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타오바오에서 충동적으로 마르코 라피네(Marco Raffine) 72색 색연필을 주문해봤다.
할인 쿠폰 먹여서 한 85위안 주고 샀으니까 한화로 약 14000원 쯤 되겠다.
그리고 도착해서 며칠 써봤다. 그림 그리는 것 자체가 한 몇 년 만인 것 같기도 하고, 학창시절 이후로는 특별히 미술 도구 같은 걸 살 일이 없었던지라 다른 색연필과 비교하거나 할 처지는 못된다.
아, 한 4-5년 전에 프리즈마 색연필 24색짜리인가를 사본 적이 있긴 한데, 사놓고 감 하나 그려본 후 다시는 꺼내지 않았던 것 같다.
색연필로 그림 그리는 것도 딱히 배워본 적이 없어서 전문적인 코멘트는 못한다.
그림이 작아서 죄송합니다. 귀찮아서 그냥 타오바오 구매평에 올린 그림 재활용.
장점:
- 미친 듯한 가성비. 15000원도 안되는 가격에 72색이면 솔직히 그냥 문방구에서 아무 색연필이나 주워도 값 차이 크게 나지 않을 것 같다.
- 싼 값 치고는 퀄리티가 그렇게 형편없거나 하지 않다. 내 먼 기억에 정말 싸구려 색연필은 안에 나무질이 매우 좋지 못해 깎을 때 애로사항이 꽃피는데, 라피네는 잘 깎이는 편이고 안의 나무질도 제법 고른 편이었다. 심도 그럭저럭 단단한 편이라 깎을 때 엄청 쩍쩍 갈라지고 그러지는 않는다. 최상급의 색연필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본은 한다.
- (중국 국내 한정) 상하이 마르코(马可) 회사의 공식 타오바오/티엔마오 페이지에서 구매했는데, 포장이 아주 튼튼하게 잘 되어서 왔다. 라피네 심 자체가 좀 단단한 편이긴 한데, 한 자루도 부서지지 않고 잘 담겨져 왔다. 심지어 틴케이스 아니고 종이 케이스였음.
- 배송 빠른 편. 주문 넣으면 제법 빨리 배송을 시작하는 편이다.
-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가성비. 아래에 서술할 단점들을 모두 상쇄시키는 것이 이 색연필의 미친 가성비다.
단점:
- 다른 색연필 안 써봐서 잘 모르겠지만, 색이 그렇게 잘 올라가는 편은 아니다. 어두운 색 위에 밝은 색 올리는 건 애초 글렀기 때문에 잘 계획해서 색칠해야 한다.
- 색 섞이는 건 그저 그런 편이다. 나는 주로 흰색, 하늘색, 살구색, 연회색 따위의 색연필로 죽어라 뭉개서 색칠했는데, 면적 넓으면 답없다. 블렌더나 솔벤트라도 들여볼까 생각했는데, 중국에서 블렌더 색연필은 값이 좀 비싸기도 하고, 이 취미가 얼마나 갈지 솔직히 자신도 없고 해서 그냥 말았다. 언젠가 색연필 한 통 다 쓸 날이 오면 그 때 다시 생각해보는 것으로...
- 색깔 별로 발색에 편차가 좀 있는 편이다. 어떤 색은 아주 잘 칠해지는데, 어떤 색들은 색깔이 충분히 나오지 않아서 힘 빡주고 몇 번이고 덧칠을 해야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색 올리는 게 그리 쉽지는 않기 때문에, 발색 상태가 별로 안 좋은 색으로 칠하다 보면 정말 화가 난다. 위의 그림에서도 배경 칠하다가 진짜 입에서 욕 나왔다. 계속 덧칠하다보니 종이 다 밀리고 난리도 아니었다. (548번 너 이 놈... )
- 색이름이 나와 있지 않아서 번호를 찾아봐야 한다. 적응하면 할 만한데, 자꾸 칠했던 색깔의 번호를 까먹는 게 흠. 어느 색연필이나 다 비슷할 것 같긴 한데, 색연필에 표기된 색깔과 실제 색깔 편차가 크므로 반드시 색상표를 만들어서 사용하는 게 좋다.
기타사항:
- 색연필 심이 단단한 편이기 때문에 종이는 두꺼운 걸 쓰는 게 속이 편하다. 종이가 종류가 있다는 생각 자체를 못해서 처음에는 그냥 타오바오에서 가장 싼 소묘지를 사서 썼다. (지금 보니 120gsm이라고 나와있다.) 근데 종이가 얇다보니 칠하다가 종이 찢어질까봐 쫄았다. 위의 그림에서도 닉의 왼쪽 눈 옆을 보면 찍힌 자국이 있다. 색은 안 올라가고, 칠은 해야겠고 해서 힘을 빡 줬더니 종이가 눌렸다... 결국 다시 타오바오에서 160gsm짜리 도화지 제일 싼 거 사서 썼는데, 120gsm 소묘지 쓸 때 보다 훠얼씬 마음이 편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중국산 도화지는 값 차이도 얼마 안 나는데 아예 더 두꺼운 종이를 사볼 걸 그랬다.
- 색연필 색상에 번호가 붙어 있는데, 쓰다보니 너무 헷갈려서 이름표를 만들어봤다. 타오바오 페이지에 올라와있는 중국어 색상표를 참조해서 대충 번역하거나, 번역에 애로사항이 꽃피는 이름들은 적당히 갖다 붙였다. 특히 갈색 계열 이름은 번역도 마땅찮아서 대충 짓다가 머리 터지는 줄.... 일부는 영어도 내가 마음대로 지었다... 참고로 마르코 라피네와 르누아르는 색의 이름이 1:1로 대응되지 않는 모양.
- 종이 케이스가 틴 케이스보다 값이 많이 싼 편인데, 추가로 연필통이나 연필케이스 같은 거 하나 구입하는 걸 추천한다. 난 20위안 주고 파버카스텔 색연필 케이스 샀는데, 65색만 꽂힌다는 점 빼고는 아주 만족 중. 80개 꽂히는 걸 샀어야 하는데...
- 타오바오에서 라피네 72색, 혹은 르누아르 라인을 살 경우 한 5-7원만 더하면 소묘용 라피네 연필 (2B, 4B, 6B, 8B), 지우개, 소묘할 때 문때는 종이, 칼, 작은 필통 등이 따라온다. 도화지도 따라오는데 접어서 오므로 무용지물... 참고로 연필 역시 라피네와 르누아르로 갈린다.
마르코 라피네 색연필 색 명칭표:
번호 |
영문명 |
한글명 |
번호 |
영문명 |
한글명 |
501 |
White |
하양 |
502 |
Desert Yellow |
모래색 |
503 |
Lemon Yellow |
레몬노랑 |
504 |
Yellow |
노랑 |
505 |
Chrome Yellow |
크롬노랑 |
506 |
Orange |
오렌지 |
507 |
Tangerine |
귤색 |
508 |
Vermilion |
주홍 |
509 |
Light Red |
연홍 |
510 |
Red |
빨강 |
511 |
Geranium Red |
제라늄 |
512 |
Carmine |
담홍색 |
513 |
Dark Pink |
진분홍 |
514 |
Rose |
장미색 |
515 |
Coral Red |
코랄레드 |
516 |
Pink |
분홍 |
517 |
Salmon |
연어 |
518 |
Apricot |
살구색 |
519 |
Light Apricot |
옅은 살구색 |
520 |
Cream Ivory |
미색 |
521 |
Light Purple |
연보라 |
522 |
Lilac |
라일락 |
523 |
Hydrangeas Pink |
분홍수국색 |
524 |
Red Purple |
자홍 |
525 |
Deep Red Violet |
진자홍 |
526 |
Red Violet |
제비꽃색 |
526 |
Violet |
바이오렛 |
528 |
Purple |
보라 |
529 |
Prussian Blue |
프러시안 블루 |
530 |
Ultramarine |
군청 |
531 |
Cobalt Blue |
코발트 블루 |
532 |
Light Turquoise |
밝은 터키옥 |
533 |
Blue |
파랑 |
534 |
Kingfisher Blue |
파란 물총새색 |
535 |
Light Blue |
연파랑 |
536 |
Green Blue |
청록색 |
537 |
Sky Blue |
하늘색 |
538 |
Turquoise |
터키옥색 |
539 |
Emerald |
에메랄드 녹색 |
540 |
Brilliant Green |
밝은 녹색 |
541 |
Peppermint |
박하/페퍼민트 |
542 |
Bottle Green |
암녹색/ |
543 |
Grass Green |
풀색 |
544 |
Olive Green |
올리브색 |
545 |
Jade Green |
비취색 |
546 |
Green |
녹색 |
547 |
Sea Green |
바다녹색 |
548 |
Moss Green |
이끼색 |
549 |
Yellow Green |
황록색 |
550 |
Lime Green |
라임색 |
551 |
Mustard Green |
겨자색 |
552 |
Yellow Brown |
연황갈색 |
553 |
Burnt Ochre |
황토색 |
554 |
Light Ochre |
연황토색 |
555 |
Brown Ochre |
흙색 |
556 |
Sienna |
황갈색/시에나 |
557 |
Burnt Brown |
카라멜색 |
558 |
Brown |
갈색 |
559 |
Red Brown |
적갈색/와인 |
560 |
Brick |
벽돌색 |
561 |
Chocolate |
초콜렛 |
562 |
Chestnut |
밤색 |
563 |
Dark Brown |
암갈색 |
564 |
Light Grey |
연회색 |
565 |
Silver Grey |
은회색 |
566 |
Warm Grey |
웜그레이 |
567 |
Blue Grey |
청회색 |
568 |
Grey |
회색 |
569 |
Dark Blue Grey |
진청회색 |
570 |
Black |
검정 |
571 |
Gold |
금색 |
572 |
Silver |
은색 |
- 번역할 적 중국어 이름을 우선시 했고, 중국어 이름을 직역하는 게 영 마땅찮은 경우 르누아르 색연필의 영어 이름을 참고했으며, 이도저도 아니다 싶으면 그냥 적당히 창작했다.
- 갈색 계열은 죄다 무슨 시에나 황토 오커 이런 이름들이고, 녹색 계열은 죄다 비취 옥 터키석 (다들 그게 그거 아닌가...) 이런 이름들이었는데, 뭐가 뭔지 잘 몰라서 그냥 적당히 갖다 붙였다. 524~527 바이올렛 계열도 마찬가지.
- 중국의 밤은 자색 고구마색인가보다... (562번) 우리가 생각하는 밤색 아님.
- 561의 초콜렛은 무슨 99% 카카오쯤 되는 것 같다...
- 분홍 계열 중 한 2-3개에 각종 피부색 이름(피부색, 얼굴피부색 뭐 이런 식으로...)이 붙어 있었는데 좀 아닌 것도 같고 무슨 소린지도 모르겠어서 다 적당히 갈아치웠다. 하지만 520는 원래 미색임. 520보단 519나 502가 미색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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