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트라케어 (1)
나트라케어 생리대 써 본 후기

한국에선 최근 생리대 파동 때문에 난리라고 한다. 

물론 나는 미국에 살지만... 미국은 기본적으로 탐폰을 많이 써서인지 생리대가 조금 다양성이나 질이 떨어지는 것 같아 상당수를 한국에서 가져와서 쓰고 있었다. (반대로 동아시아권으로 연구가는 미국인 친구들은 동아시아 쪽에는 탐폰이 부족하다고 불평불만들 많이 한다.) 

원체 양이 많아서 평소에 중형이나 대형으론 커버가 안 되어, 생리 초기에는 특히 오버나이트도 그냥 낮에 쓰는데, 미국산 생리대의 경우 오버나이트가 많이 두꺼운 경향이 있었다. 

밤에 두꺼운 생리대를 쓰는 거야 문제가 안되는데 낮에는 바지를 아무리 헐렁한 걸 입어도 테가 나니까, 그리고 여름에는 더워서 땀차니까 어쩔 수 없이 한국에서 사온 얇은 화이트 오버나이트를 쓰고 다녔더란다.

생리를 시작했을 때부터 그냥 집에 있는 생리대(=화이트)를 써 버릇 해서 굳이 다른 브랜드를  써본 적이 없었다. 가끔 친구들한테 얻어쓰거나 급해서 사쓴 한방향이나 녹차향 같은 거 들어간 생리대는 정말 싫어했고, 몸이 화이트에 길들어져서 그런가, 그런 것들 없는 데도 유난히 안 맞는 브랜드들도 있어서 그냥 쭉 써왔다. 그리고 화이트가 특별히 내세우는 것도 없고 모자란 것도 없는 것 같은 표준같은 느낌의 브랜드라 다른 브랜드보단 가격이 조금 싸다. 와... 이거 생각해보니 도대체 몇 년 째 쓴 거냐.... 

아무튼 이번에 생리대 유해물질 검출 때문에 난리가 나고 나니, 나도 문득 조금 겁이 났다. 그래서 미국에 사는 김에 한 번 소문의 나트라케어 사서 써보기로 했다. 내가 결제할 때만 해도 한국 화이트 가격 떠올리면 (중형이 아니고서야) 오버나이트는 크게 가격 차이가 나지 않았다. (한국이 비싼 건지 나트라케어가 할인을 때린 건지 모르겠음. 참고로 지금은 아마존에서 나트라케어 너무 비싸게 판다ㅠㅠ) 게다가 분명 몇 년 전 미국서 팔던 나트라케어에는 날개가 없었는데 오잉? 요즘엔 날개가 붙어서 나오네?

아무튼 이번에 난생 처음 소위 '순면'에 '유기농'이라는 나트라케어 써본 후기:


- 흡수력은 좀 떨어진다. 뭐 어디 새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화이트에 비해선 흡수력 부족한 거는 분명함. 

- 접착력이 아주 떨어지지는 않는데, 생리대 만들어 놓은 모양새 때문인가, 간혹 날개가 생리대 몸통에 붙어서 쓸 때마다 조금 신경써야 한다. 

- 진짜 생리대에서 냄새 하나도 안 난다. 유기농 생리대 써본 사람들이 냄새 안나요~하는 게 무슨 소린가 했는데, 이번에 나트라케어 써보고 뭔 말인지 처음 알았다. 화이트도 그렇고, 그냥 마트에서 사서 쓰던 생리대는 대충 갈 때 되면 그 미묘하고 이상한 냄새 같은 게 난다. 사람 몸에서 날 수 있는 냄새라고 하긴 좀 어렵고, 딱 봐도 생리대와 몸의 콜라보 냄새라고 해야하나, 좀 한방향 같기도 하고 뭐 별로인 냄새가 나기 마련이다. 근데 진짜 이건 하나도 안 나서 엄청 충격 먹음. 그냥 내가 요즘 활동량이 떨어져서 그런가? 몇 달 더 써보면 대충 알게 되겠지. (솔직히 하루 이틀도 아니고 생리 시작한 중학생 때부터 쭉 써왔는데, 냄새가 안 난다고 느낀 적은 거의 없었다.)

- 생리대 닿는 부분이 안 가려움. 이것도 무슨 소린가 했는데, 이번에 써보고 깨달음이 왔다. 진짜 안 가렵다. 혹시나 내가 활동량이 떨어져서 그런 걸 수도 있으니 역시 몇 달 더 써보면 알겠지. 

- 어, 그리고 이건 좀 뭐라고 해석해야 할 지 모르겠는데, 생리양이 다소 줄었다. (문제가 된 릴리안처럼 주기가 줄거나 한 건 아님.) 정말 저번 달 까지만 해도 도저히 중형이나 대형으로는 커버가 안 될 정도로 생리가 콸콸 나와서 늘 생리 시기가 되면 몹시 심기가 불편했다. 난 생리통도 덜하고 주기도 일정하니 교환법칙 같은 거겠지... 그래, 아프고 불규칙한 것보단 양 좀 많은 게 낫지 암... 하면서 화이트 오버나이트를 그냥 디폴트로 쓰던 나날들.... 그런데 놀랍게도 이번엔 뭔가 나도 대형 정도까진 쓸 수 있을 것 같은 양이 나왔다. 지난 달에 비해서 이렇게까지 바뀐 건 좀 충격인데 싶을 정도로. 
뭐 논자시가 코앞이라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있고, 요즘 생활습관이 많이 무너졌으니 이건 일시적인 걸 수도 있겠다. 이거야 말로 일단 몇 달 더 지켜봐야겠다. 어차피 생리는 매 달 돌아오는 것이니 싫어도 지켜볼 수 밖에 없다...


뭐, 릴리안의 경우처럼 집에 있는 화이트를 내다 버리거나 하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뭔가 좀 억울하긴 하다. 진작 이런 좋은 제품들 좀 써봤으면 좋았을 텐데. 그치만 또 이런 제품들이 비싸긴 정말 비싸서 부담스럽긴 하다. 작년 쯤 난리 났던, 저소득층 여중생들의 사연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소위 저가형 생리대도 매 달 종류별로 사쓰려면 가격이 부담스러운데, 소위 유기농 제품들은 오죽할까. 

일단 몇 통 사뒀으니 다음 한 두 달 정도는 나트라케어랑 오개닉스? 브랜드를 써보고 다시 후기 업뎃하겠음. 

그나저나 옛날 사람들은 생리대 어떻게 한 거지? 궁금해서 구글 스칼라에 생리대 역사 쳐봐도 죄다 특허나 응용과학, 의학 쪽에서 나온 내용들 뿐이다. 누가 이거 각 잡고 연구 좀 해주면 좋겠다! 대학원생이라면 역시 기승전연구! 



  Comments,     Trackbac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