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7)
2016년 3월 블로그 사진의 정체

오랜만에 블로그 커버 사진과 프로필 사진을 바꿔봤다. 




이 물고기 사진은 말 그대로 물고기 사진이다. 

더 큰 사진을 크롭한 것이다. 사진을 찍고 다시 돌려본 순간에서부터 이 물고기에 유난히 눈이 갔더란다. 




이것이 원본 사진이다. 

2010년 6월 노르웨이 북쪽 로포텐 제도의 '오'라는 곳에서 고통받으며 여행할 적 유스호스텔에서 찍은 사진이다. 참고로 로포텐 제도는 대구가 많이 잡히는 곳이다. 시기를 잘 맞춰가면 곳곳에서 대구 말리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예컨대 이런 거: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하여 모르긴 몰라도 대구잡이가 이쪽 생계유지수단의 큰 원천 중 하나로 알고 있다. 그런데 진짜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자신이 없다. 


다음으로 블로그 스킨 커버 역시 고르고 고르다보니 역시 북유럽에서 찍은 사진이긴 하다. 



이것은 스웨덴 중부를 관통하는 기차 인란스바난을 타며 찍은 사진이다. 시기 탓인지는 몰라도 외스터순에서 말뫼까지 가는 이 기차에는 손님이 오로지 나 하나였다. 기차 탑승인원은 나, 기차 스태프인 린다와 투리드, 그리고 운전수 올라프 아저씨 넷 뿐이었다. 

원래라면 린다와 투리드가 돌아가며 안내 방송을 하는 관광열차였으나 결국 우리는 그냥 수다나 떨고 말았다. 심지어 객실서 수다 떨다가 올라프가 있는 차장실에 가서 앉아서 노닥거렸다. 바로 그 때 기차 차장실에서 찍은 기찻길의 사진.


올라프에게 잠시나마 이런저런 얘기를 들었는데, 아직까지 기억나는 몇 가지 이야기들이 있다.

하나는 올라프가 전직 스웨덴 국영철도 (SJ) 기차 차장이었다는 것이고 은퇴 후 인란스바난을 운전을 소일거리 삼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둘째는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KTX에 관한 다큐를 봤다며 KTX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봤다는 것이었다. 역시 기차 차장...!

셋째는 올라프에게 들은 건지 린다에게 들은 건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순록과 무스의 구분법이었다. 비록 인란스바난이 느리긴 해도 기차는 기차인지라 가속도가 붙으면 세우기가 힘들다. 그렇다보니 간혹 동물들이 기찻길에 있다가 사고를 당하고는 한다. 이때 바로 순록과 무스의 차이가 드러나는데, 무스의 경우 기차가 다가오면 기찻길을 건너서 기차를 피한다고 한다. 하지만 순록은 기찻길을 따라서 기차를 피하려고 하기 때문에 (...) 많이들 죽는다고... 


반농담이겠거니와 했지만 어쨌든 결론은 순록이 무스보다 멍청한 것으로...



아무튼 두 사진을 블로그에 건 이유는 그저 마음에 들어서다. 

특히 기차 사진의 경우, 모니터도 유리로 만들어졌고 창문 또한 유리로 만들어졌다는 점에 착안해서 찍은 사진이기도 하고, 물방울이 창문에 남길 수 있는 여러 자욱들을 담을 수 있었기 때문에, 또 좀체 접근하기 어려운 장소에서 찍은 사진이라는 점에서 애착이 아주 많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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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북유럽 여행기 5 - 룰리오~나르빅
2010년 6월 2일
스웨덴 룰리오(Luleå) ->->-> 노르웨이 나르빅(Narvik)




보이는 것은 얼어붙은 호수와 눈가루 뿌려진 검은 산, 그리고 앙상한 나무들.


그래도 중간중간에 있는 마을 역 근처에 되면 이렇게 집들도 보이고...

아직도 스웨덴. 어비스코 Abisko면 나름대로 이 동네에선 꽤 규모있는 마을. 어비스코 국립 공원 때문에 관광객들이 꽤 오는 곳으로 알고 있다. 날씨가 안 좋아서 스산한 사진이 나와버렸다.



설마 말로만 듣던 U자곡...? 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큰가. 

이 철로에서 최대의 미스테리. 도대체 VR 차가 여기 왜 와있는것인가. VR이면 핀란드 국철인데, 핀란드와 스웨덴은 철로 연결도 안 되어있는데 이 북쪽 동네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진짜 궁금하다. 아직도.



가끔 저런 집들도 보이고... 여름 오두막은 아닌 것 같은데, 도대체 저런 곳에서 어떻게 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6월인데도 눈에 얼음에... 으으..


이 날씨에도 수많은 캠핑카가 보인다. 용케도 첩첩산중을 찾아왔구나...


점점 나르빅에 다가오고 고도가 내려갈수록 풍경이 푸르러진다.

오! 이것이 말로만 듣던 피요르드! 비록 노르웨이 남부의 피요르드들보다는 규모가 작아도 검은 산에 흰 눈만 줄창 봐오고, 산조차도 오랜만에 보는 나에게 있어 꽤나 감격스러운 장면이었다. 물 색깔도 예쁘고 말이다.


바다로 향하는 물길. 정말 피요르드식 해안이다. 뒷쪽으로는 급 해변가가 있었다. 




나르빅 역 도착. 날씨가 우중충한게 썩 좋지 않았다. 
R군과는 여기서 헤어졌다. R군은 다시 기차를 타고 어비스코로 향했다. 어차피 인터레일/유레일은 그냥 탑승할 수 있어서.
어느샌가 나는 노르웨이에 있었다. 
스웨덴 쪽 릭스그란센 역을 지나면 노르웨이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방송이 나온다. 오포텐 구간의 한쪽 끝인 릭스그란센 역은 전체 철로에서 스웨덴의 마지막 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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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북유럽 여행기 4 - 룰리오~나르빅

2010년 6월 2일
스웨덴 룰리오(Luleå) ->->-> 노르웨이 나르빅(Narvik)





룰리오에서 노르웨이 나르빅으로 향하는 기차를 탔다. 
노르웨이까지 가는 기차긴 하지만 룰리오~나르빅을 연결하는 이 기차구간은 스웨덴 국철 SJ에서 운영 중이다. 
이 노선은 Malmbanan이라고 부르고 중 릭스그란센(Riksgränsen)과 나르빅 간의 구간은 특별히 오포텐 선(Ofoten Line/Ofotbanen)이라고 불린다. 

원래 룰리오와 나르빅을 연결하는 철로 자체가 깔린 게 키루나 및 옐리보레 지역에서 채굴되는 철광석 수송을 위해서였다. 나르빅과 룰리오 모두 북쪽 지역의 중요한 교통요지기 때문이다. 나르빅은 세계 최북단의 부동항이고 (실제로 이거 때문에 러시아와 미국이 피터지게 전쟁 했었던 것 같다) 룰리오는 보스니아만을 끼고 있는 오래된 도시다. 19세기~20세기 초에 개통되었고, 기본적으로 여기를 달리는 기차들은 철광석 수송용이기 때문에 엄청난 하중을 견딜 수 있고 엔진파워도 장난아니라고. 

아무튼 유럽에서는 거의 최북단에 위치한 철로가 아닐까 싶다. 스웨덴 구간은 EU에서 최북단이라고 했는데 노르웨이나 아이슬란드는 EU 국가가 아니니....아이슬란드에도 철로가 있던가? @_@




보덴 역의 역사. 무슨 일에선지 여기서 정차를 좀 했다. 역사가 무척 특이하게 생겨서 (이 동네에선 안 특이하겠지만...) 좀 제대로 찍고 싶었는데. 바이킹을 연상시킨다.




일기장을 보니 ... "방금 전에 옐리보레를 지났는데 산! 녹음이 우거진 산을 봤다! 뫼!!"라고 되어있다. 산에서 자란 내가 핀란드에서 생활하면서 줄곧 산을 보지 못했으니 설렐만도 했지... 참고로 핀란드 남부는 무진장 평평하다. 


습지대인듯.






역을 거치고 거쳐 가는데 점점 기차가 추운 곳으로 진입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나다를까, 호수에 얼음 낀 것을 목격하기 시작했다. 으으, 내가 도대체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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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북유럽 여행기 4 - 룰리오

2010년 6월 1일 께미 -> 토르니오/하파란다 (Tornio/Haparanda) -> 룰리오 (Luleå) 


다시 룰리오 시내로 돌아왔다. R군과 나는 개별행동. R군은 마트 찾아 떠났고 나는 바다 구경 갔다. 



원래도 발트 해는 내해라서 염도가 무척 낮은데, 거기다 안쪽에 위치한 보스니아만의 안쪽인지라 (안쪽의 안쪽...) 그런지는 몰라도 바다 특유의 짠내가 전혀 나지 않았다. 






시내 중심에서 걸어서 약 15분이면 당도할 수 있다.

다시 항구....는 아니고 뭐라고 해야할까, 여튼 부두에서 발을 돌려 마을 중심부로 향했다. 그렇게 작은 동네는 아니다. 


길가다보니 이런 것도 있다. 중국인 식당도 봤다. 태국인이야 워낙 많은 것 같으니 이상할 게 없었지만. 

우리도 유럽인들, 서양인들 다 똑같이 보이는 것처럼 얘네도 동양애들은 다 똑같이 보이나보다. CHINATOWN이라고 이름을 걸어놓고 정작 파는 건 피카추, 헬로키티. 오히려 일본 가게라고 하면 내가 믿을텐데. 하기사, 그 옆엔 또 치파오를 팔고 있다. 

동양인이 동양틱한 가게 사진을 찍는 게 왠지 모르게 민망했다. 차이나 타운인 점을 감안, 내가 중국인처럼 비춰질까봐도 겁이 났던 모양.

지금 와서 얼굴 박힌 사진들 보면 그 때 내가 얼마나 피폐하고 초라해보였을지 알 수 있다... 흐미;



한적한 룰리오 시내. 보이긴 이렇게 보여도 사진 촬영 시간은 오후 8시 04분. 시계를 안 고친 것이라면 오후 7시 4분. 

날씨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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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북유럽 여행기 3 - 룰리오

2010년 6월 1일 께미 -> 토르니오/하파란다 (Tornio/Haparanda) -> 룰리오 (Luleå) 
다시 말해, 핀란드 -> 스웨덴.


2층 버스는 물 건너고 들판 건너고 계속 달렸다. 산은 안 넘었으므로 패스...

여러 창밖 풍경들....





사람들이 오르락 내리락하고, 숱한 마을들을 지나며 나는 헤드뱅잉을 하고...

그런 끝에 도착한 스웨덴의 룰리오(Luleå). 인구 5만 좀 안 되는 마을이지만 이 동네에선 상당히 큰 축에 속한다. 보스니아 만의 끝자락 쪽에 위치한 곳. 






아마도 룰리오교회. 들어가보진 못했다. 마을의 랜드마크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룰리오에서 가장 높은 건물. 




룰리오의 시내 거리. 꽤나 한산하다. 하지만 확실히 북쪽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 시퍼런 느낌의 마을. 잔잔한 바다도 있고, 이래저래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여유 여유 여유!

생각보다 일찍 룰리오에 도착한 덕분에 생각치도 못한 장소에 갈 수 있었다. Gammelstads kyrkstad, 영어로는 대충 Old Church Town. 정말 여기에 대한 정보가 티끌만큼도 없었기 때문에 버스도 대충 아무거나 타고 향했다. 핀란드어도 아니고 스웨덴어가 창궐(!)하는 지역에서 뭔 용기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정보가 티끌만도 없었던 것은, 이번 여행의 전체적인 구조와 가장 기본이 되는 숙소 및 교통편은 모두 세밀하게 짰으나 관광지 같은 건 알아볼 생각도 없었기 때문...

유네스코 지정 마을이고 룰리오의 전신이자, 과거 북유럽에서 쉬이 찾아볼 수 있었던 마을 형태가 잘 보존된 곳이라고 한다. 



Gammelstads kyrkstad의 가장 중심이 되는 교회, Nederluleå kyrka. 15세기에 지어졌으며 스웨덴 북부 지방에서는 규모가 가장 큰 교회라고 한다. 어쨌든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가장 중심 되는 것도 같고 크고 그래서 일단 갔다.



문이 열리지 않아요....!
시간이 좀 늦어 버려 여기까지 와서 가장 중심이 되는 교회조차 보지 못하고 가는 상황 발생. 

하지만 운좋게도 고위 공무원(?)인지 교회 높은 사람인지와 함께 동행해서 온 캐나다 할머니들 덕분에 특별히 출입이 가능해졌다. 그 공무원 같은 분이 캐나다 할머니들을 가이드 해주고 있었는데, 내가 할머니들의 영어 악센트를 듣고 캐나다 사람인 걸 알아챈 덕분에 급작스럽게 라뽀가 형성될 수 있었다. 덕분에 사람들이라곤 달랑 고..공무원? 분 한 분, 할머니 두 분, R군, 나, 이렇게 5명에서 여유롭게 교회 구경. 중간중간에 설명도 주워들을 수 있었다. 



교회 내부. 이렇게 보면 티가 잘 안 나지만, 벽에 덧칠을 덕지덕지 한 것이나 그런 걸 보았을 때 꽤나 오래된 곳이라는 느낌이 들긴 했다.





가운데 천장에 달린 예수상은 여기저기 창(?)에 찔린 상처가 너무나 적나라했었다. 할머니 분들이 아무래도 열렬한 교회 신도이든지 관계자이신듯. 이것저것 설명을 들을 수 있었는데, 하지절 때 천장인가 창문에서 들어오는 빛이 정확하게 이 예수상을 비추면서 굉장히 성스러운 장면이 연출된다고 한다. 설계의 힘!

다른 설명도 많이 들었는데 교회나 종교에 관한 용어를 잘 몰라서 거의 알아듣지 못했다...



할머니들이 너무 독실해 보여서 뭔가를 강요당할까봐 바짝 쫄아있었다. 그리고 내 눈으로 이 기계를 스웨덴에서 볼 줄이야. 한편으로는 스웨덴에 참 어울리기도 하지만. 말로만 듣던 헌금납입기. 


교회에서 나와 할머니들한테 몇 얘기 더 듣고 (St.Lucia?인가? 하튼 그 무슨 빛의 천사 기념일에 촛불 머리에 쓰고 놀았다 그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들) 헤어졌다. 운이 참 좋았다. 

그리고 나서 본격적으로 마을 탐방에 나섰는데... 별로 볼 건 없었다. 일기장에 의하면 무척 어려진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왜였을까?


요렇게 교회가 중심이 되는 마을이다.




옹기종기

이런 집엔 사람들이 살고 있진 않았다. 몇몇 큰 집들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지만.




기념품점. 관광지는 관광지니까.


어지럽게 늘어져 있는 표지판.






Gammelstads kyrkstad 자체는 막 다이나믹하고 하지는 않는데, 룰리오에 왔다면 들려볼만 한 곳인 것 같았다. 날씨 탓도 있지만 정말 날잡고 오면 좋은 사진들을 많이 건질 수 있을 법한 곳이었다. 난 사진기술도 없고 렌즈 얼룩 때문에 망했지만 말이다. 친구 하나가 겨울에 여길 갔었는데 겨울 풍경은 매우 달랐다고 한다. 어땠을지 궁금하군.

공부를 좀 했고, 인포메이션 센터가 문이 열려 있어 브로슈어도 있고 그러면 나름 아기자기하게 구경할 게 많은 동네.



까띠 언니가 꽃 이름 가르쳐줬는데 까먹어버렸다. 향기가 정말 좋은 꽃. 이젠 더 이상 그 향기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윽 분량조절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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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북유럽 여행기 2 - 토르니오/하파란다

2010년 6월 1일 께미 -> 토르니오/하파란다 (Tornio/Haparanda) -> 룰리오 (Luleå) 
다시 말해, 핀란드 -> 스웨덴.



께미에서 토르니오/하파란다로 가는 버스 탑승. 

창이 큼직큼직한 게 정말 마음에 들었던 버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터레일 패스 소지자는 해당 버스 공짜. 유레일 가지고 있던 R군도 공짜로 탑승. 

1시간 정도 달렸던 것 같다.

여행 통틀어서 가장 기분 좋았던 버스 구간.




스웨덴 하파란다(Haparanda). 

핀란드/스웨덴 국경에 있는 쌍둥이 도시 토르니오(Tornio 핀/Torneå 스)와 하파란다(Haparanda 스 /Haaparanta 핀). 

원래는 Torneå(발음은 아마도 토르니오)라는 제법 큰 도시가 있었는데, 스웨덴이 러시아에게 패배해 핀란드 땅을 넘길 때 이 도시마저 넘어가버렸다. 그래서 스웨덴은 궁여지책으로 토르니오 건너편에 하파란다(Haparanda)라는 쌍둥이 도시를 만든다. 

그러나 이래저래 딸리는 하파란다. 현재까지도 토르니오에게 딸린다고 한다. 술집도 죄다 토르니오 쪽에 있다고.

오늘날에는 국경이 유명무실해서 하파란다 사람들이 토르니오로 술마시러 많이 간다고 한다. 세계에 유일한 국경을 넘나드는 골프장이 있다고.... 그리고 일단은 공식적인 쌍둥이 도시. 로밍조차 안되는 몹쓸 나의 사우나라흐띠 폰도 하파란다에서는 잘 터졌다. 우왕.

참고로 토르니오는 핀란드 땅, 하파란다는 스웨덴 땅. 시차는 1시간. 조그만 강 하나 왔다갔다하면 시계가 1시간 앞뒤로 왔다갔다 하고 인도유럽어(=스웨덴어)와 우랄어(=핀란드어)가 뒤바뀌는 상황인 게다.  스웨덴에서 핀란드어 하는 꼬맹이들을 마주치고 핀란드에서 스웨덴어 쓰는 청소년들을 마주칠 수 있다.

핀란드어와 스웨덴어를 구사할 수 있다면 인류학적으로 연구하기에 굉장히 재밌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2차 대전 때 핀란드는 핀란드의 미래 보장을 위해 자국 어린이들을 스웨덴에 대거 입양시킨다. 그 때 토르니오와 하파란다를 통해서도 애들이 많이 넘어갔다. 그거 기념비. 

1939년-1945년  때 입양된 약 80000명의 핀란드 아이들에게 바치는 동상....이라는 설명 같다.

어쨌든 영어도 없고 핀란드어랑 스웨덴어 밖에 없는데 핀란드어 보고 대충 뭔지 알아들은 내 자신이 무진장 대견스러웠던 순간이었다. 핀란드어 헛배운 거 아니었어!


아가가 우는 동상. 

참고로 이와 관련해 <나의 어머니(Klaus Härö 감독, 2005년, 핀란드, 원제 Äideistä parhain)>라는 영화 추천. 꽤 잘 만든 영화니 역사적 배경에 관심이 없어도 재밌게 볼 수 있다.



우회전하면 시내, 직진하면 하파란다-토르니오 인포메이션 센터, 그리고 핀란드. 참고로 하파란다에서 찍은 사진.


이제는 유명무실한 세관. 근무자가 있는지 모르겠다.

여기 보면서 세관에서 근무하다가 좌천되면 여기로 오게 되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시내니까 시속 40km로. 이쪽은 토르니오. 다리 하나 건넜을 뿐인데 난 어느새 핀란드에.






핀란드와 스웨덴을 가르는 강. 습지? 늪지? 그런 삘. 내가 갔을 때는 초등학교 애들이 실험관찰 같은 거 나와있었다.



탁 트인게 참 기분 좋은 곳이었다.




사진에는 작게 나왔지만, 실제로는 스웨덴 쪽 강가에 있는 저 파란 건물은 엄청난 위압감을 준다. 





그 파란 건물의 정체는 유명한 스웨덴 회사 IKEA. 핀란드식으로는 이께아. 스웨덴식으로도 이케아. 

진짜 말도 안 되게 엄청 큰 무시무시한 곳.






핀란드야 핀란드어랑 스웨덴어 모두 국어로 삼고 있지만 스웨덴은 스웨덴어만 국어로 삼고 있다. 그렇지만 이곳에서는 스웨덴어와 핀란드어가 공존하고 있었다. 이께아에도 말이다! 

위는 스웨덴어, 아래는 핀란드어. 쇼핑 카트는 여기에다 놓아주세요 감사합니당!






이께아, 그리고 핀란드 가는 길.




 24시간 운영 중인 쉘 주유소.

스웨덴어(Öppet)와 핀란드어(Auki) 모두모두 사이좋게 공존하는 모습.




최종 목적지가 Sundsvall(순스발?)이여서 헷갈린 나머지 놓칠 뻔했다. 

아슬아슬하게 간지 폭풍 2층 버스에 탑승, 룰리오로 향했다. 인터레일은 이번에도 꽁짜. 유레일 가진 R군도 꽁짜 탑승. 

이거 탈 때는 아슬아슬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표 검사조차 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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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여행기 -6- (께미~토르니오/하파란다~룰리오)

북유럽 여행기 -6-
<경계선>

2010년 6월 1일 화요일
날씨: 짱짱 맑음
께미(Kemi) → 토르니오/하파란다(Tornio/Haparanda) → 룰리오 (Luleå)




밤 기차에서 옆 좌석 할아버지가 너무 코를 골으시는 바람에 중간에 여러 번 깼다. 그리고 내 앞에 앉은 아저씨, (갖가지 소리를 내기도 하고 흘끗흘끗 쳐다보기도 하는 것이) 왠지 불쾌해서... 이렇게 살면 안되겠지만 피곤하다보니 마음의 여유가 없어져서 그런지 짜증이 났다. 

창밖으로 드문드문 보이는 숲이나 호수들은 참 예뻤지만 난 종종 기절하곤 했다. 피곤하니 어쩔 수 없지... 오울루(Oulu)를 거쳐 께미(Kemi)로! 날씨가 쨍하고 맑았지만 께미는 생각보다 많이 추웠다. 으스스스..... 

원래 시간표대로라면 께미에서 핀란드-스웨덴 국경선 지역으로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선 1시간을 기다려야했지만 놀랍게도 버스에 바로 탈 수 있었다. 원래라면 1시간 남는 시간 동안 역 근처의 프리스마 마트에 장보려 다녀오려고 했는데 그냥 버스를 타게 되었다. 인터레일 티켓 소지자에겐 무료로 운영하는 버스였는데, 인터레일 티켓에 날짜 기재도 안했는데 그대로 탈 수 있었다. (덧붙여 유레일 패스를 가지고 있던 R군도 무료로 버스탑승을 했다. 자세한 내용은 맨 밑의 박스 참조!) 덕분에 예상보다 매우 일찍 하파란다(Haparanda)에 떨어졌다.


버스가 비록 오래 된 차였지만 창문이 큼직큼직한 것이 버스타는 것 만으로도 왠지 기분이 좋았다. 버스에서 창밖 구경하고, 친구들에게 문자 보내고 하다보니 시간이 금새 갔다. 께미에서 토르니오/하파란다까지는 약 50분 정도 걸렸다. 




버스 정류장에서 룰리오로 가는 버스 시간을 확인해보니 꽤 오래 기다려야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시차를 고려하지 않아서 버스 한 대를 놓쳤던 것 같다.) R군과 나는 버스 정류장에서 빈둥거리다가 돌아가면서 토르니오(Tornio)에 걸어다녀왔다. 스웨덴과 핀란드 사이의 국경 넘기! 토르니오와 하파란다는 각각 핀란드와 스웨덴에 있는 쌍둥이 도시다. 원래는 토르니오(원래 이름은 Torneå)라는 제법 큰 마을이 있었는데 스웨덴이 러시아에게 패배하여 핀란드 영토를 넘길 때 토르니오도 넘어가버렸다. 그리하여 거기에 맞서서 세운 도시가 하파란다(Haparanda, 핀란드어 명칭 Haaparanta). 그러나 여러 면모에서 많이 밀렸고, 지금도 그러하다고. 하지만 이제는 국경이 유명무실하기 때문에 누구든지 자유롭게 오갈 수 있었다. 전세계에 유일하게 국경을 넘나드는 골프장도 이 동네에 있다고 한다. 다만 스웨덴과 핀란드의 시차가 1시간이라는 거? 심지어 해외에선 죽어도 터지지 않는 내 핀란드 핸드폰 (사우나라흐띠)이 하파란다에선 마치 핀란드에 있듯이 잘 터진 것만 보아도 거리를 알 수 있는 것 같다... 

어쨌든 R군이 먼저 나갔다 돌아온 후 나도 토르니오에 갔다. 중간에 동상도 있었는데, 핀란드어로 된 설명을 읽어내는 내 자신이 너무나 대견스러웠다. 핀란드 아이들을 이 토르니오-하파란다를 통해 스웨덴으로 보냈다는 내용이었다. 부연 설명을 하자면, 2차 대전 때 핀란드는 자국의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 핀란드 어린이들을 스웨덴에 입양 등을 통해 많이 피난시켰었는데, 그 때 아이들이 이곳으로 와서 국경을 건넜다는 이야기였다. (혹시 이에 대해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나의 어머니'[Klaus Härö 감독, 2005년, 핀란드, 원제 Äideistä parhain]라는 영화를 추천해드립니다. 시중에서 혹은 온라인에서 구할 수 있는 몇 안되는 핀란드 영화인데 마침 다루고 있는 내용이 바로 요겁니다.)




그나저나 스웨덴에서 핀란드어를 듣고 핀란드에서 스웨덴어를 듣는다는게 기분이 참 이상했다. 스웨덴에서 길을 걷다가 고등학생 쯤 되어보이는 남자애들이 핀란드어로 떠들면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거나, 핀란드에서 길을 걷다가 초등학생들이 스웨덴어로 떠들고 있는 것을 듣는다는 것이... 지금 생각해보면 국경이라는 것이 참 의식적인 것인 것 같다. 만약 인류학적 현지조사를 한다면 토르니오/하파란다의 일상에 대해서 써보는 것도 재밌지 않을가? 스웨덴어와 핀란드어는 무척 다르기도 하고, 더군다나 이들은 인위적으로 갈려있는 다른 시간에 살고 있기도 하지만 정작 생활권은 하나니까 말이다. 하파란다에는 술집이랄게 없어서 토르니오로 술 먹으러 간다던데. 게다가 핀란드인들은 스웨덴어 교육을 받지만 스웨덴인들은 핀란드어 교육을 받지 않으니 어떤 방식의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고 있을지... 덧붙여 스웨덴 쪽 강변의 이케아(IKEA)는 마치 '내가 바로 스웨덴이오'라고 광고하는 듯 해서 참 압박스럽기도 했고 말이다. 이 동네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살아가고 있을지 상상이 잘 안 되었다.





다시 하파란다 역으로 돌아와 R군과 앉아있었다. 밖에는 Sundsvall 행 2층 버스가 도착해있었다. 우리 버스가 올 때가 다되었는데, 아직 감감 무소식이다. 우리 버스도 저 버스처럼 좋은 버스면 좋겠는데.... 순스발로 가는 버스 아저씨가 짐칸 문을 닫고 출발하시려는 듯 운전석으로 향하셨다. 그런데 뭔가 낌새가 이상하다. 출발시각이 우리랑 비슷하다. 게다가 버스 번호가.... 같다! 아저씨게 냉큼 뛰어가서 여쭤봤다. 혹시 이 버스 룰리오로 가는 버스인가요? 그렇다고 한다. 아! 여태껏 보고만 앉아있었던 우리는 뭐가 되는 걸까! 급하게 버스에 짐을 싣고 2층으로 올라가 앉았다.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룰리오 행 버스를 탔다. 게다가 검표도 제대로 안하신 채 우리 말만 듣고 인터레일/유레일 패스 무료 혜택을 해주셨다. 올레!!

버스 창에서 밖을 보니, 지나가는 풍경들은... 핀란드와 어찌 다른지 구체적으로 집어낼 수 없었지만 여튼 멋있었다. 그래도 몇 가지 신기한 점이 있었다면 유독 스웨덴 국기가 펄럭이는 집들이 많았다는 점과 태국 국기가 걸린 집, 혹은 태국 음식점이 눈에 많이 띄었다는 것 정도였다. 나는 안 자야지 안 자야지 하다가 결국 헤드뱅잉을 좀 했다. 아마 중간에 탔던 스웨덴 청년(이라고 해봤자 고등학생들)들은 웬 아시아인이 스웨덴 구석까지 와서 정신없이 자는 모습이 신기했지 않았을까 싶다. 나라도 신기햇을 것 같아.... 


<다음에 계속...>




유명무실한 세관. 도대체 이 곳에선 누가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무척 궁금했다. 막 여기로 배정받으면 좌천 받은 기분이지 않을까, 아냐 오히려 평온할거야, 그래도 전쟁나면 바로 제 기능해야할텐데? 그치만 막는 길도 없는 걸... 하는 쓸데없는 생각도 많이 했었지.... 



하파란다(Haparanda)에서 찍은 사진들. 아무래도 토르니오와 바싹 붙어있고 실질적으로는 거의 한 마을이나 다름없어서 그런지 이곳저곳에 핀란드어도 같이 병행해서 많이 기재를 해두었었다. 핀란드의 경우 스웨덴어 사용 인구가 일정 수준이 넘으면 스웨덴어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지만 스웨덴은 그렇지 않다. 위의 사진에서도 밑의 회색글자는 핀란드어고, 밑의 Auki라는 것도 핀란드어다. 



2층버스 만세! 맨 앞자리였다면 더 좋았을텐데.... 날씨가 무척 좋았다.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께미에서 탄 1시간짜리 버스가 가장 기분 좋은 버스 여행이었던 것 같다.





NOTE |  께미(Kemi) - 토르니오/하파란다 (Tornio 혹은 Torneå / Haparanda 혹은 Haaparanta), 하파란다 - 룰리오 (Luleå, 발음은 저도 모릅니다ㅋ 그냥 제 마음대로 부릅니다.) 구간은 인터레일, 유레일 패스 소지자의 경우 특정 버스 노선에 한해 무료탑승이 가능합니다. (역순도 가능)

먼저 께미에서 스웨덴으로 이동하는 방법(혹은 반대)에 대해서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아무래도 나름 국경을 넘는 버스인지라 생각만큼 간단하게 정보를 찾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핀란드 내에서 버스 이동을 할 때에는 www.matkahuolto.fi 에서 검색하시면 손쉽게 정보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제가 고전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특정 버스 회사'의 정보를 제대로 찾지 못해서였습니다. 인터레일 패스 소지자의 경우(R군의 경우를 보았을 때 유레일패스도 해당하는 듯 합니다) Veljekset Salmela Oy 버스에 한해 Kemi-Tornio/Haparanda 구간을 무료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교통비가 살인적인 북유럽에서 이는 아주 중요한 포인트죠! 이 회사의 버스를 타시면 어떤 건 토르니오까지, 어떤 건 하파란다까지 이동을 합니다. 둘 사이의 거리가 그리 멀지는 않지만, 저의 친구 홍처럼 겨울에 오신다거나, 혹은 짐이 있으시다면 어떻게든 발로 움직이는 거리를 줄이는 게 좋겠죠. 시간표는 미리 확인하고 갑시다. 버스 시간표는 다음 사이트에서 구하실 수 있습니다:

1) Matkahuolto (http://www.matkahuolto.fi)
핀란드의 전 노선 시간표를 모아둔 사이트입니다. 제 생각엔 핀란드 정부에서 운영하는 뭐 그런 것인 것 같은데, 여튼 그건 넘어가고, 각종 회사의 시간표들을 거진 다 검색할 수 있습니다. 영어 서비스도 있으니 무척 간편해서 자주 애용했습니다.

2) Veljekset Salmela Oy 버스 웹사이트 (http://www.veljeksetsalmela.fi)
인터레일 패스 및 유레일 패스 소지자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버스 회사 사이트입니다. 결정적인 단점이 있다면 핀란드어 서비스만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어차피 버스 사이트까지 들어가시는 경우는 저처럼 공짜버스를 이용하시기 위한 것일테니 께미-토르니오/하파란다 및 왕복 시간표 링크만 걸어드리겠습니다. 
http://www.veljeksetsalmela.fi/hakemisto.html 에 가시면 전체 노선 구간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중에서 선택하시면 되는데, Talvi는 겨울, Kesä는 여름을 뜻합니다.
http://www.veljeksetsalmela.fi/ketokesa.htm 께미-(토르니오)-하파란다(Kemi-Haparanda) 2010년 여름 시간표입니다. 
http://www.veljeksetsalmela.fi/tokekesa.htm 하파란다-(토르니오)-께미(Haparanda-Kemi) 2010년 여름 시간표입니다.
참고로 M-P는 월-금을, L는 토요일, S는 일요일 운행을 뜻하고, 시간표에 기재된 모든 시간은 핀란드 시간을 기준으로 작성되어있습니다. 그리고 RT.AS (Rautatieasema)는 기차역, L-A.AS(Linja-auto asema)는 버스역을 뜻합니다. 꽤 자주 출발하긴 합니다. 참고로 께미역의 경우 께미역을 바라보고 오른쪽으로 쭉 화살표 따라 걸어가니 주차장 쪽에 버스가 서있더군요. 

어떤 방식이든 토르니오/하파란다 구역을 넘어갈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시계를 한 시간 당기거나 늦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핀란드에서 스웨덴으로 넘어갈 땐 한 시간을 당기고, 반대로 스웨덴에서 핀란드로 넘어갈 땐 한 시간을 늦춥니다. 핀란드가 오후 3시일 때 스웨덴은 오후 2시입니다. 핀란드가 한 시간 빨라요. 이거 까먹으면 버스 정류장 등에서 계피보는 수가 생깁니다....


덧붙여서 하파란다(Haparanda)에서 룰리오(Luleå) 구간의 무료 운행은 Länstrafiken Norrbotten 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딱 그 구간만 가능합니다. (http://www.ltnbd.se/, 영어 페이지도 있습니다.) 여기로 가셔서 노선 이름들을 잘 살피시면 됩니다:  http://www.ltnbd.se//?pageid=14

이 동네 버스 시간표를 보실 때 주의해야할 점은 운행 날짜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겨울, 여름 등 시즌에 따라 운행 일정이 많이 달라지므로 반드시 날짜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스웨덴어의 경우 M-F는 월-금, L은 토요일, S는 일요일을 뜻합니다. 스웨덴어는 영어랑 비슷하니 나머지는 뭐 문제 없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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