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선 (1)
북유럽 여행기 -6- (께미~토르니오/하파란다~룰리오)

북유럽 여행기 -6-
<경계선>

2010년 6월 1일 화요일
날씨: 짱짱 맑음
께미(Kemi) → 토르니오/하파란다(Tornio/Haparanda) → 룰리오 (Luleå)




밤 기차에서 옆 좌석 할아버지가 너무 코를 골으시는 바람에 중간에 여러 번 깼다. 그리고 내 앞에 앉은 아저씨, (갖가지 소리를 내기도 하고 흘끗흘끗 쳐다보기도 하는 것이) 왠지 불쾌해서... 이렇게 살면 안되겠지만 피곤하다보니 마음의 여유가 없어져서 그런지 짜증이 났다. 

창밖으로 드문드문 보이는 숲이나 호수들은 참 예뻤지만 난 종종 기절하곤 했다. 피곤하니 어쩔 수 없지... 오울루(Oulu)를 거쳐 께미(Kemi)로! 날씨가 쨍하고 맑았지만 께미는 생각보다 많이 추웠다. 으스스스..... 

원래 시간표대로라면 께미에서 핀란드-스웨덴 국경선 지역으로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선 1시간을 기다려야했지만 놀랍게도 버스에 바로 탈 수 있었다. 원래라면 1시간 남는 시간 동안 역 근처의 프리스마 마트에 장보려 다녀오려고 했는데 그냥 버스를 타게 되었다. 인터레일 티켓 소지자에겐 무료로 운영하는 버스였는데, 인터레일 티켓에 날짜 기재도 안했는데 그대로 탈 수 있었다. (덧붙여 유레일 패스를 가지고 있던 R군도 무료로 버스탑승을 했다. 자세한 내용은 맨 밑의 박스 참조!) 덕분에 예상보다 매우 일찍 하파란다(Haparanda)에 떨어졌다.


버스가 비록 오래 된 차였지만 창문이 큼직큼직한 것이 버스타는 것 만으로도 왠지 기분이 좋았다. 버스에서 창밖 구경하고, 친구들에게 문자 보내고 하다보니 시간이 금새 갔다. 께미에서 토르니오/하파란다까지는 약 50분 정도 걸렸다. 




버스 정류장에서 룰리오로 가는 버스 시간을 확인해보니 꽤 오래 기다려야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시차를 고려하지 않아서 버스 한 대를 놓쳤던 것 같다.) R군과 나는 버스 정류장에서 빈둥거리다가 돌아가면서 토르니오(Tornio)에 걸어다녀왔다. 스웨덴과 핀란드 사이의 국경 넘기! 토르니오와 하파란다는 각각 핀란드와 스웨덴에 있는 쌍둥이 도시다. 원래는 토르니오(원래 이름은 Torneå)라는 제법 큰 마을이 있었는데 스웨덴이 러시아에게 패배하여 핀란드 영토를 넘길 때 토르니오도 넘어가버렸다. 그리하여 거기에 맞서서 세운 도시가 하파란다(Haparanda, 핀란드어 명칭 Haaparanta). 그러나 여러 면모에서 많이 밀렸고, 지금도 그러하다고. 하지만 이제는 국경이 유명무실하기 때문에 누구든지 자유롭게 오갈 수 있었다. 전세계에 유일하게 국경을 넘나드는 골프장도 이 동네에 있다고 한다. 다만 스웨덴과 핀란드의 시차가 1시간이라는 거? 심지어 해외에선 죽어도 터지지 않는 내 핀란드 핸드폰 (사우나라흐띠)이 하파란다에선 마치 핀란드에 있듯이 잘 터진 것만 보아도 거리를 알 수 있는 것 같다... 

어쨌든 R군이 먼저 나갔다 돌아온 후 나도 토르니오에 갔다. 중간에 동상도 있었는데, 핀란드어로 된 설명을 읽어내는 내 자신이 너무나 대견스러웠다. 핀란드 아이들을 이 토르니오-하파란다를 통해 스웨덴으로 보냈다는 내용이었다. 부연 설명을 하자면, 2차 대전 때 핀란드는 자국의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 핀란드 어린이들을 스웨덴에 입양 등을 통해 많이 피난시켰었는데, 그 때 아이들이 이곳으로 와서 국경을 건넜다는 이야기였다. (혹시 이에 대해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나의 어머니'[Klaus Härö 감독, 2005년, 핀란드, 원제 Äideistä parhain]라는 영화를 추천해드립니다. 시중에서 혹은 온라인에서 구할 수 있는 몇 안되는 핀란드 영화인데 마침 다루고 있는 내용이 바로 요겁니다.)




그나저나 스웨덴에서 핀란드어를 듣고 핀란드에서 스웨덴어를 듣는다는게 기분이 참 이상했다. 스웨덴에서 길을 걷다가 고등학생 쯤 되어보이는 남자애들이 핀란드어로 떠들면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거나, 핀란드에서 길을 걷다가 초등학생들이 스웨덴어로 떠들고 있는 것을 듣는다는 것이... 지금 생각해보면 국경이라는 것이 참 의식적인 것인 것 같다. 만약 인류학적 현지조사를 한다면 토르니오/하파란다의 일상에 대해서 써보는 것도 재밌지 않을가? 스웨덴어와 핀란드어는 무척 다르기도 하고, 더군다나 이들은 인위적으로 갈려있는 다른 시간에 살고 있기도 하지만 정작 생활권은 하나니까 말이다. 하파란다에는 술집이랄게 없어서 토르니오로 술 먹으러 간다던데. 게다가 핀란드인들은 스웨덴어 교육을 받지만 스웨덴인들은 핀란드어 교육을 받지 않으니 어떤 방식의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고 있을지... 덧붙여 스웨덴 쪽 강변의 이케아(IKEA)는 마치 '내가 바로 스웨덴이오'라고 광고하는 듯 해서 참 압박스럽기도 했고 말이다. 이 동네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살아가고 있을지 상상이 잘 안 되었다.





다시 하파란다 역으로 돌아와 R군과 앉아있었다. 밖에는 Sundsvall 행 2층 버스가 도착해있었다. 우리 버스가 올 때가 다되었는데, 아직 감감 무소식이다. 우리 버스도 저 버스처럼 좋은 버스면 좋겠는데.... 순스발로 가는 버스 아저씨가 짐칸 문을 닫고 출발하시려는 듯 운전석으로 향하셨다. 그런데 뭔가 낌새가 이상하다. 출발시각이 우리랑 비슷하다. 게다가 버스 번호가.... 같다! 아저씨게 냉큼 뛰어가서 여쭤봤다. 혹시 이 버스 룰리오로 가는 버스인가요? 그렇다고 한다. 아! 여태껏 보고만 앉아있었던 우리는 뭐가 되는 걸까! 급하게 버스에 짐을 싣고 2층으로 올라가 앉았다.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룰리오 행 버스를 탔다. 게다가 검표도 제대로 안하신 채 우리 말만 듣고 인터레일/유레일 패스 무료 혜택을 해주셨다. 올레!!

버스 창에서 밖을 보니, 지나가는 풍경들은... 핀란드와 어찌 다른지 구체적으로 집어낼 수 없었지만 여튼 멋있었다. 그래도 몇 가지 신기한 점이 있었다면 유독 스웨덴 국기가 펄럭이는 집들이 많았다는 점과 태국 국기가 걸린 집, 혹은 태국 음식점이 눈에 많이 띄었다는 것 정도였다. 나는 안 자야지 안 자야지 하다가 결국 헤드뱅잉을 좀 했다. 아마 중간에 탔던 스웨덴 청년(이라고 해봤자 고등학생들)들은 웬 아시아인이 스웨덴 구석까지 와서 정신없이 자는 모습이 신기했지 않았을까 싶다. 나라도 신기햇을 것 같아.... 


<다음에 계속...>




유명무실한 세관. 도대체 이 곳에선 누가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무척 궁금했다. 막 여기로 배정받으면 좌천 받은 기분이지 않을까, 아냐 오히려 평온할거야, 그래도 전쟁나면 바로 제 기능해야할텐데? 그치만 막는 길도 없는 걸... 하는 쓸데없는 생각도 많이 했었지.... 



하파란다(Haparanda)에서 찍은 사진들. 아무래도 토르니오와 바싹 붙어있고 실질적으로는 거의 한 마을이나 다름없어서 그런지 이곳저곳에 핀란드어도 같이 병행해서 많이 기재를 해두었었다. 핀란드의 경우 스웨덴어 사용 인구가 일정 수준이 넘으면 스웨덴어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지만 스웨덴은 그렇지 않다. 위의 사진에서도 밑의 회색글자는 핀란드어고, 밑의 Auki라는 것도 핀란드어다. 



2층버스 만세! 맨 앞자리였다면 더 좋았을텐데.... 날씨가 무척 좋았다.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께미에서 탄 1시간짜리 버스가 가장 기분 좋은 버스 여행이었던 것 같다.





NOTE |  께미(Kemi) - 토르니오/하파란다 (Tornio 혹은 Torneå / Haparanda 혹은 Haaparanta), 하파란다 - 룰리오 (Luleå, 발음은 저도 모릅니다ㅋ 그냥 제 마음대로 부릅니다.) 구간은 인터레일, 유레일 패스 소지자의 경우 특정 버스 노선에 한해 무료탑승이 가능합니다. (역순도 가능)

먼저 께미에서 스웨덴으로 이동하는 방법(혹은 반대)에 대해서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아무래도 나름 국경을 넘는 버스인지라 생각만큼 간단하게 정보를 찾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핀란드 내에서 버스 이동을 할 때에는 www.matkahuolto.fi 에서 검색하시면 손쉽게 정보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제가 고전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특정 버스 회사'의 정보를 제대로 찾지 못해서였습니다. 인터레일 패스 소지자의 경우(R군의 경우를 보았을 때 유레일패스도 해당하는 듯 합니다) Veljekset Salmela Oy 버스에 한해 Kemi-Tornio/Haparanda 구간을 무료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교통비가 살인적인 북유럽에서 이는 아주 중요한 포인트죠! 이 회사의 버스를 타시면 어떤 건 토르니오까지, 어떤 건 하파란다까지 이동을 합니다. 둘 사이의 거리가 그리 멀지는 않지만, 저의 친구 홍처럼 겨울에 오신다거나, 혹은 짐이 있으시다면 어떻게든 발로 움직이는 거리를 줄이는 게 좋겠죠. 시간표는 미리 확인하고 갑시다. 버스 시간표는 다음 사이트에서 구하실 수 있습니다:

1) Matkahuolto (http://www.matkahuolto.fi)
핀란드의 전 노선 시간표를 모아둔 사이트입니다. 제 생각엔 핀란드 정부에서 운영하는 뭐 그런 것인 것 같은데, 여튼 그건 넘어가고, 각종 회사의 시간표들을 거진 다 검색할 수 있습니다. 영어 서비스도 있으니 무척 간편해서 자주 애용했습니다.

2) Veljekset Salmela Oy 버스 웹사이트 (http://www.veljeksetsalmela.fi)
인터레일 패스 및 유레일 패스 소지자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버스 회사 사이트입니다. 결정적인 단점이 있다면 핀란드어 서비스만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어차피 버스 사이트까지 들어가시는 경우는 저처럼 공짜버스를 이용하시기 위한 것일테니 께미-토르니오/하파란다 및 왕복 시간표 링크만 걸어드리겠습니다. 
http://www.veljeksetsalmela.fi/hakemisto.html 에 가시면 전체 노선 구간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중에서 선택하시면 되는데, Talvi는 겨울, Kesä는 여름을 뜻합니다.
http://www.veljeksetsalmela.fi/ketokesa.htm 께미-(토르니오)-하파란다(Kemi-Haparanda) 2010년 여름 시간표입니다. 
http://www.veljeksetsalmela.fi/tokekesa.htm 하파란다-(토르니오)-께미(Haparanda-Kemi) 2010년 여름 시간표입니다.
참고로 M-P는 월-금을, L는 토요일, S는 일요일 운행을 뜻하고, 시간표에 기재된 모든 시간은 핀란드 시간을 기준으로 작성되어있습니다. 그리고 RT.AS (Rautatieasema)는 기차역, L-A.AS(Linja-auto asema)는 버스역을 뜻합니다. 꽤 자주 출발하긴 합니다. 참고로 께미역의 경우 께미역을 바라보고 오른쪽으로 쭉 화살표 따라 걸어가니 주차장 쪽에 버스가 서있더군요. 

어떤 방식이든 토르니오/하파란다 구역을 넘어갈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시계를 한 시간 당기거나 늦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핀란드에서 스웨덴으로 넘어갈 땐 한 시간을 당기고, 반대로 스웨덴에서 핀란드로 넘어갈 땐 한 시간을 늦춥니다. 핀란드가 오후 3시일 때 스웨덴은 오후 2시입니다. 핀란드가 한 시간 빨라요. 이거 까먹으면 버스 정류장 등에서 계피보는 수가 생깁니다....


덧붙여서 하파란다(Haparanda)에서 룰리오(Luleå) 구간의 무료 운행은 Länstrafiken Norrbotten 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딱 그 구간만 가능합니다. (http://www.ltnbd.se/, 영어 페이지도 있습니다.) 여기로 가셔서 노선 이름들을 잘 살피시면 됩니다:  http://www.ltnbd.se//?pageid=14

이 동네 버스 시간표를 보실 때 주의해야할 점은 운행 날짜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겨울, 여름 등 시즌에 따라 운행 일정이 많이 달라지므로 반드시 날짜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스웨덴어의 경우 M-F는 월-금, L은 토요일, S는 일요일을 뜻합니다. 스웨덴어는 영어랑 비슷하니 나머지는 뭐 문제 없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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