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2)
[우크라이나 드라마] 붉은 여왕 (Красная королева, 2015)

사실 드라마 보는 게 연례행사 급일 정도로 시리즈물은 잘 안 보는데, 갑자기 뭐에 꽂혔는지 요즘 이것저것 챙겨보기 시작했다. 코로나 시국에 연말이라 미쳐가나보다.

 

러시아산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우크라이나산인 드라마 <붉은 여왕>을 봤다. 우크라이나산이라고는 하지만 주요 무대는 소비에트 시절 모스크바고, 대부분의 주연 배우가 러시아어를 쓰기 때문에 러시아 드라마인 줄 알았다. 시즌은 한 개로 완결이고 총 12화까지 있다. 아마존 프라임 있으면 <The Red Queen> 검색해서 무료 시청 가능한데, 광고가 진짜 10분에 하나씩 떠서 정말 드라마 리듬과 무드 다 망치는 느낌적 느낌. 광고도 하나도 아니고 3개씩 똑같은 놈들만 나와서 보다가 집어 던지고 싶을 정도였다. IMDb TV에서도 볼 수 있는데 이놈도 광고가 대단하지 않을까 추측 중. 한국에선 놀랍게도 왓챠에서 볼 수 있다. 아니 이런 것도 있어... 그런 느낌? 아, 그리고 아마존 판 한정 자막이 좀 부실하다. 특히 화면으로 등장하는 글귀들은 죄다 번역이 안되어 있어서, 이야기 전개 상 중요한 내용들도 번역이 안된채 지나가곤 한다.

 

붉은 여왕이라든가 레드퀸이라는 단어가 여기저기서 제목으로 많이 사용 되어서 은근 검색하기 어렵다. 하지만 제목 자체는 아주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정보 찾기가 은근 어려워서;; 링크 몇 개 걸어둔다:

제작사 페이지: film.ua/en/production/filmsandseries/projects/274

IMDb: www.imdb.com/title/tt5924966/fullcredits/?ref_=tt_ov_st_sm

왓챠: pedia.watcha.com/ko-KR/contents/tlLrZge

아마존: www.amazon.com/Part-9/dp/B01GU8D4IK/

 

 

스탈린 사후의 소비에트 연방을 무대로 하며, 주로 모스크바가 배경이다. 레기나 즈바르스카야Regina Zbarskaya라는 실존인물의 생애기에 각색을 더해서 제작한 작품이라고 한다. 아니 소비에트에 이렇게 화려한 패션모델???이라는 호기심에 보기 시작했던 것 같다. 참고로 드라마보다는 실존 인물의 이름을 검색해보니 이런저런 영문자료는 더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일단 이쪽 드라마를 난생 처음 보는 거긴 한데... 톨스토이나 도스도옙스키가 괜히 이쪽 사람들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또 워낙 구소련 시기가 빡센 시기라서 보통이 아니다. 화려하긴 한데 여러모로 암울한 분위기를 진하게 풍기므로 삶이 우울하신 분들에게는 추천 못하겠다. 

 

 

 

드라마에서 돈냄새도 많이 나고, 일종의 예술성을 성취하는 것에 대한 제작진의 욕심도 잘 묻어나온다. 레기나가 패션모델로 활동하는 부분들은 특히 화려하고 눈요깃거리가 많다. 소비에트 시절의 삶에 대해 구경하는 모습도 재밌는데, 중국 연구하는 내 입장에서는 여러가지로 오버랩되면서도 또 다른 면들이 많아서 진짜??이런 느낌도 여러번 받았다. 로케이션도 은근 다양하고, 아무튼 시각적으로 보는 즐거움은 있다.

 

하지만 보다보면 뭐지??하는 신비한 촬영기법들이 자꾸 등장한다... 예를 들자면 뜬금없는 줌인 줌아웃, 약간 느닷없는 목소리 에코처리, 사선으로 기운 화면, 약간 납득하기 어려운 커트 편집 등등... 어떤 건 세련되어 보이지만 다른 것들은 뭔가 좀 미묘하다. 그리고 세트 구성이나 각본 등에서도 아주 미묘한 구석에서 매너리즘...은 아니고 약간 정형화 된 무언가의 냄새가 난다. 이런 것들이 합쳐져서 미묘하게 촌스러운 느낌이 나는데, 그게 또 엄청 쩌는 부분들과 같이 버무려져 나오다보니 아, 이게 마더로씨아의 시리즈물 감성인가, 뭐 그런 느낌을 준다. 특히 초반에는 한 10년 전 한국 드라마를 해상도와 스케일을 엄청 키워서 보는 느낌을 여러번 받았다.

 

음악은 굉장히 괜찮은 편. 연기도 다들 안정적이고, 뒤로 갈수록 더욱 인상적이게 되는 것 같다. 한 인물의 긴 서사를 다뤘기 때문에 여러 배우들의 연기의 폭을 넓혀가는 걸 보는 듯한 기분을 받을 수 있다.

 

실제 레기나 즈바르스카야의 사진. 출처는 https://rtd.rt.com/stories/the-kremlins-prettiest-weapon-story-of-regina-zbarskaya/

 

 

줄거리는 어.... 실존인물의 일대기를 다뤘다고 하니 진행에 대해서 태클을 걸기가 좀 어려운 면이 있는데... 음... 좀 뭐랄까, 아니 이 교훈도 꿈도 희망도 없는 이야기는 뭐지? 이러면서 봤던 순간들이 있었다... 약간 보다 보면 한국 드라마에서는 조금 보기 힘들고 왠지 러시아에서는 자주 등장할 것 같은 테마들이 있다. 개막장 음주중독자 남성들에 빡쳤으면서도 포기한 모녀 혹은 여성들간의 유대감 같은...? 아, 그리고 간혹 접하는 냉전시절 동유럽이나 구소련권 영화나 소설, 연구물들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경찰국가로 인해 모두가 함께 겪는 정신분열증적 집단 심성이랄까, 그런 게 레기나라는 패션모델의 성격과 충돌하면서 빚어지는 갈등 지점들이 매우 흥미로웠다. 이처럼 소비에트 역사도 러시아에 대해서도 잘 모르지만 보다보면 이건 진짜 러시아의 향기가 난다 싶은 부분들이 있음.

 

아무튼 흥미로운 경험이었고, 한 2/3 정도는 그냥 앉은 자리에서 쭉 달렸다. 당분간 다시 볼 멘탈은 못될 것 같으니 이 작품은 물론이고 이쪽 작품은 손대지 말아야겠다.

 

 

아, 그리고 캐릭터와 배경들은... 난 러시아어를 읽지 못하니 영문 로마자어로 남겨둔다. 감독은 Elena Semenova고, 메인 캐릭터인 레기나 (Regina 혹은 Zoya Kolesnikova)역은 Ksenia Lukyanchinkova가 담당했다. IMDb에도, 아마존에도 그 어디에도 다른 배역들 제대로 정리된게 없다... 그리고 러시아어 이름 체계를 잘 모르겠는데 한 명이 불릴 수 있는 방법이 엄청 무궁무진한 느낌이었다.

 

도저히 캐스팅도 캐릭터명도 다 알 수가 없어서 여기저기서 모은 이름들만 나열해본다... 접어둔 걸 펴주세용.

더보기

- Ksenia Lukyanchinkova (레기나 혹은 조야, Regina 혹은 Zoya Kolesnikova 등등 호칭이 다양한 주인공)
- Anatoliy Rudenko (Volodya, Vladimir 역)
- Artyom Tkachenko (Lev Barsky, 료바 역)
- Ada Rogovtseva (할머니 Avgsta Leyontyevna 역)
- Larisa Domaskina (레기나 어머니 역)
- Elena Morozova (디자이너 Vera Ippolitovna Aralova 역)
- Boris Shcherbakov (Volodya 아버지 역)
- Tatyana Orlova (인사부 부장 역)
- Yanina Studilina (Tata 역)
- Anna Zdor (캐릭터 이름은 떠오르지 않지만... 레기나 친구...)
- Anna Sagaydachnaya (마리나 Marina 역)
- Valeriy Barinov (볼때마다 빡쳐있는 상사 아조씨)
- Sergey Bachurskiy (볼때마다 멍청한 상사 아조씨 니콜라이)
- Anna Vasileva (아마 젊은 모델 역...)
- Galina Petrova (아방가르드 예술 하시는 아주머니)
- Alesya Pukhovaya (디자이너 옆에서 눈 크게 뜨고 있는 다른 디자이너)
- Bastien Ughtettp (로스차일듴ㅋㅋㅋㅋㅋ)
- David Holt? David Evans? (영국 외교관... 왜 여기저기 뿌려진 크레딧 명이 다르냐...) 
- Oleg Vasilkov (KGB 직원 ㄷㄷ)
- Vladimir Chuprikov (흐루시초픜ㅋㅋㅋ)

다 부질없는 이름들이지만 혹시나 해서 써봤다... 러시아어를 하시면 위키에 정리가 잘되어 있다.
ru.wikipedia.org/wiki/%D0%9A%D1%80%D0%B0%D1%81%D0%BD%D0%B0%D1%8F_%D0%BA%D0%BE%D1%80%D0%BE%D0%BB%D0%B5%D0%B2%D0%B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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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보경심 메모

보보경심 3일 만에 완주 -_-하고 잠깐 생각나는 부분들 메모.



1) 이 드라마의 안티 1 : CG

CG는 그냥 안쓰러운 수준. 노력은 많이 했고 점차 개선되는 모습도 보여주지만 전반적으로 매우 슬플 정도. 기술 부족이 죄는 아니니까.... 하지만 안쓰럽다. 몽골 장면 중 특히 말타기 연습 장면은 진짜 보다가 으아아아얼아ㅣㅁ넣;ㅏㅣㅓㅁㄴ; 하면서 봤다. 으아니 그냥 CG를 쓰지 말라고!!!라고 하고 싶을 정도의 장면들도 있었을 정도. 제작진에서 CG팀에게 돈을 안 줬나 뭐 이리 허술해...

하지만 안쓰러운 거야 뭐....


2) 이 드라마의 안티 2 : 편집

드라마 전반에서 카메라는 나쁘진 않다고 생각. 물론 중간에 뭔가 매너리즘...에 빠졌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드라마에서 뭘 더 바라는가. 좀 더 욕심을 두고 이것저것 실험해봤으면 했는데. 일단 아주 익숙한 공식들로 시청자를 편안하게 만드는데에 주력한 것 같다. 빛의 활용이나 구도 등은 가끔 읭? 하는 부분들 빼고는 무난하기도 하고 가끔 보면 엄청 고생했겠다 싶어서 안쓰럽기도 함. 가끔 하나 두개 시도해봐서 괜찮다 싶으면 계속 써먹는 구도들도 있는 것 같아 재미나다.

하지만 편집은 진짜 용서가 안 된다. 호흡이 길어야 하는 장면에서 자르거나 필요이상으로 컷 집어넣는 일은 다반사.   화면 전환에서 진정한 매너리즘이 느껴짐. 시간의 압박을 받으면서 제작한 드라마인가 싶기도 하고.... 

아니면 혹시 카메라를 탓해야하는건가?? 이건 다큐가 아니라 연기를 하면서 촬영하는 거니까 촬영은 100% 편집을 염두에 둔 걸텐데.... 음.... -_-


3) 조금 짜증나는 사운드

이건 중드의 태생적 한계인듯. 더빙.... 특히 애기들 목소리라든가 몇몇 인물들의 목소리 연기는 보면서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책상을 방방 치게 될 정도. 근데 뭐 어쩌겠어. 보통화로 더빙하겠다는데.

좀 불만이었던 거는, 어찌나 쉬운 드라마를 지향했던지 드라마가 음악에 굉장히 많이 기대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가끔 가다보면 장면이나 인물들 사이에 오가는 감정, 대사들(별로 어렵거나 심오한 대사들은 없었지만...)이 음악에 먹혀버리기도 한다. 스토리의 진행을 파악하는 포인트나 인물들의 감정의 미묘한 온도 같은 걸 전적으로 배경음에 의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 음악으로 이렇게 다 쳐발라도 되나 싶었다. 잘 짜여진 스토리가 그나마 배경음악을 지긋이 밟아주고 있었기에 망정. 

그나저나 위기 상황에 나오는 금관악기+타악기 조합의 음악은 처음에 들었을 때 반지의 제왕 OST 따온 건 줄 알고 한 5번 돌려들었다. 반지의 제왕 OST만 10년째 들은 내가 그걸 구분 못할까.... 아무래도 음악 만든 사람이 부분적으로 영감-_-을 받은 모양..... 


4) 보보경심의 진정한 안티 : 재방송 편집한 놈-_-

36화?짜리 드라마를 길게 방영하려고 중국의 모 방송사에서 40편+a로 편집한 걸 다운 받은 내 잘못이다. 이거 편집한 사람은 정말 성의라곤 눈꼽만큼도 없었다. 주인공 둘의 애틋한 장면을 시작할 때 보여주면서 스토리 전반을 다 스포일링 하는 건 기본. 완전 말도 안되는 장면에서 화를 끊어먹은 것도 안자랑. 시간은 채워야겠고 화수는 늘려야하니 앞의 화를 끌어다가 재탕을 7분, 8분씩 하는 것은 뭐하는 농간인가... 그것도 중간 화들은 3~40분남짓한데 거기서 7~8분씩 잡아먹으면.... 광고 수익 때문인지 처음에는 원래대로 잘 하다가 중간에 아주 그냥 농간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재방송용 발편집을....


5) 친절한 제작진

절대 어려운 드라마가 아님. 내가 본디 영화, 만화, 소설 등등 사극물을 매우 좋아하는 편인데, 대부분 음모가 얽히고 섥히고, 되게 어렵고 의미심장한 말들 던져놓아서 보는 사람 혼란시키는 게 특징인데, 이 드라마는 하나하나 친절하게 다 설명해준다. 좀 헷갈리는 부분이 있으면 한 10초 이내로 등장인물이 독백이든 방백이든 대화든 뭐든 간에 어떤 수단으로든 상황 설명을 해준다. 진짜 친절함 갑임. 이러한 친절함은 음모와 서사 자체가 초점이라기 보다는 인물들의 변화, 감정 등에 충실하게 초점을 맞췄기 때문일 것이다. 


6) 고생깨나 했을 소품/배경 등등의 스텝들

중국의 복식 같은 것은 잘 모르겠지만 드라마에서 사용하는 무대/배경이라든가 소품들에 굉장히 많은 신경을 썼다는 게 느껴진다. 가끔 자금성의 발로 만든 CG는 안쓰럽기까지 하지만 전체적으로 이 정도면 돈깨나 들였을 것 같은 소품과 배경과 무대. 근데 이왕 돈 들일 거면 CG도 좀...


7) 훌륭한 한글 번역

진짜 이 정도면 괜찮은 번역인듯. 정작 나는 자막파일은 36하짜리를, 영상은 사십 몇화짜리 재방송판 -_-을 다운 받는 바람에 한화 볼때마다 자막파일 갈아끼우느라 중국어 공부만 엄청 되었다는 게 함정...


8) 배우진

중국어 실력이 일천해서 말로 전달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게다가 더빙인지라 -_- 

배우진이 매우 고생했을 것 같다.

미스캐스팅이라 느낀 부분은.... 다들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8황장..... 선덕여왕의 김유신 자란 모습 나온 뒤로 가장 충격. 그래도 엄태웅은 적응을 했는데 8황자는 끝까지 적응을 하지 못했다 으엉

4황자 역 오기륭은 초반에는 거의 나오지 않음에도 확실하게 각인된다. 카메라나 편집의 장난이 아니라 배우의 포스인 것 같다. 캐릭터도 잘 잡았고 오기륭이 연기하기 위해 굉장히 많이 연구한 것 같음. 

약화 역 류시시(맞나?)의 시름시름함은 안쓰럽고 솔직히 보다가 짜증도 났는데, 많이 짜증 안 난거 보면 이것도 배우의 능력인듯. 

아역들의 연기는.... ㅠㅠㅠ 더빙에게 80%의 책임을 물어야할 것 같긴 하다만서도....

나는 변발에 대해 관대하므로 보는 데에 문제가 없었는데 변발 때문에 적응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해 들었당.


9) 각본

진짜 이 정도면 훌륭함. 원작 소설의 힘이 컸겠다 싶기도 하지만 용케도 미묘한 감정이나 포인트로 잡은 주제의식(두려움, 새장, 사랑, 빗나감 등등)을 드라마로 잘 이식시켰다 싶음. 




결론 1) 다음에 다시 정식으로 리뷰를 쓰겠당

결론 2) 이번에 모든 게 끝나면 원작 소설을 읽어보고 다시 리뷰를 쓰겠닷

결론 3) CG......ㅠㅠ 잊혀지지 않는 C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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