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대학교의 등록금 이야기

 

△ Maksut EI, Vapaus KYLLÄ (Payment NO, Freedom YES )

 

요즘 한국에서 핀란드 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난 무슨 타이밍이 왜 이런건지; 학교에서 핀란드어 수업 개설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니 내 몸은 핀란드에… 소위 핀란드 교육 열풍도 그러한 모양이다. 분명 내가 여기 오기 전에 핀란드에 대해 공부하려고 책 같은 걸 찾아볼 땐 몇 권 있지도 않았는데 내가 떠나고 나서 이것 저것 출판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핀란드 교육 핀란드 교육 하는데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지만, 한국에선 고대로 따와서 적용하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한다. 일단 기본적으로 자금 문제도 있고 (4대강 안 파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도 핀란드 교육과 한국 교육의 바탕이 되는 철학, 사고 방식이라는 것이 서로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각설하고, 요즘 핀란드에서 가장 화두가 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교육’이다. 최근 핀란드의 대학들을 상대로 상당한 개혁들이 있었는데, 꽤 많은 대학들이 통폐합 되었고 헬싱키 대학교만 해도 내부적으로 뭘 엄청 뜯어고쳤다. 과가 통폐합되고 부서가 바뀌고 없던 게 생기고 등등… (덕분에 수업 자료 올라오는 게 어딘지 헷갈려서 죽을 맛이다; 선생님들도 자기가 어느 과에, 혹은 부서에 속해있는지 매우 매우 헷갈려 하신다.) 또한 최근 외국인에 대한 수업료 안이 채택되면서 차후 일부 외국인 학생들에 대해선 따로 돈을 받게 되었다. 의무교육은 물론이거니와 고등교육까지 싸그리 무상인 핀란드에선 원래 외국인에게도 따로 돈을 받지 않았었던 점을 고려한다면 상당히 큰 변화다. 이렇듯 핀란드는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는데…

이 중 가장 최근에 있었던 이슈가 바로 ‘등록금’ 문제일 것이다. 한창 외국인에 대한 등록금 책정에 대해서도 말이 굉장히 많았는데, 최근 몇몇 정치인들이 자국민들에 대해서도 등록금을 걷자는 안을 발의한 모양이다. 물론 반발은 엄청 거세다. 핀란드어를 못하는 나야 어느 정도로 이 내용이 부각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주위의 핀란드인 학생들에게 들어보면 꽤나 초미의 관심사인 모양이다. 당연한 얘기다. 등록금 0유로는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대학생들에겐 집안 상황, 부모님과의 거주 여부, 원거주지가 어디인지 등등에 따라 지원금까지 주던 핀란드다. 그런데 갑자기 돈을 내라고 한다면? 나 같아도 난리 칠 것 같다.

그럼 어느 정도로 돈을 받겠다고 했던 걸까. 그건 나도 모르겠다. (핀란드에 생활하면서 핀란드어를 거의 못한다는 게 좀 치명타긴 하다.) 하지만 핀란드인 친구에게 물어보니 1000유로까지 얘기했다. 0유로에서 1000유로라니, 이건 뭐 장난이 아니다. 물론 소득이 높은 핀란드지만 그만큼 세금도 많이 떼여서 정작 생활수준은 거기서 거기라는 것이 핀란드인들의 주장이다. (그런데 정말 세금율은 상당하더군…)

그리하여 저번 주 목요일부터 헬싱키대학교 교직원들은 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선생님들만 파업에 들어가시면 나도 한 3주 수업 안들어가겠네… 하고 기뻐했던 것도 잠시, 관련 안이 부결된 모양인지 직전 화요일에 파업은 취소되었다. 그러나 학생들의 등록금 책정 반대 시위는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핀란드인 친구에게 ‘부결되었는데 왜 시위하느냐’라고 물어봤더니 아마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기껏 하기로 했는데 취소하는 건 좀… 등을 비롯해서) 그대로 놔두면 언젠가는 안을 통과시키려고 들 것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반대해야한다고 했다. 핀란드는 탄생 이후 교육 부분에 대해서는 절대 건드리지 않아왔는데, 흥미로운 이야기다. (물론 내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흥미로운 것 같다.)

앞뒤 자세한 경위는 모르겠지만 여기까지가 들은 얘기다. 그리고 저번 주 목요일에 있었던 시위에 잠깐 다녀왔다. 12시부터 학교 앞 (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헬싱키 중심의 광장이다;)에 모여서 뭔가 연설도 하고 이것저것 한 후 가두 시위에 나섰다고 한다. 가두 시위 가기 전에 난 다음 수업 때문에 밥을 먹으러 갔지만;

과연 정말로 핀란드가 등록금을 책정하려고 들까? 한국의 정치와는 조금 다른 것이 핀란드 정당들은 그 이념색에 한국만큼 구속받지 않는다. 어떤 안이 통과되면, 혹은 필요성이 있다 보이면 같이 노력하는 것이 핀란드 정당들.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과거의 Rainbow Party…를 생각한다면야…허허) 갑자기 핀란드 대통령인 Tarja Halonen 따르야 할로넨이 힘이 없다고 투덜대던 핀란드인이 생각난다. 현재 핀란드 뿐 아니라 덴마크도 (다른 나라는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등록금 무상에 지원금까지 주는 걸로 보이는데, 최근 좀더 ‘자본주의화’ 된 핀란드가 얼마만큼, 어떻게 변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밑에는 등록금 책정 학생 반대 시위에 가서 찍은 사진들…

 

 

 

 

덧) 그나저나 우리도 등록금 좀 어찌… ㅠㅠㅠ 갈수록 올라가는 등록금…흐….



*전 헬싱키대학교 학생이 아니라 교환학생 다녀온 학생입니다! 따라서 질문하셔도 아는 게 없습니다 ㅠㅠ 제일 좋은 방법은 헬싱키대학교 입학관리본부나 International Office 쪽에 직접 물어보시는겁니다!(헬싱키대학교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helsinki.fi/eng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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