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5)
2016년 3월 블로그 사진의 정체

오랜만에 블로그 커버 사진과 프로필 사진을 바꿔봤다. 




이 물고기 사진은 말 그대로 물고기 사진이다. 

더 큰 사진을 크롭한 것이다. 사진을 찍고 다시 돌려본 순간에서부터 이 물고기에 유난히 눈이 갔더란다. 




이것이 원본 사진이다. 

2010년 6월 노르웨이 북쪽 로포텐 제도의 '오'라는 곳에서 고통받으며 여행할 적 유스호스텔에서 찍은 사진이다. 참고로 로포텐 제도는 대구가 많이 잡히는 곳이다. 시기를 잘 맞춰가면 곳곳에서 대구 말리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예컨대 이런 거: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하여 모르긴 몰라도 대구잡이가 이쪽 생계유지수단의 큰 원천 중 하나로 알고 있다. 그런데 진짜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자신이 없다. 


다음으로 블로그 스킨 커버 역시 고르고 고르다보니 역시 북유럽에서 찍은 사진이긴 하다. 



이것은 스웨덴 중부를 관통하는 기차 인란스바난을 타며 찍은 사진이다. 시기 탓인지는 몰라도 외스터순에서 말뫼까지 가는 이 기차에는 손님이 오로지 나 하나였다. 기차 탑승인원은 나, 기차 스태프인 린다와 투리드, 그리고 운전수 올라프 아저씨 넷 뿐이었다. 

원래라면 린다와 투리드가 돌아가며 안내 방송을 하는 관광열차였으나 결국 우리는 그냥 수다나 떨고 말았다. 심지어 객실서 수다 떨다가 올라프가 있는 차장실에 가서 앉아서 노닥거렸다. 바로 그 때 기차 차장실에서 찍은 기찻길의 사진.


올라프에게 잠시나마 이런저런 얘기를 들었는데, 아직까지 기억나는 몇 가지 이야기들이 있다.

하나는 올라프가 전직 스웨덴 국영철도 (SJ) 기차 차장이었다는 것이고 은퇴 후 인란스바난을 운전을 소일거리 삼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둘째는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KTX에 관한 다큐를 봤다며 KTX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봤다는 것이었다. 역시 기차 차장...!

셋째는 올라프에게 들은 건지 린다에게 들은 건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순록과 무스의 구분법이었다. 비록 인란스바난이 느리긴 해도 기차는 기차인지라 가속도가 붙으면 세우기가 힘들다. 그렇다보니 간혹 동물들이 기찻길에 있다가 사고를 당하고는 한다. 이때 바로 순록과 무스의 차이가 드러나는데, 무스의 경우 기차가 다가오면 기찻길을 건너서 기차를 피한다고 한다. 하지만 순록은 기찻길을 따라서 기차를 피하려고 하기 때문에 (...) 많이들 죽는다고... 


반농담이겠거니와 했지만 어쨌든 결론은 순록이 무스보다 멍청한 것으로...



아무튼 두 사진을 블로그에 건 이유는 그저 마음에 들어서다. 

특히 기차 사진의 경우, 모니터도 유리로 만들어졌고 창문 또한 유리로 만들어졌다는 점에 착안해서 찍은 사진이기도 하고, 물방울이 창문에 남길 수 있는 여러 자욱들을 담을 수 있었기 때문에, 또 좀체 접근하기 어려운 장소에서 찍은 사진이라는 점에서 애착이 아주 많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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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식 정리 - 2

기내식 정리 - 1 (2013년 AA, JAL, OZ)



2013년 9월 JAL (부산 -> 나리타)



소라벤을 기대했건만!!! 기다렸던 소라벤은 나오지 않고 샌드위치가 나왔다. 흑흑 ㅠㅠ 

블루베리 요구르트는 내가 좋아하는 거니까 용서가 되지만... 그래도 소라벤이 좋은데....




2013년 9월 나리타 -> 시카고 (JAL)



이번엔 시카고행 비행기를 AA 말고 JAL로 탔다. 나리타행에서 무진장 기대했던 소라벤은 나오질 않고... 시카고행에서는 소라벤은 아니고 뭐 이것저것 나왔다. 밥과 니모노가 상당히 맛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머지는 흐릿흐릿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어쨌던 내 머리 속에서 기내식은 AA보단 역시 JAL... 




간식은 하겐다즈! 




이것의 그 문제의 에어 요시노야. 덮밥이나 국수 따위를 파는 거대 체인 요시나요의 음식을 기내에서 이런 형태로 먹게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굉장히 뜨끈뜨끈한 박스를 하나씩 줄 때 꽤나 당황했다. 



제대로 사진이 나오질 않았는데, 뚜껑을 열면 저렇게 케이스가 있고 안에 시치미라든가 붉은 생강 같은 게 들어있다. 그걸 재량껏 밥에 뿌려서 비벼 먹으면 된다. 기내식 답지 않게 무척 뜨끈뜨끈한 덮밥을 먹었다. 양도 적당하고 나쁘지 않았다. 



2010년 인천 -> 상하이 (KAL) .....?????? 



확실치 않다. 사진을 긁어모았는데 어디서 모은 건지 모르겠다. 정말 기억에 남아있지 않은 기내식...



2009년 8월 인천 -> 헬싱키 (AY)



처음 타보는 비행기라 기대했는데 뭔가 당혹스러웠던 것 같다. 

핀에어가 막 한국에 취항해서 인천을 거점공항으로 삼으려고 프로모션 열심히 하던 시기의 막바지. 당시 비행기에는 한국인이 거의 없었는데도 김치를 내놓았다.

 



저 길다랗게 생긴 것들은 사실 파스타다. 안에 이것저것 채워져 있다. 사실 저때는 뭔지 모르고 신기하다며 맛있게 먹었다. 최근에 들어 파스타의 이름을 알아냈는데... 도로 까먹은 건 안자랑. 




2009년 11월 모스크바 -> 상트페쩨르부르크 (기차)



충격과 공포의 기내식. 유통기한이 지난 햄이 나왔다. 결국 같은 칸을 쓰던 네 명은 모두 햄을 먹지 않고 버렸습니다.... 나머지는 그냥 과자 수준이었던 것 같다. 

참고로 헬싱키에서 모스크바로 넘어가던 기차 안에서 파는 음식이 정말 눈물 빠지게 비쌌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난 굶었다. ... 




2010년 6월 헬싱키 -> 인천 (AY)



지금봐도 뭔지 모르겠는 기내식. 추측컨대... 카레인가...? 기내식에서 카레를... 정말? 




이건 위 메뉴의 사이드들. 크레커와 양갱 같은 것과 샐러드와 거대한 빵인듯. 

이상하게 귀국행 비행기 기내식이 없는데, 귀국행 비행기에서 먹었던 아침용 피자가 정말 기내식 피자 베스트였던 기억이 난다. 당시 핀에어 기내식은 업다운이 꽤 있었던 모양....

간식으로는 정말 꽝꽝 얼린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를 줬던 것 같다.



2007년 1월 부산 -> 방콕 (TG)



한국인이 정말 많았던 비행기... 옆자리 아저씨가 쩍벌로 끝까지 함께해주셔서 굉장히 괴로웠던 비행으로 기억. 이미 7년이 지난 지금 기억나는 건 거의 없다...만 저 샐러드의 햄과 초코케익은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보니 핀에어에서 쓰는 김치랑 같은 김치네??? 




2005년 마카오 -> 홍콩 배



배에서 준 건 아니고 내가 내 돈 주고 사먹었다. 

의외로 굉장히 맛있는 라면이었다! 아직도 생각날 정도로! 


하지만 당시 마카오행 비행기 (중국국제항공이었나 남방항공이었나 해남항공이었나... 기억도 가물가물....)의 기내식은 내 인생 역대 워스트 기내식이었다. 가족과 함께 갔는데 모두 기내식 반도 못 먹고 버렸음... 중국 음식을 잘 먹는 우리라지만... 이건 중국음식 치고도 먹을 수 없는 수준...이었던 기억이 9년이 지난 지금도 난다.... 


내 인생에서 가장 나를 시험에 들게 했던 기내식은 2008년 8월 나리타발 인천 도착 아시아나항공의 김밥.... 김과 밥과 속재료가 따로 나와서 승객이 직접 싸먹어야했는데... 포장이 정말 괴랄하게 되어 있는데다가 (삼각김밥 처음 먹을 때의 당혹감을 넘어섬) 설명도 매우 부족하여 결국 나와 옆자리 앉아있던 미국인 승객은 나란히 모든 것을 해체하여 김 뜯어먹고 밥 퍼먹고 속재료 주워먹었다... 오죽하면 이렇게 디테일하게 기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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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북유럽 여행기 6 - 나르빅
2010년 6월 2일
스웨덴 룰리오(Luleå) -> 르웨이 나르빅(Narvik)


대충 이쯤.



이곳은 나르빅(나르비크). 세계 최북단의 부동항. 고등학교 세계지리 시간 때 열심히 외웠었던 곳. 대항해시대 2에서는 보급항으로 나왔던 곳이었는데. 날씨가 우중충한게 좋지 않다. 롱리 플래닛에 따르면 노르웨이에서 가장 'ugly'한 마을이라고. 그런가? 흠. 



산, 바다와 함께 하는 나르빅.





교회도 보이고 그 앞에 기차도 보인다. 확실히 자원 수송의 요충지라는 생각이 드는 곳이었다.



AMFI의 슈퍼에 가서 봤다. 우와, 노르웨이에는 이런 것도 있구나! 신기해서 사진도 찍었다. 난 Mr.Lee니까 당연히 중국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한국이었다. 쌀과 스파게티를 사서 나오는데, 계산대의 직원이 중국인이냐고 물어봤다. 아니라고, 한국인이라고 했더니 북한이냐 남한이냐라고 물었다. 남한이라고 했더니, 'Evil Leader'가 사는 곳이 어디냐고 해서 친절히 북한이라고 답해줬다. 

AMFI 건물에서 나오는데 청소년들이 앉아있다가중국인 커플이 지나가자 또 니하오 니하오 거린다. 그 사람들이 인사를 받아주었다.  내가 지나가니까 역시나 니하오 니하오 거린다. 무시했다. 난 중국인이 아니거든. 아, 무시했다기 보다는 나는 중국인이 아니야!라고 말하고 지나갔던 것 같다. 중국은 정말 큰 나라.





나르빅에 서있던 표지판. 헬싱키에서 1245km, 불과 이틀만에 난 1245km나 온 것이다! 그것도 육로로! 우웩. 
이곳에 기록되어있는 도시들 이름을 보니, 나르빅이 얼마나 북쪽에, 외진 곳에 위치한 작은 곳인지를 알 수 있었다. 나르빅 사람들은 의외로 좁은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일지도. 베오그라드는 좀 의외다. 



바다 쪽으로 슬슬 걸어왔다.





내 생각엔 나르빅 꽤 예쁜 것 같은데? 




선사시대 암각화가 남아있다고 해서 한번 산책삼아 가봤다. 정말 주택가 사이의 생뚱맞은 곳에 있었다. 그런데 큰 돌에 덜렁 사슴 한 마리 그려져 있었다. 내가 딱히 유적에 발을 댄건 아니다! 공중부양시켜놓고 크기 비교 중. 

이 암각화를 본 것보다는 동네 마을 어슬렁거린 것, 꼬맹이가 날 보고 도망가고 할머니가 내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계속 문틈으로 나를 지켜본 것이 더 인상적이었다. 

암각화가 있는 곳은 유적지라기보다는 동네 뒷산 분위기.



나르빅 주택가.


malmbanen 철로를 놓은 사람들을 기리는 동상인 것 같다. 아니면 특정 인물을 기리거나. 




무덤. 인류학도로써 묘지는 흥미로운 곳이다. 
이곳 노르웨이에도 가족묘가 있구나 싶었다. 비석이 매우 깨끗하고 새거인 것으로 봐 주기적으로 비석을 바꿔주는건지, 아니면 전쟁으로 인해 묘들도 다 파괴되어서 새로 한건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이 때는 아이슬란드의 (바이킹 후예들의) 가족 이름들 생각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이름이 아들의 성이 된다. 예컨대 아버지 이름이 Erik면 아들 성은 Eriksson. 철자는 모르겠고. 인류학 시간에 배웠었는데 잘 생각이 안 나네.



오포텐 철로, Malmbanen, 어찌되었든 철로. 


물이 콸콸콸


물이 콸콸콸_2.jpg. 사실 이 물줄기의 정체는 끝까지 알지 못했다. 
처음엔 소방용인가 생각도 해봤는데 불도 안 나고 그래서...
도대체 뭐였을까?
궁금해서 가보려고 했는데 길이 공사중인데다가 너무 복잡해서 포기하고 내려왔다. 시간도 꽤 늦었었고.
참고로 사진을 찍은 시각은 오후 9:09. 
말로만 듣던 백야.

사실 헬싱키에서 이미 길어질대로 길어진 해를 실컷 감상하고 와서 백야에 대한 별 감흥은 없었다.
그래도 그 반대보다는 이게 백 배 나으니까....


숙소에서는 혼자 여행을 하고 있다는 호주인을 만났다. 일본 3개월 여행하고 북유럽 3개월 여행하러 왔다고 했나? 이미 핀란드와 스발바드(!)를 들렸다 온 모양이었다.
아이슬란드랑 패로 군도도 간다고 해서 무진장 배아팠다. 
사실 나도 여행계획 짤 때 스발바드, 아이슬란드, 패로 군도 다 찾아봤었는데 도저히 항공권 감당이 안 되어서 포기했었지...
부러웠다. 흥쳇.
그래도 이 이야기, 저 이야기 재미난 이야기 많이 들었다.
철학을 전공하신 분이고 동생은 인류학 박사라고 했다.
왠지 모를 반가움. 그리고 나의 초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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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북유럽 여행기 5 - 룰리오~나르빅
2010년 6월 2일
스웨덴 룰리오(Luleå) ->->-> 노르웨이 나르빅(Narvik)




보이는 것은 얼어붙은 호수와 눈가루 뿌려진 검은 산, 그리고 앙상한 나무들.


그래도 중간중간에 있는 마을 역 근처에 되면 이렇게 집들도 보이고...

아직도 스웨덴. 어비스코 Abisko면 나름대로 이 동네에선 꽤 규모있는 마을. 어비스코 국립 공원 때문에 관광객들이 꽤 오는 곳으로 알고 있다. 날씨가 안 좋아서 스산한 사진이 나와버렸다.



설마 말로만 듣던 U자곡...? 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큰가. 

이 철로에서 최대의 미스테리. 도대체 VR 차가 여기 왜 와있는것인가. VR이면 핀란드 국철인데, 핀란드와 스웨덴은 철로 연결도 안 되어있는데 이 북쪽 동네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진짜 궁금하다. 아직도.



가끔 저런 집들도 보이고... 여름 오두막은 아닌 것 같은데, 도대체 저런 곳에서 어떻게 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6월인데도 눈에 얼음에... 으으..


이 날씨에도 수많은 캠핑카가 보인다. 용케도 첩첩산중을 찾아왔구나...


점점 나르빅에 다가오고 고도가 내려갈수록 풍경이 푸르러진다.

오! 이것이 말로만 듣던 피요르드! 비록 노르웨이 남부의 피요르드들보다는 규모가 작아도 검은 산에 흰 눈만 줄창 봐오고, 산조차도 오랜만에 보는 나에게 있어 꽤나 감격스러운 장면이었다. 물 색깔도 예쁘고 말이다.


바다로 향하는 물길. 정말 피요르드식 해안이다. 뒷쪽으로는 급 해변가가 있었다. 




나르빅 역 도착. 날씨가 우중충한게 썩 좋지 않았다. 
R군과는 여기서 헤어졌다. R군은 다시 기차를 타고 어비스코로 향했다. 어차피 인터레일/유레일은 그냥 탑승할 수 있어서.
어느샌가 나는 노르웨이에 있었다. 
스웨덴 쪽 릭스그란센 역을 지나면 노르웨이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방송이 나온다. 오포텐 구간의 한쪽 끝인 릭스그란센 역은 전체 철로에서 스웨덴의 마지막 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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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북유럽 여행기 1 - 헬싱키-께미
여행하는 동안 일기장도 사서 꼬박꼬박 썼지만 어차피 공개 게시물은 기록보존용이라기보다는 말그대로 공개용이니까 사진으로 때웁니다.



여행루트. 2010년 5월 31일~6월 12일.

핀란드 헬싱키->께미, 토르니오/하파란다 스웨덴, 룰리오 -> 노르웨이 나르비크 -> 로포텐 섬 오 -> 나르비크 -> 스웨덴 얄리보레 -> 외스터순 -> 스톡홀름 -> 헬싱키. 

참고로 얄리보레 - 외스터순 - 스톡홀름 구간은 인란스바난/인란스버난 (Inlandsbanan) 이용했다.

결론적으로 무리한 여행이었다. 사실 원래 루트는 이게 아니었는데 시험이랑 레포트에 치여 너무 늦게 계획을 짜기 시작하는 바람에 그만 꼬여버렸다. 원래 가려고 했던 오슬로, 베르겐 등 노르웨이 남부 쪽에 숙박시설이 전혀 안 남아있었다.

계획을 틀어서 좀더 북쪽으로 가서 아예 트롬쇠를 가려고 했는데 그곳 마저 숙박시설이 남아있지 않았다. 아니, 숙박시설이야 언제든지 있지만 죄다 나의 예산범위를 초과하는 것들 뿐...

결국 이런 말도 안되는 일정을 짜게 되었다. 내가 짜면서도 이런 미친 일정을 봤나 하면서 욕을 있는대로 했었다. 북쪽 동네는 교통편이 시원찮아서 숙소에 이동편까지 세세하게 일정을 다 짰는데, 짜면서도 내가 이럴바에 헬싱키에 더 있으면서 여흥을 즐기고 만다는 생각이 많이 했었다. 

지금 와서 만약 다시 짠다면 나르빅 따위 버리고 로포텐 하루 줄이고 차라리 스웨덴 얄리보레에서 1박을 더 했을 것 같다. 얄리보레가 레알 숨겨진 천국이었다.

아니면 스톡홀름에 하루 더 투자하든가.

어쨌든 인터레일 샀고, 국제유스호스텔증을 가지고 있었으며 숙소는 할인이 되는 방향으로 미리 예약. 이번 여행의 주제는 '길놀이'. 여행할 때 딱히 주제를 정하고 다니는 건 아니지만, 어차피 루트도 이렇게 나왔고 북유럽에는 크게 관광지라고 할만한 것들이 많지 않으니 그냥 맘편하게 길 자체를 즐기자는 마음으로 계획을 짰다.

나는 핀란드 학생증과 인터레일 덕분에 그래도 비교적 싸게 여기저기 돌아다닐 수 있었다. 북유럽은 하여튼 너무 비싸다.




2010년 5월 31일 월요일
헬싱키(Helsinki) -> 께미 (Kemi)

VR Junalippu

헬싱키에서 께미로 가는 표하고 밑에는 영수증. 핀란드 학생증 덕분에 학생표로 사서 싸게 갈 수 있었다.

밤차였고 2등석이었는데 이때 이미 고생길의 전조임을 알았어야 했다. 

한국으로 치면 간지나는 KTX 타고 슝슝 이런게 아니라 무궁화호 타고 밤차 달린 셈. Pikujuna 저게 한국어로는 대충 익스프레스 트레인인데 그냥 오래된 기차라고 생각하면 된다. 편하긴 한데 장거리로 달리면 쬐매 힘들다.




일기장. 나름 열심히 꼬박꼬박 썼다. 

다 채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반 정도 밖에 못 채웠다.




애증의 헬싱키 중앙역. 이젠 쬐끔 그립기도.



기차의 최종목적지는 로바니에미. 탐페레랑 오울루 경유하는 기차. 



노을이 지는 헬싱키 중앙역. 참고로 시간은 오후 10시 17분. 



기차 내부. 밤차+2등석 조합. 자리는 잠깐 같이 여행했던 싱가포르인 R군. 

밤차+2등석 조합은 이렇게 된다. ↓↓↓



잠은 이렇게 자면 된다. 그래도 얘네는 KTX로 치면 동반자 좌석이다.

나나 R군은 그냥 자리 두 개 차지해서 새우잠을 잤다.

다음 날 허리 휘어 아파 죽는 줄 알았음....





대충 이런 포즈. 앞 좌석의 할아버지도 그렇게 취침 중.

안전한 핀란드지만 그래도 모르니까 가방은 끌어안고 잤다. 인형이나 베개라고 생각하기로 했는데 좀 무거웠었지...






기차 vs 해. 북쪽으로 갈수록 해는 길어질 뿐이고! 기차는 열심히 달릴 뿐이고!

결국 밤이 잠깐 왔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밤'기차가 아니잖아, 이거....

탐페레를 지나면서 창밖으로 찍은 사진인데, 참고로 시간은 오전 1:25. 






2010년 6월 1일 화요일.

오전에 9시 좀 넘어서 께미 도착. 기차에서 내렸다. 

기차 맨 뒤는 차량 칸이었는데 저렇게 차를 싣고 달렸던 것이었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진귀한(?!) 차량.

공기가 상당히 차가웠고 비록 7부바지를 입어 추웠지만 상쾌했었다.




께미 기차역. 

대기실도 있지만 들어가보지는 않았다.

여기에 옴으로써 이전에 갔던 피엑사마끼(Pieksämäki)보다 훨배 북쪽인 기차역에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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