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동 (2)
[유학생 요리] 우동 파뤼 - 끝나지 않는 우동 국물

우동 국물을 한 번 끓이면 15인분은 족히 나온다. 우리 집에서 이것들을 먹을 사람은 나 혼자이므로 나는 우동 국물 한 번 끓이면 내리 우동만 먹어야 한다. 물론 우동 국물로 다른 요리도 가능한데 귀찮거나 재료를 구할 수가 없어서.... 규동을 먹고 싶어도 규동으로 해먹을 수 있게 잘린 고기를 팔지 않아!! 한인마트나 일본인 마트까지 가야하는데, 자동차가 없는 나에겐 불가능한 일이다. 중국인마트에도 팔지 않는 것 같던데. 다음에 가서 훠궈용 고기涮肉를 파는가 물어봐야겠다. 


여기 온 뒤로 우동국물 두 번 끓였는데, 처음엔 우동국물이 상하는 속도를 무시하고 천천히 먹다가 상해서 다 버렸다. 그래서 이번에 끓였을 때는 정말 쉬지 않고 내리 줄창 우동만 먹는 중. 상상을 초월하는 기묘한 방법(냉우동 포함)으로다가 다 해먹고 있는데 차마 사진을 찍을 수가 없어서 정상적인 뜨끈한 버전만 올려봄. 






처음으로 일본인 마트 갔을 때 흥분해서 사온 우동용 냄비(...), 샤브샤브 고기, 유부, 쑥갓, 달걀을 넣고 끓인 우동. 첫시도 치고 굉장한 성공이었다. 아마 내 여기 있으면서 이 정도 비주얼의 음식은 못 만들지 않을까... 





처음에 우동 국물 끓였을 때, 우동국수를 5개 밖에 사오지 않았다. 지금 사는 곳 근방에서 우동면 따위가 있을리 없지. 사실 냉장우동을 팔긴 하는데, 처참하도록 맛도 없고 보존용으로 식초를 넣어서 면이 너무 시큼했다. 

대신에 집에 남아있던 메밀소바를 넣고 끓였다. 당시 남아있던 쑥갓과 표고, 그리고 달걀 부친 후 고춧가루 팍팍 뿌려서 먹었는데, 국물이 생각만큼 따뜻하지 않아서 약간 실패. 우리 룸메이트들에게 한 그릇씩 먹였더랬지. 





일본인 마트에 가면 눈돌아가게 예쁘고 맛있어보이는 어묵을 잔뜩 판다. 부산오뎅은 밀가루 맛이 많이 나서 그리 즐겨먹진 않는데, 이렇게 종류가 다양한 어묵이라면 한 번 해볼만도 할 것 같아서 시도해봤다.

대성공이었음. 

직접 담근 무장아찌랑 샐러드랑 해서 같이 먹었는데, 정말 눈물나게 행복했던 기억이... 치쿠와도 맛있고, 유부 주머니 안에 떡이 들어있어서 깜짝 놀랐다. 




당시 정주행하던 정도전의 이성계 장군님과 함께 먹었다...ㅋㅋ 





달걀도 적당히 잘 익었다 으흐흐. 




비주얼은 개판이지만 사실은 맛있었던 김치 우동. 요건 최근작.

자동차를 타고 약 1시간 40분 거리에 있는 한인 식당에 갈 기회가 생긴 적이 있었다. 한국에서도 그렇게 맛있는 김치랑 반찬은 처음 먹어봐서 눈이 돌아간 나머지, 김치를 15불 어치를 사왔더랬지.

냉장고에서 큼큼한 냄새를 풍기며 삭아가는 김치에, 우리 룸메들 볼 낯짝이 서지 않아 가능한 빨리 김치를 소진하기 위해 몸부림 치던 시절이었다. (사실 아직도 다 못 먹었는데, 지퍼락 세겹에 냄새는 간신히 차단...한 것 같다.) 

사실 요번 국물은 저번에 비해선 좀 아쉬웠다. 사케를 너무 들이 부은 탓인가... 그래도 김치가 맛있으니 국물이 살아나서 기뻤다. 때마침 공수해둔 연두부랑 죽순도 같이 넣고 끓임. 






요것은 야심작. 우동국물을 빨리 소진하기 위해 친구들을 불러서 해먹었다. 만드느라 개고생했고, 국물맛이 생각만큼 나와주지 않아서 아쉬웠지만 비주얼은 뒤지지 않았다! 

중국인 마트에서 공수해온 냉동새우튀김이랑 연두부를 기름에 넣고 튀겼다. 거기다가 국물에 우려낸 죽순, 표고, 그리고 반숙 달걀을 우동에 살포시 얹은 후 느끼함을 잡고 색감을 살리기 위해 파를 뿌렸다. 

약간 아쉬웠던 점은 파가 너무 썼다는 거...? 미국 파는 정말 유난히 매운 것 같다. 그리고 무장아찌랑 같이 내놨는데, 무장아찌에 간장을 너무 들이부어서 달콤새콤한 맛이 덜 났다. 

뭐 암튼 이 정도 정성을 쏟아 부은 우동이니 맛 없어도 태클을 걸 수 없었을 것이다 음하하하.


오늘 저녁도 우동이나 먹어야지 ㅠ

밥 못 먹은지 꽤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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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요리] 우동을 해먹자

하루하루 일상이라는 것이 별 거 없다보니, 폰 카메라에는 나날이 먹는 음식의 기록들만 늘어간다. 

최근 방학도 맞이했고 모처럼 친한 유학생 선배들 덕분에 한인마트와 일본인마트를 한 바퀴 돌고 온 김에 그 동안 벼르고 벼르던 우동을 드디어 만들어 먹었다. 

사실 사는 곳 20초 거리에 일식집이 있는데, 그곳에서 먹은 우동은 내 인생에서 먹은 최악의 우동, 아니 돈 주고 사먹은 것 중 최악의 요리 5순위 안에 드는 음식이었다. 레토르트로 파는 우동, 아니 너구리 우동이나 생생우동을 끓여도 이런 맛은 나지 않을텐데 싶을 정도. 사정이 이렇다보니 서울에서 자취할 때는 가능한 요리를 기피하던 내가 (밥+간장 등으로 떼우고 웬만하면 학식으로 해결...)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었다. 우동 국물 레시피는 선배에게 받은 정보를 토대로 검색한 블로그가 출처. 


냄비에 무, 파뿌리, 간장, 마른표고 (+마른표고가 모잘라 생표고도...), 다시마를 잔득 넣고 천천히 끓인다. 2시간 반 정도 끓였다. 사실 정도전 보느라 끓이고 있었단 사실을 까먹음.... 


 



한참 끓이다보면 이렇게 우러나는데, 그러면 청주를 좀 붓고 추가로 더 끓인다. 청주고 뭐고 없던 나는 청하를 넣었다. 청하도 떨어져서 그래, 미림 너도 알콜이지! 이러면서 미림도 넣음 ㅠ_ㅠ

왠지 이러면 안될 듯 한데...


그렇게 좀 더 끓인 후 가쓰오를 약불에 우려낸다. 자세한 것은 위의 블로그로.... 아낌없이 투하했다. 


우동사리는 소금으로 삼삼하게 간한 물에다가 약 1~2분만 살짝 끓인다.



오로지 우동을 먹겠다는 일념으로 사온 1인용 우동솥...을 꺼낸다. 바로 끓이면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르므로 물에 미리 담가뒀던 솥... 여기에 완성된 국물, 익힌 우동사리를 담고 살짝 데친 유부, 쑥갓, 샤브샤브용 차돌박이, 달걀을 넣고 중불에 끓인다. 뚜껑 덮어두면 웬만해서는 안 넘침.





내가 만들었는데 비주얼 쩐다. 원래 요리에는 재능이 없어 요리 비주얼이고 맛이고 다 갖다 버리고 오로지 영양 보충용으로 음식 해먹었는데, 이번엔 정말 대박이다. 

국물 맛도 절로 탄성이 나올 정도로 맛있다! 진짜 대충 끓였는데도 이러하다! (큰맘먹고 지른 기꼬망 유기농간장은 정말 맛있다. 최고임.) 

너무 신난 나머지 콧노래가 절로 나오더라. 맛있는 것을 먹으면 이렇게 되는구나! 싶었다.





뚜껑 덮어서 책상으로 이동. 







사실 청하가 똑 떨어진 건 아니고 우동이랑 먹으려고 조금 아껴뒀다. 파도 송송 썰어서 얹었다. 뒤에 있는 튀김은... 망한 깻잎 튀김이므로 무시하자. 

소주잔은 아니고 룸메이트가 갖고 있던 샷글라스를 가져왔다. 바깥도 추운데 정말 술술 넘어간다!





자, 삼봉선생도 한 잔 하시게.


그렇게 밀린 정도전을 보면서 우동과 청하를 훌훌 넘기는 것이 그리 행복할 수가 없더이다... 딱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우동사리를 더 사왔어야 했다는 점? 당분간 한인마트고 일본인 마트고 갈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으니... 우동 사리를 공수할 방법이 없다. 아무튼 이렇게 오늘도 유학생은 홀로 즐겁게 하루를 보냈습니다.


평소 먹지도 않던 술을 먹는 바람에 다음 날 숙취로 약간 머리가 어질했다는 것은 부끄러운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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