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세이지 (2)
[영화] 스코세이지 + 디카프리오 (2) 에비에이터 (2004)




이번엔 에비에이터이다. 나로선 갱스 오브 뉴욕처럼 할 말이 많은 영화는 아니므로 리뷰도 아주 간략하게...







에비에이터 The Aviator


169' (갱스 오브 뉴욕만큼 길다)

감독: 마틴 스코세이지 Martin Scorsese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하워드 휴즈), 케이트 블란쳇 (캐서린 햅번), 케이트 베킨세일 (에바 가드너), 존 C. 레일리 (노아 디트리히) 등등





영화 에비에이터는 하워드 휴즈라는 인물에 대한 전기적인 영화다. 이름도 낯선 그이지만, 할리우드 영화사와 미국 비행사, 항공기사에서는 아주 큰 족적을 남긴 인물이다. 동시에 기벽으로도 유명했다고... 실제로도 디카프리오의 연기는 흠 잡을 데가 없는 나머지, 하워드 휴즈라는 인물의 기벽을 보고 있는 관객도 속이 터질 정도...


이 영화를 보고 느낀 점을 몇 가지 조금 나열해보겠다: 


1) 사실 이 영화 리뷰는 스코세이지 + 디카프리오 시리즈보다는 스코세이지가 만든 전기적 영화 리스트에다가 포함시켜 리뷰를 했어야 했다. 아무래도 디파티드, 셔터 아일랜드, 갱스오브뉴욕 모두 무언가 서사구조가 제법 큰 역할을 하는 영화들이고 긴장감을 계속해서 형성시키지만, 에비에이터는 그보다는 하워드 휴즈라는 인물을 영화를 통해 재현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감독이 취하는 전략도 조금 다른 듯 하다. 


2)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관객을 확 사로잡는 무언가가 없다는 점이다. 스코세이지가 의도적으로 한 건지, 영화를 만들다가 그렇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솔직히 무언가 뻥 뚫린 느낌이 든다. 관객이 부여잡을만한 것은 오로지 하워드 휴즈라는 인물이고, 휴즈의 인생 역경 대박 스토리 그 자체를 강조하기 보다는 그의 심리 상태와 인생 그 자체를 상상하고 재현하는 데에 힘을 많이 썼기 때문에 서사 자체에서 오는 재미요소는 조금 덜 하다. 영화의 줄거리를 말해봐!라고 하면 조금 난감해진다는 것 정도...? 그리고 그 구멍을 메꾸는 것은 관객의 몫이라는 느낌이 강력하게 든다. 하워드 휴즈 자체가 아니더라도 할리우드 영화사, 비행기 등등 영화를 보면서 무언가 관객이 흥미를 가질만한 것을 잡아낸다면 빅재미겠지만 슬프게도 대다수의 한국 관객들에게는 대다수의 소재들이 너무나 먼 얘기가 아닐까 싶다. 이것저것 밑밥은 많이 깔아두었으니 하나라도 집어든다면 영화로부터 보너스 재미를 얻으며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3) 그럼에도 영화가 한국에서 별점테러를 당하지 않은 것은, 하워드 휴즈라는 인물 자체가 워낙 독특하기도 하고, 영상이나 디테일, 연기 등등이 모두 발군이기 때문일 것이다. 제법 긴 영화인데도 제법 집중해서 끝까지 보았다. 어쩌면 디카프리오가 가장 빛나는 영화일지도. 디카프리오는 이런 연기에 특화된 것일까... 이건 드립이고, 감독도 디카프리오도 상당한 애정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었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왠지 최근에 뮤지컬 영화 이런 걸 좀 봐서 그런가 당장 음악이 떠오르진 않지만, 그 때 끄적여놓은 메모를 보니 음악도 마음에 들었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좋긴 좋았나보다.... 역시 스코세이지!


4) 나레이션 없이 나타내고자 하는 주인공의 심리를 관객에게 정말 인상깊게 전달하였다. 하워드 휴즈라는 인물을 그리는 방식에 대해서 이야기 하려면 영화 한두 번 더 돌려봐야 할 말이 생길 것 같다.


5) 공개 청문회 장면은 진짜 거의 카타르시스가 느껴질 정도로 신나는 장면이었다. 가자 하워드 휴즈!!!! 오웬 꺼졍!!!!! 



사족:

이 영화를 보고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던 것은, 스코세이지가 하고 싶은 영화, 말하고 싶은 메시지들은 어쩌다 보니 조금 특수한 면들이 있는 것 같다는 점이다. 예컨대 뉴욕이나 할리우드 같은 도시, 지역이라든가, 미국이라든가, 미국 대중 문화에서의 영향력 있는 인물이라든가... 예전에 핀란드 감독 아끼 까우리스마끼는 농촌의 시골에 있는 할머니도 보고 이해할 수 있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자 한다고 했는데, 그와는 반대의 인물인 것 같다. 영화들이 다들 굉장히 문화적 배경의 이해를 많이 요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코세이지가 전세계적으로 널리 이름이 알려진 감독이 된 데에는 아마 1) 스코세이지 감독이 만드는 영화가 그 이상의 울림이나 특색을 지니고 있거나 2) 미국 문화의 영향력이 막대하다는 것의 반증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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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코세이지 + 디카프리오 (1) 갱스오브뉴욕(2002)

이번 주는 어쩌다보니 마틴 스코세이지 Martin Scorsese 감독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Leonardo DiCaprio가 함께 작업한 영화들을 리스트업해서 보게 되었다. . 


갱스오브뉴욕, 에비에이터, 디파티드, 셔터 아일랜드 모두 워낙 이름있고 호평받은 작품들이라 그런지, 왠지 스코세이지와 디카프리오가 함께 작업한 작품들이 더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네 개가 전부다. 11월 미국 개봉을 앞둔 월가의 늑대 The Wolf of Wall Street까지 포함하면 다섯 개가 되겠다. 물론 네 개도 꽤 많지만, 스코세이지가 정말 작업 같이 많이 한 건 디카프리오보다는 사실 로버트 드 니로다. (초기작에서는 하비 카이텔이라고 한다.) 언제 또 스콜세지 작품 정주행할 일 생기면 스코세이지+드 니로 조합을 탐구해보는 것으로 하고... 




왼쪽 위부터 차례로 갱스 오브 뉴욕 (2002), 에비에이터 (2004), 디파티드 (2006), 셔터 아일랜드 (2010)




스코세이지 할아버지...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슬슬 살펴보면 스코세이지 감독의 키워드들이 대강 좁혀진다. 물론 영화 자체를 많이 보지 않은 내가 이래저래 말할 건 없지만, 일단 짐작 가는 대로 짚어본다면 음악과 뉴욕(도시) 정도를 유추해낼 수 있다. 실제로 다른 영화들에 비해 영화 크레딧에 등장하는 음악명이 굉장히 많은 편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그 밖에도 종종 영화감독 등 영화인, 영화사에 대한 다큐멘터리도 찍지만 내가 본 네 개의 작품 중에서는 에비에이터 정도에다가 영화사엔 거의 문외한 뺨치는지라 별로 할 말이 없어서 이 글에선 과감하게 생략...


디카프리오야 할리우드 배우!하면 바로 떠오르는 배우 중 하나고, 타이타닉 시절부터 이미 꽃미남으로 유명했기 때문에 역시 할 말이 크게 없다. 다만 중년의 디카프리오하면 꽃미남...보다는 연기파 배우!로 확고하게 인지되어 가고 있는 듯하다. 물론 원래 연기도 잘했지만 워낙 꽃미남의 임팩트가 강해서... 일단 스코세이지와 함께 작업한 네 개의 작품에서는 손색없는 연기력을 보여준다. 


사실 네 개의 영화를 정주행하게 된 것은, 디파티드와 셔터 아일랜드를 보고 나서 두 작품에서 나는 냄새가 생각보다 달랐다는 점에 있었다. 예컨대 봉준호 감독의 괴물과 설국열차의 송강호, 그리고 두 영화는 어쩐지 비슷한 냄새가 나는데, 디파티드와 셔터 아일랜드는 상당히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호기심에 나머지 두 영화도 보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는 네 영화 모두 각자의 색깔들이 진하게 묻어나와서 보는 재미가 쏠쏠했고, 스코세이지의 음향/음악 선정과 사용 방식은 정말 일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괴물을 갖다대는 것이 조금 거시기한 면이 있는게, 두 영화는 어느 정도 장르나 색채가 일치하는 작품이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고아성까지 같이 등장해서 더 그런 걸지도. 반면 앞에 나열된 네 영화는 각자 주제의식과 영화를 진행시키는 키워드가 상당히 다른 편이라서 그만큼 다르다고 느낀 것이지 싶기도 하다.)


영화를 비교하고 어쩌고 하기에는 능력이 조금 많이 안되기도 하고, 네 영화가 잡고 있는 키워드들이 꽤나 다르기 때문에 그냥 각자 리뷰를 해야할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일단 갱스 오브 뉴욕부터!


[스포일러/내용누설이 도처에 널려있을 수 있음!!]



*갱스 오브 뉴욕 Gangs of New York (2002)


164' (꽤나 장편이다)

감독: 마틴 스코세이지 Martin Scorsese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암스테르담 발론), 카메론 디아즈 (제니 에버딘), 다니엘 데이 루이스 (빌 더 버처 커팅)




갱스 오브 뉴욕은 사실 상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영화여서 깜짝 놀랐다. 디파티드를 본 후라 그런가, 아니면 스코세이지를 좋아하는 친구가 갱영화를 워낙 좋아해서 그런가, 좀 더 대부나 퍼블릭 에너미스러운 갱을 상상했는데, 그것보다는 시곗바늘이 좀 더 돌아간 시점의 뉴욕을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아일랜드계 이민자들이 배를 타고 건너오던 184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영화였던 것이다!


사실 나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또 뉴욕이 나에게 별로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하기 때문에 갱스 오브 뉴욕은 확 다가오는 영화는 아니었다. 영화를 보고 며칠 동안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면서 조금씩 감을 잡아가긴 했지만, 미국이란 무엇인가, 뉴욕이란 어떤 곳인가라는 질문이 크게 의미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뉴욕'이라는 배경보다는 주인공 암스테르담과 빌 커팅 간의 미묘한 관계, 암스테르담의 감정선, 그리고 집단 간의 폭력 정도를 따라가야하는 영화였다. 물론 빌 커팅의 강력한 카리스마라든가, 우리에게는 너무나 생소한 뉴욕의 풍광 그 자체만으로도 어느 정도 갖춰진 영화긴 하지만 그 생소함 때문에 조금 힘든 면도 있었다... 그러나 아마도 스코세이지 감독에게는 '뉴욕'이라는 배경과 이민자 집단, 원주민 집단, 상류층 간의 분화양상, 그리고 징병거부라는 사건에서 드러나는 '미국인', '미국'이란 무엇인가가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아니었을까. 단지 나의 경험이긴 하지만, 이러한 키워드들은 소화하는 데에 조금 시간이 걸렸고, 그만큼 왜 이 영화가 호평을 받았는지 이해하는 데에도 약간 공을 들여야하므로 모두에게 즐겁게 추천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닌 듯 하다. 사족을 달자면 그런 의미에서 한국어 포스터의 카피는 "사랑과 복수" 면에서는 아주 적절하지만 "전세계" 측면에서는 조금 무리수라고 생각한다....ㅋ 미국판 포스터의 카피는 스크롤을 조금 올려보면 알겠지만 "America was Born in the Streets (미국은 길가에서 태어났다)"이다. 여기서 길가라는 것은 뭐라고 해야하지, 좀 더 싸우고 피터지는 그런 뉘앙스의 길가라고 보면 되겠다. 거봐, 마케팅이 이미 다르잖아?


이민자들이 처음으로 발을 들이게 된 뉴욕이라는 도시, 그리고 이민자들에게 징병을 떠안기는 미국이라는 국가란 무엇인가, 미국인이란 누군가 등의 질문도 흥미롭지만 그런 것들을 생각하고 쓰려면 나도 시간이 필요하고 이야기도 길어지니까 일단 생략. 언젠가 뉴욕 배경 영화 특집을 할 때 다루기로 하고...  음향 및 음악 사용에 대해서만 잠깐 언급하려고 한다. 이 영화를 통틀어 가장 인상적이었던 음악/음향 사용은 두 개다. 하나는 영화 초반에 데드 래빗과 원주민 간의 결투 직전, 데드 래빗이 파이브 포인츠로 나서는 장면에서 사용된 음악이다. 무언가 부족민들의 싸움과 같은 느낌을 주는 음악과 장면들은 영화 후반부에서도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반복학습 덕분에 영화를 보다가도 이 음악만 들으면 관객들은 암스테르담과 함께 극중 과거를 자연스럽게 회상하게 되는 것이다. 음악의 분위기가 여타 장면에 사용된 음악 분위기랑 상당히 다르기도 한데, 이는 아마도 뉴욕이라는 도시를 매개로 미국이 탄생하는 과정의 서로 다른 단계를 나타내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경찰이 힘을 얻어 파이브포인츠를 누비고, 징병이 전폭적으로 실시되는 단계에서의 국가와 정부라는 것은, 흡사 부족의 추장과 부족 간 전쟁을 통한 중심지에서의 권력 쟁탈전을 통해 일종의 통치가 발생하는 상황과는 전혀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문장을 써놓고 나니 무슨 소린지. 아무튼 이러한 국가의 탄생 과정이라고 해야하나, 서로 다른 단계라고 해야하나, 이를 스토리와 화면 상으로만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음악에서도 함께 강렬한 대비를 준 것이 인상적이어다.


또 다른 인상적인 장면은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순 있지만 크레딧이 올라가는 장면이었다. 난 원래 크레딧도 끝까지 보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보통 크레딧을 보면 별 재미가 없는 건 사실인데, 이 영화만큼은 크레딧도 분명한 영화의 일부라고 느꼈다. 뭐 딱히 아이언맨 처럼 끝에 덧붙여진 영상이 있거나 그런 건 아니었지만, 음악을 통해 크레딧도 영화의 일부러 편입시켜 버린 것이다! 다른 영화들은 크레딧이 올라갈 때 영화에 사용되었던 트랙들이 이것저것 나오는데, 갱스 오브 뉴욕은 유달리 딱 두 곡만 등장한다. 하나는 U2의 The Hands that Built America인데, 자세하게 가살 알아들으려고 하지는 않았지만 제목만 보아도 영화의 키워드가 거의 다 들어가있다고 보면 되겠다. 그리고 진짜 피날레는 U2의 곡이 끝나고 나온다. 무엇인고 하니, 현대 뉴욕을 연상시키는 길거리 음향을 쭉 틀어주는 것이다! 자동차 달리는 소리, 경적 소리와 같이 듣기만 해도 오늘날의 뉴욕시티가 떠오르는 바로 그 사운드다. 184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인데, 크레딧 가장 마지막에 음악도 아닌 이런 음향을 사용함으로써 영화는 자신의 메시지를 한 번 더 각인시키는 것이다. 사람들이 딛고 서 있는 미국의 뉴욕시티라는 것이 지어진 과정과 배경은 이러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다고. 그 이면은 더럽고 지저분했으며, 수많은 사람들의 피가 흘렀고, 엄청난 차별과 갈등들이 존재했다고. 어떻게 보면 뉴욕이라는 도시, 미국이라는 국가는 처절한 갈등 위에 세워진 지저분한(부패했다 뭐 이런 의미가 아니라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고 복잡하다는 의미에서 지저분하다는 뜻) 것임을...


월가의 늑대 내용은 몰라도 제목만 보았을 땐 일단 월가가 위치한 뉴욕이 배경일 것이고, 공개된 트레일러의 스크린샷만 보아도 현대가 배경인 만큼 무척이나 기대가 된다. 갱스오브뉴욕이 뉴욕이라는 도시와 미국이라는 국가의 배경을 다루었다면, 월가의 늑대는 아무래도 스코세이지가 바라보는 뉴욕과 자본주의 국가 미국의 현재를 보여주지 않을까? 


뭔가 리뷰가 산으로 갔는데 아무튼 어서 월가의 늑대를 보고 같이 묶어서 이야기해보고 싶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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