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남 (2)
[중국] 복건성 요리 오향권(五香卷)과 함반(咸饭)

심천에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맨날 이상한 것만 먹다가 하문에 가서 거의 피를 정화시키고 왔더란다. 

하문에서 정말 매일 가던 밥집이 있는데, 심심하면 시켜먹었던 오향권五香卷 백반.

두부피에 이것저것 넣고 튀겨서 만드는 음식으로 특히 장주 용해 (짱저우 롱하이 漳州龙海)의 석마오향(스마우샹石码五香)이 제일 유명하다. 


밥집에서 맨날 시켜먹던 것은 바로 이 자칭 석마오향 백반. 

한 끼에 10원 밖에 안하는데 밥도 나오고 단백질도 나오고 채소도 나오고 국도 나온다. 담백한 것이 맛있다 심지어ㅠㅠ

석마오향에는 돼지고기, 파, 설탕 등등이 들어간다고 하는데, 내가 먹던 석마오향 백반의 오향권에 돼지고기를 본 기억은... 음... 가물가물...




그러니까 오른쪽 코너의 저 말라비틀어진 것이 바로 감동의 석마오향이다. 몇 번을 먹어도 안 질려...

이 모든 것이 단돈 10원! 마음이 정화되는 맛이다...


사실 지역 유지분들과 귀빈석(...)에서 밥을 얻어먹었을 때도 오향권이 나왔는데, 한결같이 맛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내 기억에 남는 오향권은 바로 백반집에서 점심마다 먹던 백반의 오향권...

하도 주구장창 가니까 나중에는 아주머니가 내껀 영수증도 따로 챙겨주고, 분명 세트메뉴만 먹는 집이 아닌데 아예 "오늘은 무슨 세트메뉴 먹을래"라고 물어볼 정도였다. 


이 집에서 정말 밥 많이 먹어서 덕분에 체력도 조금 찾고 돈도 많이 아꼈던 기억이 난다. 게다가 영수증까지 찍어주는 몇 안 되는 근방 식당인지라 ㅠㅠ


분명 국도 맨날 같고 반찬도 얼추 맨날 비슷한데 왜 그렇게 맛있었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분명히 식당도 엄청 깨끗한 편이었고 주방도 합격점을 줄만했다는 점이 진짜 좋았다. 내가 근방 성중촌의 허름한 식당을 배회했던 걸 생각하면 ㅠㅠ 

하... 이게 학식이라면 난 매일 가서 먹겠어.... 




그러니까 허름하다는 건 이런 시장통의 식당들을 뜻한다. 5년 전엔 이런 데에서도 잘만 먹었는데, 작년 재작년에 중국에서 식중독 걸려 개고생 해서 그런가, 이 날 시장통만 네 바퀴 돌고 도저히 못 먹을 것 같아 그냥 굶었다...ㅋㅋ 그땐 진짜 뭐든 다 먹어보고 사람들 하는 거 다 따라해보는 패기라도 있었지 이제는 그저 늘어진 대파마냥...ㅠㅠ 





생각난 김에 몇 장 더:




이것은 하문 도착 다음 날 먹은 첫 끼. 먹고나서 진짜 울 뻔했다. 중국가서 먹은 가장 맛있는 음식 베스트 3에는 단연 들어가는데, 사실은 별 거 아니었다. 버섯과 뭔지 모르겠는 잎 종류가 들어간 맑은 국에, 조린두부, 달걀, 닭고기, 기름에 볶은 배추와 무한리필 밥... 12원이었다. 한국돈으로 2300원쯤? 




이것은 다른 날 먹은 석마오향 백반세트. 이 날 볶은 채소는 보다시피 좀 다른 거다. 




이건 복건 민남의 함반(시앤판, 咸饭)이라는 음식이다. 이 날은 세트 안 시키고 국 밥 따로 시켜봤다. 돈은 좀 더 나왔지만 이 집에서 많이 나와봤자다. 

시앤판은 엄밀히 따지면 볶음밥은 아니고 물에 끓이는 속성의 밥이다. 중의학 음식의 기운 같은 거 따질 때 열이 아닌 량(凉)에 속하는 음식이기 때문에 여름에 먹는다고. (요리왕 비룡의 더위 먹은 관리에게 먹인 볶음밥이 떠오른다...)

집에서 해먹는 음식이라 뭐 요리법도 다양하고 들어가는 재료도 다르다고 하다. 확실히 먹어보면 느끼하거나 하지 않고 담백했던 기억이 난다. 


왼쪽 위의 국도 좀 특별한 국이었는데, 흑오리탕이었다. 호기심에 시켰는데, 국물도 개운했고 검은 피부와 살의 고기도 엄청 신기했다. 먹으면서 이게 원래 이렇게 검은 건가 하는 생각도 많이 했고, 싼 가격에 많이 놀랐다. 어머니께 사진 보고했을 때 혹시 가짜 먹은 거 아니냐고 할 정도로 쌌다... 메뉴의 정식 명칭은 떠오르지 않아...



다음에 또 하문에 가서 여기 근처에 숙박하면 꾸준히 출근할 예정이다. 아주머니는 나를 더이상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맨날 혼자 가서 깨끗한 환경에서 맘 편하게 먹고, 옆의 큰 식당 와이파이도 얻어쓰고, 테이크아웃도 해서 새로 생긴 친구랑 같이 밥도 먹고... 


내겐 하문의 기억을 미화시키는 장소 중 하나고, 하문하면 자동으로 떠오르는 식당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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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남 지방의 성년식

올해도 칠석을 중국에서 보냈다. 

우리야 칠석이라고 하면 오작교가 열리고 견우 직녀가 만나는 날이며 비가 오는 날 정도지만, 중국에서는 칠석을 중국식 발렌타인 데이라고 해서 꽤나 거하게 쇤다. 

여기 저기 하트에 내걸리고, 초콜릿이 오가고, 커플들을 위한 상품이 팔리는 날이다. 



아무튼 이 날, 하문 항구 (정확히는 샤포웨이 沙坡尾)에서 있었던 16세 성년식 (做十六岁)을 보러갔다. 

항구 근처의 마조궁 (妈祖宫)에서 행사가 열렸고, 대만의 타이난 측에서 관계자들이 함께 공동으로 주관한 행사였다. 

하문은 아무래도 복건성(민) 내에서도 민남이고, 대만어라는 것이 근본적으로 민남어랑 거의 같기 때문에 교류가 매우 많은 편이다. 

더군다나 하문은 경제특구로 대만 기업가들에게 혜택을 주는 곳이기도 하고 말이다. 




하문역의 하문 특산품을 파는 곳은 대만 특산품도 같이 판다ㅋ 

시내에 나가면 "민태 (민타이, 闽台)" 특산을 파는 곳이 매우 많은데 민남지방+타이완 지방 특산이라고 보면 되는 듯 하다. 실제로 천주 (취앤저우 泉州)에 가면 중국민태연박물관이라고 해서, 민남지방과 대만 간의 관계성을 매우매우 강조한 국가 1급 박물관이 있다. 참고로 여타 1급 박물관으로는 자금성의 고궁박물관, 수도박물관, 천안문 광장의 중국 국가박물관 등 굵직굵직한 박물관들과'하북성 박물관', '산서성 박물관' 등의 성급 박물관과 상해 박물관, 심천 박물관 등의 대도시 박물관들이 들어간다. 다시 말해 여기 박물관장은 파워가 좀 있다는 뜻인데... 결론은 대만은 중국의 일부! 뭐 이런 곳이라서 중요한 듯. 여기 가본 이야기는 다음에... 




샤포웨이의 길거리. 하문섬 중 남쪽이 가장 먼저 개발되었고, 샤포웨이가 바로 이런 가장 처음 사람들이 정착한 지역 중 하나다. 그만큼 길도 좁고 구불구불하고, 오래된 냄새가 팍팍 나는 곳. 



샤포웨이 항의 풍경. 사진만 잘 찍으면 예쁠 것 같다. 대형 선박이 들어오는 곳이 아니라 정말 고깃배가 출항할 것 같은 느낌. 



그러나 현실은!!! 하문시에서 새로 짓는 쌍둥이 건물이 들어와서 경관은 안드로메다로...

새로운 랜드마크라고 짓기 시작한 건데, 대체적으로 거주민들이나 근방 하문대 학생들의 반응은 경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썩 좋진 못한 듯... 



중국 농촌 사회의 기틀이 마을(촌)이라면 오늘날 중국 도시 생활의 기틀이자 가장 기본 단위는 사구(社区)다. 원래 성년식은 가정 내에서 이뤄지는 행사지만, 문혁시대를 거치면서 수많은 의례가 없어졌고, 다시 부활하는 과정에서 사구주의와 함께 결합하여 탄생한 것이 이 성년식이다. (라고 교수님이 술자리에서 말씀하셨지만 나는 이미 민남어와 보통화가 반반 섞여 난무하고 끊임없이 권주하는 테이블에서 이미 귀머거리 벙어리가 되어 있었다.)  

따라서 성년식 자체도 사실은 마조와는 크게 관계가 없지만, 굳이 장소를 고르다보니 가장 대중적인 신이 바로 마조고, 그리고 사람들이 모여서 행사를 할 수 있는 마조궁 앞에서 식을 거행하게 된 것이다. 

참고로 중국 남방 해안가 지방 및 동남아 화교사회에서 마조는 정말 제1신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중국 인기 넘버 원 관우보다 더 많이 보인다는 생각도 간혹 들 정도.



이것이 샤포웨이의 마조궁. 가운데에 마조가 모셔져 있다. 


아무튼 이름을 호명하고, 제사를 지내고, 용춤을 비롯해 각종 춤을 동반한 거리 행진, 마조궁 참배, 지역 유지들의 격려의 말(...), 집안 어르신께 찻잔 올리기 등의 활동들이 있었다. 

물론 그 마지막은 단체로 둥그런 테이블에 앉아서 밥먹기... 



제사를 지내는 모습. 민남어로 제문을 읽고 16살이 된 아이들의 이름을 호명한다. 물론 나는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다ㅋ 하... 애증의 민남어...라고는 하지만 아마 제문이라면 보통화로도 못 알아들었을 가능성이 농후.



길거리 행진의 선두. 



중간에 개도(开道), 우순(雨顺) 등 아이들의 출세가도, 순탄한 인생 등을 기원하는 팻말들을 든 아저씨들도 있었다. 가장 충격과 공포는 조국에 이바지하는 인물이 되자 정도의 문구였던 듯. 금색 판은 아니고 깃발에 새겨져 있었다. 


모처럼 날씨가 조금 시원해서 버틸만했고, 형형색색의 옷들과 깃발들 등으로 눈이 호강한 날이었다. 


운좋게 교수님의 도움으로 여러 사람들도 만나보아서 각종 민남어로 귀...도 호강한 날이었다. (체력 게이지가 0이 된 날이었다) 맛있는 것을 얻어먹었지만 이게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근본적으로 민남의 행사고, 오래된 동네의 행사다보니 하문 집안 사람들이 참석하는 행사였다. 즉, 외지인들은 없고, 행사 진행자들도 심심하면 그냥 민남어를 내지르는 곳이었다는 뜻. 



올해 16살이 된 아이들. 얼굴이 너무 잘 나와서 친절하게 블러 처리. 원본 사진은 내가 이번에 중국서 찍은 사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 3장 중 하나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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