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다닐 적 모 회사에서 인턴을 한 적이 있는데, IT 회사여서 유난히 더 그런가, 하루종일 컴퓨터를 들여다보던 시절이 있다. 인턴 길게 한 것도 아닌데 그 당시 손목이 나가리가 났던 모양이다. 그 후, 마우스를 조금만 장시간 사용해도 손목이 시큰거리고 아파온다. 그래서 한동안 노트북 터치패드만 사용하다가 그마저도 좀 아니다 싶어 와콤 타블렛을 한 대 들였더란다.
와콤 CTL-480이라는, 와콤 인튜어스 라인 중 가장 싼 모델이었다. 사진은 없다. 말이 좋아 인튜어스지 그냥 제일 기본라인업이라고 보면 된다. (과거에는 인튜어스가 고급 모델이었다...)
정확히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적어도 2-3년은 사용한 것 같다. 그림 그릴 일은 거의 없었고 주로 마우스 대용으로 사용했으며, 가끔 사진 편집 등의 용도로 사용했다. 그간 펜심은 한 번 갈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기기가 먹통이 되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USB를 자주 뺐다 꼽았다 해줘야 사용이 가능했고, 프로그램 충돌도 자꾸 일어났다. 결국 중국으로 국제이사(...)를 감행하는 과정에서 그대로 쓰레기통으로 처분했다. 이것은 팔 수도 없어...
그래서 한동안 다시 마우스 한 대를 들여서 사용하고 있는데 이대로는 손목이 사망할 것 같아 너무 두려웠다. 조금만 오래 사용해도 시큰거리는 손목 ㅠ_ㅠ
그래서 이번에 6월 18일 중국에서의 할인찬스를 사용해서 다시 한 번 와콤 타블렛 한 대 들였다. (6월 18일은 경동/징동京东의 대바겐세일 날짜인데, 경쟁업체인 타오바오淘宝에서도 같이 폭풍 세일을 시전하여 중국의 블랙프라이데이가 되어버렸다.) 이번에 들인 것은 역시 내가 찾을 수 있던 것 중 가장 저가라인업인 One by Wacom 원 바이 와콤.
https://www.wacom.com/en-cn/products/pen-tablets/one-by-wacom
(한국 와콤 사이트에는 원바이와콤 페이지가 없어서 중국-영문 사이트 링크 투척함...)
이런저런 할인찬스를 써서 266위안에 한대 + 정품 펜심 5개를 들였다. 266위안이면 한국돈으로 45,000원 정도 한다. 사실 타오바오에서 구매하면 불법 어도비 소프트웨어까지 끼워주는 (...) 패키지가 있긴 한데, 솔직히 각종 패키지니 뭐니 다 필요없기도 하고 바이두 클라우드 통해서 다운받는 불법 소프트웨어는 좀 거시기해서 그냥 징동에서 가장 할인 많이 먹일 수 있는 걸로 구매했다.
https://item.jd.com/27996434040.html
내수용이냐고 하면 딱히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시리얼 넘버에 따라 보증에 차이가 있지 않을까, 뭐 그렇게 짐작할 뿐이다. 하지만 예전에 CTL-480 구입할 때 보니까 그냥 제품등록할 때 나라 선택했던 것 같다. 박스랑 품질보증서 정도만 중국어고 기기 후면에는 그냥 영어로 적혀져 있다.
스펙은 다음과 같다. (공홈에서 가져옴)
기기사이즈: 210 X 146 X 8.7 mm (평범한 책 사이즈보다 살짝 작다.)
펜 사용범위 사이즈: 152 x 95 mm
필압: 2048
무게: 패드 251g, 펜 9g (LP-190K)
무선: 미지원
멀티터치: 미지원
어차피 와콤 타블렛 쓰던 가락이 있으니 오래 사용해볼 필요도 없다. 재빠르게 장단점을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물론 이 장단점은 철저히 나의 용도에 맞게 정리된 것이므로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된다고는 할 수 없겠다. 다시금 말하지만 내가 이 타블렛을 산 이유는 오로지 하나다. 마우스 대용품. 이 걸로 그림그리고 그런 거 잘 안한다. 가끔 사진 편집이나 좀 하고, 그 밖에 좀 더 자주 사용하는 부분이라면 PDF에 줄긋고 메모하는 정도가 있겠다. 얼마나 마우스를 철저하게 대체했냐면, 가끔 타블렛 꼽아놓고 스팀 게임도 플레이했다...ㅋ 고로 필압 같은 건 내게 중요하지 않다.
장점:
- 작다. 책상이 작은 내게는 큰 플러스. 휴대할 생각은 없는데 휴대하기에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 익스프레스 버튼이 없다. CTL-480엔 익스프레스 버튼이 4개 달려 있었는데, 단축키를 쓰면 썼지 익스프레스 버튼은 하나 정도 제외하고는 잘 쓰지 않았다. 일단 버튼이 없어지니 타블렛 사이즈가 작아져서 좋다. 그리고 버튼으로 생기는 단차가 없어져서 훨씬 기기가 깔끔해 보인다.
- 펜이 가볍다. CTL-480 펜도 가벼웠는데 그것보다 더 가볍다. 사실 이게 장점인지 단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고무부분이 없어져서 좋다. 전 펜은 오래 쓰다보니 그립부분이 좀 닳아가고 있었다.
단점:
- 멀티터치 미지원. 아.... 이 부분을 미처 생각을 못했다. 마우스 대용으로 쓸 때 손으로 멀티터치가 되면 드래그 등에서 강점을 보인다. 또한 터치가 된다는 것은 불필요하게 심을 사용할 필요 없다는 점이다. 아... 정신을 차리고 상위모델을 검색해보니 약 580 위안 정도의 가격인 CTL-490이 나온다. 저것이 바로 480의 업그레이드 버전이구나.... 하지만 괜찮다. 가격이 두 배고 490은 사이즈가 커서 지금의 책상엔 적합하지 않았을 것이야. 저거슨 신포도다 신포도야....
- 무선 미지원. 480의 경우 별도의 무선 카드를 구입하여 장착하면 무선으로 사용 가능했다. 검색해보니 CTL-490은 블루투스가 심겨진 버전이 있다. 약 780위안, 한화 13만 3천원 정도. 사실 내가 꼭 무선이 필요하다기 보다는, 와콤 USB 연결선이 독자규격이라는 점과 선의 내구성이 조금 떨어진다는 점에서 무선이 간절해지는 순간들이 온다. 책상 어지러운 것도 있고. 그런데 보니까 원 바이 와콤 USB는 살펴보니 일반적인 미니 USB-b 규격인 것 같다. 그렇다면 선이 나가리 나도 다른 선으로 대체해서 쓰면 된다. 그래, 그럼 괜찮다. 쓰다보면 가끔 무선이 고플 때가 있는데, 그 순간들만 잘 넘어서면 무선 없어도 아무 문제 없다.
- 아주 소소한 단점인데, CTL-480의 경우 타블렛 기기 뒷면에 자그마한 공간이 만들어져서 심을 끼워둘 수 있었다. 또한 심을 빼는 링을 따로 쓰지 않고 기기에 난 구멍으로 심을 뺄 수 있었다. 아쉽게도 원 바이 와콤엔 그런 구멍 따위 존재하지 않는다. 심을 따로 보관해야겠구나...
사진을 올려보고 싶었는데 몹쓸 폰-노트북 연결에 문제가 좀 생겨서 사진은 다음에 올리는 것으로.
아, 그리고 혹시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타블렛 구매를 생각한다면, 이 사이즈로도 얼마든지 작업할 수 있다. 물론 이것보다 한 치수 큰 게 더 면적이 넓어서 사용하기 좋을 수도 있는데, 대단히 정교한 그림을 그린다거나, 설계 디자인 같은 걸 한다거나, 뭐 정말 하루종일 그림만 그리는 게 아닌 이상 이 사이즈로도 아무 문제 없이 웬만한 건 다 그릴 수 있다. 그림 그리는 프로그램 단축키를 얼마나 잘 사용하는가가 오히려 관건이 아닌가, 뭐 그렇게 생각한다.
또한 내 생각에 보호 필름은 딱히 필요 없는 것 같다. 타블렛 펜을 사용하는 부분에 딱히 기스가 생겼던 적은 없고, 오히려 그 보다는 펜 사용 영역 외의 부분이 먼저 낡기 시작할 것이다....
'흔적 남기는 습관 > 미국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카겐 하이브리드 할드 (Skagen Hybrid Hald) 11개월 사용기 (5) | 2018.10.15 |
---|---|
알리에서 기타와 우쿨렐레 산 후기 (2) | 2018.10.15 |
대만 누가크래커 (0) | 2018.05.17 |
XPS 15 9550 워런티 연장 후기 (6) | 2018.01.06 |
[개봉기 및 간략한 사용기] 구글 넥서스 6 (리펍) (0) | 2017.1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