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2)
이 시국에 미국에서 자동차 산 후기 - 2

이 시국에 미국에서 자동차 산 후기 - 1

 

 

지난번 포스팅에서는 왜 자동차를 사게 되었는가, 왜 중고차가 아닌 새 차를 사게 되었는가에 대해 구구절절 늘어놨다.

그리고는 바빠서 한동안 포스팅을 못했는데... 혹시나 정보가 필요한 사람들이 있을까봐 가능한 짧게 신차 구매 과정을 정리해봅니다.

 

1. 현금 vs 대출

현금 박치기를 할 것인가 대출을 할 것인가..?

레딧에 가면 현금 박치기보다는 낮은 연이율로 대출을 해 자동차를 구매한 후 할부금을 갚을 것을 권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출을 권하는 데에는 크게 세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신용기록을 쌓기 위해서다.

미국은 신용점수가 무척 중요하게 작용하는 사회기 때문에 신용기록을 차근차근 쌓아두는 게 중요하다.

보통은 신용카드 기록으로 점수를 쌓곤 한다. 하지만 자동차라든가 주택 구매 등 좀 더 덩치가 큰 대출이 필요할 경우, 대출기관에서는 신용점수 숫자 그 외에도 신용점수의 성질과 기간 등 다각적으로 신용기록을 검토한다. 

예를 들어 나는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연체 기록이 전혀 없는 신용카드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역으로 신용카드 기록밖에 없었기 때문에 좀 더 규모가 크고 성질이 다른 종류의 대출을 신청할 경우, 대출기관 입장에서는 내가 돈을 잘 갚을 거라고 판단할 근거가 조금 부족하다고 여기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건 본인이 현금 부자면 아무 상관없지만 자본주의의 노예에 해당하는 대부분의 우리들은 언젠가는 큰 빚을 져야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신용점수의 다각화를 위해서라도 약간의 빚을 내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 미국의 기묘한 빚 경제 논리다. 

 

두 번째는 물가상승률 및 주식상승률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라는 것은 원래 폭탄 돌리기인 법... 물가와 주식은 항상 우상향을 그린다고 상정할 경우, 현금의 가치는 계속 떨어지므로 목돈으로 차라리 주식투자를 하는 게 이득이라는 것이 레딧 사람들의 주장이다.

즉 자동차 구매시의 대출금리가 장기적인 주식투자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율보다 낮다면, 차라리 대출을 하고 그 목돈으로 주식을 하라는 말이다.

사실 올초만 해도 이게 전혀 말이 안 되는 점은 아니었던 게, 미국 국채인 I-bond가 무려 9%의 연이자율을 자랑했다. 만약 그보다 낮은 연이율로 할부를 할 수 있다면 차라리 국채를 사는 게 금전적으로는 이득이긴 할것이다. 그리고 주식 시장이 계속 상승곡선을 그릴 때 역시 비슷한 논리로 빚을 지는게 타당한 선택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달리 말해 존버만 노리는 거임. 

 

세 번째는 현금 유동성 문제다. 한국도 그렇지만 미국에서 살다 보면 생각지도 못하게 큰돈이 필요한 일이 생긴다. 의료비나 주거비 방면에서 갑자기 큰 지출이 생길 수도 있고 혹은 예상치 못한 해고를 당해 수입이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대비해 항상 통장에 어느 정도의 현금을 마련해 둘 필요가 있기 때문에 손에 든 현금을 모두 자동차 구매에 쓰지 말고 차라리 할부로 갚아라는 조언이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부분은 할부금의 연이율 (APR)이 상식선에서 이뤄졌을 때에나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서 연이율이 10%, 20% 이런 상황이라면 장기적으로 잃는 돈이 너무 많기 때문에 현금으로 구매하는 맞다.

예를 들어 24,000불을 10% 연이율로 48개월 대출을 받을 경우, 한 달에 내는 돈은 600불이 넘게 된다. 그리고 10% 연이율이 복리기 때문에 이를 48개월 동안 낼 경우 실제 총 지불한 금액은 29200불 정도로 거의 5000불 이상을 더 쓴다는 결론이 나온다.

한국에서 갓 미국으로 오신 분들은 신용기록이 거의 없으시기 때문에 대출도 어렵고, 대출승인이 나도 연이율이 미쳤기 때문에 자동차 현금 구매를 많이 하는 편인 걸로 알고 있다.

 

과거에 자동차 수급이 원활 했을 때엔 현금이 왕이라고, 현금으로 딜러랑 네고를 해서 자동차 가격을 낮추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같이 딜러가 우위를 지닌 상황에서는 다들 손님을 유치하려고 급급해하지 않을뿐더러, 딜러샵 입장에서는 대출상품을 연결해줄 때마다 수수료를 얻기 때문에 어떻게든 대출상품을 파는 것이 이득인 상황이다.

따라서 지금은 현금을 쥐어준다고 가격을 깎아주지도 않고, 딱히 현금 손님을 환영하는 것 같지도 않다.

 

만약 신용기록이 안 좋아서 대출 이율이 안 좋은데, 현금 유동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라면? 그럴 때는 신차를 사면 안된다. 우버나 리프트, 대중교통, 카풀 등 다른 수단을 알아보거나, 정말로 자동차가 없어서는 안되는 상황이라면 연식이 오래된 중고차를 알아보는 수밖에 없다.

물론 요즘 중고차 마켓 상황이 좋지 않아서 신차를 사는 것이 유리하다고는 하지만, 이는 그에 상응하는 돈을 지출할 여유가 있을 때에나 해당하는 말이다.

 

아무튼 결론적으로 자동차 구매에 있어 현금 vs 대출 부분에 있어서는 딱히 정해진 답은 없고, 현재 본인의 자금상황과 신용기록 등을 고려해 대출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2. 자동차 브랜드 및 모델 결정

애초에 내게 자동차란 그저 목적지 A에서 B까지 이동하는 운송 수단이었기 때문에 최소한의 옵션을 갖춘 가장 싼 자동차를 살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돌고 돌아 도요타 신차를 사기로 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내가 살던 곳에 도요타 딜러가 정말 많았다. 그래서 여기저기 비교해서 살펴보기 좋아보였음.

2) 자동차를 중간에 팔아야 하는 상황이 올 경우, 도요타가 대체로 잔고장이 적은 편이라는 인식 덕분에 중고가 방어가 잘 되는 편임.

3) 대체로 잔고장이 적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중고차를 살펴볼 때 도요타랑 혼다만 열심히 들여다봤다. 도저히 새 브랜드를 다시 공부할 자신이 없어서 그냥 보던 거 계속 봄. (중고차 값이 너무 비싸져서 10년은 물론이고 15년 이상의 자동차를 보고 있었기 때문에 현대는 대체로 제외한 상황이었다. 현대는 신차의 경우 10년 워런티를 달고 나오기 때문에 9년 차 자동차가 마켓에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4) 원래는 하이브리드를 사고 싶어서 도요타를 봤음. (하지만 현실은 하이브리드 신차는 대기가 미친 상황이었다...)

5) 도요타는 워낙 차량 판매량이 높고 중고차도 많기 때문에 부품 수급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구매를 고려하던 당시, 공급망 문제로 인해 자동차 차량뿐만 아니라 부품 수급도 문제가 많은 편이었다. 특히 유럽제 차량의 경우 부품값이 비싼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수급 자체가 안되어서 수리를 못하고 있다는 신세한탄 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자동차 모델의 경우 코롤라 휘발유 모델로 아주 간단하게 결정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프리우스 같은 하이브리드 차량도 사고 싶었지만 코롤라와 가격 차이가 너무 많이 났다. 물론 환경을 생각하면 하이브리드겠지만 나는 지갑 사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프리우스나 코롤라 하이브리드와 같은 하이브리드 차량은 내연기관 차량보다 연비가 압도적으로 우수하다. 하지만 그만큼 가격 차이도 많이 나기 때문에, 나는 대충 연간 주행량을 생각해서 내가 최소 몇 년 동안 하이브리드 차량을 운전해야 내연기관 차량과의 가격 차이를 역전할 수 있는가를 계산해보았다. 결론적으로는 코롤라 휘발유 모델이 답이었음.

그리고 사실 무엇보다도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수요가 너무 어마어마해서 도저히 구할 수가 없었다.

당시 러시아 놈들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바람에 가스비가 너무 올라 다들 하이브리드를 원하는 상황이었다.

난 시카고에 있었는데, 집 앞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5불 넘어가 6불대에 근접하는 걸 이때 정말 처음 봤다.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모두가 하이브리드를 알아보고 있었음...

 

돈이 있어도 차를 살수가 없음

 

코롤라의 경우 현대로 치면 아반떼와 같은 모델로 경차는 아니지만 준중형에 해당하는 세단 차량이다. 난 정말 자동차를 모르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세단이 뭔지도 몰랐는데, 혹시 이 글을 읽고 있을 과거의 나랑 비슷한 자들을 위하여... 세단은 그냥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런 자동차들이 대부분 세단이다. 문 4개 달리고.. 앞에 코 있고 뒤에 트렁크 있는 그런 자동차...

가족이 있거나 사람 많이 태우는 사람들은 본격적인 중형 세단인 캠리로 가는 걸로 알고 있는데, 나는 어차피 뒷좌석에 사람 여럿 태울 일이 없을 것 같아 그냥 코롤라로 결정했다.

미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SUV는 가격도 비쌌지만 하이브리드처럼 수요가 미쳐 돌아가서 구하려해도 구할 수가 없었음.

 

아무튼 그래서 돌고돌아 코롤라.

코롤라에도 옵션에 따른 여러 등급/트림이 있는데, 나는 내가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옵션만 갖춘 선에서 가장 낮은 트림 (=가장 싼 가격)을 원했다.

나는 오로지 후방카메라만 있으면 됐는데, 2022년 모델은 가장 하위 트림에도 후방카메라가 설치되어 나오기 때문에 무조건 최대한 하위 트림만 찾아봤다.

저는 어차피 운전을 오래전 파란색 포터 트럭으로 배웠기 때문에 후방카메라만 있어도 그저 감사였음...

사실 사각지대에 차량이 진입했을 때 알려주는 사각지대 모니터(blind spot monitor)도 조금 갖고 싶었지만 그냥 내가 운전 습관을 잘 들이는 걸로 타협 봤다.

 

그리고 실제로는 원하는 차량을 구매했냐고 하면은.... 네니오.... ㅎ

이건 딜러샵 컨택 부분에서 좀 더 설명해보겠음.... ㅠㅠ

 

 

글이 생각보다 너무 길어져서 다음 화로 넘기겠음.

다음 화에서는 예산 책정, 대출 서류 준비, 딜러샵 컨택 등의 부분을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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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국에 미국에서 자동차 산 후기 - 1

#1. 결심 과정

그간 시카고에서는 쭉 뚜벅이로 지내왔다. 물록 한국이랑 비교하면 볼품없지만, 그래도 시카고 권역은 버스, 기차, 지하철 등 여러 대중교통 인프라가 잘 갖춰진 편이다. 물론 원하는 곳을 마음껏 갈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우버가 도입된 이후로는 대중교통에 우버를 끼얹어 그럭저럭 어렵지 않게 이곳저곳 다닐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텍사스로 이사오게 되면서 눈물을 머금고 자동차 구입을 결심하게 되었다. 텍사스행이 결정된 이후에도 한동안 자동차는 웬만하면 구입하지 말자!로 마음이 많이 간 상태였다. 하지만 텍사스 땅 한 번 밟아보고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ㅎ 

 

이사오게 된 동네는 대도시면서도 정말 눈물날 정도로 대중교통이 빈약하다. 그래도 억지로 어떻게든 대중교통으로 오피스까지 통근가능한 곳에 집을 구했으나... 집을 구하러 다니는 과정에서 차가 없으면 출퇴근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시카고처럼 주변에 공원이나 각종 근린시설이 잘 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나마 존재하는 식당, 가게, 마트 등도 죄다 대형 주차장을 갖춘 쇼핑몰 형태라 걸어갈만한 곳이 아니었다. 인근 카페까지 걸어서 1분컷, 홀푸즈 4분컷, 공원 5분컷, 호숫가 10분컷에 살던 내게는 너무나 낯선 이 환경... 그리고 무엇보다도 행인을 위한 인프라가 너무 빈약했고 (나무그늘조차 없는 한줄짜리 시멘트 인도 극혐...) 기후도 따라주지 않았다.

 

이래저래 불 타는 거는 매 한가지...

 

 

#2. 중고차 vs 신차

 

2-1. 예산은 얼마?

그간 집카 같은 거나 간간히 운전해왔지 특별히 차를 가져본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나마 집카도 사실 잘 운전 안해서 장롱면허나 다름 없었다. 이쯤되면 면허가 있는 게 놀라울 지경. 그래서 중고차를 사는 것으로 대충 마음을 먹었다. 이게 2022년 4월 말이었을 것이다.

 

그때부터 Craigslist와 Facebook Marketplace 앱을 하염없이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대충 1-2주 살펴보면서 시세나 분위기를 파악해볼 심산이었다. 목표는 2010년 전후에 생산된 도요타 프리우스. 연비도 좋고 마일이 높아도 대체로 잘 굴러간다고 들었다. 처음에는 예산을 5-10K 정도로 잡았다.

 

하지만 현실은 정말 참혹했다... 5K 밑으로는 도저히 쓸만한 자동차가 보이지 않았다. 내가 자동차 잘 모르지만... 5K 밑으로 올라오는 차들은 부식정도가 심하거나 박살난 걸 수리한 소위 "salvage title" 자동차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금액대가 내려가니 허위매물이 너무 말도 안되게 많았다. 그렇게 그냥 살펴보겠다는 기간동안 늘은 것은 거짓말 탐지능력, 흰머리, 주름, 스트레스, 식성, 뭐 그런 것들이었다.

 

그래서 예산을 더 올려잡아 15K로 잡았다. 왜 15K였냐면... 내 통장에 저금되어 있는 금액이 작고 귀여운 이유도 있지만 일리노이에서 중고차 거래시 납부하는 세금을 고려한 부분도 있었다. 일리노이의 경우 15K 미만으로 개인간 중고차를 거래할 경우에는 자동차 연식에 따라 비교적 적은 액수의 세금을 납부하면 된다. (자세한 금액 산정은 RUT-50이라는 서류를 참고하면 된다.) 예를 들어 최종거래가가 15K 미만의 10년된 차라면 일리노이에는 115불만 납부하면 된다. 물론 쿡 카운티에 속한 시카고 시에 산다면 거기에 카운티랑 시티 택스가 더 붙지만, 그래도 10년쯤 된 차는 카운티에는 90불, 시에는 50불을 납부하면 끝이다. 하지만 15K가 넘는 순간 택스가 850불대로 뛴다. 물론 이는 개인간 거래에만 적용되는 세율이다. 딜러에게 중고차를 살 경우에는 딜러에게 지불하는 수수료에 일리노이 (6.25%) +카운티 세금 (1%)을 더해서 7.25%라는 금액을 내야한다. 만약 10K 자동차를 산다면 세금으로만 750불이 나간다.

 

2-2. 사기꾼들의 향연

돈을 조금이라도 아껴보고자 애초에 딜러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는데...중고시장에 개인인척 하면서 광고 올리는 딜러놈들도 너무 많고 그냥 사기꾼들도 진짜 개 많다.나중에는 지쳐서 여기저기 메시지도 보내봤는데 아무리 거르고 걸러도 반 이상은 사기꾼이었다. 그리고 판매하는 차량에 접근하는 딜러들도 많은 모양인지, 멀쩡한 판매자 중에서도 내가 딜러인지 여부를 계속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내가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던 2-3일 만에도 온갖 군상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중고차를 살 때는 무조건 vin을 받아서 도난 및 사고 이력과 타이틀 상태, 그리고 수리이력을 살펴보라고 인터넷의 온갖 유저 선생님들이 알려주셨다. 카팩스는 돈이 드니까 일단 무료로 가능한 범주 내에서 vin을 받아 체크하고 있었다. 도난여부와 타이틀 상태는 ncib에서 (다만 일일 개수 제한이 있는 모양), 사고나 수리 이력은 대충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각종 vin check 웹사이트 (주로 vehiclehistory.com과 vincheck.info를 봤던 것 같다)를 이용했다. 그런데 이 정도만 해도 아무나 하나 걸려라고 내던지는 사기꾼들이 걸러진다. 예를 들자면... 어떤 사기꾼놈은 Clean title이라고 나에게 박박 우겨댔으나 ncib에서 조회해보니 salvage title인 차량이었다... ㅎ

 

다음으로는 일리노이 차량 한정이긴 한데, 일리노이 주 Secretary of State 웹사이트에서 vin 넘버를 조회하면 차량 등록 및 타이틀 상태를 조회할 수 있다. 여기서도 한 두 어명 걸러졌다... 한 명이 상태가 상당히 좋아보니는 프리우스를 팔고 있어서 연락을 해봤다. 하지만 vin넘버를 받아서 사이트에 조회해보니 자동차가 애초에 일리노이에 등록도 안되어있길래 도대체 차는 어딨냐고 물어봤더니 피츠버그에 있고 판매가 결정되면 자기가 몰고 온다고 했다. 차를 보여줄 생각도 없이 팔 생각이었다고...? 다른 한 명은 자신이 소유권자(owner)라고 했는데 일리노이 주 DB에서 조회해보니 은행 소유였다... ㅎ 이걸 꼬치꼬치 캐물으니까 더 이상 내게 답장을 주지 않았다.

 

그 외에는 그냥 계속 살펴보거나 연락해서 대화를 해보는 수밖에 없다. 여러 번 해보니 제일 좋은 건 직접 통화해서 이런저런 대화를 해보는 거 같았다. 자동차를 팔게 된 계기도 물어보고, 수리이력도 알아보고, 또 구매 전 점검(pre-payment inspection, 혹은 ppi)이 가능한지도 물어보고 하면 도움이 된다. 쓸데없이 사연이 긴 경우, 느낌이 이상한 경우, ppi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 만나는 장소가 영 수상한 경우 등등은 아예 구매선상에서 제외하는 걸 추천한다. 혹시 올라온 사진이 폰에서 캡처된 사진이거나 화질이 묘하게 떨어지면 그냥 창을 닫자. 페이스북 마켓의 경우 판매자 프로필을 눌러볼 수 있는데, 판매자 위치가 판매하는 도시가 아닌 경우도 그냥 창을 닫자. 그리고 가급적이면 판매지역을 잘 살펴보고 치안이 거시기한 곳이면 피하자. 이런게 중요한 이유는 남들이 올린 사진을 도용해서 허위 광고를 올리는 사기꾼놈들이 정말 많기 때문이다.돈만 뺏기면 그나마 다행인데 괜히 이상한 곳으로 끌려가서 맞거나 다치면 안되잖아... 

 

나도 온라인 중고시장에 잠복한 사이 몇 번이고 사기꾼들 게시글을 목격했다. 자동차 판매자가 시카고에서 판다해놓고 정작 본인은 일주일 전에 러시아, 동유럽, 서아프리카 등등 말도 안 되는 곳에서 친구들과 즐겁게 일상을 보내는 사진을 올린 경우가 생각보다 많았음...ㅎ 한 번은 좀 오래된 프리우스가 꽤나 좋은 가격에 올라와서 주인에게 연락을 해봤다. 하지만 올라온지 1시간도 안되었는데 이미 차량이 팔렸다고 해서 무척 슬펐다. 그리고 다음 날, 다른 사람이 똑같은 차량 광고를 올린 것을 봤다. 판매자에게 연락하면서 차량 사진을 굉장히 유심히 봐서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원래 판매자에게 연락을 해보니 실제로도 사진이 도용된 경우였다. 신고를 넣었지만... 이미 페이스북 마켓을 넘어서 Craigslist, Offerup 등의 사이트에서 똑같은 사진도용 매물을 봤다.

 

 

2-3. 미쳐 날뛰는 중고가

사기꾼 거르고 허위매물 거르느라 이미 멘탈이 가루가 된 상태에서 결정타를 날린 건 미쳐 날뛰는 중고가였다. 도저히 프리우스 만으로는 매물수가 충분하지 않아 10년 이쪽저쪽 된 코롤라, 시빅, 캠리까지 모두 고려사항에 넣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격이 너무 말이 안됐다. 10년+에 마일리지가 100k를 훌쩍 넘는 세단이 10K는 물론이고 심지어 15K 이쪽저쪽에서 팔리고 있었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CarMax도 찾아봤는데 애초에 15K를 밑도는 가격의 자동차는 존재하지 않는 수준이었다. (이 와중에 Carvana는 일리노이에서 딜러 라이센스 정지된 시국이었음...ㅋ) 아니... 그 엄청난 금액을 주고 차를 산 다음에 수리비가 또 몇 천불 깨질 것 같은데... 이런 차들을 사라고?

 

 

 

 

#3. 신차를 사자... 신차를 사자...!

상황이 이쯤 되니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 분명 이 미친 중고차 시장은 언젠가 내려갈 듯했고, 그때가 되면 내가 쏟아부은 돈이 그냥 휴짓조각이 될 게 너무 불보듯 뻔했다. 게다가 잔고장에 시달리면 거기에 드는 시간이나 돈도 감당할 자신이 업었다. 그래, 그 돈이면 차라리 5-6K 더 붙여서 깡통 신차를 사자! 어차피 빚의 나라 미국인데 빚내서 갚으면서 신용점수나 쌓지 뭐!

 

예전부터 하우스푸어는 몰라도 왜 사람들이 카푸어가 되는지 이해를 잘 못했는데, 내가 딱 그 신세가 되었다. 하지만 도저히 10K-15K라는 복불복 중고차 뽑기에 투자할 자신이 없었다. 자본주의 시스템 하에서 사람들이 이렇게 카푸어가 되는구나...

 

 

다음 편에서는 저처럼 헷갈리는 사람들을 위해 미국에서의 신차 구매 과정을 자세히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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