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 센터 (1)
중국식 장기 (한국식 장기와의 비교)

이 곳 헬싱키에는 비교적 외국인이 적은 편이다. 그래서인지 꼬마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쳐다본다거나 하는 일은 많이 겪어봤다. 하지만! 그런 핀란드 역시 선진 정보화 국가를 표방하는바 –_-ㅋ 세계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그리고 곧 더더욱 그러할 중국의 손아귀에서 자유롭지는 않았다! 몇 년 전부터 중국은 자국의 문화 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전세계에 ‘공자 센터’ 를 설치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들었다. 아니나다를까, 헬싱키대학교 역시 예외가 아니며, 헬싱키대학교에는 버젓이 ‘공자 센터’가 설치되어 있었다.

헬싱키대학교 공자센터 - hyvaamatkaa.tistory.com

 

여기서도 볼 수 있듯이 알렉산테리 산하 기관이다.

우리 핀란드어 수업 중엔 리 사라는 중국 언니가 있는데, 이 언니 어머니가 이 공자센터에 방문학자 비슷한 걸로 계시는 모양이었다. 만나 뵙기 전까진 몰랐지만서도. 여튼! 언니 말로는 토요일에 중국식 장기 어쩌고가 있다고 놀러 오라고 했다. 중국식 장기! 저번에 얼핏 다른 중국애한테 설명을 들었는데 뭔가 이것저것 달랐던 것 같긴 하다. 나른한 토요일 오후, 실컷 늦잠 자고 뒹굴뒹굴 하다가 이렇게 살면 안될 것도 같고 중국식 장기 한번 제대로 배워보고 싶어서 가기로 마음 먹었다.

그곳에 가니 알고보니 무슨 장기두기 대회가 있었던 것이었다. 어쨌든 한국인이라고 하니까 사람들이 꽤나 반겨준다. 대부분이 중국인이었고 몇몇 핀란드인들도 있었고. 공자센터 원장이라는 분이 안녕하세요!라고 한국어로까지 반겨주셨다. 이분 일본에서 11년이나 사셔서 일본어도 잘하신단다 후덜덜. 엄청 서글서글해보이시는 할아버지였다. 어찌되었든 나는 리 사 언니와 빈 테이블 하나 차지하고 앉아서 장기를 두기 시작했다.

중국식 장기판 - hyvaamatkaa.tistory.com

 

리 사 언니와 두던 장기. 원래 난 한국식 장기도 잘 못 둔다. 중학교 때 어깨너머로 배운 게 전부이기도 하고, 원래 머리 쓰는 게임을 잘 못한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생각보다 중국식 장기가 많이 달랐던 것이다! 아니 엄청 다른 건 아닌데 디테일이 틀리니까 나도 헷갈리고 너도 헷갈리고 모두가 헷갈리고 ㅠ 마침 거기 있던 핀란드 분 하나가 한국식 장기도 알고 계셔서 이것 저것 설명해주셨기에 망정이지. 마치 처음부터 다 배우는 기분이었다.

그럼 본격적으로 중국식 장기와 한국식 장기의 차이점에 대해서 논해봅시당!

1. 먼저 장기판이 다르다.

위의 사진에서 보듯이 전체적인 모양은 같지만, 중국식 장기판엔 중간에 ‘강’이 흐른다. 내가 어제 배운 바로는 이 강이 쫄에게만 중요해진다. 한국식 장기와는 다르게 쫄/병은 강을 건너야만 가로로 다닐 수 있게 된다.

2. 배열이 살짝 다르다.

2-1) 한국식 장기에서는 상과 마의 위치가 바뀔 수 있다. 하는 사람 마음이지 뭐. 그런데 중국식 장기에서는 이 자리가 고정이 되어있다. 반드시 차-마-상의 순서여야 한다.

2-2) 장군의 위치가 다르다. 한국식 장기는 장군이 X자를 그리는 저 칸 가운데에 들어 앉아 있지만 중국식 장기는 맨 뒷줄에 다른 말들과 함께 쪼르르 서있게 된다. 즉, 장기 두는 사람에게 가장 가까운 줄은 차-마-상-사-장군-사-상-마-차 의 순서로 말이 놓이게 된다. 한국식 장기에서는 차-상(마)-마(상)-사-없음-사-마(상)-상(마)-차의 순서인데 말이다.

3. 룰이 살짝 다르다.

다른 룰은 모르겠고, 중국식 장기에서는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게 되면 패배라고 한다. 한국식 장기에서는 그냥 대충 한 수 무르고 계속 하기도 하는데 말이다.

4. 장기말이 다르다.

장기판에서 보면 글자가 다르다. 예컨대 한국식 장기에는 초나라의 초(楚)와 한나라의 한(漢)이 각각의 장군에 쓰여져 있는데 중국식 장기에선 장수 장(將)과 장수 수(帥)가 각각의 장군에 새겨져 있다. 또한 한국 장기는 초나라 진영은 초서체인가 여튼 다른 글자체로 쓰여져 있다. (덕분에 한자에 약한 저는 처음에 헷갈려서 쥐쥐 많이 쳤습니다 ㅠㅠ) 중국식 장기는 딱히 그렇다기 보단 오히려 동음이의어를 써두었다. 예컨대 사만 해도 한쪽은 선비 사(士)를, 다른 한쪽에는  벼슬할 사(仕)를 새겨놨다. 상 역시 하나는 코끼리 상(象)으로 해놓고 다른 하나는 相을 새겨놨다.

5. 말들의 움직임이 다르다.

요건 말로 설명하면 복잡하니까 사진을 좀 써먹어야겠다 두둥.

5-1) 졸(卒)의 움직임

쫄 움직임 - hyvaamatkaa.tistory.com 

(노가다의 산물이다. 사진 잘 보면 스탬프 자국이 덕지덕지 –_- 억지로 쫄을 움직이느라;)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쫄은 강을 건너기 전까지는 전진만 가능하다. 강을 건넌 후에서야 횡으로도 움직일 수 있다. 한국식 장기에서 자주 등장하는 첫 수 중에 하나가 쫄을 가로로 움직인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장기 두는 입장에서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일례로 노가다의 산물인 사진을 잘 들여다보면, 쫄병 가의 경우 좌우로는 움직일 수 없고 O가 표시되어있는 곳으로만 전진이 가능하다. 물론 움직이는 순간 앞의 쫄에게 먹히겠지.
반면 쫄병 나의 경우 한국식 장기와 같이 전진도 가능하고 좌우(이 경우엔 우)로도 움직일 수 있다. 전진하면 저 쫄병은 먹을 수 있겠지. 여기서 재밌는 것은, 쫄병 나가 우로 움직여도 저쪽 쫄은 쫄병 나를 먹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저쪽 쫄병은 강을 건너지 않았기 때문! 중국식 장기를 둘 땐 이 점을 잘 숙지해야 안 헷갈릴 것 같다;

5-2) 포(砲/包)의 움직임

  포의 움직임이 한국과는 좀 많이 다르다. 여기서 전 무지 헷갈렸던 기억이 새록새록….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포는 상대 말을 잡아 먹을 때 말고는 말을 뛰어넘을 수 없다. (달리 말하자면 말을 뛰어 넘을 수 있는 건 상대 말을 먹을 경우.)
-포가 상대 말을 잡아 먹지 않을 때는 차와 같이 가로 세로로 움직인다.
-그러나 차와 같이 가로 세로로 움직이면서 말을 먹을 수는 없다.
-포는 (물론 상대 말을 잡아 먹을 때) 포를 뛰어넘을 수 있다.

말로만 하면 감이 안 오니까 또 사진을 참고해봅시당.

포 움직임 - hyvaamatkaa.tistory.com

이 사진에서 포 [가]는 O를 친 곳으로는 움직일 수 있게 된다. X를 친 곳으로는 움직일 수 없다. 한국 장기였다면 병 먹는 거 말고는 O를 친 어느 곳으로도 움직일 수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X 친 곳으로 가능했겠지만 말이다.

좀더 리얼하게 보기 위해서 다음 사진을 보자면:

 

포 움직임_2 -hyvaamatkaa.tistory.com

먼저 포 [나]를 보자. 포[나]는 화살표가 그려져 있는 모든 곳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한국 장기와는 반대로 오히려 X를 친 곳으로는 이동이 불가하다. 한국 장기와의 아주 결정적인 다름이라면 다름이다. 복습을 좀 하자면, 포[나]의 왼쪽에 있는 병은 포[나]를 건드릴 수 없다. 강을 아직 안 건너서 횡으로의 움직임이 불가능하다.

다음 포[다]를 보자. 포 [다]는 현재 좌 우 한 칸 씩 움직일 수 있으며, 피비린내 나는 –_- 전쟁을 시작하기 위해 병을 건너 뛰어서 상대방 졸을 먹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X를 친 곳으로는 이동이 불가능하다. 오히려 한국 장기였다면 이동이 가능했겠지만. 만약에 다와 상대방의 졸 사이에 있는 병이 포라면? 그래도 여전히 포[다]는 졸을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중국 장기에선 포가 포를 뛰어 넘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결국 중국식 장기에서의 상대편 말을 먹을 때 외의 포의 움직임은 한국식 장기와는 또 정반대가 되어버린다; 리 사 언니랑 장기 두면서 포 때문에 엄청 물먹었다; 헷갈려서;;

 

5-3) 상(象)의 움직임

지금 이 글 시작한 거 엄청 후회 중이다; 2시간째야 2시간 째;

포에 이어 상의 움직임도 상당히 다르다. 요건 사진 한 방이면 될 듯.

상움직임 - hyvaamatkaa.tistory.com

중국식 장기의 상은 저렇게 2X2 정사각형의 대각선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아마도 한국식 장기 혹은 마와 마찬가지로 막혀 있으면 못 지나갈 듯.) 한국식 장기였다면 사진의 X가 그려진 곳으로 움직일 수 있었겠지만 (아 물론 움직인 순간 상대편 마에게 먹히겠다만-_-) 중국식 장기에서는 O가 그려진 곳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된다. 확실히 한국의 상과는 성질이 많이 다르다.

 

5-4) 장군과 사(士)의 움직임

일단 앞에 나온 위치 얘기부터 언급하고 지나가자. 만약에 요게 한국식 장기였다면 장군의 위치는 달랐을 것이다:

장군 위치 - hyvaamatkaa.tistory.com <- 요렇게.

그러나 이거슨 중국식 장기 후훗. 중국식 장기에서의 장군과 사의 움직임은 한국식 장기보다 빡빡한 편이다.

사 움직임 - hyvaamatkaa.tistory.com

사(士)는 대각선 줄을 따라서만 이동이 가능하다. 물론 한 번에 한 칸. 따라서 사진의 X 부분은 중국식 장기에서 사가 죽었다 깨어도 갈 수 없는 곳들이다. 한국식 장기라면 어느 방향이든지 X도 한 두 번 움직이면 다 갈 수 있는 곳이지만 말이다.

장군_움직임 - hyvaamatkaa.tistory.com

장군은 가로 세로로만 이동이 가능하며, 대각선 이동이 불가능하다. 요건 포샵으로도 건들기 지나치게 귀찮아서 그냥 그림만 그렸다… 다음 CS5인가 여튼 그거 나오면 극복 가능할지도.. 여튼! 만약 장군이 정중앙에 있다고 치자. 장군이 사각형 오른쪽 위나 왼쪽 위의 구석탱이로 가고 싶다면 한국식 장기에선 한방에 대각선줄 타고 가면 될 것이다. 하지만 중국식 장기에선 장군은 대각선 줄을 타지 못하므로 위로 갔다가 옆으로 가든, 옆으로 갔다가 위로 가든 2번 움직여야 할 것이다.

 

 

 

헉헉 이제 다 한 듯… 말과 차의 움직임에서는 한국식이나 중국식이나 별 차이가 없었다. 그리고 가운데 흐르는 강은 그냥 쫄에 관한 것이 아니고서야 무시해주면 된다.

이 밖에 다른 점이 또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 난 좀 날림으로 배워서;;

처음에 딱 시작할 때, 한국식 장기였다면 난 잘 못하니까 일단 쫄을 옆으로 움직이고 봤을텐데 중국식 장기에서는 어찌해야할지… 리 사 언니가 그러는데 보통 포를 장군 앞쪽으로 이동 시킨 후, 상대방은 마를 쫄을 먹지 못하는 위치로 움직인다고 한다. 뭐 그렇다고.

 

아이고야 괜히 글쓰기 시작했다 ㅠ 여튼 어제 언니한테 처음엔 승승장구하다가 나중에 깨지고, 기념품으로 무슨 유리에 달만한 조그마한 인형 받아왔다 ㅋㅋ 그나저나 장기판 탐나더라 큼직큼직한 것이…. 난 언제쯤 장기고 체스고 좀 잘 둘 수 있게 될까 ㅠㅠ 솔직히 전 머리 쓰는게 너무 힘듭니다 ㅠㅠ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할 때도 무조건 물량공세로 나갑니다; 전략같은거 못 세움;; 심지어 중학교 시절 친구와 체스를 둘 때 내가 뭔 말을 움직이면 친구가 ‘내 니 그리로 갈 줄 알았다’ 하고 보란듯이 발라버리곤 했었다죠 ㅠ 흑흑 ㅠ

여튼 2시간 반? 3시간 만에 글 하나 완성.. 이제 나갈 시간!

혹시 틀린 점 있거나 추가해야할 점 있을랑가 모르겠습니다. 알게 되면 또 추가해야지! 이상 끝!

 

+진짜 근성으로 작성한 포스트입니다… 불펌하지 말아주세요 ㅠㅠ

 

장기 두는 사람들 - hyvaamatkaa.tistory.com

(2010년 3월 27일 토요일, 헬싱키대학교 공자센터에서)

  Comments,     Trackbacks