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영화 (1)
[영화] 자객섭은낭 (2015, 허우샤오시엔) - 2

(미완성 리뷰)


몇 달 전에 자객섭은낭을 본 후, 기회가 되면 꼭 다시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마침 근처에서 특별상연을 해서 또 보고 왔다.


두 번째 관람기의 감상평. (첫 번째 거는 블로그 어딘가에 있다.)

까먹기 전에 생각나는 것들:


1) 드디어 스토리를 이해했다. 이번엔 가급적 영어 자막을 보지 않고 귀를 열어두려고 노력했는데, 조금 효과를 보았다. 사실 자막의 번역 퀄리티 그 자체가 나빴다기 보다는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첫째, 관객의 자막을 읽는 시간에 대한 배려가 거의 없다. 두 번 읽을 속도의 자막은 바라지도 않는다. 한 번 읽기도 벅차다. 애초에 영화가 대화를 최소화 해서 대사 하나하나가 복잡한 편인데, 자막마저 읽어볼 시간도 없이 사라져버리니 따라가기 벅찼다. 


둘째, 중국어와 영어의 친족호칭용어 문제가 있었다. 영어와 달리 중국어는 친족호칭이 매우 발달되어 있다. 모든 친척 하나하나에게 서로 다른 호칭어가 붙고, 상대적인 관계에 따라 호칭이나 지칭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한국어도 마찬가지다.) 말을 줄이는 과정에서 인간관계는 바로 이 호칭 및 지칭 체계에서 드러나는데, 영어로 번역할 길이 없음. 친족 외에도 상대방의 지위를 부르는 방식에서 드러나는 인간관계가 영어 자막으로는 드러날 수가 없다. 이것이 만약 책이었다면 각주, 미주나 괄호에 설명을 덧붙일 수 있겠지만, 영화의 자막이라는 것은 전혀 성격이 다르다. 시간과 공간이 한정되어 있다. 예컨대 고모부(姑丈)가 uncle로 번역되었을 때 잃게 되는 관계의 복잡성을 커버할 길이 없고, 분명히 중국어로는 티엔지안과 니에인냥이 사촌관계(表兄妹)라고 한 것 같은데 영어 자막에는 그저 둘이 약혼 관계였다 정도로만 나오니 얽히고 섥힌 가정사가 잘 보이지 않을 수 밖에 없겠다. 혹은 각종 지위에 대한 경칭들, 예컨대 마마(娘娘), 주공(主公) 등의 단어들이 your highness로 번역될 때, 혹은 사부/스승님(师父)과 주공(主公)이 모두 Master로 번역될 때 소실되는 것들이 지나치게 많다. 



2) 모두들 영화의 시네마토그래피를 기대하지만, 사실 사운드가 진짜 대단하다. 조용하다 느끼지만 사실 영화에서 소리가 제거되는 일은 없다. 이에 대해서는 날잡고 길게 생각해봐야겠다.


3) 저번 영화관과 달리 이번엔 영화관 스크린이 반 정도로 작았다. 한 번 영화를 봐서 그런지, 혹은 스크린이 작아서 그런지 저번처럼 영상을 보고 숨이 탁 막히는 경험은 하지 못했다. 라이프오브파이 이후로 큰 스크린이 가장 아쉬웠던 영화.


4) 사운드가 끝내줬는데, 영화관에 환풍기? 에어컨? 뭐 그런 게 계속 돌아가서 상당히 신경이 쓰였다. 영화가 이처럼 조용하지 않았으면 티가 안 났을 텐데.


5) 니에인냥이 티엔지안에게 후지가 임신한 사실을 말할 때 큰 소리로 웃은 사람이 있었다. 뭐가 웃긴 건지 모르겠다. 생각해보니 무협이라는 장르, 각종 동작이나 소품들에게 당연히 부여되는 의미들을 전혀 픽업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스토리가 어렵다기 보다는 그 전달방식이 친절하지 않은데다가 자막의 한계로 이해를 하기 위해 상당한 인내가 수반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어떠려나. 불친절한 스토리의 갑 (관객이 엽문 이야기에 대한 어느 정도 이해가 있다고 가정하고 들어갔다고 생각됨)이었던 일대종사가 한국서 개봉했을 적, 같은 상영관에서 영화보던 많은 사람들은 중도에 나가거나 잠들었다...


6) 중국에서는 당대 복식 등에 대한 고증이 부족하다고 욕을 하는 자들이 있다고 했다. 솔직히 이미 건물부터 일본식인 게 드러나는데 (로케가 동아시아 여기저기임) 복식이 문젠가. 게다가 언제부터 무협이 그런 것에 그렇게 신경썼던가. 


다만 이와는 별개로 어떤 소비해야만 하는 이미지들을 구현하기 위해 활용한 장치들에 대해 반감이 들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소위 잘못된 복식들도 그 예일 것이고, 소위 웨이보라는 변방국을 묘사하기 위해 차용한 몇몇 장치들 - 예컨대 왕실에서의 연회 등- 이 눈에 띄기는 했다. 기본적으로 무협영화를 지향하니 미적으로, 형식적으로 충분히 허용이 되는 범주라고는 생각되며, 이런 이유로 허우샤오시엔의 영화가 무협장르를 깨부수기 보다는 그 장르를 좀 더 능숙하게, 미적으로, 매우 정교하게 확장시킨 것이라 말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7) 오늘도 여전히 자신공주(嘉信公主)를 비롯한 몇몇 캐스팅의 국어책 읽기는 견디기 힘들었으며, 자청공주(嘉诚公主)의 악기 연주는 듣기 괴로웠다. (그리고 둘은 한 배우가 연기함 ㅠㅠ) 후자는 배우의 죄가 아니지만 괴로운 건 괴로웠습니다... 포스는 쩔던데 왜...


8) 대륙 배우들은 대체로 보이스트레이닝이 잘 되어 있는데, 이 '보이스트레이닝'이라는 훈련된 목소리와, 또 그것을 듣는 훈련된 (대륙) 대중의 귀 (+전문성우의 더빙도 매우 흔함)가 영화의 미적인 구성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일까 궁금해짐.


9) 같이 영화 본 친구의 가장 큰 혼란의 순간은 바로 정정아/징징얼(精)의 등장이었다. 섭은낭이라고 생각했고 누군지도 몰랐던 것 같다. 사실 나도 중국 사이트 뒤져가면서 찾아보지 않았으면 몰랐을 것 같다. 이름따위 등장하지 않았고 이름 역시 중국 사이트 뒤져서 알게 된 것.


기타 등등은 나중에 시간 내서 다시 정리하고 올리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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