, 숟가락, 젓가락 죄다 사용했다. 무슨 일본식, 이탈리식, 중국식, 멕시코식 메뉴를 다 먹은 기분... 하나하나가 그리 나쁘진 않지만, 메뉴를 시킬 때 라인업을 좀 잘 고려해야할 것 같다.


그리고 점원들이 음식 갖다줄 때마다 이 긴 이름들을 다 외우면서 주는데 참 마음이 그랬다...ㅋㅋㅋ 

튀긴 닭고기 주면서 "별에서 온 닭고기(来自星星的炸鸡,아마도 요즘 중국서 유행하는 한국식 치킨)" 같은 어이없는 이름이라든가, 음식 갖다 주면서 한한의 소설 이름을 읊고 있다는 것이 참... 재미난 아이디어긴 하지만 그래도 참 기분이 묘했다 ㅋㅋㅋ


아무튼 재밌는 경험이었다. 가격대가 좀 있는 편이라 언제 또 가게 될진 모르겠지만, 음식도 크게 나쁘지 않고 선택폭이 넓다면 넓은 것이 장점이려나.

한한이라는 사람의 소설은 안 읽어봤지만, 슬프게도 식당을 다녀온 후에도 별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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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자주 듣게 되는 말

중국에서 지내다 보면 종종 듣게 되는 말들이 있는데, 재미도 있고 무언가 지금 당장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그 중 기억에 남는 것들 몇 가지만 나열해본다. 


*  한국은 중국보다는 민주적인 나라다

  생각보다 매우 자주 듣게 되는 말이다. 물론 이 '민주'라는 단어가 갖는 어감이 미묘하게 다르다는 생각은 든다만, 근본적으로는 아래로부터 위로의 결정이나 좀 더 공개된 소통의 장과 같은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가 중국의 민주주의에 대해서 논한다면 공산당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시작할지 모르나 (이는 냉전과 분단현실에 있어서의 한국의 특수한 경험과도 관계가 있겠다. 원론적으로는 공산당의 존재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내가 만난 중국인들이 운운한 '민주'라는 개념은 근본적으로 공산당이라는 존재와 대척된다기 보다는 언론의 자유에 좀 더 초점이 갔다는 느낌이었다. 


* 한국은 남존여비 사상이 덜 하지 않느냐. 무려 여성 대통령도 있지 않느냐

  아마도 이것은 작년인가 제작년 쯤 시진핑이 한국을 방문하는 등 한중관계가 좀 괜찮았을 때의 언론플레이와도 관계가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처음에는 이 말을 들으면 20대 지지율이 무려 9%나 되는 우리 대통령님(아직 임기가 반이나 남았다...)을 여성 인권 신장의 상징으로 삼는 데에 많은 무리가 있음을 지적하곤 했는데, 이젠 그마저도 귀찮아질 정도로 생각보다 제법 자주 듣는 말이다. 


* 한국은 그래도 여기보다는 살기 좋지 않은가. 

  이는 최근 중국의 치솟는 물가와 열악한 노동환경, 사회불안, 환경문제 등과 결부되어 언급되곤 한다. 예컨대 '적어도 한국은 음식은 더 안전하지 않은가'라고 말하면 정말 할 말이 없다. (중국 사람들은 우리보다 유난히 음식안전 문제를 많이 언급한다. 진짜 일상적으로 위생卫生이라는 말을 쓴다.) 중국인들은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할 때, 한국 사람들의 불안한 노동환경에서 겪는 비참함과 스트레스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여태껏 나에게 이 말을 했던 사람들은 교육의 혜택을 충분히 받지 못한, 농촌에서 도시로 상경한 이주공민들인 경우가 많아서 그냥 입을 다물고 한다. 내가 그분들의 삶의 어려움과 고단함을 헤아릴 도리가 없으니 말이다. 


* 한국은 드라마를 참 잘 만든다. (김수현)

  예전에는 성형수술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오히려 그 소리를 별로 못 들었다. 그 보다는 '한국은 드라마를 잘 만든다' '한국 여자들은 예쁘더라' '한국 남자들은 잘생기지 않았느냐' 등의 말을 제법 듣는다. 작년에 히트 친 별그대 덕분에 사람들 열심히 만나고 다닐 땐 거의 1일 1김수현 수준이었다. 옛날에는 장나라를 언급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김수현이 원톱. 정작 그 드라마를 보지 않는 나는 고통받음... 얼마나 대박을 쳤는지, 이는 비단 한드에 관심을 가진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등의 젊은 여학생들 뿐 아니라 중학교까지만 졸업한 농민공부터 시작해서 전문대를 졸업한 아저씨, 택시 기사 등등 별별 사람들이 다 얘기를 꺼낸다... ㅎㄷㄷㄷ  


* 한국 사람들은 중국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건 내가 한국인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말 통하는 외국인들에겐 다 묻는 질문인 것 같다. 지금은 광동 지방에 있으므로 그냥 홍콩의 예를 들면서 중국의 경제력 등에 대해 사회적인 공포(?)와 반감이 있다는 정도로만 말한다. 과거에는 수교관계가 없고 이데올로기 진영이 달라서 중국을 잘 모르거나 일방적으로 무시했다면, 최근에는 중국의 비약적인 발전도 있고 또 한국에 워낙 중국인들이 많이 들어와서 인식도 많이 변했다고도 부연설명하곤 한다. 


* 결혼은 했니, 한국 사람들은 몇 살에 결혼하니

  왠지 무례한 질문 같은데 중국에선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렇다보니 진짜 조금만 오래 대화하면 이 소린 꼭 듣는다. 물론 대화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서 이 질문이 들어오는 타이밍이 묘하게 다르다. 예컨대 나이 좀 있으신 어머니뻘 아주머니들은 거의 초반부터 이 질문이 들어온다. 결혼하지 않은 내 손을 잡고는 아이고 어쩌니, 어서 좋은 사람 찾으렴하고 호들갑 떠는 것도 이젠 놀랍지 않다... (심지어 미국 차이나타운에서는 그래, 어서 미국인과 결혼해서 시민권을 따렴...하는 소리도 들어봤다...) 남자 분들은 이 질문이 나올 때까지 좀 시간이 걸리는 편이지만 그래도 거의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등장했던 것 같다. 오히려 학력이 높거나 외국인을 많이 만나본 사람들은 이런 질문을 잘 하지 않는 것 같다. 한국 사람들은 언제 결혼하냐고 물을 때 30대 앞뒤라고 하면 늦다고 놀란다. 그냥 요즘엔 이 모든 과정을 건너 뛰기 위해 내가 선수 칠 때도 있다. 중국 사람들은 몇 살에 결혼하나요, 왜 그리 빨리하나요 (호들갑)


* 한국은 어디가 놀러가기 좋니

  보통은 제주도라고 답한다. 가끔 외국에 대한 감이 정말 없는 분들, 예컨대 정말 깡촌에서 올라온 분들 등은 한국을 미국과 비슷하다고 여기는 경우도 있다. 한국 도시는 중국 도시랑 더 비슷하게 생겼다고 친절히 알려주곤 하는데, 어디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지 참 궁금하다. 


* 중국에는 미래가 없다 혹은 중국 젊은이들은 너무 이기적이다

  보통 내 나이 또래의 젊은 친구들을 만나면 이 소리를 종종 하곤 한다. 빈부격차, 도농격차 등의 현실을 실감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일본과 한국이 밟아간 전철을 중국도 슬슬 밟아가는 걸까 싶기도 하다. 후자의 말은 나이 많은 사람들이 아니라 젊은 사람들이 자조적으로 하는 말에 가까운데, 삶의 팍팍함이라든가 사회적 발전 등에 대해 논할 때 주로 언급되는 것 같다. 이 두 가지 이야기는 여러가지 맥락에서 나오기 때문에 다음에 좀 더 상술하는 것으로...


이 밖에도 그냥 한국에서 할 만한 질문들도 듣곤 한다. 너 학위 과정은 도대체 얼마나 걸리니라든가... 뭐 물론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밥 먹었니'. 이상하게 상해선 별로 못 들었던 것 같은데 이곳에 오고나서 진짜 인사 대신 듣는 것 같다. 처음 보는 사람도 다들 밥 먹었냐고 물어본다...


아마 나와 성별과 나이, 지위 등이 다른 사람들은 조금 다른 얘기를 듣지 않을까 싶다. 또 누구와 대화를 하느냐도 물론 중요하고 말이다. 언제 중국을 연구하시는 다른 선배가 이와 관련해서 글을 써야겠다고 하신 적이 있는데, 과연 선배는 보통 초면인 중국인들과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되는지 무척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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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 예원

내가 사는 이곳은 봄을 건너뛰고 삼일 만에 겨울에서 여름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올려보는 다른 곳의 봄 사진들...


상해 예원의 사진들.







이때가 좋았다...

상해에 정말 순수하게 놀러갔던 이때가 좋았어... 꺼이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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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기차역

대륙은 뭐든 사이즈가 장난 아니다.


고향에 돌아가는 친구가 상해에서 환승한다고 하기에, 잠깐 만날 요량으로 상해 홍차오 기차역에 간 적이 있었다.


어릴 적 여행할 적 빼곤 그간 중국서 기차를 탈 이유가 별로 없어서 어떤지 몰랐는데 갔다가 식겁했다.


서울역, 부산역의 한 수 배는 될 것 같은 크기....




일단 출입장...부터 장난 아니다. 대합실에 가려면 저렇게 짐 체크를 해야한다. 처음엔 뭐 이래 빡빡해라고 생각했는데, 대합실에 우글우글 모여 있는 사람들을 보고는 뭔가 이해가 가기 시작함....




사이즈가 장난 아니다. 사람들 수도 장난 아니다. 이것은 참고로 토요일 오후의 사진이다. 별로 감이 안 오는가?




... 친구 승강장이 저 끝에 있어서 저 사람들을 뚫고 지나갔는데 미춰버리는 줄 알았다. 


홍차오 자체가 상해시에서 세운 교통 중심이라서, 기차역, 공항, 지하철역, 버스터미널 등등 온갖 교통수단이 다 몰려있다.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지하철역에서 기차역으로 오는 것도 고난의 행군이었다. 

평범한 토요일 오후가 이 모양이면... 도대체 춘절 때는 어떻다는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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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서점 책 진열대...와 가치관의 혼란



8월 말 9월 초 상해에서 찍었다. 포스팅 제목 뭐할까 고민했는데 마땅한 게 떠오르지 않았다.

살 책이 있어서 상해에서 가장 큰 서점(?)인 신화서점(上海书城)의 사회과학 코너에 갔는데 요런 코너가 있었다. 

죄다 돈버는 법에 대한 책들이다. 특히 가운데 벽에 진열된 책들은 각각 "부자는 야생동물이다" "마윈의 인생철학" "마윈: 나의 인생 신념" "처자식 빼고는 모두 바꿔라! - 삼성 이건희의 성공의 길", 그리고 가장 오른쪽 책은 "행복해지는 방법". 


이쯤 되니 가치관에 혼란이 오면서 멘붕이 온다. 

알리바바가 핫이슈이긴 하지만 밑에 깔린 책들만 봐도, 세상에, 마윈 얼굴이 몇 개인겨. 

애초에 사회과학 코너를 크게 먹고 있는 모양새가 마음에 안 든다. 






이 층의 반대쪽인가 바로 밑층인가 법서적 코너엔 엄숙한 표정의 레닌 그림과 그의 공부/독서에 대한 격언이 걸려있다. 요렇게.





이쯤 되면 대략 정신이 멍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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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프레쯔 토마토맛 百力滋

글리코에서 나오는 프레쯔라는 과자 시리즈 중 토마토맛을 무척 좋아한다. 

적당히 짭조름한 것이 술안주로 완전 제격이다. 

불과 겨울까지만 해도 차이나타운의 중국인 마트에서 팔았는데, 이제 더 이상 팔지 않는다. 온라인 주문도 고민해봤는데 개당 가격이 너무 쎄서 (일본의 두 배...) 포기했다. (생각해보니 어제 한인마트에서 발견하고 4통이나 집어왔는데, 일본 가격의 세 배였다. 난 무슨 짓을 한 거지... 속았다 속았어 꺼이꺼이)


아무튼 그래서 중국에 갔을 적, 프레쯔 토마토맛이 한 통에 1000원도 안되는 가격에 도열되어 있는 것 보고 기뻐 탄성을 질렀다.





그런데 그 맛은 강렬한 토마토케첩의 맛이었다.

맥주랑 먹어도 고작 저 60g짜리를 헤치울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다시는 안 사먹으리라 다짐하고 프레쯔 한 봉지를 먹다가 남은 걸 버렸다. 


같은 과자도 나라마다 맛이 다르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리고 이후 중국에서 파는 오리온 고래밥은 엔간해서는 안 사먹겠다는 다짐으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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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반면 拌面



집에 사온 중국 요리책에는 상해음식이라고 되어있다. 아마 여기저기 빤미엔 종류는 많겠지만, 어쨌든 이게 상해식 빤미엔입니다. 정확한 이름은 开洋葱油拌面, 말린새우파기름비빔면.... 쯤 되겠다. 

하는 집마다 맛이 다른데, 사진에 나와있는 식당에서 먹은 반면은 으아니 이런 맛이 하면서 흡입했다. 그릇당 8원이라는 착한 가격! 하지만 숙소 앞 렁훈툰 冷馄饨 팔던 곳의 빤미엔은 진짜 더럽게 맛없어서 미련없이 버렸다 ㅠㅠ 아쉽게도 나를 고통에 몸서리게 했던 그 국수 사진은 없다. 그 가게 복건 샤먼 간식 파는 가게였는데.. 샤먼식 빤미엔은 그렇게 충격과 공포의 맛을 준단말인가... 그럴 리가 없는데 도대체 어디서 온 빤미엔이었을까...


아무튼 상해식 빤미엔 위에 뿌려진 것은 볶은 파인데 진짜 이게 백미다 백미. 






이건 한 그릇에 5원하던, 샤먼 어느 동네의 빤미엔. 상해 것과는 다르다. 아저씨가 어느 동네 사람이었는지 고새 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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